엔딩메이커 448화
SS #37 강유진(1)
강유진.
12세.
달이 몹시도 밝은 날, 자다 깨서 창밖을 바라본 소년은 무심코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집은 평범하지 않은 게 아닐까.
뭔가 굉장히 특이한 집인 게 아닐까.
소년- 유진이 이런 생각을 품게 된 근거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유진은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은 뒤 어릴 때부터 써온 일기장을 펼쳤다.
“음.”
아주 어릴 때 쓰던 일기장이라 당연히 제대로 된 일기는 아니었고, 괴발개발 그려진 그림과 글씨로 가득 찬 그림 일기장이었다.
나이가 아주 들어서 보았다면 ‘귀엽네’ 하며 훈훈해했겠지만 유진은 사춘기를 코앞에 둔 질풍노도의 소년이었기에 훈훈함보다는 부끄러움을 느꼈고, 딱히 보는 사람도 없건만 뺨을 붉힌 채 흠흠 헛기침을 하였다.
‘약간 수정할까.’
살짝만 손을 본다든가.
마치 구작을 펼쳐본 작가 같은 생각을 한 유진이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러한 것처럼 이내 마음을 접은 유진은 눈을 딱 감고 일기장을 넘겼다.
그러자 첫 장부터 당시에는 좋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새삼 수상쩍은 추억 하나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삐뚤어진 네모 위에서 만세를 하고 있는 아이와 노란 머리 여자.
나타샤 고모와의 추억이었다.
* * *
어린아이 기준이지만 어찌 되었든 수영을 해도 좋을 것 같은 커다란 욕조에서 거품 놀이를 하던 어린 유진은 새삼 웃으며 말했다.
-나타샤 고모! 고모는 천사 같아!
-천사? 고모가? 왜?
거품 목욕을 하며 와인을 마시던 나타샤는 어깨를 갸웃 기울이며 물었고, 어린 유진은 에헤헤 웃더니 해맑게 답했다.
-고모는 예쁘거든. 천사처럼.
정확히는 어제 본 애니메이션에 나온 천사 이야기였지만 아무튼 아이답게 솔직한 감상이었고, 나타샤는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와인잔을 내려놓고 어린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유진이가 보는 눈이 있네? 맞아, 고모는 천사야. 그러니까 천사처럼 예쁜 게 당연하지.
-우와, 고모 천사야? 그럼 막 고모도 진화하고 그래? 궁극체 되고?
-대체 어느 동네 천사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화는 안 해. 대신 변신은 하지만.
-변신?
-응, 변신. 그나저나 우리 유진이 참 잘생겼네? 나중에 크면 고모랑 결혼할까?
나타샤의 물음에 어린 유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타샤 고모는 정말 예쁜데다가 유진 자신에게 무척이나 잘해줬으니 말이다.
엄마는 하루에 한 개만 먹어야 한다는 초콜릿도 몰래 하나씩 더 줬고, 지난번에는 몰래 변신합체 로봇도 사줬었다.
그랬기에 어린 유진은 나타샤 고모가 참 좋았고, 고모를 와락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고모랑 결혼할래!
-그래? 그럼 계약서 만들까? 지장도 찍고. 누구누구 씨처럼 누가 채가면 안 되니까.
마지막에 가서 호호호 웃던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좀 예사롭지 않았던 것 같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의 추억.
이 추억에서 미심쩍음을 느낀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나타샤 고모는 왜 그렇게 예쁜 거지?’
물어보면 뺨을 아프게 꼬집어대서 본인에게 묻진 못했지만,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나타샤 고모의 나이는 무조건 마흔이 넘었다. 그냥 넘은 것도 아니고 오십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예뻤다.
그냥 예쁜 게 아니라 아무리 많이 잡아도 이십 대 중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동안 미녀였다.
어떻게 된 것일까.
타고난 유전자가 잘난 것일까?
아니면 나타샤 고모가 자기 관리의 화신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현대 의학의 힘?
‘엄마도 이상해.’
자칭타칭 ‘이터널 미소녀’라는 엄마.
타칭인 이유는 엄마가 하고 있는 풀다이브 버튜버 캐릭터의 이명이 ‘이터널 미소녀’이기 때문인데 아무튼 엄마도 이상했다.
마흔이 넘어 쉰에 가까운 나타샤 고모보다는 덜 이상했지만, 삼십 대 중반일 엄마의 외모는 누가 봐도 십 대 후반의 소녀였기 때문이다.
‘이상해, 많이 이상해.’
고모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맞아, 아빠도 이상해.’
아빠는 단순히 젊게 생긴 것만이 아니었다.
유진은 일기장을 넘겨 페이지 하나를 찾아냈다.
초록색 바탕 위에 유진 자신으로 추정되는 동그라미에 작대기만 그어진 아이가 X자 눈을 한 채 헉헉거리고 있었고, 그 옆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서 있었다.
‘음…… 나이치고는 표현력이 좋은데?’
홀로 감탄한 유진은 흠흠 헛기침을 토한 뒤 당시의 추억을 되새겨 보았다.
* * *
-알렉세이는 말했지, 조기교육이 중요한 거라고.
선글라스를 낀 강진호는 시선을 멀리하며 나직이 말했고, 그런 그의 발치에서는 얼굴에 위장 크림을 잔뜩 바른 어린 유진이 풀밭 위에 앉아 함정을 만들고 있었다.
-아빠! 다 만들었어!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볼까?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함정을 살펴본 강진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어린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다. 제법 튼튼하군. 개량할 점이 많긴 하지만 네 나이를 고려한다면 괜찮은 성과다.
-응!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칭찬 같았으니까.
어린 유진은 강진호와 함께 캠핑을 자주 나가는 편이었다.
사실 어린 아들과 캠핑 가는 아빠는 그렇게까지 희귀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장소와 내용이었다.
유진과 강진호가 지금 서 있는 장소는 기아나 고지였고, 유진이가 토끼 함정을 만들기 전까지 배우던 것은 나이프 파이팅이었다.
강진호와 유진의 캠핑은 늘 이런 식이었다.
지난달 캠핑 장소는 아마존 밀림이었고, 지지난 달 캠핑 장소는 사하라 사막이었다.
아들을 데리고 세계 각지- 아니, 오지를 돌아다니며 서바이벌 기술을 가르치는 아빠.
‘지금 생각하면 진짜 이상하단 말이지.’
학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다른 집 애들도 다 이럴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거짓말쟁이 취급을 당했지…….’
울면서 집에 달려와 엄마에게 하소연했더니 엄마가 아빠 등짝을 때리며 ‘애 데리고 어디 가나 했더니 기아나 고지? 사하라 사막? 아마존 밀림? 미쳤어요?!’라며 소리를 쳤던 그날의 기억.
‘그날 처음 알았지. 엄마가 더 세다는 걸.’
물론 전투력만 따진다면 아빠 쪽이 수십 배는 더 강할 것 같았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아빠에게 있어 엄마를 때린다는 건 세상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아들을 데리고 세계 각지를 쏘다니며 서바이벌 기술을 전수하는 아빠는 적어도 한국에는 없었고, 유진 자신은 특이한 것이 맞았다.
‘나타샤 고모도 그렇고.’
전투 기술을 가르쳐 준 건 아빠만이 아니었으니까.
나타샤 고모에게도 배운 기술들이 참 많았다.
주로 총기술과 맨손으로 하는 그라운드 기술들을 배웠는데, 요즘에는 총기만 배우고 있었다.
‘그라운드 기술은 부끄러우니까.’
아주 어릴 때는 상관없었는데 지금은 좀.
거기다 잊을 만하면 나타샤 고모가 어린 시절의 계약서를 흔드는 것도 몹시 마음에 걸렸고.
장난이라는 건 다 알았지만 나타샤 고모가 첫사랑인 입장에서는 기분이 좀 복잡하다고 해야 할까.
“음음.”
헛기침을 토해 머릿속을 정리한 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 쪽을 보았다.
커다란 포스터에 빨간 머리 여자와 검은 머리 남자가 나란히 서 있었다.
영웅전기2 리메이크의 포스터.
유진 자신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게임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저 게임도 좀 이상했다.
게임 자체가 이상하다기보다는 저 게임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가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
‘맞아, 특이해.’
영웅전기와 가족들의 관계.
유진은 팔짱을 낀 채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 * *
-유희야! 성공했어!
-진짜? 정말로 진짜?!
-그래, 진짜! 영웅전기는 이제 우리 거야!
-오빠 최고!
서로 부둥켜안고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는 아빠와 엄마.
그랬다.
영웅전기 시리즈는 강씨 집안의 소유였다.
영웅전기 시리즈의 광팬인 아빠와 엄마가 저작권을 비롯한 영웅전기 시리즈에 관한 모든 것들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영웅전기 시리즈 자체는 시리즈의 첫 작품인 영웅전기가 지금 기준으로 하면 근 삼십 년 전 작품일 정도로 고전작이었지만 그래도 한때 세계를 휩쓸었던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 게임의 판권을 일개 개인이 사들이다니.
그때는 그냥 별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놀랄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웅전기의 판권을 사들인 아빠랑 엄마는 아예 게임 회사 하나를 사들이더니 영웅전기 시리즈의 리메이크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영웅전기 리메이크 시리즈.
요즘 시대에 맞게 풀다이브 가상현실 게임으로 재탄생한 영웅전기 시리즈는 어린 유진에게 있어서는 인생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걸음마를 막 떼었을 때부터 영웅전기를 했으니 말이다.
‘엄마랑 아빠의 팬심이 좀…… 과하긴 해.’
어디 가서 말은 못 하지만 집에는 영웅전기2의 진주인공인 코델리아를 신으로 모시는 성경까지 있었다.
척 봐도 엄청 비싸 보이는 성경이었는데, 아무리 팬심이 강해도 그렇지 아예 캐릭터를 신으로 모시는 가상의 종교를 만들고 거기에 심취하다니.
엄마 손에 이끌려 받은 세례가 코델리아교의 세례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는 정말로 정신이 멍해졌던 유진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때 세례해 준 사람은…… 코델리아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던 건가?’
분홍 머리칼의 엄청나게 예쁜 여자.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나타샤 고모보다도 훨씬 더 예뻤다는 인상만은 머리에 남아 있었다.
‘으으음…… 역시 이상해.’
게임 캐릭터로 종교를 만들고 신실한 믿음을 바치고 있다니.
‘그래도…… 다른 건 대부분 정상이니까.’
아니, 정상을 넘어 부러워할 만한 집이라고 해야 할까.
아빠랑 엄마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치 사이좋은 잉꼬부부에 엄청난 부자였고, 나타샤 고모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십덕 캐릭터로 통하는 타냐 눈나의 본체였다.
‘혜은 이모랑 가영이 이모랑…… 코와붕가 삼촌은 비교적 정상인에 가깝고.’
그래, 조금 특이하지만 별문제 없으면 된 거겠지.
나름의 결론을 내린 유진은 그림 일기장을 덮고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엄마 손에 이끌려 거실 소파에 앉은 유진은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나한테 약혼자가 있다고?!”
“응, 태중 혼약한 상대. 유더 님이랑 코델리아 님처럼.”
엄마의 말에 유진은 깜짝 놀라 아빠를 보았고, 연이어 아빠의 등 뒤에서 ‘칫, 또 뺏기는 건가’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나타샤 고모를 보았다.
두 사람 모두 진심인 얼굴이었다.
“누, 누군데?”
유진이 반사적으로 묻자 엄마- 홍유희는 후후훗 웃더니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전에 유진아, 몇 가지 더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여기서 또?”
“응, 거기서 또.”
태중 혼약의 상대를 하필 게임 캐릭터에 비유하는 엄마였지만 그 외는 너무나 정상적이고 좋은 엄마였기에 유진은 미간을 좁히며 다음 말을 기다렸고, 홍유희는 더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랑 나타샤 고모는 천사야. 아빠는 사도고.”
“뭐라고?”
“엄나랑 나타샤 고모는 천사고, 아빠는 사도라고.”
“그, 코델리아교의?”
“응, 코델리아 교단의.”
홍유희의 대답에 유진은 진지하게 정신병원에 찾아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홍유희와 나타샤가 바로 증거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변신.”
“어?”
나타샤와 홍유희의 등 뒤로 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머리 위에는 빛을 내며 회전하는 헤일로가 생겼고, 두 사람의 몸 주위에 은은한 빛이 마치 달무리처럼 머물렀다.
“트, 특수 효과? 홀로그램?”
아니면 설마 이거 지금 풀다이브 가상현실 안이었나?
“전부 아니야. 그냥 천사라 그래.”
그렇게 말한 홍유희는 허공에 살짝 떠올랐고, 나타샤 역시 그러했다.
“자, 잠깐. 잠깐. 엄마랑 고모가 천사라고?”
“응, 진짜 천사.”
“그, 그럼 안 늙는 것도 그래서?”
“응, 엄마는 이터널 미소녀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니. 천사라서 그래.”
자기 입으로 이터널 미소녀라 말하는 엄마가 있는데 그게 또 진짜라는 사실을 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아들은 별로 없지 않을까.
“그, 그럼 아빠는 뭔데? 사도라고 하지 않았어?”
“응, 아빠는 코델리아 님을 지키는 유더 님의 사도 가운데 하나야. 천사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돼. 어…… 아니다, 성인? 그래, 성인이면 될 것 같은데? 세인트?”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유진은 혼란에 찬 눈으로 아빠를- 강진호를 바라보았고, 강진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유진아, 너는 천사와 사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란다.”
가정교육을 영웅전기라는 판타지로 받기는 했지만, 그런 유진조차도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진실이었다.
차라리 이계의 마왕이나 용사의 피를 이었다는 말이면 그렇구나 할 텐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천사와 사도라니.
“유진이 쟤 과부하 와서 지금 사고가 정지한 것 같은데…… 코델리아랑 유더가 실존하는 인물들이라는 걸 알려주는 게 먼저 아닐까?”
나타샤의 말에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유진은 눈을 깜박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란 말인가.
유더와 코델리아가 실존 인물이다?
“두 분 모두 실존하셔. 플레이아데스를 지키는 수호신들이시지. 영웅전기는 그분들의 일을 기록한 일종의 역사서고.”
홍유희는 무척이나 진지했고, 옆에 있는 강진호도 진지했으며, 나타샤도 진지했다.
물론 나타샤는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부끄러우면서도 웃기다는 듯 참으로 복잡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지만, 아무튼 세 명 모두가 진지한 것은 사실이었다.
“아, 알았어. 좋아. 어, 일단 그렇다 치고…… 태, 태중 혼약? 어, 그러니까 내 약혼…… 녀가 있다고?”
“응, 맞아. 코델리아 님과 유더 님의 따님이셔.”
“어?”
“유더랑 코델리아의 딸이라고. 플레이아데스의 수호신들이 낳은, 플레이아데스에서 가장 고귀한 아이.”
나타샤의 추가 설명에 유진은 다시 눈을 껌벅였다.
이 사람들이 지금 영웅전기3 리메이크 DLC에 나오는 ‘유리아’를 이야기하는 거란 말인가?
“유, 유리아? 유리아가 내 약혼녀라고?”
“응, 맞아. 유리아가 유진이 네 약혼녀야.”
연속된 사태에 유진은 일단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나마 크게 ‘알렉세이 도와줘요!’를 외쳤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배운 진정법이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제법 도움이 되었다.
유리아.
약혼녀.
영웅전기2에서 진 해피엔딩을 본 세이브 파일을 연동했을 때만 플레이할 수 있는 DLC에 등장하는 검은 머리칼의 소녀.
유리아의 얼굴을 떠올린 유진의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타샤가 첫사랑이었다면, 유리아는 첫사랑을 지우게 한 소녀였기 때문이다.
‘게, 게임 캐릭터가 아니었어?’
아무리 그래도 게임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너무 십덕이 아닐까 하고 반문하고는 했었는데.
“자, 잠깐만. 아니, 아무튼 잠깐만. 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줄 수 있어? 대략적인 흐름이라든지.”
홍유희의 아들이었지만 동시에 강진호의 아들이기도 한 유진이었다.
강진호의 피가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합리와 논리를 찾으라 말하고 있었다.
“그건…… 그분들이 설명해 주실 거야.”
“그분들?”
“응, 그분들.”
홍유희가 빙긋 웃으며 손을 놀리자 안방 문이 열렸고, 유진은 마주할 수 있었다.
예비 장인어른과 장모님-
플레이아데스의 수호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