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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468화 (468/473)

엔딩메이커 467화

SS #40 Time to back

언제나와 같은 밤이었다.

새벽이 다가올 즈음까지 유더와 격렬한 사랑을 나눈 코델리아는 반쯤 넋을 놓은 채로 가쁜 숨을 토하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비몽사몽 간에도 유더의 품은 단단하면서도 따뜻했고, 동시에 아늑하였다.

‘복근.’

단단한 복근.

다프네 왕세녀- 아니, 이제는 여왕이 된 그녀의 초대를 받아 왕도의 온수풀에 갔을 때 무척 만지고 싶었지만 차마 만지지 못했던 유더의 복근.

갑자기 십 년도 더 전의 일이 떠오르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애당초 머리가 멍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 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그저 꿈의 일부일지도.

꿈.

좋은 꿈.

어떤 꿈이든 유더와 함께한다면 나쁘지 않은…….

생각이 멎었다.

새카만 시야에는 이제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아가씨, 코델리아 아가씨.”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다정하면서도 고운, 일부러 조금 낮춘 티가 나는 여성의 목소리.

“아가씨,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달리…… 아?”

멍한 목소리를 흘리며 반쯤 눈을 뜨자 흐릿한 시야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맞아요, 아가씨의 달리아랍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달리아.

달리아 에일.

아델리아 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친언니보다도 더 친언니 같은 호위기사.

유델리아 신성국의 근위기사단 단장.

수호의 천사.

조금씩 떠오르는 정보와 함께 겨우 정신을 부상시킨 코델리아는 완전히 눈을 떠 정면을 보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천장이 보였다.

분명 오래 보아왔지만, 근 십여 년 동안에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그런 천장이었으니 말이다.

‘내…… 방?’

유델리아 신성국이 아닌, 체이스 백작가의 방.

“아가씨?”

다시 들려온 부름에 코델리아는 목소리를 좇아 눈동자를 굴렸다.

이번에도 익숙하면서도 낯선 달리아가 서 있었다.

“머리 잘랐어?”

허리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가 어깨에도 닿지 않을 정도로 짧은, 귀밑에 겨우 내려오는 단발머리가 되어 있었으니까.

“머리요?”

“어, 머리. 마이아가 좋아했…… 어, 설마 마이아랑 싸웠어?”

코델리아가 흠칫 놀라 묻자 달리아는 미간을 좁히더니 급히 코델리아의 이마에 손바닥을 올렸다.

마치 열을 재듯이 말이다.

‘따뜻해.’

기사답게 굳은살이 박인 손은 단단했지만 유더의 손처럼 다정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오랜만의 손길을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없었다.

바로 연이어 들려온 달리아의 말 때문이었다.

“열은 없는데.”

“달리아?”

“아가씨, 어디 아프신 건 아니시죠?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안 아픈데? 유더 때문에 몸살기는 좀 있을 것 같지만.”

농담하듯 작게 웃으며 말하자 달리아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아가씨, 혹시 꿈이라도 꾸셨어요?”

“꿈?”

“그것도 그럴 게 유더 공자 때문이라니…… 아, 그러고 보니 유더 공자의 전속 메이드분 성함이 마이아였죠?”

분명히 달리아였는데 말하는 것이 낯설었다.

유더와 마이아를 언급하는 모습에서 거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더 공자가 나오는 꿈이라도 꾸신 모양이네요.”

“꿈?”

“네, 꿈이요.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실 시간이에요.”

빙긋 웃으며 말한 달리아가 코델리아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사실상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이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어나며 코델리아는 생각했다.

‘천사가 아냐.’

눈앞의 달리아는 인간이었다.

천계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인간.

어떻게 된 것일까.

지금 설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나도 달라.’

대천사가 아니었다.

인지하고 나니 새삼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강력한 대천사의 육신과는 다른, 연약하기 짝이 없는 소녀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마력 역시 약했다.

정말로 작은, 본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마력.

마치 일부러 약하게 만든 아바타 안에라도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가씨, 이따 오후에 유더 공자 병문안 가기로 한 거 기억하시죠?”

코델리아를 일으켜 세운 달리아가 세수할 물부터 시작해 각종 세면도구가 담긴 작고 예쁜 손수레를 침대 옆으로 옮기며 말했다.

기사였지만 마치 메이드처럼 무척이나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병문안을 간다고?”

“네, 약혼자시니까요. 가끔씩은 찾아뵈어야죠.”

유더가 아프다니 무슨 소리일까.

우리 유더는 아프게 하고 싶어도 아프게 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튼튼한 애인데.

하지만 코델리아는 무슨 말이냐 반문하는 대신 눈을 한 번 깜박였다.

그리고 유더도 인정한, 성능 자체만 놓고 보자면 유더보다 우월한 코델리아의 두뇌로 순식간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동시에 처리하였다.

지금까지 달리아가 늘어놓은 말들.

달리아의 짧은 단발.

코델리아 자신의 상태.

익숙하면서도 낯선 체이스 백작가의 방.

꿈이 아니라면, 아니, 설사 꿈이라 하더라도 일단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은 한 가지.

‘과거로…… 돌아왔다?’

정말로 공들인 장난이 아니라면 가장 가능성 높은 상황.

물론 코델리아 자신을 놀래키기 위해 이런 장난도 불사할 인간이 바로 유더였지만, 코델리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더는 때때로 짓궂은 장난을 치긴 했지만, 이런 종류의 장난은 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과거로 돌아왔어. 회귀. 기억을 가진 채 과거로 돌아온 상황.’

조금이지만 식은땀이 흘렀다.

‘회귀’는 후회가 많은 상황이었을 때나 기회였다.

이미 완벽한 해피엔딩을 이룬 코델리아에게 있어 회귀는 기회가 아닌 횡액이었다.

“아가씨? 괜찮으…… 세요?”

표정에 마음이 드러난 탓일까.

걱정이 가득한 달리아의 물음에 코델리아는 억지로라도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만약 정말 회귀를 한 상황이라면.

스타트 지점으로 돌아온 것이라면.

코델리아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순간 유더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알렉세이의 말.

항상 승리 조건을 생각하라 했던 그의 가르침.

‘도와줘요, 알렉세이.’

속으로 작게 중얼거린 코델리아는 달리아로부터 얼굴을 감추듯 일단 세수를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유더를 만나야 해.’

둘이 함께라면 어떤 위기든 헤쳐 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어쩌면 유더 역시 회귀한 상태일지 몰랐으니까.

‘그래, 생각하는 건 유더의 일이니까.’

적재적소. 적재적소.

유더를 만난다는 생각만으로, 유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조금 가라앉은 코델리아는 숨을 크게 삼킨 뒤 세수를 이어나갔다.

* * *

‘이것도 익숙하면서 낯서네.’

귀족의 저택이라기보다는 전시의 요새에 가까운 바이엘 백작가.

바일룬이 북부의 변경에서 북부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의 대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변화를 겪은 것은 바이엘 백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정말로 성벽을 방불케 하는 담벼락과 해자가 있는 정문을 떠올린 코델리아는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저택 안.

달리아와 함께 응접실에 자리한 코델리아는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 심장을 달래듯 가슴을 살짝 누르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유더도 회귀한 상태일까?’

‘회귀하지 않은 상태면 어떡하지?’

‘내가 이것저것 알려줘야 하나?’

유더위키의 지식과 코델리아 자신이 아는 미래 지식이 합쳐진다면 그야말로 무적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완벽한 해피엔딩을 넘어선 슈퍼 울트라 퍼펙트 엔딩 같은 것을 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유더가 들었다면 ‘역시 네이밍 센스에 문제가 있구나’ 운운할 것 같은 이름을 떠올린 코델리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뒤에 시립해 있던 달리아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습관처럼 머리칼을 잡아당긴 지 몇 분.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이 오셨습니다.”

마이아의 목소리였다.

코델리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 뒤 고개를 끄덕였고, 달리아가 문을 열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열린 문 너머에서 유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유더.

우리 유더.

검은 머리칼에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멋진 복근의 소유자인 우리 유더.

문이 열렸고, 유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멋들어진 예를 표하며 인사한 뒤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도 익숙하면서 낯선 얼굴이었다.

혈색이 없어 창백한 얼굴과 깊게 드리운 눈 밑의 그늘.

하지만 워낙 잘생긴 덕분인지 보기 흉하다기보다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유리 인형과 같은 소년.

눈이 마주친 순간 코델리아는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어떤 감각을 느꼈다.

십여 년 전에도 느낀 바가 있던, 마치 전기가 오른 것 같은 이 기분이 무엇을 말하는지 코델리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유더가 반사적으로 소리쳤고, 코델리아는 직감했다.

회귀한 건 코델리아 자신만이었다.

유더는 전생의 기억을 각성한 지 며칠 안 된 아웃복서009였다.

그러니 지금 코델리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살짝 늦게 외친 터라 목소리가 완전히 겹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경악하는 연기를 하였고, 속이 까만 누구 덕분에 연기력이 일취월장한 상태인 터라 십여 년 전 그날처럼 달리아와 마이아와 유더를 놀라게 할 수 있었다.

‘이래야 유더가 의심할 테니까.’

코델리아 자신이 노란폭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일단, 일단 순리대로 흐르게 하자.’

지금 당면한 과제는 오늘 밤 바이엘 백작가의 저택 구석에서 유더와 만날 약속을 하는 것이었으니까.

마음을 굳게 먹은 코델리아는 열심히 놀라는 연기를 하는 와중에도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 * *

시작이 매우 이상했지만 아무튼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 마주 앉았고, 마이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민 차를 한 입씩 마셨다.

그리고 코델리아는 십여 년 전에는 똑같이 놀라 있던 터라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을 몇 가지 깨달았다.

‘귀엽네, 우리 유더.’

어느새 쑥쑥 커버려서 너무 듬직해진 우리 유더지만 그래도 한때는 저렇게 귀여운 시절도 있었는데.

코델리아 자신보다도 살짝 작은 병약한 미소년.

너무 놀란 탓인지 아직도 표정 수습을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이 몹시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지금은 복근도 없겠지? 말랑배겠지?’

만져보고 싶다.

마이아가 들었다면 당장 가문의 기사들을 호출했을 것 같은 생각을 하며 후훗 웃은 코델리아는 입가를 가리기 위해 들어 올렸던 홍차 잔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이제 유더가 슬슬 확인 작업을 할 때인데.’

코델리아 자신이 노란폭풍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참으로 무식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눈치 보는 것 좀 봐.’

이제 보니 살짝이지만 식은땀도 흘리고 있었다.

우물쭈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하자니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저 얼굴.

‘그래, 이 누나가 마음 좀 썼다.’

마음속으로만 훗 하고 웃은 코델리아는 정돈된 표정으로 지나가듯 말했다.

“아하.”

“노, 노하.”

유더가 흠칫하며 답했다.

그랬기에 코델리아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암호로 서로를 확인한 첩보원같이 말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본래대로라면 유더가 암호문을 말할 때였지만 코델리아는 다른 것을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야, 유더야.’

‘잠깐, 나 부른 거야?’

‘어, 너 부른 거 맞아.’

‘뭐지? 귓속말? 아니, 잠깐. 이거 지금 눈빛 맞지?’

‘응, 눈빛 맞아.’

메시지 마법도, 전음도 아닌 눈빛 대화.

코델리아 자신과 유더가 몇 번의 전생을 거듭하며 연을 이어온 천생연분이라는 증거 가운데 하나.

‘노란…… 폭풍?’

‘응, 맞아. 오랜만에 들으니까 정겹네.’

‘오랜만?’

‘아니, 그냥. 아무튼 유더야. 마이아랑 달리아가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힘들어. 이따 따로 만나자.’

‘……알았어. 이따 밤 12시에 우리 집 정원 북쪽 구석에서 보자.’

‘그래, 이따 보자.’

역시 담을 넘는 건 이번에도 내 역할이네.

아주 작게지만 쓰게 웃은 코델리아는 유더와 겉치레 대화를 조금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날 밤.

바이엘 백작가의 저택 정원.

“노란폭풍.”

“아웃복서009.”

작은 부름에 화답하며 코델리아는 머리에 눌러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수풀 구석에 숨어 있던 유더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짜…… 노란폭풍이야?”

“어, 진짜야. 너는 아복이지?”

옆집 오빠.

우리 집 사기꾼 유더.

애정이 잔뜩 담긴 부름에 유더는 흠칫했지만 잠깐뿐이었다.

이내 미간을 좁힌 그는 코델리아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않아? 일단 나는 이틀 전에 기억을…… 그래, 전생의 기억을 각성했어.”

“나도 그래.”

회귀했다는 이야기를 바로 할까 했지만 일단 뒤로 미루기로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한 상태인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뭔가 좀 재밌기도 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유더의 모습이?

‘조금 더 놀라게 해줄까?’

속으로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코델리아는 일단은 흐름에 몸을 맡겼다.

즉, 유더와 서로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를 이야기하고, 빙의가 아닌 환생이라는 이야기를 나눈 뒤 플레이아데스의 멸망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직후.

“그럼 일단 구음절맥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네.”

“응? 어, 맞아.”

유더가 조금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자 코델리아는 일부러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원작의 흐름대로 우리 아버지께서 태양화리를 구해오시기를 기다리면 너무 늦어. 거의 반년 가까이를 허송세월해야 하니까. 그러니 시일을 앞당기는 게 좋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태양화리에 버금가는 양기가 필요해. 구음절맥의 음기를 녹이기 위한. 그리고 그런 수단이라면…… 그래, 멀지 않은 곳에 하나가 있어. 유더 너도 알고 있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한 뒤 마치 시험하듯 묻자 유더는 다시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떠오른 게 있어.”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태양의 목걸이. 태양의 목걸이가 있다면 유더 네 구음절맥을 고칠 수 있을 거야. 물론 너랑 나는 아직 쪼렙이니까 정석적인 방법으로 태양의 목걸이를 구할 수는 없어. 태양의 목걸이를 드랍하는 라이제강은 데몬프린스니까. 지금 우리 수준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공략할 수 없는 상대지. 하지만…… 여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편법을 동원한다면 라이제강으로부터 태양의 목걸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거기까지 말한 코델리아는 잠시 말을 끊고 호흡을 고르더니 양쪽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한 가지, 떠오른 해결책이 있어. 지금의 우리도 할 수 있는 방법이야. 뭐라고 생각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한 뒤 시험하듯 물었다.

그러자 유더는 다시 움찔하더니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벨라…….”

“그래, 벨라스틴의 마법진이야. 그걸 사용하면 라이제강을 봉인된 상태로 잠시 불러내는 게 가능할 거야. 그리고 우린 움직이지 못하는 라이제강에게서 태양의 목걸이를 빼앗으면 돼. 덤으로 레벨 업도 좀 하고. 유더 네 생각은 어때? 가능한 작전 같지?”

코델리아의 물음에 유더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당황한 얼굴로 눈을 깜박일 따름이었다.

‘그래, 이런 걸 해보고 싶었어.’

우리 똑똑이 유더한테 마음껏 잘난 척을 하는 상황!

저 놀란 얼굴 좀 보라지.

기분이 한껏 좋아진 코델리아는 습관처럼 어깨춤을 추었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더는 기이한 것을 본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너…….”

“응, 나.”

“노란폭풍…… 맞아?”

내가 아는 노폭이는 이렇게 똑똑하지 않은데-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것 같은 무례한 질문이었지만 코델리아는 오히려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가슴을 활짝 펴며 말했다.

“어, 맞아. 만년 2등 노란폭풍.”

하지만 이젠 괜찮아.

유더 너한테는 언제나 1등인 나니까.

“음…… 그래. 맞겠지. 아무튼 노폭이 네 말대로야. 태양의 목걸이가 당장 찾을 수 있는 최선의 수라고 생각해. 문제는 라이제강의 봉인지까지 어떻게 가느냐인데…….”

거기까지 말한 유더는 말꼬리를 흐리며 슬쩍 코델리아의 눈치를 보았다.

마치 코델리아가 이번에도 정답을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이번에도 신이 나서 정답을 말하는 대신 입술을 꼭 닫고서 유더의 말을 기다렸다.

예전에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참으로 소중한 추억이 된, 유더가 처음으로 코델리아 자신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코델리아는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깜박이며 유더를 바라만 보았고, 입술을 살짝 깨문 유더는 코델리아의 눈을 피하듯 슬쩍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데이…… 트를 가면 어떨까.”

“응? 뭘 가자고?”

“……데이트.”

유더랑 코델리아가.

아웃복서009와 노란폭풍이.

유더의 수줍은(?) 데이트 신청에 코델리아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애써 참은 뒤 흥흥거리며 답했다.

“그래, 뭐. 그것밖에 방법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받아줄게, 데이트 신청.

“그럼 유더 네가 우리 집에 데이트 신청하는 편지 보내. 알았지?”

“어…… 응.”

“그래, 찬바람 쐐서 열 오른 것 좀 봐. 내가 힐 걸어줄 테니까. 들어가서 푹 쉬어. 알았지?”

다정하게 말한 코델리아는 역시나 다정한 손길로 유더의 이마에 힐을 걸어주었고, 당혹과 혼란에 빠진 유더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럼 데이트 날 봐.”

코델리아는 손을 흔든 뒤 플라이 마법으로 휙 하고 담을 넘었고, 유더는 귀신에게 홀린 사람처럼 멍한 얼굴로 눈을 깜박이다 코델리아의 손길이 닿았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얼굴 빨개진 것 봐.’

우리 유더 너무 귀여워.

담장을 넘는 척하면서 슬쩍 매달려 유더의 얼굴을 훔쳐본 코델리아는 다시 속으로 웃은 뒤 소리 없이 내려섰다.

그리고 이틀 뒤 오전.

이미 애정치가 최고치인 코델리아와 혼란에 빠진 유더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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