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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메이커-469화 (469/473)

엔딩메이커 468화

SS #40 Time to back(2)

데이트 다섯 시간 전.

거울 앞에 앉은 코델리아는 마치 경기 전에 집중력을 높이듯 눈을 감은 채 심호흡을 하였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선 달리아는 당혹과 긴장 속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와 다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준비가 본격적이야!’

평소의 코델리아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짙은 화장을 하기에는 아직 나이가 어린 것도 있었지만, 애당초 코델리아부터가 스스로를 꾸미는 데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도 우리 아가씨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워낙에 출중한 미모를 타고난 코델리아인 터라 기사인 달리아 수준의, 화장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기초화장만 하더라도 사실 크게 부족할 것이 없었다.

굳이 분으로 감출 필요가 없는 희고 깨끗한 피부.

착시 효과를 이용한 눈속임이 필요 없는 단정한 이목구비와 커다란 눈.

보기 좋은 색 그 자체인 분홍빛 입술.

그래서 이제까지 달리아도 굳이 코델리아에게 화장을 권하지 않았다.

본인이 딱히 원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할 필요도 없다면 억지로 화장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저건 다 어떻게 알고 구하신 거지? 화장품도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코델리아의 앞에는 지금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들이 도열해 있었다.

본직이 기사인 터라 꾸미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성인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달리아였다.

하지만 그래도 어떤 화장품들이 있다~ 정도는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역시 앎의 영역이 작았던 모양이다.

코델리아 앞에 놓인 화장품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아예 처음 보는 물건들이었으니 말이다.

‘아가씨, 응원할게요.’

유더 공자와의 첫 데이트라고 정말 힘을 많이 주려는-

‘헉! 그러고 보니 첫 데이트!’

그랬다.

이번이 유더와 코델리아의 첫 데이트였다.

워낙에 병약한 유더 덕분에 지금까지 야외 데이트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가씨, 힘내세요.’

새삼 주먹을 꼭 움켜쥔 달리아가 코델리아를 응원한 순간이었다.

“시작하자.”

아주 작게 말한 코델리아가 눈을 뜨더니 화장품을 향해 거침없이 손을 뻗기 시작했다.

사실, 달리아의 생각처럼 코델리아는 화장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심지어 전생인 홍유희 시절에도 화장이라고는 기초화장 정도밖에 해보지 않은 인생이었다.

‘애당초 고등학생이었고.’

아무튼 화장과 담을 쌓고 산 인생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동시에 코델리아는 화장에 매우 익숙하기도 하였다.

유더와 만난 이후, 정확히는 유더의 조교(?)가 시작된 이후 수많은 화장품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유더에게 온갖 화장을 다 받다 보니 코델리아 자신도 화장품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종국에는 화장술까지 배우게 되었다.

‘유리아한테 해주고 싶었으니까.’

‘엄마는 잘 못하니까 아빠한테 해달라고 하렴!’이라 말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어찌 되었든 유리아가 태어날 즈음의 코델리아는 이미 화장의 프로가 되어 있었고, 거기에 다시 십여 년의 세월이 더해진 결과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 수준의 화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직접 하는 건 오랜만이네.’

기술을 습득한 것과 별개로, 유더가 가만히 있지 않았으니까.

코델리아를 꾸미는 것은 자신의 의무이자 권리라며 득달같이 달려들던 유더를 떠올린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은 뒤 화장품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약 반 시간 뒤.

달리아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고, 코델리아는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다시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음, 좋아. 완벽해.’

지금의 유더라도 보면 반할 수밖에 없겠지.

얼굴을 붉힌 채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러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아닌 척하는 유더를 떠올린 코델리아는 속이 까만 미소를 지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달리아, 마지막으로 혼자 좀 준비할 게 있으니까 잠시만 자리를 비워줘.”

“혼자…… 서요?”

“응응. 부탁할게.”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 달리아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활기차게 답했다.

“네, 아가씨. 기대할게요.”

“응응.”

그렇게 달리아가 나가고 1분, 2분.

새삼 숨을 고른 코델리아는 입고 있던 드레스를 다 벗고 속옷 차림이 된 상태로 미리 준비해 둔 장비들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감을 벨트와 벨트에 부착할 마법 아이템들.

치마의 안에 들어갈 작은 주머니들.

‘그리고…….’

예전에는 챙기지 않았던 몇 가지 아이템들까지.

모두 장착한 코델리아는 거울을 돌아보았고, 유더가 극찬을 마다하지 않던 예쁜 몸을 보다 문득 생각했다.

‘그…… 속옷…… 까지는 아직 신경 안 써도 되겠지?’

흠흠 헛기침을 토한 코델리아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속옷을 새로 골라 갈아입었다.

보여줄 일은 없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철저하게 대비하는 게 진정한 준비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았으니 말이다.

‘호, 혹시 모르고.’

혹시.

정말로 혹시.

만에 하나지만.

“흠흠.”

헛기침을 토한 코델리아는 빙글 돌아서서 옷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속옷을 갈아입고, 드레스를 입고, 외출용인 챙이 커다란 하얀 모자까지 머리에 장착함으로써 데이트전 대비 코델리아를 완성한 코델리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좋아, 해보자고.’

거울에 비친 스스로를 보며 한 바퀴 빙글 돈 코델리아는 유더를 떠올리며 악동 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 * *

“노란…… 폭풍?”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풀세팅 코델리아를 본 유더의 첫 반응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멍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렸으니 말이다.

‘예전이랑은 레벨이 다르다 이 말씀이야.’

회귀(?) 전 유더와의 첫 데이트 때는 ‘그, 그래도 데이트인데 조금이라도 꾸, 꾸며야겠지?’ 하며 소극적으로 준비에 임했었다.

솔직히 코델리아 자신이나 달리아나 꾸미는 일은 잘 못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륙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유더의 수제자인 자신이 직접 솜씨를 발휘했으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준비했고.’

훗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은 코델리아는 짐짓 태연한 척 유더를 마주했고, 조용히 마차에 올랐다.

그리하여 출발한 마차.

마이아와 달리아가 함께 탑승한 상태였지만 유더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마주 본 채 앉아 있었고, 그렇기에 서로의 반응을 너무나 잘 볼 수 있었다.

‘후후후후후. 유더가 부끄러워하고 있어. 부끄러워하고 있다구.’

지금의 유더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아니,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겠지만 코델리아 자신은 유더의 취향 그 자체라 해도 좋은 존재였다.

눈앞에 취향 그 자체인 미녀가 미모를 한껏 파워 업 시킨 채 앉아 있다?

‘그냥 죽음이지, 죽음.’

네 머리야 어쨌든, 몸은 솔직할 수밖에 없겠지- 카이사가 추천해 준 정말로 야한 책에 나왔던 대사를 떠올린 코델리아는 속으로만 후훗 웃은 채 유더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열심히 시선을 피하고 있지만 그래도 때때로 이쪽을 훔쳐보듯 시선을 돌리는 유더와 눈을 마주하기 위함이었다.

‘얼굴 빨개졌어. 귀여워. 유더가 이런 기분이었나?’

그래서 매일매일 날 못 놀려줘서 안달이었나?

아무튼 즐거웠다.

매우 만족스러웠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여.

목적지인 벨카인 산맥에 도착한 유더와 코델리아는 마차에서 내린 뒤 저만치 자리한 꽃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꽃들이 참 예쁘네요.”

“그러…… 게요.”

코델리아의 말에 유더는 미간을 살짝 꿈틀거리며 대답했다.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애가 오늘은 왜 이럴까.

그만큼 당황한 것일까?

‘야, 연기 똑바로 해. 달리아랑 마이아가 보고 있다구.’

코델리아가 눈빛을 쏘자 유더는 더욱 미간을 좁혔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 부끄러워하기는.’

유더가 코델리아에 대해 너무나 잘 알듯이 코델리아 역시 유더를 잘 알았다.

거의 유더학 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유더 자신이 코델리아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놀란 수준을 넘어 이성으로서 끌리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역시 우리 유더.’

저항하고 있었다.

이성의 힘을 최대로 발휘해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려 하고 있었다.

그 증거가 바로 저 잔뜩 모아진 미간과 때때로 꿈틀거리는 눈매.

연기의 달인인 유더가 연기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현실.

‘그래도 유더야, 너 나중에는 나한테 완전 홀딱 반할걸?’

어떻게 아냐구?

내가 미래에서 다 보고 왔거든.

“후훗, 후후후훗.”

속이 까만 미소를 머금은 코델리아는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걸음을 더 내디뎌 보기로 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매일매일 유더에게 놀림만 당하던 열일곱 살 순둥이 코델리아가 아니라 이미 유더에게 잔뜩 물이 든 블랙 코델리아였으니 말이다.

“노, 노폭?!”

“가만있어.”

슬쩍 옆으로 다가서며 팔을 끌어안자 유더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코델리아는 태연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달리아랑 마이아가 보고 있잖아.”

“아니, 이러면 당연히 볼 수밖에 없-.”

빠르게 말하며 뒤를 살짝 돌아본 유더는 이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당혹과 기쁨을 표출하고 있는 마이아와 달리아는 둘째 치고, 뒤를 돌아보느라 고개를 돌렸더니 바로 정면에 코델리아의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가깝다.

너무 가까워.

더욱이 키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아서 눈높이는 물론이고 입술 높이까지도 거의 동일한 것이 몹시도 심란했다.

그리고 코델리아는 이런 유더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팔을 조금 더 세게 안으며 가슴을 밀착시킨다.

화이트 코델리아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블랙 코델리아에게는 너무나 간단한 일.

“뭐, 뭐 하느…….”

“쉿. 달리아랑 마이아가 보고 있다니까?”

빠르게 말하자 유더가 꾹 하고 입을 닫았다.

얼굴은 물론이고 귀와 목까지 빨개진 채로 말이다.

‘우리 유더가 은근히 수줍음이 많지.’

거기다 옆집 오빠이던 시절부터 여자랑은 담을 쌓고 살았으니까.

물론 나타샤가 있긴 했지만 지금의 유더는 나타샤와 안 만난 지 6년이나 된 상태고.

그리고 한 가지, 코델리아가 상정하지 못한 조건도 하나 추가되었으니, 지금의 유더는 한창 피가 끓어오르는 질풍노도의 17세라는 사실이었다.

“유더야, 왜 갑자기 엉덩이를 뒤로 빼는데?”

코델리아의 물음에 유더는 무어라 답하는 대신 눈을 꼭 감고 열심히 반야심경을 외웠고, 코델리아는 그런 유더가 걱정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유더를 돌아보았다.

가슴을 조금 더 밀착시키며 말이다.

“노, 노폭. 우리 일 이야기 하자.”

“응, 하자.”

밀착해 있는 터라 귓속말을 하기 충분했다.

귓가에 닿는 코델리아의 숨결에 유더는 다시 움찔하는가 싶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일단, 솔라리의 신전에 가야 해.”

“달리아랑 마이아를 떼어놓고 말이지?”

“……그래, 그래서 내가 생각해 둔 루트가 있어.”

“저쪽 절벽에서 플라이 마법으로 뛰어내리자는 거지? 지름길이 있으니까.”

“……맞아. 너…….”

“응?”

“아니, 서버 2등 맞구나.”

“흐흥, 당연- 야! 너 그렇게 놀리면 나 협조 안 한다?”

코델리아가 짐짓 화난 척 ‘연기’를 하자 유더는 어쩐지 모를 안도의 숨을 한 번 토한 뒤 말을 이었다.

아니, 이으려 했지만 코델리아가 조금 더 빨랐다.

“그런데 유더, 그냥 우리 둘이 뛰어내리면 달리아랑 마이아가 엄청 걱정할 거야. 어떻게든 따라오려 할 거고. 그래서 말인데, 나한테 생각이 하나 있거든?”

“……뭔데?”

“그러니까…….”

코델리아는 다시 한번 가슴을 밀착시키며 작게 속삭였고, 유더는 여러 가지 고통 속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다음은 역사와 같았다.

달리아와 마이아로부터 슬슬 거리를 벌리다가 어느 순간 대시, 코델리아가 유더를 품에 안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하지만 그 직후.

역사와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으니-

“두, 둘만의 시간이 갖고 싶어! 나, 나는 신사니까 괜찮을 거야!”

유더가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고, 달리아와 마이아는 크게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을 몰랐으며, 코델리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마음속으로 환호했다.

‘그래! 이거지! 이거야!’

평소의 유더라면 응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유더는 반쯤 매료 상태에 빠진 채 헤롱헤롱하는 상태였다.

그랬기에 육체와 정신 양쪽으로 밀어붙이며 강권하자 얼결에 수락하였고,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였다.

‘너무 좋아.’

정말정말 너무 좋아.

충분히 만족한 코델리아는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는 유더의 손목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0분 남짓 뒤.

기진맥진한 유더가 코델리아에게 슬슬 업어달라는 말을 해야 할 즈음.

“코델…… 리아.”

“응응, 업어달라고?”

“……아니, 그거…… 말고.”

“그럼?”

“너…… 씨발…… 안해?”

땀에 젖어 파김치가 된 유더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고, 코델리아는 순간 흠칫했다.

오늘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회귀(?)한 이후 단 한 번도 씨발이란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었다.

“안 하기는, 작게 해서 모른 거야.”

“씨발은…… 감탄사인데? 작게…… 했다고?”

“응, 아까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도 씨발~~ 했는걸?”

연기력이 출중해진 코델리아였지만 당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나 오랜만의 감탄사라 그런 것일까.

조금이지만 어색했다.

감탄사를 토할 때의 어조나 표정이 말이다.

‘그, 그치만 어쩔 수 없는걸!’

유더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이후에는 ‘욕하는 여자’로 보이기 싫어서 감탄사를 자제했고, 유리아가 태어난 이후에는 유리아한테 악영향이 갈까 봐 감탄사를 아예 금지했으니까.

‘거기다 지금 생각하면 좀 창피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어린 시절의 흑역사라고 해야 할까?

어찌 되었든 흠흠 헛기침을 토한 코델리아는 급히 말을 돌리고자 하였다.

“아무튼 괜찮아? 시간 안에 가려면 내가 업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어느새 바닥에 주저앉은 유더에게 코델리아가 얼굴을 가까이하며 말했다.

그러자 유더는 가슴골을 훔쳐보거나 가까워진 코델리아의 얼굴에 부끄러워하는 대신 차갑고 신비한 녹색 눈동자로 코델리아의 파란 눈동자를 마주했다.

평상시의 유더 모습.

코델리아가 반한 유더의 냉철한 눈동자.

유더가 코델리아의 손목을 낚아채듯 잡았다.

흠칫하며 물러서려는 코델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어느 순간 입을 열어 말했다.

“노란폭풍. 아니, 코델리아 체이스.”

차가운 부름에 코델리아는 다시 한번 움찔했다.

유더는 무어라 하려는 것일까.

코델리아가 맞느냐고, 정말 노폭이냐고 추궁하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니었다.

코델리아는 직감했다.

유더가 지금 하려는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너, 미래에서 왔구나.”

본질을 꿰뚫는 말.

너무나 유더다운 모습에 코델리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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