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5화 (5/233)

〈 5화 〉 그 여자의 사정. (1)

* * *

혜진과의 식사는 정말 불편했다.

우리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각자 식사에만 집중했다.

혜진은 불필요한 대화는 하지 않는 성격인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나는 음식을 씹는 소리가 크게 날까 봐 조심하며 식사했다.

이럴 거면 왜 같이 먹자고 한 거야.

불편한 나와 달리 혜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편한 표정으로 식사를 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조용하게 식사를 마친 혜진이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넵."

혜진이 사라지자 그제야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풀 쪼가리 시발..

그래도 배고파서 억지로 입에 쑤셔 넣었다.

다 먹어도 전혀 배부른 느낌이 안 들었다.

좆같은 식사를 마치고 3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향했다.

늦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약간 빠듯했다.

오늘 3교시는 용사학개론이네.

이 수업은 이 용사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었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학생들이 가득 앉아있었다.

용사학개론은 인기 있는 수업이라 이미 앞쪽에는 남은 자리가 없었다.

나는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 뒤로 이동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나쁘지 않은 위치의 자리인데 왜 비어있지?

그나마 자리가 하나라도 남아있어서 다행이네.

이제야 원래의 공기 같은 존재감으로 돌아간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크큭.. 니 놈인가..."

내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아­ 시발..

좆같은 목소리에 나는 이 자리가 왜 비어있는지 깨달았다.

옆을 돌아보자 오른쪽 눈에 해골 모양이 그려진 안대를 쓰고 있는 미친놈이 보였다.

내가 욕을 한 게 아니라­

이 녀석의 별명이 미친놈이었다.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미친놈.

작은 키에 흰색 머리 그리고 해골 안대를 한 미소년..

뚜렷한 특징들 덕분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얼굴이 반반해서 학기 초에 여러 여자애들이 접근했었지만, 이해 못할 말들만 늘어놓는 녀석에게 모두 진저리를 치면서 멀리했다.

그 이후로 이 놈의 별명은 공식적으로 미친놈이 됐고 본인도 그 별명에 만족하는 듯했다.

이 녀석은 다른 사람들이 기피한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했다.

그리고 그런 동질감은 내게 동족 혐오를 불러 일으켰다.

"뭐이 개새끼야."

나도 모르게 강약약강의 특성이 나왔다.

"크큭.. 담력은 대단하군... 어둠의 주인인 나에게 그렇게 말하다니.. 역시 침묵의 여제가 선택할만해.. 크큭... 그래도 조심하라고 다음에는 내 오른손이 날.뛸.지.도. 모르니..크큭 "

미친놈이 해골모양의 안대를 잡으면서 중얼거렸다.

이 새낀 아까부터 왜 자꾸 입으로 크큭이라고 하는 거야.

진짜 하루가 너무 길었다.

"뭐라는 거야 시발."

"크큭.. 나는 '연' 이라고 한다. 건방진 네 놈의 이름은 뭐지?"

"니 이름 철수잖아."

"큭... 멍청하긴.. 그건 인간들을 속이기 위한 가명이다... 크큭.. 어리숙하군..."

자꾸만 속을 긁는 녀석을 보며 고민했다.

이 새끼 정도는 싸워도 내가 이기지 않을까?

오늘 쌓인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했는데..

나는 오른손을 쥐었다 피며 손을 풀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용사학개론 담당 베르하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베르하임 선생님은 전대의 유명한 용사였다.

전대의 탑 랭크의 용사들이 모여서 마왕 사냥 파티를 짰을 때 베르하임 선생님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고 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해당 파티가 마왕에게 시체조차 남지 않을 만큼 잔인하게 당했으므로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몇몇 용사들은 그런 베르하임 선생님을 겁쟁이로 평가하며 손가락질 했다.

마왕에게 도전하기 무서워서 도망친 용사라고.

비록 용사의 원대한 소망 중 하나인 마왕을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사지 멀쩡하게 죽지 않고 저렇게 꿀 빨면서 나랏돈을 받아먹고 있다는 점에서 베르하임 선생님은 내 롤모델 중 하나였다.

용사라고 모두 마왕에게 달려들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선입견 아닐까.

심지어 베르하임은 젠틀하게 생긴 외모 덕분에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베르하임은 내 기준에서 제일 성공한 용사였다.

"크큭.. 저 패배자 놈.."

미친놈의 중얼거림은 애써 못 들은 척 했다.

"자자 이번에 이야기 할 내용은 용사의 탄생 이유에 관해서입니다! 혹시 아는 사람?"

베르하임 선생님이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의 말에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손 들었다.

"악을 섬멸하기 위해서지.. 크큭... 절망...혼돈.. 크큭.."

다행인 점은 미친놈이 손을 들지 않고 중얼거리기만 한다는 점이었다.

일말의 이성이 남아있는 건가?

덕분에 내 스트레스만 늘어났다.

"아 거기 학생! 말해봐요!"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베르하임 선생님의 지목을 받은 학생이 일어나서 대답했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에요. 자 다들 박수!"

베르하임 선생님이 부드럽게 이야기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요. 자! 다른 학생?"

이번에는 한 명이 손 들었다.

"거기 학생 말해봐요!"

베르하임 선생님의 지목을 받은 학생이 일어났다.

그 뒤통수가 낯익었다.

"세상이 용사를 필요로 해서입니다."

지목 받은 학생이 남자 목소리임에도 기분 좋아지는 미성으로 대답했다.

아 루크였네.

재수 없는 새끼.

쟤도 이 수업 듣는구나.

문득 쟤는 돼지고기를 먹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못 먹었겠지?

"와! 정답이에요! 다들 박수!"

베르하임 선생님이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선생님을 따라 학생들도 열심히 박수를 쳤다.

루크는 익숙하게 인사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용사의 탄생은 마왕과도 연관이 되어 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세상이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서든 평화를 위해서든 용사를 필요로 해서 입니다. 용사라면 이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마족들을 없애고 마왕을 죽이는 것이 용사의 존재 이유가 아닙니다. 용사는 자신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베르하임 선생님이 목이 아픈지 잠깐 말을 쉬면서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에 강의실에 작은 정적이 흘렀다.

모든 학생들이 베르하임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 단 한 명만 빼고.

"위선이군.. 크큭 용사의 목표는 모든 악의 섬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크큭... 마왕 앞에서 도망친 겁쟁이답군."

옆에서 철수가 해골 모양이 그려진 안대를 붙잡고 중얼거렸다.

다행인 점은 그 소리가 매우 작았다는 것이고, 안타까운 점은 전대의 유망한 용사였던 베르하임 선생님의 청력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거기 학생? 뭐라 그랬지?"

베르하임이 우리 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강의실의 학생들이 모두 뒤를 돌아 우리를 쳐다봤다.

하하 철수 이 새끼 이제 좆됐네! 깝죽거리더니!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에 받은 스트레스가 싹 사라졌다.

근데 선생님과 학생들이 쳐다보는 위치가 약간 이상했다.

고개를 돌려 철수를 돌아보니 이 미친놈이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시발놈아 니가 했잖아.

그냥 아까 줘패놓을걸.. 개새끼.

나는 억울함을 잔뜩 담아 베르하임 선생님을 쳐다봤다.

나와 미친놈 사이를 애매하게 가리키던 베르하임 선생님의 손가락이 야속하게도 나를 가리켰다.

"네?!"

어쩔 수 없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답했다.

나는 최대한 무해한 표정을 지었지만, 역시 약간 치솟은 눈꼬리 때문에 소용이 없는 듯했다.

베르하임 선생님은 애써 미소 짓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굳어있었다.

"방금 마왕이 뭐라고 하지 않았나?"

되묻는 베르하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이 미친놈이 말한 부분이 베르하임 선생님의 역린인 듯했다.

그래도 베르하임 선생님이 미친놈의 말을 정확하게 들은 것 같진 않았다.

나의 생존 본능이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마왕에게 도전한 용사답다고 했습니다! 저였으면 도전할 생각도 못 했을겁니다! 역시 베르하임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나는 여인에게 속삭이듯이 달달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를 보고 있는 여학생 몇 명이 인상을 찡그렸다.

다행히도 베르하임 선생님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하 아부하지 않아도 되네. 그저 용사의 의무 중 하나를 이행하려 한 것 뿐이었으니까. 비록 능력이 부족하여 마지막에 참여하지는 못 했지만.. 하하 부끄럽구만"

베르하임 선생님은 아부를 좋아하는지 안 그런척해도 굳었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역시 아부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자네 이름이 뭔가?"

베르하임 선생님이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에이든 입니다!"

"그래. 에이든­ 다시 자리에 앉아도 좋네."

베르하임 선생님이 한결 따뜻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꾸벅 인사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크큭.. 역시 나의 은신술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군.."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나는 미친놈의 목소리를 못 들은척했다.

"여러분은 앞으로 용사가 될 예정이니 용사란 것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 됩니다. 용사 아카데미의 높은 문턱을 통과하고 들어온 여러분들이지만. 용사 아카데미를 졸업한다고 모두에게 용사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만 해도 용사 시험까지 통과해 용사 자격을 받은 사람들이 밖에 수두룩합니다."

베르하임이 전보다 밝아진 목소리로 다시금 강의를 시작했다.

"크큭.. 죄다 이름만 용사뿐인 가짜들 뿐이지... 크큭 안 그런가?"

미친놈이 안대를 끼지 않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자꾸만 옆에서 긁는 목소리에 짜증이 올라왔다.

나는 강한 사람한테는 참지만, 나보다 약한 놈한테는 참지 않는다.

"너 시발 왜 자꾸 친한 척이야."

오른손 주먹에 힘을 주면서 녀석을 노려봤다.

"크큭.. 너에게서는 동족의 냄새가 난다.."

미친놈이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닥쳐. 말 걸지 마."

난 단호하게 내 의견을 피력했다.

"크큭.. 아직 각성하지 못한건가.. 인정하는 순간이 올 거다.. 동족.. 아아 !...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크큭"

내게 말을 하던 미친놈의 왼쪽 눈이 위로 올라가더니 혼잣말을 했다.

순식간에 왼쪽 동공이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소름 끼쳤다.

컨셉이어도 이 정도면 중증인데.

굳이 미친놈과 싸울 필요는 없지.

오른손에 들어간 힘을 풀며 고개를 돌렸다.

"크큭.. 오늘은 여기 정도까지만 하지.."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입니다."

녀석이 말을 마치자 동시에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이 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미친놈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재수가 없으려니.

이거 성직자한테 성수라도 한 병 사서 마셔야 되나.

이번 달 예산이 좀 빠듯한데.

***

루나는 평민 중에서도 못사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주변 집들 사정도 다 비슷했으므로 딱히 불만은 없었다.

루나의 부모에게 자식들은 노동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루나는 그런 부모를 어느 정도 이해했다.

매일 주린 배에 잠을 못 이루다 닭이 우는 소리에 다시 일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를 갖기란 어려울 것이니.

그런 부모에게 유독 힘이 약했던 루나는 골칫거리였다.

"이 쓸모없는 년!"

"참아! 그래도 외모가 반반하니까 좀만 더 크면 비싸게 팔 수 있을 거야."

일을 하다가 무거운 무게에 못 이긴 루나가 넘어지면 항상 부모가 하던 대화였다.

하루는 남동생이 루나의 무게의 두 배를 들어올려 부모에게 칭찬 받았다.

어린 루나도 부모의 칭찬이 너무 받고 싶었다.

그래서 루나는 간절히 원했다.

저 물건을 들 수 있게 되기를.

가난한 아이의 소원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지만 루나의 소원은 우습게도 이루어졌다.

아니 루나 스스로 이루어냈다.

루나는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남동생보다 몇 배에 해당하는 무게의 물건을 손가락으로 옮겼다.

남동생의 허탈한 표정을 보며 루나는 뿌듯하게 웃었다.

"마..마법사..."

루나의 모습을 본 아버지라 불리는 자가 말했다.

루나는 그들이 이제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이라 확신했다.

루나는 가족 중에서 제일 큰 무게를 옮길 수 있으므로.

그 예상이 맞은 듯 그날 저녁에는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여 고기를 먹었다.

"이 돈이면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어! 하하하하!"

"그래도 더 튕겨보는 게 어땠어요? 듣기로는 천재라는데.. 혹시 더 받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에이 무서운 소리하지말어! 상대는 귀족이라니까! 더 욕심내면 우리 목이 날아가 버리니까 조심해야 돼. 자네는 이따가 저 아이를 깨끗이 씻겨서 꽃단장해놓도록 해! 그 시집올 때 입었던 옷 그거 입혀."

"사이즈가 맞으려나.. 알았어요.. 호호."

부모의 대화를 이해하기에 루나는 너무 어렸다.

루나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고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것이 존재했다니!

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처음으로 화기애애한 집 분위기에 루나는 마냥 행복했다.

그날 저녁 처음으로 우리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집의 욕실을 빌려 목욕이라는 것을 했다.

분명 깨끗한 물로 시작했는데 목욕이 끝날 때쯤 물은 검은색으로 변해있었다.

"호호 곱다 고와!"

엄마라 불린 이는 루나의 작은 몸을 만지면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해하지? 이게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이야."

물론 이해하지 못했지만,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엄마라 불리는 이의 밝은 웃음에 마냥 행복했다.

다음 날 아비는 루나를 데리고 궁전같이 큰 집으로 데리고 갔다.

새로 입은 옷은 루나에게 너무 커서 걷기가 불편했다.

루나는 바보같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다해서 걸어야했다.

아비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루나는 태어나 처음 보는 큰 집으로 들어갔다.

큰 집에서 데리러 나온 사람은 깔끔한 검은 옷을 입은 여자였다.

"이 쪽으로."

여자의 눈빛이 너무 차가워 루나는 아비 뒤로 숨었다.

숨은 루나를 아비가 힘으로 끌어내서 억지로 자신 옆에 세웠다.

우리는 크고 빛나는 방으로 안내됐다.

"들어오거라."

안에서 차가운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는 우리 가족이 다 누워도 될만한 크기의 책상이 있었고 책상 뒤에는 빨간 머리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루나는 그전까지 고귀함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지만, 빨간 머리의 여자를 보고 깨달았다.

빨간 머리의 여자는 고귀했다.

아비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땅에 머리를 찧었다.

얼마나 크게 찧었는지 쾅 소리가 났다.

루나도 서둘러 아비를 따라 하려 했지만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막았다.

"너구나. 마법을 스스로 개화했다는 아이가."

빨간 머리 빨간 입술의 여자가 재밌다는 듯 루나를 보며 웃었다.

아비라 부르던 자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에게 주머니를 받고 서둘러서 방에서 나갔다.

그 남자는 나가면서 단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어린 나이지만 루나는 이제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음을 직감했다.

"쯧, 저런 것도 아비라고.."

빨간 머리의 여자가 짜증 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귀엽게 생겼네. 이리로 와보렴."

빨간 머리의 여자가 루나를 보며 웃으며 손짓했다.

루나는 빨간 머리의 여자의 품에 안겼다.

"내 이름은 로사 엘리언트야. 앞으로 잘 부탁해."

빨간 머리 여자의 품은 따뜻했다.

그에 루나도 서둘러 이름을 말하려고 했지만, 루나의 입을 여자가 손으로 막았다.

"천한 이름은 잊어. 이제 너의 이름은 루나야. 내가 달을 좋아하거든. 나의 달."

로사가 붉게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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