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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0화 (10/233)

〈 10화 〉 이기는 병신

* * *

소녀가 다짜고짜 시작한 고문이 마침내 끝났다.

그리고 드러난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소녀는 지금까지 어떤 생물체도 하지 못한 아니 가히 할 생각 자체를 못한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

미스릴로 되어있어 빛나고 매끈한 내 검신에 '에이든 루나' 라고 글자를 박아둔 것이다.

한 나라의 왕조차도 무릎 꿇고 받던 나를!

감히!

그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 했던 내 검신에다가!

그것도 대문짝만하게!

무슨 싸구려 명품 로고처럼!

심지어 글씨도 못 쓰는지 삐뚤빼뚤했다!

나는 소녀에게 미적 감각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 검생 최고의 수치였지만 불평할 수 없었다.

이미 나는 이 소녀의 손에서 검인 내가 느낄수 있는 모든 고통을 느낀 상태였다.

도대체 검인 내게 어떻게 인간이 고통을 주는 건지 가늠조차 안 됐다.

처음 느껴보는 극한의 고통에 나는 검존심을 꺽었다.

사실 나는 검중에서 유연한 편에 속한다.

사춘기의 소녀가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수도 있지 ! 하하하.

'전설의 검인 이 몸을 고작 기념 선물로 준다는 말인가 ?'

하하 민망하지만 나는 말 그대로 전설의 검이다.

어떤 왕국의 건국 신화에도 등장한 경력이 있는 경력검이다.

물론 그 왕국은 내게 정신이 팔린 왕 때문에 망했지만.

"응 기뻐하겠지 . 흐응 에이든은 항상 더 강해지고 싶어했으니까.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소녀가 콧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소녀는 나를 무슨 몽둥이 휘두르듯 휘둘렀다.

"에이든이 좋아할거야 !"

소녀가 아이처럼 뛰면서 좋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소녀는 정상이 아니다.

일단 이 소녀의 손에서 벗어나는게 제일 중요했다.

인간의 비위를 맞추는건 내 특기 중 하나였다.

'소년이 좋아하겠군.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검사 중에서 나를 좋아하지 않은자 없었다. 어느 검사는 내게 사랑을 구애한 적도 있었지 ! 내 취향은 레이피어라서 거절했지만 . 아 오해하지말게 굉장히 신사적으로 거절했다네. 나는 달린 것들은 싫어 ! 이렇게 하하'

나는 인간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잘 안다.

"뭐 ? 좋아한다고 ?"

소녀의 음성이 갈라졌다.

음? 내가 생각한 반응이 아닌데 ?

'그렇다. 이 윤기나는 백 프로 미스릴로 만든 검신과 그 위에 품위를 더하기 위해 아다만티움으로 그려진 문양 ! 무엇이든 베어 넘기는 이 검의 절삭력 ! 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검사가 어딨겠는가 ! 전에는 나를 갖기위해 왕국끼리 싸운적도 있었다. 물론 둘 다 망했지만 ! 하하하'

생각보다 소녀의 이해력이 딸린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안돼안돼안돼 에이든은 나만 좋아해야돼. 어떻게하지 ? 어떻게하지 ?"

뭔가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소녀가 갑자기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었다.

물어뜯은 손톱에서 피가 터져나왔지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전에 벨 크리다흐 손에 들려 마왕과 대적했을때도 이 정도로 오싹하지는 않았다.

이 소녀는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망각했었다.

이 소녀는 상대에게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다.

­ 자네는 그 나불대는 주둥이 때문에 언젠가 화를 입을 것이야. ­

­ 나는 미스릴로 만들어져서 불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네 도마뱀 친구 하하하 ­

노란 도마뱀이 내 농담에 질려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을 나는 가볍게 넘겼었다.

'잠깐 잠깐! 걱정하지말게 ! 나는 스스로 예기를 조절할수 있으니 ! 적당히 내 예기를 뽐내겠네 ! 살짝 못나 보이게 하겠네 ! 제발 ! 살려줘 !'

마지막 두 마디는 전설의 검인 내가 뱉기에는 너무 추잡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고 싶은 걸.

내 말에 소녀가 중얼거리는 것을 멈췄다.

"아 그럼 되겠다!"

소녀가 밝아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휴­ 한시름 놨군.

나는 검 중에서 임기응변에 능한 편에 속한다.

물론 다른 검과 대화해본적은 없지만 하하.

소녀는 나를 뽑았다.

그리고는 내 검면에 손을 올렸다.

'안돼애애애 !!!!'

아까보다도 더욱 끔찍한 고통이 강타했다.

으아아아악! 이 미친 여자가! 뭐하는거야!

표면에 끊임없이 루나라는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삐뚤빼뚤하게!

쓸거면 제대로 쓰던가!

내가 무슨 동네 담벼락이냐고!

이 고귀한 내가!

으아아아악 검 살려!!!

아 물론 진짜로 살리지는 못한다.

검인 내가 살아있다고 말하기는 이상하니. 하하

으아아아악!

내 검신에 빽빽히 루나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더럽혀졌어...

"이러면 이 검을 볼 때마다 나를 생각할거야. 히히"

소녀가 소름끼칠 정도로 순수하게 말했다.

'네! 맞습니다! 주인님!'

나는 검존심을 꺽을 수 밖에 없었다.

"흥흥 ~"

소녀의 흥얼거림은 더 이상 감미롭지 않았다.

소녀는 미쳤지만 그래도 실력만큼은 내가 본 생물 중에서 최고였다.

가볍게 손짓으로 미스릴에 글을 새기다니.

노란 도마뱀도 그건 하지 못 했다.

물론 할 생각조차 안했지만.

그런 소녀가 검을 주는 상대는 최강의 검사임에 틀림없었다.

검에게 최고의 꿈은 최강의 검사 손에 들려 세계를 호령하고 수많은 적들을 베어넘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로 검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본 적은 없어서 표본은 부족하지만.

그 사실을 위안 삼았다.

제발 빨리 선물해줘.

최강의 검사에게 !

***

베기 천 번, 찌르기 천 번을 하고 나니 몸이 약간 더웠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인지 검술 실습장이 후끈해졌다.

다들 자세는 다르지만 끝나는 시간은 비슷했다.

"자­ 다들 앞에 나와 목도를 하나씩 가져가세요. 앞에 있는 사람과 간단한 대련을 하겠습니다."

피오라 선생님은 벤자민 선생님처럼 손짓으로 물건을 옮길 수는 없나보다.

역시 검사보다는 법사가 꿀이야.

학생들이 각자 하나씩 목도를 집어갔다.

"가벼운 검술 대련입니다. 급소를 공격하는 것은 금지입니다."

내 앞의 상대를 확인했다.

내 상대는 건방진 케이트였다.

작은 키와 어울리지 않는 유난히 발육이 잘 된 신체에 금발의 머리를 지닌 여자애였다.

귀염상의 얼굴이지만 너무 오냐오냐커서 싸가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별나게 나한테만 틱틱 거렸다.

나도 검술에 재능이 별로 없지만 얘는 나보다 더 심했다.

형편없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그래도 얘는 나와 달리 꽤 좋은 집안의 자제였다.

정확히 어디 가문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애들이 대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니 꽤 높은 집안인 듯 했다.

마지막 대련에서는 내가 이겼었다.

나한테 맞고 펑펑 울었었지.

"뭐야? 내 상대가 고작 이런 평민이야 ? 시시한데"

케이트가 얇은 입술을 비틀며 이죽거렸다.

"뭐래 검술 좆도 못하는게"

"뭐?! 우리 지금 1승 1패거든!"

"내가 마지막에 이겼는데 좆밥아?"

원래 마지막에 이긴 사람이 이긴 법이다.

"그건 니가 힘으로 밀어붙여서 이긴거잖아! 사내새끼가 비겁하게!"

케이트의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네 다음 좆밥­"

나는 내 외모에 걸맞는 비열한 표정으로 한 번 더 도발했다.

"떠! 뜨자고! 이번엔 진짜 다를 줄 알아!"

케이트가 목검을 붕붕 소리가 나도록 휘둘렀다.

싸움은 선빵이 필승이다.

비록 상대가 여자여도 나는 최선을 다한다.

재빨리 케이트에게 달려들어 목검을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이게 말하는데 비겁하게!"

케이트가 목검을 수직으로 들어 내 공격을 막았다.

동작이 좀 더 빨라졌네 저번에는 이거에 당했었는데.

나는 목검에 힘을 더 줘서 밀어붙였다.

"이게 무식하게 힘으로!"

케이트가 앙칼지게 소리쳤다.

저번과는 다르게 케이트의 목검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러자 내 목검이 빗겨져서 옆으로 빠졌다.

이.. 이게 뭐야.

당황해서 반응하지 못했다.

내 가슴팍에 케이트의 목검이 정확하게 꽂혔다.

순간적으로 숨이 안 쉬어지면서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쪽팔리게 엎어지기 싫었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서 겨우 버텼다.

나보다 약한 녀석에게 질 수 없다.

그것은 내 유일한 철칙이다.

"평민인 너는 이런거 모르지 ~? 푸하하하"

케이트가 내 모습을 보면서 교양있게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마 상승 검술이라는 거겠지.

케이트의 웃는 모습이 너무 꼴보기 싫었다.

최대한 힘을 억지로 다리에 실어서 뛰었다.

방심하고 있는 케이트의 배에 있는 힘껏 목검을 찔러넣었다.

"바보같은 평민 하하하! 부탁하면 알려줄지도~? 응? 꺄아악!"

신나게 웃고 있던 케이트의 배에 정통으로 내 목검이 박혔다.

정확하게 배를 맞은 케이트가 배를 잡고 주저 앉았다.

"큭..네.. 다음.. 좆밥!"

고통에 억지로 나오지 않는 말을 끄집어냈다.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에게는 절대 지지 않아.

이 좆밥아!

"흐윽.. 이 .. 비겁한 놈이!"

숨을 거칠게 쉬며 케이트가 목검을 들고 일어났다.

케이트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일어날 수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힘이 덜 실렸던 듯 했다.

내가 좀 심했나?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질 때­

"이 멍청이!"

케이트가 휘두른 목검이 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강한 충격이 머리에서 느껴지며 정신이 멀어졌다.

퍽!

비겁한 년­

갑자기 때리는 게 어딨어..

"꺅?! 괜찮아?! 에이든?!"

지가 처 때려놓고는 악마같은..

쓰러지는 나를 잡는 부드러운 손의 감촉이 느껴졌다.

"헤으응.."

"이상한 목소리 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옆에서 듣기 싫은 대화가 들리며 세상이 어두워졌다.

***

미약한 개운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케이트... 이 악마같은 년..

머리를 정통으로 때리다니.

바닥에 누운 것치고 머리 뒤가 푹신하고 따뜻했다.

뭐지 이 기분 좋은 푹신함?

뭔가 향기도 나는 것 같은데.

킁킁.

냄새를 맡고 있는데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괘..괜찮아 ?!"

위를 올려보니 큰 덩어리가 두 개 보였다.

뭔 덩어리가 말을 하지?

덩어리가 살짝 움직이더니 케이트의 오밀조밀한 얼굴이 나왔다.

케이트가 무릎 베개로 내가 일어나는 걸 기다려주고 있었다.

"지가 쳐 때려놓고는 뭘 괜찮아­?"

케이트의 얼굴을 본 순간 울분이 솟구쳤다.

나는 언성을 높여 케이트를 타박했다.

이럴 때는 항상 목소리가 큰 놈이 이긴다.

"니.. 니가 먼저 때렸잖아 ! 비겁하게 ! 갑자기 !"

케이트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나는 배였고! 너는 머리잖아! 너 내 머리가 좀만 덜 단단했으면 살인자 될 뻔한거야! 알아?!"

이럴 때는 상대가 생각할 수 없도록 몰아 붙여야된다.

"그.. 그래도! 배.. 배도! 아팠거든!"

"뭘 그래도야! 너는 내 머리가 돌머리인걸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다보니 나도 이해가 안되는 말들 이었지만, 뭐든지 큰 목소리로 우기면 사실이 된다.

계속된 내 질책에 케이트의 얼굴이 빨개졌다.

"고맙다고 해! 내 돌머리한테!"

내가 말하고도 스스로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고­고맙?!"

케이트가 머뭇거렸다.

"빨리 돌머리야 고마워라고 외쳐!!"

나는 다시금 케이트를 재촉했다.

"고..고.. 고맙긴 뭘 고마워! 이 멍청이가!"

케이트가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케이트의 무릎을 베고 있던 나는 땅바닥에 처박혔다.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나 죽어!"

케이트에게 맞은 머리를 잡고 과장되게 뒹굴었다.

그런데 왼쪽이었나? 오른쪽이었나?

헷갈리네.

"이 멍청아! 반대쪽이거든!"

아 오른쪽이었나보네.

나는 슬쩍 손을 오른쪽으로 옮겼다.

"아이고 나 죽어­ 머리에서 피가 콸콸콸!"

"이미 우리 치료사가 치료까지 한 상태거든?! 남자가 엄살 좀 그만 부려!"

케이트가 씩씩 거리면서 소리쳤다.

어쩐지 안 아프더라니.

나는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이 비겁한 사람! 못된 것만 알아가지고!"

케이트가 나를 손가락질하면서 어색한 욕을 했다.

"어쨋든 너 머리 쳤으니 내가 이긴 거다?"

검술 실습 때 머리를 때리면 패배 처리된다.

나는 내 트레이드 마크인 비릿한 미소를 보여주며 이죽거렸다.

"이익!!! 이 비겁한 놈!"

케이트가 분을 못 이겨 다리를 굴렀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풀렸다.

케이트를 놀리는 것은 늘 효율이 좋다.

"흥­ 떼 써도 소용없어. 패배자! 추하다! 우­"

나는 한 손의 엄지를 아래로 내려서 도발했다.

"이..이! 다음에 죽을 줄 알아 "

케이트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소리지르며 밖으로 뛰어갔다.

"응­ 좆밥이랑 안해­"

나는 그런 케이트의 등에 소리쳤다.

양손의 중지도 덤으로 보여줬다.

속이 다 후련했다.

물론 케이트에게 다음은 없다.

다음에 또 대련하면 백이면 백 내가 진다.

상승 검술을 배운 케이트와 검으로 겨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붙지 않으면 최종 승자는 내가 된다.

마지막에 이긴 놈이 이겼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다.

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기는 병신이 나은 걸.

저번까지는 그래도 내가 이겼었는데 이번에는 아슬아슬했다.

이게 상승 검술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였다.

각 동작 사이의 매끄러움.

나는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라는 것의 활용.

그 차이들은 무식하게 검을 휘두른다고 메꿀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재능이 있다면 혼자서도 검술을 발전시킨다고는 하지만.

방금 봤다시피 나는 형편없는 케이트한테도 졌다.

품 안에 저번에 루나에게 받은 주머니를 만졌다.

루나가 되돌려달라고 할까 봐 못 쓰고 있었다.

이 정도 돈이면 어떻게든 검술서를 하나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크흡! 좀 더 세게!"

옆에 엎어져있던 케일이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으응?!"

주변을 둘러보자 수업이 끝났는지 실습실에는 나와 케일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으휴­ 돼지 새끼"

"에이든? 다들 어디 갔어?"

"수업 끝난지 한참됐다."

뻐근한 몸을 풀며 대답했다.

"날 기다려준거야?! 에이든?!"

케일이 부담스럽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래. 그러니까 오늘 점심은 니가 사라"

물론 나도 방금 일어났지만 세상에는 굳이 안 말해도 되는 것들이 있다.

"남자들의 우정! 역시 에이든은 입이 험하지만, 속은 괜찮다니까!"

케일이 벌떡 일어나며 과장되게 소리쳤다.

역시 이 녀석은 단순해서 좋다.

오늘 메뉴가 뭘까 생각하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이 냄새는 특제 소고기!!"

식당에 다가가자 케일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빨리 가자!!! 너무 늦지 않았어야 되는데!"

우리는 향기로운 냄새가 나오는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이구 학생 ~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좀만 더 일찍 오지!"

아주머니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또 시발 풀 쪼가리..

왜 매번 고기가 부족한데 적게 만드는 거야.

욕이 입 끝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고기가 없다니?! 이건 인간의 존엄성과 학생의 인권 그리고 그 너머의 기쁨에 관련된 문제인데!!!"

옆에서 케일이 무릎꿇고 애절하게 소리쳤다.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케일이 울부짖었다.

식당 안의 모든 사람이 케일의 일인극을 구경했다.

"아이구 학생 미안혀 ~"

여기서 칭얼댄다고 없던 고기가 생길 리가 없었다.

지랄하는 케일 덕분에 옆에 있는 나도 같이 시선을 받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매점이나 가자."

나는 무릎 꿇은 케일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어차피 오늘은 케일이 사는 것이니 부담 없었다.

"아! 매점이 있었지! 하늘은 역시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 준다니까!!"

케일이 마치 구원을 받은 것처럼 과장되게 팔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어디에 둬도 창피한 놈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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