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1화 (11/233)

〈 11화 〉 메론빵 사건.

* * *

검을 처음 잡았을 때 키아나는 느꼈다.

손에 감기는 검의 감촉이 키아나에게 말하는 듯했다.

이 길이 너의 길이라고.

"쓸데없는 짓 그만하라고 했지! 키아나 엘리아스!"

불편해 보이는 드레스를 입은 어머니가 키아나의 방문을 열며 소리쳤다.

분명 어제 나는 최연소로 상승 검술을 터득했는데.. 키아나는 어머니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고운 아미가 잔뜩 구겨졌다.

"취미 정도로 생각해서 내버려 뒀었다. 검술을 하는 게 흠이 되지는 않으니!"

어머니가 손에 있는 부채를 탁하고 펼쳤다.

"그런데 뭐 최연소 상승 검술?!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니는거냐! 너란 아이는!"

얼굴이 붉어진 어머니가 더운지 부채로 얼굴을 식혔다.

어제 스승님 반응과는 정반대군.

키아나는 쓴웃음 지었다.

문득 키아나는 스승님의 천박한 웃음소리가 그리웠다.

"여자애면 여자애답게! 외모 좀 꾸미고! 사교회도 나가고! 그런 사내 같은 옷도 그만 입고!"

어머니가 늘 하던 소리를 지겹지도 않은지 또 늘어놓았다.

사실 키아나는 어머니가 방에 뛰어 들어왔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상승 검술을 펼쳤을 때, 스승님의 웃음이 너무 밝아서.

스승님의 자랑스러운 웃음에 정말로 자신이 큰일을 해낸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 정도면 어머니도 키아나를 이해해주고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키아나는 기대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결국, 어머니에게 딸이란 이쁜 인형에 불과했다.

이쁘게 보관하고 길러 다른 가문과의 연결고리로 쓰기 위한.

그리고 키아나는 가문에서 만든 특 상품의 인형이었다.

검을 잡기 전까진.

성질을 참지 못한 어머니가 키아나에게 물건을 집어 던졌다.

물론 키아나의 얼굴은 피해서.

키아나는 날아오는 물건들을 피하지 않았다.

"왜! 너는 내 속만 썩이느냐 말이야! 왜! 동생 엠마처럼! 좀! 엄마 말 좀 듣고!"

평생 운동이라고는 산책밖에 하지 않은 어머니가 던지는 물건들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키아나는 날아오는 물건에 담긴 어린아이 같은 힘이 슬펐다.

아아 불쌍한 내 동생 엠마.

엠마는 키아나와 달랐다.

착한 아이라 어머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거의 방에서 나가지 못해 눈처럼 하얀 피부.

키아나를 볼 때면 항상 밝게 웃어주는 아이.

메론빵을 좋아해 키아나가 아카데미에서 돌아올 때면 항상 메론빵을 부탁했던 아이였다.

키아나가 엇나가는 만큼 어머니는 엠마에게 기대했다.

그건 분명 엠마에게 부담이 됐으리라.

"제발! 그런 검 장난 좀 그만하고!"

물건을 던진 어머니가 숨이 찬지 멈췄다.

어머니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까지 고여있었다.

"이렇게 이쁘게 낳아줬지 않느냐! 왜 그런 무식한 검 장난을 하는 것이냐! 하얗던 피부도 타고.. 손도 이렇게 거칠어지지 않았느냐!"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키아나의 손을 잡았다.

검을 하도 휘둘러 굳은살투성이인 키아나의 손을 어머니가 부드럽다 못해 물렁물렁한 손으로 어루만졌다.

"용사 아카데미도 이해했다. 거기에는 명망 높은 집안의 자제들이 많으니! 그런데 뭐?! 세기의 재능?! 여자아이에게 검에 대한 재능이 왜! 필요한 것이냐!"

말을 하다 다시 화가 솟구쳤는지 어머니가 키아나의 뺨을 때렸다.

이건 의외군.

할머니의 어릴 적 모습과 내가 너무 똑같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키아나의 얼굴은 건드리지 않았다.

맞은 뺨에서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

뺨을 때린 어머니도 놀랐는지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니까 제발 그런 쓸데없는 짓 좀 그만하거라!"

어머니가 키아나의 뺨을 어루만지고 뒤돌아서 나갔다.

분명 맞은 건 나인데 왜 어머니가 우는지.

키아나는 굳은살이 잔뜩 박힌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흉하긴 하군.

피식하고 웃은 키아나는 쓸데없이 큰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안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다.

말 그대로 쓸데없이 예뻤다.

차라리 못 생기게 태어나지.

누구도 쓸데없는 기대하지 않도록.

키아나는 억지로 표정을 흉측하게 구겼다.

물론 노력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아름다웠다.

정말 쓸데없군.

***

시간이 다시 흘렀다.

고집불통인 키아나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결국 검을 놓지 않았다.

"상승 검술을 네 나이에 이렇게 완벽하게 펼친 사람은 없을 거다 하하하 역시 내 제자 답군! 푸하하하!"

스승님이 천박하게 웃으며 땅을 뒹굴었다.

가끔 의문이 들었다.

저런 사람이 제국 제일검이라니.

"차기 제국 제일검은 너다! 키아나! 세습제로 가는 것이야! 프하하하! 벌써 벨 노인네의 죽상이 눈에 훤하구만!"

스승님이 배를 까뒤집으며 웃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키아나는 감이 오지 않았다.

"어라? 키아나야 기쁘지 않느냐?"

한참을 웃던 스승님이 고개만 들고 물었다.

"기쁩니다."

키아나는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기쁜 표정을 지었다.

"역시 키아나는 재미없는 아이구나! 프하하하 뭐 아무렴 어떻겠느냐! 차기 제국 제일검인데! 빨리 벨 노인네 얼굴이 보고싶구만! 프하하하!"

스승님이 다시 바닥을 구르며 세상이 떠나가라 웃었다.

결국, 키아나도 따라서 풋 하고 웃었다.

"뭐 상승 검술을 마스터해?!"

어머니가 먹던 빵을 키아나의 얼굴에 던졌다.

키아나는 빵은 맞아도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껄끄러운 이야기는 식사 시간에 해야겠네.

"예. 제국 최연소 나이입니다."

키아나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식사 자리에서 뭐 하는 건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소리쳤다.

어머니가 거친 숨을 다스리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축하한다. 제국 제일검님이 내게 최고의 재능이라고 한 것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아버지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높낮이 없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키아나는 정말 축하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발렌티노 가문에서 혼약이 들어왔다."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하며 금색의 차가운 눈동자로 키아나를 응시했다.

"저는.. 제국 제일 검이 될 겁니다."

키아나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의지를 말했다.

"그러느냐. 알았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약간의 정적 후 아버지의 입이 다시 열렸다.

"엠마의 혼례는 반년 뒤에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

키아나는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엠마는 혼약하기에 어린 나이였다.

심지어 지금까지 이 저택을 벗어나 본 적도 없는 아이인데 혼약이라니.

"너의 일이 아니다. 가문의 일이니, 상관하지 말거라."

키아나와 똑같은 색의 눈이 차갑게 응시했다.

키아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엠마를 쳐다봤다.

키아나의 눈빛에 엠마는 따뜻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키아나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듯했다.

도저히 자리를 견딜 수 없었던 키아나는 식사 자리를 뛰쳐나왔다.

"키아나!"

잔뜩 화가 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키아나는 무작정 저택을 나와서 걸었다.

저택은 쓸데없이 무식하게 컸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어린 시절 동생과 숨어서 놀던 장소에 도착했다.

아무도 모르게 우리 둘만 알던 장소.

바닥에는 우리가 모아뒀던 이쁜 모양의 돌들이 그대로 있었다.

키아나는 어린 시절처럼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돌들을 한 움큼 쥐었다가 던졌다.

뒤에서 누군가가 키아나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괜찮아­ 언니."

동생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키아나를 안은 팔이 너무 얇아 세게 안으면 부서질 것 같았다.

"...괜찮겠느냐."

키아나의 입에서 마른 목소리가 나왔다.

"응응 당연히 괜찮지. 상대가 완전 초 미남이래! 키도 크고! 인기가 엄청 많다는 거야 글쎄!"

동생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니까 언니는 꼭 제국 제일검이 되는 거야! 그다음에 만약 내 미래의 남편이 못살게 굴면 언니가 와서 혼내주는 거야! 알았지?!"

"걱정하지 말거라. 꼭 될 것이다. 너를 울리면 그 누구라도 베어버릴 것이다. 혹­ 그 상대가 황제라도."

키아나는 동생의 떨리는 목소리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제국 제일검이 될 것을.

***

키아나의 방으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동생의 편지였다.

결혼을 잘 마쳤고 상대 남자도 자신에게 잘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미남이라는 말과 함께 동생은 행복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마지막에는 나중에 자신을 보러올 때 메론빵을 한가득 갖다 달라고 쓰여 있었다.

결국 키아나는 동생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키아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자신이 역겨웠다.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동생을 대신 보낸 자신에게 토악질 나왔다.

화장실에서 한참이나 속을 게워냈다.

웃기게도 속을 비우니 배가 고팠다.

키아나는 그런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고 역겨웠다.

갑자기 동생이 말한 메론빵이 먹고 싶어졌다.

키아나는 지금까지 메론빵을 먹어본 적 없었다.

아마 아카데미 매점에서 팔았었지.

작게 중얼거린 키아나는 걸음을 옮겼다.

점심시간인지 아카데미 매점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키아나는 메론빵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학생들이 그런 키아나를 슬금슬금 피했다.

딱히 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한 적은 없는데 주변의 학생들은 키아나를 어려워했다.

그것이 때론 외로웠지만 어떤 때는 편하기도 했다.

지금은 외로웠다.

키아나 앞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야이 시발! 이상한 소리 그만하라고!"

남자의 입에서 상스럽고 거친 말이 나왔다.

아! 기억났다.

어제 왼쪽 신발에 흙을 묻히고 들어왔던 남자였다.

눈 끝이 약간 올라가 있어서 좋은 인상은 아닌 남자.

왠지 모르겠지만,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그 남자 옆에는 덩치가 곰만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둘이 굉장히 친해 보였다.

키아나는 그런 둘의 모습이 부러웠다.

습관적으로 남자의 신발을 봤다.

이번에도 남자의 왼쪽 신발에는 흙이 묻어있었다.

이따 말해줘야겠네.

어느새 줄이 줄어서 키아나 앞 차례까지 왔다.

덩치 큰 남자가 이것저것 많이 시켰다.

"나는 메론빵."

남자가 옆에서 한마디 했다.

메론빵이 인기가 많은가 보군.

맛있겠지? 기대돼.

키아나는 애써 메론빵으로 정신을 돌렸다.

빵을 받은 남자들이 신나서 뛰어갔다.

드디어 내 차례다.

키아나는 살면서 뭔가를 이렇게 오래 기다려 본 적이 없었다.

"메론빵 한 개 부탁드립니다."

기대되는 마음에 주문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아이고 학생 어째~ 방금 저 학생이 가져간 메론빵이 마지막 메론빵인데.."

매점 직원이 내게 말했다.

안 돼.

메론빵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꼭 먹고 싶었다.

키아나는 메론빵 하나도 자신의 의지로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그 동안 참았던 설움이 메론빵 하나에 울컥 올라왔다.

키아나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서둘러 아까 그 남자애들을 쫓았다.

덩치 큰 사내는 안 보이고 눈 끝이 올라간 남자만 보였다.

"잠깐."

키아나는 남자를 불러세웠다.

남자가 키아나의 목소리에 돌아봤다.

이미 남자는 메론빵을 뜯은 상태였다.

그 모습에 키아나는 자꾸만 목이 메였다.

"메론빵 좀."

목이 메인 키아나는 꼴사납게 울까 봐 뒷말을 하지 못했다.

"아! 네!"

남자가 환히 웃으면서 키아나에게 메론빵 반쪽을 뜯어서 줬다.

묻지도 않고 메론빵 반쪽을 키아나에게 건네는 그 모습이 너무 따뜻해보여.

키아나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어 쏟아버렸다.

갑자기 우는 키아나의 모습에 남자가 당황해서 남은 반 쪽의 메론빵도 건넸다.

키아나는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따뜻하여 꼴사납게 울면서 웃었다.

***

매점에는 메론빵이 있다.

내 소울 푸드 중 하나인 메론빵.

"에이든에게서 쿱쿱한 냄새 말고 향기가 나는데?"

옆에서 걷던 케일이 뜬금없는 소리를 하며 내 냄새를 맡았다.

"뭔 개소리야. 그리고 시발 쿱쿱한 냄새 안 난다고!"

케일의 말에 괜히 찔려서 옷 냄새를 맡았다.

아무 냄새 안 나는구만 시발.

왜 자꾸 쿱쿱한 냄새래.

"미약한 향기가 느껴져... 이 향기는.. 케이트 쨩?!"

잠시 눈을 감고 중얼거리던 케일이 케이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미친 시발.

"니가 케이트 향기를 어떻게 알아. 미친 소름 돋아."

"역시! 이 향기는 케이트 쨩의 연한 장미 냄새가 맞다니까!"

케일이 다시 내 옷에 코를 박고 냄새 맡았다.

"왜 여기서 케이트 쨩의 향이 나는 거야!"

내 옷을 뜯을 것처럼 거칠게 잡은 케일이 소리쳤다.

"아이 시발! 떨어지라고!"

주먹으로 힘껏 케일의 머리를 두드려도 역시 내 손만 아팠다.

"이제 쿱쿱한 냄새만 난다.."

한참을 내게 붙어서 냄새를 맡던 케일이 떨어지며 중얼거렸다.

"쿱쿱한 냄새 안 난다니까! 시발!"

투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매점 앞에 도착했다.

점심때라 그런지 매점 앞에는 학생들이 많았다.

우리는 서둘러 줄 제일 뒤에 섰다.

갑자기 주변에서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뭐지 하고 뒤를 슬쩍 보니 재수 없는 키아나가 우리 뒤에 서 있었다.

얼굴에 표정이 없다는 것이 무섭지만, 언제봐도 완벽한 외모였다.

아마 신이 키아나를 만들고 피곤할 때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이걸 비켜줘야 하나.

고민이 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선 줄이 아까웠다.

나는 키아나를 애써 못 본 척하며 앞에만 쳐다봤다.

"이건 키아나쨩 향기인데?! 쇠냄새에 섞인 미약한 진달래향!"

또 케일이 발작하며 개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야이 시발! 이상한 소리 그만하라고!"

나는 저런 육식 동물에게 밉보이기 싫다.

억지로 케일을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흐으으읍!"

뒤를 살짝 돌아본 케일이 이상한 효과음을 넣으며 자기 몸을 부풀렸다.

"아니 시발 니가 무슨 동물이냐고!"

그런 케일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케일은 매력적인 여성이 가까이 오면 저렇게 몸을 부풀렸다.

자기 방어 기제인가?

다행히도 몸을 부풀리면 말을 못한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포식자의 느낌때문에 뒷통수가 따끔따끔했지만, 별 문제 없이 매점까지 갈 수 있었다.

케일은 자신의 덩치에 맞게 이것저것 다 쓸어 담았다.

"메론빵 주세요!"

나는 내 소울 푸드를 주문했다.

용사 아카데미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인 따뜻한 메론빵.

케일이 시원하게 내 메론빵까지 사줬다.

역시 약속은 지키는 남자 케일!

나는 케일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키아나 쨩의 향기를 원 없이 맡아서 기분 좋은 날이야! 그럼 난 간다!"

다음 수업 강의실이 먼 케일이 인사하고 사라졌다.

메론빵과 아무도 보지 않는 환경.

내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메론빵의 봉지를 뜯었다.

황홀한 메론빵의 자태에 순간 넋을 놓아버렸다.

아아 메론빵님...

갑자기 벗겨져 당황했을 것 같은 메론빵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약간 어루만져서 긴장을 풀어줬다.

드디어 애무가 끝난 메론빵 님을 한 입 먹으려는 순간.

"잠깐."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이유는 모르지만 화가 잔뜩 나 있는 키아나가 다가왔다.

저 여자가 왜?!

나 아무 잘못 안 했어 진짜로!

나도 모르게 포식자의 눈빛에 몸이 굳어버렸다.

슬쩍 내 신발에 흙이 묻어있는지 확인했다.

아차! 왼쪽 신발에 흙이 좀 묻어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아직 건물 밖 아닌가.

"네?!"

잔뜩 화가 나 있는 키아나가 내 바로 앞까지 왔다.

나는 최대한 선량한 표정을 지었다.

"메론빵 좀."

키아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시발 너무한 거 아니냐고.

가진 것도 많은 귀족이 평민 빵을 뺏어?!

심지어 저 악랄한 년은 요구하는 문장에 동사조차 넣지 않았다.

나를 얼마나 좆밥으로 보는 거야.

물론 좆밥이지만, 난 이게 점심이라고.

하지만 초식 동물인 나는 표정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온 힘을 다해서 끌어올렸다.

나도 밥을 못 먹었기 때문에 다 줄 수는 없었다.

애타게 메론빵을 기다리는 내 배를 배신할 수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움직여 메론빵의 반을 잘랐다.

나름 정확하게 반을 잘랐다.

나는 인생에서 제일 정중하게 메론빵 반 개를 키아나에게 건넸다.

이걸로 만족해주세요 포식자님.

메론빵 반 개를 건네자 갑자기 키아나가 눈물을 흘렸다.

시발?

뭐야 왜 울어 갑자기.

지금 한 개 다 안주고 반 잘라줬다고 저러는 거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진짜 악마 같은 년

그래 니 다 처먹어라!

나는 억지로 남은 반 개도 키아나에게 건넸다.

그러자 키아나가 웃으면서 울었다.

미친.

그 모습이 내게는 너무 섬뜩했다.

요새 왤캐 이상한 애들이 많이 꼬여 시발.

성수를 사서 뿌렸어야 했는데.

이따 꼭 성당 가서 성수를 사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성수. 메모.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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