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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3화 (13/233)

〈 13화 〉 잘 때는 방문을 잠그고 자야한다.

* * *

성수의 효과 덕분인지 별다른 문제 없이 4교시까지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성수 효과가 좋은 줄 알았으면 진작 갔지.

앞으로도 자주 사 마셔야겠어.

성수라 그런지 일반 물보다 맛은 약간 이상했지만.

나는 흥얼거리며 기숙사로 돌아왔다.

방문을 열자 정감 가는 냄새가 났다.

쿱쿱한 냄새가 아니야.

정감 가는 냄새라고.

침대에 몸을 눕히자 노곤해졌다.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아직 저녁 식사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깜깜한 밤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이 방 안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은 안 늦었겠지?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가 오른쪽에서 나를 보고 있는 느낌.

천천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가 서 있었다.

루나가 침대에 바로 붙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루나는 살짝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루나의 검은 머리카락이 달빛을 흡수하여 더 검게 빛났다.

그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뭐지 시발 꿈인가 ?

하도 이상한 일이 많아서 이상한 꿈을 꾸는 건가 ?

이상하다. 나 성수 마셨는디.

나는 손을 뻗어 루나를 쿡 찔러봤다.

손가락에서 생생한 감촉이 느껴졌다.

"힛"

루나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꿈이 아니네?

사람이 정말 놀라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방금 처음 알았다.

숲속에서 자다가 눈을 떴더니 호랑이가 바로 앞에서 침 흘리고 있는 느낌.

문득 소리 지르는 순간 맹수가 달려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소리 지르면 안 돼.

절대 이 사람을 놀라게 하면 안 돼.

긴장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심장 소리가 루나에게도 들릴까 봐 걱정됐다.

손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아닌가 ? 꿈인가 ?

착각한 건가 ?

다시 한 번 찔러봤다.

"헷"

루나가 다시 이상한 소리를 냈다.

진짜잖아 !

루나의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뛰는 심장을 심호흡으로 애써 진정시켰다.

그래 얘는 원래 미친 애잖아.

그럴 수 있어.

다른 사람은 안 그래도 얘는 그럴 수 있어.

갑자기 급하게 말할 게 있다거나 그러면 몰래 내 방에 들어와서 잠자는 걸 옆에서 구경할 수도 있지.

그렇게 속으로 계속 되새기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지금 보니 루나가 오른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뭐지?

자세히 보니 미친.

시발.

리본 모양으로 포장된 검이었다.

리본 좌우대칭도 전혀 맞아서 더 기괴했다.

검이 달빛에 반짝 빛났다.

표면에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루나라고 빼곡히 적혀있었다.

여기까지구나 내 인생은 시발.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하나도 못 즐겼는데.

웬 미친년에게 칼빵맞아 죽게 생겼네.

오늘 성수도 마셨는데, 신 개새끼.

" 아.. 아아.. "

루나가 중얼거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는지,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 ?! "

루나가 솜사탕처럼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 우연이네 ! 여기서 다 만나고 ! "

해맑게 말하는 루나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

여기 내 방이야.

" 아 ! 자는 것 같아서 깨우지는 않았어 ! 나는 기다리면 되니까 ! "

루나가 나 잘했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생존 욕구에 돌대가리가 맹렬하게 돌아갔다.

일단 이 미친 여자의 니즈를 채워줘야 한다.

" 미친 시발 뭐야 ? "

살면서 최대한의 용기를 담아 말했다.

제발 이게 정답이길.

루나의 표정이 붉어지면서 풀어졌다.

일단은 정답인 것 같았다.

" 뭐하냐고 시발 "

루나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놓고는 자기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챙"

검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범인의 손에서 흉기를 내려놓게 했다.

일단은 큰 고비는 넘겼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 아 ! 선물 줄려고 ! "

루나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러더니 떨어진 검을 다시 주웠다.

시발 ?

그리고 그 검을 내게 겨눴다.

내게 영원한 안식을 선물하는 건가 ?

엉엉 신 개새끼.

나 성수 마셨잖아.

루나가 멀뚱멀뚱 나를 쳐다봤다.

그런 루나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루나의 뜻을 알았다.

" 아 이 검이 선물이라고 ? "

" 응응 ! 헤헤 ! "

그러네. 지금 보니까 이쁘게 리본도 묶어놨네.

검 중앙에 떡하니 '에이든 루나' 라고 쓰여있네.

누가봐도 선물인데, 내가 오해했었네 하하.

근데 보통 검 선물을 할 때 날 부분을 겨누지는 않잖아 ?

그리고 검집은 어딨어.

표면에 빼곡히 적힌 루나 때문에 어디 가서 쓸 수도 없을 것 같은데.

일단 최대한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표현했다.

" 와 ! 검 너무 이쁘다 ! 진짜 나 주는거야 ? 시발 ! 존나 ! 고맙다 ! "

말하다가 루나의 반응을 슬쩍 보고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 맞았어맞았어맞았어! "

루나는 내 반응에 기쁜듯 중얼거리면서 뛰고 있었다.

검을 손에 쥐는 순간 손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앗 따거 시발 뭐야 !

신나서 뛰던 루나도 멈췄다.

루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검을 노려봤다.

'아니 소녀 ! 제발 ! 내가 일부러 튕긴 게 아니야 ! 알레르기라고 알레르기 ! 검 살려주세요 ! 제발!'

뭐지 ?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들리는가?! 소년이여 다시 한번 나를 잡아보게! 최대한 참아보겠네!'

설마 검이 말하는 거야 ?

'맞네 내가 말하는 거야! 제발 ! 빨리 ! 저 소녀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안 보이는가?! 급하다네!'

어디선가 들리는 말처럼 루나가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검을 잡았다.

아까와 같은 반발력이 안 느꼈다.

나는 애써 최대한 밝게 웃었다.

'와!검 너무 이쁘다! 어떻게 내가 딱 가지고 싶었던 검을?!대단해! 라고 빨리 말해주게 ! 빨리 제발!'

" 와! 검 너무 이쁘다! 어떻게 내가 딱 가지고 싶었던 검을 ?! 대단해 루나 ! "

나는 최대한 밝은 어조로 말했다.

" 앗아아... "

루나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픽하고 쓰러졌다.

'일단 한고비는 넘겼구만. 휴­ 반갑네 소년.나는 전설의 검이네'

뭐야 이름이 전설의 검이라는거야 ? 개 촌스럽네.

'개 촌스럽다니!감히 이 전설의 검 님에게!'

뭐야 시발 내 생각듣고 있는 거야?

'부끄럽지만 그렇다네 하하!우린 이제 운명공동체라네!'

아무리 봐도 외관에 루나가 빼곡히 적혀있는 게.. 그냥 장난감 검 같은데.

'장난감 검이라니! 미스릴로 이루어진 몸일세!위의 낙서는 저 소녀가 한 거지만!'

미스릴?

'그렇다네 신의 금속 미스릴!엣헴'

팔면 많이 받겠는데 ?!

'판다니?! 이 몸은 돈을 가치를 메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네!'

아 들리지. 미안.

'조심해주게.물건에게 값이란 예민한 부분이니.. 큼큼'

근데 어차피 내가 들고 있어도 쓸모는 없을 텐데 ?

나 검술에 재능 없거든.

'그건 알고 있네. 괜히 내가 전설의 검이겠나? 나는 셀 수도 없는 검술들을 알고 있다네, 비록 몇백 년 전 것들이지만. 비록 쓰레기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네지만 내가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네.'

쓰레기 같은 재능이라니. 알고는 있었지만 남의 말로 들으니까 좀 섭섭하네.

'걱정말게. 내가 꼭 강하게 만들어주겠.. 엣취!'

다시 검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아 시발 따가.

나도 모르게 놓쳐버렸다.

'아 ! 미안하네! 내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검에서 튄 스파크가 사라졌다.

나는 검을 다시 손에 잡았다.

무슨 알레르기 ?

'크흠..'

무슨 알레르기냐고.

쟤 깨운다 ?

'음.. 오해하지 말게 그냥 알레르기니까.'

뭔데 뜸 들여.

'나는 크흠.. 발전 가능성이 없는 사람 알레르기가 있네'

좆같은 검새끼.

뭐 그딴 알레르기가 다 있어.

루나 깨울 거야 시발.

'그그래도!걱정하지말게!내가 꼭 자네를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니!'

어떻게?

'내가 수많은 검술을 알려주겠네 그리고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경험을 자네에게 알려주겠네!'

흠..

'그럼 자네가 아무리 재능이 없더라도 피나는 훈련을 거치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네!'

피나는 훈련 ?

'그렇다네! 인간과 검은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법! 내가 자네를 최강의 검사로 만들어주겠네!'

싫어 노력하기.

'뭣?'

싫다고 그냥 쉽고 빠르게 강해지고 싶어.

노력하기 싫다고.

'이 재능도 없으면서 양심도 없는 악마 같은 인간!'

나는 슬쩍 검을 든 손에 힘을 뺐다.

루나의 웃는 모습이 보고싶네 갑자기.

'아니아니아니! 내가 말이 헛나왔네!허허허 내가 방법을 찾아보겠네! 쉽고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허허허! 최적화라고 하지 ! 최적화! 암 그렇고 말고!'

검의 목소리에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

그렇지.

전설의 검이신데, 그런 방법도 모르면 되겠어 ?

'하하하 그렇지 맞네 맞아 시발 맞아! 자네 말이 맞아 ! 흐윽..'

검에서 살짝 스파크가 튀었다.

어허.

스파크가 잠잠해졌다.

이런 게 공짜로 굴러들어오다니.

검이 자꾸 뭐라고 궁시렁거렸지만 무시했다.

갑자기 기절해있는 루나의 얼굴이 아름다워 보였다.

아니 원래 아름다웠나.

나는 내가 덮고 있는 이불을 루나에게 덮어줬다.

전설의 검에 대한 보답이야.

아 물론 내 침대를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난 바닥에서는 불편해서 못 자니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조용히 일어났다.

루나는 완전히 기절했는지 미동도 없었다.

'나도 데리고 가게!'

전설의 검이 애절하게 말했다.

아카데미에서 줬던 검의 검집에 전설의 검을 넣었다.

'크흡 쿱쿱하구만'

쿱쿱하긴 뭐가 쿱쿱해.

정감 있는 거라니까.

학생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군'

'오 저 처녀의 이름이 뭔가?'

'주변에 쌔끈한 레이피어 없는가?'

라는 쓸데없는 말들을 검이 계속 말했다.

자신을 전설의 검이라고 소개한 것 치고는 세상 가벼운 말투였다.

이거 진짜 전설의 검 맞아?

'하하 오해하지 말게 자네도 몇백 년 동안 갇혀있다가 나오면 이렇게 될 것이니.오! 저 소녀의 팬티는 민트색이구만!상큼하다 상큼해!'

신뢰도는 점점 떨어졌다.

그런데 팬티색은 어떻게 아는 거야.

'내 능력 중 하나라네. 팬티색 알아내기!'

검의 자신감이 가득 담겨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몸을 풀러 가보지'

검의 말에 따라 훈련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가보네.

전에는 열정을 가득 가지고 무작정 훈련장으로 가서 검을 휘둘렀었다.

그러다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흥미가 사라졌다.

지금은 전설의 검이 있으니 뭔가 다르겠지.

훈련장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남들에게 관심 없었다.

각자 자신들의 할 일을 할 뿐.

나는 제일 구석진 아무도 안보는 자리로 갔다.

검집의 고무 부분을 끌어 올려서 검에서 검집이 떨어지지 않도록 묶었다. 검의 검신에 새겨진 수많은 루나라는 글자 때문에 검을 뽑을 수는 없었다.

'간단히 몸을 풀어보게'

나는 가장 자신 있는 베기부터 시작했다.

수천 번 이상 행했던 동작.

중심을 제대로 잡고 검을 좌에서 우로 빠르게 휘둘렀다.

오늘 나름 나쁘지 않은데 ?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베기였다.

'엣취 ! 아 오해하지 말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검에서 스파크가 강하게 튀었다.

검이 뭔 꽃가루 알레르기야.

이거 시발 나 엿먹이는 거지 ?

'진짜 아니네! 오해하지 말게! 엣취!'

튀는 스파크를 무시하고 이번에는 찌르기를 펼쳤다.

이번에도 내 찌르기에 나름 만족했다.

오늘 컨디션이 좀 좋은 듯했다.

'에에에엣취!'

검에서 강한 스파크가 튀었다.

따가움에 검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하하..'

검이 머쓱하게 웃었다.

이걸 그냥 고물상에 팔아버려 ?

'그그래도! 내가 좀 도와주면 괜찮아질걸세!'

황급히 검이 말을 이었다.

'자자 진정하고 나를 잡아보게.'

짜증을 억누르고 검을 잡았다.

'잘 보게'

순간 어떤 검사가 검을 베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검사의 베기는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완벽했다.

이 검 의외로 쓸만할지도.

'동작을 흉내 내보게'

나는 머리속에 있는 동작을 몸으로 흉내 냈다.

'다시'

머리속에 다시 검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럼 나는 다시 한번 베기를 했다.

'다시'

행동을 반복했다.

'다시'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었다.

'다시'

이것이.. 무아지경 ?

'다시'

더이상 팔을 휘두를 힘이 없을 때 정신이 돌아왔다.

'시발 좆노답이네 이 새끼'

뭐 시발?

'아 정신이 들었나? 혼잣말이었네 하하'

그래도 아까보다는 베기 자세가 나아졌다.

진짜 전설의 검인가?

실력이 빠르게 느는 것 같은데.

'이 방법으로는 안되겠군'

나쁘지 않았는데 ?

'크흠.. 생각보다 자네가 더 재능이 없네.이런 망할 재능은 진짜 처음이군.이 방식으로는 나만큼 오래 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 내가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겠네'

검이 냉정하게 평가했다.

어쩐지 아까부터 자꾸 기침을 하더니.

서럽네.

내가 이런 재능을 갖고 싶어서 가졌냐고.

'알고 있네. 그러니 나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않았나. 자네는 내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군.'

검의 억양이 약간 격양되어 있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전설의 검이니. 이걸 해내면 나는 전설을 넘어선.. 레전드가 될 것이야.'

검이 혼자 중얼거렸다.

내 검술 재능이 그 정도인가.

진짜 밸런스 좆망겜이네 이거.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루나는 아직 바닥에 누워있었다.

살짝 움찔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세면 도구를 챙겨 땀에 절은 몸을 씻으러 갔다.

'나를 놓고 가지 말게에에에!'

검이 애절하게 말했지만 샤워하는데 검을 들고 갈 수는 없잖아.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루나는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와 있었다.

루나 나름대로 자는 척을 하는 것 같은데, 호흡이 거칠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도 붉어져 있었다.

침대 위에 두고 간 검은 방구석에 박혀 있었다.

'히끅'

검이 딸꾹질도 하네.

"일어나 시발"

나는 바닥에서는 안 잔다고.

"응!"

루나가 벌떡 일어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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