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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21화 (21/233)

〈 21화 〉 사람은 입 조심 ! ­2­

* * *

말도 안되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비키는 켄타우로스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을 했다.

몇 번을 땅에 쳐박혀도 비키는 다시 뛰어나가서 켄타우로스를 쥐어팼다.

도와주기 위해서 뽑았던 검이 무색했다.

"캬하하하하!"

땅에 처박히면서도 비키는 웃고 있었다.

'저건 나도 좀 무섭구만'

나는 검을 검집에 다시 넣고는 옆에 있는 돌 위에 앉았다.

드숀도 눈치를 보다가 나를 따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켄타우로스의 얼굴에는 점점 당혹스러움이 자리 잡았다.

비키는 자신을 밟는 켄타우로스의 발 하나를 잡아서 부러뜨렸다.

"크허어엉!"

켄타우로스가 아픔에 울부 짖으면서 다른 발로 비키를 걷어찼다.

그에 비키가 날라가서 다시 땅에 처박혔지만, 일어나서 몸을 툭툭 털더니 다시금 켄타우로스에게 달려들었다.

"크큭.. 역시 '지지 않는 자'답군... 크큭.."

철수도 어느새 내 옆에 앉아서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당연히 켄타우로스가 이길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켄타우로스가 불쌍했다.

켄타우로스는 몸이 부서지고 피를 줄줄 흘리며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비키는 몸에 상처 하나 없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상태가 더 좋아보였다.

비키의 붉은 눈동자가 이제는 피 색으로 보일 정도였다.

켄타우로스는 어떻게든 비키를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이미 자세가 무너진 이후였다.

비키는 켄타우로스의 상처에 얼굴을 처박고 피를 마시고 있었다.

자신의 피를 마시는 비키의 모습에 켄타우로스의 얼굴에 공포가 자리했다.

아니 켄타우로스를 용사 아카데미 학생이 혼자 잡는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왜 내 무릎이 비키 앞에서 저절로 꿇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비키는 포식자 그 자체였다.

쿠워어어어어­

마침내 그 큰 켄타우로스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비키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는지 쓰러진 켄타우로스의 위로 올라가 몇대 더 쥐어팼다.

비키의 주먹질 한 번에 쿵! 쿵! 소리가 났다.

결국 켄타우로스는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모습으로 변했다.

'내 검생 처음 보는 광경이구만 허허'

"하! 시원해!!"

비키가 켄타우로스의 머리를 뽑아 던졌다.

그런 비키는 켄타우로스의 초록색 피에 흠뻑 젖어있었다.

목적을 달성한 비키가 켄타우로스에서 내려와 우리에게 왔다.

우리 밥 버러지 3인방은 냉큼 일어나 무릎 꿇고 비키를 기다렸다.

"수건"

나는 서둘러 배낭에서 수건을 꺼내 비키에게 건넸다.

비키는 건네받은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았다.

거의 나체와 다름 없는 몸이었지만 비키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 비키의 말도 안 되는 가슴에 시선을 뺏겼다.

압도적인 가슴이 뭉개지는 황홀한 모습에 시선이 조절이 안 됐다.

이건 남잔데 어쩔 수 없잖아 진짜로.

"왜 보고싶어?"

비키가 혀로 입술 주변에 묻은 켄타우로스의 피를 핥았다.

"괜찮습니다!"

나는 바로 땅바닥에 대가리를 박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옆을 보니 이미 드숀과 철수는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절제력 좋은 놈들.

내가 저 놈들보다 절제력이 낮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흐응 아쉽네. 보고 싶으면 말해."

내 앞에 쪼그려 앉은 비키가 내게 속삭였다.

당연히 보고 싶었지만 보고 싶다고 말하게 되면 저 켄타우로스처럼 머리가 뽑힐 것 같아서 억지로 입을 다물었다.

"배고파."

비키의 말에 나는 서둘러 일어나 배낭에서 음식들을 꺼냈다.

드숀은 돗자리를 피고 그 위를 깨끗하게 닦았다.

순식간에 식사 준비가 끝났다.

"드시죠 비키님."

나는 정중하게 음식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비키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는 감히 비키님과 겸상을 할 수 없었으므로 옆에 돗자리를 하나 더 피고는 옹기종기 앉아서 식사했다.

불타오르는 대지 위에서 먹는 식사는 의외로 맛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여기로 온 거지?"

드숀이 소세지를 위로 툭 던져서 받아먹었다.

"직원이 좆! 되보라고 우리를 상급으로 보낸 것 같은데."

직원이 마지막에 중지를 펼치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했다.

"그니까 왜. 나는 원한 살만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

"몰라 또라이인가 보지."

나는 굳이 나때문에 여기로 보내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비키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비키에게 물었다.

"던전은 다 똑같잖아.끝까지 가서 포탈을 탄다. 끝"

비키가 가슴에 묻은 양념을 손가락으로 닦으면서 말했다.

"크큭.. 여기는 처음 장소에 귀환 포탈이 없는 던전이다. 크큭.."

철수가 소세지를 먹지 않고 이리저리 관찰했다.

"그러고 보니 원래 던전은 첫 지대에 귀환 포탈이 있는데, 여기는 없네 ? "

드숀의 말처럼 여기는 첫 지대에서 귀환하는 포탈이 없었다.

원래 아카데미에서 들어가는 모든 던전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첫 지대에 귀환 포탈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까 비키가 싸울 때 주변을 아무리 뒤져봐도 포탈이 없었다.

상급 던전에 던전에 던져진 아카데미 학생 4명.

분명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아까 비키가 보여준 무력때문에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비키 누나의 버스만 타면 된다.

"켄타우로스가 나오는 거랑 주변 모습으로 봤을 때는 '불타는 대지' 던전이 맞는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다면 최근에 상급 용사들이 한 번 왔다간 곳이라 대장 마물은 없을거야.켄타우로스들도 단체 행동을 하지는 않으니까. 어쩌면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을 지도."

드숀이 머리를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다.

의외로 드숀은 아예 쓸모가 없지는 않은 듯 쓸모 있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켄타우로스들이 하나씩 나온다면 우리로서는 힘들지만 비키가 있다면?

우리는 슬쩍 비키를 쳐다봤다.

"뭐, 이 밥 버러지들아."

비키가 인상을 찌푸리자 우리는 냉큼 시선을 돌렸다.

비키 누나 화이팅.

***

우리는 비키를 따라다니면서 비키가 전투를 시작하면 기다렸다가, 전투가 끝나면 뒤처리를 했다.

전투를 끝낸 비키가 켄타우로스의 시체 위에 앉았다.

나는 얼른 비키에게 붙어서 비키의 다리를 주물렀다.

"더 세게"

비키가 인상을 찌푸렸다.

"넵!"

나는 최선을 다해서 비키의 다리를 주물렀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냐면 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을 정도였다.

드숀은 딸기 우유에 빨대를 꽂아서 비키가 마시기 좋게 들고 있었다.

철수는 큰 부채로 비키에게 부쳐주고 있었다.

이렇게 비키와 밥 버러지들 파티가 완벽하게 구성됐다.

던전 탐사는 그렇게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계속되는 필사적인 전투에도 비키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신이 나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전투를 거듭할수록 비키는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고전하던 켄타우로스도 지금은 두 마리를 한 번에 상대할 수 있었다.

물론 전투가 처절한 것은 똑같았지만.

오히려 내게는 켄타우로스보다 켄타우로스의 피를 뒤집어 쓴 비키가 더 마물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파죽지세로 던전의 끝에 도착했다.

지은지 몇백 년은 지났을 것처럼 보이는 회색 신전이 던전의 끝이었다.

신전의 곳곳은 파괴되어 있어서 분위기가 더 을씨년스러웠다.

뭔가 들어가기 싫은데.

우리는 큰 돌로 된 신전의 문 앞에 서있었다.

"대장 마물은 없다는거지?"

약간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드숀에게 다시 물어봤다.

"아마 없을거야 시발. 없겠지 ? 시발"

드쇼이 불안한지 손톱을 씹고 있었다.

"크큭... 안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 군"

철수가 해골 안대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너 시발! 불안한 소리하지마!"

철수에게 매콤 주먹을 흔들어줬다.

"흐응"

비키가 돌로 된 문을 양손으로 잡고 밀었다.

그러자 그 큰 문이 긁히는 소리가 나면서 밀렸다.

문이 열리자 안의 모습이 보였다.

회색 빛이 나는 돌로 만들어진 벽과 바닥들이 보였다.

신전 안은 황량했다.

그런데 빈 신전의 끝 부분에 큰 빛바랜 금색 옥좌가 하나 놓여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빛이 바랬지만 군데군데 남아있는 장식들이 이전에 얼마나 화려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 옥좌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저건 시발 딱봐도 대장 마물이잖아.

대장 마물은 일반 마물과 궤를 달리한다.

지금 켄타우로스들도 힘든 우리에게 대장 마물은 어불성설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이 가득 찼다.

시발 이거 개 좆됐다.

"시발 없을거라메 뻐킹 어글리 오렌지 새끼야 !"

나는 곧바로 분노를 토하며 드숀의 멱살을 잡았다.

"부..분명히 최근에 상급 용사들이 왔다 갔다고 했는데."

드숀이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크큭... 오랜만이군.."

'저건 위험하다.'

검이 내게 경고했다.

시발.

위험한 건 딱 봐도 알아.

"인­간들인가"

굵고 약간은 발음이 어색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존재감만으로도 머릿속에 경고음이 가득 울리고 있었다.

"재밌겠네."

우리와 달리 비키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목소리.

비키가 겉 옷을 벗어서 내게 던졌다.

나는 비키의 겉 옷을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비키가 아무리 켄타우로스랑 잘 싸웠어도 대장 마물은 상대가 안 될 거 같은데.

아닌가 ?

사실 비키가 지는 것도 상상이 안 되기는 했다.

대장 마물이 옥좌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4미터는 될 것 같은 덩치.

얼굴은 황소.

근육질의 남자 몸.

이 모든 특징은 단 하나의 마물을 가리켰다.

"미노타우르스다 시발. 개 좆됐다."

용사의 악몽 중 하나인 미노타우르스.

미노타우르스를 상대하려면 상급 용사 파티는 돼야 한다.

"시발! 미노타우르스라니! 이건 말도 안돼! 시발! 애초에 여기 대장 마물이라고 해봤자 켄타우로스 족장이였다고!"

이미 의지가 꺽인 드숀이 뒷 걸음질로 멀어졌다.

결국 드숀은 신전 밖으로 도망갔다.

저저 뻐킹 어글리 오렌지 개새끼.

하지만 드숀의 행동이 이해는 됐다.

지금 나도 그냥 서 있기만 한 미노타우르스의 압도적인 기운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부­디 날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군"

미노타우르스가 약간은 어눌한 말투로 말하면서 옆에 놓인 은색 빛의 양날 도끼를 들었다.

무슨 도끼가 나보다 크잖아 시발.

"재밌겠네. 소 대가리라"

비키가 몸을 풀면서 미노타우르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비키는 상대가 누구든 상관 없는 듯 했다.

그런 비키의 뒷 모습은 듬직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황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옆을 보니 철수는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저 새낀 그냥 넋을 놨나보네 시발.

"시발 철수 너라도 일단 튀어."

나는 그런 철수를 밀었다.

"크큭..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크큭.. 파괴와 혼돈이 내.."

"좆대로 하든지 시발"

저 새끼는 머리 끝까지 미친 게 분명했다.

"쾅!"

비키와 미노타우르스가 붙었다.

신전이 그 여파로 진동했다.

"캬하하하하! 진짜 강하잖아!"

비키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를 옆으로 피해서 품으로 뛰어들었다.

목표를 잃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땅을 쾅­ 소리를 내며 찍었다.

가까이 달려든 비키의 목을 미노타우르스가 도끼를 든 반대 손으로 잡아 땅에 쳐박았다.

분명 켄타우로스들에겐 통하던 방식이었지만 미노타우르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비키는 자신의 목을 잡은 미노타우르스의 팔을 꺾기 위해 힘을 줬지만, 미노타우르스의 팔이 단단한지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비키를 몇 번 더 땅에 거칠게 처박은 미노타우르스가 비키를 던졌다.

비키는 공중에서 자세를 잡아서 땅에 착지했다.

"퉤! 강하네."

비키가 침을 뱉었다.

그 침에는 피가 섞여 있었다.

"나쁘지 않군"

미노타우르스의 팔목에도 비키의 주먹 자국이 작게나마 남아있었다.

"다시 가야지?"

입꼬리를 올린 비키가 미노타우르스에게 다시금 뛰어들었다.

시발 어떻게 하지.

마음이야 드숀처럼 튀고 싶었지만 튄다고 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키가 지는 순간 나도 죽는건 기정 사실이었다.

다시 한 번 튕겨져 나온 비키가 땅을 뒹굴었다.

땅에 처박혔던 비키가 다시 일어섰지만, 상태가 전과 다르게 안 좋아보였다.

켄타우로스는 비키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었지만, 미노타우르스의 공격은 비키에게 제대로 들어가고 있었다.

"퉤!"

일어나는 비키의 얼굴은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비키는 말 없이 다시 한번 미노타우르스에게 뛰어들었다.

"근데 겨우 그 정도로군"

비키의 주먹을 미노타우르스가 가볍게 막았다.

그리고는 비키의 팔을 기형적인 위치로 꺾었다.

"큭!!!"

비키의 입에서 나오지 않던 신음성이 나왔다.

그 와중에도 비키는 미노타우르스의 얼굴에 주먹을 먹였다.

그에 미노타우르스의 얼굴이 돌아갔지만, 별 다른 타격은 없는 듯 비키를 다시 집어던졌다.

던져진 비키가 내 옆에 처박혔다.

다시 일어나던 비키가 다리가 풀렸는지 넘어지려고 했다.

나는 황급히 넘어지는 비키를 잡아줬다.

그러다 보니 비키가 내게 안기는 자세가 됐다.

"흐응. 가까이서 보니 더 맛있게 생겼네."

내게 안긴 비키가 손가락으로 내 볼을 찍었다.

한 입 깨문 딸기 냄새가 확하고 풍겨졌다.

"지금 상황에 농담이 나옵니까?"

그런 비키의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저 시발 소새끼가 콧김을 내뿜고 있잖아.

너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버스 태워 줘야지 시발 !

"내가 질 것 같아? 나는 절대 지지 않아."

비키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절대로"

비키가 내게 윙크를 한 뒤 내 손을 밀치고 다시 바로 섰다.

그런 비키의 모습은 내게 작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정말 이길수 있는건가 ?

"후­"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가 내쉰 비키가 꺾여진 팔을 올바른 위치로 틀었다.

우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나면서 비키의 팔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럼 다시 가야지 ?"

시원하게 웃은 비키가 다시 미노타우르스에게 달려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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