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27화 (27/233)

〈 27화 〉 주말에는 아카데미 외출을.

* * *

나는 성당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비키 때문에 한 번 더 머리를 부딪쳐서 안드레아가 며칠 더 있다 가라고 했지만, 건더기 없는 성당 스프가 너무 질려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아무리 미인이 먹여준다고 해도 맛없었다.

그리고 성당에는 성수 말고는 물이 없는지, 물 달라고 할 때마다 안드레아가 성수만 줘서 성수에 질린 점도 있었다.

심지어 성당을 나올 때 안드레아가 전에 봤던 가방에 성수를 한가득 담아줬다.

이걸 다 마시면 나도 천국을 가지 않을까.

물론 공짜라 거부하지는 않았다.

기숙사에 와서 짐을 풀었다.

주말이라 꿀 같은 휴식을 취해도 되지만, 이미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도 했고.

맛없는 성당 스프로 더렵혀진 내 입맛을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그때 루나와 같이 먹었던 라면이 간절하게 먹고 싶었다.

딱히 같이 갈 사람이 없었으므로 혼자 옷을 챙겨 입고 돈을 챙겨 아카데미를 나섰다.

주머니는 루나가 첫 만남에서 준 돈 덕분에 두둑했다.

다 챙길 필요도 없이 그중에서 몇 개만 챙긴 다음 주머니를 다시 침대 밑에 숨겼다.

루나검과 아카데미 검을 옆구리 차고 돈주머니까지 챙기니 든든했다.

'흠흠 기대되는군.'

검이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혼자 나가보는 건 또 처음이네.

아카데미에서 외부인이 출입하는 것은 까다롭지만, 학생이 출입하는 것은 자유로웠다.

주말이라 그런지 정문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다.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혼자인 나는 약간의 민망함에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아카데미는 수도의 동쪽에 있었는데, 나오자마자 아카데미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저학년 때는 그래도 꾸준히 나갔었는데 말이지.

어느 순간부터 돈의 압박 때문에 나가도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안 나갔다.

아카데미 앞에는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오! 핑크색,빨강색,검은색,빨강색,하늘색.'

검이 빠르게 말하는 것들은 가볍게 무시했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이거 돈을 좀 더 들고 올 걸 그랬네.

그렇다고 아카데미를 나오자마자 먹기는 아쉬웠다.

촌놈인 게 티 나지 않게 주변을 구경하면서 시장 쪽으로 향했다.

"야! 어제 잡은 마물 처분했냐?"

"그니까 내가 말이야 한 방에 끝냈다니까!"

"오빠 나 저거!"

시장은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길게 늘여진 시장의 양쪽으로 다양한 상점과 매대들이 늘어서 있었다.

매대들의 이런 저런 냄새가 뒤섞여 희안한 냄새가 났다.

곳곳에 험악한 인상으로 무기를 차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하급 용사 정도 되려나.

중급 이상은 없는 듯했다.

싸우면 내가 이길까?

이길거 같은데.

그래도 나는 혼자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걸었다.

"거기! 잘생긴 청년!"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재빨리 돌아봤다.

우습게도 주변을 보니 대부분의 남자가 돌아보고 있었다.

'양심이 없군.'

검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구경하면서 걸어갔다.

"에일버드 튀김 드시고 가보세요!"

남성의 음성이 들렸다.

에일버드는 조그맣고 노란색에 둥글둥글한 모습의 귀엽게 생긴 새였는데, 그런 귀여운 생물을 먹는다고?

야만적인 그 맛이 너무 궁금한걸.

나는 재빨리 에일버드 튀김을 파는 매대 앞으로 갔다.

"어서옵쇼!"

인상이 좋아 보이는 청년이 열심히 튀김을 튀기고 있었다.

정말 에일버드인듯 조그맣고 동그란 고기들이 매대의 오른쪽에 쌓여있었다.

달콤한 튀김 냄새가 내 허기를 자극했다.

"일단 하나 먼저 주세요."

입에서 나오는 침을 삼키고 말했다.

"하하! 에일버드 튀김이 처음이신가 보군요. 믿으셔도 좋습니다! 1개에 50쿠퍼 입니다. "

주머니에서 실버 1개를 꺼내서 건넸다.

청년이 웃으며 실버를 받고 내게 긴 꼬챙이에 박혀있는 에일버드 튀김과 잔돈을 건네줬다.

"소스는 앞쪽에 있는 것을 찍어 드시면 됩니다."

청년이 자신감있게 손으로 앞쪽에 있는 통들을 가리켰다.

나는 그 소스중 약간 빨간 색이 도는 소스를 찍어서 한입에 먹었다.

약간 달면서 살짝 매운맛도 섞인 미묘한 맛이었다.

뭐야! 이거 개 맛있잖아.

"10개 더 주세요!"

청년의 자신감이 이해되는 맛이었다.

"하하하! 잠시만 기다리세요 손님!"

청년이 기분 좋게 웃으면서 튀김을 튀기기 시작했다.

나는 주변을 구경하면서 에일버드 튀김이 다 튀겨지기를 기다렸다.

"자! 여기 있습니다! 손님!"

청년이 꼬치 10개를 건네줬다.

"잘 먹겠습니다."

받자마자 한 개를 검은색 소스에 찍어 먹었다.

이건 약간 짭짤하네.

"흥흥­."

에일버드 튀김 맛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역시 성당에서 나오기를 잘했어.

"조슈아! 저것봐봐! 저렇게 귀여운 에일버드를 먹는 사람들이 있어! 정말 인간은 잔인하다니까! 어떻게 에일버드를!"

"그렇군요. 아가씨­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것은 인간이라는 말도 있죠."

한참 에일버드 튀김에 빠져있는데 뒤에서 명백하게 시비 거는 소리가 들렸다.

근데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데.

나는 최대한 무섭게 보이기 위해 인상을 구기면서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어?!"

"뭐야 평민!?"

하필 여기서 마주친 게 케이트라니.

케이트는 약간 널널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널널한 원피스였지만 케이트의 큰 가슴을 숨기지는 못했다.

저렇게 입으니까 왈가닥에서 기품이 있어보였다.

케이트의 옆에는 기사인 듯 빛나는 은색 갑옷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노란 머리색에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 있었다.

고집이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이쁜 외모를 지닌 여자였다.

"너! 그렇게 귀여운 에일버드를 꼭 튀겨 먹어야겠어!?"

케이트가 내 가득찬 입을 가리키면서 언성을 높였다.

"너도 먹어봐. 개 맛있으니까."

아직 에일버드 튀김 맛을 몰라서 저렇게 깝죽거리는 거야.

나는 우매한 중생을 위해 넓은 아량으로 에일버드 튀김 하나를 케이트에게 건넸다.

챙 소리가 나더니 내가 건네는 에일버드 튀김의 꼬챙이가 날카롭게 잘렸다.

"아가씨는 그런 싸구려 음식 먹지 않는다."

옆의 여자는 어느새 검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뭐야 시발 언제 빼서 베고 다시 넣은 거야.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좀만 더 깊었으면 내 손가락 몇 개가 같이 날라 갔을 것이다.

그에 너무 놀라 꼬챙이를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냥 안 처먹는다고 하면 되지 시발.

'오­ 꽤 많이 강하군 저 여자 팬티는 흰색!'

검의 쓸데없는 말이 내 긴장을 풀어줬다.

"조슈아! 검을 막 뽑지 말라니까!"

케이트가 화들짝 놀라서 조슈아라고 불린 기사에게 말했다.

"그래도 저런 싸구려 음식을 아가씨에게 건넨다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조슈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노려봤다.

그 눈빛이 살벌했다.

깝치면 안되겠다.

그냥 베어버릴거 같아.

나는 아무일 없던 것처럼 다시 매대의 친절한 청년을 보며 다른 꼬치를 집어서 먹었다.

땅에 떨어진 에일버드 튀김이 아쉽기는 했지만, 아직 나에게는 8개의 꼬치가 남아 있으니까.

"에일버드 튀김은 정말 맛있네요!"

"하하..."

내 칭찬에 청년이 케이트 쪽 눈치를 보면서 웃었다.

그래도 너무하네 멀쩡하게 장사하는 사람 앞에서 꼽을 주고.

물론 나는 최대한 얼굴을 피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먹었다.

"야! 평민! 왜 갑자기 모른척이야!"

그런 나를 케이트가 옆에서 꾹하고 손가락으로 찔렀다.

"에일버드 튀김 맛있다!"

나는 억지로 케이트를 무시하면서 먹었다.

슬쩍 조슈아를 보니 눈에서 불똥이 튀고 있었다.

쟤 너무 무서워.

제발 가줘.

"왜 모른척하냐니까!"

열심히 마음속으로 케이트에게 말했지만 역시 인간이란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의사 전달이 힘들다.

케이트가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이 씹!"

순간 나보다 약한 녀석에게는 참지 않는다 특성이 튀어나와버렸다.

나는 말을 뱉자마자 조슈아 눈치를 봤다.

조슈아의 검은 반쯤 뽑혀 있었다.

"풋! 그니까 왜 무시를 해!"

내 속도 모르고 케이트가 입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왜! 요..."

케이트의 웃는 모습이 얄미워서 크게 말했다가 조슈아의 검이 검집에서 좀 더 나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을 고쳤다.

"푸하하 뭐야! 오늘 평민 바보 같아!"

케이트는 이런 내 모습이 재미있는 듯 마냥 해맑게 웃었다.

"그래 좋아! 내가 오늘 우리 평민 수도 구경시켜줄게! 내가 빠삭하거든 수도는!"

신난 케이트가 내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아가씨 그것은!"

조슈아가 난감한 표정으로 그런 케이트를 말렸다.

"내 아카데미 친구야! 내가 하겠다는데 불만 있어?!"

내가 언제부터 니 친구였냐 이 싸가지야.

케이트 특유의 막무가내에 조슈아는 할 말이 없는 듯했다.

그나저나 얼마나 집안이 빵빵하면 저 수준의 기사를 경호로 붙여주는 거지.

"아가씨의 친구..."

표정이 살짝 굳은 조슈아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 시선에 나는 케일처럼 숨을 들이마셔 몸을 부풀렸다.

조슈아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왜 뭐 시발.

"자! 가자!"

케이트가 신나서 내 팔을 끌었다.

나는 거절하지도 못하고 애매한 자세로 케이트에게 끌려다녔다.

"자­ 여기는 수도에서 제일 유명한 옷가게야!"

"여기는 소고기 스테이크가 맛있는 음식점이고!"

"이 쥬스는 꼭 마셔봐야 해!"

케이트는 내 속도 모르고 마냥 신나서 나를 무슨 강아지마냥 끌고 돌아다녔다.

그런데 소개해주는 곳들이 하나같이 비싸 보이는 상점밖에 없었다.

나한테 쓸모도 없는걸 왜 자꾸 소개해주냐고 욕을 박고 싶었지만, 조슈아의 흉흉한 시선때문에 곱게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진짜 너는 아카데미 들어가면 나한테 뒤졌다.

매콤 주먹으로 배 맞을 준비해라.

나는 억지로 웃으며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케이트가 골목으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 골목인데.

조슈아도 내게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경계했다.

"여기는 내가 나올 때마다 매번 가는 악세사리 집! 여기 주인 할머니가 나를 굉장히 예뻐하시거든!"

케이트가 오늘 본 표정 중에 제일 밝은 표정으로 허름한 집을 가리켰다.

아까까지 알려줬던 상점들과 분위기가 너무 다른 거 아니야?

"아가씨 잠시만요."

신나게 달려가려는 케이트를 조슈아가 멈춰 세웠다.

어느새 우리 앞에 검을 뽑은 상태인 조슈아가 있었다.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어.

안 깝치길 잘했네.

"눈치가 꽤 빠르군. 괜히 가시 있는 장미가 아니네."

골목의 위쪽에서 10명이 넘는 사내들이 내려왔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사내들은 하나같이 흰색에 눈 부분만 구멍이 뚫린 가면을 쓰고 있었다.

뭔가 가면 멋있네.

'위험하다.'

그건 딱 봐도 알아 시발.

원래 가면 쓴 애들이 위험한 건 클리셰야.

나는 얼른 조슈아 뒤에 숨었다.

그런 나를 조슈아가 벌레보듯이 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뭐 하는 놈들이냐!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인상을 굳힌 조슈아가 소리쳤다.

"아니까­ 이렇게 막았지."

가면 사내가 조슈아의 말에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러게 조슈아 약간 멍청하네.

몰랐으면 막았겠어?

"신호하면 아가씨를 데리고 뒤로 뛰어라."

조슈아가 내게 조용하게 말했다.

왜 데리고 뛰어야 해 나혼자 뛰는게 더 빠른데?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 이쁜 얼굴에 상처 나기 싫으면 반항하지 말지?"

사내가 이죽거리며 거리를 좁혔다.

"감히 누구를 협박하는 줄 아느냐!"

케이트가 카랑카랑하게 소리쳤다.

야! 미친 시발! 닥치고 있어 이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새끼야.

나는 너무 놀라 케이트에게서 살짝 떨어져서 양손을 들었다.

가면 사내가 턱짓을 했다.

그러자 주변의 가면 사내들이 빠르게 접근했다.

그 움직임이 조슈아보다는 느리지만 나보다는 빨랐다.

"뛰어!"

그와 동시에 조슈아가 소리쳤다.

에라 시발.

나는 케이트의 손목을 잡고 뛰었다.

"잠깐! 조슈아가!"

케이트가 반항했다.

진짜 눈치 없는 새끼.

그런 케이트를 들어서 어깨에 걸쳤다.

"야!평민! 놓으라고!"

케이트가 눈치 없이 계속 반항했다.

이럴 때는 소설에서 보통 이렇게 이야기하지.

"조지아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 없어!"

나는 감정을 담아 소리쳤다.

"조슈아거든! 이 멍청아! 이거 놔!"

그래도 안 닥치는 케이트의 엉덩이를 세게 한 대 때렸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토실토실한 케이트의 엉덩이가 움찔했다.

"너?!"

케이트가 말을 더듬었다.

"가만히 안 있으면 한 대 더 때린다."

으르렁거리며 협박하자 케이트가 반항을 멈췄다.

역시 폭력이 답이야.

뒤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에 옆으로 점프했다.

"히­익!"

내가 뛰던 자리에 단도가 박혀있었다.

조지아 이 새끼 센 척하더니 저런 애들도 못 막아?

"목표는 다치지 않게 하도록. 남자는 필요 없다."

뒤에서 가면 사내 두 명이 따라왔다.

시발! 뭐하냐고 좆밥 조지아!

나는 매대를 뛰어넘으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이 난리를 치는데 경비대는 출동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시발 개 빠졌네 공무원 새끼들.

그냥 케이트를 던지고 도망갈까 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조지아가 돌아올 경우도 생각해야 했다.

자꾸 뒤에서 뭔가 날라와 박혔다.

시장 바닥이라 방해물이 많아서 그런지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반항하던 케이트도 어느 순간부터 포기한 듯했다.

골목을 돌자 늘씬한 흰 가면 여자가 막고 있었다.

"장난은 거기까지야."

흰 가면 여자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발 포기해야 되나.

남자는 필요 없다는 말로 봐서는 케이트를 내려놓는 순간 내 목도 달아날 것 같았다.

"이 바보야. 언제까지 들고 있을거야."

케이트가 내 등을 톡톡 쳤다.

나는 일단 케이트를 옆에 내려놓았다.

내려와서 나를 찌릿하고 한 번 노려본 케이트가 후­하고 숨을 내쉬고는 나와 흰 가면 사이에 섰다.

그렇지만 케이트의 덩치가 작아서 하나도 듬직하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

케이트가 어울리지 않게 곧은 자세를 하고 소리쳤다.

"알지. 제국의 제 3황녀 클레어 아리안 비헨 드 에포닌."

흰 가면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뭐야 저 쓸데없이 긴 이름은.

황녀라니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야.

운도 없지.

이런 싸가지를 황녀로 보다니.

흰 가면의 말에 케이트가 눈에 띄게 움찔했다.

"그것을 알고도 이런 짓을 벌인다? 무모하군."

이내 다시 자세를 곧게 세운 케이트가 코웃음 쳤다.

뭐야 너 그 당당한 태도는. 아니라고 해야지.

문득 아카데미에서 귀족들도 케이트를 대하는데 조심스러워 했던 것이 생각났다.

손에 아까 케이트의 엉덩이를 때릴 때 느꼈던 케이트의 토실토실한 엉덩이 감촉이 남아있었다.

나는 서둘러 손을 옷에 닦아서 감촉을 지웠다.

시발 황녀면 경호 인력이 너무 부실한거 아니야?

제국에 인력난이 있나?

"남자는 필요 없다. 황녀님은 극진하게 대접하도록­"

흰 가면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나는 왜 필요 없어 개새끼들아.

서럽네 진짜.

"필요 있을수도 있잖아요!"

내 외침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없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