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상남자 에이든
* * *
개운하게 눈이 떠졌다.
아아 이것이 진정한 남자의 기분인가.
가슴 속에서 이유 모를 자신감이 마구 차올랐다.
슬쩍 이불을 들어서 안을 확인하자 눈부시도록 매끄러운 케이트의 나체가 보였다.
매끈하고 완벽한 케이트의 몸 곳곳에 남아있는 내 흔적들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헤실거렸다.
저게 다 내가 한 거라 이 말이야.
'좋았나?'
존나. 아니 존나로는 부족해. 존나의 다음 단계가 있으면 좋을 텐데.
어젯밤을 생각하자 얼굴이 붉어지며 몸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첫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나는 굉장했다.
[당연하지 교미왕이니까.]
완전 엄청 매우 존나!
지금도 이렇게 당당히 케이트의 나체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트가 정신을 못 차리지 않는가.
평소의 케이트와 다르게 어젯밤의 케이트는 내가 원하는대로 순종적으로 움직였다.
이게 황녀인지 하녀인지 헷갈릴 정도로.
슬쩍 자고 있는 케이트의 여기 저기를 주물럭 거렸다.
케이트의 피부는 만지다가 녹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부드러웠다.
이 부드러움에 중독 될 거 같아.
한참을 만지니 케이트가 움찔거리면서 눈을 떴다.
나와 눈을 마주친 케이트의 얼굴이 확하고 붉어졌다.
케이트가 급하게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가렸지만 그렇게 쉽게 가려질 크기의 가슴이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그 손을 잡아서 내렸다.
살짝 힘을 주던 케이트의 손이 내 손을 꽉 쥐면서 따라 내려갔다.
"...잘 잤어?"
케이트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했다.
뭐야, 말투가 왜 이렇게 부드러워. 이상하게.
"어. 빡대가리 너는?"
사근사근한 케이트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삐딱한 대답이 나갔다.
"..."
케이트가 피식 하고 웃더니 내 가슴을 툭하고 쳤다.
"느끼해. 너답지 않아. 빡대가리"
나도 따라 웃었다.
"뭐래 평민이 건방지게."
케이트의 말은 평소와 같았지만, 말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랐다.
나는 더 있으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일어나려는데, 내 등을 케이트가 안았다.
케이트의 부드러운 감촉과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고마워"
케이트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케이트가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 것이 느껴졌다.
[소원이 뭐냐고 물어보게.]
닥쳐.
[이럴 때는 달콤한 말을 속삭여야 하네! 사랑한다고 속삭이게!]
너도 같이 닥쳐 좀.
사랑은 오바고.
좋아해 정도로 할까.
그 정도는...
"...좋"
[사내라면 더 강력하게 말해야지!]
닥치라니까 좀.
점잖은 목소리가 더 시끄러웠다.
순간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뒷말이 생각 안 났다.
내가 뭐라고 하려 했더라.
아, '좋아해'라고 하려 했지.
[더 남자답게!!!]
다시 입을 여는데, 근엄한 목소리가 애절하게 말했다.
닥치라니까 좀.
"았냐?"
아 시발. 너 때문에 말 헛나왔잖아.
언젠가 여성의 가슴 그림이 표지인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다양한 성에 대한 지식들이 적혀 있었는데, 남자가 관계 후에 해서는 안 될 말들도 적혀 있었다.
그중 1위를 한 최악의 대사가 바로 "좋았냐"였다.
그것을 읽은 언젠가 교미를 하게 되면 그 대사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어린 마음에 다짐했었다.
그리고 나는 어린 나의 다짐을 부숴버리고 말았다.
망했다. 시발 망했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서둘러 수습하기 위해 입을 움직이려는데, 케이트가 먼저 말했다.
"응응... 엄청 엄청 좋았어."
케이트의 목소리에는 부끄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캬 역시 교미왕 에이든!
나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
그래도 확실한 게 좋으니까.
뒤돌아서 케이트와 눈을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케이트가 붉어진 얼굴을 푹 숙였다.
나는 케이트의 잘록한 허리를 잡고 당겼다.
케이트의 작은 몸이 내 품 안으로 들어왔다.
"왜?!"
케이트가 살짝 높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한 게 좋으니까."
나는 왼쪽 눈을 찡긋 감았다.
윙크라고 하던데.
"무리야 무리!"
케이트가 살짝 힘줘서 나를 밀었다.
"닥치고 누워"
내 거친 말에 케이트가 몸을 살짝 떨더니 손을 내렸다.
살짝 움찔하던 케이트가 조용히 뒤로 누웠다.
부끄러운지 케이트의 얼굴은 붉었지만, 내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매끈한 케이트의 다리가 벌어지며 그 사이에 금색으로 빛나는 것이 보였다.
아아 좋은 아침이야.
[이번에는 소원을 꼭 물어보게.]
[큼큼 나도 예전에는 저 정도...]
시끄럽다고 너네 좀.
***
이 정도면 확실하겠지.
케이트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좀 더 있겠다고 해서 먼저 옷을 챙겨입고 텐트를 나왔다.
동굴 안 임에도 따뜻한 햇살이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교미왕으로 인정하지 푸핫'
검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무시했다.
이제 몇 번이나 했으니 케이트는 확실하게 처녀가 아니다.
내 완벽한 계획 덕분에 케이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다음은 내 생존에 대한 문제였지만, 일단은 아침 준비부터 해야 한다.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텐트로 들어갔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식사 담당인 귀엽게 생긴 여자가 보였다.
식사 준비는 원래 둘이서 하는데, 오늘은 혼자하고 있었다.
"어? 막내 왔네!"
한창 당근을 썰고 있었던 여자가 나를 돌아봤다.
"예. 뭐부터 다듬을까요?"
"저거부터."
여자가 가리킨 둥근 모양의 야채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우리 막내 대단하던걸?"
여자가 내 뒤에 붙어서 내 엉덩이를 주물렀다.
"예?"
"어제 밤새 말이야 황녀님이 아주 그냥 좋아 죽던데? 고귀한 사람들의 신음 소리도 별다를 건 없더라고."
여자의 숨결이 목에 닿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좆같이 얇은 천막으로 되어있는 내 텐트가 방음이 될 리가 없지.
근데 쟤네는 왜 안 막았지?
자신들의 제물인 처녀가 더이상 처녀가 아니게 되는데...?
"역시 젊은건 좋다니까? 남들의 시선따위는 신경 안 쓰고. 저렇게 고귀한 황녀님이 소리칠 정도라니 우리 막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해지더라고?"
여자의 손이 슬쩍 앞 쪽으로 왔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저돌적으로 들이대지 않는데, 오늘따라 왜 이래.
"...그 제사는 괜찮은 겁니까?"
자꾸 힘이 들어갈려고 하는 하체에서 집중을 돌렸다.
"제사?"
"여우님이 곧 제사를 한다고..."
"응 아무 문제 없지. 왜?"
이 여자 손이 어디까지 들어오는 거야.
여자의 손을 피해 살짝 몸을 틀었다.
그러자 여자의 반대쪽 손이 내 허리를 잡았다.
"제사에는 황가의 피가 적당량 필요할 뿐이야. 그 적당량이 좀 많을 뿐이지만? 흐음 우리 막내 크네?"
여자의 손은 이미 내 바지 속에 있었다.
[이게 크다니 내 것에 비하면 이건 애벌레에 불과하다.]
닥치라니까.
[이건 큰 거야! 큰거라고!]
너는 또 왜 발작이야.
그럼 도대체 여우가 말한 처녀는 뭐야. 머리가 다시 지끈거렸다.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의 손이 점점 더 거침없어졌다.
"그... 그만 좀"
"막내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여자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열기가 있었다.
그냥 줘패버릴까.
이제 좀 강한 것 같은데 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용사가 여자를 때리다니 말도 안 된다!]
[나는 찬성일세 여자의 피가 더 달콤하니까.]
닥쳐 좀.
여자는 어느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내 다리 사이에 박고 있었다.
으흠...나쁘지 않은데?
[좋군.]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닥치라니까.
나도 모르게 하체가 움찔거렸다.
그러자 여자가 짓궂게 웃었다.
아래에서 여자의 숨결이 느껴지며 몸이 녹는 것 같았다.
***
"오늘 반찬이 왜 이래! 적잖아 너무!"
음식을 받던 남자가 툴툴 거렸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했다.
"그냥 처먹어!"
여자가 거칠게 소리쳤다.
"거 성격 더러운 건 참... 막내 고생했겠다."
남자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하"
고생은 맞지. 교미왕은 조금 지쳤다.
"제사가 오늘 저녁이라던데, 막내 너도 꼭 참석하라더라"
음식을 들고 가려던 남자가 멈춰서 나를 보면서 말했다.
"오늘 저녁에 제사요?"
"제사장님이 오늘 달이 다 차는 날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 많이 해둬. 막내"
남자가 흉터가 있는 눈을 찌푸리고 갔다. 저걸 윙크라고 한건가 ? 여자한테 하면 다 도망가겠네.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제사라니... 좆됐네.
일단 케이트에게 내가 오해했다고 말하는 게 너무 두려웠다.
그냥 어디 박혀 숨어있을까.
[도망은 용납 못 한다.]
네가 뭔데.
[레이디를 구하는 건 용사의 로망!]
닥치라고 좀 시발.
근데 누가 이야기 한 거지?
난가?
나지.
***
휴일에 이게 뭔 개고생이야.
오늘 술집에서 황실 기사단 동기와 아가씨들이랑 만남을 갖기로 했는데, 진짜 짜증 나네.
욕지기가 차올랐지만 나보다 한참 높은 선배도 군말 없이 걷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 걸었다.
그래 위에서 구르라면 굴러야지 시발.
유일한 위안은 황녀 구출단에 제국 제일검 님과 함께 온 금발의 미녀랑 파란 머리의 미녀 사제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중에서도 금발 머리 미녀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미인이었다.
미인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해.
여신이라고 해도 되나?
불경하지만 속으로만 하는 말이니까 괜찮을 거야.
남자 소굴인 황실 기사단에서 나와 저런 미녀들이랑 같이 걷다니, 얼굴을 살짝 볼 때마다 짜증이 한 번에 사라졌다.
심지어 위치도 가까워 그들의 대화까지 들렸다. 나는 기운을 귀에까지 둘러서 그녀들의 대화에 더 집중했다.
기회가 되면 말이라도 걸어봐야지. 큼큼큼 언제라도 말을 할 수 있게 계속 목을 가다듬었다.
옆을 돌아보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입꼬리가 풀어진 동기가 보였다.
내가 그래도 저놈보다는 나으니까.
괜스레 검 손잡이를 쥐었다.
어디서 강도라도 등장 안 하나? 젊은 나이에 황실 기사단에 들어온만큼 나는 내 검실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책에서 보면 악당에게서 멋지게 구한 다음에... 상상만으로도 짜릿해 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에이든 님 괜찮겠죠...?"
파란 머리의 미녀가 걱정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이든은 약한 사람이 아니니."
"...너무 걱정돼요."
"에이든은 제가 반드시 구해낼 겁니다."
금발 여자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 미소에 세상이 밝아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말도 안되게 미인인 두 명이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한다니, 황녀 님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러웠다.
음...
근데 황녀의 이름은 에이든이 아닌데?
"저기 입니다!"
앞 쪽에서 인도하던 기사가 크게 소리쳤다.
기사가 가리키는 곳을 보자 언뜻 보랏빛이 도는 동굴이 보였다.
들어가기 싫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불길한 동굴이었다.
"진입한다."
단장이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어쩔 수 있나 구르라면 굴러야지.
검 손잡이를 다시 한 번 만졌다.
***
"쟤들은 뭐야"
심기가 불편한 비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황실 기사단에서도 황녀를 구출하기 위해 출발했다고 하던데... 그 무리인가 봅니다."
그레이슨은 최대한 비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납작 엎드렸다.
"거슬리는 애들이 꽤 있네."
뿌득하고 비키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적절한 거리 유지하면서 따라가."
비키가 내 등을 발로 걷어찼다.
그레이슨은 중심을 잡기 위해 앞으로 몇 발자국 걸었다.
황실 기사단에게 걸려서 목이 날라가는 것과 비키에게 뜯겨서 죽는 것 중 뭐가 더 고통스러울까.
그레이슨이 진지하게 고민했다.
"안 들려?"
으르렁거리는 비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검으로 깔끔하게 목이 날아가는 게 낫지.
결정을 내린 그레이슨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동굴을 향해 걸었다.
"넵!"
정보 길드에 들어올 때 필수로 배웠던 숨을 죽이는 법이 부디 쓸모가 있었으면...
***
하얀 다리를 밖으로 길게 내밀고 앉아있는 여성 앞에 흰 가면을 쓰고 있는 사내가 앉아있었다.
"구출단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흰 가면을 쓰고 있는 사내가 무감정하게 말했다.
"꽤 늦었네. 기다리느라 지루해서 죽을 뻔했어. 제물 수는?"
여성이 몸을 살짝 일으켰다.
"예상보다 두 명 더 많다고 합니다."
사내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흠 의외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는데 말이야. 뭐 상관없겠지"
"그럼...?"
"계획대로 진행해야지. 태양이 너무 오래 떠 있었으니까 덥잖아. 너무."
여자가 옷을 살짝 올리면서 짙게 미소지었다. 올려진 옷 사이로 하얀 피부가 드러났지만 남자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달을 위하여"
조용하게 읊조린 사내가 사라졌다.
여자가 길고 흰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여우 가면을 들어 얼굴에 썼다.
"갈증이 난단 말이야. 너무"
***
"그... 케이트..."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였다.
"응?"
케이트가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저 눈을 보니까 더 말하기 힘들잖아.
눈을 살짝 돌리고 입을 열었다.
"그... 제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대.."
"왜?! 분명히 나는 에이든이랑..."
말을 하던 케이트가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했는데"
케이트의 마지막 말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도 않았다.
"조건이 처녀가 아니라... 황실의 피였나봐... 분명히 처녀라고 했었는데."
나는 케이트에게 맞을 것을 대비해 이를 꽉 깨물었다.
"..."
예상과 다르게 케이트는 조용히 있었다.
"케이트...?"
"괜찮아. 내게도 좋은 기억이니까."
케이트가 붉어진 얼굴로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런 케이트의 눈에는 약간의 물기가 보였다.
"화 안나?"
뭐지 애가 이상해졌나?
"응응 괜찮아. 에이든이니까."
케이트가 수줍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뭐야 이상해 얘.
[원래 자고로 여자란 박고 나면 다...]
[그건 너무 저렴한 말이군 야만인.]
닥치고 있으라고.
그런 케이트의 머리를 나도 모르게 쓰다듬었다.
"이럴 줄 알았냐! 이 변태야!"
벌떡 일어난 케이트가 내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 하지만 전과 달리 그 주먹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 나는 결국..."
케이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런 케이트를 끌어안았다.
약간 저항하던 케이트가 내 품 안에서 조용히 울었다.
"걱정마! 빡대가리야. 내가 꼭 구해줄 테니까."
못 지킬 약속은 안 하는 편인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내가 누구를 구할 입장도 아니고.
근데 그냥 말이 나왔다.
"...진짜?"
케이트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어 있었다.
"어. 그게 용사의 로망이니까."
그게 거슬렸다.
"로망?"
"미인을 목숨 걸고 지키는 용사. 그게 바로 로망이지."
누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살면서 처음으로 들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케이트의 몸집이 너무 작아서 나올 피도 많지 않을 텐데, 굳이 그런 케이트의 배를 가르려는 가면 일당들의 비효율성과 무지 몽매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내가 미인인 건 알고 있었네? 멍청이"
케이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서 익살맞게 웃었다.
그 모습이 이슬을 머금고 활짝 핀 꽃처럼 아름다웠다.
"당연하지. 물론 가슴이 더 이쁘지만"
나도 그에 따라 익살맞게 웃었다.
"이 변태가!!!"
케이트의 주먹이 내 명치에 정확하게 꽂혔다.
전과 달리 이번에는 힘이 제대로 실려 있었다.
'이제야 소년이 좀 마음에 드는군. 하하하'
너도 좀 닥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