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백마 탄 루나
* * *
황실 기사단은 괜히 황실 기사단이 아닌 듯 늑대 인간들과 잘 싸웠다. 그 중에서도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늑대 인간들을 가볍게 베어 넘기는 할아버지가 발군이었다.
근데 저 할아버지는 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 시발 무섭게.
나는 케이트를 데리고 제단 뒤로 살짝 빠졌다.
비키는 거칠게 여우에게 공격하고 있었는데, 여우는 부드럽게 모든 공격을 피해 넘겼다.
상성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저 여자 뭐냐고!"
이 와중에도 빡대가리는 뒤에서 나를 자꾸 꼬집고 있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진행되면 무리 없이 살아 나갈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 제사장 늑대 인간이 다시금 울부짖었다.
우습게도 늑대 인간이 대머리까지는 해결해주지 못했는지 머리 부분에는 털이 없었다.
제사장 늑대 인간이 울부짖으면서 북을 치자, 머리가 베어 넘겨졌던 늑대 인간들과 사지가 잘렸던 늑대 인간들이 다시 일어났다.
그것도 모든 상처가 재생된 채로.
팔이 잘린 부분에서는 팔이 다시 자라고, 머리가 잘린 부분에서는 머리가 다시 자랐다.
애미 시발.
황실 기사단들이 당황한 게 여기까지 보였다.
황실 기사단들은 다시 묵묵하게 늑대 인간들을 베어 넘기면서 다가왔지만, 늑대 인간들은 계속해서 재생했다.
늑대 인간들이 '보름달 아래에서 늑대 인간은 무적이다.'라는 소문을 열심히 증명하고 있었다.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나의 바램과는 무관하게 늑대 인간들은 미친듯한 재생력으로 열심히 증명했다.
근데 딱 봐도 제사장 늑대 인간이 뭔가 역할을 하는 거 같은데.
비키가 어서 여우도 해치우고 저 제사장 늑대 인간도 해치워주면 좋겠는데, 비키는 여우와 싸우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계속 재생되는 늑대 인간들은 두려움 없이 황실 기사단에게 뛰어들었고, 그 결과 황실 기사단에 점점 피해가 누적됐다.
좆사기네 늑대 인간 시발.
그런 혼란한 와중에도 할아버지는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왜 저래 진짜.
그럼 결국 나밖에 없는 건가. 용사가 나설 차례군.
손에 들고 있는 루나검을 꽉 쥐었다.
'늑대는 오랜만에 썰어보는군.'
소고기보다는 덜 질기겠지.
"여기 있어 봐. 저 대머리 늑대 좀 처리하고 올게."
내 허리를 아직도 찌르고 있는 케이트에게 말했다.
내 말에 케이트가 나를 올려다봤는데, 그 눈빛에 '너 같은 좆밥이 뭘 하려고 하는 거야. 그냥 가만히 있어.'라는 뜻이 명확하게 담겨 있어서 가슴이 약간 쓰렸다.
"나 좀 강해졌어."
담기지 않는 자신감을 억지로 담았다.
그래도 케이트의 눈빛은 그대로였다.
어차피 저 대머리 늑대 인간을 안 잡으면 결국 질 텐데,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는 저 대머리 늑대 인간을 막아야지.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케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황녀라 그런지 머릿결 진짜 좋네.
"...기사단이 여기 올 때까지 그냥 있으면 안 돼?"
빡대가리 아니랄까 봐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듯 했다.
굳이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좀 있어. 처리하고 올 테니까."
내 옷깃을 잡고 있는 케이트의 손을 밀어냈다.
"...그래도"
작게 말하는 케이트의 말을 무시하고 기운을 온몸에 순환시켰다.
[늑대 피 맛이 궁금하군.]
[검이 있으면 베지 못할 건 없다네.]
그럴지도... 아 닥치라고.
몸속에서 전보다 빠르게 도는 기운이 자신감을 채워줬다.
할 수 있다. 시발 난 좆밥이 아니야.
나는 열심히 이상한 리듬에 맞춰서 북치고 있는 늑대 인간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늑대 인간은 음악에 심취해서 내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역시 최고의 공격은 뒤치기지.
나는 조용히 다리에 기운을 터트리며 뛰어서 순식간에 대머리 늑대 인간 뒤로 접근했다.
기운을 허리부터 팔을 통해 검을 든 손까지.
몸을 회전하면서. 점점 검이 무거워졌다.
나는 항상 소설에서 악당들이 뒤에서 공격할 때 고함을 치면서 공격을 알려주는 이유가 궁금했었다.
왜 뒤치기를 하면서 시끄럽게 입을 놀려 공격을 그르치는지.
근데 막상 내가 뒤치기를 하려고 하니 나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대머리 늑대 인간이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곧 내 검에 뒤진다고 생각하니까 놀리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놀리고 싶어. 저 새끼 죽기 전에.
지금이라면 못 피하겠지?
"뒤져라. 애미 뒤진 대머리 늑대 새끼야!"
검이 늑대 인간의 목 앞까지 갔을 때, 시원하게 말했다.
내 고함에 늑대 인간의 북이 멈추고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내 검에 대머리 늑대 인간의 머리가 몸과 분리되어 시원하게 날아갔다.
[피를 마셔!]
[잘했네! 소년!]
닥쳐 좀 시발. 내가 최고니까.
이제 북치던 늑대 인간을 죽였으니 나머지 늑대 인간들도 재생 못하겠지?
"이제 시발 너넨 다 좆됐어! 늑대 새끼들! 푸하하하!"
신나게 양손의 중지를 아래의 늑대 인간들에게 자랑하면서 소리쳤다.
봤냐 케이트? 나 좆밥 아니라니까.
최대한 멋진 표정을 지은 채로 케이트를 쳐다봤다.
"에이든 뒤!!!"
케이트가 다급하게 내 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애미 시발.
나는 케이트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뒤를 막았다.
어느새 머리가 다시 재생된 대머리 늑대가 내게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르고 있었다.
쨍
늑대 인간의 힘에 밀려 날아가 케이트 앞에 볼품없이 처박혔다.
"에이든!"
케이트가 그런 나를 일으켜줬다.
시발 나 좆밥이잖아. 그냥 가만히 있을걸.
내 예상과 다르게 대머리 제사장 늑대 인간의 북소리는 재생 조건이 아니었다.
"아옳?"
대머리 늑대 인간이 시뻘건 눈으로 침을 흘리며 나를 쳐다봤다.
존나 끔찍하게 생겼어 시발.
케이트를 던져주고 도망갈까 했지만, 할아버지가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떨어져 있어."
나를 안고 있는 케이트를 밀어냈다.
"그치만."
케이트가 눈물 젖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벌써 내가 뒤진 것처럼 울고 있어.
부정타게 시발.
내가 이길 수도 있지 시발.
"안 뒤져 시발. 좀 떨어져 있어."
사실 뒤질지도.
고개를 크게 끄덕인 케이트가 내게서 살짝 멀어졌다.
대머리 늑대 인간이 빠르게 나한테 달려들었다.
애미 시발 나대지 말걸.
괜히 뭐라도 된 줄 알았잖아.
그래도 뭐 어쩔 수 있나.
욕지기를 뱉으며 다시 검을 바로 잡았다.
'그럼?'
검이 낮게 읊조렸다.
다시.
나도 모르게 답했다.
기운을 다시 온몸에 돌렸다. 전보다 빠르고 더 강하게.
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지.
아직 뒤지기 싫으니까.
내 바로 앞까지 온 늑대 인간이 미친개마냥 주둥이에서 침을 줄줄 흘리면서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나를 토막내려는 늑대 인간의 손톱은 단검처럼 날카롭고 굵직했다.
겁나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검을 들어 늑대 인간의 공격을 막았다.
늑대 인간의 힘에 내 몸이 살짝 밀렸다.
검과 부딪힌 늑대 인간의 발톱이 잘렸다.
늑대 인간이 주둥이를 쩍하고 벌리면서 내 목을 물려고 했다.
검을 돌려서 그 주둥이에 찔러 넣고 수평으로 베어냈다.
늑대 인간의 몸에서 피가 튀어 내 얼굴에 묻었다.
퉤퉤퉤 시발.
[나쁘지 않은 맛이군.]
미친 야만인 새끼.
베어내자마자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처가 재생된 늑대 인간이 다시 나를 물기 위해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시발 나는 요리가 아니에요.
내가 요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시 한 번 베어냈다.
늑대 인간이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상대하기 너무 까다로웠다.
나는 조금만 다쳐도 아픈데...
대가리를 베여도 금방 재생하고 달려들다니.
시발 불공평하잖아.
다시 한 번 늑대 인간의 머리를 베어냈다.
머리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머리를 재생하고 다시 주둥이를 쩍 벌리는 개새끼.
뒤로 물러나면 케이트가 있어서 뒤로 물러날수도 없었다.
시발 빡대가리 새끼 알아서 좀 비키지.
나는 달려드는 늑대 인간을 계속 베어냈다.
얼마나 벤 거지 시발.
질리지도 않나 저 개새끼는.
이미 내 온몸은 개새끼의 피로 흥건했다.
으 시발 비린내.
막지 못한 늑대 인간의 오른손이 어깨를 스쳤다.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이 어깨에서 느껴졌다.
"따갑잖아! 이 개새끼야!"
늑대 인간의 오른손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하지만 베어낸 늑대 인간의 오른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바로 재생했다.
저 개새끼 입꼬리 올라간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괜스레 올라오는 짜증에 무리해서 심장이 있을 것 같은 곳을 검으로 찔러 넣었다.
여기가 맞나?
맞는 듯 늑대 인간의 움직임이 살짝 멈췄다.
"하하! 이 개새끼 깝죽거리더니 꼴 좋다! 뒤져! 이 개새...끼?"
마침내 늑대 인간을 죽였다는 생각에 신나서 나불거리고 있었는데, 늑대 인간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아 시발 플래그였나.
누린내가 확 풍겼다.
뒤로 빠지려고 했지만, 늑대 인간의 두 손이 내 어깨를 부숴질 듯이 세게 잡았다.
늑대 인간의 뾰족하고 누런 이들이 내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애미 시발.
그래도 좆밥치고는 잘 싸웠다. 졌지만 잘 싸웠어!
"에이든!!!!"
케이트의 슬픔이 한가득 담긴 절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 다음은 너야 시발 빨리 안 튀고 뭐 해. 이 빡대가리야.
그래도 내 죽음에 누군가 한 명은 슬퍼할 거라는 생각에 약간의 안도감도 들었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늑대의 이빨에 눈을 감아버렸다.
응? 왜 안 아프지.
원래 머리를 한 번에 씹히면 안 아픈가.
살짝 눈을 뜨자 루나의 얼굴이 보였다.
뭐야. 얘가 왜 여기 있지?
순간 상황 파악이 안 됐다.
루나의 얼굴은 내가 본 어느 때보다 일그러져 있었다.
까드득하고 루나의 입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감히내에이든을감히내에이든을감히내에이든을."
루나가 씹어뱉듯이 말을 빠르게 중얼거렸다.
"쓰레기들다죽일거야죽일거야죽일거야"
시발...
얘가 내 앞에서 주둥이 벌린 늑대 인간보다 더 무서워.
나는 또다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시발 이 미친년아. 내가 내 주변 사람 건드리지 말랬지?"
사랑스러운 에이든이 루나를 노려보며 사랑스러운 말들을 쏟아부었다.
아아 넘치는 사랑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미친년 퉤."
루나는 얼굴에 에이든이 뱉은 침을 소중히 받아서 삼켰다.
"너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에이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 돌아섰다.
무언가 잘못됐어.
에이든이 나를 안 보려고 할 리가 없는데?
순간 세상이 무너졌다.
안돼안돼안돼.
그럴 수 없어.
멈춰.
"미친년. 이제는 힘으로 지랄하게?"
에이든이 싸늘한 눈빛으로 루나를 돌아봤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닌데.
"아..."
멍청한 입아 좀 움직여.
답답한 내 입을 잘라버리고 싶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왜?"
멍청한 내 입이 드디어 말했다.
"왜? 미친... 너가 시발 나랑 말 섞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동료를 처죽였잖아 시발년아. 그것도 시발 사지를 뽑아서. 너 시발 저번에도 그 지랄해서 한 번만 더 그 지랄하면 내가 너 안본다고 했지. 내 말이 말같지 않지 너는?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지 시발. 등신 같은 년.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에이든이 싸늘한 눈빛으로 사랑스러운 말들을 내게 쏟아냈다.
그래도 에이든을 못 보는 건 싫어.
"미미안"
이 멍청한 입이 단어 하나도 제대로 말 못 했다.
"미안이고 뭐고 꺼지라고 좆같은 년아."
"아아..."
넘치는 사랑에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에이든이 내게 다가왔다.
아아...
에이든의 손이 내 목을 졸랐다.
아 나는 사랑받고 있어.
아아!
"미친년 좋아 죽네. 시발 이딴 게 인류의 희망이라니"
아아아!
내 행복이 에이든에게도 전해졌을까.
"시발. 이 미친년이 없으면 안 된다니."
내 머리가 넘치는 행복에 하얘지기 시작했다.
"너 시발 똑똑히 들어."
응응응
"또 시발. 니 좆대로 내 주변 사람 건드리면 나 그냥 혀 깨물고 뒤질거야."
에이든이 죽는다고?
안돼안돼안돼.
"니가 두려워하는 건 그거밖에 없잖아. 그치?"
"저...절대 켁"
대답하고 싶었지만 사랑스러운 에이든의 손길에 말이 잘 안 나왔다.
"한 번만 더 그러면 니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내가 죽을 거라고. 알았어?"
에이든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응응응 절대 안 건드릴게.
모든 힘을 다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퉤."
아아 역시 에이든은 날 사랑해.
앞으로는 절대.
절대.
...안 들킬게.
사랑해 나만의 에이든.
***
회귀를 하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전 회차에서 에이든과 관계있었던 주제 넘는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이러면 지금의 에이든은 모르니까 괜찮을 거야.
너네는 지금 에이든의 친구가 아니잖아?
청소는 미리미리 해둬야 한다고 했어.
한명 한명 청소할 때마다 입꼬리 주체가 안 됐다.
이 천박한 손으로 내 에이든을 만졌었다니.
멍청한 쓰레기들은 자신들의 잘못도 몰랐다.
"왜 이러세요! 꺄악!"
건방지게 에이든을 불렀던 입.
아 시원해.
그런데 문제는 내 에이든에게 다른 쓰레기들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죽일까?
안 돼. 에이든이 싫어하잖아.
조금만 더 참아보자.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
에이든이 좋아하는 딸기 향으로 열심히 이를 닦았다.
하 하고 숨을 불어서 맡아보니 딸기 향이 확하고 풍겼다.
이제 내 에이든을 찾으러 가야지.
감히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곱게 죽지는 못할 거야.
에이든을 곧 만난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풀렸다.
마지막 동굴의 좌표는...
됐다!
보랏빛이 도는 동굴 바로 앞이었다.
헬리티움으로 되어 있어서 마법이 작동 안 했구나.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안에 에이든이 있어서 참았다.
동굴의 특성에 맞춰서 마법 술식을 바꿨다.
안쪽에서 에이든이 다시 감지되었다.
에이든의 위치로 이동 마법을 사용하자 사랑스러운 에이든의 모습이 보였다.
내 에이든.
사랑스러운 에이든이 쓰레기에게 먹히기 바로 전이었다.
서둘러 에이든을 데리고 왔다.
사랑스러운 에이든의 몸 곳곳에 상처가 보였다.
이 빌어먹을 쓰레기 새끼들이.
짓뭉개져라.
사랑스러운 에이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내가 왔어 에이든.
에이든이 감동했는지 눈을 부드럽게 감았다.
뽀뽀해달라는 거겠지?
"크아아아악!"
근데 주변 분위기가 너무 시끄럽잖아.
청소부터 해야겠어.
좀만 기다려줘.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
주변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시선을 내게 고정한 루나가 한 손으로 동굴의 천장을 가리켰다.
그러자 뚫려있던 천장에 돌들이 붙으면서 조금씩 메워졌다.
근데 왜 눈은 나를 보고 있는 거야.
루나의 행동을 눈치챈 늑대 인간들이 우리 쪽으로 뛰었지만 막에 막힌 것처럼 다가오지 못했다.
"그 루나?"
"응응응."
루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왜 세 번씩이나 말하는 거지.
"저기 케이트도 좀 구해주면 안 될까?"
내 말에 케이트 쪽을 쳐다본 루나의 이마가 찌푸려졌다가 나를 보면서 다시 웃었다.
"응 잠깐만."
루나가 밝게 웃으며 케이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케이트가 사라졌다.
여기로 데리고 오는 건가.
한숨 돌렸네.
...근데 왜 안 오지?
"꺄악!!!"
늑대 인간들이 몰린 부분 한 복판에서 케이트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 실수..."
루나가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보며 조용하게 속삭였다.
그렇게 말하는 루나의 입꼬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올라가있었다.
미친 시발.
아찔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