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에이든 구출 작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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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명백하게 실수가 아닌 것 같은 입꼬리를 한 채 당당하게 실수라고 말하는 루나를 보며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루나는 원래 이상한 애니까 그럴 수 있지.
그것보다 일단 케이트부터 구해야 해.
루나의 손을 뿌리치고 케이트의 비명이 들린 곳으로 달려가려고 했는데, 케이트의 비명이 난 곳에서 금색 빛이 솟구쳤다.
황녀가 죽으면 저렇게 금색 빛이 나는군. 기억할게 케이트!
"꺄악!"
뭐야 안 죽었네?
케이트의 비명이 들린 곳에서 아까 나에게 눈을 부라리던 할아버지가 금색 빛을 뿜어내며 늑대 인간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전까지는 진심이 아니었던 듯 주변의 늑대 인간들이 검에 갈려나갔다. 말 그대로 갈려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영웅 소설의 한 장면 같았다.
뭐야 할아버지 왜 저렇게 강한 거야. 몸에 좋은 거 많이 드셨나.
다행히 늑대 인간들을 도륙내는 할아버지는 나를 노려보지 않고 케이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케이트는 아는 사람인듯 반가운 얼굴로 할아버지와 인사했다.
일단 케이트는 살았고.
루나는 그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이마를 찌푸리고 있다가 나와 마주치니까 다시 활짝 웃었다.
루나가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자 굉음이 나면서 동굴 천장에 있었던 구멍이 돌로 메꿔졌다.
언제봐도 말도 안되는 마법이었다.
이제 더 이상 동굴 안에는 보름달이 없었다.
"황녀님을 보호한다!"
황실 기사단 중에서 유난히 덩치가 큰 사내가 외쳤다.
황실 기사단들의 검에서 금색 빛이 솟구쳤다.
그들의 금빛이 도는 검들은 늑대 인간들을 풀처럼 가볍게 베어 넘겼다.
늑대 인간들의 괴물 같은 생명력은 보름달의 영향이었는지 늑대 인간들은 더 이상 재생하지 못했다.
아니 시발 그럴 힘이 있었으면 진작에 하던가.
결국 그들은 할아버지가 지키고 있는 케이트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케이트에게 도착한 황실 기사단이 둥글게 서서 케이트를 지키는 듯한 형태를 취했다.
황실 기사단이 저렇게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을 보면 케이트가 진짜 황녀기는 한가봐. 사실 안 믿었는데.
케이트와 진하게 보낸 어젯밤이 갑자기 생각났다. 별일 없겠지...?
내가 안에 했나?
"에이든에이든에이든."
잠시 잊고 있었던 루나가 내 몸을 여기저기 거침없이 만졌다.
"앗! 따가!"
루나의 손이 늑대의 손톱에 긁힌 어깨 상처를 눌렀다.
"미안미안미안."
루나가 큰 눈에 눈물까지 맺혀가며 내게 말했다. 아픈 건 난데, 왜 니가 울어.
일단 우는 루나를 안아서 진정시키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루나는 내 가슴팍에서 킁킁대며 열심히 냄새를 맡고 있었다.
재생하지 못하는 늑대 인간들은 황실 기사단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점점 늑대 인간의 수가 줄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진짜 살았다 시발.
루나의 마법 때문인지 늑대 인간들은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여유롭게 싸움 구경했다.
비키와 싸우던 여우도 상황이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살금 살금 뒤로 빠졌다.
"어디가! 이 개새끼야!"
물론 그런 여우를 비키가 순순히 놓칠 리가 없었다. 여우에게 비키가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나는 여자는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가슴은 마음에 들지만"
마침내 여우를 제외한 마지막 늑대 인간까지 목이 잘려서 쓰러졌을 때, 돌연 여우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다음에 봐. 우리 맛있는 막내. 쪽!"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한 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우의 목소리에 내 품에 얼굴을 박고 있던 루나가 얼굴을 들고 주변을 쳐다봤다.
루나의 손가락은 옆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해당 위치의 바닥이 푹 파여 있었고 흰 천이 남아있었다.
저거 여우 옷 맞지?
여우가 부상을 입은 듯 흰 천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누구야?"
음의 높낮이가 이상한 목소리로 루나가 물었다.
"여우."
"여우?!"
루나의 동공이 커졌다.
"응 아는 사람이야?"
"여우여우여우?! 여우가 지금 왜 ?! 분명 여우는..."
루나가 다시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또 지랄이네 이거.
아무래도 루나와 여우는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루나의 태도로 봐서는 좋은 사이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쾅
"이 개새끼!"
여우가 도망쳐 화가 잔뜩 난 비키가 바닥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비키의 주먹에 땅이 마치 거인이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푹하고 꺼졌다.
예로부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라고 들었는데, 비키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닌듯 했다.
비키의 거친 태도에 사람들이 비키 주변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황실 기사단이 분주히 움직이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게 격한 전투에도 불구하고 황실 기사단에 부상자는 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괜히 황실 기사단이 아닌가봐.
"에이든님!!!"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안드레아가 뛰어오고 있었다.
마침 어깨가 따가웠는데 손을 들어 인사했다.
"아... 근데 이분은?"
안드레아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루나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안드레아의 눈이 빠르게 루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아! 루나라고."
내 대답에 루나가 나를 더 세게 안으면서 고개 돌려 안드레아를 노려봤다.
"아 안녕하세요! 안드레아라고 합니다."
안드레아는 특유의 단아한 미소로 루나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루나는 그런 안드레아의 손을 본 척도 안 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안드레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인사해야지."
저런 사회적인 인사를 루나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루나의 귀에 속삭였다.
몸을 살짝 움찔한 루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드레아의 손을 맞잡았다.
"...반가워"
"반가워요!"
안드레아가 웃으며 답했다.
"이제 놔도 돼."
손을 잡고 놓지 않는 루나에게 말해주자 루나가 얼른 안드레아의 손을 놓고 다시 내 품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루나가 내 말을 듣기는 해서 다행이었다.
"동생분이신가요? 귀엽네요."
그런 루나를 보며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었다. 동생은 아니었지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다치신 부위가 있나요?"
피범벅이 된 내 모습을 본 안드레아가 내게 물었다.
"어깨,팔목,등,왼쪽 허벅지 뒤."
루나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상태에서 말했다. 내가 다친 부위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거 같은데?
허벅지 뒤에는 다친 지 몰랐네. 듣고 보니 허벅지 뒤가 따가운 것 같았다.
다친 어깨에 안드레아가 손을 올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했다.
그러자 안드레아의 손이 흰색 빛으로 빛나면서 어깨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치료니까치료니까치료니까."
조용하게 중얼거리는 루나는 무시했다.
안드레아는 다친 부위에 손을 올리며 계속 치료했다.
상처가 아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 성직자의 치유력이 이 정도나 되나?
금세 내 몸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몸이 되었다. 그와 비례해서 안드레아의 얼굴에 피곤함이 생겼지만, 그건 나와 상관 없는 일이었다.
치료를 끝낸 안드레아가 성수를 수건에 뿌려서 내게 묻은 피를 닦아줬다.
그 정도까진 할 필요가 없지만, 피가 묻은 게 찝찝했기 때문에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호강이군.'
[나도 동의한다네.]
닥치라니까.
"에이든!"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곳곳에 피가 묻은 키아나가 보였다.
키아나에게 묻은 피들은 자신의 피가 아닌 듯 얼굴에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반가운 얼굴로 내게 다가온 키아나가 내 주변에 붙은 둘을 보고 약간 머뭇거렸다.
"에이든이 괜찮아서 다행입니다."
키아나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순간 어두운 동굴이 밝아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네. 다행히 무사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키아나님은 여기 왜...?"
"키아나님도 에이든님이..."
내 팔에 묻은 피를 닦으면서 안드레아가 말했는데, 키아나가 다급히 달려들어 안드레아의 입을 막았다.
"하하 스승님이 가신다고 하셔서 수행 차 따라왔습니다."
안드레아의 입을 막은 키아나가 살짝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키아나에게 입이 막힌 안드레아가 키아나를 쳐다봤지만 키아나는 손을 치우지 않았다.
둘이 꽤 친한 사이였네.
"스승님이 마침 황!녀!님을 구출하는 작업에 투입되셔서요! 하하! 여기 에이든도 같이 납치되었었군요!"
키아나가 중간중간 이상한 부분을 강조하며 말했다.
"아! 스승님이랑 같이?"
"네! 스승님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하"
키아나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에 루나가 움찔하면서 키아나를 쳐다봤다가 다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데 이 분은...?"
키아나가 그런 루나를 조심스럽게 가리키며 물었다.
"에이든님의 동생분이시라고 합니다."
안드레아가 내 등에 묻은 피를 열심히 닦으면서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키아나가 자신의 턱을 만지며 대답했다.
"아! 에이든!"
내 몸을 열심히 닦는 안드레아를 구경하던 키아나가 생각났다는 듯이 외치더니 자신의 옆에 달린 주머니에서 메론빵을 꺼냈다.
"배고팠을 텐데. 이것 좀 드시죠"
마치 쓰다듬어 달라고 꼬리를 흔들며 쳐다보는 강아지와 같은 표정을 한 키아나가 내게 메론빵을 내밀었다.
진짜 메론빵에 미친 사람이네 이거.
"감사합니다. 동굴에 갇혀서 배고프니까 메론빵 생각이 나면서 덩달아 키아나 생각도 나더군요. 하하."
'방금까지 갇혀 있던 사람에게 메론빵을 건네는 게 정상이니. 이 메론빵에 미친 사람아' 라는 의도를 거슬리지 않게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내 의도가 분명하게 전달이 된 듯, 키아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도 배는 고팠기 때문에 메론빵을 뜯어 먹었다.
메론빵의 달달함이 혀끝을 간질이니 마침내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뭐야 이 시부럴 잡것들은?"
한창 메론빵의 단맛을 음미하는데, 비키의 거친 음성이 들렸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비키가 짜증이 잔뜩 담긴 표정으로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 꺼져. 그거 내 꺼니까."
비키가 손을 파리를 쫓듯이 휙휙하고 휘저었다.
루나는 이까지 갈면서 그런 비키를 노려보고 있었다.
루나가 손을 까닥까닥 움직이는게, 무언가를 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이든 님은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나이도 아니시고요."
안드레아가 비키를 보면서 어울리지 않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네 왜 이래 갑자기.
피를 흘려서인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뭐야 이건 또. 꺼져 . 그거 내 꺼 맞으니까."
비키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근데 그거라뇨 비키 누나.
저도 사람이에요.
"누구도 에이든에게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키아나가 검 손잡이를 잡으며 내 앞으로 나섰다.
나는 괜찮은데, 너네가 왜 그래.
"호오 가뜩이나 개새끼가 도망가서 짜증 났는데, 한 번 해보자 이거야?"
비키가 재밌다는 듯 얼굴에는 미소를 띄며 다가왔다.
"다들 그만...윽"
왠지 모르게 사춘기 소년들처럼 쌈박질하려는 애들을 말리려고 하는데 루나가 나를 강하게 안아서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막지 못한 비키와 키아나가 붙으려고 하는 순간.
"에이든!!!"
그 사이를 통과해서 케이트가 내게 달려왔다.
케이트는 살아 남는 게 꽤나 험난했는지 옷의 군데군데가 찢어져 있었다.
달려오던 케이트가 내 주변의 모습을 보고 멈췄다.
"이 년들은 다 뭐야!"
케이트가 비명처럼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게.
점점 의식이 흐려졌다.
그런 케이트의 뒤에는 아까 봤던 할아버지가 피가 잔뜩 묻은 검을 들고 서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엄지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너를 죽일 거야.'
명백하게 전해지는 할아버지의 의도에 나는 간신히 잡고 있던 의식의 끈을 놓았다.
"에이든님!"
"변태!"
"에이든! 이 천한 것들아 다 비켜! 비키라고! 황실 기사단!!! 다 치워버려!"
"진정하십쇼 황녀님!"
"다죽일까?안돼에이든이싫어해.다죽일까?안돼에이든이싫어해.다죽일까?안돼에이든이싫어해."
마지막으로 들리는 루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신이 멀어졌다.
***
눈을 뜨니 다시 익숙한 흰 천장이 보였다.
그때 입원했던 성당의 그 방이네.
너무 친숙해서 내 방처럼 여겨졌다.
그래도 의식을 잃은 게 다행이었다.
거기서 정신을 더 부여잡고 있었으면 무슨 험한 꼴을 봤을지도 모르니까.
안락한 이불을 조금 더 끌어올렸다.
근데 왜 이불이 무겁지?
아래를 보니 또 내 몸 위에 루나가 올라가 엎어져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루나라면 그럴 수 있지.
이제는 익숙해져 한 2초 정도만 당황했다.
근데 루나의 표정이 평소와는 다르게 심통난 표정이었다.
왜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다시 의식을 잃을 뻔했다.
벽에 등을 대고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서 있는 비키.
그런 비키를 못 마땅한 표정으로 검 손잡이를 매만지며 쳐다보고 있는 키아나.
내 옆에서 수건을 들고 내 이마를 닦아주려고 하는 안드레아.
어디서 가져온지도 모르겠는 휘황찬란하고 높은 금색 의자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는 케이트까지.
방금 일어나서 멀쩡한 내 정신이 괜히 미워졌다.
[나는 저 붉은 여인이 마음에 드는 군 젖통이 아주 그냥.]
[그런 불결한 말을 레이디에게 하는 건 실례네! 야만인! 소년 나는 개인적으로 저 금발 소녀가...]
너네는 좀 닥치라고 시발.
책에서 봤었던 숨을 안 쉬면 정신을 잃는다는 내용이 생각나 숨을 참았다.
그런데 인내심이 부족한 나는 결국 숨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하하... 안녕하세요."
정확히 그들의 중간에 시선을 주고 어중간하게 인사를 건넸다.
내 말을 들은 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동굴에서보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다시 한 번 숨을 참아봤지만, 내 맑은 정신에 효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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