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두 번째 데이트 !
* * *
지독한 수치심에 베개에 머리를 묻고 있을 때, 누군가 익숙한 리듬으로 방문을 두드렸다.
어디서 들어본 리듬인데...
"누구세요"
목을 가다듬고 답했다.
"부학생회장 혜진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높낮이가 일정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쟤는 또 여기를 온 거야.
"아니요! 들어오지 마세요! 돌아가세요!"
나는 방문 밖을 향해 사춘기 소년마냥 빽 하고 소리 질렀다.
지금은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아.
내 뚜렷한 의사 전달과는 상관없이 벌컥 하고 방문이 열렸다.
시발 저럴 거면 왜 물어본 거야.
나는 괜히 덮고 있는 이불을 더 끌어 올렸다.
방문이 열리고 제일 보기 싫은 얼굴이 들어왔다. 내가 마음속으로 정한 용사 아카데미 내에서 재수 없음 랭킹 1위 학생회장 루크.
루크는 약간의 짜증이 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다가왔다. 침대 옆에 선 루크가 후하고 살짝 숨을 내뱉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내 몸을 훑어봤다.
"멀쩡한 것 같아서 다행이군요."
말과는 다르게 루크의 눈빛은 차가웠다.
"예.뭐."
"오랜만입니다. 에이든씨"
그런 루크의 옆에 혜진이 서서 내게 말을 건넸다. 인사를 건네는 혜진에게 꾸벅하고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루크가 그런 혜진을 곁눈질로 보고 말을 이었다.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진술을 받기 위해 왔습니다. 부상때문에 성당에 입원 중이시라고 들었는데..."
나를 다시 한번 훑어본 루크가 말을 이었다.
"지금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군요."
"아 안드레아 수녀님이 치료를 잘해주셔서요. 여기 보시면 긁혔던 자국도..."
나는 내가 아팠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깨 부분을 보여줬지만, 솜씨가 뛰어난 안드레아 덕분에 멀쩡한 피부를 자랑해버렸다. 조금 상처를 남겨놔야 내가 생색을 내지.
"예 뭐 그건 다행인 거겠죠. 시간이 되신다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진술을 부탁드립니다."
루크가 약간 거칠게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건 다행인 거겠죠'가 뭐야 시발.
개 띠꺼워.
나는 아직 저 새끼 때문에 먹지 못한 돼지고기의 원한을 잊지 않고 있었다.
지금 싸우면 내가 이길 것도 같은데, 쥐어 패버릴까.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에게는 참지 않는다.
'약간 애매한 것 같군'
그치? 약간 애매하긴 해.
이불 밑으로 주먹을 쥐었다 피면서 재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대답했다.
"진술이라면 어떻게...?"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제게 말하면 됩니다. 어떻게 황녀님이랑 같이 납치됐는지, 그 안에서 별문제는 없었는지, 범인에 대한 정보 같은 것들을 말이죠."
혜진이 루크의 옆에서 노트랑 펜을 꺼내서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정말 듣고 싶어 하는 표정이 아닌 루크의 얼굴을 슬쩍 보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에는 개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은 성당 스프가 얼마나 맛이 없었는지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나와서 걷는데, 에일 버드 튀김 청년이 나를 불렀다.
한참이나 에일 버드 튀김의 맛을 열심히 설명하다가 케이트와 만나서 납치됐다고 말했다.
"잠시만요. 성당 스프와 에일 버드 튀김 맛은 왜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신 겁니까?"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루크가 물었다.
아니 얘가 아직 에일 버드 튀김 맛을 이해 못 했네.
나는 답답함을 느끼며 다시 한번 에일 버드 튀김의 환상적인 맛을 설명했다.
루크의 옆에 있는 혜진이 작게 에일버드라고 따라 말했다.
"알았으니까. 그 다음으로 넘어가죠."
루크가 이마를 찌푸리면서 손짓을 했다. 잘생긴 새끼는 인상을 찌푸려도 잘 생겼네.
아직도 에일 버드의 환상적인 맛을 이해하지 못한 루크에게 한 번 더 설명하고 싶었지만, 굳은 루크의 얼굴에 그냥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다음으로 납치된 이야기랑 어떻게 구출됐는지까지 손과 발을 써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물론 케이트와 있었던 일들은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설명을 끝내자 방 안에는 혜진이 사각사각 글 쓰는 소리밖에 안 들렸다.
"그러니까 그냥 같이 있다가 우연히 잡혀간 거군요."
"네. 그 새... 아니 황녀님만 아니었으면 저는 맛있는 에일 버드 튀김이나 뜯고 있었을 텐데요."
말을 하다가 무심코 나온 욕지기를 다시 누르고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다 받아 적었나요?"
"예 회장님."
혜진은 깍듯하게 답했다.
"아. 그리고 제가 했던 말들은 기억하고 있겠죠?"
자리에서 일어나던 루크가 어색하게 떠오른 척을 하면서 말했다. 저 새끼 분명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어.
아 그 루나랑 거리를 두라던.
"예 뭐 기억하고는 있습니다."
근데 내 의지랑 상관없다니까 그거. 루나한테 가서 말하라니까.
애매한 내 대답에 루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루크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하고 쳤다.
"저는 에이든 씨를 위해서 한 말입니다. 굳이 입 아프게 더 말할 필요는 없다고 믿겠습니다."
나를 내려다면서 루크가 '각자의 주제에 맞게'라고 작게 덧붙이고는 일정한 보폭으로 방을 나갔다.
혜진이 방을 나간 루크를 따라 나가려다가 멈춰서 나를 다시 쳐다봤다.
"전에도 말씀드렸는데, 혹시나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주세요."
혜진이 자신의 오른팔을 뭔가를 쥐고 흔드는 것처럼 흔들며 말했다.
"책을 정독해서 꽤 능숙해졌습니다."
혜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론 실전은 아직이지만'이라고 작게 덧붙였다.
뭐라는 거야 미친.
그 모습에 이불을 좀 더 끌어올렸다.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쾌차하시길"
혜진이 루크를 따라서 나갔다.
오늘 하루 저 문이 다시 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
배고파.
어느새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것도 질렸기 때문에 일어나서 멍하니 방을 빙빙 돌았다.
나가서 산책이나 할까.
또 맛대가리 없는 성당 스프를 먹어야 한다니.
똑똑똑.
방에서 나는 노크 소리에 살짝 긴장한 상태로 문을 열었다.
제발 정상인 제발.
문 앞에서는 루나가 얌전하게 서 있었다.
왜 새삼스럽게 노크를 하고 있는 거지 얘는.
"아...안녕! 우연이네!"
루나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또 우연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내가 입원한 방인데 말이야. 그냥 우연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건가.
"응 그러네."
그런 루나에 내가 익숙해졌다는 게 살짝 우스웠다.
처음 봤을 때는 머리끝까지 소름이 끼쳤는데 말이야, 이제는 살짝 놀라기만 했다.
"나랑 저녁 먹으러 가자! 내가 에이든이 좋아하는 맛집을 알아!"
루나가 손을 앞으로 모아 꼼지락거리며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대체 내가 좋아하는 맛집을 어떻게 안다는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루나는 이상한 게 정상이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맛대가리 없는 성당 스프와 미친 여자가 사주는 맛있는 밥.
둘 중 무엇을 택할까 고민이 됐다.
그래도 역시 성당 스프는 맛이 너무 없었다.
"그래 가자."
루나가 내 대답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밝게 웃었다.
루나가 작은 손을 내게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익숙하게 잡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루나의 체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눈을 다시 뜨는 순간 우리는 시장으로 이동해 있었다.
진짜 말도 안되게 편한 능력이야.
'소년은 마법에 재능이 없다네.'
안다고.
"이쪽이야!"
루나가 그런 내 손을 가볍게 끌며 신나서 걸었다.
시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그 사이를 루나와 열심히 걸었다.
루나는 내 손을 꽉 쥐고 걸었음에도 종종 뒤를 돌아서 내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 루나는 더없이 밝게 웃고 다시 걸었다.
루나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식당은 저번과 전혀 다른 느낌의 고급 식당이었다.
식당은 들어가기 꺼려질 정도로 고급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비싸고 어색할 것 같아.
나는 괜히 내 몸에서 냄새가 나는지 킁킁거렸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루나는 익숙하게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루나를 따라서 들어가자 반짝반짝 빛나는 식당 내부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금색으로 내부가 꾸며져 있었고 식당의 천장에는 각종 보석이 박힌 큰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저 샹들리에는 얼마일까.
입구에서 검은색 양복을 빼입고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금색 나비'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남자는 외모와 어울리는 중저음 목소리로 우리에게 인사했다.
호의적인 눈빛으로 루나를 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자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
뭐 내가 어때서. 괜히 나도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특실. A코스 2개."
루나가 남자를 쳐다도 안 보고 나를 끌고 안으로 이동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남자는 당황해서 루나에게 되물었다가 금세 다시 말을 이었다.
남자가 방을 알려주려고 했지만, 루나는 식당 내부에 익숙한지 거침없이 걸었다.
"... 여기는 특실로 식사를 조용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결국 남자보다 우리가 먼저 방에 들어가고 남자가 뒤이어 들어와서 설명하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다.
방안은 열 명은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방의 중앙에 큰 원형의 테이블이 있었고 천장에 작은 샹들리에가 밝게 빛나면서 매달려 있었다.
벽에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이거 좀 많이 비쌀 거 같은 느낌인데.
손가락을 튕겨 의자를 빼는 루나를 보며 생각했다.
...얘 돈 있겠지?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마법을 쓰는 루나를 보며 남자가 황급히 인사하고 나갔다.
루나가 나를 의자에 끌고 와서 앉혔다.
그러고는 많은 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 바로 옆에 의자를 붙여 앉았다.
이러면 굳이 큰 식탁에 앉은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
내 옆에 앉은 루나가 책상에 엎드려서 내 얼굴을 보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조용하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런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음식을 기다렸다.
곧 메이드 복을 입은 여자들이 들어와서 책상 위에 음식을 놓기 시작했다.
루나는 음식들에는 관심이 없는지 내 얼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했던 남자도 따라 들어와서 식탁 옆에 서 있었다.
"그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 음식은 초원에서 풀과 자유를 느끼며 ...."
남자가 옆에서 음식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음식이 그냥 다 음식이지 굳이 설명까지 들어야 하나 했지만, 그게 저 남자의 일이니까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남자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설명을 마치고 정중하게 인사하고 나갔다.
나는 일단 제일 맛있어 보이는 큼지막한 고기부터 잘랐다.
루나는 앞에 음식이 있어도 그냥 하염없이 나만 보고 있었다.
그래, 얘가 사는 거니까.
자른 고기 한 개를 루나에게 먹여줬다.
고기를 입에 넣은 루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좋아했다.
눈에는 눈물도 살짝 고여 있었다.
그렇게 맛있나?
자른 고기를 입에 넣자 정말 감쪽같이 녹았다.
와 시발 이게 무슨 고기라고?
고기는 다시 아까 그 남자를 불러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절대 먹지 않는 루나에게 가끔 먹여주며 음식을 거침없이 먹었다.
개 맛있어 진짜.
성당 좆같은 스프 다시는 안 먹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알려준 루나를 한 번 더 쓰다듬었다.
더 먹으면 배가 터질 정도로 먹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먹고 나니 약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돈 있는 거지?"
"돈?"
루나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이거 음식값."
불안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
"...음식값을 왜? 나 돈 없는데. 그때 에이든한테 다 줬어!"
루나가 마냥 기분이 좋은듯 내게 빈 양손을 보이며 밝게 웃었다.
자기 쓸 돈도 안 남기고 다 준거야? 그럼 그 이후에 도대체 무슨 돈으로 살고 있던 거지.
다급하게 내 주머니를 확인했다.
다행히 그때 신나서 들고나왔던 꽤 많은 돈이 주머니에 남아있었다.
비싸 보이지만 이 정도면 되겠지.
루나가 준 돈이었지만 괜히 아까웠다.
이 돈이면 에일 버드 튀김이 몇 개야...
"돈 더 만들어올까?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내 팔에 매달려 루나가 물었다.
얘는 돈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루나가 말한 돈을 더 만들어 온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아니. 그때 루나가 준 돈이 아직 남았으니까 괜찮아."
내 팔에 붙어있는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서 진정시켰다.
나오면서 값을 치르니 겨우 동전 몇 개가 남았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돈을 다 지불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배가 너무 불러서 소화시키기 위해 루나와 시장을 걸었다.
"그러니까 딱! 한 잔만 더 하자니까!"
"오늘 술값은 내가 전부 낸다!!!"
"내일은 수도 밖으로 나가야 돼! 글쎄 대박이라니까!"
주변의 시끄러운 대화들을 들으며 내 팔에 딱 달라붙은 루나와 돌아다녔다.
루나는 주변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나만 보며 걸었다.
저렇게 걷는데 어떻게 안 넘어지는거지.
"에일 버드 팝니다!!"
"와 에일 버드 너무 귀여워 진짜!"
흥미로운 대화가 들렸다.
그 맛있는 에일 버드?
분명 배부르지만, 궁금증에 대화가 들려온 쪽으로 갔다.
"삐익!"
노란색에 동그랗고 귀여운 생명체가 노점 위에서 뒤뚱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주변에 많은 수의 여자들이 붙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여자들은 연신 꺅꺅대며 에일 버드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아 정말 귀엽고 맛있게 생긴 생명체야.
배는 이미 꽉 찼지만 에일 버드 튀김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였다.
"왜?"
에일 버드를 보는 나를 살짝 당기며 루나가 물었다.
여기서 맛있어 보여서라고 하면 너무 이상하게 보이겠지?
"음... 아니 에일 버드가 너무 귀여워서."
나는 대충 둘러대며 입 안에 고인 침을 소리가 안 나게 삼켰다.
내 대답에 루나가 돌아다니는 에일 버드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계속 에일 버드를 관찰하는 루나를 끌고 좀 더 시장을 구경하다가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루나는 나를 성당에서 머무는 방이 아니라 내 기숙사 방으로 데려다줬다.
역시 내 방이 편해.
오랜만에 온 느낌이야.
루나는 돌아갈 생각이 없는지 내 침대에 앉았다.
나는 그런 루나를 두고 샤워하러 갔다.
오랜만의 샤워에 개운함을 가득 안은 채로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 나를 루나가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쳐다봤다.
쟤 왜 방바닥에서 저러고 있어.
진지해 보이는 루나의 표정에 괜히 불안해졌다.
쟤 또 뭐 하려고 그러는 거야.
들어온 나를 본 루나가 양발을 옆으로 하고 뒤뚱뒤뚱 걸었다.
왜 저래.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터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삐익."
하고 뒤뚱뒤뚱 걷던 루나가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미친 시발.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보며 루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삐익?"
그리고는 전보다 약간 더 높은 음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
그 모습에 내 사고가 정지했다.
루나는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더 삐익 거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