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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39화 (39/233)

〈 39화 〉 개노답 쓰레기

* * *

'좋은 아침이군.'

그렇긴 하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몸을 풀었다.

상쾌한 새벽 공기가 맡아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에 움직이는 게 원래 이렇게 개운한 건가.

[아침 운동은 건강과 실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네.]

[아침 교미는 실력 증진에...]

시끄러워.

간단히 몸을 풀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운동장에는 몇몇 학생들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내 자세와 다른 학생들의 자세를 비교하며 달렸는데, 아무리 봐도 내 자세가 제일 훌륭했다.

몇 명을 달리기로 제치고 미약한 승리감을 느꼈다.

숨이 거칠어질 때까지 달리고 나서 땀을 대충 수건으로 닦으며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킁­킁­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저게 뭔 소리지.

다시 한번 문 위에 적힌 번호를 확인해봤는데, 내 방이 맞았다.

뭐지 루나인가.

루나면 그럴 수 있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얼굴을 박고 있는 안드레아가 보였다.

안드레아는 그럴 수 없는데?

"...수녀님?"

끼류웃! 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안드레아가 벌떡 일어났다.

장담하는데 저런 소리는 살면서 처음 들어봤다.

"이건 그니까! 에이든님이 그냥 가버리셔서! 제가 에이든님의 몸을 확인 못 했으니까! 혹시나 에이든 몸에 상처가 남아있을 수도 있어서! 맞네!! 그러니까! 침대에 피가 묻었나! 확인해보고 있었습니다! 맞아! 그거야!"

안드레아가 붉어진 얼굴로 어울리지 않게 당황하면서 설명했다.

말을 하면서 스스로 결론을 낸 것 같았다.

말을 마친 안드레아는 다시 단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물론 붉어진 볼은 그대로였지만.

무단으로 퇴원한 환자의 상태가 걱정돼서 환자의 방까지 찾아와 상태를 확인한다니 정말로 이렇게 성실한 수녀가 또 있을까.

가슴 깊숙한 곳에 감동이 차올랐다.

"그런데 여기는 남자 기숙사인데..."

내 물음에 안드레아가 눈에 띌 정도로 몸을 흠칫 떨었다.

"...아! 저는 수녀라 괜찮습니다!"

안드레아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수녀라 괜찮은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또 생각해보니 나름 설득력 있는 설명이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운동을 다녀오신 건가요?"

"네. 그냥 간단하게 달리기하고 왔어요."

내 말을 들은 안드레아가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뭘 달라고 하는 거지.

"그... 제가 빨래해드릴게요. 아무래도 여기는 불편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안드레아의 눈빛에는 이유 모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대신 빨래를 해준다면 나야 좋지만.

"그래도 이거는 땀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그래도 한 번의 거절은 미덕이다.

"그럼 오히려 더 제가! 하겠습니다."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안드레아에게 수건을 건넸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에이든님!"

안드레아가 건네받은 수건을 품 안에 소중하게 안고 급하게 방을 나갔다.

땀이 좀 났기 때문에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샤워하면서 몸을 보는데, 내가 봐도 꽤 멋들어진 몸이었다.

내가 이렇게 팔뚝이 굵었나? 이거 배에 단단한 거 복근 맞지 ?

[볼품없는 몸이지.]

[오늘처럼 아침에 꾸준히 운동하면 나아질 걸세.]

그냥 무시했다.

오랜만에 수업 준비를 했다.

침대 밑에 숨겨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챙겼다.

비어있던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니 자신감이 생겼다.

"에이든!"

나가려고 할 때, 방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케일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얘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그러고 보니 오늘 1교시가 검술 이론 수업이었네.

"하핫 일어나 있었네!"

케일이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너 시발 내가 막 들어오지 말랬지."

그 모습에 울컥 짜증이 올라왔다. 그래도 나름 깨워주겠다고 온 거니까 매콤 주먹을 먹이지는 않았다.

케일과 같이 검술 이론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이동했다.

"에이든 별일 없어서 다행이야!"

넉살 좋게 케일이 말했다.

"그래. 별일 없이 돌아온 게 다행이지."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등교하고 있었다.

"케이트 양이랑 같이 납치되었다던데..."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한 케일이 내게 가까이 붙었다.

"근데"

"무슨 일 없었어?"

케일이 곰의 눈처럼 둥근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케일답지 않게 예리한 부분이 있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설마 이 곰처럼 미련한 새끼가 미묘한 내 남성성의 변화를 눈치챈 건가? 그래도 유일한 내 친구인 케일에게 내 남성성의 진화와 증명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야 되나.

"역시... 에이든의 미묘한 변화가 느껴졌어."

케일이 눈을 꿈벅하고 감았다가 떴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케이트 쨩의 팬티를 훔친 게 사실이야?!!"

케일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뭔 개 좆박은 소리야."

"에이든가 케이트 쨩의 귀여운 캐릭터 팬티를 훔친 게 틀림없!!!..."

일단 신나서 지껄이는 케일의 주둥이를 주먹으로 때려서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니가 케이트의 팬티에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걸 어떻게 안 거야.

이 새끼 무서운 새끼네.

'나도 알고 있다네.'

다행히도 주변의 학생들은 우리의 대화를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 아니야?! 그럼 도대체 그 황금 같은 시간 동안 뭐한 거야! 하늘이 주신 팬티를 훔칠 기회였는데!!!"

케일이 얼굴을 주무르면서 따라왔다. 영양가 없는 케일의 질문은 무시했다.

강의 시작 시간보다 약간 더 이르게 강의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익숙하게 제일 뒷자리의 구석에 앉았다.

그 와중에도 케일은 옆에서 끊임없이 중얼거려서 복부에 매콤 주먹을 몇 대 먹여주니까 조용해졌다.

곧 검술 이론 담당 선생님인 라인하르트 선생님이 들어왔다.

갈색 머리에 사자처럼 생긴 외모의 라인하르트 선생님이 헛기침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나처럼 지각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라인하르트 선생님이 학생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강의를 시작했다.

"저번 시간에는 검술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을 설명했었죠. 오늘은 상승 검술에 대해 설명을 할 겁니다. 상승 검술이란 기운을 움직여 몸을 좀더 빠르게 검을 좀 더 예리하게 만드는..."

라인하르트 선생님 특유의 저음이 들리자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시발 존나 지루해.

"... 그래서 상승 검술을 다룰 수 있는 사람과 다룰 수 없는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몇몇은 상승 검술을 배웠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좋은 가문이거나 좋은 스승을 둔 학생들이겠죠. 만약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4학년때부터 아카데미에서 상승 검술을 알려주니까요. 아마 다들 알고 계시겠죠. 그게 용사 아카데미의 가장 큰 메리트..."

상승 검술을 배우기 전의 나라면 라인하르트 선생님의 말에 위안을 얻기 위해 집중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특출난 천재성으로 상승 검술을 혼자 터득한 상태였다. 그러니 천재인 내게 라인하르트 선생님의 말은 아무 의미 없었다.

'크흡!!!'

하지만 천재인 나와는 다르게 범재인 학생들은 눈을 빛내면서 라인하르트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 범재인 너네들은 집중해야지.

케일도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얘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애가 아닌데?

뭐를 적는지 슬쩍 봤더니. 미친놈이 곰돌이 캐릭터가 그려진 팬티를 그리고 있었다.

노답 새끼.

라인하르트 선생님의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슬슬 잠이 왔다.

"...상승 검술을 익힌 사람은 공간을 자르거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 극한으로 상승 검술을 익힌 사람은 드물죠. 왜냐하면 상승 검술의..."

[하하하 부끄럽지만 저건 내 이야기군.]

[교미는 언제 하나! 교미! 교미!]

닥쳐 졸리니까.

눈 뜨니까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강의실을 나가고 있었다.

옆을 보니 케일은 곰돌이가 그려진 팬티에 채색까지 완벽하게 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뭐야 시발 너무 똑같잖아.

케일이 그린 그림은 그날 밤 내가 벗겼던 케이트의 팬티와 똑같았다.

"안돼! 이건 내 역작이야! 에이든이라도 줄 수 없어!"

가늘게 눈을 뜨고 케일을 쳐다보자 케일이 황급하게 말했다.

"필요 없어 븅시나."

다음 시간은 검술 실습 시간이었다. 검술 이론 다음에 검술 실습이라니 완벽한 시간표군.

자신의 팬티 그림에 연신 코를 박는 케일과 검술 실습장으로 향했다.

실습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몇명의 학생들이 나를 쳐다봤다.

뭐 시발 매콤 주먹 맞을래? 쳐다보는 학생들에게 매콤 주먹을 들어 흔들며 눈을 부라리니 화들짝 놀라 내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며 구석진 자리로 갔다.

내가 앉자 주변의 학생들이 슬금슬금 피했다. 오늘은 또 누구를 쥐어팰까.

"에이든!"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 케이트가 나를 불렀다. 케이트의 목소리에 옆에 있던 케일은 또 몸을 부풀렸다.

케이트는 검을 메고 한 손에는 네모난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뭐야! 어제 왜 성당에 없었어!!"

케이트가 아침부터 땍땍거렸다.

아 시끄러.

"그냥 불편해서 내 방 가 있었지."

"에이든방 !? 기숙사?!"

"어. 기숙사."

"흐응! 오해하지 마! 그냥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나서 다시 가봤는데, 없어서 물어본 거니까!!"

케이트가 팔짱을 낀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얘도 한 번 쥐어패야 되는데.

"야! 꺼져!"

케이트가 내 옆에서 몸을 부풀리는 케일을 걷어찼다.

"흐읍!"

그러자 케일이 그 큰 몸을 뒹굴뒹굴 굴러갔다. 그런 케일을 보며 케이트가 입을 가리며 교양있게 웃었다.

그렇게 세게 찬 건 아닌 거 같은데.

내 옆에 케이트가 얌전하게 앉았다.

"뭐뭐! 그냥 뒷자리가 좋아서 그런거야!"

그런 케이트를 어이없게 쳐다보자 케이트가 발작하듯이 소리쳤다.

"좋은 아침입니다."

땍땍거리는 케이트를 무시하고 피오라 선생님을 쳐다봤다.

언제나처럼 몸에 딱붙는 바지를 입은 피오라 선생님이 가볍게 인사했다.

"언제나처럼 베기 1000번 찌르기 1000번으로 몸부터 풀겠습니다."

나는 일어나 자리를 잡고 베기를 시작했다. 땍땍거리던 케이트도 일어나 자리를 잡고 시작했다.

이제 나 같은 천재에게 이런 기본기를 다지는 건 필요 없는데 말이야.

근데 좀 이상한데 ?

다시 한번 베어 냈다.

뭐야 시발.

이렇게 베는 건가?

[그건 너무 거칠다니까!]

[크하하 이거지 이거야!]

이렇게?

[이거지! 자고로 검이란 단정되고 안정돼야!]

[뭐야 이 재미없는 베기는 좀 더 거칠게!]

이건 너무 거칠고, 정돈되지 않았어.

또 이거는 너무 단조로워.

아무리 베어도 마음에 안 들었다.

[아 참 그게 아니라니까!]

[이게 어렵나!!]

닥쳐 좀 시발 너네.

거침과 정돈됨 그 사이를 적절하게 찾는 게 너무 어려웠다. 점점 내 베기는 엉망이 되어갔다.

"좀 진정하고 휘두르는 게 좋아 보입니다. 에이든."

그런 내 어깨를 피오라 선생님이 잡아서 진정시켰다.

시발 내 베기가 왜 이래.

이럴 리가 없는데.

나 천재인디.

'크하하하하!'

깊게 심호흡을 해서 조금 진정을 한 다음 다시 휘둘렀다.

이게 아닌데.

이것도 아니야.

점점 짜증이 났다.

시발 나 천재야. 천재라고!

조급함이 느껴졌다.

'크흡. 근데 왜 그 두 개의 중간을 찾는 거지?'

뭔 븅신같은 소리야 그야 당연히 둘이 극과 극이니까...

'그냥 휘두를 때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서 휘두르면 되지 않는가? 애매하게 섞지 말고'

머리가 띵했다. 아니 이게 아니지, 먹구름에 쌓여있었던 것만 같던 머릿속이 명쾌해졌다.

그래, 시발 꼴리는 거 하나씩 골라서 쓰면 되잖아.

굳이 두 개의 중간을 찾지 않고 둘 중 그때그때 입맛에 맞는 걸 쓰면 되지.

역시 나는 천재였어.

'크흡.'

지금은 화나니까 완전 거칠게!

상남자 베기!

부웅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베어냈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거친 베기였다.

또 가끔은 완전 신사적으로 정돈되게!

신사 베기!

검에서 소리가 안 나고 부드럽게 베었다.

매콤 주먹을 이을 기술들이 내 천재성에 속속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크하하하 자네가 하는 말처럼 진짜 개븅신같군.'

닥쳐 나 진지하니까.

이건 상남자같이 베고 신사적인 정돈 베기!

이제는 연속기까지 만들어냈다.

내 천재성덕분에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었다.

[이...이런 끔찍한...]

[오크와 트롤이 교미하는 것만큼이나 끔찍하군.]

이번에는 좆대로 마구 베기!

마침내 베기를 마스터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찌르기를...

'소년은 정말 개븅신이라는 단어의 표본과도 같군'

닥쳐 좀.

찌르기도 조화롭게 마스터하고 기다리던 대련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목검을 어깨에 걸치고 띠꺼운 애가 있는지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저번 시간에 학습됐는지 다들 내 눈을 피했다.

"어이 거기 너"

"으응?!"

그 와중에 힐끔 나를 쳐다보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이리 콤."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면서 불렀다.

감히 천재인 나를 쳐다본 녀석을 간단하게 몇 대 쥐어팼다.

내 상남자와 신사 검술에 녀석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내 검술은 그런 이름이 아니라 !! 신의...!!]

[상남자 검술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군 하하하 상남자 박기!]

베기야 시발.

그 이후에도 돌아다니면서 머리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 놈, 쓸데없이 잘생긴 놈 등등 마음에 안 드는 애들을 쥐어팼다.

나한테 매콤 주먹을 맞은 애들이 쓰러져서 나를 노려봤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좆밥이 노려보면 어쩔 건데. 노려보는 녀석에게 중지를 꺼내서 흔들었다.

아 상쾌해.

이게 진짜 검술의 묘미지.

'역시 개노답 쓰레기군'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제 점심 시간이었다.

갑자기 점심을 생각하니 허기가 느껴졌다. 일어나서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당연히 배고플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점심은 뭘까 케일한테 물어봐야겠네.

"야! 에이든!"

목검을 다시 앞에 가져다 두고 케일에게 가는데 케이트가 나를 불렀다.

아 맞다 쟤도 쥐어팼어야 했는데, 깜박했네.

"뭐."

"어디가!?"

한 손에 네모난 바구니를 들고 있는 케이트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물었다.

"점심 먹으러 가지. 점심 시간인데."

케일, 이 새낀 어디가 있는거야.

"그... 내가 도시락을 가져왔는데! 너무 많이 가져왔거든 내가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근데 남기면 또 귀찮기도 하고!"

케이트가 말을 더듬으면서 말을 했다.

"뭐라는 거야 시발 요점만 말해."

밥 먹으러 가려는 나를 잡고 횡설수설하니 짜증이 올라왔다.

"이거 도시락 같이 먹자고 이 멍청아!!!"

붉어진 얼굴로 케이트가 소리쳤다.

도시락이라...

오늘 점심 메뉴가 뭐였지. 꽤 괜찮은 메뉴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황녀니까 도시락이 대단하겠지?

판단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했다.

"뭐가 들었는데 바구니 열어봐."

내 말에 케이트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바구니를 열어서 보여줬다.

역시 황녀의 도시락은 다르네. 다양한 고기에 갖가지 채소 그리고 음료수까지.

이 정도면 합격이야.

케이트의 말처럼 혼자 먹기에는 많은 양이었다. 최소 네 명은 배부르게 먹을 정도의 양. 케이트는 얇은 허리에 어울리지 않게 식탐이 많은 편 같았다.

먹은 음식들이 다 가슴으로 가나?

"흠.. 튀김 종류가 없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자상한 내가 특별히 같이 먹어주도록 하지. 안내하도록."

최대한 신사적으로 말하면서 손짓을 했다.

"이 미친 평민이 주제도 모르고?!! 황족 펀치!!!"

그런 내 복부에 케이트의 주먹이 박혔다.

시발 방심하고 있을 때 때리냐.

야비한 새끼.

아까 패놓을 걸 시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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