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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41화 (41/233)

〈 41화 〉 사저는 메론빵 중독자 스승은 미친 노망난 노인네

* * *

"호오­"

노인네가 혼신의 힘이 담긴 내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시발 이것도 잡아?

검이 잡히자 양손에 있었던 기운이 역류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런 내 가슴에 노인네가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내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토해졌다. 안 돼 아까운 내 피 시발.

피를 뱉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노인네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타고난 센스가 너무 부족하군.쯧"

마치 심사를 내리듯이 단호한 목소리로 노인네가 말했다.

뭐라는 거야 시발 개천재인 나한테.

다시 기운을 온몸에 순환시켰다.

아직 더 할 수 있다.

"또한 주제를 모르기도 하고 말이야."

노인네가 피식하고 웃었다.

나도 한번 싸워보고 싶은 상대군.

숙녀와 노인 그리고 아이를 상대로 검을 휘두르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행동이네.

닥쳐 저게 지금 그냥 노인으로 보이냐.

기운을 모아서 한 번에 다리 쪽에서 터뜨렸다.

기운을 무작정 손에만 집중하지 말고 힘이 흐르는 부분을 따라서 움직여보게.

꽤 설득력 있는 조언인데.

대각선으로 베기 위해서 허리부터 어깨 팔을 통해서 손목으로 보냈다.

그러자 전보다 베기가 매끄러워졌다.

이번에는 노인네의 눈동자가 약간 더 커졌다.

가라! 노인 공경 베기!

사선으로 이쁘게 잘린 노인네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노인네는 가볍게 옆으로 움직여 검을 피했다.

자세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억지로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런 내 복부에 노인네의 주먹이 다시 한번 꽂혔다.

명치를 맞았는지 온몸에 힘이 풀리며 한 번에 쓰러졌다.

존나 아파 시발.

"희한하군. 나이에 비해 경험이 엄청 많은 것 같은데, 또 그에 비해서는 타고난 센스가 너무 부족하군. 마치 주입식 교육만 머리에 때려 박은 학생처럼 말이야.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 귀로 주절거리는 노인네의 말이 들렸다.

뭐라는 거야 노망난 노인네가.

일어나고 싶었지만 더이상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특이하니까 가르치는 맛이 있을 것도 같고... 또 내 하나뿐인 제자도 있고..."

뭐라고 계속 혼자 주절대는 거야 진짜 노망났나.

노인네가 발로 땅을 톡톡 두들기는 소리만 들렸다.

"일어나거라."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노인네가 말했다.

일어나지 않으면 또 맞을 것 같았기 때문에 억지로 몸에 힘을 줘서 일으켰다.

억지로 서 있기는 했지만, 자꾸 다리가 후들거렸다.

"너는 이제부터 내 제자다."

노인네가 큰 아량을 베풀듯이 말했다.

"싫은데요."

나는 그런 노인의 말을 단박에 거절했다. 나는 천재라 스승 같은 거 필요 없어.

노인네의 얼굴이 하염없이 구겨졌다가 다시 펴졌다.

"본좌가 누군지 모르느냐?"

"제국 제일검이라면서요."

내 명쾌한 대답에 다시 노인네의 얼굴이 구겨졌다. 쭈글쭈글한 얼굴이 구겨지는 모습이 웃겨서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겨우 참았다.

"근데 제자가 되기 싫다고? 본좌가 제국 제일검인데?"

노인네는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 말투였다.

"예 저는 천재라 스승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자신감이 잔뜩 담아서 대답했다.

"끄할할할할"

노인네가 괴상망측하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너는 시발 왜 웃어.

"내가 단언할 수 있다. 너는 내가 본 아이들 중 최고로 재능이 없다. 쓰레기 같은 재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한참을 신나게 웃던 노인네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재능충이거든요! 이것도 다 혼자 터득했습니다."

제국 제일검이라더니 보는 눈은 형편없는 것 같았다.

"끄할할할할할!!"

노인네가 배까지 잡으면서 웃었다.

시발 기분 나빠.

나 천재라니까?

"할할할! 뭐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다만. 너는 이제 내 제자다."

"싫다니까요?"

"그래?"

"네."

내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노인네가 바로 앞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즐거운 얼굴로 내 온몸을 골고루 한참동안 쥐어팼다.

"악! 제국 제일검이 사람을 팬다! 악 ! 시발!"

누군가 나 좀 살려주세요 시발!

"끄할할할할 더 크게 소리치거라!!!"

미친 노망난 노인네 시발.

"미친 노망난 노인네!!!"

"끄할할할할! 때리는 맛이 있는 제자구나!"

웃음소리 진짜 좆같네 시발.

***

나는 노인네 앞에서 곱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자야."

"네. 하늘같이 높고 마치 한 마리의 사자처럼 멋있는 우리 스승님!"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때리는 데 노하우가 있는지 주먹 하나하나가 저리도록 아팠다.

"흡. 그냥 스승님이라고 해도 된다."

말과는 다르게 노인네의 얼굴은 만족한 얼굴이었다.

미친 노망난 속물 덩어리 노인네.

"이제부터 매일 일과가 끝나면 이곳으로 와서 훈련을 받는 거다."

미친 노인네가 점잖은 척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예? 매일이요? 하하 아니! 매일이나요!? 물론 저야 스승님의 은혜에 고맙습니다만 행여나 스승님이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미친 노망 노인네의 눈썹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

"크흠. 괜찮다. 본좌의 제자라면 응당 강해야 하는 법. 지금의 네 놈은 너무 쓰레기니, 한동안은 열심히 수련시켜야지."

이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그래도... 스승님은 제국 제일검이신데... 바쁘시지 않으십니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하하 괜찮데도! 지금은 휴가 중이기도 하고 너의 사저도 가르쳐야 하니까 말이야."

노인네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나저나 사저라니?

"혹시 사저라 하심은...?"

이 미친 노망난 노인네는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면 주먹이 날라왔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아직 내가 말을 안 했나? 제자는 여러 명 있었지만 지금 살아남은 제자는 키아나 볼드윈 하나다. 너도 알 텐데??"

미친 노인네가 히죽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니 시발 여러 명 있었는데 살아남은 제자가 단 한 명?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리고 키아나 그 메론빵 집착녀가 내 사저라고?

"하하 알고 말고요! 키아나님은 희대의 재능으로 용사 아카데미에서 제일 유명한 인물인데 학생이라면 모를 수가 없죠! 그런 대단한 학생을 누가 키웠나 했더니! 역시 스승님 같은 엄청나고도 대단한 분이 가르치신 것이군요! 이제야 키아나의 그 말도 안되는 검술 실력이 이해가 됩니다! 하하하!"

내 혓바닥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내 말에 미친 노망난 노인네의 얼굴이 풀렸다.

제국 제일검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아부를 좋아해도 돼?

"큼큼큼 그렇지! 본좌가 아니라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진 아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크할할할!"

미친 노인네의 목소리는 한껏 격양되어 있었다.

"앞으로 키아나가 네 사저이니 말을 잘 듣도록 해라. 혹시나 키아나의 말을 듣지 않은 날에는...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지?"

미친 노인네가 입꼬리가 소름 끼치게 올라갔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미친 노망 노인네의 말이 아니어도 나는 이미 충분히 키아나의 말을 잘 듣고 있었다.

"근데 네 놈. 아니지 제자야."

"예 미... 아니지 스승님"

내 대답에 노인네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네 놈은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그런 희한한 상황이 된 것이냐?"

"희한하다뇨?"

"아무리 봐도 재능이 없는 네 놈인데, 간혹 자세 같은 건 쓸만하다는 말이지. 마치 오랫동안 수련한 사람들의 기억을 흡수한 것처럼"

'크흠'

넌 뭐야.

"다 이 제자가 천재라..."

"크할할할. 꽤 농담을 잘하는 제자 놈이구만! 뭐 어찌 되었든 재밌으면 그만이니까!"

노인네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미친 노인네가 나를 보며 소름 끼치게 웃었다.

시발 오늘은 끝난 거 아니었어?

악!!!

***

시발 온몸이 쑤셨다.

이게 훈련인지 그냥 구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미친 노인네의 훈련은 막무가내였다.

'너같이 재능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놈에게는 이게 가장 어울린다!'라고 소리치며 나를 계속해서 쥐어패고 나는 그런 미친 노인네의 폭력 속에서 살기 위해 검을 움직였다.

미친 노인네의 말이 아예 거짓은 아니었는지 신사 검술과 상남자 검술 사이에 중간 중간 꼬이던 손도 약간씩 풀리면서 부드러워졌다.

결국 내 몸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나를 쥐어팬 미친 노인네가 가고 나서야 겨우 기숙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미친 노인네 시발.

이걸 매일 매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돼. 빨리 짐 싸서 아카데미에서 도망쳐야겠어.

무거운 손을 겨우 움직여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방 안에 안드레아가 뭔가를 하고 있었다.

얘는 또 왜 여기 있어.

"안드레아?"

"앗! 에이든님!!!"

안드레아가 황급히 뭔가를 뒤로 숨겼다.

"안드레아가 여기 왜?"

"아! 에이든님 상태 보러 왔어요! 어 근데 그 상처들은!"

안드레아가 내 몸 곳곳에 든 멍을 가리키며 놀랐다.

내 방에 안드레아가 또 들어와 있다는 게 이상하기는 했지만 마침 잘 된 일이기도 했다.

지금 내 몸에 쑤시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까.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주먹으로 쥐어팼어요. 저 치료 좀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말하다가 서러움에 울컥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당연하죠! 침대로 누워서 눈 감고 있으세요!"

안드레아가 턱 짓으로 침대를 가리켰다.

근데 손에 든 건 뭐지.

궁금했지만 몸이 너무 고달파서 곱게 침대에 누웠다.

"그... 상의를 벗어주시면 치료가 더 쉬워서..."

묘하게 상기된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그렇겠네. 나는 땀범벅인 상의를 벗어서 옆에 던졌다.

아 온몸이 쑤셔 진짜.

안드레아의 약간은 서늘한 기운이 있는 손이 내 가슴 위에 올라왔다.

곧 안드레아의 손을 통해 따뜻한 느낌이 넘어왔다.

안드레아의 손이 옮겨가면서 내 몸을 쓰다듬었다. 그와 동시에 통증이 덜해졌다.

꿀꺽.

긴장한 탓인지 안드레아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수녀라 남자의 벗은 몸이 어색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다시 입기에는 너무 귀찮았다.

점점 쑤시는 부분이 사라져갔다.

포근한 느낌과 함께 피로가 몰려왔다.

"피곤하시면 주무셔도 돼요"

이상할 정도로 달콤한 안드레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레아가 내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미친 노망난 노인네 시발.

졸려...

한숨 자고 일어나서 튀어야지.

야반도주.

마치 마사지를 받는 기분을 느끼며 정신이 멀어졌다.

약간은 거친 안드레아의 숨소리가 들렸다.

"자고 있어요?"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멀게 느껴지며 잠에 빠졌다.

***

똑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안드레아는 내 치료를 마치고 나간 듯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땀범벅이었던 몸이 뽀송뽀송해졌다. 안드레아가 내 몸까지 닦아준 건가? 역시 참된 종교인.

가벼워진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밖에서 너를 찾아서 전해주러 왔어."

남자애가 영혼이 빠진 얼굴로 내게 말했다. 뭐야 이 넋 빠진 애는.

"아 고마워."

나는 대충 대답하고 문을 닫았다.

옷을 입기 위해 찾았지만 아까 내가 벗어뒀던 옷이 없었다.

뭐야 안드레아가 또 세탁해준다고 가져간 건가.

'큼큼 나는 아무것도 못 봤네! 정말로!'

뭐라는 거야.

나는 옷장을 열어 다른 옷을 꺼내입고 밖으로 나갔다.

기숙사 문을 나서자 많은 남학생들이 몰려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지?

아 근데 누가 나를 찾는다는지 안 물어봤네.

"에이든!"

주위를 둘러보는데 남학생 무리가 나를 불렀다. 아니었다. 남학생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나를 불렀다.

남학생 무리가 갈라지며 그 안에서 짙은 금발 생머리의 완벽한 미인이 내게 걸어왔다.

시발 키아나잖아.

키아나를 보자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다시 생각났다.

아 시발 튀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튈까?

나는 이 레이디가 제일 마음에 드네!!!

안 물어봤어 시발.

키아나가 내 앞에 와서 밝게 웃었다. 세상이 약간 더 밝아졌다.

"스승님한테 들었습니다! 에이든도 스승님의 제자가 됐다고!"

키아나가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네. 뭐 어쩌다 보니..."

나는 하기 싫었어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 제자.

"저도! 스승님의 제자입니다! 하하"

그래 나도 들었어.

'그리고 저도 스승님의 제자입니다'라는 문장은 좀 바보 같은데.

"그럼 키아나님이 이제 제 사저군요. 말 편히 하셔도 됩니다."

내 말에 키아나가 밝게 웃었다.

"그그그래?! 그럼, 말 편하게 할게...?! 사제!"

키아나가 어울리지 않게 말까지 더듬었다.

어차피 나는 튈 거야 시발.

침대 아래의 주머니에 얼마 남았는지 기억해내고 있었다.

"네 사저."

키아나의 붉은 입술이 호선으로 휘었다.

"아! 스승님이 조금 괴팍하셔도 가르치는 건 잘하시니까 참고 따라만 가면 위험할 일은 없을 거야."

그 따라가는게 존나 위험해 보이던데 시발.

일단은 키아나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응 튈 거야.

"응. 훈련에 못 참아서 도망가지만 않으면 돼"

키아나가 미소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 도망가면요?"

키아나의 마지막 말이 불길했다. 물어보기 불안했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하하 물론 사제는 도망가지 않겠지만, 스승님이 저번에 도망간 제자를 쫓아서 동쪽 끝에 있는 사막까지 가서 잡아 오시느라 고생을 하셨었어."

도망간 제자를 왜 거기 끝까지 가서 잡아오는거야.

"그 잡혀온 제자는요...?"

대답을 듣기가 무서웠다.

"으음 잘 모르겠어. 그 이후로 본 적도 소식을 들은 적도 없어서. 어딘가에서는 잘살고 있겠지?"

케이트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시발 왜 하늘을 보면서 그렇게 아련하게 말하는데.

야반도주 계획은 취소다.

도망갔다가 잡혔다가는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우리 함께 잘해보자 사제! 하하 내가 메론빵도 많이 사줄게"

키아나가 밝게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내 사저는 메론빵 중독자에, 스승은 미친 노망난 노인네라니.

시발.

내 아카데미 생활이 한층 더 꼬이는 게 눈에 선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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