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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42화 (42/233)

〈 42화 〉 개차반 에이든? 따뜻한 에이든?

* * *

내 속을 전혀 모르는 키아나는 신나서 먹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봤다.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키아나의 태도로 봐서 꽤 오랫동안 사제를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긴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에게 혼자 배우면 질리기는 하겠지.

"일단 지금은 괜찮아요. 필요한 것도 다 있고. 나중에 필요한 게 생기면 사저에게 꼭! 말할게요!"

"응응 사제!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꼭 이 사!저!한테 말해야 해! 알았지?"

사저라는 단어를 강조 한 키아나가 밝게 웃더니 내 손에 메론빵을 두 개나 쥐여줬다. 메론빵을 보니까 급격하게 어지러웠다.

미친 메론빵 중독자.

"사제니까 특별히 두 개나 주는 거야."

키아나가 귓속말로 작게 속삭이며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돌아갔다.

존나 고맙다 시발.

"네. 사저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그런 키아나의 뒤통수에 대고 짜증을 듬뿍 담아서 소리쳤다. 나를 살짝 돌아본 키아나가 미소 짓고 갔다.

손에 덩그러니 들린 메론빵 두 개의 무게가 지금 이게 악몽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내일도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에게 쥐어 터질 생각을 하니 급격하게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키아나님이 왜 유급생 따위에게"

"저 유급생 요즘 건방져졌다던데"

"근데 뭐 사제? 사저?"

"아마 무슨 사기를 쳤겠지 저 새끼가"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내 귀로 주변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저 좆밥 새끼들이 사람 존나 빡쳐있는데.

내 정확성 높은 약자 레이더에 의하면 저기 있는 녀석 중 나보다 강한 녀석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나보다 약한 녀석들에게는 절대 참지 않는다.

키아나가 확실하게 갔는지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확실히 갔네.

"시발 좆같은 말 할 거면 나와서 해 개새끼들아. 매콤 주먹을 먹여줄테니까!"

최대한 험악하게 이마를 찌푸리며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

금세 주변의 시끄러운 웅성거림이 작아졌다.

"하여튼 좆밥 새끼들이 뭉쳐 있으면 뭐라도 되는 줄 알지. 깝치면 매콤 주먹이 니네 복부에 박히는 거야 십새들아."

한 번 더 눈을 부라리면서 외치자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스트레스가 조금 풀렸다.

근데 아직 스트레스가 좀 남았는걸. 쌓인 스트레스는 몸에 좋지 않다고 책에서 봤다. 그럼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아니다. 개 빡치네. 일로와 이 개새끼들아!"

기운을 발 쪽에서 터뜨려 좆밥들이 뭉쳐있는 곳으로 뛰었다.

좆밥 녀석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흩어졌지만, 그중 발이 느린 녀석이 내게 잡혔다. 살집이 남들보다 좀 더 있고 볼에 큰 점이 있는 녀석.

"나나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진짜 진짜!!!"

내게 잡힌 녀석이 작은 눈을 크게 뜨며 말을 더듬었다. 눈이 거의 5배는 커진 것 같은데.

"어쩌라고 시발"

녀석의 얼굴에 매콤 주먹을 먹였다.

내 매콤 주먹 덕분에 녀석이 더 이상 변명하지 못했다.

"이 녀석 감히 우리 사저를 욕보여!"

그래도 아무 이유 없이 패는 건 좀 그러니까 패면서 그럴듯한 이유를 생각해냈다. 근데 그 이유가 급하게 지어낸 것 치고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역시 나는 똑똑해.

"내내내가! 언!"

"닥쳐!"

녀석의 입에 주먹을 꽂아 넣어서 더는 말을 못 하도록 했다.

주변에 있던 애들이 내 압도적인 무력에 멀어졌다. 몇몇은 선생님을 부르러 간 것 같았다.

캬! 스트레스 제대로 풀리네. 왜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신나서 나를 쥐어팼는지 좀 이해가 되는걸.

"잠깐!"

스트레스를 한참 해소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도망간 놈들 중 한 명이 하트 선생님을 불러왔다. 녀석의 얼굴은 의기양양했다.

일단 한 대 더 얼굴에 쥐어박고 손을 뗐다.

불러와도 하필 하트 선생님을 불러오다니 얘네는 이런 경험이 없구나. 하트 선생님은 학생끼리의 다툼에 많이 관대한 편이었다. 어차피 죽지 않으면 웬만한 상처들은 성당에 데려가면 다 치료되니까, 서로 치고받으면서 전투 경험을 쌓아보는 게 좋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물론 그를 아는 이유는 내가 귀족 학생들한테 눈꼬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얻어터졌을 때, 싸움을 말린 선생님이 하트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하트 선생님은 용사가 될 학생들인데, 그럴 수도 있다고 애들을 다독여서 보내고 내게는 너가 약해서 당한 거라고 했었다.

"어머! 볼에 멍이 다 들었네! 얘 생긴 것 봐!"

하트 선생님이 다가와 내 밑에 깔린 남자의 볼을 손으로 잡고 확인했다.

그건 걔가 원래 그렇게 생긴 영향도 있는 것 같은데요.

얻어맞은 남자는 여자가 얼굴은 만져주는 게 처음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게 맞은 설움이 갑자기 터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건 최악의 수인데 말이지.

하트 선생님의 표정이 굳었다.

"그 몇 대 쥐어 터졌다고 용사 아카데미 학생이 우는 거야?"

녀석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 모양인지 억지로 울음을 멈추려고 하는데, 이미 터진 울음이 제 마음대로 안 되는지 끕끕 거리는 소리가 다문 입 사이로 나왔다.

"그냥 성당 가서 치료받으면 금방 나을 상처 가지고 그렇게 질질 짜다니. 정말 최악이다 너. 결국 너가 약해서 맞은 거잖아. 열심히 노력해서 강해질 생각은 안 하고 쯧쯧"

그런 녀석을 하트 선생님이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내가 들었던 대사랑 완전 똑같군. 아 물론 나도 엉엉 울었었다.

초라한 녀석의 모습에서 과거의 내 모습이 보여서 약간의 측은심이 들었다.

"그나저나 에이든 정말 많이 늘었는걸! 대단해!"

쯧하고 녀석을 두고 일어난 하트 선생님이 밝게 내게 말했다.

"네. 열심히 훈련했으니까요. 하하"

"역시! 학생들끼리 좀 치고받고 해야 열정도 생기고 그러는 거지!"

하트 선생님이 까치발을 들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네 그렇죠. 너도 열심히 해라"

아직도 땅바닥에 누워 눈물이 그렁그렁한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녀석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맞아! 너가 약해서 맞은 거니까 열심히 정진하렴"

하트 선생님이 그때 내가 맞아서 엉엉 울고 있을 때와 같은 차가운 눈빛으로 녀석을 보면서 말했다.

역시 좆같은 아카데미. 정이 들 수가 없다.

"무슨 일이야?"

뒤에서 키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 약간은 싸늘한 느낌이 드는 키아나가 서 있었다. 확실히 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이거 일이 귀찮아지겠는데.

용사 아카데미에서 학생이 학생을 쥐어 박은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키아나에게는 아니었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며 정직한 성품을 지닌 키아나는 정의로운 기사같은 성격이었다. 몇 번이나 괴롭힘당하는 학생들을 대신해서 화를 내준 적 있을 정도로.

슬쩍 쓰러진 녀석과 내 상태를 비교했다. 얼굴이 퉁퉁 부은 녀석과 말끔한 내 모습. 결투라고 퉁 치면 안 되겠네 이건.

"응? 아! 키아나구나! 그냥 애들끼리 좀 다퉜더라구"

하트 선생님이 그런 키아나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아! 하트 선생님."

키아나가 하트 선생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역시 키아나는 예의가 바르다니까"

하트 선생님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제 사제랑 잠깐 이야기 좀 해도 되겠습니까?"

키아나가 정중하게 말했다.

"응응 당연하지. 야! 일어나!"

아직도 누워있는 녀석을 하트 선생님이 발로 툭툭 쳤다.

"사제. 무슨 일이야?"

키아나의 말투는 약간 날이 서 있었다.

딱봐도 키아나는 머리 끝까지 화난 상태였다.

대답 잘해야겠는데. 아까 녀석을 때리면서 생각해둔 변명을 머릿속에서 보완했다.

"저 녀석이 사저를 모욕하잖아요. 그 외모에 왜 쓸데없이 검을 배우냐고 그냥 황제한테 가서 좆집이나 하지라면서!"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서 호소하듯 키아나에게 말했다. 너무 세게 말했나?

"나나는!"

옆에서 항변하려는 녀석에게 눈을 한 번 부라려 입을 닫게 했다. 방해하지 마. 지금 나 완전 감정 몰입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저를 욕하는 것은 참아도 사저를 욕하는 것은 참지 못합니다. 저는!"

와 방금 완전 만점짜리 대사였어. 말한 나조차도 소름 돋을 정도로 대사에는 진심이 듬뿍 담김을 넘어 넘쳐서 흐르고 있었다.

내 연기가 통했는지 키아나의 싸늘한 눈빛이 풀리고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나는 괜찮으니까 사제 그런 말들은 무시해도 돼."

키아나는 정말 괜찮다는 듯이 밝게 웃었다.

어떻게 저런 모욕적인 말을 들었는데, 괜찮을 수가 있지? 나였으면 개 빡쳤을 것 같은데.

"나는!억!"

옆에서 쳐다보던 녀석이 화에 못 이겨서 기절했다.

"아니요. 제가 안 괜찮습니다. 제 사저에게 그런 모욕적인 말들을 하는 녀석은 그 누가 되더라도 저는 참지 않을 겁니다."

이거 몰입하게 되네. 물론 나보다 강하면 참을 거야.

"그 누구라도!"

나는 짐짓 화난 것처럼 공중에 주먹을 휘둘렀다.

나 연기에 소질이 있는데?

키아나가 내 대사에 약간 놀라더니 이내 미소지으며 나를 안았다. 쇠냄새가 섞인 진달래 향이 확하고 풍겼다. 케일 이 녀석 정확하게 묘사했네.

"알았어. 고마워 사제."

키아나가 살짝 물기가 섞인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사저도 저런 쓰레기 같은 말을 듣고도 괜찮아하지 마십쇼."

너무 몰입한 모양인지 내 목소리에도 물기가 섞여 있었다. 여기서 눈물까지 흘리면 완벽한데! 노력했지만 눈물은 무리였다.

그래도 첫 연기 치고는 나쁘지 않았어. 안 들키고 넘어가서 다행이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하트 선생님이 기절한 녀석을 발로 신나게 차고 있었다.

근데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야.

키아나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나 피곤해.

쉬고 싶어.

***

에이든이 사제가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끄할할할할 키아나가 그렇게 크게 웃다니! 그 녀석이 사제가 된 게 그렇게 기쁘더냐."

스승님이 짓궂게 놀렸다.

"그냥 사제가 생긴 게 오랜만이라서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사형이 도망간 지 5년은 넘었으니까 오래되기는 했다.

"쯧쯧 스승한테 거짓말이나 하고. 그 개차반 같은 녀석이 뭐가 좋다고"

"에이든은 개차반이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알지 못하는 내게 자신의 메론빵을 선뜻 건네던 사람이다. 사람 관계에 어색한 나를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던 에이든이 개차반이라니. 늘 현명하던 스승님이었지만 이번만은 스승님이 잘못 아신 게 틀림없었다. 심지어 황녀님을 지키려다가 자신도 같이 잡혀간 사람이 아닌가. 나였으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확신이 들지 않는다.

"끄할할할 키아나가 남자 때문에 스승한테 대들다니! 역시 오래 사고 볼 일이야 끌끌"

"아닙니다!"

얼굴이 너무 뜨거웠다.

왜 이러지?

"끄할할할!!! 뭐든 키아나만 좋으면 됐지!"

스승님의 짓궂은 웃음이 오늘따라 참으로 얄궂었다.

***

나는 어서 이 사실을 에이든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남자 기숙사까지 찾아갔다.

이 쓸데없는 외모 때문에 모이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남자들이 많은 곳은 안 가는 편이지만, 당장 에이든과 이야기하고 싶어 내일까지 참을 수가 없었다.

구경하는 남자들 중 한 명에게 에이든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에이든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리며 약간의 긴장감에 주머니에 넣어둔 메론빵을 매만졌다. 그러자 긴장감이 풀리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하 키아나님이라면 얼마든 지요.'

메론빵을 볼 때면, 내 작은 농담에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하던 에이든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내 에이든이 기숙사에서 나와 내게 미소지으며 다가왔다. 살짝 끝이 올라간 눈매 때문에 인상이 좋지는 않았지만, 웃을 때는 세상 해맑아 보이는 에이든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따라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도! 스승님의 제자입니다! 하하"

이유는 모르지만 에이든 앞에 설 때면 드는 긴장감 때문에, 바보 같은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저도 스승님의 제자입니다라니! 에이든이 나를 얼마나 바보로 생각할까.

얼굴이 다시 화끈거렸다. 내 걱정과는 다르게 에이든은 따뜻하게 웃어주며 대답했다.

"그럼 키아나님이 이제 제 사저군요. 말 편히 하셔도 됩니다."

에이든이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든이 나를 사저라고 부르니 얼굴에 열이 확 올라왔다. 안 돼! 바보같이 얼굴이 붉어지면! 최대한 기운을 돌려 얼굴의 열기를 내렸다. 이런 바보 같은 곳에 기운을 사용한다니 죄책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머릿속에 사저라는 단어가 가득 차서 다음 대화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났다.

내가 에이든의 사저라니.

사저.

그 두 글자의 그 묘한 어감이 입에서 달콤하게 맴돌았다.

***

돌아가는데 훈련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은 게 생각났다.

바보같이!

아직 에이든이 밖에 나와 있기를 바라면서 서둘러 남자 기숙사로 돌아갔다. 기숙사 앞에 학생들이 빙 둘러서 구경하고 있고 그 중심에 에이든이 있었다.

에이든 앞에는 얼굴이 멍투성이인 남자가 쓰러져있었다. 누가 봐도 에이든이 쓰러진 남자를 때려눕힌 게 분명한 모습이었다.

'그 개차반 같은 녀석이 뭐가 좋다고'

문득 스승님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아니야. 그 따뜻한 에이든이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보이는 모습은 너무 명백했다.

상처가 하나도 나지 않은 에이든과 그 앞에 쓰러진 멍투성이의 남자.

그 모습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약자를 괴롭히는 상황이 분명했다.

에이든이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차오르는 배신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제. 무슨 일이야?"

아니라고 부정은 하지만 차오르는 분노 때문에 내 음성은 차가웠다.

"저 녀석이 사저를 모욕하잖아요. 그 외모에 왜 쓸데없이 검을 배우냐고 그 잘난 외모로 그냥 황제한테 가서 좆집이나 하지! 라면서!"

에이든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자신의 일처럼 분노를 토해냈다.

'그 잘난 외모로 왜 검을 잡냐고' 내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지만 가끔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이다. 하물며 내 엄마조차도 그러는 것을. 이제 더는 그런 말들에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을 듣자 안심됐다.

역시 에이든은 따뜻한 사람이야. 자기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서 저렇게까지 분노해주다니.

처음이었다. 내 일에 자기 일처럼 화를 내는 사람은.

미안해. 잠깐이지만 바보같이 의심해서.

"아니요. 제가 안 괜찮습니다. 제 사저에게 그런 모욕적인 말들을 하는 녀석은 그 누가 되더라도 저는 참지 않을 겁니다."

에이든이 자신이 모욕을 당한 것처럼 분노하며 말했다.

"그 누구라도!"

에이든의 말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 모습이 내가 동생에게 했던 말과 비슷해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에이든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다니.

역시 에이든은 따뜻한 사람이야. 에이든이 내 사제라 다행이야.

나도 모르게 에이든을 안아버렸다. 커진 내 심장 소리가 에이든에게도 들릴 까봐 걱정됐다.

"그러니까 사저도 저런 쓰레기 같은 말을 듣고도 괜찮아하지 마십쇼."

에이든이 따듯하게 나를 마주 안아주면서 속삭였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에이든의 따뜻한 진심에 덜컥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이미 충분히 사제 앞에서 못볼 꼴을 보였어.

사저로서 모범을 보여야지.

따뜻한 에이든의 체온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응 고마워 사제."

억지로 참았던 눈물이 살짝 흘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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