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45화 (45/233)

〈 45화 〉 저녁 데이트 준비

* * *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다가 보였다.

그 무엇을 요구하던 다 해줄 것 같은 아다의 눈빛에 고민에 빠졌다.

이 호구한테서 무엇을 뜯어 먹어야 할까.

흠 호구의 빛나는 검이 보였다.

일단 검부터 바꿀까 루나 검은 너무 창피하게 생겼으니까.

'원래 이렇게 안 생겼다니까 소년!'

응 지금은 그렇게 생겼어.

점수랑 추천서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중급 용사랑 친분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근데 중요한 문제는 내가 안드레아와 아다를 이어줄 만큼 친한 사이인가이다.

그냥 안드레아가 그 착한 성품으로 인해서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거라면?

내가 저 아다 용사랑 이어주겠다고 깝치다가 안드레아가 나까지 멀리한다면?

내가 아플 때 누구한테 찾아가서 치료받지?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내가 연관되지 않게 소개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음 그러면 아다 형님 이렇게 하죠."

짐짓 점잖은 체를 하며 말했다.

"응응 아우 말대로 하겠네!"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내 말대로 한다는 거지.

"제가 안드레아랑 저녁 약속을 잡겠습니다. 뭐 거절 당할 수도 있지만. 만약 약속을 잡는 게 성공 해서 제가 안드레아랑 밖으로 나가게 되면 형님이 우연히 만난 것처럼 등장해서 인사하고 같이 합류하는 겁니다! 형님이 등장하면 제가 제 멘토라고 설명하면서 반갑다고 같이 밥 먹자고 말하겠습니다."

이러면 혹시나 안드레아가 같이 밥 먹는게 마음에 안들어서 기분이 나빠지더라도 그 화살은 아다에게 향할 것이다.

내게는 아무 불이익이 없을 거야.

문제는 안드레아가 나와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실패한다는 것인데, 그건 뭐 어쩔 수 없으니까.

"오오! 정말 고맙네 ! 그녀와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다 가져가도 좋네!"

아다의 잘생긴 눈에 눈물까지 고인 것 같았다.

흠 그 정도야? 그럼 도대체 뭘 삥 뜯어야 하지 얘한테서.

감동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아다를 다시 한번 훑어봤다.

막상 뜯어 먹으려고 하니까 뜯어 먹을 게 딱히 없네.

"물론 저녁은 고급 식당에서 하는 게 좋겠죠? 안드레아와 첫 데이트니까요?"

그럼 시발 밥이라도 맛있는 걸로 얻어먹자.

"물론이지!!! 내가 수도에서 제일 고급인 식당으로 예약해두겠네! 이래 봬도 중급 용사로 꽤 많은 돈을 모아뒀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게! 물론 안드레아와의 신혼집을 위해서는 좀 아껴야 하겠지만..."

아다가 신나서 중얼거렸다.

이 새끼 벌써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

뭔가 아다가 말하는 것을 들으니 벌써 실패한 계획 같았다.

"그럼 일단 보스부터 빨리 처리하죠. 나가서 생각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으니까요. 배도 고프고."

살짝 명령조를 섞어서 말했다.

"하하! 그래그래! 아우는 귀찮을 테니까 여기 있게! 내가 처리하고 부르겠네!"

아다가 자신의 빛나는 갑옷의 가슴 부분을 주먹으로 탕탕 쳤다.

그래 뭐 나야 좋지.

마물 대장방으로 힘차게 들어가는 아다의 뒷모습을 보며 주머니에 있는 메론빵 하나를 꺼내서 뜯었다.

질릴 정도로 먹은 메론빵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맛있었다.

아 시발 그러고 보니 이따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 훈련도 가야 되네.

급격하게 기분이 안 좋아져서 남은 메론빵을 구겨서 던졌다.

미친 노인네 시발.

마물 대장방 안쪽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열심히 일하고 있나 보네 우리 호구.

시간이 조금 지나고 조용해진 보스 방에서 아다가 다시 나왔다.

곳곳에 초록색 피가 묻어 있었지만, 확실히 아다 피는 아닌 것 같았다.

"끝났네! 어서 나가서 점심이라도 먹지."

약간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아 보이는 아다가 말했다.

아다를 따라서 마물 대장방에 들어가자 수북하게 쓰러져있는 오크들이 보였다.

와 이걸 혼자 잡은거야?

역시 괜히 중급 용사가 아닌 듯 했다.

보스방 끝에 있는 포탈로 가서 다시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부유감을 느끼며 눈을 뜨자 아카데미 던전 관리소의 내부에 도착해있었다.

역시 포탈은 편하단 말이야.

"그럼 아우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가볼까!"

초록색 피가 덕지덕지 붙은 몰골로 아다가 신나서 말했다.

점심보다 일단 아다는 먼저 씻어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오후 수업이 없는 날이니까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몇 시간 뒤에 있을 미친 노인네와의 면담이 있었지만 그건 아직 시간이 남았다.

나는 던전에서 땀 한 방울도 안 흘렸으니까 괜찮지만 아다는 먼저 씻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형님은 먼저 씻고 오시죠. 한 시간 뒤쯤에 정문에서 만나는 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사이에 안드레아에게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쩔수 없지 뭐.

"오오!!! 알겠네!! 에이든 아우만 믿겠네!!!"

아다가 흥분해서 내 손을 잡으면서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로 인해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그럼 일단 움직이시죠."

아다의 손을 떼어놓으면서 말했다.

"알겠네!! 한 시간 뒤에 정문!!!"

아다가 급하게 대답하고는 뛰어서 사라졌다.

나는 안드레아를 만나기 위해 성당으로 향했다.

뭐 거절당하면 어쩔 수 없는거고.

성당에는 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성직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랑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오늘은 성당에 사람이 엄청 많네.

근데 어디서 안드레아를 찾아야 하는 거지.

"에이든님!"

둘러보고 있을 때 뒤에서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보자 단정하게 수녀복을 입은 안드레아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굳이 성당 안까지 안 들어가고도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다.

"안녕하세요. 안드레아님"

최대한 호의적인 미소를 얼굴에 띄면서 인사했다.

"네! 에이든님! 무슨 일이에요?"

다행히도 안드레아의 표정은 밝았다.

"그냥 안드레아 님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요. 근데 오늘은 성당에 사람이 많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너무 속 보일 것 같아서 일단 다른 것부터 물어봤다.

"아! 성당에서 오늘 하는 행사가 있어서 외부인 분들도 많이 찾아오셨어요. 근데 물어보실 말씀이라는 게 무엇인가요 ?"

안드레아가 하늘색 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겼다.

하얀 안드레아의 귀가 드러났다.

이쁘기는 진짜 이쁘네.

이러니까 그 잘생긴 호구가 매달리지.

막상 저녁 약속을 물어보려고 하니 괜스레 긴장됐다.

심호흡을 가볍게 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신가 해서요. 안드레아 님이 도와주신 것도 많은데 그동안 해드린 게 없어서요. 부족하지만 저녁 식사라도 대접해드리려고요."

말하고 나니 약간 머쓱한 기분이 들어서 볼 부분을 긁적였다.

저녁 식사 대접은 맞지 내 돈은 아니지만.

"아! 저녁 식사!"

안드레아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수녀한테 남자와의 저녁 식사 약속은 너무 부담스러운가.

내일 점심으로 바꿔야 하나.

거절당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거절당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부담스러우시면..."

"아뇨아뇨아뇨아뇨! 저는 좋아요! 완전! 오늘 저녁 말씀하시는 거 맞죠?"

안드레아가 다급하게 내 말을 자르고 말을 이었다.

다행히도 착한 안드레아가 내 저녁 약속을 받아줬다.

"네. 이따 저녁에 정문 앞에서 만나서 같이 가시죠."

일단은 가장 큰 문제를 넘겼다.

"네! 좋아요! 그럼 그때 봐요!"

붉어진 얼굴로 대답한 안드레아가 인사하고는 급하게 사라졌다.

성당에서 한다는 행사가 그렇게 바쁜가?

그럼 이제 호구한테서 무엇을 뜯어낼지 생각해볼까.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다.

에이든님이 내게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하다니!

맙소사!

자꾸만 뜨거워지는 볼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이건 누가 봐도 데이트 요청이잖아!

예배 때마다 의무감에 빌었던 기도를 신님이 들어준건가?!

신님 진짜 존재하고 있었던 건가요?!

솔직히 약간 의심했어요!

죄송합니다!

이제 의심하지 않을게요!

용사 아카데미 시절에 내 친구가 데이트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려준 적 있었다.

물론 그 시절의 나는 남자에게 관심 없어서 대충 흘려들었지만, 그 친구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남자 친구가 여럿 있을 정도로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였으므로 분명히 검증된 정보일 것이다.

물론 임신해서 아카데미를 그만 두기는 했지만.

'먼저 얼굴을 제외한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다 뽑아!'

친구가 진지하게 내게 터­얼 이라고 발음을 늘이면서 강조했던 게 생각났다.

다행인 점은 내가 털이 거의 나지 않는 다는 것인데,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그것부터 해결해야겠다.

"안드레아 자매님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요? 여기 지금 행사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서..."

옆에서 바쁘게 물건을 준비하는 수녀님이 내게 물었다.

"급한 일이 생겨서요. 죄송합니다!"

진짜 바빠요!

신님이 이뤄주신 소원 때문에!

말 시키지마요!

서둘러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잠그고 몇 번이나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했다.

수녀복을 침대에 벗어 던지고 거울 앞에 서서 몸을 확인했다.

내 몸이지만 하얗고 아름다운 몸이 보였다.

중요 부위에 거의 없기는 했지만, 파란색이 약간 남아 있었다.

이거를 어떻게 제거하지?

신성 마법 중에 '신의 불길'이라는 신성 마법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고위 신성 마법이었다.

화염 속성을 띄고 어둠의 마물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신성 마법.

이 마법을 사용하면 내 몸에는 아무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럼 털 한 올까지 다 태울 수 있을 거야.

물론 이론상으로 배우기는 했었지만 써본 적은 없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만 해.

데이트를 위해서!

눈을 감고 집중했다.

신님 제발!

신님이 이뤄준 소원이잖아요!

책임을 지세요!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집중을 한 끝에 손가락에 조그맣게 하얀색 불이 타올랐다.

역시 신님! 또 제 소원을 이뤄주시다니!

손가락에서 하얀색 불이 타오르는데 하나도 뜨겁지 않았다.

코에서 시원한 느낌이 들어 거울을 보자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위 신성 마법은 조금 무리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 무시했다.

'털이란 털은 다 뽑아!'

친구의 말이 들리는 듯 했다.

뽑는 것 보다는 태우는 게 더 확실할테니까.

점점 더 커지는 배덕감을 느끼며...

데이트 준비를 시작했다.

***

아다와 다시 정문에서 만났다.

아다는 검은색 양복을 입어 한껏 멋을 부린 차림새였다.

잘생긴 놈이 차려입으니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그거를 이따 저녁 식사에 입고 오던지 왜 나랑 점심 먹는데 입고 온 거야.

주변에 지나다니는 여자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차려입은 아다는 멋있었다.

휴 내가 후줄근하게 입고 나와서 다행이야.

나는 후줄근하게 입어서 이런거야.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크하하하'

웃지마 시발.

"정말 안드레아가 저녁 약속을 받아줬다는 말인가?!"

아다의 벌어진 입이 땅에 닿을 것 같았다.

"예. 제가 안드레아에게 받은 게 많아서 그거를 갚고 싶어서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고 말했어요."

"역시 명석한 아우!! 훌륭하게 처리할 거라고 믿고 있었네!"

아다의 눈에서는 이제 나를 향한 강한 믿음까지 느껴졌다.

아다와 함께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 걸었다.

"내가 잘 아는 고급 식당이 있네! 일단 거기 먼저 가서 예약부터 하지!"

아다가 누가 쫓아오는 것마냥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한참을 빠르게 걷던 아다가 흰색과 검은색이 조화롭게 칠해져 깔끔한 느낌이 드는 건물 앞에서 멈췄다.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고 진짜 비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식당이었다.

역시 중급 용사라서 돈을 꽤 많이 버나봐.

"그럼 예약을 하고 오겠네! 여기 있게!"

자신있게 말하고 아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고급 식당 예약을 하고 나온 아다와 적당한 곳에 들어가서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이건 아우를 위해 준비한 것 들일세!"

아다가 갈색 봉투를 내게 건넸다.

나라면 확실하게 데이트를 하고 줄 텐데, 역시 얘는 호구가 맞았다.

건네받은 봉투를 열어서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만점처리 된 내가 써야 했을 보고서.

나에 대한 보고서 물론 아래에는 만점이 적힌.

혹시나 나중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중급 용사가 써 준 추천서까지.

종합 선물 세트가 확실했다.

"와­ 형님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감동입니다!"

내용물을 보고서 차오르는 감동을 숨기지 않고 표정으로 표현했다.

"하하! 내가 아우를 위해 더 해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만 하게!"

호구가 잘생긴 얼굴로 시원하게 웃었다.

이 호구한테서 또 뭐를 뜯어내야 할까.

마침 점원이 가져다 준 음식에 군침이 돌았다.

***

"오늘 저녁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다고요?"

약간 머리가 벗겨지고 검은색 신부복을 입은 남자가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

"네."

남자의 물음에 안드레아가 곱게 답했다.

"오늘은 연례 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인 수확의 날 행사라는 것은 수석 수녀님인 안드레아님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으시겠죠."

남자가 약간은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석 수녀가 수확의 날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다니.

수십 년 동안 성당에서 일해온 남자였지만 처음 듣는 문장이었다.

심지어 성당의 일이라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활동했던 안드레아 수석 수녀였기에 남자는 더욱더 당혹스러웠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안드레아가 약간은 답답한 목소리로 답했다.

"흐음... 그 행사에서 수석 수녀님인 안드레아 수녀님이 참여를 못하실 정도로 많이 중요한 일인가요?"

안드레아 수석 수녀는 아무 이유 없이 행사에 빠질 인물이 아니었다.

"네"

안드레아가 고민하지도 않고 대답했다.

"혹시 어떤 일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단호한 안드레아의 대답에 남자의 인상이 약간 펴졌다.

그럼 그렇지 이유가 있을거야.

"저희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저에게 대지의 신님만큼 중요한 분이십니다.수확의 날 행사가 정말 중요한 행사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제 가족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안드레아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아빠 미안해.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신님의 뜻이라서.'

물론 안드레아의 아빠는 취미가 마물 사냥일 정도로 건강하다.

하지만 이 정도 사유가 아니면 '수확의 날' 행사에서 빠질 수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자애로운 대지의 신님이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안쓰럽다는 듯이 안드레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건 신님이 제 소원을 이뤄주신 거니까. 신님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안드레아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닙니다. 그동안 안드레아 수석 수녀님이 얼마나 성실하게 신앙 활동을 하셨는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행사 진행은 제가 다른 수녀님에게 부탁해보겠습니다. 안드레아 수석 수녀님은 행사 걱정 없이 다녀오시면 됩니다. 저도 안드레아 수석 수녀님의 아버지를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남자가 부드럽게 웃으며 하염없이 우는 안드레아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안드레아는 건네받은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외박과 행사는 해결했고... 그다음 준비는 뭐였더라.'

손수건에 가려진 안드레아의 입은 호선으로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아! 이쁜 옷!'

쓸데가 없어서 모아둔 돈이 잔뜩 쌓여있었으므로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애써 눌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