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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46화 (46/233)

〈 46화 〉 수녀 복을 벗은 안드레아

* * *

"오늘따라 검 끝이 무디구나! 키아나!"

스승님의 외침에 키아나의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키아나가 다급하게 검을 다시 잡았다.

오늘따라 검술 수련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쯧­하고 스승님이 혀를 차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스승님 앞에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머리를 흔들어서 잡념을 떨쳐내고 다시 한번 자세를 잡았다.

검에게는 항상 진심이어야 한다.

스승님이 가장 먼저 내게 해준 말씀이었다.

순간 정신이 팔려 집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검은 언제나 항상 내게 가장 친한 친구였으며 가족보다도 가까운 사이였다.

미안해.

너에게 집중하지 않아서.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검에게 집중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깊은 물 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점점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고 검이 점점 가까워졌다.

마침내 검을 든 손의 피부까지 거슬리게 되었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한동안 나를 괴롭혔던 그 벽을 작게나마 두드리는 기분이 들었을 때, 스승님의 중얼거림이 또렷하게 들렸다.

"근데 이 개 같은 제자 놈은 왜 안 오는 거야!"

스승님이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거칠게 말했다.

아 사제!

순식간에 집중이 깨졌다.

맞다. 스승님의 말처럼 사제가 훈련에 안 왔다.

눈앞에 보였던 벽이 희미해졌다.

어차피 벽은 나중에 두드려도 된다.

사제가 사저라고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제가 사제에게 가보겠습니다."

말하다 중간에 자꾸만 올라가는 음성을 억지로 낮췄다.

"으응? 네가? 그냥 내가 직접 가서 놈의 다리를 부러뜨리면 되는데?"

스승님이 길게 난 수염을 결을 정리하듯이 쓰다듬었다.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스승님의 눈빛에 괜스레 마음이 들켜버린 느낌이 들었다.

"스승님이 직접 가시는 것보다는 사저인 제가 데리고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말씀드렸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검 손잡이를 세게 잡았다.

항상 검 손잡이를 잡으면 마음이 편안하게 진정됐다.

"흐음"

스승님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내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조용하게 심호흡을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잠재웠다.

눈썹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래. 키아나야 사저인 너가 가서 그놈 좀 데리고 오거라."

잠깐의 침묵이 지나가고 스승님이 인상을 피면서 말했다.

약간은 짓궂은 웃음을 지으면서.

"네! 알겠습니다!"

너무 크게 대답한 거 같아서 얼굴이 붉어졌다.

스승님의 짓궃은 웃음이 더 짙어졌다.

혹시 지금 나한테서 땀 냄새가 나지 않을까?

머리가 너무 산발이 된 거 아닐까?

사제를 찾으러 가는 길에 이런저런 걱정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이따가 방에 들려서 동생이 선물해줬던 향수라도 뿌려야겠어.

키아나의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갔다.

***

진짜 가기 싫어 시발.

미친 노망난 노인네.

아다와 점심을 먹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깐 낮잠을 자버렸다.

눈을 떠보니 이미 미친 노인네가 불렀던 시간보다 늦은 시간.

가보면 또 이걸 핑계 삼아 쥐어팰 게 분명했다.

어차피 스스로 가서 맞나 안 가서 맞나 똑같은 데 안가면 내일 몰아서 맞는 장점이 있었다.

오늘내일 맞는 것보다는 내일 하루 맞는 게 낮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판단에 마음이 점점 기울어져 갈 때쯤.

'똑 똑 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으악 시발! 갑니다. 가요!!!"

노크 소리에 서둘러 발작하듯이 일어나서 검을 챙겼다.

미친 노망난 노인네 방까지 찾아온 거야? 시발.

뛰어가서 문을 열었다.

"제가 시발 늦으려고 늦은 게 아니라 잠깐 눈을 감았는데 그만 잠을!!!"

문을 열면서 날아올 주먹에 대비해 눈을 감으면서 빠르게 말했다.

"응! 사제 괜찮아."

기대한 꼬장꼬장한 미친 노인네의 목소리가 아니라 미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은 눈을 살짝 떠보니 조각처럼 아름다운 키아나의 얼굴이 보였다.

다행히도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직접 잡으러 오지는 않았네.

부드럽게 웃고 있는 키아나의 얼굴에 마음이 놓였다.

"휴­ 사저. 저는 그 미.. 아니 스승님이 직접 잡으러 오신 줄 알고 이를 꽉 물었습니다."

"하하 스승님이 좀 괴팍하기는 해도 제자를 막 때리시는 그런 분이 아니야. 사제"

시발 너만 안 때리는 거겠지.

전에 있던 그 미친 노인네 제자들이 왜 도망갔겠냐고.

키아나의 눈에서는 미친 노인네를 향한 믿음이 보였다.

미친 노망난 노인네 남녀차별하네 시발.

키아나의 옷차림과 은은하게 나는 땀 냄새를 보아하니 훈련을 하다 온 것 같았다.

"그럼 그 미... 아니 스승님이 보내신 건가요?"

"응. 훈련하러 가야지 사제."

키아나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 근데 시발 말하면서 검 손잡이는 왜 자꾸 잡는 거야.

미친 스승에 미친 제자네 시발.

간다고 가.

"하하 제가 늦잠 자서 사저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서 가시죠!"

그 미친 노인네의 미친 제자가 검을 뽑기 전에 서둘러 방문을 나섰다.

급하게 나가면서 키아나와 살짝 부딪혔는데, 검 손잡이를 잡은 키아나의 손에 힘줄이 생겼다.

시발 살짝 부딪혔는데, 왜 검을 더 세게 잡는거야.

"응. 이쪽으로 가면 돼"

살짝 앞서가는 키아나를 따라서 훈련장으로 갔다.

가기 존나 싫어 시발.

전에 갔었던 넓은 개인 훈련장에 들어가자 정중앙에서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보였다.

"아이고 스승님!!! 이 불초한 제자가 그만 늦잠을!!!"

그 모습을 보자마자 황급히 달려가서 미친 노인네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흐음"

미친 노망난 노인네의 주름진 얼굴이 더 주름져졌다.

저 정도 주름이면 죽었어야 된 거 아니야? 시발.

"이 불초한 제자가!!! 중간에 던전을 들어갔다 와서 피곤해서 쓰러져 버렸습니다!!!"

대가리까지 땅에다가 박았다.

"...그래 늦을 수도 있지. 그럼 그럼."

살짝 눈을 돌려서 보니 미친 노인네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설마 안 때리는 건가.

"일어나거라 제자야."

"예!!!"

나는 크게 기합을 붙이면서 벌떡 일어났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수건을 안 가지고 왔구나."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키아나를 슬쩍 보면서 말했다.

시발 이 미친 노인네 키아나 앞에서는 점잖은 체 하는구나.

"제 수건을 쓰시죠! 스승님!!! 저는 땀이 안 나는 체질입니다!!!"

황급히 내가 가져온 수건을 미친 노인네에게 건넸다.

"흐음 아니. 나는 내 면으로만 만든 수건을 써야 된다. 피부가 예민해서 말이야."

미친 노인네의 입꼬리가 불길하게 올라갔다.

시발 그 주름난 얼굴이 예민한게 말이 되냐.

"그럼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

키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나도 모르게 발작하듯이 외치려는 데, 미친 노인네가 내 입을 막았다.

"키아나야 갔다 오거라."

"네! 금방 갔다 오겠습니다!"

이런 내 마음을 모르는 키아나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끄할할할 그러면 우리 막내와 즐거운 훈련을 시작해볼까."

미친 노인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기운을 돌리면서 검을 뽑았다.

이 새끼를 먼저 담가야 내가 살아 시발!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끄할할할!"

미친 노인네의 배때지에 검을 찔러넣었다.

물론 혼신의 힘을 다한 검은 간단하게 미친 노인네의 주름진 손에 잡혔다.

"그럼 시작해볼까!"

미친 노망난 노인네 시발 진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시야가 어두워졌다.

"역시 네 놈이 때리는 맛이 제대로야! 끄할할할"

미친 노망난 노인네 새끼 시발.

시작된 교육을 빙자한 폭력은 키아나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다.

시발 키아나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키아나가 방문을 열자마자 폭력은 멈췄다.

물론, 이미 나는 땅바닥에서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키아나의 얼굴을 보자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우리 막내가 깨달음을 얻었다는구나!"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이상한 말을 지껄였다.

"아니 이 미!!!"

키아나에게 이 미친 노인네의 행각을 고발하고 싶었지만 미친 노인네의 살벌한 눈빛에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사제가 벌써 깨달음을 얻었다니 대단해 사제."

키아나가 밝게 웃었다.

시발 좆같은 스승과 그 제자 듀오네.

"일어나거라."

미친 노인네가 키아나에게는 안 보이게 인상을 썼다.

그 눈빛에 내 몸이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럼 다시 시작해보자구나. 제자야"

미친 노인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키아나를 쳐다봤지만 키아나는 내 속도 모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흐읍!"

결국 나는 다시 기운을 돌리며 미친 노인네를 도륙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제발 저 미친 노인네.

반 토막 내게 해주세요! 시발!

***

신은 늘 그렇듯 내 소원을 이루어주지 않았다.

"내일도 이 시간에 훈련하도록 하지."

만신창이가 된 나와는 정반대로 멀쩡한 상태인 미친 노인네가 말하고 먼저 나갔다.

바닥에 뒹굴던 나는 키아나의 손을 잡고 겨우 일어났다.

"고생했어 사제."

키아나가 살짝 미소지었다.

얘도 뽀송뽀송하네, 나만 걸레짝이 됐어 시발.

"사저도 고생하셨어요. 하하"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렸다.

"스승님이 사제를 많이 아끼나 봐. 스승님이 저렇게 열정적으로 가르치시는 모습은 나도 처음 봐."

키아나가 내 등을 두드려서 먼지를 털어줬다.

저게 시발 가르치는 거냐. 그냥 줘패는거지 시발.

얘는 생긴 건 멀쩡한데 눈치가 더럽게 없었다.

"적당히 가르쳐도 되는데 말이죠."

내 입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볼멘 소리가 나왔다.

"하하 스승님은 적당히라는 게 없는 분이라서 말이야."

그렇지 미친 노망난 노인네니까.

"사제 저녁 먹으러 가자."

키아나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니 시발.

너랑은 절대 안 먹어.

그 좆같은 음료 시발.

"아 저도 사저랑 먹고 싶은데...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

"저녁 약속?"

키아나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진 것 같았다.

약속 없어도 그 좆같은 음료는 절대 안 먹을거야.

"네. 용사학 개론 멘토랑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음 그렇구나. 아쉽네. 내일은 꼭 나랑 저녁 먹자."

키아나가 살짝 웃었다.

싫어 시발.

"하하 네 알겠습니다."

물론 내게 거부권은 없었다.

***

기숙사로 돌아가서 몸을 씻었다.

온몸이 쑤셔 시발.

진짜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몸을 골고루 때렸다.

아마 내가 고기였으면 구웠을 때 딱 맛있는 정도겠지.

이따가 안드레아 만나면 치료부터 해달라고해야겠네.

씻고 대충 옷도 챙겨 입었다.

사복이라고 해봤자 몇 벌 없어서 거기서 거기지만.

대충 시간을 보니 맞을 것 같아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정문에 도착했는데 안드레아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정문을 통해서 나가거나 들어오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뒤에서 누가 내 등을 두드렸다.

뒤돌자 단아하게 웃고 있는 안드레아가 보였다.

흰색에 옅은 분홍색이 섞인 색의 원피스를 입고 하늘색 생머리를 풀은 안드레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수녀복에 가려졌던 외모가 이 정도 일 줄 예상도 못 해서 순간 머리가 멈췄다.

미친 노인네의 폭력때문에 아픈 몸도 안드레아의 단아한 외모에 괜찮아진 것 같았다.

이 정도 외모니까 그 잘생긴 호구를 걷어찼던 거구나.

호구가 차인 이유가 납득이 됐다.

주제넘었었네 우리 호구.

교미하기 나쁘지 않은 젖통을 가진 처자군.

나는 이 레이디로 바꾸겠네!!! 나는 이 레이디야!!!

너 케이트가 좋다며.

그래서 바꾼다고 하지 않았나!!!

아 시끄러 시발.

'이 소녀의 팬티는...맙소사...'

뭔데.

'비밀일세. 찡긋'

"에이든님?"

입을 벌리고 있는 내 모습에 안드레아가 나를 불렀다.

"아! 안드레아 님. 너무 아름다워서 몰라봤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서둘러 턱에 힘을 줘서 닫았다.

이거 호구한테 좀 더 뜯어 먹어야 하겠는데.

"아... 감사합니다!"

안드레아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고개를 숙였다.

붉어진 안드레아의 얼굴을 보며 내가 뭔가 잘못했나 고민했다.

"그...그럼 가볼까요?"

괜스레 드는 긴장감 때문에 말을 더듬었다.

"...네!"

안드레아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피처럼 붉은색으로 두껍고 갈라진 피부.

집채만큼 큰 덩치.

흉악하고 뾰족하게 난 어금니들.

등 뒤에서 움직이는 두꺼운 꼬리까지.

아마 사람들이 상상했던 악마의 모습을 모으면 이 생명체와 비슷한 모습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최상급 악마인 켈후레브히는 자신의 흉악한 모습과 힘에 자부심이 있었다.

"어찌 인간이 최상급 악마인 나를 뛰어넘는 힘을...!"

그런 자부심이 무색하게도 양다리가 잘린 채 팔로 겨우 지탱하고 있는게 고작인 모습이었다.

그 앞에는 검은 단발머리의 소녀가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그 주변에는 수많이 쌓인 수하들의 시체들.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소녀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

어떻게 저런 소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졌는지 켈후레브히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도마뱀의 냄새도 안 나고.

그 재수 없는 참새들 냄새도 안 났다.

저 소녀는 분명한 인간이었다.

인간이 어찌 저런 힘을...

소녀의 뒤에서 머리는 뱀이고 몸은 황소인 생명체가 아가리를 쩍 벌리면서 뛰어들었다.

자신의 부하인 암습에 최적화된 상급 악마.

그 모습을 보며 켈후레브히는 일말의 희망이 다시 생겼다.

다른 최상급 악마의 암살도 성공했던 저 녀석이라면 !

소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작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상급 악마는 공중에서 핏덩이로 변했다.

"말도 안 되는..."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하고 핏덩이로 변한 자신의 부하를 보며 켈후레브히는 희망을 잃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최근에 어찌 된 일인지 중간계의 문이 살짝 열렸다.

원래라면 자신들의 존재에 맞는 제물을 받아야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렇게 문이 직접적으로 열리면 제물이 필요 없었다.

마침 문을 담당하고 있었던 켈후레브히는 서둘러 부하들을 데리고 넘어갔다.

문이 왜 열린 지는 관심 없었다.

중간계는 인간들의 공포가 힘인 자신들에게는 기회의 땅이었다.

상대하기 힘든 것이라면 도마뱀 정도가 다인 세상.

인간들은 감히 자신들을 상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공포를 잔뜩 쌓아서 돌아가면 겨우 말석에 위치한 자신의 순위가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괴물 같은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또 저 괴물 같은 인간은 어떻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찾아온 것일까.

자신들이 중간계에서 뭔가를 벌이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았다.

중간계에 도착한 날 저녁에 저 소녀의 습격을 받았다.

심지어 자신은 마법에 대한 높은 저항을 갖추고 있었는데도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저 괴물을 상대하려면 자기와 같은 최상급 악마가 다섯 이상은 뭉쳐야 할 것 같았다.

소녀가 흰 손가락으로 케후레브히의 머리를 가리켰다.

최상급 악마인 자신의 최후가 고작 이런 거라니.

그냥 마계에 박혀 있을 걸 후회하는 케후레브히지만, 항상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이었다.

퍽­

케후레브히의 큰 몸이 뒤로 넘어갔다.

"조금 피곤했어... 오늘은 충전이 필요해.맞아충전할만큼열심히했어.충전충전충전.에이든에이든에이든"

소녀의 입꼬리가 소름 끼칠 정도로 높게 올라갔다.

"근데에이든아카데미밖이네?"

소녀의 입꼬리가 다시 내려갔다.

"왜?왜?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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