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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47화 (47/233)

〈 47화 〉 아다는 결국....

* * *

거리에는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안드레아는 내 옆에 바짝 붙어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느낌의 안드레아가 옆에 바짝 붙어서 걸으니까 괜히 신경 쓰였다.

안드레아에게서는 향긋한 향기가 났다.

걷다가 살짝씩 안드레아와 부딪힐 때마다 괜스레 긴장됐다.

내 데이트도 아닌데, 왜 내가 긴장되지.

이건 쓸데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진 안드레아의 잘못이다.

살짝 눈썹에 힘을 줘서 인상을 쓰자 긴장감이 약간 풀어졌다.

그나저나 이 호구는 어디에 가 있는 거야 시발.

"에이든님! 어떤 식당으로 가실 건가요?"

옆에서 안드레아가 내 팔을 살짝 건드리며 조용하게 물었다.

이 시끄러운 거리에서 왜 조용하게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드레아의 작은 터치에 내 신경은 극도로 집중됐다.

시발 이 호구 새끼 어디 갔어.

분명히 이쯤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하하 그 제가 예약한 식당이 있어서 거기로 가려고요!"

애써 긴장한 목소리를 숨기기 위해 톤을 높였다.

그러자 약간 얼간이 같이 말해버렸다.

"아! 에이든님이 예약하셨다니 기대되는 걸요!"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었다.

그런 안드레아의 미소를 보며 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예약한 것은 맞으니까 상관 없을 것이다.

"안드레아님 입에 맞아야 할 텐데요."

물론 성당에서 그 좆같은 스프만 먹는 수녀의 입에는 다 맛있을 것이다.

"후훗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웬만해서는 다 맛있게 먹어요!"

안드레아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래 나도 알아.

점점 아까 호구가 예약한 식당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이 새끼 진짜 튄거 아니야?

나는 아다 새끼를 믿고 당연히 돈을 들고 오지 않았다.

괜히 들고나왔다가 조금이나마 돈을 보탤까 봐 걱정돼서 안 들고 왔다.

시발 어디 갔냐고 미친.

"아 설마! '검지만 하얀' 식당을 예약하신 거에요?!"

안드레아가 놀라서 내게 물었다.

아 저 식당 이름이 '검지만 하얀'이었나. 이름 존나 대충 지었네.

안드레아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니 꽤 유명한 식당인 듯했다.

"예. 아는 식당인가요?"

잠깐 아니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당연하죠! 수도에서 저 식당을 모르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안드레아의 얼굴이 붉어지며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 정도로 유명한 식당인가.

"저 식당을 예약하시다니! 예약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감동이에요."

안드레아가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자 붉어진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안드레아가 보였다.

저 식당이 무슨 식당인데 시발.

그냥 비싼 식당 아니야?

안드레아의 태도로 봤을 때, 저 식당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안드레아와 팔짱을 한 채로 '검지만 하얀' 식당 앞까지 도착해서 문을 잡았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에이든 아우가 아닌가!?"

누가 들어도 연기 톤인 목소리가 나를 불러세웠다.

이 새끼 연기 드럽게 못하네.

이건 내 연기력으로 커버해야 한다.

"어? 아다 형님?"

자연스럽게 소리가 난 곳으로 돌았다.

검은 양복을 입고 한껏 멋을 부린 호구가 보였다.

심지어 손에는 꽃다발까지 들고 있었다.

캬 이 새끼 단단히 준비했네.

"여기서 우리 에!이!든! 아우를 만나다니! 인여어언! 이구먼!"

호구가 놀랍도록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연기 실력이었지만,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형님도 이 식당에서 식사하러 오셨나요? 하하하"

내 유창한 연기 실력으로 호구의 부족한 연기력을 채웠다.

"그렇지! 에!이!든! 아우도 이 '검지만 하얀' 식당을 이용하려고 온 건가!"

진짜 얼굴에 매콤 주먹 갈기고 싶은 연기력이네.

"네. 아! 이쪽은 안드레아 수녀님입니다!"

안드레아를 소개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잔뜩 굳은 얼굴로 호구를 노려보고 있는 안드레아가 보였다.

내가 쳐다보자 안드레아의 표정이 바로 풀리면서 다시 환하게 웃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어! 아다네! 오랜만이다!"

안드레아가 약간 낮아진 목소리로 호구에게 인사했다.

"하하! 안!드레아네! 오랜만이야! 여기서 만나다니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운명이 틀림없네! 흐하핫!"

호구가 잔뜩 어색한 말투로 이상한 부분에서 강조하며 이상한 내용을 말했다.

으드득­

뭔가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는데?

화들짝 놀라서 안드레아를 보니 변함없이 미소 짓고 있었다.

어디서 들린 소리지.

"어?! 이쪽은 제 용사학개론 멘토이신 아다 형님입니다. 두 분이 아는 사이이신가요?!"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연기 천재인 나는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역시 나는 천재야.

"아! 쟤랑은 그 같은 용사 아카데미 출신이에요."

안드레아가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드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으드득­

자꾸 어디서 이런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나는 거야.

"내가 제일! 아끼는 에이든 아우와 안드레아를 함께 만나다니! 기쁜 날이군! 내가 살 테니 같이 들어가지!"

아다가 어색하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이제 제일 고비인 부분이었다.

심지어 너무 이상한 호구의 연기때문에 안드레아의 반감이 더 심해졌을 것 같았다.

"...안드레아님 아다 형님이랑 같이 드셔도 괜찮으신가요?"

나는 짐짓 걱정되는 표정으로 안드레아를 보고 물어봤다.

"...네! 에이든 님만 괜찮다면요."

호구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안드레아가 내 물음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행이다.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

"그럼 같이 들어가시죠. 아다 형님"

식당의 큰 문에 힘을 줘서 당겨 열었다.

"하하하! 그러지!"

아다의 입은 더 이상 찢어질 수 없을 만큼 올라가 있었다.

너무 티 나게 웃는 거 같은데 호구야.

내부도 외부처럼 흰색과 검은색이 적절하게 섞인 느낌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빛나는 보석들 때문에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식당이었다.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었다.

음악을 트는 물건은 꽤 고가의 아이템이라고 들었는데, 괜히 고급 식당이 아니구만.

식당은 방 형식으로 되어 있는지 홀에는 식탁이 없었다.

호구가 종업원이랑 이야기하고 종업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우리는 종업원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도 잔잔한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방의 중앙에 네 명 정도 앉으면 딱 적당할 것 같은 식탁이 놓여 있었다.

아다는 후다닥 달려가서 의자를 빼고 안드레아를 기다렸다.

후­

깊은숨을 내쉰 안드레아가 웃는 얼굴로 아다가 뺀 의자에 앉았다.

의자를 밀어준 아다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보면서 엄지를 들었다.

잘 돼 가는 건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엄지를 같이 들어줬다.

아다는 안드레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럼 나는 아다 옆에 앉는 게 맞겠지?

"에이든님. 이쪽으로 와요."

아다 옆에 앉으려고 하자 안드레아가 나를 불렀다.

근데 나를 부르는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낮아서 나도 모르게 곱게 옆자리로 갔다.

자리에 앉고 슬쩍 아다의 표정을 보니 마냥 환하게 웃고 있었다.

괜찮은 거겠지...?

"안드레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아다의 목소리가 떨렸다.

왜 저러는 거야 시발.

"...나야 열심히 성당 생활을 했지."

안드레아가 나를 보며 살짝 웃고 나서 호구에게 대답했다.

"하하! 아카데미에서도 마주치고 식당 앞에서 또 마주치다니 이거는 운명이 아닐까?! 하하하!"

아다가 갑자기 자신이 들고 있던 꽃다발을 안드레아에게 건넸다.

미친 시발 깜빡이 좀.

상남자 아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비명질렀다.

머릿속에 망했다는 생각이 가득 찼다.

물론 나도 여자관계는 잘 모르지만 저건 시발 너무 급발진이잖아.

으드득­

이 소리는 자꾸 어디서 나는거야.

"... 모든 건 대지의 여신님 뜻이니까. 꽃은 고마워."

나를 다시 살짝 본 안드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꽃을 받아 바닥에 놓았다.

그래도 안드레아가 꽃을 받아 줬으니까 괜찮은 건가?

아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차 있었다.

그래, 괜찮은 거겠지.

저렇게 잘생긴 애가 꽃다발을 줬는데 말이야.

똑똑똑­

종업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찻잔을 우리 앞에 놓아줬다.

"오늘 새벽에 딴 잎으로 우린 차입니다."

종업원이 찻잔을 다 놓고 설명했다.

설명을 마친 종업원이 가볍게 인사하고 나갔다.

차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오 맛있으려나.

찻잔을 들어 한 입에 들이켰다.

상남자는 원샷이지.

쾅­

아 시발 존나 뜨거워.

"아 뜨거워!!!"

입안을 가득 채운 용암 같이 뜨거운 차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에이든님?! 괜찮아요?!"

안드레아가 놀라서 나를 붙잡았다.

"존나 뜨거워요. 저거 시발 으헤­ 아이고 내 혀!!"

혀 존나 덴 거 같아 미친.

"제가 치료해줄게요! 혀 내밀어봐요."

안드레아가 발작하는 나를 잡아서 진정시켰다.

아 맞아 얘 수녀잖아.

"에­ 온나 으거워요. 이발. 애 혀 좀 살려주세요."

내 혀 좀 살려줘요.

"네 걱정 말아요 에이든님."

안드레아가 맑고 단아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내 혀를 눌렀다.

보통 남의 침은 더럽다고 생각할 텐데, 이렇게 주저 없이 만지다니 이 시대의 진정한 수녀다웠다.

부드러운 안드레아의 손가락에서 빛이 나자 혀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역시 수녀가 최고야.

"이제 됐어요. 에이든님. 괜찮아요?"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진 안드레아가 미소지으며 물었다.

"오! 완전 멀쩡해졌어요! 역시 안드레아님이 최고예요."

나는 안드레아에게 엄지를 들어서 보여줬다.

"풋­ 뜨거운 건 조심해서 드셔야 해요."

미소지은 안드레아가 내 볼을 살짝 두드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휴­

상남자의 길은 멀구만.

근데 뭔가 잊은 게 있는 것 같은데...

자리에 앉자 건너편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우리 호구가 보였다.

아 맞다. 호구 시발.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들부들 떨고 있는 호구에게 엄지를 들어서 보여줬다.

으드득­

이런 소리는 자꾸 어디서 나는 거야.

"그럼 아다 형님은 중급! 용사신 거에요?"

우리 호구 기세워 줘야지!

"...크흠 열심히 살다 보니 그렇게 됐지 하하!"

호구가 진동하던 몸을 멈추고 헛기침을 한 뒤에 대답했다.

"젊어 보이시는 데 중급 용사라니! 완전 대단하십니다! 그쵸?! 안드레아님?"

아부는 또 내가 기가 막히지.

"네? 아! 맞아요! 벌써 중급 용사라니 대단하네."

나를 쳐다보고 있던 안드레아가 고개를 돌려서 차분하게 말했다.

"하하하! 별것도 아닌데 뭐!"

웃으면서 대답하는 아다에게 내가 엄지를 보여줬다.

아다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그런데 아다 형님의 나이가 어떻게...?"

문득 생긴 궁금증이었다.

"나는..."

"앗! 뜨거워!"

갑자기 안드레아가 찻잔을 놓쳤다.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찻잔에서 흘른 뜨거운 차가 안드레아의 허벅지 쪽에 쏟아졌다.

와 저거 존나 뜨거운데.

괜찮나?

"괜찮아요?! 안드레아?"

나는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드레아!!!!"

앞에 앉아있던 호구는 이미 안드레아 옆에 무릎 꿇고 확인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바보같이 흘려버리다니."

눈에 약간 눈물이 고인 안드레아가 치마를 들어 자신의 허벅지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래서 안드레아의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났는데, 앞에 있던 호구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나는 뭐 상관 없었기 때문에 열심히 안드레아의 허벅지를 훔쳐봤다.

안드레아의 허벅지는 차의 열기 때문에 빨갛게 올라와 있었는데, 안드레아가 손을 가져다 대고 치료를 시작하자 금방 멀쩡해졌다.

"이거로 닦으세요."

안드레아에게 내 앞에 있던 티슈를 건넸다.

"고마워요. 에이든님."

안드레아가 약간의 눈물이 고인 눈으로 웃으며 건네받았다.

잠깐의 소란이 지나가고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괜찮으셔서 다행이에요. 안드레아님."

"에이든님 덕분이에요. 감사해요."

안드레아가 미소지었다.

내 덕분이라니 나는 한 게 없는데.

"안드레아! 그 예술 작품 같은 몸에 흠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야!"

"고마워."

안드레아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잠시 뒤에 여러 명의 종업원이 들어와서 음식들을 식탁에 놓았다.

순식간에 방 안에는 향긋한 냄새로 가득 찼다.

종업원은 음식을 놓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는데, 굳이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어차피 입에 넣어서 맛있냐 맛 없느냐 둘 중 하나인데 굳이 설명까지.

그렇게 식탁을 음식으로 가득 채운 종업원들이 조용히 방을 나갔다.

"자! 그럼 맛있게 먹게나!"

아다가 호탕하게 말했다.

음 그럼 뭐부터 먹어볼까나.

저번에 케이트가 알려준 기억이 있기는 했지만 신경 써서 듣지 않았기 때문에 순서가 기억나지 않았다.

"이거는 이것부터 드셔야 해요. 에이든님"

머리를 귀 뒤로 넘긴 안드레아가 자신의 앞에 있는 채소를 내 입으로 가져다주면서 말했다.

이건 좀 그런데.

앞을 슬쩍 보니 아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 제가 먹을 수 있는데..."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 정도로 없지는 않아.

"제가 원래 옆 사람 먹여주는 걸 좋아해서... 싫으신가요?"

안드레아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단아한 얼굴의 안드레아가 슬픈 표정을 지으니 그 모습이 너무 애절하게 느껴졌다.

그래 뭐 원래 옆 사람 먹여주는 걸 좋아한다는데...

"...아뇨 안드레아님같은 미인이 먹여주면 저야 좋죠. 하하"

이건 자리를 잘못 앉은 호구 너의 잘못이다.

나는 애써 호구 쪽을 쳐다보지 않고 입을 벌렸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안드레아가 미소 지었다.

그 이후로는 불편한 식사가 시작됐다.

안드레아는 내가 직접 손으로 먹는 게 싫은지 끊임없이 내게 음식을 먹였다.

처음에는 편해서 좋았지만 계속 안드레아가 먹여주니 불에 타는 것만 같은 호구의 시선 때문에 체할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거절하자니 안드레아가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표정으로 울먹거려서 거절할 수도 없었다.

쾅­

결국 참다못한 호구가 벌떡 일어났다.

"미안하지만 중요한 약속이 생각나서 먼저 가보겠네."

"아니 형님!"

"부디 좋은 식사 되기를 바라네."

호구가 잘생긴 얼굴을 잔뜩 구기면서 뱉듯이 말하고 방에서 나갔다.

시발 니가 자리를 잘못 잡은거잖아.

그리고 아니 갈 땐 가더라도 계산은 해줘야지.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그렇죠 에이든님?"

안드레아의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하하 그러게요..."

한쪽이 올라간 안드레아의 입꼬리를 보며, 안드레아가 내 생각만큼 순진한 사람이 아닐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조금 목이 막히지 않나요?"

안드레아가 내 팔을 살짝 잡으며 다가왔다.

팔에서 안드레아의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럼 물이라도 더 달라고 할까요?"

일단 돈을 어떻게 해야 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런 데에서는 와인을 마셔야죠. 에이든님"

안드레아가 굳이 내게 붙어서 귀에 속삭였다.

안드레아의 숨결 때문에 귀가 간지러웠다.

안 돼. 나 돈 없어.

우리 여기서 설거지해야 될 수도 있어.

그리고 수녀가 뭔 술이야.

"...근데 제가 사실 돈이..."

나는 솔직하게 안드레아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에이든님은 이런 좋은 곳에 저를 데려와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돈은 제가 낼게요. 제가 수녀라 돈을 쓸 데가 없어서... 제가 내게 해줘요. 네? 에이든님."

안드레아가 붉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당연히 내면 나야 고맙지.

설거지를 안 해도 돼서 다행이었다.

"근데 제가 술을 안 마셔봐서..."

용사 아카데미에 박혀있던 내가 술을 마실 기회가 어디 있었겠어.

"...진짜요? 저만 믿으세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술!"

안드레아의 눈이 순간적으로 빛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기분 탓인가?

그리고 뭔 수녀가 술을 가르친다는 거야.

물론 안드레아가 돈을 내는 것이므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와­ 내가 처음이라니!"

안드레아가 밝아진 얼굴로 종업원을 부르는 종을 열심히 흔들었다.

그거 한 번만 흔들어도 될 거 같은데.

"필요하신 거 있으십니까?"

문을 연 종업원이 차분하게 물었다.

"'피노 누아 샤룰르베떼' 로 한 병 주세요!"

묘한 열기를 담은 목소리로 안드레아가 주문했다.

"그 와인은..."

안드레아의 주문에 종업원이 당황했다.

왜, 그 와인이 뭔데 그런 반응이 나오는 거야.

"알고 있으니까 주세요!"

그런 종업원의 말을 안드레아가 서둘러 잘랐다.

뭐냐고 그 와인이.

"네. 알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나가자 안드레아가 평소와는 다르게 묘한 열기가 잔뜩 담겨있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와인이 뭐냐고 시발.

안드레아가 슬쩍 내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뭐냐고.

그 와인.

***

"에이든?에이든?에이든?"

피가 잔뜩 묻은 검은 머리의 소녀가 피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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