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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49화 (49/233)

〈 49화 〉 튀김을 좋아하는 황녀님

* * *

비키의 잡아먹을 듯한 눈빛에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왜 그러는 거야 아침부터.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그... 용사학 개론 과제 때문에 멘토랑 먹은 겁니다."

그러자 나름대로 그럴듯한 변명이 생각났다.

심지어 변명도 아니고 진실이었다.

나는 멘토인 아다 그리고 안드레아 수녀님과 같이 밥을 먹다가 멘토가 튄 것뿐이었으니까.

"흐응 멘토?"

비키의 목소리가 살짝 풀렸다.

"네! 멘토인 중급 용사 아다 형님과 먹었습니다!"

기합이라도 받는 것처럼 괜히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근데 술 냄새는?"

비키가 내 뺨을 다시 한번 두드렸다.

"그 중급 용사 멘토님이 완전 술고래라서요! 저는 싫었는데 억지로!"

술고래? 어디서 들어봤는데.

문득 의자 위에 올라가서 춤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시발.

내가 그런 거 아니지?

"그래. 남자 멘토랑 마셨다니까 봐주는 거야. 알았지?"

내 뺨의 두드리던 비키의 손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네 알겠습니다. 누나!"

근데 뭘 봐준다는 거지 시발.

"아침 훈련 가야지?"

비키의 입꼬리가 불길하게 올라갔다.

시발 아침 운동하기 싫어.

"네! 바로 가시죠!"

물론 내게 거부권은 없었다.

'어제 왜 나를 안 데리고 간 건가 소년!도대체 술 마시고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침대옆에 두고 간 검이 잔뜩 툴툴거렸다.

뭔 일이 있어.

그냥 술만 마신 거야.

그리고 저녁 식사 약속에 검을 차고 나갈 수는 없잖아.

'또다시 나를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각오하게나 소년!'

검이 잔뜩 짜증을 부렸다.

지가 화나면 뭐를 할 수 있다고 저렇게 깝죽거리는 거지. 그래도 그 말투가 안쓰러웠으므로 비키와의 대련에는 필요 없지만, 옆구리에 검을 찼다.

"빨리 안 와?!"

비키의 불호령에 냅다 달렸다.

비키의 개인 훈련장으로 끌려갔다.

가볍게 준비 운동을 하고 비키에게 어제처럼 시원하게 얻어터졌다.

"여기서는 한 발을 더 내디뎌야지!"

비키가 내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으면서 말했다.

내 명치에서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 시발.

나는 어차피 검 쓸 거라고.

물론 불만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자 일어나!"

비키의 말에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줘서 일어났다.

오늘따라 하체에 힘이 너무 부족했다.

숙취 때문에 그런 건가?

비키의 주먹이 다시 내게 가까워졌다.

나는 억지로 발을 내디디면서 비키의 주먹을 팔뚝으로 막았다.

빡­

비키의 주먹이 내 팔뚝에 꽂히면서 시원한 타격음이 났다.

아 시발 존나 아파.

"좋아! 그렇게 내디디면서 막으면 상대가 원하는 타격점을 뒤흔들 수 있는 거야!"

비키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시발 타격점을 뒤흔들면 뭐해.

똑같이 존나 아픈데.

툴툴거리면서 다음에 날라오는 비키의 발을 잡았다.

뻑­

비키의 다리에 실린 힘 때문에 몸이 살짝 들렸다.

저 말도 안되는 힘이 여자 힘이 맞는거야?

나는 발로 비키의 다른 다리를 걸어서 밀었다. 이 정도면 아무리 비키라도 넘어지겠지.

비키는 내게 붙잡힌 다리에 힘을 줘서 밀었다.

분명히 비키는 제대로 힘을 실을 수 없는 자세였지만, 비키의 미는 힘에 내가 먼저 뒤로 무너졌다.

쓰러진 내 위에 비키가 올라타서 나를 내려다봤다.

으­ 시발 숨 막혀.

나는 기권을 표시하기 위해 땅을 열심히 손으로 쳤다.

"변태야."

비키가 그런 내 뺨을 살짝 두드렸다.

"읍 네 누나."

"나한테 기권이란 건 없어."

비키가 활짝 웃으며 내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얼굴에 정통으로 박힌 비키의 주먹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멀어졌다.

아니 시발 훈련이라더니 뭔 기권이 없어 시발.

미친년 진짜 시발.

다시 눈을 뜨니까 또 비키에게 안겨서 옮겨지고 있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내 꼴을 구경하고 있었다.

애미 시발.

"그 놔주세요. 걸을 수 있어요."

창피함에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비키에게 말했다.

"어? 우리 변태 일어났네?"

비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네. 그러니까 제가 스스로 걸을게요. 제발..."

주변의 시선에 얼굴이 붉어졌다.

"거의 다 왔어."

비키에게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비키에게 안겨진 채로 비키의 별채까지 와버렸다. 그래, 어차피 내게는 좋은 소문도 없는데, 거기에 여자한테 안겨서 돌아다닌다는 소문 추가 되도 별 차이 없을 것이다.

"씻고와 변태."

비키가 나를 내려주고 내 엉덩이를 툭툭 쳤다.

무슨 내가 강아지냐고 시발.

물론 나는 곱게 씻으러 갔다.

씻고 나오자 저번처럼 비키가 요리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개차반인 비키가 조신하게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은 볼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들게 했다.

터질듯한 비키의 뒤태를 구경하면서 다가갔다.

"다 씻었어?"

묘하게 부드러운 말투로 비키가 물었다.

"네. 제가 하고 있을게요. 씻고 오세요."

약간 간지러운데 이거.

"응. 이거 이렇게 젓기만 하면 돼."

비키가 내게 국자를 건네주면서 어울리지 않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게 시발 아까 내 면상에 주먹 꽂던 애 맞는 거야?

국자를 젓고 있자 다 씻은 비키가 돌아왔다.

비키는 하얀색 상의와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터질듯한 몸매가 더 부각됐다. 언제봐도 엄청난 가슴이었다.

"뚫어지겠다. 변태야."

비키가 웃으면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내 등을 툭 쳤다.

"아!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비키의 가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나 보다. 또 처맞을까 봐 황급히 고개를 90도로 숙이면서 사죄했다.

"풋 괜찮아.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가서 앉아있어."

비키가 살짝 웃으면서 내 등을 부드럽게 밀었다.

식탁에 앉아서 기다리자 비키가 흥얼거리면서 음식들을 옮겼다. 정말 밖과 집 안에서의 성격이 너무 다른 거 아니야?

비키의 허락을 맡았으므로 나는 비키의 몸을 그냥 대놓고 구경했다. 짧은 바지를 입어서 드러난 탄탄한 다리. 뒤에서 보는데도 불구하고 보이는 말도 안 되는 가슴. 정말 파멸적인 몸매였다.

"자! 먹자!"

식탁에 음식들을 다 옮긴 비키가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게 웃었다.

비키의 음식들은 내가 항상 생각했던 집밥의 맛과 같았다. 물론 부모가 없었던 나는 집밥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그럴 거 같다는 뜻이다.

"비키 누나의 음식은 정말 맛있네요."

비키의 음식은 먹으면 몸에 기운이 차는 듯한 기분이 드는 맛이었다.

"고마워. 다행이야. 우리 변태 입에 맞아서."

내 칭찬에 살짝 붉어진 얼굴로 비키가 시원하게 웃었다.

비키의 웃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간지러웠다.

저렇게 웃다가 정들겠어. 나를 맨날 쥐어패는 여자한테.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래도 밥을 먹어서인지 기운이 약간 돌아왔다.

도대체 술을 마셨는데 하체에 힘은 왜 안 들어가는 거야.

방문을 열자 바닥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는 안드레아가 보였다.

쟤는 여기서 또 뭐 하고 있는 거야.

근데 내가 문을 안 잠궜었나?

"안드레아님?"

"아! 에이든님!"

내 부름에 안드레아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내게 대답했다. 평소의 안드레아와는 다르게 무언가 초조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안드레아님이 여기서 뭐 하고 계시는 거에요?"

"에이든님이 어제 잘 들어가셨나 궁금해서요. 와보니 에이든님이 없어서 그냥 청소하고 있었어요."

안드레아가 내게 손에 든 걸레를 보여줬다. 뭐 청소를 해주면 나야 고맙지만.

근데 잘 들어갔는지 궁금했다니.

안드레아가 데려다준 게 아닌가?

"저는 안드레아님이 데려다준 줄 알았는데..."

"저도 어제 많이 취해서... 혹시 기억이 안 나시나요?"

안드레아가 붉어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나를 살폈다.

"어제 안드레아님이 주던 와인을 마시는 순간까지만 기억나는데..."

다시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니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 시발 숙취 좆같네.

"에이든님! 괜찮아요?"

안드레아가 부드럽게 내 팔을 잡아서 침대에 앉혔다.

"괜찮아요! 어제 아무 일 없었어요! 굳이 그렇게 떠올리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안드레아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럼 제가 치료해드릴게요."

평소처럼 단아하게 웃으며 안드레아가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머리의 두통이 한결 가라앉았다.

언제봐도 안드레아는 유용했다.

뭔가 허한 기운도 차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안드레아."

내 말에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어제 제가 실수하지는 않았어요? 처음 술 마시는 거라..."

내가 의자에 올라가서 이상한 춤을 췄던 것 같았는데...

"아뇨! 전혀 실수하지 않았어요! 어제 완전 즐거웠어요! 다음에도 저랑 같이 술 마셔주세요!"

안드레아가 황급하게 양손을 저으면서 대답했다.

"저는 어제 완전 재밌었어요! 다음에도 꼭! 저랑 같이 술 마셔주세요!"

안드레아가 한껏 붉어진 얼굴로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뭐 술이야 마실 수는 있지.

물론 안드레아가 산다면.

나도 안드레아를 따라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안드레아의 눈이 묘하게 풀려있었다.

왜 저래.

"아침은 드셨어요?"

"아! 저는 성당에서 먹었어요! 에이든 님은요?"

그 맛대가리 없는 스프를 매일 먹는다니 불쌍한 안드레아.

"저도 먹고 왔어요."

"아! 그 제가 가져갔었던 에이든님 옷이랑 수건 빨래해서 넣어놨어요!"

"제가 빨래해도 되는데... 고마워요. 안드레아"

"괜찮아요! 지금도 운동하시고 온 거예요?"

안드레아가 내 옷을 힐끔 쳐다봤다.

"네 뭐 운동이기는 하죠."

맞는 것도 운동이라면.

"그럼 그 옷도 빨래해야 되겠네요?! 제게 주세요!"

갑자기 안드레아가 내게 붙어서 내 상의를 벗기려고 했다.

"아니! 제가 빨래해도!"

내 거절이 무색하게 안드레아가 순식간에 내 윗옷을 벗겼다.

왜 이렇게 빨래에 열정적인 거야 시발.

순식간에 드러난 내 꼭지들을 재빨리 가렸다.

그런 내 모습을 묘한 열기가 담긴 눈으로 안드레아가 쳐다봤다.

"그 속옷이랑 바지도..."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안드레아가 중얼거렸다.

"이건 됐어요!!!"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안드레아를 방에서 쫓아냈다.

자기 일에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봉사하는 수녀인 안드레아지만 조금은 이상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

***

오늘 첫 수업은 오랜만에 마물의 이해였다.

시발 딸기 우유.

그것을 깨닫자마자 나는 바로 매점으로 달려갔다.

방금 연 매점에 들어가서 딸기 우유랑 내가 마실 초코 우유 샀다.

"빨대 꼭 넣어주세요!"

빨대까지 두 개 확실히 챙겼다.

매점 아줌마에게 인사하고 강의실로 이동했다.

강의실로 들어가서 익숙하게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제일 뒷자리는 언제 앉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자리였다.

시간을 보니 약간 여유 있었다.

"어이 평­민!"

오랜만에 듣자 약간의 반가움도 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누구신가. 뻐킹 어글리 오렌지 아닌가!"

짐짓 점잖은 체를 하며 인사했다.

"시발!! 누가 뻐킹 어글리 오렌지야!"

"자네 말일세. 뻐킹 어글리 오­렌지"

드숀을 놀리는 것은 언제나 재밌었다.

"시발 못생긴 평민 새끼"

드숀이 툴툴거리면서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근데 너는 그때 던전에서 어떻게 나왔냐."

문득 던전에서 내가 기억을 잃고 난 뒤가 궁금했다.

"아 그때. 한참을 도망 다니다가 이대로면 배고파서 죽겠다 싶었을 때, 대장 마물이 있던데로 돌아가니까 다 끝나있던데. 그리고 시발 평민 새끼 대장 마물을 해치웠으면 나도 데리고 가야지. 지 혼자 튀어 나가냐?! 나 시발 굶어 뒤질 뻔했다고!"

"아니 근데 니가 먼저 혼자 튀었잖아. 뻐킹 어글리 오렌지 십새끼야!"

문득 저 새끼가 지 혼자 살겠다고 튄 게 생각났다.

"아니 그건! 지원군을 부르러 간 거고!"

그래도 인간이라 부끄러움은 아는지 드숀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원군은 옘병 시발. 대장 마물 잡는데 무슨 미노타우르스들이라도 지원군으로 데리고 오려고 했냐 시발?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고 있어 뻐킹 어글리 오렌지 새끼야."

"뻐큐"

내 집중 공세에 할 말이 없어진 드숀이 양손의 중지를 꺼냈다. 나도 재빨리 양손의 중지를 꺼내서 맞대응했다.

"너는 시발 강의실 아니었으면 내 매콤 주먹에 처맞았어 십새꺄."

내 절대 무기인 매콤 주먹을 드숀에게 흔들어서 보여줬다.

"크큭..."

내 왼쪽에 철수가 좆같은 소리를 내면서 앉았다.

"너도 시발 그 좆같은 크큭... 소리 좀 치워. 매콤 주먹 맛보기 싫으면."

왼쪽에 앉은 철수에게도 내 매콤 주먹을 흔들어줬다.

"크큭... 그딴 보잘것없는 주먹으로는 크큭... 내 몸에 생채기 하나도 낼 수 없을 것이다... 크큭..."

철수가 자신의 해골 모양이 그려진 안대를 붙잡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시발, 이 새끼는 말이 통하는 새끼가 아니지.

아니 근데 시발, 이 새끼들 왜 내 주변에 앉냐.

이거 완전 쓰레기통이잖아.

나는 이런 쓰레기들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야 꺼져."

"넵"

비키가 내 오른쪽에 앉은 드숀의 뒤통수를 쳤다.

곱게 일어난 드숀이 철수의 옆자리로 갔다.

"좋은 아침이군 '연'..."

"크큭... 존귀한 자여..."

끼리끼리 잘 논다 시발.

내 옆에 앉은 비키가 매끈한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서 꼬았다.

나는 서둘러 딸기 우유에 빨대를 꽂아 비키의 붉은 입술에 가져다 대줬다.

"흐응"

비키가 만족했다는 듯 웃으며 딸기 우유를 마셨다.

딸기 우유를 다 마신 비키가 내가 마치 강아지인 것처럼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갸르릉 소리라도 내야 하나 시발.

"자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때마침 벤자민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해서 갸르릉 소리를 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제 어느덧 이번 학기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저번 과제의 던전에 들어갈 때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응당 용사라면 문제 앞에서 주저앉으면 안 됩니다."

아니 시발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지.

저걸 시발 용사 핑계를 대고 넘어간다고?

그리고 하나도 안 사소해 시발.

"용사의 가장 친한 친구는 위험이라는 말이 있죠. 그 정도로 용사에게는 항상 위험이 함께 합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벤자민 선생님이 좆같은 소리를 태연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용사 아카데미의 좆같은 점이었다.

이 용사 뽕에 잔뜩 취한 아카데미는 용사를 죽이지 못하는 모든 위험들은 용사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이상한 신념에 취해 있었다.

뭔 좆같은 이론인지 모르겠다.

위험은 그냥 위험이지 시발.

학기마다 하는 무력 평가에서 대련 중에 팔이 통째로 날아가서 혼절한 녀석에게 특별상을 수여한 것이 제일 가관이었다. 심지어 녀석은 특별상을 받았다고 븅신처럼 남은 팔로 상을 흔들며 좋아했었다.

물론 빠르게 치료를 받아 잘렸던 팔은 다시 붙었지만, 잘렸던 팔이 다른 팔에 비해서 털이 덜 자란다는 소문이 있었다.

몇몇 애들이 벤자민 선생님의 병신같은 말에 넘어가서 신나게 박수치고 있었다.

진짜 개 븅신같이 무식한 아카데미.

그 이후로도 벤자민 선생님이 한참이나 좆같은 소리를 늘어놨다.

우리의 용기가 어쨌다느니.

결국 그 던전을 이겨낸 우리가 한층 더 강한 용사가 됐다느니.

아마 비키가 없었으면 그 던전에서 나와 저 븅신 2명은 뒤졌을 것이다.

근데 시발 저렇게 뻔뻔하게 넘어가려고 한다니.

"그런 의미로 저번의 험난한 위기를 넘긴 우리 마지막 조의 1학기 마물의 이해 점수에 만점을 부여하겠습니다. 모두 박수!"

교실을 뒤덮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

만점이라는 소리에 나는 벌떡 일어나 벤자민 선생님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그래! 시발! 이거지.

벤자민 선생님이 최고야!

용사 아카데미 최고야!

옆을 보니 어느새 드숀도 일어나 같이 감사 인사를 표하고 있었다.

비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런 나를 쳐다봤다.

"위기를 기회로­!"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문장을 내뱉었다.

와­!

교실 안이 학생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마물의 이해 최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득 팔이 잘린 채 상을 흔들며 좋아했던 그 녀석이 생각났다.

아냐. 나는 그 븅신 같은 놈이랑 달라.

감사합니다!

열심히 내 두 팔을 흔들었다.

***

"튀김 더 많이 넣으라고!"

자신의 앞에서 난리 치는 황녀님 때문에 주방장은 난감했다.

오랜 시간 황녀님을 봐온 자신이었지만 황녀님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자신에게 부탁한 적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황녀님은 튀김을 좋아하시지도 않는다.

황녀님을 위해 오랜 시간 요리를 해온 주방장은 황녀님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모두 알고 있었다.

황녀님은 튀김을 확실히 엄청나게 싫어한다.

그런데 황녀님을 위해서 만드는 도시락에 황녀님이 싫어하는 튀김을 많이 넣으라니.

주방장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황녀님 튀김은 몸에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황녀님은 튀김을 엄청나게 싫어하시지 않으십니까."

걱정되는 마음에 주방장은 조심스럽게 황녀님에게 말했다.

"아니이!! 튀김이 갑자기 좋아졌다니까!! 그냥 많이 넣어달라구!"

황녀님이 귀가 아플 정도로 빽­하고 소리 질렀다.

그 큰소리에 주방장은 인상을 찌푸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야 했다.

주방장은 자신의 앞에 있는 황녀님이 예전에 알던 그 조신했던 황녀님과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궁에서는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지 않으셨던 분인데.

황녀님이 또래분들이랑 지내셔서 성격이 많이 밝아지신 것 같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도 들었다.

그 삭막하고 피말리는 궁에 있었을 때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항상 무표정이었던 황녀님을 안쓰럽게 생각했었다.

"내 말 듣고 있어??!! 튀김 넣어 달라니까!!! 많이!!!!"

그래도 아직까지도 소리 지르는 황녀님이 적응되지 않는 주방장이었다.

"넣으라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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