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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53화 (53/233)

〈 53화 〉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 ­1­

* * *

"그래서 오늘 뭐 할 거야?"

한참을 매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나를 쳐다보던 비키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예? 수업 가야죠."

왜 당연한걸 물어봐.

"오늘 주말이잖아."

비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니 시발 그러면 주말에 아침 일찍 깨운 거야?

주말에는 늦게까지 잠자는 게 내 삶의 규칙 중 하나인데.

하지만 속과 다르게 내 얼굴은 웃고 있었다.

"아 주말인 줄 몰랐어요. 그냥 쉬지 않을까요? 딱히 할 것도 없고"

이 음료수 맛있는데, 좀 더 달라고 해도 되나.

웃고 있는 비키의 얼굴을 보니 괜찮을 거 같았다.

"왜 그거 더 줄까?"

내가 눈치 보는 것을 느꼈는지 비키가 먼저 말했다.

"네. 맛있네요. 이거."

특히 입안 가득 퍼지는 새콤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거 남자한테 좋은 거야."

비키가 윙크를 하고 내 잔을 가지고 갔다.

남자한테 좋다니.

좀 더 많이 마셔야겠어.

'소년 할 거 없으면 무기점 좀 가보지.'

놔두고 가면 투덜거리기 때문에 가지고 온 루나검이 말했다.

무기점은 왜.

이미 검은 두 자루나 있는데?

'나도 좀 욕구를 풀어야 하지 않겠나. 곱고 잘 빠진 레이피어 구경 좀 하게 데려다주게나.'

애절함이 담겨있는 루나 검에 어이가 없었다.

아니 레이피어에 가져다주면 니가 뭐 할 수는 있어?

'일단 가주게 좀! 급하네!'

알았어.

이따가 시간 나면 가보지 뭐 할 것도 없는데.

'고맙네. 하하하하'

루나검이 정말 밝게 웃었다.

"자­"

비키가 음료를 가득 채워온 잔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그럼 오늘 할 게 없다는 거네?"

비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네. 뭐 딱히 할 게 없죠."

주말이면 오늘은 미친 노인네가 훈련을 안 하려나.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나랑 같이 외출이나 하자. 이것저것 살 게 많았는데 말이야."

비키가 붉은 꽃처럼 웃었다.

주말에는 그냥 혼자 쉬고 싶은데 시발.

물론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네. 그러죠. 뭐 하하하"

"뭐야 그 반응은? 싫어?"

비키의 이마가 살짝 구겨졌다.

"아뇨! 이런 미인이랑 같이 나가는데 싫을 리가 있나요!"

"그렇지?"

"네! 당연하죠 하하..."

아무래도 나는 주말에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왜 굳이 같이 나가야 하는 거지.

나는 그냥 방에서 뒹굴고 싶은데.

"그럼 저는 나갈 준비 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일단 여기를 벗어나는 게 중요했다.

"준비할 게 뭐가 있어?"

그런 내 손을 비키가 붙잡았다.

"아 아니. 아직 안 씻었으니까 씻어야죠."

순간 비키의 반응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여기서 씻으면 되잖아."

비키의 붉은 입술이 호선으로 휘었다.

"그리고 오늘은 땀도 안 흘렸는데?"

"예? 아니 그래도 나가려면 씻기는 해야 하니까..."

"그니까 오늘은 땀을 안 흘렸다니까?"

비키가 나를 살짝 더 끌어당겼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자꾸.

답답하네! 정말!!! 저 레이디가 저번에 같이 씻기로 한 것을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아하. 그런 거였구나. 근데 왜 소리를 질러.

사실을 깨닫자 갑자기 웃고 있는 비키의 얼굴이 요염하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비키의 옷이 더 얇은 것 같기도 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하체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본 비키의 파멸적인 가슴이 다시 한번 생각났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침 삼키는 소리가 너무 크게 난 것 아닌가 걱정됐다.

"우리 변태 얼굴이 다시 그때처럼 바보같이 변했네. 푸하하하"

그런 나를 보면서 비키가 소리 내어 웃었다.

장난이었구나 시발.

비키의 웃음에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문득 가슴 속에서 짜증이 올라왔다.

이게 시발 나를 가지고 놀아?

"그럼 저번에 누님이 말했었던 같이 씻기로 했던 거. 지금 하죠."

비키의 손을 잡아당겼다.

웃고 있던 비키가 당겨져서 내게 안기는 꼴이 되었다.

"응?"

비키가 내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듯 커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살짝 붉어진 비키의 얼굴과 저항하지 않는 태도에 조금 더 용기가 났다.

시발 이거 잘하면 될 수도?!

비키의 파멸적인 가슴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같이 씻자고요."

최대한 남성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잔뜩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그러자 목소리가 굵기는커녕 우습게 새듯이 나왔다.

좀 병신 같았는데 방금.

'동의하네.'

시발.

비키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승기를 본 내가 좀 더 힘을 줘서 당기려고 하는 순간.

따­악.

비키가 내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머리에 큰 통증이 느껴졌다.

"봐봐 변태 맞다니까."

붉어진 얼굴의 비키가 나를 보며 웃었다.

"아니 다시 말하는데 비키의 가슴을 보고 그런 생각을 드는..."

억울함을 잔뜩 담아서 호소했다.

"아무튼 아직은 안 돼."

비키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쉽다.

비키의 파멸적인 가슴이 거의 손끝에 닿았었는데.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진짜 변태라니까. 어서 씻고 와!"

잔뜩 붉어진 얼굴의 비키가 내 등을 밀었다.

아쉽다 아쉬워.

***

흰색 티에 가벼운 갈색 가죽조끼를 걸치고 바지는 검은색 가죽 바지를 입은 비키가 나왔다.

비키의 파멸적인 가슴때문에 가죽조끼는 절대 잠기지 않을 것 같았다.

평범한 복장이었지만 비키가 입으니까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가자."

"넵"

비키와 아카데미를 나가기 위해 정문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정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비키에게 많은 시선이 모였지만, 비키는 그런 시선들이 익숙한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그런 비키의 옆에서 조용하게 따라 나갔다.

"야! 어디가!"

옆에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그때 본 여기사와 같이 있는 케이트가 보였다.

쟤는 그때 납치를 당해서 그 난리가 났었는데도 또 외출을 하는거야?

징글징글하다 진짜.

나는 애써 케이트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비키를 따라 걸었다.

"평민이 감히 내 말을 못 들은 척해?!"

씩씩거리며 케이트가 내게 뛰어왔다.

그런 케이트의 뒤로 그때 봤던 여기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따라왔다.

"야!!!"

바로 옆에서 소리 지르는 케이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왜"

비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왜 무시하냐고!"

케이트가 땍땍거리기 시작했다.

"나를 부르는 줄 몰랐지."

그냥 못 들은 척하면 가면 되지 그걸 굳이 붙잡냐 얘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붉어진 얼굴의 케이트가 소리쳤다.

"우리 변태한테 볼 일 있어?"

옆에서 지켜보던 비키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케이트의 말을 잘랐다.

"뭐야 이건 또! 이 무식하게 크기만한 가슴!"

케이트가 그런 비키를 노려봤다.

너도 무식하게 큰 가슴이라니까.

"너는 뭔데. 꼬맹이"

비키가 그런 케이트를 내려다봤다.

케이트가 까치발을 해서 내려다보는 비키와 눈높이를 맞췄다.

까치발을 한 케이트는 중심을 잡기 힘든지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황녀님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도록."

그런 케이트의 발 뒤에 자신의 발을 집어넣은 여기사가 비키를 노려봤다.

여기사의 발 덕분에 케이트는 자세의 안정감을 찾았다.

"이건 또 뭘까?"

비키의 입꼬리가 불길하게 올라갔다.

아니 주말에 아직 아카데미도 안 나갔는데 벌써부터 쌈박질이라니.

"너는 뭔데 저 평민이랑 있는 거냐고!"

케이트가 가만히 있는 나를 가리켰다.

"내가 우리 변태랑 있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비키가 나를 좀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이익!! 조슈아! 저거 치워버려!!!"

그런 비키를 보면서 케이트가 발작을 일으켰다.

조슈아라고 불린 여기사는 케이트의 말에 난감한 표정이었지만 일단 검 손잡이를 잡았다.

"좋네. 나도 피를 안 본 지 너무 오래돼서 뻐근했는데 말이야."

비키가 내 어깨를 쓰다듬으면서 이죽거렸다.

"그 손 치우라고!!!"

케이트가 그 모습을 보고는 다시 한번 소리질렀다.

아 귀 따가워 시발.

"근데 꼬맹이 너는 내가 우리 변태를 안던 말던 무슨 상관이지? 혹시 꼬맹이 우리 변태 좋아하는 거야?"

비키가 나를 좀 더 끌어안아서 나는 비키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상황이 됐다.

아 죽어도 좋아.

"이이이이익!!!!"

할 말을 잃은 케이트가 주전자 끓는 소리를 냈다.

저런 소리를 어떻게 인간의 입으로 내는 거지.

"조슈아!!!!"

케이트의 외침에 조슈아가 결심을 내린 표정으로 검을 뽑으려고 하는 순간.

"거기 뭐 하시는 겁니까."

적절하게 중재자가 나타났다.

근데 저 목소리도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데.

슬쩍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니 키아나였다.

아니 너는 또 왜 여기서 나와.

더 개판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 사제?"

키아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하하 안녕하세요. 사저"

비키의 가슴에 안겨있는 나는 머쓱하게 인사를 건넸다.

"사제 왜 그러고 있어?"

키아나는 그런 내 모습에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이건 또 뭐야."

"그때처럼 무례하군요. 제 사제를 놔주시죠."

그런 비키를 향해 키아나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싫다면?"

비키가 나를 더 끌어안아서 내 얼굴이 비키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마 옆에서 보면 내 머리가 더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녹을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과 비키의 살냄새.

아아 황홀하다.

"역시 당신은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

"니네들은 다 뭐냐고!!! 조슈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놔두면 곧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나야 멀리서 보면 여자들의 싸움은 꿀잼이라 놔두고 싶지만 내가 연관된 이상 싸우면 곤란했다.

내 주말을 이렇게 날리고 싶지는 않았다.

비키는 가슴이 엄청 예민하니까...

나는 조용히 숨을 불어넣었다.

"아읏! 간지러워!"

내가 숨을 불어넣자 간지러움을 참지 못한 비키가 나를 밀쳐냈다.

결국 나는 잠깐이지만 포근했던 비키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구경 중이었다.

그중에서는 나를 부러운 눈빛으로 보는 녀석들도 있었다.

니들은 시발 주말 아침부터 이러고 있는 게 부럽냐.

"이익!!! 조슈아 조슈아!!!"

케이트는 계속해서 여기사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고.

"사제 괜찮아?"

키아나는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우리 변태한테서 관심 꺼. 이건 내 꺼니까."

비키가 다시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이죽거렸다.

"제 사제는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그런 무례하고 무식한 말은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키아나가 검을 뽑기 위해 검 손잡이를 잡았다.

"조슈아 뭐하냐고!!! 저것들 다 치워버려!!!"

케이트의 외침에 조슈아가 표정을 굳히면서 검 손잡이를 잡았다.

"싸움이라. 항상 좋지. 둘이 함께 덤벼도 돼."

비키가 주먹을 빙글 돌렸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키아나 그런 비키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럼 조슈아 저것들 싸우고 남은 거 치워버려!"

상당히 합리적인 계획을 세운 케이트가 합리적이지 않게 큰 목소리로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야비한 케이트의 계획에 조슈아가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자 그럼 신나게 아침 운동을 해볼까."

비키가 어금니가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얘네는 주변에서 구경하는 시선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타인의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온 인싸들이라 그런가.

곧 싸울 것 같은 모습에 나는 조용히 뒷걸음질로 멀어졌다.

가까이 있다가는 눈먼 주먹이 내게 향할 수도 있으니까.

싸움은 멀리서 봐야 재밌다.

매력적인 암컷들의 싸움이라니!!! 최고의 순간이다!

야만인! 레이디들에게 암컷이라니! 물론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네.

너네까지 왜 그래 시발.

"평민! 어디가!"

그런 나를 눈치 없는 케이트가 불러세웠다.

케이트의 말에 비키와 키아나 그리고 조슈아까지 나를 쳐다봤다.

진짜 눈치없는 새끼.

딱봐도 도망가는 거잖아.

"그... 다들 이렇게 아카데미 정문에서 싸울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사이좋게 지내시죠."

갑자기 나에게 주목된 시선에 당황했다.

나는 황급히 혓바닥을 움직였다.

"흐응 그렇지. 나는 우리 변태랑 데이트 중이었지. 미안하지만 비켜주겠어? 나는 우리 변태랑 데이트 해야 되니까."

비키가 내 팔에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팔에서 느껴지는 녹을 것처럼 부드러운 감촉에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자꾸만 입꼬리가 헤실거렸다.

"그! 그거 놔!!!"

케이트가 다시 한번 발작했다.

아니 쟤는 왜 자꾸 발작하는 거야.

안 싸우고 그냥 간 데잖아 비키가.

그냥 좀 비켜봐.

"...데이트"

키아나는 검 손잡이를 놓고 조용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싫은데? 꼬맹아. 비켜. 우리 데이트 가야 한다니까?"

양 팔을 벌리고 앞을 막은 케이트에게 비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이익!!! 그럼 나도 같이 가!"

갑자기 케이트가 비키가 잡고 있는 내 반대쪽 팔에 팔짱을 꼈다.

비키보다는 못하지만 큼지막한 케이트의 가슴이 느껴졌다.

양 팔에 여자 가슴이라니.

내가 이런 호강을 하다니.

나쁘지 않은 인생이였어.

"황녀님!"

여기사가 그런 케이트의 모습에 황급히 케이트를 붙잡으려 했지만, 케이트의 움직임이 너무 기민했다.

"뭐! 조슈아가 저 가슴만 무식하게 큰 여자를 못 말려서 내가 이러는 거 아니야! 내가 이러는 건 다 조슈아 잘못이야!!"

케이트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쳤다.

"아니 무슨..."

그런 케이트의 무논리에 조슈아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가자! 가자고! 데이트!!!"

케이트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비키도 케이트가 이렇게 행동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말을 하지 못했다.

결국 케이트가 나를 끌고 그런 내게 팔짱을 낀 비키가 따라오는 우스운 모습이 펼쳐졌다.

뒤쪽에서는 키아나와 조슈아가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돌아다니니 어디를 가도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와 시발 저 새끼는 뭐가 있길래 저런..."

"저딴 새끼가 하 어이없네. 진짜 시발."

"솔직히 저 새끼보다는 내가..."

주변에서 거침없는 욕지기가 내게 쏟아졌다.

아니 시발 왜 나한테 욕이야.

그중에서 나보다 약해 보이는 녀석들에게 인상을 쓰고 마주 쳐다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단단히 화난 놈들이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케이트나 비키는 주변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어디 갈까? 평민?! 밥부터 먹을까!?"

케이트가 비키를 쳐다보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내게 말했다.

"아니? 우리 변태 아침은 내가 손수 만들어서 이미 먹였거든."

그런 케이트에게 비키가 비웃음을 잔뜩 머금은 얼굴로 이죽거렸다.

"이..이익! 나도 평민한테 도시락 먹였었거든!!"

케이트는 그런 비키의 도발에 바로 넘어갔다.

아니 또 왜 길 한복판에서 싸우는 거야 시발.

지금도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데 거기서 싸움까지 해버리니까 시선이 감당이 안 됐다.

괜히 내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머.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서?"

비키가 진짜 니가? 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익!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니까 내가 만든 거지!!!"

케이트가 찔리는지 큰 소리를 쳤다.

"그래. 풋 황녀님인데 어련하겠어. 남자는 요리 잘하는 여자를 좋아한다던데­"

비키가 손으로 내 가슴팍을 쓰다듬었다.

그 촉감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풀렸다.

"나도 요리 잘하거든?! 귀한 손이라 안 하는 것뿐이야!"

케이트가 반대쪽 팔을 세게 끌어당겼다.

덕분에 나는 비키와 케이트 중간에 껴서 사지가 양쪽으로 찢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럼! 디저트 먹으러 가자 평민! 내가 케이크 맛있는 곳을 알아!!"

케이트가 내 팔을 뜯듯이 세게 끌었다.

결국 우리는 케이트에게 이끌려서 갈색으로 칠해진 카페로 갔다.

갈색 원목으로 지어진 건물에 '숲속에서 먹는 케이크' 라고 적혀 있는 카페였다.

꽤 유명한 곳인지 앞에 줄이 늘어서 있었다.

케이트는 그런 줄을 신경 쓰지 않고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 케이트의 모습에 줄을 서던 사람들이 케이트에게 뭐라 했지만 케이트는 깔끔하게 무시해버렸다.

카페 안에는 청록색의 작은 나무들이 곳곳에 있어서 정말 카페의 이름처럼 숲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쾌한 나무 냄새와 은은하게 나는 빵 굽는 냄새가 섞여 편안한 느낌이 들게 했다.

"지금 다 차서...아! 황녀님이시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처음에는 우리를 막으려던 직원이 케이트를 알아보고 바로 안내해줬다.

바로 알아보고 안내해주는 직원을 만족스러운 눈으로 보던 케이트가 비키를 돌아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케이트의 모습에 비키가 가볍게 웃었다.

직원은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는 홀을 지나서 2층으로 우리를 데리고 올라갔다.

2층은 방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방 안에는 진짜 숲처럼 꾸며져 있었다.

빼곡히 심어진 나무들과 풀들의 모습 때문에 건물 안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중앙에 길게 갈색 원목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건물 안이라고 상상이 안 되는 이질적인 모습에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감탄을 터뜨렸다.

"메뉴를 정하시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직원이 가볍게 인사하고 방을 나가려고 하는데 케이트가 불렀다.

"여기 카페에서 파는 케이크와 음료들 종류별로 다 가져와."

케이트가 거만하게 말했다.

"종류별로...다요?"

당황한 직원이 되물었다.

"응. 전체 싹 다. 여기 식탁에 다 올려놔."

케이트가 턱을 들면서 비키를 쳐다보며 웃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비키의 얼굴은 살짝 굳어 있었다.

"싹 다."

케이트가 확인 사살을 하듯 다시 한번 말했다.

내 팔을 잡고 있는 비키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또 왜 이러는 거야 진짜.

그냥 카페잖아.

"풋"

굳은 비키의 얼굴을 보며 케이트가 입을 가리고 비웃었다.

뭐하는 거야 얘네.

조용히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보고는 만족한 미소를 짓는 키아나가 보였다.

쟤는 또 왜 저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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