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에이든은 신인가...?!
* * *
맙소사 저렇게 청순한 레이디가 이런 짓을 해주다니! 도대체 네 놈은 무슨 복을 받았길래!
시끄러워 머리 아프니까 소리 지르지 마.
내가 얼굴을 붉히자 안드레아는 계속 자연스러운 거라고 내게 속삭이며 위로했다.
잔뜩 붉어진 얼굴의 안드레아가 처음인 게 확실한 서투른 손놀림으로 나를 만졌다.
결국 나는 참지 못했다.
안드레아가 떨리는 손길로 엉망이 된 내 하반신을 깨끗하게 닦았다.
잔뜩 붉어진 얼굴의 안드레아가 엉망이 된 수건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나갔다.
쾌감 뒤에 자괴감이 나를 덮쳤다.
미친 시발 저런 순수한 수녀한테 무슨 짓을 시킨 거지.
그동안 안드레아가 나한테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짐승같이 흥분해버리다니.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저렇게 단아하고 청초한 안드레아가 내게 손으로 해줬다는 게.
심지어 수녀인데. 쾌감을 동반한 배덕 감이 나를 감쌌다.
근데 앞으로 안드레아 얼굴을 어떻게 보지.
안드레아가 나를 피하지 않을까.
성욕이 사라지면서 뒤늦게 이성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그 이성은 내 실수를 계속해서 지적했다.
이 짐승 같은 새끼!
은혜도 모르고 치료해준 수녀한테 흥분해?!
이성은 또박또박 내 잘못들을 지적했다.
아니 시발 어쩌라는 거야.
그 상황에서 참을 수 있는 남자가 어디 있냐고.
몰라 시발.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어쩔수 없잖아.
즐겼잖아. 그럼 된거지.
내 합리적인 결론에 이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사라졌다.
아직 남아있는 안드레아의 손길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안드레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까지.
다시 하반신에 힘이 들어갔다.
미안해요. 안드레아.
내가 쓰레기라.
왜 박지 않았지? 그 암컷이 박아달라고 신호를 몇 번이나...
야만인의 거친 말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생각에도...
닥쳐 이 야만인 새끼들아.
순수한 수녀님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
몸을 가득 채운 열기 때문에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간신히 남은 한 줌의 정신력으로 입에 쑤셔넣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에이든 님의 것은 마치 전설 속에 나오던 신이 만든 사탕처럼 달콤해 보였다.
저거를 입에 넣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
자꾸만 목이 타고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
저렇게 큰 것을 입에 넣으면 아마 엉망이 되어 버릴 거야.
내가 그런 천박한 행동을 하면 에이든 님이 나를 싫어할 수도 있어.
에이든 님에게 나는 친절하고 순수한 수녀니까.
그런 짓을 하면 에이든 님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어.
그 생각을 하자 정신이 살짝 돌아왔다.
무엇보다 에이든 님과 같이 있는 게 제일 중요했다.
아직 에이든 님과 같이 있을 시간은 많아.
조금만 천천히.
그래, 천천히.
내 마지막 남은 이성이 나를 말렸다.
수건 가득히 담긴 것을 보며 정신이 다시 한번 나갈뻔했다.
에이든 님 앞에서 천박하게 핥아 먹을 뻔했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않기 위해 수건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내 방으로 뛰었다.
자꾸만 힘이 풀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였다.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와 문을 잠그고 수건을 침대 위에 펼쳤다.
바로 다리가 풀려서 수건 앞에 쓰러져버렸다.
수건에서는 달콤하고 짙은 향이 물씬 풍겼다.
그것은 마치 빛이 내뿜고 있는 듯했다.
미칠 정도로 영롱한 느낌.
안드레아의 모든 신경이 끌려가고 있었다.
이건 평범한 물질이 아니야.
지금까지 안드레아가 봐왔던 어떤 성물들보다 고귀했고 성스러웠다.
성스럽다
안드레아는 그 달콤한 단어를 한번 더 곱씹었다.
한참을 정신없게 보던 안드레아는 마침내 깨달았다.
저건 성물이 분명했다.
아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집착했던 거야.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졌다.
그럼 성물을 만드는 에이든 님은...?
아아 그랬던 거야.
안드레아는 마침내 자신이 에이든 님에게 집착하고 갈증이 나는 이유를 찾았다.
아... 아이야 그런 게 아니라.
무슨 소리가 들린 듯 했지만 안드레아는 무시했다.
아아 나의 신.
이제야 그동안 자신이 넘치는 신성력에도 불구하고 왜 신을 믿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까지 신을 만난 적이 없으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신탁 같은 것을 받는다던데.
안드레아는 그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신성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신탁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신탁을 보내지 않은 건... 음성을 보내는 데는 쓸데없이 포인트가 많이 드니까. 그럴 바에는 너에게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서야. 듣고 있니 아이야?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신을 만났다.
자신이 멍청해서 깨닫지 못했지만 신님은 내 옆에 있었던거야.
자꾸만 에이든 님 옆에 있고 싶고 에이든 님의 모든 것을 받아먹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그런 욕망은 당연했다.
에이든 님이 신인데, 그분의 모든 것을 받아 먹고 싶은 것은 신도로서 당연한 욕망이었다.
아아 자신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신앙심이 투철한 수녀였던거야.
마침내 비정상적으로 높던 자신의 신성력이 이해가 됐다.
그건 그냥 변태같은 네가 쓰레기 같은 놈한테 빠진 거야! 그냥 불장난이라고! 아니! 이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 놔봐! 말리지 마! 내가 참게 생겼어?! 지금 저 꼴을 보라고!
자꾸만 에이든 님이 아닌 사악한 음성이 들렸다.
에이든 님을 향한 내 믿음을 시험하는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흔들릴 믿음이 아니야.
왜 그동안 내가 에이든 님을 생각하며 밤에 혼자 몸을 만졌는지 깨달았다.
그거는 에이든 님을 향한 내 기도였던 거야.
에이든 님을 만나고 나서부터 신성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이유가 있었어.
놔보라고! 저것 보라고! 내 모든 포인트를 투자해서 애지중지 키워놨더니 하는 소리 좀 봐! 내 남은 포인트 쟤한테 다 넣었다니까! 개뼈다귀 같은! 뭐? 품위 떨어지니까 욕하지 말라고? 너 일로와! 니 신도도 내가 한 번...
아아 내가 에이든 님의 유일한 신도라니.
몸이 점점 뜨거워졌다.
신과 신도의 관계라니.
안드레아는 천천히 성물을 핥아서 없앴다.
성물을 삼킬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신성력이 증가했다.
역시 에이든 님은 신이 맞았구나.
내 생각이 맞았어.
온몸을 짜릿한 느낌이 관통했다.
그건 그냥 변태인 네가 지금 말도 안 되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뭐?! 포인트 좀 아끼라고?! 이미 나는 여기다 다 넣었다고! 비켜! 이게 내 전부라고! 꺼져!
아아 나의 신.
에이든.
성물을 한 방울도 빠지지 않고 핥아먹었다.
몸이 너무 뜨거워서 기도를 올려야 할 것 같았다.
아아!
그 쓰레기 같은 놈한테 그 특성 넣어둔 새끼 누구야! 누구냐고! 너야?! 야 광대! 너가 또 장난친거지?! 아니면 원래 없었던 그런 특성이 왜 갑자기 생기냐고!
안드레아는 자꾸만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성을 무시하며 수녀복을 벗었다.
제 기도가 들리시나요?
오늘도 제 모든 힘을 다해서 기도할게요.
개뼈다귀 !!!
에이든 신님!
으아아아악!! 다 때려쳐!!!
***
쾅
문이 거칠게 열렸다.
저렇게 무식하게 문 여는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우리 변태 팔자 좋네?"
비키가 시원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하하. 눈 뜨니까 여기더라고요."
나는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흐응"
비키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코를 강아지처럼 킁킁거렸다.
뭐야 왜 저래.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비키가 코를 계속 킁킁거리며 말했다.
문득 아까 안드레아와의 일이 생각이 나서 나는 이불을 좀 더 끌어올렸다.
진짜 무슨 짐승이야?
"도대체 무슨 냄새인지를 모르겠네."
한참을 킁킁거리던 비키가 쯧 혀를 차더니 내 옆 의자에 앉았다.
비키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드러난 맨다리를 꼬았다.
"근데 여기는 무슨 일로?"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흐음 그냥 우리 변태 궁금해서 왔지. 감동이야?"
비키가 그런 내 시선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리를 다시 꼬았다.
"하하. 네 감동이네요. 비키 누나가 나를 걱정해주다니."
나는 당연히 눈으로 그 모습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내 말에 비키가 작게 웃었다.
"당연하지. 우리 변태라니까? 너는 내꺼야."
비키가 내 머리를 마치 애완동물을 쓰다듬는 것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왜? 싫어?"
비키가 내 머리채를 살짝 잡았다.
당연히 싫지 시발.
"하하. 이런 미인 소유가 된다니. 싫을 리가요."
물론 밖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말 잘 들으면 상도 줄게."
비키의 붉은 입술이 보기 좋은 호선으로 휘었다.
상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비키의 파멸적인 가슴을 쳐다보며 침을 삼켰다.
근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비키도 들었을 거 같았다.
"뭘 상상하는 거야 변태?"
비키가 짓궂게 웃었다.
"아... 아무것도요."
괜히 찔려서 말을 더듬어버렸다.
"그럼, 말 잘 들을 거야?"
비키의 목소리가 너무 달콤했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지배층보다 피지배층의 행복도가 좀 더 높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엉큼한 귀족 새끼들의 핑계인 줄 알았었는데.
눈앞에서 비키가 웃으며 파멸적인 가슴을 살짝 모으자 보이는 행복한 골짜기를 보며, 그 글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당연하죠. 저는 비키 누나 말은 항상 잘 듣잖아요."
혹시 그 상이라는 거 지금 받을 수 없을까요.
입 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억눌렀다.
"흐응 그래. 그럼 상을 줘야겠지?"
비키가 내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서 자신 쪽으로 당겼다.
뭐야 시발 상이라며.
비키에게 잡힌 머리에서 통증이 느껴지며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갑자기 비키가 내게 거칠게 입맞춤을 했다.
순식간에 비키의 혀가 내 입으로 들어왔다.
뭐야 시발.
순간 너무 놀라서 반응하지 못하고 얼어버렸다.
후웃
그런 내 모습에 비키가 살짝 웃으며 혀를 계속 움직였다.
자신 있는 비키의 표정과는 별개로 그 혀 놀림이 무척 서툴렀다.
나름대로 열심히 꼼지락거리고 있었는데, 그냥 좌우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교미왕의 시점으로 봤을 때는 한 2점 짜리 키스 실력이었다.
물론 10점 만점이다.
비키는 계속해서 자신 있는 표정을 지으며 분주하게 혀를 움직였다.
답답해서 안 되겠네.
나는 비키의 목을 잡아 더욱 가까이 끌어 본격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이것이 교미왕의 키스다.
근데 교미왕이 누구지?
누구긴 누구야 나지.
아 그렇지.
혀 쪽으로 기운까지 보내서 부드럽게 움직였다.
내 혀가 마치 살아있는 뱀마냥 비키의 입안을 희롱했다.
읍읍
비키의 붉은 눈이 더욱 커지며 온몸이 뻣뻣해졌다.
얼굴에서 자신 있는 표정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당황스러운 표정이 채웠다.
그 모습이 비키와 어울리지 않게 귀여웠다.
비키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눈이 살짝 풀렸다.
교미왕의 키스에 정신을 못 차리는 군.
비키는 이제 거의 내게 안겨 있었다.
그 무섭던 비키가 이렇게 여자로서 안겨있다는 사실이 내게 묘한 희열감을 안겨다 줬다.
내 몸에 뭉개져 있는 비키의 파멸적인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만져도 되려나?
그런 당연한 것을 물어보다니 멍청하군.
그걸 지금 묻는 건가!! 당장 만져야지! 어서 저 레이디의 젖통을 ! 아니! 젖통을! 아니! 가슴을!
야 시끄러 시발.
나는 거침없이 비키의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
옷 속에 가득 찬 녹아버릴 것처럼 부드러운 가슴이 만져졌다.
비키가 움찔하고 놀랐지만 내 손을 막지는 않았다.
정신을 더 못 차리도록 부드럽고 깊게 혀를 움직이며 비키의 부드러운 가슴을 주물렀다.
나는 계속해서 비키의 가슴을 주무르며 혀를 움직였다.
비키는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내게 몸을 맡겼다.
마침내 비키의 입에서 들뜬 신음이 나오며 내게 몸을 좀 더 밀착했다.
용맹하고 패도적인 비키는 어디 갔는지 살짝 겁먹은 눈빛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더 하체에 힘이 들어가며 괴롭히고 싶어졌다.
"이번 집회는 안드레아 수석 수녀가 참가 못 한다고 했다죠?"
"네. 무슨 일 인지는 모르지만 깨달음을 얻어서 당분간은 방에서 나오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때마침 우리 방을 지나가는 대화 소리가 들렸다.
문득 내가 지금 어디에 있던 건지 자각이 됐다.
미친 내가 미쳤지 성당에서 이러고 있었다니.
걸렸으면 신성 모독죄로 내 목을 저 수도 정중앙에 온 동네 사람들 다 보도록 전시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아마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겠지. '성당에서 교미하다가 걸림'.
물론 비키의 몸에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지만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순식간에 정신이 돌아왔다.
아직까지 비키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던 손을 빼려고 할 때, 비키의 손이 내 팔을 잡았다.
이번에는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거칠게 주무르던 상대가 비키였지.
시발 아무리 흥분했다고 해도 제멋대로 비키의 가슴을 주무르다니.
하지만 쟤가 먼저 시작했잖아.
물론 비키는 이런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이미 내 귀는 뜯긴 느낌이 들었다.
어느 쪽 귀를 뜯어달라고 해야 하지.
그래도 오른쪽 귀를 남기는 게 낫겠지.
귀 뜯길 때 아프겠지?
많은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워진 나는 비키를 쳐다봤다.
비키가 비키답지 않게 걱정과 열망이 섞인 붉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왕 귀 뜯길 거 좀 더 만져야겠다.
나는 이판사판으로 거칠게 손을 움직였다.
흣
비키의 입에서 귀여운 신음이 나왔다.
갑자기 비키가 내 팔을 더욱 세게 잡았다.
아아 여기까지인가.
좋은 인생이었다.
한참이나 입을 달싹이던 비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왕이면 왼쪽 귀로!..."
나는 다가올 고통에 두려움을 느끼며 황급히 말했다.
"... 내 집으로 가자."
비키가 떨리는 음성으로 내 말을 잘랐다.
"...예?"
순간 비키의 말이 이해가 안 돼서 되물었다.
"여기서 하기는 좀 그러니까... 가자고 내 집으로."
비키가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맙소사.
오늘 무슨 날인가?
안드레아부터 비키까지.
혹시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이거는 확실히 몽정일거야.
꿈이 깨기 전에 빨리 이동해야 한다.
잠에서 깬 다음 수치심에 눈물을 흘리며 팬티를 손빨래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분출해야지.
"네! 가죠! 빨리!"
나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득 안드레아가 '저번처럼 도망가지 마시고!' 라고 소리치던 게 생각났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완치했다.
아니 완치로는 부족해.
나는 새로 태어난 정도의 몸 상태였다.
"그! 그렇게 급하게 가지 않아도!"
비키가 붉어진 얼굴로 다급하게 나를 말렸다.
"급합니다 급해요!"
그런 비키의 팔을 잡고 끌었다.
"알았어"
비키가 고개를 숙이며 내게 끌려왔다.
앗!
너무 급하게 뛰다가 내 다리에 내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
풋
비키가 뒤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다 급해!
꿈이 깨기 전에 빨리 가야 해!
***
깔끔하고 높게 지어진 회색 건물 앞에 검은 머리 소녀와 흰 가면을 쓴 사람이 서 있었다.
"여기가 맞습니다! 주인님!"
흰 가면을 쓴 사람이 무릎을 쾅 소리가 나도록 세게 꿇었다.
주인님이라고 불린 검은 머리 소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손으로 건물을 가리켰다.
우드득
마치 전설에 나오는 거인이 누르는 것처럼 건물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오 역시 주인님
흰 가면의 사내가 작게 감탄했다.
건물이 무너지며 그 안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 나왔다.
뛰쳐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무너지는 건물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봤다.
"누가 감히 우리 교에 이런"
"아니 이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들은 허탈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엇 저 자는!"
주변을 둘러보던 가면중 하나가 검은 머리 소녀와 가면을 쓴 사람 쪽을 가리켰다.
"집행관 아닌가? 집행관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옆의 저 소녀는 누구인가. 집행관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특등급의 처녀를 드디어 찾은 건가? 저 정도면 특등급 그 이상의..."
금세 그들이 시끌시끌해졌다.
"조용"
그들 중 덩치가 큰 사내가 낮게 말하며 앞으로 나왔다.
사내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만 가려지지 않는 큰 덩치에 등에는 대검을 매고 있었다.
사내의 말에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집행관 네 녀석이 여기는 무슨 일인가? 그리고 우리 건물 네 놈이 한 짓이냐?"
사내가 마치 맹수가 으르렁거리듯 낮게 말했다.
"서열 12위의 파르릴흐 입니다. 강한 힘과 단단한 몸이 특징이며 무기로는 대검을 다룹니다."
흰 가면의 사내가 그런 사내의 말을 무시하며 검은 소녀에게 열심히 말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건방져졌군. 네가 아무리 집행관이라 하더라도"
사내가 등 뒤에 있는 대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검은 소녀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사내의 중심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지
사내가 아래를 본 순간 사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내의 허벅지 아랫부분이 깨끗하게 잘려져 있었다.
아무런 통증도 없었는데.
사내는 볼품없이 땅에 엎어졌다.
이건 마치 그분과도 비슷하지 않은가
간신히 남은 두 팔로 땅을 짚었다.
그제야 불타는 듯한 통증이 사내를 덮쳤다.
사내는 통증에 이를 악물며 집행관 옆에 있는 소녀를 노려봤다.
소녀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마치 귀찮은 벌레를 쫓듯 손을 한 번 더 저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내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역시 주인님!"
흰 가면의 사내는 신이 났는지 연신 자리에서 폴짝거렸다.
주변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잘게 토막 난 채 뒹굴고 있었다.
"다음은?"
소녀가 약간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다음은..."
흰 가면의 사내가 신나서 말을 이었다.
곧 둘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