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내단은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 * *
대지 신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그 아이한테 쏟아부은 포인트를 생각하자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다른 신들은 열 명씩 나눠서 투자할 때 자신은 한 명한테 몰아넣었는데.
그거를 날름 가져가려고 해?
어떤 신이 그 개뼈다귀 같은 놈 뒤에 있는지는 몰라도 걸리면 단단히 혼내줄 거야.
왜 내가 대지 신인지 똑똑히 보여주겠어.
혼내주는 건 혼내주는 건데 일단 지금이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자기는 '정기 화신 성녀 만들기 대회'에서 탈락할 게 분명했다.
백 년에 한 번씩 밖에 오지 않는 이 대회에서 탈락하면 당분간 큰 포인트를 얻을 기회가 없었다.
물론 가장 잘 나가는 신들 중 하나인 자신은 꾸준히 큰 포인트가 들어오지만, 우승 상금으로 받는 양과는 비교도 안 됐다.
그래서 신들이 저렇게 초점 없는 눈으로 열심히 화신을 돌보는 것이고.
애초에 너무 인성을 보지 않고 고른 게 문제였을까.
'화신을 고를 때에는 잠재력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중요해. 왜냐하면 나중에...'
예전에 바람신이 내게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의 대지 신은 바람 신의 말에 코웃음 쳤다.
그 당시 바람 신의 화신들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패배자의 자기 위로 같은 거라고 비웃었다.
근데 지금 자신의 꼴이 이게 뭔가.
포인트를 모두 쏟아부은 화신이 이상한 놈한테 빠져버렸다.
그래.
생물체니까 다른 생물체와 사랑에 빠지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근데 뭐 신?
이게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이거야.
그 쓰레기 같은 놈의 정액을 핥아 먹더니 왜 갑자기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냐고 도대체.
대지 신은 탄생하고 처음으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팠다.
50년 전에 있었던 대기근때도 이 정도로 머리가 아프지 않았는데.
이대로 탈락하면 그 얄미운 바다 신이 자신을 얼마나 놀릴지 상상조차 안 됐다.
안돼 안돼.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대지 신은 황급히 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이 정도 포인트로는 신탁 몇 번만 보내도 끝난다.
이미 저번에 있었던 수확의 날 행사에 산처럼 쌓아뒀던 포인트는 이미 화신에게 다 때려 박았다.
어디서 좀 더 끌어모을 수 없나.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자기 화신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그렇지 쟤가 있었지.
대지 신은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했다.
저번에 내기에서 이겨 산 멋들어진 드레스가 내 신용에 도움이 될 거야.
언젠가 지상 세계에서 봤던 장사꾼의 웃음을 기억해내고 따라 했다.
됐다 완벽해.
짝하고 박수를 친 대지 신이 조심스럽게 목표로 향해 갔다.
목표는 온통 초록색으로 도배한 초록 성애자 나무 신.
특성에 맞게 대지 신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이었다.
화신을 살피는 모양인지 초점이 없는 눈의 나무 신 앞에서 대지 신은 헛기침을 했다.
이내 나무 신의 초점이 돌아오며 대지 신을 돌아봤다.
무슨 일?
말수가 적은 나무 신이 눈빛으로 대지 신에게 의문을 표했다.
대지 신은 아까 연습했던 장사꾼의 미소를 얼굴에 담으며 말했다.
"포인트 좀 꿔 줘 금방 갚을게"
자신의 완벽한 연기에 대지 신은 스스로 감탄했다.
나무 신이 눈을 가늘게 떴다.
예상과는 다른 나무 신의 반응에 대지 신이 당황했다.
뭐야 우리 그 베프 아니었어?
소문 다 들었어
나무 신이 눈빛으로 뜻을 전했다.
"무슨 소문?"
너 나가리라며
꿈벅하고 나무 신의 동그란 눈이 깜박였다.
"나가리? 뭐?! 누가 그래! 어떤 놈이야!"
대지 신이 펄쩍 뛰었다.
나무 신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화가 잔뜩 난 대지 신이 그쪽을 보자.
재수 없는 파란 년이 팔짱을 끼고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득
바다 신 이 상도덕 없는 년.
"이 개뼈다귀 같은 물고기가?!"
대지 신이 눈에 잔뜩 힘을 줬다.
"왜? 내 말에 거짓이 있어?"
바다 신은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내가 왜 나가리야 나가리는!"
"나가리 아니야? 니 화신 다른 남자 인간한테 뺏겼다며."
풋 뺏겨도 인간한테
바다 신이 조용하게 덧붙였다.
"이 물고기가?! 일로와!"
"어쩔 건데? 화신도 없으면서?"
저 둘 또 싸우네 저런 것들도 신이라고 쯧.
냅둬. 한 두 번도 아닌데 저렇게 수준 떨어지는 애들도 있어야 우리가 빛나는 거지.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둘은 싸움을 그만뒀다.
그래 내가 쟤보다 수준 높으니까
서로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돌아섰다.
"뭐 어차피 이번 레이스는 탈락일 텐데... 심심하면 내 화신이나 구경해. 완전 잘 나가고 있거든 내 화신."
바다 신이 교양있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호 웃었다.
대지 신은 바다 신의 말을 무시하고 돌아섰다.
저 개뼈다귀 물고기한테 질 수는 없어.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해.
남은 포인트를 계산하며 대지 신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그래 그 개뼈다귀 같은 놈에게 겁을 줘서 쫓아내자.
원래 인간들은 별 영향이 없는 신의 말에 겁을 지레먹고 전쟁을 일으키거나 목숨을 바친다.
그런 내가 직접적으로 놈에게 신탁을 내린다?
지레 겁먹고 도망갈 것이 벌썬 눈에 선했다.
대지 신은 자신의 머리가 다른 신들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대지 신이 헛기침을 해서 목을 가다듬었다.
뭐라고 해야 쫓아내기 좋을까.
재밌는 생각이 난 대지 신이 히죽 웃으며 신탁을 준비했다.
***
결국 나는 내 남은 기운 한 방울까지도 비키에게 뺏긴 다음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건 두 번은 못 할 짓이야.
아무리 비키의 몸이 엄청나다고 해도 더이상은 못해.
피범벅인 침대에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피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야릇한 냄새가 가득 찬 방이었지만, 움직일 기력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변태? 괜찮아?"
저 악랄한 비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잠..."
말하다가 중간에 기절해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다른 방으로 옮겨져 있었다.
깨끗하고 흰 침대 위에 흰 이불을 덮은 상태였다.
몸이 뽀송뽀송한 것을 보니 씻기기까지 한 것 같았다.
옷도 원래대로 입혀져 있었다.
으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야.
혹시 나 생명력을 빼앗긴 거 아닐까?
사실 비키는 마물이었던 거야.
여기에 더 있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없는 다리를 움직였다.
바닥에 다리를 딛자 살짝 휘청거렸다.
정신 바짝 차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그렇게 다리에 힘을 주니 어떻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갓 태어난 동물 마냥 다리가 흔들리고 있었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걸음을 옮겼다.
방문을 열자 익숙한 복도가 보였다.
여기는 1층 안쪽 방.
비키 방의 건너편 방이었다.
비키는 아직 방 안에 있나.
별채 전체가 조용했다.
조용하게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밝은 등이 켜져 있는 거실에 도착했을 때.
"일어났어? 밥 먹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비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확인했다.
식탁에는 정말 한상 가득하게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고급 식당의 풀코스에 견줄만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는 나체에 앞치마만 걸치고 있는 비키가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왜 쟤는 옷을 안 입고 있는 거야.
파멸적인 크기 때문에 앞치마 옆으로 삐져나온 비키의 옆가슴이 무서웠다.
나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 먹으라면 먹어야지.
후들거리는 손으로 포크를 움직였다.
"아 아직 기운이 없구나."
비키가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 무서워! 오지 말고 거기 있어.
어! 오지마!
비키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내 포크를 뺏은 비키가 음식들을 내 입에 먹여줬다.
그 모습이 너무 다정해서 혹시 비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가 의심스러웠다.
"비키?"
"응?"
붉은 눈을 깜박이며 대답하는 것을 보니 비키가 맞는 것 같았다.
"아니야."
비키가 내 입에 가져다주는 음식을 얌전히 받아먹었다.
"풋 뭐야."
비키가 작게 웃으면서 열심히 내게 음식을 먹였다.
이건 저 깊은 산맥에서만 자라는 뿌리라는 데 남자한테 좋데.
비키가 작게 속삭이면서 양념이 된 뿌리를 내게 먹였다.
응?
이건 동쪽에 있는 바다에서 자라는 남자한테 좋데.
비키가 이번에는 생으로 된 해물을 내게 먹였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이거는 치료용 포션으로 만든 쥬스인데 마셔 기력 회복에 좋데.
비키가 붉은 액체를 내게 건넸다.
시발 설마.
"어때? 기운이 좀 돌아와?"
비키가 마치 먹이를 보는 맹수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아니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더하면 나 죽을 수도 있어 진짜로.
"흐응 그럼 이것도 먹어봐. 이건 드워프들이 자주 먹는다던 오크 불알이라는 건데 남자한테 그렇게 좋데"
비키의 다른 손이 내 머리를 붙잡고 음식을 쑤셔 넣고 있었다.
이건 먹기 싫어 진짜로.
물론 비키는 내 의지랑 상관없이 이미 내 입 안에 잔뜩 쑤셔 넣었다.
비키 시발 너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멈춰!"
나는 필살기를 외쳤다.
멈춰!
"변태야. 내가 말했잖아.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은 안 듣고."
남자의 말은 더더욱 안 듣는다고
비키가 붉게 웃으면서 식탁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옆으로 밀었다.
접시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비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비키의 붉은 눈이 불길하게 빛났다.
왜 이러세요 갑자기
비키가 와들와들 떨고 있는 나를 들어서 식탁에 올렸다.
나는 두려움에 내 바지를 꽉 잡았다.
"밥 먹었으니까 디저트 먹어야지."
그런 내 바지를 거칠게 쥐며 비키가 붉게 웃었다.
사람 살려!
저는 디저트가 아니에요 시발!
비키의 눈에는 이미 이성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아아 들리는가. 나는 대지 신이다. 우매한 인간 놈인 네 놈에게 신탁을 내리니.
뭐야 이건 닥쳐 지금 바쁘니까.
뭐?! 나 대지 신이라...
닥치라고 시발 지금 죽을 것 같으니까.
이런 개뼈다귀 같은 불경한 인간 놈이!!!
닥치라니까 시발.
***
결국 나는 밤 내내 비키에게 시달리다가 다음 날이 돼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내가 압도했던 거 같은데.
어쩌면 나는 비키의 계략에 넘어간 거 아닐까.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힘을 줘서 움직였다.
내 몰골은 마치 패잔병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나 교미왕인데...
느릿느릿한 걸음을 분주히 움직여 마침내 기숙사까지 갈 수 있었다.
들어가서 안 나올 거야.
그냥 오늘 하루 방에서 기절할 거야.
밥 안 먹어도 돼.
부푼 꿈을 안고 서서히 방으로 접근하는데, 누군가 내 방 앞에 서 있었다.
자꾸 초점이 맞지 않는 눈에 억지로 힘을 주어 누군지 확인했다.
질끈 묶은 금발의 생머리 혼자만 주변에 빛이 있는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완벽한 외모.
내 메론빵 중독자 사저가 틀림없었다.
키아나의 표정은 뭔가 초조해 보였다.
"사저...?"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여 말했다.
"아! 사제 역시 여기 있었구나. 왜 이렇게 빨리 퇴원했어. 좀 더 쉬지."
키아나가 나를 발견하고 밝게 웃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근데 이 시간에 왜 키아나가 여기에.
불안해졌다.
"근데 사제 모습이 왜 그래? 마치 어디에 감금되어 있다가 탈출한 사람같아."
키아나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비키한테 종일 겁탈당했어요! 라고 소리칠 수도 없었다.
"그게 아직 후유증이 남았나 봐요. 조금 피곤하네요. 하하"
말하는 데 눈에서 나오려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아 그렇구나. 무리하지 말고 쉬지. 아침부터 운동 갔다 온 거야?"
키아나가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굳이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오래 누워있으니까 몸이 찌뿌둥하기도 해서요. 하하"
근데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고 하지.
"그래. 그래도 몸 생각하고"
"근데 사저는 여기를 왜?"
"아..."
키아나가 입술을 질끈 물었다.
왜 시발 무슨 이야기길래 키아나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그... 사부님이 사제를 데려오래."
키아나가 미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왜?
"사부님이 자기 제자가 맞아서 기절했다는 소식에 화가 단단히 났어. 오늘부터 지옥 훈련을 하시겠다고... 하하..."
키아나가 머쓱하게 웃었다.
시발 지금 그게 하하로 넘어갈 문제냐.
애초에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의 훈련 자체가 지옥인데, 거기에 지옥을 자신이 직접 붙였다고 ?
내가 견딜 수 없는 훈련일 것이 분명했다.
그래 이 정도면 배울 만큼 배웠지.
저는 더 이상 배울 게 없습니다.
하산하겠습니다. 미친 노망난 노인네야.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여는데, 키아나가 먼저 말을 이었다.
"사부님이 이럴 때는 그냥 따라가는 게 좋아. 예전에 지옥 훈련을 피해서 도망간 사저가 있었는데"
키아나가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먼 곳을 쳐다봤다.
아니 시발 말하다 말고 왜 갑자기 먼 곳을 봐.
어 시발? 하늘 보는 거 같은데 얘 지금?
결국 또다시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이미 몸 상태가 최악인데, 그 지옥 훈련이라는 것을 버틸 수 있을까.
"수업 걱정은 하지마 사제. 내가 다 말해둘게."
키아나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수업 따위 이미 내 걱정거리가 아니였다.
생존이 문제지.
아무리 생각해도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간단하게 짐 챙겨서 가자."
심지어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한다니.
나 시발 지금 제대로 걷지도 못해.
이 상태로는 절대 못 버틴다.
그리고 미친 노망난 노인네는 못 버티는 놈을 용인할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몸 상태를 어떻게든 회복시켜야 했다.
"그럼 혹시 안드레아 수녀님 좀 불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몸 상태를 조금이라도 치료하고 싶어서요."
나는 최대한 간절한 표정으로 키아나를 쳐다봤다.
"응응 걱정하지 마. 내가 기절시켜서라도 데리고 올게. 짐 챙기고 있어."
키아나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덕분에 키아나의 봉긋한 가슴이 흔들렸지만, 지금의 내게는 더이상 남아있는 성욕이 없었다.
근데 그 순수하고 착한 수녀를 왜 기절시킨다는 거야. 그냥 데려오면 되지.
키아나에게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누가 치운 거지.
방을 둘러보던 내 시선에 책상 위에 조그마한 보석함이 보였다.
뭐지? 보석함 옆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글이 적혀 있었다.
'먹어 언제나 사랑하는 에이든의 루나가'
아하 루나가 놓고 간 거구나.
근데 보통 방 주인이 없으면 문 앞에다 두고 가지 않나.
물론 루나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먹으라니.
보석함을 열자 향긋한 냄새가 풍기는 손가락 마디만한 크기의 구슬이 있었다.
손으로 들어서 확인해도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루나를 믿고 먹어도 될까.
문득 루나검을 준 것이 루나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덕분에 내가 강해졌고.
그럼 한 번 더 믿어도 되지 않을까.
구슬을 조심히 입으로 가져갔다.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구슬을 입안에 넣었다.
구슬은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샤르르 녹았다.
뭐야 이건 솜사탕 같은 건가?
그때였다.
몸 안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애미 시발.
순식간에 눈앞에 별이 터지며 몸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큰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정신 바짝 차려야 되네! 소년!'
검의 말 덕분에 정신이 약간 이나마 돌아왔다.
이게 뭐야 시발.
쾅
윽
다시 한번 몸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내단 이라는 걸세. 흡수하면 순식간에 기운의 총량을 증가시키지만, 분에 넘치는 양이 담긴 내단을 먹으면 몸이 터져버릴 수도 있네! 정신 단단히 잡아야 하네 소년!'
어쩐지 시발.
그 루나가 주는 건데 너무 덥석 먹었어.
하지만 항상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었다.
쾅
몸속에서 폭발이 한 번 더 일어났다.
이런 고통 속에서 어떻게 정신을 차려.
'천천히...'
검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멀리서 들렸다.
시발 이렇게 끝이야?
겨우 복상사 피해서 살아 돌아왔더니 몸이 터져 죽는다고?
존나 억울해 시발.
귀찮지만. 이번에는 내가 좀 도와줘야겠군. 고통은 내 전문이니까 말이야.
그래 시발 누군지 모르겠지만 뭐 좀 해봐.
잠시 비켜보게.
목소리가 들린 뒤에 뒤로 쭉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여기는.
어느새 나는 어두운 공간 안에 있었다.
다행히도 아까 나를 괴롭혔던 끔찍한 고통은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만나는 건 또 처음이군 소년"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금발 머리의 미남자가 서 있었다.
"반갑군. 소년. 하하"
누가 봐도 용사 같이 생긴 금발의 미남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뭐야 뭔데 아는 척이야 시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