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61화 (61/233)

〈 61화 〉 정직하게 잘 생긴 남자.

* * *

이 새끼는 뭔데 아는 척이야.

내게 말을 거는 남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얼굴은 정직하게 잘 생겼다.

엄마들이 내 아들이 이렇게 크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정직하게 잘생긴 외모였다.

불의를 보면 절대 참을 것 같지 않고 약한 자를 위해 싸워 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인상이었다.

키는 나보다 살짝 큰 정도.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 느낌의 사내였다.

남자는 꽤 많이 비싸보이는 은색과 흰색 중간 색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분명히 내 기억에 없는 사내였지만 친숙했다.

그리고 남자도 마치 나를 알고 있다는 듯 미소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흠... 자네는 생각보다 자네를 후하게 평가하는 군. 이렇게 잘 생기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어느새 남자는 내 옆에 나타나서 나를 훑어보고 있었다.

뭐야 이 재수 없는 말투는.

"하하 재수 없다니. 생전에 많이 들은 말이지."

남자가 아련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시발 들리는 거야?

"그렇지 여기는 자네의 머릿속이니까. 일단은 좀 앉아서 이야기하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어디에 앉으라는...

어? 언제부터 여기가 카페가 됐지.

어느새 주변이 고풍스러운 카페로 바뀌어 있었다.

근데 이 카페는 내가 가본 적 없는 카페인데?

"내가 생전에 많이 갔던 카페지. 앉게나."

남자는 의자에 앉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잔을 들고 있었다.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남자의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근데 지 혼자만 마시냐.

나는 입도 아니야?

"하하 주고 싶어도 자네와 나는 분리되어 있어서 말이야. 마시고 싶은 음료를 떠올려보게."

남자가 잔을 입에 가져가 마셨다.

마시고 싶은 음료라.

그때 애들과 갔던 카페에서 마셨던 '민트 초코 파인애플 주스'가 맛있었는데.

새콤하면서 달콤하면서 시원한 그 맛.

눈을 뜨니 내 손에 그때 마셨던 잔이 들려 있었다.

"그런 음료를 좋아한다니 특이 취향이구만."

남자가 후­ 하고 잔을 불면서 말했다.

특이 취향이라니 다른 놈들이 맛이 뭔지를 모르는 거지.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그나저나 편한 곳이구만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니.

"그렇지 어떤 의미에서는. 야만인과 나는 여기서 만족하고 있다네. 서로의 기억들을 보여주면서 말이야. 이렇게 말이야."

남자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어느새 주변이 익숙한 큰 홀로 바뀌었다.

여기는­.

"마왕성 내부지."

딱­

남자가 손을 한 번 더 튕겼다.

빨간색 원피스, 세상 모든 빛을 빨아들일 것 같은 칠흑빛의 머리칼, 위험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느낌이 드는 여자였다.

"그때 마왕을 쓰러뜨리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미련은 없네."

어느새 남자가 여자의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게 느릿느릿하게 보였다.

"하지만 후회되는 건."

남자의 검이 공간을 가르고.

여자의 몸이 그대로 잘려서 사라졌다.

"검에게 진심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마지막에 검이 조금만 더 가벼웠다면­

우는지 웃는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남자가 나를 쳐다봤다.

미련이 많은 타입이구만.

"그렇지. 나는 안 그런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나는 인간을 뛰어넘은 줄 알았었는데, 결국 나도 인간이더군."

남자는 어느새 다시 내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남자의 잔에는 검붉은 액체가 다시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뭐 하는 건데.

"그 야만인이 자네가 벌인 무모한 일을 수습하러 나갔으니 우리는 우리대로 여기서 시간을 보내야 하네."

후릅­ 남자가 교양있게 액체를 마셨다.

무모한 일?

여기로 끌려오기 전 내가 행한 일이 생각났다.

시발 내가 그거를 왜 그냥 먹었지.

루나가 준 거라면 당연히 의심했어야 하는데.

"어차피 그 야만인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고. 그 정도의 내단 이라면 자네의 몸과 기운들이 눈에 띄게 증진될 테니 화낼 건 없네."

복분자는 언제 마셔도 맛있군­

검붉은 액체를 마신 남자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럼 나도 강해지는 건가?

"그렇지. 그리고 지금의 자네는 주변에 비해 너무 약하지 않나. 물론 주변 인물들이 이치에 맞지 않게 강한 측면도 있지만­"

그렇긴 해.

애들은 나몰래 뭘 먹고 다니길래 그렇게 강한걸까.

"그냥 재능의 차이라네. 그리고 자네 나이대가 가장 실력 증진이 클 시기 아닌가. 신체적으로도 최고점인 시기이기도 하지. 그 이후에 쌓이는 건 경험들뿐이지."

마법사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가 작게 덧붙였다.

지금 내 실력이 최고점이라고?

내 최고점이 좆밥이란 말이야?

기분이 안 좋아졌다.

"자네는 아직 더 많이 강해질 수 있지. 나도 있고 야만인도 있고 그 검도 있으니 말이야­"

그렇지 내가 좆밥으로 끝날 리가 없어.

내가 주인공인데 말이야.

"아­ 그나저나 이따가 나가면 검한테 여자도 한 명 넣어달라고 부탁해주게. 야만인과 남자 둘이 있으려니 너무 칙칙하다네."

남자가 생각났다는 듯 덧붙였다.

여기가 무슨 휴양지도 아니고 여자를 넣어달라니 시발.

남자가 구체적인 자신의 이상형을 한참이나 이야기했다.

그만해 시발.

그리고 처녀가 왜 중요한데.

"하하 뭐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네. 아마 자네가 여기서 나가더라도 기억을 할 수 있을 거라네. 꿈과는 다르게 이 공간은 무의식 그 전 단계니까 말이야."

남자의 눈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알았어. 긍정적으로 고려해볼 테니까 그만 이야기해.

"역시 자네는 배포가 크구만! 하하!"

남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당연하지 내가 주인공인데.

하하하.

남자를 따라 호탕하게 웃었다.

내 웃음에 남자가 살짝 멈췄다가 다시 웃었다.

하하하.

"그럼 이제 자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보지."

남자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나한테 필요한 이야기?

"때로는 검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네. 나도 스승님한테 그런 식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었고 말이야."

어느새 테이블과 의자가 사라지고 검 두 자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남자가 익숙하게 검을 잡았다.

"검이란 무엇인가­?"

남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검이 뭐냐니.

검이 검이지.

남자는 멀쩡한 외관과는 다르게 좀 모자란 듯했다.

"크흠­ 그런 말이 아니네! 집중하게. 내 가르침은 꽤 비싸다네. 생전에는 가르침을 받기 위해 왕자들도 줄을 설 정도였다네."

남자가 헛기침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검은 내게 전부였네. 검을 잡은 순간 나는 태어났고 죽는 순간이 돼서야 검을 놓았지. 검은 타인의 목숨을 뺏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

남자는 그 뒤로 내가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한참이나 늘여놓았다.

"예를 들면 검을 휘두를 때 기운을 팔뿐만 아니라 몸의 중심인­"

보기보다 말이 많은 타입이네.

"...그러니까 검은­ 아니 자네 듣고 있나?"

하품하는 나를 본 남자가 눈썹을 찌푸렸다.

너무 길어­

요약해서 말하라고.

수업도 5분 이상 집중해서 듣지 못하는 나에게 그렇게 주절주절 늘여 놓아봤자 소용없다니까.

"후­"

재능이 없으면 참을성이라도 좋아야지­ 남자가 작게 덧붙였다.

"왜 하필 자네였는지 모르겠군. 정말 모르겠어 나는."

어느새 우리는 다시 카페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모습이 마치 연극의 한 장면 같아 보일 정도로 멋있었다.

그야 당연히 내가 주인공이니까.

남자가 내 대답에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래 아마 자네가 정말 주인공일 수도 있겠군. 후­ 그렇다면 아마 주인공을 제비뽑기로 뽑았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쓰레기­ 아 실수했네. 음­ 순화할만한 단어가 딱히 기억나지 않는군."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 같은 자네가 선택 됐을 리 없지­

남자가 작게 덧붙였다.

쓰레기라니.

나는 누구보다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쓰레기가 아닌 건 아닐세. 기회가 왔음에도 노력하지 않고­"

남자가 또 주절주절 떠들었다.

따분해­

"크흠­ 뭐 어쩔 수 없지. 이런 자네에게 우리가 묶인 것은 운명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그래 운명­

남자가 쓴웃음 지으며 자신의 머릿속에서 작은 구슬을 하나 꺼냈다.

아니 문장이 이상하지만 정말 저 문장 그대로 남자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작은 구슬을 꺼냈다.

좀 징그러운데 시발.

작은 구슬은 영롱하고 맑게 빛났다.

"징그러워도 이해해주게. 이게 가장 연상시키기 좋은 방법이니까 말이야. 어차피 이미 우리는 같이 묶였고 나와 야만인은 지금 이곳이 꽤나 마음에 드니까 말이야. 우리는 자네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네."

자네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고 말이야­

남자가 난처하게 웃으며 구슬을 내게 내밀었다.

맞아 나도 내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얇고 길게­

근데 왜 하필 구슬 모양이야.

나 아까 사건 이후로 구슬 공포증이 생겼는데 말이야.

"그 공포증도 이용하면 연상시키기가 더 쉬워서 말이네. 자 한입에 넣어보게. 자네에게 꽤 도움이 될 거야."

위험할 수도 있지만­

너 뒷말이 좀 마음에 안 드는데?

"먹으면 아마 그 루­크 인가? 그 소년보다도 강해질 수 있을 걸세."

이번만 봐주는 거야.

나는 냉큼 남자의 손에 들린 구슬을 뺏어서 입에 넣었다.

벌써부터 루크를 쥐어팰 생각에 입꼬리가 헤실거렸다.

재수없는 루크 새끼 뒤졌다.

"역시 단순하구만. 하하 그러면 잘 부탁하네."

남자가 눈을 감고 다시 검붉은 액체를 마셨다.

부탁하다니 뭘­?

생각하는 순간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남자가 내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본 남자의 모습은 전보다 약간 옅어진 느낌이 들었다.

***

앞에서 찌르는 검을 옆으로 빗기면서­

아 이럴 때는 기운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 좀 더 부드럽게 이어지는 구만.

오른발을 앞쪽으로 내디디면서 양손으로 쥔 검을 깊게 찔렀다.

으­ 사람의 몸에 검을 박는 느낌은 꺼림직하구만.

기운을 옅게 해서 뒤쪽으로 뿌려둬서 뒤에서의 공격을 확인하고­

기운을 저렇게 사용할 수도 있네.

근데 내가 활용하기에는 기운의 양이 부족할 것 같아.

베고­

찌르고­

끊임없이 베어냈다­

남자는 베지 않으면 심장이 멈추는 것처럼 끊임없이 베고 찔렀다.

처음 검을 잡은 순간부터­

눈을 감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남자의 인생은 검과 함께였다.

어느 순간부터 남자는 자신의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고 검을 놓고 싶어 했지만­

그때는 이미 남자의 어깨에 많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어쩌면 마물과의 지긋지긋한 싸움을 남자가 끝내 줄 거라는 사람들의 기대.

남자가 마침내 마왕을 쓰러뜨리고 전설의 용사가 될 거라는 기대.

남자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기대를 무시할 수 있는 성품이 아니었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약한 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남자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리고 그 신념은 남자의 중심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남자는 자신의 검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더 이상 검을 휘두른 것이 즐겁지 않았다.

검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남자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남자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검을 놓지 않았다.

무거운 검을 억지로 휘둘렀다.

그래도 마왕만 처치하면 이 짙고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그게 남자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마침내 검을 손에서 놓을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

그렇게 나는 남자가 검을 휘두르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했다.

마침내 남자가 마지막으로 마왕에게 모든 힘을 사용해서 검을 휘둘렀을 때.

남자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후회와 아쉬움이었다.

그 후회는 마왕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아니었다.

눈을 뜨니 나는 다시 카페에 남자와 앉아 있었다.

"어땠나­? 내 인생은."

남자가 잔을 내려놓았다.

남자의 눈은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불쌍하더군.

병신같고 머저리 같기도 하고 말이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가 났다.

"크흡. 너무 신랄한 표현이군 하하."

남자가 쓰게 웃었다.

왜 도망가지 않았나.

"내 인생을 본 자네라면 알고 있지 않나."

그 병신같은 책임감 때문에.

"하하 병신 같다니.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살았던 것뿐이네. 다만 용기가 부족했던 거지."

남자가 시선을 내리며 찻잔을 빙글 돌렸다.

용기가 부족했다니.

그 무시무시한 마왕한테 도전한 전설의 용사가 할 말은 아닌데.

병신 같기는 해도 말이야.

"마왕에게 도전하고 그런 건 용기가 아니네. 그냥 나는 흘러가는 대로 흘러간 것뿐이지. 마치 학생이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하급 용사가 되는 것처럼 말이야. 그 흘러가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그게 용기지. 나는 그게 부족했네. 도망칠 용기가. 나를 위해서 다른 모든 것을 던져버릴 용기가."

남자의 눈빛에는 후회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 모습에 화가 다시 올라왔지만.

'민트 초코 파인애플 주스'를 마시면서 참았다.

어차피 내 인생도 아닌데 내가 열을 낼 필요가 없다.

"그렇지. 어차피 끝난 일이기도 하고. 어떤가? 보잘것없는 내 인생이 자네에게 도움이 좀 됐나?"

남자가 다시 한번 쓰게 웃었다.

그 웃음은 후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슬퍼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입안으로 새콤하며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느껴지며 화가 내려갔다.

그래.

충분히 도움 됐어.

이제 좀 기운에 대해서 알 것 같기도 하네.

검술 실력도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고.

"그럼 다행이군. 내 인생이 자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그렇게 병신 같지는 않았어.

용사 아카데미의 수업 시간에도 이름이 나올 정도로 유명해지기도 했고.

니가 마왕에게 상처를 입힌 덕분에 마물에 대한 마왕의 영향력이 적어지기도 했고 말이야.

그 덕분에 왕국 연합이 마물들을 밀어낼 수 있었다고 들었어.

"그런가. 내 인생이 아무 의미 없지는 않았군."

남자의 얼굴은 웃는 듯하면서도 우는 듯했다.

그래.

완전 병신 같지는 않았어.

그러니까­

"그래. 고맙네"

남자가 내 말을 자르며 다시 시원하게 웃었다.

"이제 시간이 됐군."

남자가 위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나는 좀 알 것 같네. 왜 자네가 선택받았는지. 아니 선택이라기보다는­"

남자가 일어나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남자의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잡히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 나고 혹시나 내가 말도 안 되게 강해진다면 마왕을 한번 찾아가 볼게.

검한테 말해서 여자도 하나 부탁해보고 말이야.

"여자라­ 좋지. 분위기도 좋아질 테고. 야만인은 가끔 너무 과묵해서 심심하거든."

말이야­

남자가 후련한 듯 시원하게 웃었다.

남자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정신이 다시 멀어졌다.

***

몸의 감각이 돌아오며 이내 시야도 다시 돌아왔다.

눈을 뜨자 얼굴이 터질 것처럼 잔뜩 붉어진 키아나가 보였다.

키아나의 얼굴이 저렇게 붉어진 건 처음 보는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키아나가 저렇게...

근데 뭐지 이 부드러운 느낌은.

손에 말랑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괜히 기분 좋은 감촉에 한 번 더 주물렀다.

진짜 부드럽네.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내리니.

내 양손이 키아나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만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 이건 내 노고에 대한 보상이네. 크하하 최상품의 가슴이구만.

야만인 자네 혼자 그런! 일단 자세히 설명해보게!

이 야만인 미친 새끼­

"그 사제... 왜 갑자기 내 가슴을... 물론 사제가 싫다는 게 아니라... 이건 너무 갑자기라서..."

얼굴이 잔뜩 붉어진 키아나가 입을 우물거리면서 작게 말했다.

정신이 다시 아득해졌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