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수녀가 둘 !
* * *
"끄할할할"
제국 제일검님이 경박하게 웃더니 사라졌다.
순간 스칼렛은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설마 제국 제일검님이 자신의 제자를 두고 그냥 내려간 거야?
제국 제일검이라는 직책에 맞지 않게 행동이 가볍기는 했지만 에이 설마.
"끄으"
아예 넝마가 된 남자가 희미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남자의 상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위험해 보였다.
저게 어떻게 훈련을 마친 사람의 상태이야.
아마 훈련보다는 전쟁터에 갔다 왔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상태였다.
그래 일단 치료부터 하자.
스칼렛은 침착하게 판단했다.
자신은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수녀니까.
스칼렛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조심스럽게 신성력을 사용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충만하게 채워져 있던 스칼렛의 신성력은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상급 던전을 들어갔을 때도 이렇게까지 사용하지는 않았었는데.
남자의 표정이 한결 편해지는 게 보였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남자의 얼굴에 묻은 피만 대충 닦아줬다.
이렇게 보니까 또 괜찮게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일단은 남자답게 생기기는 했다.
아까 갑작스럽게 바뀐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도 그 인기 많던 안드레아가 푹 빠질 정도의 외모는 확실히 아니었다.
재수 없기는 해도 안드레아의 외모는 신성 아카데미에서도 유명했으니까.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거지.
스칼렛은 남자의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하는 게 처음이라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남자의 무반응에 점점 더 용기가 난 스칼렛은 남자의 얼굴을 찔러도 보고 볼도 당겨도 봤다.
볼을 양쪽으로 쭈욱 당기자 제법 귀엽게 생긴 것 같았다.
그렇게 스칼렛이 남자를 아무리 건드려도 남자는 깨어나지 못했다.
남자는 확실하게 기절한 것 같았다.
'호호호 내가 어제 그곳이 완전 큰 남자를 만났는데... 나는 이제 다른 남자는 못 만나겠더라고'
문득 동료 수녀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야기하던 동료 수녀는 얼마나 좋았는지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 당시에는 참 저급한 수녀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혹시 안드레아도?
그 순수한 척하던 안드레아가 만약 그랬다면...
스칼렛은 괜히 남자의 바지 쪽으로 시선이 끌렸다.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스칼렛은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이건 옳지 못한 생각이야.
잠든 남자의 몸을 더듬는 것은 수녀로서 확실히 옳지 못한 행동이다.
물론 스칼렛이 사명감을 가지고 수녀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아 스칼렛은 아직 남자 경험이 없구나. 역시 스칼렛은 천생 수녀라니까! 남자의 그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네? 스칼렛은 완전 애기다 애기.'
재수 없게 나를 비웃던 동료 수녀의 말이 들리는 듯했다.
다 큰 나한테 뭐? 애기?
울컥 짜증이 났다.
그깟 성경험이 뭐라고.
근데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지?
다른 수녀들은 다 자유롭게 사는데, 왜 나만 고리타분하게 순수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왜?
다시 가슴 깊게 묻어뒀던 반항심이 차올랐다.
확실히 불공평해 이건.
왜 나만 이렇게 숨 막히게 살아야 해?
아직도 세상모르고 편한 표정으로 기절해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아마 지금도 신은 시끄럽게 땍땍거리고 있겠지.
스칼렛의 손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조금씩 멈칫거리기도 하면서.
결국 스칼렛의 손은 남자의 바지 위에 올라갔다.
꿀꺽
괜히 드는 긴장감에 스칼렛은 침을 크게 삼켰다.
혹시 몰라서 다시 쳐다본 남자의 얼굴은 아직도 편하게 기절한 상태였다.
'좆 같아서요.'
그래 이건.
좆같은 신과
좆같은 안드레아를 엿먹이기 위한 거야.
저 남자도 자신 같은 미인이 만져주면 좋아할 게 분명했다.
변태 같은 남자들은 항상 자신을 보면서 침을 삼켰으니까.
아까 이 남자도 자신한테서 눈을 떼지 못하지 않았는가.
이건 남자를 위해 봉사해주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스칼렛은 남자의 바지 안으로 손을 쓱 넣었다.
남자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남자의 속옷 안은 가득 차 있었다.
뭐야 뭐가 이렇게 꽉 차 있어.
이게 남자의 그곳?
원래 이렇게 큰 거야?
예상보다도 심각하게 더 큰 크기에 스칼렛은 당황했다.
모든 남자가 이렇게 클 리 없어.
이 남자가 유별나게 큰 게 분명했다.
스칼렛은 점점 몸이 뜨거워졌다.
역시 안드레아는 이것 때문에
그 순수한 척하던 안드레아가 사실 천박한 년이었다니.
괜히 이긴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슬쩍 본 남자의 표정은 아까와 똑같았다.
스칼렛은 점점 더 대담하게 만졌다.
이런 게 여자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도 안 돼.
괜히 자신의 것과 크기를 비교해봤다.
안돼안돼안돼.
절대 안 들어갈 게 분명했다.
스칼렛의 손길에 남자의 것이 점점 딱딱해지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커진다고?!
순간 스칼렛은 당황했다.
어떻게 생겼길래 더 커지는 거지.
문득 스칼렛은 그 모습이 궁금했다.
만져보니 대충 어떤 모양인지는 상상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고 싶었다.
남자는 아직도 편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대담해진 스칼렛은 남자의 바지를 벗기기 위해 바지 윗부분을 잡았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스칼렛이 남자의 바지를 벗기려는 순간.
"거기 뭐 하시는 겁니까?"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으악
스칼렛은 정말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분명 자신의 심장이 땅에 떨어졌다가 올라온 것이 분명했다.
스칼렛은 그 정도로 크게 놀랐다.
다행인 것은 남자의 바지를 벗기기 위해 스칼렛의 손이 밖에 나와 있었다는 점이다.
스칼렛은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오해할 상황이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판단할 증거는 없다.
큼큼
떨리는 목소릴 감추기 위해서 스칼렛이 목소리를 다듬었다.
아직도 심장은 크게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다.
"뭐 하시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차가운 목소리가 어느새 바로 뒤에서 들렸다.
스칼렛은 자신의 얼굴이 붉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뒤돌았다.
바로 뒤에 자신이 본 그 누구보다도 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이 서 있었다.
아마 여신님이 저렇게 생기시지 않았을까.
분명히 자신도 아름답다는 소리를 질리게 들었지만, 이 여자와는 비교되는 것조차 미안했다.
여자의 압도적인 외모에 스칼렛은 말을 잃었다.
"뭐 하고 계시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여자가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순간 스칼렛은 여자의 차가운 눈빛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스칼렛의 표정을 봤는지 여자가 말을 이었다.
"제 사제입니다."
여자가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남자가 제국 제일검님의 제자니까...
아 그럼 이 여자가 그 유명한 키아나 엘리아스 랄프예 드 샤르페구나.
키아나 엘리아스 랄프예 드 샤르페.
제국 제일검이 벌써 다음 제국 제일검이라고 단언한 말도 안되는 재능.
신에게 축복받았다는 그 아름다운 외모까지.
외모에 대한 칭찬은 과장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제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아! 저는 바다신을 모시고 있는 수녀 스칼렛입니다. 지금 치유를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아카데미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그 찬란한 수식어들 때문에 대하기 껄끄러웠다.
키아나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남자를 확인했다.
아 그럼 이 남자가 키아나의 사제겠구나.
나는 남자에게서 살짝 옆으로 비켰다.
키아나가 남자의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상태를 확인했다.
남자를 보는 키아나의 눈빛은 스칼렛을 보던 차가운 눈빛과는 다르게 따뜻했다.
다행히 이미 치료를 어느 정도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남자의 몸 상태는 괜찮을 것이다.
스칼렛은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아직도 손에는 남자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후
남자의 상태를 확인한 키아나가 숨을 내쉬었다.
"제 사제를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키아나가 남자를 부드럽게 안아서 들었다.
자신보다 덩치를 큰 남자를 안았지만 키아나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아아니에요! 은혜라니... 수녀로서 당연히 해야 했던 일인데요!"
스칼렛이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수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스칼렛은 괜히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럼 저는 사제를 성당으로 데려가겠습니다."
키아나가 스칼렛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성당?
그곳에 안드레아가 있을 게 분명했다.
안드레아
그래 안드레아가 여기 있었지.
뜨겁던 스칼렛의 머리가 급속하게 식었다.
스칼렛은 지금 잘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안드레아가 보고 싶었다.
겨우 용사 아카데미에서 치유나 하는 자신의 신세가 얼마나 한탄스러울까.
돌아서는 키아나를 스칼렛이 붙잡았다.
"혹시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제가 치료를 하기는 했지만, 상태를 좀 더 두고 봐야 돼서요."
"예. 물론입니다."
잠깐 멈칫했던 키아나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스칼렛은 괜히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숙이고 키아나를 따라서 걸었다.
***
어지러움을 느끼며 눈을 떴다.
아 이 익숙한 냄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시발 또 성당에 입원했네.
요즘에는 눈만 감았다 뜨면 성당이야.
이래서야 제 명까지 못 살 게 뻔했다.
"에이든님! 일어나셨어요?"
왼쪽을 보니 안드레아가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하. 또 와버렸네요."
머쓱한 기분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업을 빼고 도망쳤다가 선생한테 잡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제가 아직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었죠."
안드레아가 짐짓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 모습이 안드레아와 어울리지 않아서 우스웠다.
"그건 제 스승님이 명령하신 거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안드레아의 뒤에 서 있는 키아나가 나를 대변했다.
맞아 누구는 가고 싶었겠냐고.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불러서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성당에서 도망친 이유는 비키때문이기는 했다.
문득 비키의 압도적인 가슴이 생각나서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제국 제일검님이라고 하셔도 환자를 무리하게 훈련 시킬 수는 없어요."
안드레아가 키아나를 차갑게 쳐다보며 질타했다.
"... 그건 죄송합니다. 미안해 사제."
키아나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이 부른 건데 사저가 왜 미안해요. 고개 들어 주세요. 사저."
그냥 그 미친 노망난 노인네가 제 명보다 오래 살고 있다는 게 문제지.
키아나가 고개를 들고 나를 보며 쓰게 웃었다.
"크흠"
그때 내 오른쪽에서 누가 헛기침을 했다.
내 오른쪽에는 훈련 때 봤던 보라색 머리의 수녀가 앉아 있었다.
보라색 머리의 수녀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찌푸린 상태였다.
"아 저를 치료해주신... 감사합니다."
마지막에는 거의 반죽음 상태였으니까 아마 이 수녀가 치료해줬겠지.
"큼큼 수녀로서 당연한 일인데요. 심지어 저는 상급 용사 파티의 수녀니까 안드레아보다 치유가 더 뛰어났을 거예요. 그쵸?"
수녀가 안드레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랬었나?
안드레아의 치유가 더 빨랐던 것 같은데.
"하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안드레아?"
수녀가 이죽거렸다.
"저를 아십니까?"
그런 수녀를 향해 안드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드레아의 말을 들은 수녀의 얼굴이 구겨졌다.
물론 워낙 미인이라 구겨진 얼굴도 볼만했다.
팔짱을 끼고 있는 수녀의 팔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저거 엄청 화난 거 같은데.
"몸은 괜찮으세요?"
그런 수녀는 관심에도 없는 듯 안드레아가 내게 물었다.
"예. 조금 어지럽기는 하지만 아픈 곳은 없어요."
터질 것 같은 수녀를 곁눈질하면서 답했다.
"그건 피를 많이 흘리셔서 그러실 겁니다."
안드레아의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내 몸은 깨끗했다.
옷도 환자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누가 갈아입힌 거지?
수녀가 갑자기 짝하고 박수를 쳤다.
"아하! 안드레아 너 지금 나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거구나!"
수녀가 깨달았다는 듯 히죽 웃었다.
"저와 아는 사이입니까?"
수녀의 말에 안드레아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는 척 하지마! 우리 같이 신성 아카데미 다녔잖아!"
수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수녀의 말에 안드레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마 기억을 되짚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안드레아의 인상이 펴졌다.
"흥 일부러 모르는 척 하기..."
"스파게티!"
안드레아가 기억났다는 듯 손가락으로 수녀를 가리켰다.
"푸흡!"
어떻게 사람 이름이 스파게티야.
진지한 안드레아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익! 스칼렛이거든!"
수녀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아 스칼렛"
안드레아가 관심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일부러 모르는 척 하지마! 항상 니 바로 뒤에 있던 난데 어떻게 모를 수 있어?!"
스칼렛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아 그랬군요."
안드레아가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흥! 그래봤자 이미 나는 상급 용사 파티에 들어갔거든! 너는 이런 용사 아카데미에 짱박혀서 똥오줌 못 가리는 애들 뒤처리해 주는 동안!"
스칼렛이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쳤다.
똥오줌 못 가린다니.
아무리 학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똥오줌은 가려.
젊어 보이는데 벌써 상급 용사 파티라니.
수녀가 자부심을 가질 만 했다.
"환자 앞입니다. 조용히 좀 해주시죠."
그런 스칼렛을 안드레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질타했다.
한참을 씩씩대던 스칼렛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스칼렛이 인상을 쓰더니 나와 안드레아를 번갈아 쳐다봤다.
고양이의 눈과 비슷한 스칼렛의 눈이 호선으로 아름답게 휘었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고양이 같은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바다 신님을 모시는 수녀 스칼렛이라고 해요."
스칼렛이 방금까지 소리 지르던 목소리와는 완전 다른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용사 아카데미 학생인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짐짓 점잖은 체를 하며 답했다.
"아까 훈련 때 굉장히 멋있었어요. 몇 번이나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모습. 완전 멋있었어요."
스칼렛이 내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스칼렛의 손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감사합니다. 스칼렛 님도 굉장히 미인입니다."
받은 게 있으니 나도 돌려줬다.
원래 칭찬은 받으면 다시 되돌려 줘야 하는 게 이치였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에이든님을 치료해줬잖아요?"
내 팔을 쓰다듬던 스칼렛이 내게 팔짱을 꼈다.
"예."
가까워진 스칼렛에게서 옅은 포도 향기가 나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얇은 옷을 넘어서 스칼렛의 부드러운 가슴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보답으로 저한테 저녁 사주시겠어요?"
스칼렛이 수줍게 웃었다.
미녀가 저녁을 사달라고 하면.
당연히 사줘야지.
"예. 당연히 사드려야죠. 하하"
그래도 비싼 건 안 돼.
"좋아요 내일 같이 저녁 먹을까요?"
"예. 내일 좋습니다."
"안 돼요. 에이든 님은 아직 휴식이 필요합니다."
안드레아가 굳어진 얼굴로 만류했다.
"괜찮아. 내가 바다 신님의 수녀인걸. 걱정하지마 안드레아. 에이든 님은 내가 잘 돌볼 테니까 말이야."
스칼렛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으드득
뭐야 이 살벌한 소리는.
"안 됩니다. 밖에서 무슨 사고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아직 환자의 몸인 사제가 밖에 나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굳은 표정의 키아나가 만류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에이든 님이 무슨 아이도 아니고. 에이든님도 남자에요."
스칼렛이 몸을 더 내게 밀착했다.
내 팔에 스칼렛의 부드러운 가슴이 뭉개졌다.
남자
스칼렛이 내 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래, 나 상남자 에이든.
"네. 사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 이제 진짜 좆밥아니야.
키아나는 내 대답에 눈썹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근데 키아나 너 왜 검 손잡이 잡고 있어.
"..."
안드레아가 스칼렛을 노려보며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그 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궁금해서 나는 움직이는 안드레아의 입 모양을 따라서 발음해봤다.
'죽.일.거.야'
응?
***
"장거리 포탈의 주의점으로는..."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포탈 옆에서 흰색 수도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열심히 설명했다.
"아 됐고 빨리 시작이나 하라고!"
금발의 소녀가 지긋지긋한 설명을 듣다가 윽박질렀다.
지금 단 한 문장 말했을 뿐인데.
포탈 관리자는 억울했지만,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상대가 황녀였으니까.
그래 안 들으면 지들이 손해 보는 거지.
툴툴거리며 포탈 관리자는 포탈을 작동시켰다.
우웅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그분은..."
조슈아가 망설였다.
"시끄러워! 너네가 다 쓸모가 없으니까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 아니야! 다 조슈아 잘못이야!"
케이트가 그런 조슈아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두꺼운 옷을 고쳐 입었다.
하라부지! 하라부지? 이건가?
케이트가 연신 혀짧은 발음을 연습했다.
마침내 포탈이 큰 마력을 뿜어내며 작동했다.
케이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잠시 머뭇거리던 조슈아도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케이트를 따라 포탈로 걸어 들어갔다.
부디.
그분의 기분이 좋은 날이기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