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당신이 잠든 사이에.
* * *
스칼렛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자신을 향한 지독한 살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안드레아의 불타는 손이 스칼렛의 목에 닿기 바로 직전에
"스칼렛? 괜찮아요?"
기적처럼 문밖에서 에이든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든의 음성에 눈에 띄게 놀란 안드레아가 문 쪽을 돌아봤다.
화장실을 가득 채웠던 안드레아의 짙은 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당황한 표정의 안드레아가 손에서 흰 불꽃을 지웠다.
살았다
에이든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스칼렛은 그제야 숨을 다시 쉴 수 있었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스칼렛의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방금 느낀 안드레아의 살기는 진짜였다.
안드레아는 진짜로 스칼렛을 죽이려고 했다.
그 신성 아카데미 대표 첫사랑 안드레아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이런 애가 된 줄 알았으면 스칼렛은 에이든 근처로도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스칼렛의 손은 달달 떨리고 있었다.
에이든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바다 신님이 생각났다.
신 말을 들을 걸 왜 갑자기 남자가 궁금해져서...
이곳을 나가면 두 번 다시는 에이든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 거야.
아니! 두 번 다시는 남자랑 데이트도 안 할 거야.
그냥 열심히 노력해서 성녀나 할래.
연애가 이렇게 피 말리는 거였다니.
쿵쾅거리는 심장과 어지러움을 느끼며 스칼렛은 굳게 다짐했다.
"스칼렛?"
밖에서 다시 한번 에이든의 음성이 들렸다.
에이든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안드레아가 왼손으로 스칼렛의 입을 거칠게 막았다.
쿵
스칼렛이 안드레아에게 밀려 벽에 부딪혔다.
스칼렛은 벽에 부딪힌 머리가 아팠지만, 아까의 표정으로 돌아간 안드레아가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심 안도하고 있던 스칼렛은 다시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읍!
지금이라도 비명을 지르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안드레아가 입안으로 손을 넣어 혓바닥을 잡았다.
다른 사람에게 혓바닥을 잡혔다는 공포감에 스칼렛은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애절한 표정으로 안드레아를 쳐다봤다.
다시는 안 깝칠게 제발!
저거 너 가져 너 가지라고!
나는 남자 필요 없어!
제발 살려줘.
스칼렛은 많은 의미를 눈에 담아 안드레아에게 전달했다.
안드레아가 반대쪽 손을 들었다.
반대쪽 손의 검지 손가락에는 아까 봤던 흰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손가락이 천천히 스칼렛의 가슴으로 다가왔다.
스칼렛의 눈이 점점 커지며 눈에 눈물이 고여 흘렀지만, 안드레아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안드레아가 중지로 스칼렛의 가슴 부분을 들춘 다음 가슴 깊은 곳을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검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다.
스칼렛은 안드레아의 검지 손가락이 눌린 부분에서 느껴지는 불에 타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잡혀있는 혓바닥 때문에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생살이 지져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고통 때문에 몸이 덜덜 떨리며 공포에 가득 찬 눈동자로 쳐다보는 스칼렛을 보며 안드레아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가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해. 에이든 님에게 방에 올라가서 와인을 마시자고 하면서 같이 올라가. 알았어?"
스칼렛의 귀에 안드레아가 작게 속삭였다.
스칼렛은 굳은 목을 필사적으로 움직여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네가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살려줘.
스칼렛은 아직도 가슴 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자꾸만 찌푸려지는 인상을 애써 폈다.
"만약 실패하면. 아! 너 좋은 데 살고 있더라?"
안드레아가 뒷말을 삼키며 불길할 정도로 붉은 입술로 웃었다.
무조건 성공할게.
제발 믿어줘.
안드레아가 스칼렛의 볼에 흐르고 있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았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스칼렛은 움찔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방을 잡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에이든 님이 취하게 만들어. 니 그 창부 같은 몸을 이용해서라도 말이야. 에이든 님은 보기와는 다르게 술은 약하니까 흐응. 너는 신성력을 돌려서 절대 취하지 말고. 알았어?"
안드레아가 손을 내려 스칼렛의 파인 원피스를 좀 더 찢었다.
그러고는 더러운 것을 봤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스칼렛의 원피스는 가슴의 윗부분이 아니라 봉긋한 옆부분까지 보일 정도까지 파였다.
아직 남자 경험도 없는 스칼렛은 창부의 소리를 듣는 게 억울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은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으응. 무조건 안드레아 말대로 할게. 어떻게든."
고개를 숙이고 말하는 스칼렛의 목소리는 떨리다 못해 울음기까지 섞여 있었다.
"그렇다고 그 더러운 몸으로 감히 에이든 님과 몸을 섞지는 말고 알았어?"
안드레아가 조금 더 떨어져서 인상을 썼다.
"응응. 알았어. 절대 아무것도 안 할게! 진짜로! 믿어줘!"
스칼렛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안드레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도감에 스칼렛은 다리가 풀려 세면대를 잡아 겨우 쓰러지는 것을 막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알았지?'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스칼렛의 귓속에서 맴돌았다.
그냥 나가서 도망칠까?
아직도 가슴에서 타는 통증이 느껴졌다.
'아! 너 좋은 데 살고 있더라?'
웃음기 섞인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항상 잠자리에 일찍 드는 스텔라가 생각났다.
내 소중한 여동생 스텔라.
스텔라는 지금 세상모르고 자고 있겠지.
스칼렛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은 안드레아에게서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거미줄에 걸린 나비의 심정을 느끼며
마침내 결심한 스칼렛이 목을 가다듬었다.
도망갈 수 없어.
***
뭐야 시발 변비인가?
스칼렛이 화장실에 간 지 꽤 되었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에이든은 문득 깨달았다.
혹시 스칼렛은 먹고 튄 거 아닐까?
물론 내가 살 생각이기는 했지만, 사람이라면 최소한 감사 인사라도 해야지.
내가 그 아쉬워서 그러는 게 아니고.
진짜로.
맞네! 사람이라면 응당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 법. 물론 나도 그 레이디의 벗은 몸을 보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닥쳐라! 교미! 교미를 하자!
시끄러워 좀.
혹시 미끄러져서 넘어졌는데 머리를 부딪쳐서 기절한 것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었다.
프로 빗치 수녀가 이런 분위기에서 도망가지는 않았겠지.
괜히 멋쩍은 기분을 느끼며 여자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갔다.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것을 보니 여기가 여자 화장실인 것 같았다.
짐짓 점잖은 목소리로 몇 번을 불렀지만, 안에서는 약간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나고 반응이 없었다.
진짜 빗치 수녀가 도망간 건가?
한참을 기다리다가 돌아서려고 할 때, 화장실 문이 열렸다.
아까보다 피부가 더 하얘지고 원피스의 가슴 부분이 더 깊이 파인 스칼렛이 나왔다.
이제는 가슴의 형태가 대부분 보일 정도로 파여 있었다.
약간 붉어진 얼굴의 스칼렛이 나를 보자 요망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안에서 무슨 슬픈 일이 있었는지 눈웃음의 끝에는 살짝 물기가 묻어 있어서 더욱 매혹적이었다.
그 모습에 화가 단번에 풀렸다.
그래 이렇게 이쁜데 변비일 수도 있지.
"에이든"
스칼렛이 살짝 물기가 묻어있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아... 스칼렛이 너무 안 나오길래 걱정되서 와봤..."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스칼렛이 내게 와락하고 안겼다.
내게 안긴 스칼렛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내 양팔은 갈 데를 잃었다.
"...방 잡고 올라가서 와인 마실래?"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였지만 내 귀에 똑똑히 들렸다.
설마 지금 빗치 수녀가 흥분해서 몸이 떨리고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얼굴도 붉은 게...
내 머릿속은 이미 상상으로 폭주하고 있었다.
"응...?"
스칼렛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눈에 약간 눈물이 고인 요망한 눈빛과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상남자는 안겨 오는 여자는 막지 않는다.
아니 여자는 막지 않는다.
"네. 좋아요."
손을 들어 스칼렛의 헝클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내 손이 닿자 스칼렛이 약간 움찔했다.
와인을 주문하고 방 열쇠를 받아서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다 스칼렛이 잠깐잠깐 멈췄지만, 무사히 방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방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고풍스러운 식탁과 의자 두 개.
그리고 매우 큰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가 이렇게 클 수도 있구나.
종업원에게 받은 와인병을 식탁에 올려뒀다.
식탁 위에는 이미 와인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스칼렛은 아직 문 앞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불편한 게 있는 듯 표정이 약간 찌푸려져 있었다.
"괜찮아요?"
"으응."
대답을 한 스칼렛이 조심스럽게 내 쪽으로 다가왔다.
스칼렛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바로?
나쁘지 않지.
스칼렛의 손을 마주 잡으려고 할 때, 스칼렛의 손이 나를 지나쳐 와인잔을 잡았다.
"조금 부끄러우니까... 와인부터 마실까?"
스칼렛이 요망한 눈웃음 지었다.
"네. 좋죠. 와인부터."
자꾸만 내 목소리가 내가 듣기에도 느끼할 정도로 낮게 나왔다.
왜 자꾸 이러는 거야 시발.
와인잔을 따서 각자의 와인잔에 따랐다.
와인에서 풍기는 향긋한 향이 방을 가득 채웠다.
향기만 맡았는데도 벌써 기분이 좋아졌다.
짠
잔을 마주 부딪치고 와인을 한 번에 다 마셨다.
역시 상남자인 나는 원샷이지.
원샷을 한 나를 본 스칼렛이 살짝 웃더니 나를 따라 한 번에 다 마셨다.
"잘 마시는데요?"
"응응 당연하지. 내가 누나니까!"
술이 들어가서인지 스칼렛의 목소리가 좀 더 부드러워졌다.
스칼렛이 요망하게 웃으면서 각자의 잔을 가득 채웠다.
빗치 수녀니까
나는 스칼렛의 팔을 당겨서 팔을 교차하게 한 다음 와인을 마셨다.
스칼렛은 내 행동에 잠깐 당황한 듯했지만, 빗치 수녀답게 요망하게 웃으며 따라 했다.
그럼 이것도 되나?
취기가 올라오며 점점 더 내 행동은 대담해졌다.
빗치 수녀는 그런 내 행동에 거부하지 않고 요망하게 웃으며 받아줬다.
내 마지막 기억은 스칼렛의 하얀 가슴에 와인을 뿌려서 핥아먹는 거였다.
빗치 수녀 최고다!
빗치...
수녀...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쓰러졌다.
***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알았지?'
스칼렛은 에이든의 거친 행동에 당황했지만,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처음 경험해보는 타인의 손길이 묘하게 좋은 것도 있었다.
남자와 단둘이 방 안에서 술을 마시며 서로의 몸을 쓰다듬는 것에서 오는 배덕감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분명히 와인을 마실 때마다 신성력으로 해소하고 있는데도 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스칼렛은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게 남자의 손길?
투박하고 거친 에이든의 손이 자신의 등을 쓰다듬었을 때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질 뻔했다.
술이 약할 거라는 안드레아의 설명과는 다르게 와인을 몇 병을 더 비우고 나서야 에이든이 쓰러졌다.
의자에 쓰러진 에이든을 낑낑거리며 침대로 옮겼다.
유난히 튀어나온 에이든의 바지가 신경 쓰였지만 애써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가슴을 핥던 감촉이 느껴져서 몸이 뜨거웠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안드레아가 시키는 것은 해냈다.
이 다음은 안드레아 지시한 게 없었다.
아니 내가 언제부터 안드레아의 명령을 듣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안드레아의 살벌한 눈빛이 떠올라서 머리가 다시 차게 식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드레아도 나를 풀어주겠지...?
똑똑똑
스칼렛은 지금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게 안드레아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히끅
다시금 아까의 공포가 스칼렛을 뒤덮었다.
가슴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았다.
똑똑똑
밖에서 다시 일정한 리듬으로 문을 두들겼다.
히끅
스칼렛은 그 일정한 리듬이 다른 어떤 소리보다 무서웠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문으로 갔다.
똑똑똑
일정한 리듬이 다시 한번 스칼렛을 찾았다.
히끅
스칼렛은 자꾸만 나오는 딸꾹질을 참으려고 노력하며 문고리를 잡았다.
이게 올바른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스칼렛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공포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딸각
문고리를 돌리자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문 앞에는 단아하게 웃고 있는 안드레아가 서 있었다.
들어오는 안드레아를 피해서 스칼렛이 벽 쪽에 붙었다.
안드레아는 이미 스칼렛은 관심에도 없는 듯했다.
히끅
스칼렛은 안드레아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입을 막았다.
아아
방으로 들어간 안드레아가 에이든의 모습을 보고 환희에 가득 찬 탄성을 내었다.
갑자기 안드레아가 자신의 옷을 조용하게 벗었다.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 안드레아의 나체가 드러났다.
옷을 곱게 접어서 옆에 둔 안드레아가 무릎을 꿇고 에이든에게 기어갔다.
그 모습은 스칼렛이 지금까지 봤던 어느 모습보다 경건하게 보여서 기괴했다.
스칼렛은 그 기괴한 모습과 열려 있는 문을 번갈아 봤다.
도망갈까?
하지만 스칼렛이 도망가기에는 자신이 에이든을 저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에이든은 나를 믿고 와인을 마신 건데.
아아!
안드레아가 더 높아진 목소리로 신음했다.
그 신음이 스칼렛의 발목을 잡았다.
스칼렛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문을 닫았다.
딸깍
무거운 손을 움직여 문을 잠갔다.
무서워도 어쩔 수 없었다.
스칼렛은 자신의 잘못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을 외면할 만큼 매몰차지 못했다.
내 몸이 뜨거워진 건 그것 때문이야.
다른 게 아니라.
스칼렛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체인 안드레아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에이든의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스칼렛의 시선을 눈치챈 안드레아가 뒤돌아 스칼렛을 보고는 다시 에이든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내 에이든의 바지를 벗긴 안드레아는 마치 성물처럼 조심조심 바지를 옆에 놓았다.
안드레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손을 움직였다.
스칼렛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거는 에이든이 걱정돼서 어쩔 수 없이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면서.
안드레아는 마치 신을 받드는 성녀처럼 경건하게.
그리고 언젠가 지나가다 봤던 저렴한 창부처럼 천박하게.
에이든을 만지고 입에 넣었다.
스칼렛은 그런 안드레아의 모습을 자꾸만 목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끼며 집중해서 봤다.
혹시나 에이든이 위험해 보이면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마침내 눈이 완전히 돌아간 안드레아가 에이든의 위로 올라갔다.
안드레아는 고통과 쾌락에 신음하며 경건하게 신을 부르짖었다.
그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스칼렛은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침내 안드레아가 온몸을 잘게 떨면서 옆으로 쓰러졌을 때, 스칼렛은 자신의 속옷이 흥건히 젖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는 남자를 겁탈하는 다른 수녀를 보고 흥분하다니.
스칼렛은 그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모든 관념들을 한순간에 부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스칼렛은 올바른 수녀, 성녀 후보자가 아니었다.
그래, 나는 구제 불능의 창부 같은 년이야.
더욱더 천박해지기 위해서 스칼렛은 본능에 따라 손을 내려 자신을 만졌다.
이미 충분히 흥분했다고 생각했는데, 흥분에는 끝이 없었다.
이대로 머리가 펑하고 터져버리는 거 아닐까?
나는 니들이 원하는 그런 수녀가 아니야
마침내 절정을 느끼며 스칼렛은 살면서 처음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온몸에 전기가 통하며 천마리의 벌레가 몸을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스칼렛은 다리에 힘이 풀려 흥건히 젖은 바닥에 엎어졌다.
천박하게 창부처럼 쓰러져 있는 스칼렛을 보며 안드레아는 고민했다.
죽인다는 선택지는 너무 뒤처리가 까다로웠다.
에이든 님과 같이 방으로 올라갔으니 실수 하나만 해도 에이든 님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두기에는 껄끄러웠다.
고민하던 안드레아는 아직도 헐떡이고 있는 스칼렛을 보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스칼렛을 사제로 삼자.
다른 거짓 신들을 다 치워버리고 진정한 신인 에이든 님을 세우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교를 굳건하게 세워서 눈앞이 가려진 무지한 사람들의 안대를 벗겨내야 한다.
안드레아는 스칼렛의 반응을 보기 위해 흥건하게 젖은 그곳을 발로 지그시 눌렀다.
"흐으윽!"
스칼렛의 짐승 같은 신음을 들으며 안드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리 창부같이 더러운 스칼렛도 에이든 님을 만나면 바뀔 수 있을 거야.
안드레아가 무심한 눈빛으로 스칼렛의 머리를 거칠게 움켜쥐어 침대로 끌고 갔다.
"아흐윽"
머리가 뽑힐 것 같은 고통에 스칼렛은 신음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안드레아가 에이든이 누워있는 침대에 스칼렛을 거칠게 놓았다.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마. 너처럼 창부 같이 더러운 년도 신을 받든다면 깨끗해 질 수 있다."
안드레아가 찐득한 열망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히끅
스칼렛은 두려움과 기대가 섞인 눈빛으로 안드레아를 쳐다봤다.
"신을 받들어라."
안드레아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게 말했다.
히끅
스칼렛은 천천히 경건하게 옷을 벗었다.
신을 받들어라
히끅
스칼렛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움직여서 에이든 위로 올라갔다.
그래 나는 원래 이런 창부 같은 년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누구도 나한테 어떤 기대도 하지 마.
스칼렛의 머리는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럽고
스칼렛의 몸은 헐떡이며 더 큰 배덕감을 원하고 있었다.
신을 받들어라
옆에서 주문처럼 읊조리는 안드레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히끅
스칼렛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신을 받들어라
어설프지만, 열심히 움직이는 스칼렛을 보며 안드레아는 신성력을 몸에 돌렸다.
몸 안에는 신성력이 가득 차서 충만했다.
신성력을 아래로 보내 나중에 에이든 님이 직접 가져가실 수 있게 처녀의 증거를 재생시켰다.
***
"이런 미친 새끼들 아니야!!!!"
자신의 화신에게 추가된 기벽을 보며 바다 신이 절규했다.
이미 바닥은 바다 신이 흘린 눈물로 흥건했다.
대지 신은 그런 바다 신의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며 쓰레기 같은 놈을 향한 신앙이 자신에게 포인트로 들어오는지 조용하게 확인했다.
들어오는 건가?
대지 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