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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69화 (69/233)

〈 69화 〉 에이든은 신이야!

* * *

아 머리 아파.

머리가 깨질듯한 통증에 잠에서 깼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 스칼렛과 들어온 방이었다.

그 넓은 침대에는 나 혼자 누워있었다.

또 여자랑 마시다가 혼자 취해서 기절한 거야?

나 상남자 에이든인데­

그 여리여리한 빗치 수녀보다도 술을 못 마신다는 사실이 창피했다.

그래도 혹시?

기대감을 가지고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들어 상태를 확인했다.

별다른 일은 없었는지 바지가 그대로 입혀져 있었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빗치 수녀랑 단둘이 방에서 술을 마셨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니.

자괴감이 들었다.

어디서 술 잘 마시는 방법이라도 배워야 하나.

크하하하하. 너는 최고다! 최고야! 나만큼은 아니지만!

큼큼큼. 조용하게! 야만인. 비밀이니까.

시발 뭔데.

아닐세. 하하. 좋은 아침이군.

찝찝하게 하네.

주변을 둘러보니 방은 더럽힌 흔적이 하나도 없이 깨끗했다.

아까 마셨던 와인도 와인잔도 스칼렛의 가슴에 와인을 뿌릴 때 땅에 흘렸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방은 처음 들어왔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진지하게 무언가에 홀려서 방으로 끌려왔는지 고민했다.

확실히 스칼렛의 눈웃음이 요염하기는 했어.

그 정도 눈웃음이면 홀리지 않은 남자가 없을거야.

간단히 몸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체에 힘이 잘 안 들어갔다.

마치 비키와 보낸 다음 날과 비슷했다.

창문을 열자 차갑지만 청량한 새벽 공기가 맡아졌다.

근데 원래 창문이 이쪽에 있었나?

밖은 이제 살짝 밝아지고 있는 새벽이었다.

몸을 풀면서 몸 안의 기운을 확인했다.

여전히 몸 안에는 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

뭉쳐있는 기운을 가볍게 순환시켰다.

기운이 그렇게 몇 바퀴 돌자 남아있던 피로감과 찌뿌둥한 느낌이 금세 사라졌다.

아카데미로 돌아가기 위해 방을 나왔다.

히끅­

옆 방에도 사람이 있는지 지나갈 때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어제는 옆방에 아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자꾸 풀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계단을 내려갔다.

"아 손님 좋은 시간 되셨나요?"

어제 그 종업원이 문 옆에서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 보니 계산을 안 했네.

"네. 푹 잤습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주머니를 뒤져서 돈을 찾았다.

"계산은 어제 그 숙녀분이 하셨습니다. 대단하시더군요. 손님."

종업원의 쥐꼬리처럼 난 수염이 호선으로 휘었다.

스칼렛이랑 온 건 맞았나보네.

그냥 내가 술 취해서 자니까 먼저 간 건가?

여자와 방 안에서 둘이 마시다가 먼저 기절해서 여자가 계산하고 먼저 갔다니.

상남자로서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들었다.

그래도 계산하고 갔다니 정말 바람직한 빗치 수녀임에 틀림 없었다.

"예?"

근데 대단하다니­?

"아닙니다. 그럼 다음에도 꼭 들러 주십쇼. 감사합니다."

내 반문에 종업원의 입꼬리가 좀 더 올라가더니 문을 정중하게 가리켰다.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딱히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살짝 무거운 문을 열고 나왔다.

밖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루를 일찍 준비하는 듯 수레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새벽부터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다니 대단하네.

또 늦게까지 술을 마셨는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돌아다니는 사내들도 제법 있었다.

나도 저렇게 술을 잘 마셔야 되는데 말이야.

툭하면 기절이나 하고.

사람들 속에 섞여 괜히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아카데미로 걸어갔다.

오늘은 가볍게 달리기라도 해야겠어.

기숙사에 들러서 간단히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나도 데리고 가게!!!'

어제 차마 데이트라 데리고 가지 못한 루나 검이 절절한 음성으로 매달렸다.

어차피 달리기만 할 거라 검이 필요 없기는 했지만, 그 절절한 음성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챙겼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나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게!'

그냥 나가서 술 마시고 뻗었어.

별일 없었는데?

'크흠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도 앞으로는 나도 꼭 데리고 가주게. 혼자 있으니 심심해서 죽을 것 같았네. 물론 나는 검이라 죽지는 않지만 하하하!'

그래 생각나면 챙기지 뭐.

'꼭!'

알았다고.

매일 새벽 훈련하자고 오던 비키가 오늘은 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아직 마주친 적 없기는 했는데...

비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살짝 걱정됐지만, 금세 그 상대가 비키라는 점을 깨닫고 걱정을 접었다.

그 비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리가 없다.

간단하게 운동장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수의 학생들이 운동장을 뛰고 있었다.

나도 괜히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가볍게 뜀박질을 시작해서 운동장을 따라 뛰었다.

운동장에 깔린 적당한 길이의 잔디가 주는 푹신함을 느끼며 점점 속도를 올렸다.

슬슬 몸에 땀이 날 때쯤.

"에이든!"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가벼웃 옷차림에 긴 생머리를 질끈 묶은 키아나가 내게 뛰어오고 있었다.

금세 내 옆으로 온 키아나가 내게 속도를 맞추며 뛰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사저."

아침부터 눈부시게 아름다운 키아나의 얼굴을 보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뛸 때마다 살짝씩 흔들리는 키아나의 가슴이 보이며 그 감촉이 다시 생각났다.

오늘은 운수가 좋을 것 같아.

"응. 부지런하네 에이든."

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키아나의 숨은 전혀 거칠지 않았다.

"그냥 요즘 일찍 일어나더라고요."

슬슬 몸에 열기가 나기 시작했다.

키아나와 속도를 맞춰서 한 바퀴를 더 뛰었는데, 아까부터 힘이 잘 안 들어가던 다리가 풀렸다.

갑자기 다리가 풀린 나는 달려가던 속도를 주체 못 하고 볼품없이 픽­하고 쓰러질 뻔했다.

그런 나를 키아나가 재빨리 끌어당겼다.

빠른 키아나의 반응 덕분에 흉하게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아 고마워요. 사저."

힘이 안 들어가는 다리에 기운을 돌려서 다시 혼자 설 수 있었다.

왜 자꾸 다리에 힘이 풀리지.

어제 잠을 잘못 잤나?

아니면 요새 기가 허한가.

힘이 풀렸던 다리를 주먹으로 탁탁 쳤다.

제대로 움직이란 말이야.

"..."

고개를 돌리니 키아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시발 저렇게 굳은 표정으로 보는 거야.

지금 겨우 이거 뛰고 지쳤냐고 꼽 주는 건가?

"하하 이건 그냥 어제 잠을 잘못 자서 그런 거 같아요."

나는 괜히 찔리는 마음에 서둘러 변명했다.

"...응. 운동은 여기까지만 하자."

키아나가 슬픈 표정으로 웃으며 내 어깨를 잡아 부축했다.

매번 저렇게 애매하게 웃는 것을 보니 원래 키아나는 저렇게 웃는 것 같았다.

"아니... 저 혼자 걸을 수 있는데, 이제 괜찮아요."

내 어깨를 두르고 있는 키아나의 손을 살짝 밀어냈다.

"그냥! 내가 사저니까 기대도 돼!"

갑자기 키아나가 나를 슬픈 눈빛으로 쳐다보며 언성을 높였다.

나는 급발진하는 키아나의 태도에 당황해서 밀어내던 손을 멈췄다.

"...알았지? 내가 사저니까."

내 어깨를 감싸 안은 키아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나를 놓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메론빵을 미리 사두지 않은 것은 후회됐다.

이 메론빵 중독자가 메론빵을 먹지 못해서 금단 증상이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귀족이면 자기 돈으로 좀 사 먹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곱게 키아나에게 기대어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몇몇 학생들이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수군거렸지만, 키아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래 이미 비키한테는 안겨서 돌아다녔었는데, 키아나한테 좀 기대어서 다닌다고 뭐 다를 거 있겠냐 싶었다.

그렇게 기숙사 앞까지 도착해서 이제 떨어지려고 했는데, 키아나가 내 어깨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사저."

"응?"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기숙사로 들어가려는 키아나를 붙잡아 세웠다.

"여기 남자 기숙사에요."

"근데?"

내 말에 정말 모르겠다는 듯 키아나가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비키나 키아나나 루나 그리고 안드레아까지 남자 기숙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고 있었다.

여학생이 남자 기숙사를 들어왔다가 걸리면 꽤 큰 감점을 받는 거로 알고 있었다.

물론 여학생뿐만 아니라 그 상대 남학생까지도 벌점을 받는다.

벌점은 학생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 감점까지는 없었지만, 상위의 등수를 가졌던 여학생이 임신하는 바람에 생긴 교칙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였으므로 처음에 내 신발에 묻은 흙까지 지적했었던 키아나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남자 기숙사에 여자 학생이 들어오면 교칙 위반이에요."

그래도 키아나가 혹시 모를 수도 있으니까 설명했다.

"응.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사저고 에이든은 사제인데?"

키아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물었다.

그 당당한 태도에 순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 의문이 들었지만, 이 좆같은 용사 아카데미의 교칙에 그런 예외 조항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사저는 여자잖아요. 나는 남자고.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게요. 진짜 괜찮아요."

나 또 유급하기는 싫단 말이야.

한 번 유급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욕을 먹었는데, 두 번이나 유급하면 어떤 취급 받을지 상상도 안 됐다.

내 어깨를 잡고 있는 키아나의 손을 잡아서 부드럽게 밀어냈다.

여자­남자­

키아나가 내 말을 조용하게 따라 말했다.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사저."

제발 그냥 돌아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최대한 밝게 웃었다.

"응. 알았어 사제. 언제라도 힘들면 내게 꼭 말해줘. 그게 뭐든 내가 도와줄게."

키아나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밝게 웃었다.

키아나의 미소에 세상이 좀 더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사히 키아나를 돌려보내고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좀 씻고 쉬다가 수업 가야겠다­

그런 내 기대는 방문을 열자 산산이 부서졌다.

의자에 앉아서 책상에 매끈한 다리를 올리고 있는 비키와.

침대에 누워서 비키를 인상 찌푸린 채 보고 있는 루나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루나는 또 그 노란 옷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다.

"삐­익"

내 모습을 확인한 루나의 얼굴이 만개한 작은 꽃처럼 환해졌다.

"음... 혹시 여기 남자 기숙사인건 다들 알고 있죠?"

나는 목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키아나도 막았는데, 난 이들도 통제할 수 있다.

나는 이들을 통제할 수 있다!

"우리 변태. 외박했더라?"

비키가 고운 눈썹을 찌푸리며 낮게 읊조렸다.

하하.

내 머리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내 머리가 제시한 합리적인 해결책에 따라서 나는 재빨리 방문을 다시 닫고 나갔다.

휴­

남자 기숙사인 내 방 안에 여자가 두 명이나 있을 리가 없지 하하.

아무래도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야.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다시 한번 문을 열었다.

"흐응­ 한 번만 더 그런 짓거리 해봐."

아까보다 더 얼굴이 구겨진 비키가 노려보고 있었다.

귀를 뜯어 버릴 테니까­

비키의 혀가 붉은 입술을 핥았다.

"삐­익"

인상을 찌푸린 루나가 손가락으로 그런 비키를 가리켰다.

하지만 비키의 뒤에 있던 책상만 사라지고 비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품했다.

시발 내 하나뿐인 책상 어디 갔어.

그러고 보니 내 방 안이 많이 휑했다.

시발 내 옷장이랑 신발장이랑 가방이랑 다 어디 갔어 미친.

"삐­익!!"

루나가 짜증난다는 듯 소리 질렀다.

***

히끅­

방문을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스칼렛이 놀라서 딸꾹질했다.

미안해 에이든.

내가 잠자는 에이든을 겁탈했어­

심지어 자신은 고통과 쾌락 속에서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좋아했다.

그것도 여러 번­ 정신없이... 다리가 풀릴 때까지 겁탈해버렸다.

스칼렛은 짙은 배덕감과 죄책감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나체 상태로 문옆에 그대로 쭈그려 앉아 있었다.

스칼렛의 아래에는 피와 액이 뒤섞여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직도 스칼렛은 아래에 무언가가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킁­킁­

안드레아는 아직도 경건하게 무릎 꿇고 에이든의 속옷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스칼렛은 안드레아가 숨을 크게 들이쉴 때마다 몸을 흠칫 떨었다.

침대에는 간밤의 흔적들이 가득히 묻어 있었다.

곳곳에 핏자국과 냄새만 맡아도 혼미해지는 액들까지.

히끅­

스칼렛은 혹시나 안드레아의 주의를 끌까 봐 자꾸만 나오는 딸꾹질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킁­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안드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식탁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일로와."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스칼렛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애써 움직였다.

스칼렛은 안드레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후­

스칼렛은 열기가 섞인 안드레아의 숨소리가 들리자 몸을 흠칫 떨었다.

"이이건 제거에요! 에이든의 아니! 에이든 신님의 것이 아니라! 진짜 제 것이에요! 다 저한테 나온 것 들이에요!"

살짝 고개를 들어 안드레아가 자신의 아래에서 흘러 나오는 액을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챈 스칼렛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분명 동갑인 안드레아였지만 스칼렛은 어느새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스칼렛은 두려움에 자꾸만 나오는 울음을 애써 억눌렀다.

"...그래."

마침내 안드레아의 시선이 다시 위로 올라왔을 때, 스칼렛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칼렛."

"네!"

스칼렛이 정자세로 대답했다.

"에이든 님이 뭔지 깨달았지?"

안드레아가 입 옆에 흐른 정체 모를 액체를 손가락으로 닦아서 먹었다.

스칼렛은 머리가 먹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어지러웠지만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안드레아가 헐떡이며 신을 부르짖던 게 생각났다.

그래 비위만 어떻게든 맞춰서 살아나가자.

나가면 동생을 데리고 다른 왕국으로 도망을 치든지 하자.

"신님이십니다!"

스칼렛은 눈을 질끈 감고 신을 배신했다.

"그래. 에이든 님은 신님이셔. 비록 지금 에이든 님은 기억 못 하고 계시지만."

안드레아의 붉은 입술이 호선으로 짙게 휘었다.

"물론 처음에는 믿기 힘들겠지­ 하지만."

안드레아가 말을 멈추며 양손을 힘차게 좌우로 펼쳤다.

그 때문에 탐스러운 안드레아의 가슴이 튕겼지만, 안드레아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안드레아의 뒤에서 그 어느 빛보다도 성스러운 빛이 솟구쳤다.

그 빛은 너무 밝아 방 안에 해가 뜬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단아하게 웃으며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는 안드레아는 성녀 그 자체였다.

스칼렛은 멍하니 그런 안드레아를 쳐다봤다.

"어리석은 나는 일평생을 눈먼 장님처럼 다른 애꿎은 것들을 신이라 여기며 헤매고 다녔다. 당연히 헤맬 수밖에 없었다! 신이 아닌 것들을 신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신이 아닌 것들을 신이라 믿고 있었으니 내가 신의 존재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마침내 에이든 님을 만나고 나는 깨달았다. 신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라 이것이 바로 그 증거이니."

안드레아에게서 빛이 더 환하게 눈을 태울 것처럼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스칼렛은 성녀처럼 신성력을 뿜어내는 안드레아의 경지를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분명히 신성 아카데미 시절에는 내 앞에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슷한 정도였는데 어느새 저렇게 증가한 거지?

심지어 자신이 상급 용사들과 던전을 돌아다닐 동안 쟤는 용사 아카데미에서 봉사나 하고 있었는데!

이거는 말도 안 돼.

해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안드레아를 보며 스칼렛에게 공포를 넘어선 질투가 자리 잡았다.

에이든이 신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스칼렛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스칼렛에게는 안드레아가 또다시 스칼렛의 앞에, 심지어 더 멀리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스칼렛도 대단하지만­ 그래도 안드레아한테는... 호호 기분 나빴어?'

'역시 안드레아가 최고야.'

지긋지긋하게 들렸던 말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안 돼.

또다시 안드레아에게 뒤처질 수 없어.

안드레아가 도대체 나보다 뭐가 잘 났다고 또다시 내 앞에 있단 말인가!

"아아­ 에이든 님!"

안드레아가 헐떡이며 에이든의 이름을 부르짖자 빛이 더 강렬해졌다.

이미 안드레아의 눈은 스칼렛이 아니라 먼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스칼렛은 고민했다.

정말 에이든이 신인가?

스칼렛은 에이든을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신성력을 돌려봤다.

에이든을 생각하니 간밤의 자신이 저질렀던 추악한 행동들과 그로 인한 흥분이 떠오르면서­

자신의 신성력이 전보다 확실히 증가한 게 느껴졌다.

어젯밤에는 쾌락 때문에 몰랐었지만, 자신의 신성력은 에이든을 겁탈하고 난 뒤에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로 증가했다.

그래. 나보다 잘난 것 없는 안드레아가 신성력이 이렇게 증가한 이유가 있었구나.

다른 이유가 없다면 안드레아가 자신과 압도적인 차이가 날 리가 없었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던 스칼렛이 아래에서 액이 넘쳐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스칼렛은 다급하게 아래에서 흘러 나오던 액을 손으로 다시 넣었다.

아직도 환하게 빛을 뿜어내는 안드레아를 보며 스칼렛은 이를 꽉 깨물었다.

안드레아가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게 아니라­

안드레아는 그냥 단순히 운 좋게 먼저 신을 발견한 것 뿐이야.

안드레아가 운 좋게 먼저 신을 발견해서 저렇게 신성력이 강해졌다면­

안드레아보다 뛰어난 자신이 그 신을 만나면 그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래­

에이든이 바로 신이야.

스칼렛은 몸에 가득 찬 신성력을 느끼며 끝없이 되새겼다.

마치 자신에게 세뇌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아아­

에이든은 신이야.

말도 안 되게 컸던 에이든의 물건이 점점 이해가 됐다.

잔소리만 하던 그 짜증나고 바보 병신 같던 바다신이 신이 아니라.

내게 쾌락과 넘치는 신성력을 준 에이든이 신이 분명했다.

마치 감겨 있던 눈이 번쩍 떠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아니라고 시발! 미친 이 새끼 또 차단했어!!! 놓으라고!! 내 포인트 다 투자했더니 저 새끼 말하는 꼬라지 보라고!!!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고!!! 너 신성력 증가한 거! 저 미친년한테 뒤질까 봐 내가 다 쏟아부은 거라고 시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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