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에이든 구출대 구성.
* * *
"그렇게 된 겁니다"
드숀은 자신이 말을 잘 끝마쳤는지 기억을 되짚어 확인했다.
주변의 부담스러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잘 끝냈다.
말주변은 드숀에게 몇 없는 재능 중 하나였다.
드숀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여우라는 년은 또 누구야!"
잠깐의 정적 뒤에 케이트가 비명을 질렀다.
드숀은 케이트의 말에 문 쪽을 확인했다.
아까 거기에 있던 여자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일단 보는 눈이 많으니까 진정을..."
씩씩대고 있는 케이트의 옆으로 조슈아가 다가와서 속삭였다.
"에이든은 무슨 가는 곳마다 여자가 있어!!! 걔한테 무슨...! 후 어른스러운 내가 참아야지."
한 번 더 씩씩대던 케이트가 팔짱을 끼면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드러난 케이트의 압도적인 가슴에 드숀의 시선이 갔지만, 드숀은 바로 시선을 돌렸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케이트는 에이든의 여자가 분명했다.
혹시 에이든이 최면을 배웠나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케이트의 외모는 에이든에게 과분했다.
하지만 이유가 뭐건 드숀은 친구 여자의 가슴을 훔쳐보는 파렴치한 놈이 아니었다.
"그럼 일단 구조대를 먼저 구성해야겠군요."
수녀가 종이를 접어서 품 안에 챙기며 말했다.
수녀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수녀의 손은 연신 떨리고 있었다.
"너! 말 잘했다! 이 일을 에이든에게 따지기 위해서 나는 에이든을 구출해야겠어!!"
케이트가 짝하고 박수를 쳤다.
"근데 뭐를 따져요?"
드숀은 문득 생긴 궁금증을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말해버렸다.
"너는 닥쳐 좀!!! 오렌지 같이 생긴 게!!"
그 대가로 드숀의 반대쪽 볼에도 추가적인 멍이 생겼다.
"드숀 학생도 환자입니다. 황녀님 고정해주세요!"
길길이 날뛰는 케이트에게 다시 선생님들이 들러붙어서 말렸다.
체구가 작은 케이트였지만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쟤가 열 받게 하잖아!!!"
케이트는 들려서 끌려가는 와중에도 공중에서 드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열 받게 한다고 다 쥐어패면 안 됩니다... 황녀님."
"왜?! 내가 꼴 받아서 좀 쥐어패겠다는데! 문제 있어?!"
케이트의 살벌한 눈빛에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런 화풀이는 나가서 하시죠. 지금은 에이든 님 구출이 우선입니다."
길길이 날뛰는 케이트에게 아무도 말하지 못할 때, 안드레아 수녀가 싸늘한 눈빛으로 케이트를 쳐다보며 말했다.
"뭐?! 건방진 게!! 너네 아부지 뭐하..."
"에이든 님 구출이 우선입니다."
소리지르는 케이트의 말을 짜르며 안드레아 수녀가 말을 이었다.
그에 케이트의 인상이 구겨졌지만 더 이상 소리 지르지는 않았다.
너는 나중에 봐
케이트가 구시렁대면서 구겨진 옷을 탁탁 털었다.
"아카데미 측에서는 구출대를 구성하고 있나요?"
구시렁거리는 케이트를 무시하고 안드레아 수녀가 선생님들을 보며 물었다.
"흠흠 구출대라뇨?"
선생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사내가 큼큼거리면서 대답했다.
"에이든 님은 용사 아카데미의 학생입니다. 학생이 아카데미 내에서 납치되었는데, 아직도 구출대를 구성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안드레아 수녀의 목소리는 더없이 싸늘해졌다.
케이트도 안드레아 수녀를 따라서 사내를 쳐다보며 주먹을 쥐었다폈다 했다.
사내는 그런 케이트의 태도에 혹시나 다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황녀에게 맞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들었다.
사내에게는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체면의 문제였다.
"학생이라고 하신 건 저희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학생이 용사 아카데미의 학생입니다. 다른 일반 아카데미도 아니고 용사 아카데미요. 용사 아카데미는 용사를 양성하는 기관입니다. 그럼 용사 아카데미의 학생은 용사 지망생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그런데 용사 지망생이 납치되었다고 구출대를 구성하는 것은 조금... 심지어 그 학생이 유급생에 평민이라... 아 지금 말한 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아카데미의 의견입니다."
사내는 아카데미 내부 회의에서 나온 결과를 되새김질하면서 입을 열었다.
말을 할수록 싸해지는 분위기에 사내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케이트는 사람이 화가 이렇게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지금 당장 눈치 보고 있는 늙다리의 거슬리는 수염을 다 뽑아 버리고 싶었지만, 에이든의 구출을 생각하며 일단 참았다.
거슬리지만 수녀의 말처럼 에이든이 먼저니까.
케이트는 떨리는 주먹이 움직이려는 것을 안간힘을 다해 참았다.
"그래서 결국 학생이 납치되었지만,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안드레아 수녀가 손에 든 펜을 꽉 쥐었다.
"크흠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그 구조대라는 게 하루아침에 구성이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심지어 지금은 학기 중이라 선생님들은 다들 스케줄이 있어서... 크흠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말이죠."
사내가 천장을 쳐다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럼 내가 납치되었을 때는?"
케이트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황녀님은 신분이 다르지 않습니까. 신분이! 그리고 그때도 구출은 황실 기사단이 했습니다."
사내가 자신이 말하고도 뻘쭘한지 선생들이 모인 쪽을 보며 동의를 구했다.
그 시선에 사내와 비슷한 연배의 선생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젊은 선생 몇몇은 시선을 외면했다.
"용사 아카데미의 기본 원칙이 뭐였지?"
케이트는 역겨움을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지금 당장 저 새끼의 수염을 뽑아버리고 싶다.
"아카데미 내에서는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없습니다! 없지만... 그 학생은 아카데미 밖에 있지 않습니까?"
케이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사내가 수염을 손으로 슬쩍 가렸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케이트가 늙은 사내에게 뛰어들었고 옆에 있던 선생들이 말렸지만, 케이트는 기어코 사내의 수염을 한움큼 뽑아버렸다.
사내는 수염이 생으로 뽑혀 피가 나는 부분을 수녀에게 보여줬지만, 수녀는 못 본 척 하고 방에서 나갔다.
눈에 잔뜩 눈물이 고인 사내를 보며 코웃음 친 케이트가 수녀를 따라 나갔다.
***
"다들 이야기는 전해 들었을 겁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안드레아 수녀가 입을 열었다.
드숀은 지금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다.
에이든을 구한다는 이야기에 자신도 지원해서 왔지만, 왜 죄다 미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거지?
심지어 아카데미에서 제일 유명한 키아나까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도대체 에이든 이 녀석은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닌 거야.
"그러니까 어떤 건방진 녀석들이 내 꺼를 훔쳐 갔다는 거잖아."
비키가 방금 잠에서 깬 것처럼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기지개를 켰다.
그에 따라서 비키의 거대한 가슴도 움직였지만, 드숀은 냉큼 시선을 내렸다.
이거는 케이트 때와는 다르게 본인이 살기 위해서였다.
"제 사제는 누구의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십쇼."
키아나가 비키에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내 것을 내 것이라고 부르는 건데? 불만 있어?"
비키가 키아나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게 왜 니꺼야!!! 엄밀히 말하자면 내 꺼에 제일 가깝거든!!!"
케이트가 발작하듯이 소리쳤다.
케이트는 묘하게 전보다 여유로워진 비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녀님도 제 사제를 그렇게 함부로..."
키아나가 이번에는 케이트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침을 온몸에 발라뒀으니까 내 꺼지."
비키가 혀를 낼름 내밀어 자신의 붉은 입술을 핥았다.
"뭐?!! 이 에이든 쓰레기 같은 놈이!!!"
케이트가 분통을 터뜨리면서 탁자를 자그마한 주먹으로 내려쳤다.
하지만 탁자는 케이트의 생각보다 단단했고 케이트의 주먹은 생각보다 약했다.
아앗 아파!
케이트가 탁자를 내려치자마자 벌겋게 부어오른 주먹을 안드레아에게 내밀었다.
"후 다들 집중하시죠. 싸우는 건 에이든 님을 구하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쓸데없는 다툼으로 시간을 버릴 때가 아닙니다."
안드레아가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케이트의 주먹을 슬쩍 어루만졌다.
안드레아의 차분한 목소리는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붉어진 케이트의 작은 주먹이 안드레아의 손길에 금세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구겨져 있던 케이트의 얼굴도 그에 따라 환하게 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드숀은 자신의 확신이 맞다는 걸 깨달았다.
확실해 에이든 이 새끼는 최면 능력을 깨우친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미녀들이 에이든을 사이에 두고 싸울 리가 없었다.
이들 한명 한명 전부다 에이든이 무릎 꿇고 매달린다고 눈길조차 주지 않을 정도의 미인이었다.
"일단 우리가 모을 수 있는 인력부터 논의하죠."
케이트의 손을 놓은 안드레아가 차분하게 말했다.
"나!나! 나는 황실 기사단 데리고 올 수 있어!"
케이트가 다급하게 손을 들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황실 기사단이면 저희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안드레아가 그런 케이트에게 단아하게 웃어줬다.
케이트는 금세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비키를 내려다봤다.
물론 키가 작은 케이트는 앉은키도 작았기 때문에 내려다 보기 위해서 머리를 한껏 젖히는 자세가 됐지만.
"에이든을 납치한 놈에 대한 정보는 내가 가져올 게 내가 아는 애들이 있어서 말이야."
비키는 그런 케이트를 보며 피식하더니 말을 이었다.
"예. 정보가 최우선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안드레아가 비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레아의 대답에 비키가 케이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익 정보라면 황실 기사단도 할 수 있거든!!!"
모두가 다시 씩씩거리는 케이트를 무시했다.
"제 스승님은 제국의 북쪽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발견되었다는 보고 때문에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키아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필 이럴 때 스승님이.
불안한 마음에 키아나는 자신의 왼쪽에 매달린 검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감촉과 함께 마음이 진정됐다.
그래 이럴 때를 위해서 검을 휘둘렀잖아.
"히끅!"
키아나의 말에 케이트가 갑자기 딸꾹질하면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러면서 주위의 눈치를 봤지만 아무도 케이트의 행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카데미 측에서도 젊은 선생님들 두 분이 도와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성당 쪽에서는 저를 포함한 세 명의 수녀가 동행할 것입니다. 상대 단체의 규모를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그것은 비키님이 알아보신다고 하셨으니까 무작정 돌아다닐 수도 없으니 정보가 올 때까지 일단 각자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하죠."
안드레아가 노트를 접으며 말했다.
다들 안드레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드숀이 손을 들었다.
"뭐죠?"
드숀의 존재조차 잊고 있던 안드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럼 이 회의의 이름은 뭘로 할 건가요?!"
드숀이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이요?"
생각치 못한 드숀의 질문에 안드레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예! 예로부터 중요한 회의에는 이름이 붙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이란 것이 주는 영향도 있다고 알고 있고... 예를 들면 왕국 정상 회담이라든지..."
신나서 말하던 드숀은 주변의 시선에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바보 같은 드숀의 말이었지만 안드레아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황녀와 떨거지들로 하자!!!"
케이트가 눈을 빛내면서 손을 번쩍 들었다.
"뭐야 그 유치한 이름은 내 것 구출대 어때?"
비키가 케이트를 비웃고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별로입니다. 제 생각에는 내면에 악을 지녔지만 굴하지 않고 싸우는 용감한 이를 구출하기 위한 구출대가 좋아 보입니다."
키아나가 반듯하게 손을 들고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뭐야! 푸하하! 완전 유치하고 길어!!"
케이트가 그런 키아나를 손가락질하면서 비웃었다.
"전혀 안 유치합니다! 유치하기로는 황녀와 떨거지들이 더..."
얼굴이 붉어진 키아나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하시죠."
안드레아의 차가운 목소리에 시끄러운 싸움이 멈췄다.
"이 회의의 이름은 테조스로 하겠습니다."
안드레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 테조스 설화 말하는 거지? 음... 뭐! 나쁘지 않네! 찬성!"
안드레아의 말에 입을 오물오물 거리던 케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든 상관 없잖아. 회의 이름따위"
비키가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저는 제가 말했던 이름이 더..."
키아나는 아직 미련이 남은 듯 조용히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 테조스 설화가 뭡니까?"
드숀이 이름이 정해진 분위기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제국민이 테조스 설화도 몰라?!"
그런 드숀에게 돌아온 것은 한심함이 가득 담긴 케이트의 질책이었다.
다들 한심하게 드숀을 쳐다보기만 할 뿐 누구도 드숀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별 상관없잖아 회의 이름 따위
비키가 다시 한번 중얼거리며 방에서 나갔다.
***
이 돼지 새끼 시발.
이 새끼는 내가 돼지를 구우는 족족 들고가서 처먹었다.
언제까지 처먹나 궁금해서 계속 구웠는데 정말 끝도 없이 처먹었다.
"아하하핫! 형제님 고기 굽는 솜씨가 정말 대단하시군요! 역시 인재답습니다! 인재!"
기름기가 잔뜩 묻은 손으로 내 등을 두드리며 돼지 새끼가 웃었다.
힘없는 나는 또 웃으면서 녀석에게 돼지고기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쩝쩝! 크흡! 쩌업! 쩝!"
심지어 이 새끼는 야무지게 쩝쩝거리면서 처먹었다.
그냥 손에 든 단검으로 녀석을 찌르고 싶은 충동을 백 번은 참은 것 같았다.
짜증이 난 나는 남은 고기들 중 먹을 수 있는 부위를 전부 가져와서 고기에 구웠다.
그래 이 정도면 나도 한 덩이는 먹겠지.
어느새 다 먹은 녀석이 다시 내 옆으로 와서 침을 뚝뚝 흘렸다.
고기가 많이 찍혀 있는 뼈를 녀석에게 건네고 남은 고기들을 먹었다.
쩝쩝거리는 녀석의 소리를 무시하고 내 고기들을 뜯어 먹었다.
잔뜩 허기가 진 상태에서 먹는 고기는 정말 최고였다.
그렇게 간신히 허기를 채우고 녀석이 다시 일어났다.
"부지런히 움직입시다 형제님! 자고로 종교인들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녀석이 기름기가 잔뜩 묻은 손을 대충 잔디에 문대서 닦았다.
절대 따라가기 싫은 모습이었지만, 나도 따라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녀석은 처음 듣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서서 걸었다.
근데 그 음성이 제각각이라 노래라 칭하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형제님은 노래 실력이 정말 뛰어나시군요!"
물론 내 입은 쉬지 않았다.
"하핫! 정말입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불결한 귀를 가진 사람들이 별로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들 제대로 된 귀를 심어준 적도 있었습니다. 하핫 역시 형제님은 인재가 분명합니다! 제가 특별히 특급 성도로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녀석이 내 칭찬에 들썩들썩하며 신나서 대답했다.
특급 성도?
그러고 보니까 이 새끼가 무슨 교라고 했었지.
"그러고 보니 저희가 가는 곳은 어떤 곳입니까?"
기분이 좋아 보이는 녀석의 모습에 은근슬쩍 질문했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형제님한테 설명해드리지 않았군요!"
녀석이 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기괴한 각도로 꺾었다.
끄드득
기괴한 소리가 나며 녀석의 얼굴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어떤 누가 봐도 경기를 일으킬 징그러운 모습이었지만, 이미 식사하는 동안 몇 번이나 본 나는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았다.
그냥 저 행동이 녀석 나름의 스트레칭이라고 생각했다.
"예. 그래도 저는 형제님과 통하는 느낌을 받아서 그곳이 어떤 곳이든 일단 형제님을 따라가는 겁니다."
방금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내 입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저 녀석이 끌고 가는 곳이 어디든 녀석에게 잘 보여서 나쁠 게 없었다.
"아하하! 형제님도 그렇게 느끼신 겁니까?! 역시 제 예감이 틀리지 않았군요! 형제님은 우리 처녀교에 필요한 인재! 인재입니다!"
반 바퀴 더 돈 녀석의 얼굴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녀석은 이제 신나게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처녀교요? 아! 이름부터 너무 매력적이군요!"
녀석의 입에서 나온 '처녀교'라는 해괴망측한 이름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교 이름이 시발 처녀교가 뭐야 미친.
"와하핫! 맞습니다! 저희 처녀교는 정말 환상적인 단체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환상적! 여자가 만약 처녀가 아니면 그 자리에서 패 죽여야 된다는 완전 멋진 교리도 있답니다!! 환상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그런 !"
녀석이 과장되게 양손을 쫙 펼쳤다.
녀석의 목소리는 잔뜩 올라가서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침까지 흘리며 잔뜩 흥분해 말하는 녀석의 모습에 당황했다.
애미 시발 괜히 물어봤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