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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79화 (79/233)

〈 79화 〉 적성에 맞는 에이든.

* * *

손에 들린 종이를 집중해서 읽던 케이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케이트의 뒤에 서 있던 황실 기사단 중 막내인 안토니는 황녀의 입에서 나올 말을 생각하며 기다렸다.

"너 이리 와봐."

케이트가 안토니를 손가락으로 까닥까닥하면서 가리켰다.

아무리 황녀라지만 그래도 황실 기사단인 자신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부르다니.

황실 기사단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안토니는 일부러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케이트에게 다가갔다.

그런 안토니를 보며 케이트가 피식 웃었다.

인상을 구기는 안토니를 본 선임 기사 발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발디는 분명 어제 안토니에게 황녀님의 말이라면 배라도 까뒤집으라고 교육을 몇 번이나 시켰었다.

'요즘 것들은 말로 해서는 못 알아 처먹어 때려야 말을 알아 듣는 다니까'

신입 교육 때는 몇 대 쥐어박으면서 해야 된다는 자신의 선임 말을 무식한 조언이라고 무시한 것이 잘못이었나?

어떻게 단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사고를 치는 거지.

안토니의 옆에 있던 선임 발디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며 시선을 돌렸다.

납치사건 이후로 황실 기사단이 케이트의 경호를 맡게 되면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황실 기사단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신입 기사가 막무가내인 황녀의 언행에 불만을 표출하고­

"차렷."

케이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명령했다.

안토니는 케이트의 명령에 정자세를 취했다.

퍽!

"으읍?!"

케이트에게 정강이를 세게 차인 안토니가 고통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안토니는 황실 기사라는 지위가 있었기 때문에 정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트는 미소지으면서 신나게 안토니의 정강이를 계속해서 걷어차기 시작했다.

"으아악!­"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한 안토니가 정강이를 부여잡으면서 땅을 뒹굴었다.

"야! 얘 선임 누구야."

고통에 뒹구는 안토니를 차갑게 쳐다본 케이트가 팔짱끼고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

"황실 기사 발!디!"

발디는 황급히 케이트의 앞으로 달려가서 차렷 자세를 취했다.

케이트는 냉큼 발디의 정강이도 걷어찼다.

발디는 눈물이 나올 만큼 아팠지만 티 내지 않고 자세를 유지했다.

"아주 놀러 왔지? 놀러 왔어!"

케이트가 인상을 잔뜩 쓰며 소리쳤다.

"아닙니다!"

발디는 고통에 찌푸려지려는 얼굴을 참으며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신입 교육을 내가 일일이 시켜야 돼?"

케이트가 인상을 쓰며 발디를 올려다봤다.

"아닙니다! 제가 똑바로 시키겠습니다!"

발디는 올려다보는 황녀의 시선에 냉큼 무릎을 꿇었다.

"저 폐급 새끼 똑바로 교육 시켜. 또 한 번 저딴 건방진 표정 지으면..."

케이트가 마지막 말을 삼키며 환하게 웃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 미소는 케이트의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누구라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미소였지만, 막상 바로 앞에 있는 발디는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그리고 이 종이 아버지한테 가져다주고."

케이트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가지런히 접어서 건넸다.

케이트의 입에서 나온 아버지라는 단어에 발디는 하마터면 되물을 뻔했다.

발디가 입 끝까지 나온 말을 삼키며 종이를 받았다.

아무리 황실 기사라고 해도 함부로 그분을 만날 수 없었다.

"제국 내에서 발생한 처녀교라는 사이비 집단에 대한 정보야. 누가 아버지의 눈을 가렸는지는 몰라도 꽤 큰 규모던데? 아버지한테 전해주면 좋아 죽을 거야. 아버지는 자신의 케이크를 조금이라도 나누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게 가족이라 하더라도­

말을 마친 케이트가 표정을 굳히며 뒤로 돌았다.

"너는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왜 거기서 잘려고? 이불 줄까?"

아직도 땅을 뒹굴고 있는 안토니를 보며 케이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닙니다! 으악!"

안토니는 황급히 일어났지만, 정강이의 통증때문에 흉하게 다시 넘어졌다.

저저 병신 새끼.

발디는 자신의 후임이 폐급이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누가 얘 이불 좀 줘라!"

케이트가 안토니를 보며 혀를 찼다.

안토니는 한껏 붉어진 얼굴로 황급하게 일어나서 발디의 옆에 가서 섰다.

"쯧,이제 출발할 거니까 애들 다 모아. 목표는 좌절의 숲이다."

케이트가 그런 안토니를 못 마땅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발디와 안토니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답했다.

케이트는 빨간 머리가 준 종이에 적혀 있던 좌절의 숲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좌절의 숲이라니­

그래도 제국안에 있는 곳이라 다행이네.

케이트는 에이든이 납치 된 곳이 마왕의 성이라고 해도 상관 없었다.

자신을 목숨 걸고 지키던 에이든의 든든한 뒷모습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자신이 에이든을 지켜줄 차례였다.

가면 쓴 변태들에게 납치당한 에이든이 고통받고 있을 생각에 케이트는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조금만 기다려 에이든.

내가 꼭 구해내 줄게.

케이트는 자꾸만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

"후­"

괜히 에이미의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한 번 더 주무르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정말 명품 엉덩이라니까.

어떻게 이런 엉덩이로 아직까지 처녀일 수가 있지.

정신없이 에이미와 몸을 섞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난 지 감도 안 왔다.

자신의 흔적으로 범벅이 된 에이미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쳐다봤다.

에이미의 몸은 아직도 교미의 흔적 때문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입교하자마자 이런 대접이라니­

내 예상과 다르게 처녀교는 좋은 곳이 아닐까?

"드디어 끝났어?"

힘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에이미가 물었다.

"응 이제 진짜 끝났어."

더 이상 성욕이 안 생길 정도로 몸을 섞고 나니 에이미를 대하기 한결 편했다.

이미 모든 걸 본 사이니까.

낯선 여자와 제일 빠르게 친해지는 방법은 아마 교미가 아닐까?

지금 자신과 에이미도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해지지 않았는가.

자신의 합리적인 추론에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아카데미 교재에 실어도 될 정도로 신뢰가 가는 이론이었다.

[그렇지 교미는 낯선 사람과 하는 격렬한 악수 정도지! 크하하하 교미! 교미!]

[크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원래 남자들은 다 이렇게 해? 왜 여자들이 남자와 몸을 섞는지 조금 알 것 같네­"

에이미가 자신의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을 옆에 있는 수건으로 닦으며 물었다.

"아니 내가 교미왕이라 그런 거지. 아무나 흉내 못 내지 이건."

힘찬 목소리로 자신감 있게 답했다.

"풋­ 내가 말한 조건은 기억하지?"

에이미가 작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교미할 때 에이미가 이것저것 물어봤던 거 같은데.

솔직히 어떤 남자가 교미하는 중에 아니라고 답하겠는가.

에이든은 자신의 쾌락에 집중하며 에이미의 모든 대답에 긍정해버렸다.

문득 자신이 무리한 약속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어색하게 웃었다.

"어머! 지금 내 안에다가 신나게 싸고 나서는 기억 못 한다고 하는 거야? 이것 보라고­"

에이미가 자신의 아래에서 아직도 흘러나오는 걸 손으로 집어서 에이든에게 내밀었다.

에이미의 손가락 사이로 끈적한 액이 쭈욱 흘렀다.

으 더러워 그걸 왜 들이밀어.

나는 화들짝 놀라 질색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니­ 모른 척 하려는 게 아니라. 하긴 할 건데 구체적인 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지."

"네 것인데 니가 왜 더러워해."

에이미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맛있는 것을 먹는 것처럼 쪽쪽 빨아먹었다.

아니 저거 처녀 맞아?

에이미의 요염한 태도에 괜히 의심이 들어 아래를 확인했다.

침대에 거뭇거뭇하게 묻은 피를 보면 맞는 거 같은데.

"이번에는 잊지 말고 잘 들어. 첫 번째 내 언니 에밀라를 찾는 데 도와줄 것. 두 번째 만약 이곳을 탈출할 때 나와 에밀라를 데리고 같이 나갈 것."

에이미가 자신의 침이 잔뜩 묻은 손가락을 곱게 피며 차분하게 말했다.

뭐 그 정도는 노력할 수 있지.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가 원할 때 언제든 나를 사용해도 좋아­"

너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에이미가 시원하게 웃으며 다리를 활짝 열었다.

언제든이라는 단어와 사용이라는 단어가 여자 입에서 나오니 말도 안 되게 매력적이었다.

나는 내 흔적이 잔뜩 묻은 에이미의 나체를 감상하며 전보다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침대에서 조금 더 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미도 나를 따라서 일어났지만,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런 에이미의 옷을 입혀주고 부축하며 방 밖으로 나갔다.

방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로 가야 될 지는 몰랐지만 우리는 일단 아래로 내려갔다.

홀에는 우리를 인도해 준 사내가 혼자 앉아서 식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고 있었다.

"크흠­ 꽤 오래 하는 군. 마치 내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았네."

우리가 내려오는 것을 확인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혼자서 걷지 못하고 내 부축을 받고 있는 에이미를 사내가 슬쩍 훑어봤다.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교미로 인해서 가득 찬 자신감을 미소에 담았다.

"크흠 일단 입교식을 마쳤으니 특급 신도 숙소로 안내해주겠네. 거기로 가면 자네의 선임 특급 신도가 안내해줄 거야."

에이미를 한 번 더 훔쳐본 사내가 걸어갔다.

사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기숙사처럼 생긴 건물이었다.

사내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건물은 기숙사보다는 못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중앙에는 큰 계단이 있고 층별로 나누어져 있는 구조였다.

건물을 들어가자 이상한 냄새가 맡아졌다.

이게 무슨 냄새야 시발.

"안녕하십니까! 저는 1급 신도 코니입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들어가던 사내가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다른 사내를 보고 크게 인사했다.

사내의 인사에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1급 신도가 여기에는 무슨 일인가."

우리 바로 앞까지 온 사내가 후드를 뒤로 넘기면서 대답했다.

사내는 전체적으로 못생겼다.

나도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못 생기지는 않았는데.

이 사내는 확실하게 못생겼다.

들창코에 볼에는 주근깨가 잔뜩 박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저렇게 확실하게 못생긴 것도 재주 아닐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사내가 다시 후드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특급 신도가 신입으로 들어와서 안내해주기 위해 왔습니다."

코니라고 소개한 사내가 연신 굽신거리며 인사했다.

"흐음 특급 신도가 신입으로­?"

들창코 사내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그 시선이 기분 나빠서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 새끼 좆밥 같은데.

"예."

"그래 여기부터는 내가 안내하지 가보도록 하게."

사내가 코니라고 소개한 사내에게 손을 휘저었다.

코니는 연신 굽신거리면서 뒷걸음질로 건물에서 나갔다.

"반갑네. 나는 특급 신도 다리오라고 하네. 그럼 옆에는 자네의 전담 처녀인가?"

내게 호쾌하게 웃으며 설명한 사내가 에이미를 정신없이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물었다.

"저는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사내의 더러운 시선에 에이미가 내 뒤로 숨었다.

"신입인데도 꽤 좋은 처녀를 받았군­ 일단 방을 안내해주겠네."

눈에 띌 정도로 침을 꿀꺽 삼킨 사내가 뒤돌아서 걸었다.

"여기가 자네가 생활할 방이네. 청소 같은 경우는 자네의 전담 처녀에게 시키면 되고­ 일단 쉬고 있게."

에이미를 한 번 더 훑어본 사내가 더럽게 웃으며 열쇠를 내게 건네줬다.

아닌가? 그냥 웃은 건데 얼굴이 더러운 건가.

"아 네 감사합니다."

사내에게 열쇠를 받고 인사한 다음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은 후진 냄새가 나고 작았지만, 내 기숙사 방보다는 컸다.

나쁘지 않은데 여기도?

침대도 두 명이 누울 정도로 넓었다.

하긴 전담 처녀랑 같이 생활해야 하니까 넓은 건가.

옷장도 있었는데 열어보니까 밖에 쓰고 다니던 검은 후드가 세벌이나 걸려 있었다.

이 후드가 여기 대표 복장인가.

그 옆에는 흰색 옷이 고이 접혀 있었다.

뭐지 하고 들어서 확인해보니까 전형적인 하녀 복장이었다.

검은색 옷에 흰색으로 달린 프릴 그리고 아래는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치마였다.

"이게 내 건가 보네."

에이미가 내 손에서 옷을 가져갔다.

그러더니 부끄럼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보통 저렇게까지 부끄러움이 없어지나.

나는 옷 갈아입는 에이미의 아름다운 나체를 감상했다.

다시 봐도 건강미 넘치는 아름다운 몸이었다.

"왜? 또 하고 싶어? 언제든 사용해도 된다니까­"

그런 내 시선을 눈치챈 에이미가 자신의 치마를 슬쩍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속옷을 옆으로 치웠다.

그 모습에 더 이상 힘을 낼 수 없을 것 같았던 하체에 거짓말처럼 힘이 다시 들어갔다.

나는 거칠게 그런 에이미를 안았다.

이게 처녀교라면...

의외로 나쁘지 않을 지도?

"에밀라­!"

절정에 이른 에이미가 길쭉한 다리로 나를 감싸며 자신의 언니를 부르짖었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

칫솔 챙겼고.

수건 챙겼고.

음 속옷도 필요하겠지?

정신없이 물건들을 챙기다 보니까 드숀의 가방은 터질 것처럼 빵빵해졌다.

드숀은 그 모습을 보며 너무 많이 챙겼나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목표인 좌절의 숲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좌절의 숲이라니.

드숀은 목적지를 듣고는 에이든 구출대에 지원한 걸 후회했다.

좌절의 숲은 제국민에게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끝없이 나오는 마물과 까닥하면 길을 잃기 쉬운 울창한 숲까지.

자신처럼 좆밥이 들어갔다가는 마물의 밥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콘레드 가의 둘째 아들 아닌가.

이미 구출대에 참가 하기로 한 자신이 이제 와서 취소하면 콘레드가의 위상이 땅에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만약 에이든을 구출해내면 에이든의 누나가 자신을 다르게 생각해주지 않을까?

비록 그 둘의 관계가 평범한 누나 동생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드숀은 자신을 떼어내기 위한 연기였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안주머니에 있는 두둑한 손수건을 확인한 드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면 완벽했다.

콘레드 가의 문양이 들어간 검을 옆구리에 차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기합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황실 기사들을 보며 드숀은 괜스레 긴장감이 들었다.

그 중심에는 화려한 마차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마차의 앞에는 윤기 나는 말들이 여섯 마리나 붙어 있었다.

드숀은 태어나 처음 보는 화려한 마차에 쩍하고 입을 벌렸다.

"빨리! 빨리! 움직여! 바쁘다고!!"

케이트가 그런 마차의 옆에서 연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마차의 위에는 케이트의 뒤에 조용히 서 있던 흰 머리의 소녀가 올라가서 앉아 있었다.

소녀는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 왔습니다..."

주변의 바쁜 분위기에 괜히 겁먹은 드숀이 조용하게 케이트에게 말했다.

"너는 뭐야!! 방해하지 말고 마차로 꺼져있어!!"

케이트가 인상쓰면서 소리 지르고 다시 사람들을 움직였다.

"너!!!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케이트가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면서 소리쳤다.

케이트의 고함에 찔끔 놀란 드숀은 마차 문을 조용하게 열고 들어갔다.

아카데미에서 황녀가 저렇게까지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마차 안의 풍경에 드숀의 눈을 커지다 못해 찢어질 것 같았다.

마차는 마법이 걸린 마차인 듯 밖에서 봤을 때보다도 훨씬 넓었다.

안에는 4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길고 푹신한 의자가 6개나 배치되어 있었다.

마법이 부여된 마차는 그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고 들었는데, 역시 괜히 황녀가 아닌 듯했다.

언젠가 책에서 봤던 드워프 왕국에 있다는 열차와 같은 내부 모습에 드숀은 감탄했다.

마차 안에는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탄 상태였다.

그때 테조스 회의에서 봤던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이 제일 늦게 온 것 같았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비키와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봐 조심하면서 드숀은 빈 의자에 앉았다.

"그 기도는 언제 또 하나요­?"

드숀의 뒷자리에서 조곤조곤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마치 아이가 어미에게 사탕을 보채는 것처럼 들렸다.

"지금은 보는 눈이 많으니까요. 혼자서 기도는 해봤나요? 아가사 수녀?"

그때 안드레아라고 소개한 수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답했다.

"아직 혼자는 부끄러워서... 안드레아 수녀님과 함께하는 기도가 더 좋기도 하고..."

조용하게 주저하면서 말하는 목소리에 드숀은 의문이 들었다.

보통 기도는 혼자 하지 않나?

하지만 성당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드숀은 기도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럼 이따 저녁에 같이 기도하도록 하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안드레아 수녀가 경건한 목소리로 답했다.

"...감사합니다."

수녀가 수줍게 답했다.

"그럼 에이든 님을 구출하면 다 같이 기도를 하는 건가요?"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지나간 후에 수녀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에이든 님과 함께하는 기도는 우리끼리 하는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그분은..."

뒷말은 너무 작게 말해서 드숀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 새끼 지 혼자서 성당에 다닌 거야?

그래서 저렇게 미인인 수녀들과 친해진 거군.

치졸한 에이든의 수법을 하나 알아낸 것 같은 느낌에 드숀의 기분이 좋아졌다.

드숀은 이번 구출이 끝나고 나면 자신도 열심히 성당에 다니겠다고 다짐했다.

히끅­

뒤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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