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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82화 (82/233)

〈 82화 〉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보직 ­1­

* * *

나는 믿기지 않는 상황에 다시 한번 눈을 비비고 종이를 확인했다.

여전히 적혀 있는 문장은 '신수의 처녀막 연구'였다.

아니 애초에 신수라는 게 뭔데.

"신수의 처녀막이라니 정말 고귀하고 신성한 보직입니다! 역시 에이든님!!"

옆에서 재클린이 눈을 반짝이며 들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신수에 대해서 알고 있나?"

종이를 구겨버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으며 물었다.

"아! 에이든 님은 마법사가 아니시니 신수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겠군요. 마법사들에게는 꽤 유명한 개념인데 말이죠."

재클린이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신수가 뭔데."

보직을 확인한 순간부터 머리가 자꾸 지끈거렸다.

"신수란 단어 그대로 신령스런 동물입니다. 신수들은 특유의 도술이라는 것을 사용한다는 데 마법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더군요. 또한 도술을 사용하는 신수는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읽었습니다. 하지만 속세로는 거의 나오지 않고 그들의 근거지인 구름섬에서만 머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구름섬에서 가끔 유희 삼아서 내려온다고 읽었습니다."

내 질문에 재클린이 기다렸다는 듯이 숨도 쉬지 않고 한 번에 말했다.

재클린은 음침한 외모와는 다르게 마법사답게 의외로 유능했다.

아닌가? 원래 마법사가 음침하게 생겼나?

내가 아는 마법사라고는 재클린과 루나밖에 없어서 표본이 부족했다.

루나도 조금 음침한 느낌이기는 한데.

"근데 그런 신수가 우리 처녀교에 있었다니... 생각보다 유능했군요! 우리!"

중얼거리던 재클린이 짝 소리가 나게 박수를 치더니 음침하게 웃었다.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면서 신령스런 동물이라며. 근데 그런 신수가 왜 여기 있어."

평범한 인간인 나조차도 여기 있기 싫은데 말이야.

"아! 아직 저희 교주님을 못 보셨군요! 저희 교주님도 인간의 범주에 벗어날 정도로 강합니다."

재클린의 목소리에는 옅은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교주님?"

"네. 나중에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은 보직에 필요한 용품을 받으러 가시죠!"

내 질문에 재클린이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교주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테니까 굳이 재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용품이라니...?"

벌써부터 보직에 쓸 용품이라는 것들이 두려웠다.

"제가 이래 봬도 처녀막 연구의 전문가 중 하나입니다. 아 혹시 에이든 님은 밖에서 처녀막 연구를 해본 적 있으십니까?"

해봤겠냐고 그런 거를 시발.

"그럼 제가 처녀막 연구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에이든 님은 저만 믿으면 됩니다! 하핫."

내 굳은 표정을 본 재클린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얘는 자신의 후배 비슷한 것이 들어와서 기분이 좋은 듯했다.

건물 밖에는 전처럼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처녀교에서 하는 일들을 듣고 다시 보니 정말 부지런한 벌레같이 보였다.

재클린이 안내한 곳은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붐비고 있는 건물이었다.

건물에 들어가자 건물 안에 가득 채워진 사람들이 보였다.

공간의 중간 부분에 나무로 된 긴 테이블이 벽의 끝에서 끝까지 늘어서 있었고 그 앞쪽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재클린은 나를 그중에서 제일 왼쪽에 있는 줄로 데리고 갔다.

왼쪽 줄에는 다른 줄보다 사람이 적었다.

"어이 어제 나간 수확에서는 뭐 좀 건졌나?"

"말도 말게. 말세야 말세. 백 명정도 있는 마을에 어린 아이를 제외하고 성인 중에서 처녀가 세 명밖에 없었네!"

"정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백당 다섯 아래로 처녀 지수가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큰일이군 큰일이야."

"변수로 여자 비율이 낮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처녀 지수 이론에서..."

이해가 안 되는 대화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들려오는 단어가 있었다.

'처녀' 모든 대화의 공통적인 주제였다.

"오크 처녀의 오줌은 비처녀의 오줌보다 농도가 약간 옅고 산미가 높네."

"확실한가? 드워프 처녀의 오줌은 비처녀보다 산미가 높지는 않았는데 종족적인 특성일 수도 있겠군."

"요즘 인간 처녀의 오줌 표본이 부족하다는 게 아쉽군."

"그러게 아직 다음 수확의 날이 좀 남았지?"

애미 시발 미친 새끼들.

주변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내 보직에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그래 그래도 처녀막이 오줌보다는 낫잖아.

처녀막을 맛보거나 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아니지 시발?

"어이­ 재클린!"

우리 앞에 서 있던 사내가 뒤돌아 재클린을 보고 인사했다.

"아핫! 이게 누군가 진행 중이던 연구는 마쳤는가?"

"지금 약간 막혀있네. 자네도 알다시피 발정기가 잦은 수인은 처녀막을 구하기 힘들지 않은가."

"그것도 그렇군. 미리 채집해서 키우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서 요번에 암컷 수인 몇 마리를 데리고 왔네. 그런데 옆에는 ?"

사내가 나를 슬쩍 가리키면서 물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특급 신도님이네! 이쪽은 수인 처녀막을 연구하고 있는 특급 신도 첼시라고 합니다."

재클린이 나를 공손하게 양손으로 가리키며 사내에게 소개했다.

"오! 새로 들어오셨다니 반갑습니다. 수인 처녀막을 연구하고 있는 첼시라고 합니다."

한 눈에 봐도 이상해 보이는 재클린의 태도였지만, 첼시라고 불린 사내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첼시는 내게 손을 내밀면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저 손이 지금까지 무엇을 만졌을지 상상이 돼서 마주 잡고 싶지 않았다.

나는 대충 고개만 숙이며 인사했다.

"이분은 신수의 처녀막 연구를 배정받으셨네 하핫!"

재클린이 냉큼 끼어들어 첼시의 손을 마주 잡았다.

"신수­? 우리 교에 신수가 있었나?"

첼시가 재클린과 마주 잡은 손을 흔들며 되물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네. 아마 이번에 새로 생긴 보직이 아닐까 추측 중이야."

"신수의 처녀막이라... 수인의 처녀막과도 비슷할 수 있겠군. 나중에 저랑 공동 연구를 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첼시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턱을 손가락으로 쓸며 내게 말했다.

공동 연구라니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나도 모르게 다른 사내와 책상에 앉아 처녀막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이 상상됐다.

머리를 흔들어 불결한 상상을 애써 지웠다.

난 연구 안 할 거야 그런 병신 같은 거.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동안 어느새 줄이 줄어들어서 첼시의 차례가 됐다.

"필요 품목을 말씀해주세요."

테이블 건너편에서는 똑같이 검은 후드를 눌러쓰고 있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발정제랑 수인 사료랑 돋보기랑 목줄입니다."

첼시가 품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 읽었다.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토독토독 뭔가를 두드렸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뒤쪽에서 다른 사내가 작은 상자를 들고 와서 넘겨줬다.

"수량 확인해주세요."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건네받은 상자를 다시 첼시에게 주면서 말했다.

"음... 예 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재클린 다음에 보세."

첼시가 상자를 들고 돌아서 나갔다.

마침내 정말 피하고 싶은 내 차례가 왔다.

"필요 품목을 말씀해주세요."

아까와 같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뭐라고 답해야 하지.

내가 시발 신수 처녀막에 필요한 품목을 어떻게 알아.

아니 애초에 그런 걸 왜 연구하냐고.

"아. 이분이 신입 특급 신도라 혹시 보직에 맞는 품목이 뭔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내 옆에 있던 재클린이 물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보직이 어떻게 되십니까?"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 신수의 처녀막 연구요."

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혀를 움직여 겨우 말했다.

"예? 잘 안 들립니다."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되물었다.

애미 시발.

대충 좀 알아들어.

열이 잔뜩 올랐지만, 작게 말한 내 잘못도 있으니까 다시 입을 열었다.

"신수의 처녀막 연구요."

시발.

이걸 내 입으로 말하네.

"아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내 말을 들은 사람이 그런 게 있었나 하는 표정으로 뭔가를 두드렸다.

"이번에 새로 생긴 보직이군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가져다줄 겁니다."

"역시! 이번에 새로 생긴 것 같았습니다. 제가 처녀막 연구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을 리가 없지요! 하핫."

재클린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이상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재클린을 애써 외면했다.

뒤쪽에서 아까보다 훨씬 큰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꽤 무거운 모양인지 내려놓을 때 살짝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상자를 내 쪽으로 슥 밀면서 말했다.

내가 확인한다고 뭐 아나.

그래도 확인하는 시늉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상자 안에 든 것을 봤다.

뭐야 이 흉측하게 생긴 기구는.

나는 내 손에 들린 사용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기구를 살폈다.

"아! 이거는 여성의 성기 안쪽을 살피기 위해 이런 식으로 넣어서 벌릴 때 사용하는 기구입니다!"

내 손에 들린 기구를 본 재클린이 손짓으로 열심히 설명했다.

재클린의 설명을 들으니 더 흉측해 보이는 모습에 나는 다시 기구를 상자에 넣었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황급히 상자를 들었다.

"이 도구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그런 나를 재클린이 따라오면서 자꾸만 설명했다.

"닥쳐 시발."

진짜로 처녀막을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암담해졌다.

"넵!"

내 인상이 구겨진 것을 확인한 재클린이 황급히 입을 닫았다.

"혹시나 궁금한 게 있으시면 제게로­"

나는 상자를 들고 내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뒤쪽에서 말하는 재클린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방문을 닫았다.

에이미는 밖에 나갔는지 방안에 없었다.

애미 시발.

내가 진짜 신수의 처녀막을 연구하게 생겼네.

더러운 상자를 침대 옆에 내려두고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신수의 처녀막을 연구하는 용사­

아는 사람에게 들키면 좆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찼다.

이건 시발 평생 놀림거리야.

아무래도 에밀라를 빨리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조금 진정이 된 나는 다시 침대로 와서 상자 안을 확인했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기구가 조금 어지럽혀 있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도구들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살펴봤다.

이상하게 생긴 돋보기.

뭔가를 묶는지 모르겠는 끈들.

응? 딸기 케이크는 여기 왜 있어.

상자의 아래에는 딸기 케이크가 잔뜩 깔려 있었다.

문득 딸기 케이크를 보니 여우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여우의 엉덩이에서 꼬리가 나왔었지...

에이 설마 아니겠지.

고개를 흔들어 든 생각을 비우고 그 위에 올려진 종이를 확인했다.

­매일 저녁 8시 A2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깔끔하게 적힌 문장을 본 나는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7시 23분.

약간 이른 시간이지만 나는 A2가 어디인지 모르니까 바로 나가서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일단 여기서 탈출하기 전까지는 의심 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충실하게 맡은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상자안에 흉한 기구들을 넣고 다시 상자를 챙겨서 방을 나왔다.

"야!"

때마침 앞을 지나가는 누군가를 불렀다.

"예예?!"

어제 내게 맞은 못생긴 녀석이었다.

"A2가 어디야."

"A2라면 간부 숙소 중 하나인데... 거기는 무슨 일로?"

"알 거 없고, 안내해."

또 그 흉측한 보직을 내 입에 담기 싫었다.

"저는 지금 저녁을 먹어야... 하지만! 동료를 위해 안내할 시간 정도는 당연히 있죠! 하하."

내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을 확인한 녀석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못생긴 녀석은 짧은 다리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녀석이 뒤를 쳐다볼 때마다 인상을 쓰며 녀석을 따라갔다.

녀석을 따라 도착한 곳은 평범한 크기의 2층 집이었다.

그 집 옆으로는 비슷한 집들이 몇 채 늘어서 있었다.

"여긴 간부 구역이라 오래 있으면 위험합니다."

녀석이 연신 주변을 확인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여기가 A2라고?"

집 안에 사람이 있는 듯 커튼이 쳐진 창문 밖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이제 확인하셨으면 그만 돌아가죠."

"가라."

불안한 듯 주변을 연신 둘러보던 녀석은 내 말을 듣자마자 뛰어서 사라졌다.

가란다고 의리없이 바로 도망가네 시발.

도대체 간부가 뭐길래 저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가는 거야.

무거운 발을 움직여 회색 문 앞에 섰다.

문 위쪽에는 흰색으로 A2라고 간결하게 적혀져 있었다.

똑똑똑­

깊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타닥타닥.

집 안쪽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지도 묻지도 않고 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나온 건 내가 혹시나 했던­

"안녕! 막내! 일찍 왔네! 반가워!!!"

안이 훤히 보이는 얇은 원피스를 입은 여우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애미 시발.

누구라도 혼미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우의 반나체를 본 나는 나도 모르게 상자 안에 담긴 흉한 물건을 쳐다봤다.

'이거는 여성의 성기 안쪽을 살피기 위해 이런 식으로 넣어서 벌릴 때 사용하는 기구입니다!'

재클린의 경박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양손을 붙이고는 끝 부분을 천박하게 벌리던 재클린의 손동작과 함께.

내 시선이 홀린 듯 털이 한 올도 없는 여우의 하체로 향했다.

그 사이에 있는 잘 익은 복숭아처럼 옅은 분홍색이 내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

하필 좌절의 숲이라니­

루나는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너무 잘게 물어 뜯어 손끝에서 피가 터져 흘렀지만, 루나는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만약 인간이 방해 마법을 걸어뒀다면 지금 수준의 루나도 가볍게 파훼할 수 있었다.

상대가 대 마법사든 그 건방진 드래곤이든 루나에게는 다 똑같았다.

이미 마법으로 신의 경지까지 올랐던 루나는 그 상대가 누구든 전혀 상관없었다.

생명체의 마법을 파훼하는 건 술식이나 이해에 관련된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루나의 머릿속에는 신의 경지까지 올랐던 마법에 대한 지식과 지혜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한 좌절의 숲은 달랐다.

좌절의 숲 전체가 마법의 흐름과 진행을 방해했다.

그것을 파훼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지혜보다는 본신의 마나량이 더 중요했다.

전 회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마나를 늘리고 있는 루나였지만, 아직 좌절의 숲 자체를 파훼할 정도의 마나는 없었다.

그렇다는 건 직접 좌절의 숲에 들어가 본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좌절의 숲의 크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이 분명했다.

루나는 전 회차의 기억을 뒤졌다.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기억력이 좋았던 루나지만 그 뛰어난 기억력은 에이든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에이든을 만나기 전의 기억들은 루나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노이즈가 가득 차 있었다.

물론 가끔 떠오르는 기억들도 있었지만,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애써 지워냈다.

에이든을 만나고 나서는 모든 기억들이 에이든에게 집중되었다.

처음 에이든을 만난 날 에이든의 턱에 있던 수염의 개수까지도 루나는 기억했다.

루나를 안아주던 날 에이든이 몇 번 왕복했는지­

관계의 차수에 따른 에이든의 정액 축적량이라든지­ (루나는 이를 에이든의 성교과 그 일차에 따른 정액량 이론이라고 명했다.)

에이든의 1초에 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같은 중요한 정보들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루나는 떠오른 에이든의 기억에 금세 행복해지며 더욱더 떠올렸다.

에이든과의 성교 기간에 따른 정액 축적량이 부족했을 때­

루나는 에이든과 관계가 있었던 모든 여자들의 자궁을 확인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에 들어있는 에이든의 정액을 확인했을 때.

루나는 당연히 그 쓰레기를 치웠다.

물론 쓰레기 주제에 감히 에이든과 몸을 섞은 형벌을 주었다.

그 쓰레기는 그것을 형벌로 여기지 않았던 게 조금 찝찝했었다.

'이 시발 개 미친년!! 내가 말 좀 섞었다고 황제의 애첩을 쳐 죽여?! 진짜 개 미친년아니야 이거 시발! 그 미친 황제가 지 애첩은 얼마나 아끼는지 알면서 시발! 꺼져 다시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에이든은 루나에게 사랑의 언어들을 잔뜩 퍼부었다.

'또 시발. 니 좆대로 내 주변 사람 건드리면 나 그냥 혀 깨물고 뒤질 거야.'

물론 그 이후에는 에이든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했다.

그 미친 황제가 지 애첩은 얼마나 아끼는지­

언제 들어도 달콤한 에이든의 목소리가 다시 생각났다.

그래. 제국이 처녀교를 습격하게 하면 되겠다.

루나는 공간 이동을 준비했다.

황실에 있는 애첩 방의 좌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곳은 이미 한 번 들렸던 곳이므로.

역시 에이든은 현명해.

이렇게 될 줄 알고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준 건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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