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정신 나간 놈들의 전쟁 계획.
* * *
깡!
분명히 살과 검이 부딪혔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났다.
마치 철과 철이 부딪히는 것 같았다.
키아나는 비키가 정말 인간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검에 좀 더 힘을 주어 당기고 발을 뒤로 차 거리를 벌렸다.
검과 부딪힌 비키의 팔 부분이 찢어지며 피가 튀었지만, 비키는 전혀 개의치 않고 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그에 맞춰서 비키의 압도적으로 큰 가슴이 크게 출렁였다.
키아나는 그 모습을 보며 본인이 남자였으면 꽤 곤란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건 좀 위험합니다."
키아나가 습관적으로 경고하며 심장에서 뛰쳐나온 기운을 팔을 타고 검으로 보냈다.
그러자 매끈한 검신에서 키아나의 머리색을 꼭 닮은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금색 빛은 검신을 타고 흘러서 마치 한 겹을 덧씌운 것 같았다.
본래라면 심장 부분을 찌르겠지만, 키아나는 의식적으로 비키의 허리 부분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키아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키는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붉은 눈을 키아나에게 고정한 채 굳은살이 잔뜩 박힌 주먹을 내질렀다.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비키의 모습을 보며 키아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비키의 주먹과 검이 부딪히기 바로 직전.
비키의 주먹에서 넘실거리는 붉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기운은 키아나의 검에 있는 기운과는 다르게 그저 넘쳐서 흐르고만 있었다.
쾅!
키아나는 손이 찢기는 듯한 반발감을 느끼며 뒤로 살짝 밀렸다.
비키의 기운은 키아나에 비해 밀도가 떨어졌지만, 그 차이를 양으로 메꾸었다.
검과 부딪힌 비키의 주먹에서 피가 터지며 땅을 붉게 칠했다.
자신의 피를 쳐다보지도 않고 비키는 입꼬리를 더욱 올리며 다시 달려들었다.
비키의 몸을 전혀 돌보지 않는 무식한 전투방식에 키아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뒷발에 힘을 주었다.
마치 마물을 상대하는 것 같아.
키아나는 자세를 고쳐 잡고 기운을 더욱 응집시켰다.
온몸에 피가 덕지덕지 묻은 비키가 오른 주먹을 앞쪽으로 내밀었다.
키아나가 비키의 똑같은 대응에 의구심을 품으며 검을 찔러넣었다.
그 모습에 비키가 눈을 빛내며 주먹을 쫙 펴서 검을 품 안으로 들였다.
마치 자살을 하는 것 같은 비키의 대응에 키아나는 서둘러 자신의 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그 작은 틈 사이에 비키의 손이 키아나의 고운 목덜미를 잡았다.
목덜미를 잡힌 키아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검으로 비키의 팔을 쳤다.
목에 가해진 압박감 때문에 키아나는 순간 힘 조절을 하지 못했다.
쩡
전보다 훨씬 큰 소리가 나며 비키의 팔이 기형적인 모양으로 꺾였다.
후
키아나의 고운 목을 잡았던 비키의 손이 풀리며 키아나가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너무 기운을 많이 실었나?
비키의 기형적으로 꺾인 팔을 보며 키아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뭐야 봐주고 있었어? 어쩐지 재미가 없더라니."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 팔을 거칠게 흔들어서 제 자리로 맞췄다.
비키가 짜증을 가득 담아 말했다.
"대련에 맞게 대응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키아나는 옆에 떨어져 있던 수건을 집어 검을 곱게 닦았다.
마치 검이 보물이라도 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검의 눈부신 나신이 다시 빛을 뿜어내는 것을 만족스럽게 쳐다보고 집어넣었다.
"아직 안 끝났는데? 조금 더 하자고 이제 좀 몸이 풀려가는데 말이야."
비키가 피투성이가 된 오른손을 대충 흔들고 말했다.
"식사 시간이 끝났습니다."
키아나는 그런 비키를 슬쩍 보고는 돌아섰다.
돌아선 키아나의 오른팔이 약간씩 떨렸다.
이번에는 약간 위험했다.
저 여자는 대련때마다 급격하게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철을 두드리는 것처럼.
다음 대련 때는 힘 조절을 하며 상대하기 힘들 것 같았다.
쟤는 어떻게 시계도 없는데 시간을 정확하게 아는 거지.
항상 식후에 키아나와 하는 대련은 몸이 좀 풀리려고 하면 끝나서 감질나게 했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단내가 가득한 숨을 크게 내뱉어 남은 열기를 삭혔다.
아직 찌뿌둥한 몸을 풀며 다시 마차로 돌아갔다.
드숀은 어느 순간부터 황실 기사들의 그릇들까지 설거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드숀에게 다 먹은 그릇들을 주었고 드숀은 군말 없이 설거지했다.
유일하게 자신의 그릇을 설거지하는 사람은 키아나밖에 없었다.
나 콘레드 가의 둘째 아들 드숀인데...
그렇다고 불만을 표출할 수 없었다.
여정이 계속될수록 마차 안은 더욱 삭막해져 가고 있었으니까.
안드레아 수녀는 점점 더 표정이 싸늘해지며 말수가 줄어들었고 케이트의 짜증은 늘어만 났다.
그나마 가장 정상이었던 게 키아나였는데 그런 키아나도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차라리 이렇게 설거지를 하느라 밖에 앉아있는 게 마음이 더 편했다.
"고생하십니다."
마차의 옆에서 설거지하는 드숀을 보며 키아나가 고개를 작게 숙이고 마차에 올랐다.
언제봐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인 키아나의 인사도 이제는 덤덤히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기분은 좋아지지만.
어느새 다가온 비키가 드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달라고 말도 안 하네...
도대체 운동을 어떻게 하고 왔길래 온몸이 피투성이인지 의문이었지만, 드숀은 군말 없이 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듬뿍 꺼내 건네주었다.
비키가 드숀의 손수건으로 대충 피를 닦았다.
"괜찮습니다만..."
키아나의 옆에 아가사 수녀가 붙어서 치료를 하고 있었다.
삭막해져 가는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아가사 수녀는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뭐가 그리 마음에 드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오는 그녀는 키아나에게 동생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건 바로바로 치료해야 한다니까요!"
아가사 수녀가 밝게 웃으며 키아나의 떨리는 팔목을 잡고 눈을 감았다.
그냥 근육이 놀란 정도여서 딱히 치료할 필요가 없었지만 키아나는 아가사 수녀를 말릴 수 없었다.
"키아나님의 가슴은 어떤 색이에요?"
그런 키아나에게 아가사 수녀가 귓속말로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키아나의 예상 범주 안에 있지 않은 질문에 순간적으로 머리가 멈췄다.
"키아나님은 왠지 가슴도 이쁠 거 같아요! 얼굴도 인간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우시니까...?"
키아나는 질문에 당황해서 아가사 수녀를 쳐다봤지만 아가사 수녀는 순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상한 질문이 아닌 건가?
좁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던 키아나는 판단이 어려웠다.
"혹시 제가 실례되는 질문을 한 건가요...?"
"아아뇨. 그냥 처음 받는 질문이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아기 고양이 같은 아가사 수녀의 눈빛에 키아나는 다급하게 대답했다.
아가사 수녀의 눈빛에 마음이 약해져 대답은 했지만,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자신의 가슴이라니 키아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키아나는 점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마 제가 보지는 못했지만, 키아나님은 가슴도 완전 아름다울 거예요!"
아가사 수녀가 팔에서 손을 슬쩍 올려 키아나의 가슴 부분을 스쳤다.
이제는 이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키아나가 입을 열었을 때, 문이 거칠게 열리며 비키가 마차로 들어왔다.
피를 닦기는 했지만 대충 닦았는지 아직도 비키의 몸에는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다.
"비키님 제가 치료해드릴게요!"
비키의 모습을 본 아가사 수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꺼져."
비키는 그런 아가사 수녀를 본 척도 안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누웠다.
아가사 수녀는 다시 키아나의 옆에 앉았다.
"조슈아! 내가 아까 주방장한테 새로운 요리법을 배웠는데 말이야 이거 한번 먹어봐!"
케이트가 흉하게 군데군데 탄 이름 모를 것을 조슈아에게 내밀었다.
"와 정말 맛있을 거 같은데요! 하지만 그... 제가 배가 가득 찬 상태라..."
조슈아가 눈을 돌리며 애써 음식을 외면했다.
"뭐어?! 입 벌려!! 황녀의 명령이야!"
조슈아의 볼을 한 손으로 꾹 누르며 케이트가 이름 모를 것을 가져다 댔다.
조슈아는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며 애써 고개를 돌렸다.
저번에 눈을 질끈 감고 케이트의 음식을 먹었다가 그날은 다른 음식을 먹지 못했다.
저것을 먹으면 이번에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운까지 사용해 입을 막았다.
"이익!!! 벌리라고 벌려! 먹어!!"
충심을 보이지 않는 자신의 기사에 화가 잔뜩 난 케이트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다른 기사들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주군을 지킨다는 데, 이 기사는 고작 요리하나 안 먹겠다고 이렇게 버티다니!
"읍읍읍!"
마침내 설거지를 마친 드숀이 무거운 마음으로 마차 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소리가 안 나게 조용히 마차 문을 여는 순간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게 뭐 하고 있는 짓입니까."
말없이 뒷자리에만 앉아 있던 안드레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마차 안을 무겁게 짓눌렀다.
"히끅"
스칼렛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으며 딸꾹질을 했다.
"뭐?"
조슈아에게 음식을 먹이려던 케이트가 멈추고 대답했다.
"이렇게 답답할 정도로 느려터지게 이동해서 언제 에이든 님을 구출한다는 겁니까. 아니 애초에 에이든 님을 구출할 생각이 당신들 머릿속에 존재하기는 한 겁니까?"
안드레아 수녀가 마치 맑은 날의 하늘 같은 색의 눈동자로 마차 안에 있는 이들을 차갑게 훑어봤다.
"니만 에이든을 구하고 싶어?!! 내가 너 따위보다 훨씬 더 구하고 싶거든?!!"
케이트가 음식을 마차 바닥에 내팽개치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 구하고 싶다는 사람이 가는 길에 요리도 배우고 잘하는 짓입니다."
안드레아가 한 쪽 입꼬리만 올리며 비웃었다.
"감히 황녀님 앞에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조슈아가 어느새 인상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나 검 손잡이를 잡았다.
"너는 좀 비켜봐!! 야! 너 말 다시 해봐 뭐가 어쩌고 어째?"
조슈아를 옆으로 밀고 케이트가 다시 쏘아붙였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누구는 식사하고 몸 푼다고 운동도 하고 요리도 연습하고 이게 어떻게 구출대입니까. 그냥 기분 좋게 놀러 가는 여행객이지."
돌아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아가사 수녀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안드레아 수석 수녀 옆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니가 가면 어쩔 건데?! 처녀교에 대한 보고서를 읽기는 했어? 너 싸움 잘해? 고작 수녀따위가 가면 뭘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떵떵거려!!"
케이트가 작은 손가락으로 안드레아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저는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에이든 님 생각에 매순간이 고통입니다. 저는 당신들이 여유롭게 요리나 배우면서 여행 가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건 제가 먼저 가서 뭘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 입니다. 그럼 당신은 에이든 님을 구할 수 없다면 포기할 생각입니까?"
안드레아 수녀가 그런 케이트를 지그시 노려보며 답했다.
"감히 황녀님에게...! 엑!?"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조슈아를 케이트가 거칠게 눌렀다.
"너만 에이든 걱정해?! 나도 해!!! 너보다 내가 더 많이 한다고!! 아니 사실 걱정 안해! 뭐!! 그리고 그때 테조스 회의에서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황실 쪽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그거에 맞춰서 가고 있을 뿐이야 지금!"
케이트의 얼굴이 잔뜩 붉어져 거의 터질 것 같았다.
"안드레아 수녀님의 말이 맞습니다. 지금 여정은 지나치게 여유롭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키아나가 조용하게 동조했다.
"이 미천하고 멍청한 것들이!! 계획을 다 설명해줘도 소용이 없네!!! 멍청한 것들!"
케이트가 한 손으로는 키아나를 가리키고 다른 손으로는 안드레아를 가리키며 버럭 소리 질렀다.
쾅!
"자는 데 시끄러워"
비키가 주먹으로 마차 벽을 쳤다.
"당신은 그저 잠만 자고..."
"너는 또 뭔데!!!"
살벌한 마차 안의 풍경에 드숀은 조용히 마차 문을 다시 닫았다.
그래, 그냥 여기서부터 걸어서 돌아가자.
그게 나을 거 같아.
애초에 콘레드가에 남아있는 명예가 있을 리 없잖아.
설거지하느라 퉁퉁 불은 손을 보며 드숀은 다시 다짐했다.
그래, 다시 돌아가자.
에이든이야 어딜 가든 잘살겠지.
근데 이미 멀리 와버렸는데 어떻게 돌아가지?
드숀은 주머니에 있는 돈을 확인했다.
가는 길에 식사 몇 번 하면 끝날 돈밖에 없었다.
쾅!
마차가 한바탕 더 흔들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에이든 님은 고통받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들은 그렇게 태평하게!!!"
마차 안에서 안드레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든은 어딜 가도 잘 지내지 않을까?
드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차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졌다.
***
읍읍
"그래 점점 더 잘해지는데?"
내 아래에 붙어있는 에이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렇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자가 있다니
최고야.
이제는 교미 후에 입으로 청소 해주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기분이었다.
촉촉한 에이미의 입에 깊은 만족감을 느끼며 일을 마쳤다.
"후 당연하지"
시원하게 웃으며 에이미가 일어났다.
훤하게 드러난 에이미의 엉덩이를 한 번 더 주무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여우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나를 불러서 이제 나가봐야 했다.
"에밀라는 찾고 있는 거지?"
에이미가 옆에 놓인 수건으로 자신의 아래를 닦으며 물었다.
"응. 지금 주변 특급 신도들은 다 뒤져봤는데, 없더라고. 좀 더 높은 지위의 사람한테 간 거 아니야?"
역시 아침 교미는 언제나 상쾌해.
찌뿌둥한 허리를 한 바퀴 돌려서 풀었다.
"... 어디 있는 거야 에밀라."
에이미가 수건을 던지며 초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동안 에이미와 지내며 느낀 건 에이미와 에밀라가 흔한 자매 사이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둘이 사이가 좋더라고 하더라도 절정 때마다 자신 언니의 이름을 부르짖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찾아낼 테니까."
그런 에이미에게 자신감에 넘치는 미소를 지어줬다.
"풋 그렇게 웃는다고 하나도 멋있지 않아."
에이미가 하녀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내게 웃었다.
"진짜로 나는 약속은 웬만해서 지키거든."
에이미에게 왼쪽 눈을 찡그려주고 밖으로 나왔다.
"이야 아침부터 대단합니다!! 에이든 님!"
내 방 앞에는 재클린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시발 깜짝아.
"뭐야 시발."
나는 짐짓 놀라지 않은 척하며 방문을 닫았다.
"아! 이따 저녁 8시에 소집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재클린이 내가 다시 돌려준 지팡이를 뒤로 숨기며 말했다.
다시 안 뺏어가.
그 쓸모도 없는 거.
"소집? 무슨 또 처녀막 소집이야?"
처녀교의 생활로 나는 처녀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모든 게 다 우스워진다는 걸 깨달았다.
"아하하 아뇨! 이번에는 전체 신도 소집입니다. 그분이 소집하셨더군요!"
그분을 발음할 때 재클린의 눈이 살짝 파르르 떨렸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무서워하지?
"그래."
나는 검은 후드의 앞부분을 여미며 대답했다.
"혹시 지금 여우님 처녀막 보러 가십니까?"
가려는 나를 재클린이 말로 다시 붙잡았다.
"그래."
그 말이 맞기는 한데.
그렇게 입 밖으로 꺼내니까 좀 그러네.
"혹시 여우님의 생식기를 보게 되면 꼭 저에게 무슨 색인지 알려주세요! 제 처녀막과 생식기 색의 이론 검증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애절하게 부탁하는 재클린에게 손을 한번 휘저어주고 여우에게 향했다.
똑똑
나는 A2라고 적힌 문을 익숙하게 두드렸다.
"들어와! 열려있어! 꼭 잠그고!!"
내 두드리는 소리에 안쪽에서 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잠그지도 않는 건가.
숨을 깊게 내쉬며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복숭아밭에 온 것처럼 복숭아 향이 가득 맡아졌다.
애미 시발 뭐 하고 있는 거야.
복숭아 향이 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황급히 문을 잠갔다.
"아흑!"
거실 쪽에서 교태 섞인 여우의 신음이 들렸다.
거실로 향하자 어제 내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식탁에 나체로 누워있는 여우가 보였다.
이미 투명한 액은 넘치다 못해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아니 시발 이게 무슨.
"막내야! 빨리 그거 해줘! 내가 해서는 막내가 해주는 그 맛이 안 나!!"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여우가 애절하게 부탁했다.
"제발 빨리 그거!!"
거실 가득 채우고 있는 복숭아 향이 내 머리를 뒤흔들어 어지럽게 했다.
애미 시발.
자위에 중독된 신수라니.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흔들며 여우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내 손에는 기운이 능숙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흣!!! 그래 이거야 이거!!!"
여우가 초점이 없는 눈으로 떨리는 양엄지를 들고 신음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여우를 만족시켜 주고 나서야 여우가 진정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해 물통을 꺼내 물을 마셨다.
무슨 시발 자위 도와주느라 기운을 반 이상 썼어 시발.
급격하게 줄어든 기운에 내부가 허전했다.
"역시 막내가 이거야!"
어느새 다시 정신을 차린 여우가 화사하게 웃었다.
"이따 저녁에 소집이 있다고 하던데요."
아까 재클린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물어봤다.
"응! 나도 들었어."
히야 좋다
여우가 매끈한 흰 다리를 쭉 뻗으며 답했다.
"무슨 내용인지 아시나요?"
"아마 제국과의 전쟁이겠지? 이미 그의 귀에 들어갔을 테니까 말이야."
콧노래를 부르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여우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 내용이 살벌했다.
"아니 제국이랑 전쟁이요?!"
여기 들어와서 내가 본 새끼들이라고는 처녀막이랑 오줌 연구하는 새끼들 밖에 없었는데...
이 새끼들을 데리고 제국이랑 전쟁한다고?
"응! 제국이랑 전쟁!"
여우의 붉은 눈이 투명하게 나를 쳐다봤다.
불길할 정도로 붉은 여우의 눈이 내게는 마치 핏방울이 모인 것처럼 보였다.
애미 시발 제국이랑 전쟁이래.
이거 진짜 미친 새끼들 아니야.
'혹시 여우님의 생식기를 보게 되면 꼭 저에게 무슨 색인지 알려주세요!'
재클린이 내게 마지막으로 물었던 말이 생각나며 헛웃음이 자꾸 나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