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89화 (89/233)

〈 89화 〉 도망치고 싶은 에이든.

* * *

공동에 가득 찬 미친놈들이 신호라도 받은 것처럼 신나서 처녀를 외쳤다.

그들은 아는 단어가 처녀 단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처녀어어!!!!"

내 옆에 있는 재클린이 무슨 한이라도 맺힌 놈처럼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부르짖었다.

그렇게 광란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가벼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정적과 함께 그의 존재감이 다시 공동을 무겁게 장악했다.

모두가 숨 쉬는 것도 조심하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동화된 나도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전쟁."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넓게 공동을 채웠다.

""전쟁 !!!!""

그의 말이 끝나자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다시 따라 외쳤다.

"전쟁!!!! 와아!!"

재클린은 입에 침까지 물며 지팡이를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다가 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를 지팡이로 쳤지만, 재빨리 지팡이를 뒤로 숨겨 모르는 척했다.

애미 시발.

이 새끼들은 전쟁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게 분명했다.

알면 아무리 미친놈들이라도 저렇게 환호할 수 없지.

"전쟁이라는 데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나는 아직도 신나서 외치는 재클린을 잡고 물었다.

전쟁이라고 시발 교미가 아니라 전쟁­

"재애앵­! 아! 에이든 님은 모르시겠군요! 아하핫! 전쟁하면 제국에 있는 처녀들을 싹 쓸고 올 것 아닙니까?! 그럼 그만큼 우리의 소중한 교보재들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물론 새로운 처녀와 교미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정말 전쟁이라니!!! 최고입니다! 최고!"

재클린이 열심히 지팡이를 흔들면서 내게 대답했다.

아 순간 내 잘못을 깨달았다.

그래 얘네는 원래 비정상이었지.

"내일 우리는 제국의 모든 처녀를 우리 밑에 둘 것이다. 처녀들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도록 우리가 친히 처녀를 거두어 줄 것이다."

그의 말에는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허황된 말이었지만 정말로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듣는 이에게 주었다.

"처녀!! 처녀!! 처녀!!"

그의 말에 타는 것처럼 뜨거운 열망이 담긴 환호성이 공동을 가득 채웠다.

"나는 처녀 세 명이랑 할 겁니다!!! 한 번에 처녀막 세 개! 일박삼처!! 이캬캬캬캭!"

재클린이 무슨 동물 소리 같은 환호성을 내며 제자리에서 뛰었다.

공동을 가득 채운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다시 왕좌에 앉으며 뒤쪽에 손짓했다.

좀 까칠해 보이고 퀭해 보였지만 그런대로 재수없게 잘생긴 사내가 그의 앞으로 나왔다.

사내가 앞으로 나오자 그가 다시 한번 존재감을 뿜어내었고 사람들이 천천히 진정했다.

사내가 작은 장치를 툭툭 치면서 입으로 가져갔다.

"병신들 시발... 아 켜져 있었네. 자 다들 진정해라."

작은 장치가 사내의 목소리를 크게 증폭 시켜 공동에 있는 모두에게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의 목소리에는 짖은 피로감이 숨기지 않고 담겨 있었다.

"하아...내일 저녁 출전이란다. 그전까지 각자 보급품들을 챙기고 확실히 준비해두고, 특급 신도 이상부터는 개인 보급품을 지급받을 수 있으니 각자 담당자에게 말해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전쟁에서의 성과에 맞춰서 처녀가 차등 지급될 것이니 열심히 해라. 그리고 이종족들 같은 경우는 만약 제국을 무너뜨리면 각자의 이름으로 왕국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뭐 다들 힘내라­"

작은 한숨을 쉰 사내가 머리를 짚으면서 잔뜩 피곤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처녀!!!"

사내가 말한 처녀라는 단어가 다시 한번 미친놈들을 흥분시켰다.

악!악!악!

흥분한 미친놈들이 악까지 쓰며 열심히 환호했다.

"일박삼처! 일박삼처! 일박삼처!"

재클린은 이미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일박삼처래.

애미 시발.

"그럼 각자 담당한테 가서 세부 사항 전달받도록. 이상."

말을 마친 사내가 도망치는 것처럼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1급 신도 A조는 이쪽으로 모이십쇼!"

"특급 신도 B조!!!"

"2급 신도 H조는 이쪽!!!"

"전쟁 가기 전 내 전담 처녀 오크랑 하고 싶은 사람! 건틀렛 주면 시켜준다!!"

곳곳에서 자신들의 조를 찾으며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이미 이들의 머릿속에는 빨리 제국으로 뛰쳐나가 처녀들을 가질 생각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진짜로 이 미친놈들은 자기들이 제국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소음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우리는 특급 신도 D조입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에이든 님! 비켜라! 이 비천한 신도들아!"

재클린이 열망이 잔뜩 담긴 눈동자로 열심히 지팡이를 휘두르며 길을 열었다.

재클린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나한테 맞았던 특급 신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는 카펠드 쪽 처녀로 요청할 거야. 그쪽이 따뜻한 남부라 처녀들이 그렇게 쫄깃쫄깃하다더군."

"남부 쪽 애들이 얼마나 발랑 까진지 몰라? 그쪽에서 처녀 찾는 것보다 니가 직접 키우는 게 빠를 거야 하하하!"

"그 이종족들이 왕국으로 인정받으면 더 이상 이종족 처녀들을 보급받지 못하나? 이종족 처녀들은 그 색다른 맛이 있는데 말이야."

"하하하! 걱정하지 말게 그런 건 그분이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겠나?"

들려오는 대화에 두통이 더욱 심해졌다.

신나서 이야기하는 녀석들의 표정은 이미 처녀와 교미를 시작한 것 같았다.

이 녀석들도 이미 전쟁이 이긴 것처럼 굴고 있었다.

몇 대씩 쥐어 패놓을까.

그럼 내 두통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자! 우리 일단 보급부터 받으러 가자고! 늦으면 보급품이 남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열심히 토론 중이던 녀석들이 재클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 같이 움직였다.

"꺼져! 우리는 특급 신도들이다!"

"퉤! 이 비천한 놈들!"

그들은 연신 주먹이나 발을 휘두르며 길을 만들어 이동했다.

사람이 많은 곳을 벗어나서 다시 건물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재클린은 그중에서도 제일 넓적하게 큰 건물로 향했다.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꽤 많이 서 있기는 했지만, 공동에 가득 차 있던 것보다는 적었다.

보급품을 받는 건물인데 사람이 적은 게 의외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전처럼 사람들이 여러 줄로 나누어져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재클린은 그중 제일 수가 적은 줄 뒤로 섰다.

"개인 보급품은 특급 신도들부터 가능해서 조금 한산한 겁니다. 아무래도 1급 신도나 2급 신도보다 특급 신도들은 그 수가 적으니까요."

내가 주변을 둘러보자 재클린이 설명했다.

"특급 신도가 되기 힘드나?"

"하핫! 에이든 님은 집행관 님의 추천으로 들어오셨으니까요! 저희 교는 무조건 2급 신도부터 시작입니다. 그리고 연차가 쌓일수록 급이 올라가죠. 개인의 능력이 좋으면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습니다. 2급 신도 1급 신도 그다음이 저희 같은 특급 신도지요. 그리고 특급 신도 이상부터는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등급은 특급 신도입니다."

내 질문에 재클린이 자부심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특급 신도 중에서 쓸모 있는 녀석들은 이미 특급 신도 윗 단계로 올라갔다는 거네.

어째서 내가 쥐어팼던 특급 신도들이 다 좆밥이였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그저 처녀교 안에서 적당히 쓸모 있고 짬만 찬 놈들이었다.

"아마 에이든 님 정도라면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셔서 처녀들로 하콧 팀을 하나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처녀들이 중요 부위만 가리고 가죽 공을 든 상태로 뛰어다니는 ... 크!"

재클린이 상상을 하는지 말하면서 눈이 살짝 흐려졌다.

처녀들로만 구성된 하콧 팀이라­

용사 아카데미에서는 항상 수비수 역할만 했었는데.

재클린의 구체적인 부연 설명에 나도 모르게 상상했다.

먼저 득점한 처녀에게 내가 특별히 상을 준다­

그건 좀 나쁘지 않은데?

"흐흐 혹시 그런 하콧 팀을 구성하시게 된다면 꼭 저를 초청해주십쇼. 건들지는 않고 구경만 하겠습니다!"

재클린이 양손의 손바닥을 내게 들여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언젠가 처녀들로 하콧 팀을 구성할 거라고 믿는 듯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였다.

마침내 줄이 줄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몇조이십니까?"

잔뜩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사내가 물었다.

"저희 차례군요! 특급 신도 D조입니다. 개인 보급품을 받으러 왔습니다."

마침내 줄이 줄어들어 우리 차례가 되어 건너편에 앉은 사내에게 재클린이 말했다.

"D조 확인됐습니다. 마법사 1명 외 전부 검사 맞습니까?"

사내가 무언가를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에이든 님도 검사 시죠?"

사내의 물음에 재클린이 내게 되물었다.

나는 고개를 간단히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건너편 사내가 우리에게 말하고 다시 뭔가를 두드렸다.

잠시 뒤에 사내 뒤로 여러 상자를 든 사내들이 다가왔다.

그 상자 수가 D조의 구성 수와 맞게 여섯 개였다.

"상자에 각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확인하시고 가져가시면 됩니다."

사내의 설명을 듣고 각자 이름이 적혀진 상자를 가져갔다.

내 상자 안에는 대충 만든듯한 장검과 꽤 깔끔한 가죽 갑옷과 잡다한 것들이 담겨져 있었다.

문득 마법사인 재클린의 상자 안이 궁금해서 확인했는데, 지팡이는 없고 이런저런 재료들이 담겨 있었다.

"지팡이는 보급품으로 주기에는 값이 제법 나가니까요."

재클린이 박스 안을 꼼꼼히 확인했다.

나는 간단하게 검을 꺼내 옆구리에 찼다.

근데 상자 안에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정체 모를 액체가 있었다.

"아! 그건 처녀의 애액으로 만든 포션입니다! 마시면 의지가 샘솟고 회복이 빨라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유리병을 관찰하는 나를 본 재클린이 설명했다.

애미 시발.

포션을 왜 처녀의 애액으로 만들어.

나는 황급히 상자의 구석으로 유리병을 치웠다.

유리병을 제외하고 정체 모를 것들이 이것저것 담겨 있었는데 굳이 정체를 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 목줄이 있을 텐데. 전담 처녀는 그 목줄을 채운 상태로 나오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전담 처녀는 스스로 챙겨야 할 겁니다. 심지어 에이든 님의 전담 처녀는 상태가 특히 좋아 노리는 놈들이 많을 것 같으니까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일단 숙소로 다시 돌아갑시다."

재클린이 자신의 상자에서 보기 흉하게 생긴 목줄을 꺼내 내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사람을 왜 목줄을 채우고 다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놈들이었다.

에이미가 목줄을 찬 모습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나쁜 모습은 아니었다.

숙소로 돌아가서 방문을 열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손에는 의자를 부숴 만들었는지 내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에이미가 보였다.

"이 개 같은 놈아!"

"뭐야 왜 그래."

들어가자마자 내게 휘둘려진 몽둥이를 피하고 에이미를 부드럽게 잡았다.

"아! 에이든이구나. 휴­ 아니 아까 어떤 놈이 자꾸 문을 열려고 해서."

내게 잡힌 에이미가 살짝 저항하다 내 얼굴을 확인하고 몽둥이를 떨어뜨렸다.

재클린이 했던 말처럼 누군가 에이미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준비부터 해야 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해."

들고 온 상자를 바닥에 두며 에이미에게 말했다.

"도망? 왜? 에밀라는?"

에이미가 상자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 미친놈들이 내일 제국이란 전쟁 할거래."

나는 검은 후드를 벗고 상자 안에 있던 가죽 갑옷을 꺼내 입었다.

가죽 특유의 물비린내 비슷한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좀 좋은 거로 주지 개새끼들.

크기가 약간 작았지만 참을 만했다.

뭐라도 안에 껴입으니 조금이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제국이랑 전쟁? 이거 진짜 미친놈들이네. 이건 뭐야?"

에이미가 박스 안에서 목줄을 꺼내 내게 물어봤다.

"전담 처녀랑 외출 시에는 그거를 매고 다녀야 한다던데."

검은 후드를 다시 입으며 대답했다.

안에 가죽 갑옷을 갖춰 입으니 제법 두둑했다.

"미친놈들! 내가 무슨 가축이야?!"

에이미가 목줄을 땅에 던지며 화냈다.

"그러니까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아니면 너 그거 차고 나한테 끌려 다녀야 해."

검을 살짝 뽑아 상태를 확인했다.

허름해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검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그냥 적당한 검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히려 아카데미 검보다 상태가 좋은 것 같은데...

검을 다시 집어넣으며 내가 들어왔던 경로를 떠올렸다.

나가는 길에 있었던 놈들이 몇 명이었지?

나갈 때 잡으려나?

분명 들어올 때... 나가는 놈들은 잡지 않았던 거 같은데.

만약 그때 그놈이 잡으려고 한다면?

그래도 그놈 정도는 내가 이길 것 같은데.

정 안되면 밖에 나가서 도망쳐도 되고.

이놈들 머릿속에는 누군가가 탈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탈영한 놈을 비웃겠지.

제국에 있는 모든 처녀들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린다고.

미친놈들이니까 말이야.

딸깍­

"안돼!"

"그래 빨리 챙... 뭐?!"

순간 내가 생각에 빠져 에이미의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목에 붉은 목줄을 찬 에이미가 보였다.

그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모습이었다.

에이미가 줄의 끝 부분을 내게 던졌다.

나는 습관적으로 줄을 받았다.

"안 된다고! 에밀라 아직 못 찾았잖아!"

에이미가 나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에밀라고 뭐고 우리가 뒤진다니까 지금! 튀!...어야 한다고."

에이미에게 격하게 설명하다가 내 언성이 너무 높아진 것을 깨닫고 목소리를 낮췄다.

"안돼! 에밀라 찾아야 해! 너도 약속했잖아 찾아주기로!"

에이미가 치마를 들어 올리고 속옷을 내려 훤히 드러난 자신의 음부를 가리켰다.

훤히 드러난 에이미의 생생한 음부에는 내 흔적이 발뺌할 수 없을 정도로 가득했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도 몇 번이나 사용했으니까.

­ 에밀라!!

절정에 이른 에이미가 소리치던 목소리가 귀에 선명했다.

"그니까 약속 지켜. 내 처녀를 가져가고­ 꼴리면 언제든 나를 성욕 처리용으로 사용한 대가를­"

에이미가 자신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를 단호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지가 더 적극적이었으면서...

지도 즐겼으면서 시발.

하지만 속의 말은 에이미의 살벌한 눈빛에 밖으로 말할 수 없었다.

하 시발.

좆 조심할걸.

에이미의 생생한 음부를 보고 있었지만, 전과 다르게 더 이상 좆이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목이 칼에 걸린 것처럼 싸늘한 느낌이 등을 타고 흘렀다.

좆 됐다.

이제 내게는 훤히 드러난 에이미의 음부가 마치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처럼 보였다.

"야, 책임져."

에이미의 음부가 불길하게 뻐끔거렸다.

내 손에 들린 줄이 에이미가 아니라 나를 묶고 있는 것 같았다.

[교미왕이라면 좆을 걸고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지!! 크하하핫!]

[자고로 레이디와 한 약속이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야 한다네 소년.]

***

"스칼님 이건 전략팀 B조에서 올라온 전략입니다! C조 전략보다 승리 확률이 약간 더 높습니다! 물론 피해가 조금 더 많이 크고 반발이 있을 것 같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미 가득 찬 책상 위로 또 하나의 서류 묶음이 올라왔다.

"그래서 확률이 얼마인데."

스칼은 아껴둔 마법 연초를 입에 물고 편한 표정으로 연기를 내뱉고 있었다.

그래 니들 원하는 대로 다 해라.

이미 도망칠 계획을 다 세워둔 스칼은 여유로웠다.

그 여우와도 같이 행동하기로 했으니 충분히 이 미친놈들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여우가 무슨 신도 한 명을 추가로 데려온다고 했는데, 한명 정도는 별문제 없을 것이다.

"자그마치 1.2% 입니다! 이 확률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심지어 우리에게는 그분이 있으니 처녀를 수급할수록 승산이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하하하!"

스칼은 신나게 보고를 올리는 녀석의 뺨을 크게 후려치고 싶었지만, 마법 연초가 스칼을 진정시켰다.

"그래­ 완전 높구만. 그 방법으로 한다."

스칼이 마법 연초를 툭툭 털었다.

크­ 이 맛이지.

이제 스칼의 주머니에는 마법 연초 다섯 가치가 남아있었다.

이 정도면 부넬라 성 도착할 때까지는 충분히 피겠지.

반대 주머니에는 스칼이 그동안 삥땅 친 금화가 잔뜩 담겨 있었다.

역시 마법이 걸린 코트 사길 잘했어.

제대로 탈출만 한다면 양손에 처녀들을 끼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스칼님! 그럼 아래에는 이 방법으로 전달해두겠습니다."

사내가 감격한 표정으로 스칼에게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1.2%가 높은 확률이란다.

병신 같은 새끼들.

스칼이 짙은 환멸감을 느끼며 책상에 잔뜩 올려진 서류들을 발로 툭 밀었다.

종이들이 날리며 떨어졌다.

다 뒤지라 해 뒤지고 싶다는데 병신들.

삐링­

다 달은 마법 연초가 효과음을 내며 사라졌다.

잠깐 고민하던 스칼은 주머니에서 마법 연초 한 개를 더 꺼내서 입에 물었다.

다 뒤지라 해.

병신들.

제국 쪽만 행동하지 않으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다.

심지어 제국 쪽에서는 아직 존재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했으니까, 스칼의 탈출 계획은 문제없을 것이다.

후­

스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

달이 참 밝네.

위를 쳐다보던 드숀이 작게 중얼거렸다.

마차에 타고 있는데도 달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언제든 볼 수 있는 달이지만 마차에 타서 보니까 참 더 아름다운 것 같네.

드숀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있는 물기를 제거했다.

이 물기는 달에 푹 빠진 드숀의 눈물이 아니라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였다.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불운하게도 이 마차에는 이제 뚜껑이 없었다.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던 소중한 마차의 천장은 격해진 말싸움 끝에 화가 잔뜩 난 비키가 다 때려 부쉈다.

드숀은 있을 때는 모르다가 없어져야 비로소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는 말을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었다.

천장은 고마움을 모르는 우리를 항상 조용하게 지켜주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비키가 마차의 아랫부분을 부수기 전에 키아나가 막았다는 점이었다.

그래 앉아서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야.

드숀은 바퀴의 소중함까지는 깨닫지 못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흥 멍청한 것들!! 무식한 너네는 비 맞고 다녀야 정신이라도 차리지!!"

아직도 인상을 구기고 있는 케이트가 중얼거렸다.

케이트의 옆에는 조슈아가 앉아 고풍스러운 우산을 들고 있었다.

이 마차에서 유일하게 케이트만 비를 맞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곧 목적지인 부넬라 성입니다."

비에 젖은 모습마저도 아름다운 키아나가 말했다.

키아나가 젖은 금발을 손으로 쭉 짜내면서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가 다시 표정을 풀었다.

이 사건의 원흉인 비키는 아직도 배를 긁으며 자고 있었다.

어떻게 비를 맞는데도 깨지 않을 수 있지?

드숀은 비키를 쳐다보다가 혹시나 비키가 일어날까 봐 고개를 돌렸다.

"흐읏­ 천장이 없어 이렇게 다 볼 수 있는 곳에서 아흣­ 기도하니까 더 신성한 것 같아요­ 수녀님들도 그렇죠?"

뒷쪽에서 이제는 익숙해진 수녀의 신음이 들렸다.

"이미 오늘은 기도를 충분히... 아흑­ 그만 좀..."

"기도에는 충분히라는 게 없습니다. 스칼렛 수녀. 집중하고 다리 벌리세요."

기도라는 것은 참 고된가 보구나.

드숀은 비를 맞으면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는 수녀들에게 감탄하며 고개를 돌렸다.

드숀의 눈에 목적지인 어두운 회색빛의 성이 보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그 어두운 회색빛의 성이 꽤 잘 어울렸다.

마치 소설 속에서 읽은 피를 마시던 마물이 있던 성 같았다.

밤인데도 불구하고 성의 입구에는 마차가 쭉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 그 줄이 제법 길어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한세월일 것 같았다.

그나마 누군가가 죽기 전에 부넬라 성에 도착해서 다행이야.

참 살벌하게 싸우던 여자들을 떠올리며 드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드숀의 고갯짓에 따라 물이 튀었다.

드숀은 이제 미인이 제일 무서웠다.

그냥 착한 여자. 그거면 된다.

"야!! 다 꺼지라 해!! 내가 황녀다! 내가 황녀야!!!! 다 꺼져!!!"

앞 쪽을 향해 소리치는 케이트의 목소리에 드숀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드세지 않은 여자가 최고야.

드숀은 눈을 감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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