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90화 (90/233)

〈 90화 〉 탈출할 계획.

* * *

"오랜만입니다. 삼황녀님."

강직해 보이는 사내가 무릎을 꿇으며 케이트에게 인사를 올렸다.

사내의 뒤쪽으로 황실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갑옷을 입은 사내들도 무릎 꿇었다.

회의 중이었는지 널찍한 테이블 위에 대륙 지도가 크게 펼쳐져 있었다.

하필 이 사람이 오다니.

케이트는 사내의 얼굴을 보고 당황했다.

사내는 케이트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황실 기사단 4조의 조장 '충직한' 길리안.

그 강직해 보이는 외모처럼 성격 또한 정말 심하게 강직했다.

위에서 내려오는 규칙 대로만 행동하는 기사.

그게 바로 '충직한' 길리안이었다.

황실 기사단은 20개의 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의 번호가 적어 질수록 기사들의 실력이 뛰어났다.

6조 이상부터는 상위 조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상위 조들은 오직 황제의 명령만을 듣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다른 상위 조 조장들은 황녀인 케이트의 말을 어느 정도는 들어줄 텐데...

그 충직한 길리안은 케이트의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 오랜만이야 길리안. 일어나도록."

케이트가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질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길리안이 고개를 한 번 더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데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예법을 표하는 길리안을 보며 케이트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삼황녀님께서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길리안이 케이트에게 물었다.

"아버지한테 이야기 못 들었어? 나도 참여하기로 했는데­"

케이트는 테이블에 펼쳐진 지도를 힐끗 훔쳐보며 말을 흐렸다.

"예. 명령서에는 삼황녀님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길리안이 잠깐의 고민조차 하지 않고 굳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마 저 길리안은 명령서를 통째로 외웠겠지.

"그거 내가 아버지에게 보고 올린 건데? 나와 내 친구들도 참여할 거야."

케이트는 특유의 뻔뻔함으로 나서기로 했다.

슬쩍 테이블 쪽으로 움직이는 케이트를 길리안이 막았다.

"길리안!! 감히 황녀님의 앞길을 막다니!"

케이트의 뒤에 있던 조슈아가 역정을 내면서 소리를 높였다.

"명령서에는 삼황녀님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슈아 말을 조심해라. 나는 사조 조장이다."

길리안의 목소리에는 절대 비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조슈아는 길리안의 말에 인상을 굳혔다.

역시 그 충직한 길리안이 쉽게 허락해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었다.

이 타협 없는 놈들을 내버려 두면 납치된 에이든의 머리까지 부숴버릴 게 분명했다.

"나는 삼 황녀다. 길리안. 건방지구나."

케이트는 짐짓 표정을 굳히고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죄송합니다 삼황녀님. 하지만 저는 오직 폐하의 명령만 받습니다."

말과는 다르게 길리안의 목소리에는 전혀 죄송함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래 그는 이런 사내였다.

케이트도 무서워하는 일 황녀의 명령조차 일언지하에 거절하던 외골수.

그렇게 충성을 바친다고 해도 그 건망증 심한 늙은이는 네 이름조차 모를 텐데.

답답할 정도로 굽히지 않는 사내였다.

절대 비켜주지 않을 것 같은 길리안의 태도에 케이트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명령서에 뭐라고 적혀 있지?"

케이트는 한발 물러섰다.

"명단에 없는 삼황녀님에게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길리안은 그 자리에서 낮게 답했다.

"뭐 아버지의 명령이야 뻔하지. 좌절의 숲 안에 있는 그 간악한 무리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쳐 죽여라. 그리고 그들과 연관이 있다면 누구라도 잡아 쳐넣어라. 이거 아니야?"

케이트가 팔짱을 낀 손으로 팔 부분을 톡톡 두드렸다.

간악한 무리라­

황제가 가장 애용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

길리안은 그저 표정 변화 없이 케이트를 막고 있었다.

"흠... 아! 나는 간악한 무리가 아니지?"

케이트가 재밌는 생각이 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조슈아는 그런 케이트가 두려웠다.

이번에는 또 어떤 막무가내를 부리실지.

"나 내일 친구들이랑 좌절의 숲으로 소풍 갈 거거든? 좌절의 숲 청소 잘 해둬! 내 소풍에 방해되지 않도록 말이야."

케이트가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길리안은 잠시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속으로 명령서에 적힌 내용과 비교해보는 거겠지.

명령서에는 외부인이 좌절의 숲에 들어갈 때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을 것이다.

누가 미쳤다고 제국군이 학살할 곳에 따라 들어가겠는가.

괜히 같이 처녀교로 몰려서 죽을 게 뻔한 곳을.

하지만 황녀인 케이트가 처녀교로 몰릴 일은 없을 것이다.

명령서에 적히지 않은 내용을 충직한 길리안이 임의로 판단할 리 없었다.

"...알겠습니다."

잠깐의 고민을 마친 길리안이 대답했다.

"그래. 고생하도록!"

케이트는 까치발을 들어 길리안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키가 작은 케이트가 길리안의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은 제법 우스웠지만, 방 안에 있는 누구도 웃지 못했다.

기사들은 난데없이 난입한 저 삼황녀때문에 자신의 조장이 취할 행동이 예상돼서.

조슈아는 좌절의 숲으로 소풍 간다는 케이트의 말에 충격을 받아서 웃지 못했다.

"가자! 조슈아! 소풍 준비해야지! 연어 샐러드도 왕창 준비해야겠어!"

케이트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에서 나갔다.

"잠... 잠깐만요! 황녀님!"

조슈아는 그런 케이트를 다급히 따라 나갔다.

그 둘이 나가자 방 안에는 잠깐의 정적이 가라앉았다.

"계획을 변경한다. 변수를 없애기 위해 황녀님이 좌절의 숲에 진입하시기 전에 출전한다. 계획은 그대로­ 시간만 앞당긴다."

길리안이 두꺼운 건틀렛이 씌워진 손으로 지도를 쓸었다.

"지금 바로 준비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단호한 길리안의 목소리에 기사들은 그저 명령을 받을 뿐이었다.

기사들은 출전을 명하기 위해 황급히 방에서 뛰쳐나갔다.

길리안은 조용히 테이블 위에 놓인 지도를 보며 계획을 점검했다.

계획이 조금 앞당겨진 것 말고는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런 길리안의 눈빛은 여전히 무미건조했다.

이미 부넬라 성안은 제국군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황녀인 케이트는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원래는 숙소가 아니라 성주와 성주 가족들의 방이었지만 그들은 기꺼이 황녀에게 방을 내주었다.

물론 케이트가 '내가 밖에서 잤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너네 다 황족 시해죄야!' 라고 겁을 주기는 했지만.

자의로 제공한 것은 맞았다.

다른 미천한 놈들은 알아서 자라고 하고 제일 큼지막한 성주의 방은 케이트가 가졌다.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그자 케이트의 마음이 좀 풀어졌다.

자신처럼 고운 피부를 유지하려면 매일 장미 섞은 물에 몸을 씻어야 하는데 그동안 못해서 피부가 조금 푸석푸석해진 것 같았다.

여자는 피부가 생명인데 말이야.

그렇게 따뜻한 물에 혼자 몸을 풀고 있자 케이트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따뜻한 물에 남들 앞에서 황녀를 연기하기 위해 굳게 먹고 있던 마음이 천천히 무너졌다.

'아니 애초에 에이든 님을 구출할 생각이 당신들 머릿속에 존재하기는 한 겁니까?'

건방진 수녀의 말이 다시금 케이트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머리에 든 것도 없는 미천한 게 감히 그딴 말을.

케이트의 작은 손이 물을 쳐냈다.

물론 케이트도 당장 아무것도 재지않고 에이든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에이든이 납치된 이후로 에이든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하지만 그렇게 무식하게 달려간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케이트는 조금이라도 구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제국군을 개입시키기 위해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그 늙은이한테도 처음으로 편지도 썼다.

근데 멍청한 게 감히 나한테 그런 막말을 하다니.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내가 그 미천한 수녀보다 에이든을 훨씬 전에 알았는데 지가 뭐라고 에이든을 걱정하는 척해.

걱정해도 내가 미천한 너 따위보다 훨씬 많이 하는데.

지가 뭐라고 그렇게 티를 내는 거야.

재수 없어 진짜.

얼굴도 이상하게 생긴 게.

에이든은 너 같은 여자 안 좋아하거든?

에이든을 떠올리자 억지로 참고 있던 눈물이 차올랐다.

자꾸만 자신을 지키고 쓰러지던 에이든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안해 에이든... 내가 멍청해서­ 그래도 내가 꼭 구해줄게..."

케이트는 물에 얼굴을 푹 담그고 한참이나 하염없이 울었다.

저것도 자신의 경호 임무에 포함되는 건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조용히 에포닌을 지키고 있던 올가는 에포닌의 눈물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감정에 대해 잘 모르는 올가에게 손녀의 첫사랑을 가늠하라는 것은 이제껏 맡은 임무 중에 가장 어려웠다.

"으허어엉! 에이든­!"

나체로 대성통곡하는 에포닌을 보며 올가의 인상은 더욱 굳어졌다.

***

"책임지라고."

에이미가 자꾸만 자신의 음부를 들이밀면서 압박했다.

매일 같이 쓰던 음부가 나를 옥죄이는 목줄이었다니.

"알았어 알았다고 시발. 약속 지킨다니까! 누가 안 지킨 데?"

나는 이미 에이미의 육탄 함정에 깊히 빠졌다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래. 그거면 됐어. 왜 한 번 더 쓸래?"

내 대답에 인상을 푼 에이미가 자신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벌렸다.

"그만 좀... 혹시 모르니까 에밀라를 찾아보러 갈게."

유일하게 살 방법은 전쟁에 끌려가기 전에 빨리 에밀라를 찾아 데리고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나는 처녀교에서 특급 신도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처녀교의 특급 신도로 죽다니­

그것만큼 끔찍한 최후가 있을까?

"그럼 같이 가자."

에이미가 내 대답에 속옷을 올리고 치마를 내렸다.

그런 에이미의 얇은 목에는 빨간 목줄이 묶여 있었다.

내 손에 들린 에이미의 목줄에 묘한 느낌을 받으며 살짝 당겨봤다.

"아앗?!"

그러자 에이미가 중심을 잃고 내게 끌려왔다.

순식간에 에이미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거 좀 많이 끌리네.

"으윽­ 숨 막혀!"

줄을 좀 더 세게 당기자 에이미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방금까지 나를 음부를 들이밀던 모습과 다르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에이미의 모습이 내게 묘한 흥분감을 줬다.

에이미가 자신의 목줄을 잡으며 힘겨워했다.

그래 이제 뒤질지도 모르는데.

교미 한 번쯤은 하고 가도 되잖아.

"엎드려."

목줄을 좀 더 세게 당겼다.

"아니! 에밀라를 찾으러­ 아악!"

에이미가 목줄을 손으로 잡으며 버텼다.

"빨리 쓰고 갈테니까­ 엎드리라고."

목줄에 힘겨워하는 에이미의 모습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윽! 미친 변태 새끼­ 빨리 끝내."

욕지기와는 다르게 에이미는 돌아서 엎드린 다음 곱게 속옷을 내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음부를 벌렸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왜 젖어있냐."

훤히 드러난 에이미의 엉덩이를 짝­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에이미가 크게 움찔거리면서 액이 밖으로 튀었다.

"...빨리 쓰기나 해. 시간 없잖아."

에이미가 빨갛게 내 손자국이 남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래 시발 뒤지기 전에 교미는 하고 가야지.

***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늦었나 본데."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교미를 한껏 음미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니까 한 번만 쓰라니까! 몇 번이나 쓰는 거야 정말!"

목줄을 한 에이미가 인상을 쓰며 낮게 대답했다.

내가 가축도 아니고 진짜­

에이미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목줄을 잡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쩐지 그 목소리에는 아직도 열기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원 없이 써야지. 그것도 봐준 거라고­"

거리에는 아까보다 현저히 적은 수의 사람들이 옆에 목줄을 채우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소에도 저렇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출전 전날이라 그런지 대부분 목줄을 채우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목줄이 걸린 게 인간 여자가 아니라 오크나 고블린 같은 마물들이었다.

마물들에게도 우스꽝스럽게 하녀 복이 입혀져 있었다.

저 새끼들은 어떻게 마물들이랑 교미를 하는 거지.

그중에서도 마물들을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는 표정이 제일 역겨웠다.

인간 여자를 목줄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 전담 처녀가 없다는 건 지금 돌아다니는 놈들의 지위가 높지 않다는 거겠지.

지나다니는 놈들이 에이미의 얼굴을 힐끗 훑어보며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내가 마주 노려봐서 훔쳐보던 놈들을 쫓아냈다.

이건 내 거야 나만 쓰는 거라고.

"야 근데 아무리 봐도 인간 전담 처녀는 없는 것 같은데."

작은 도시만 한 크기의 공동을 몇 바퀴나 돌았지만 에밀라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에밀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에이미는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주변을 둘러봤다.

한참을 돌아다닌 후라 이미 주변에 있던 신도들도 다 사라지고 거리에는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돌아다녀서는 에밀라를 절대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확인해본 결과 특급 신도들 중에서는 에밀라를 가지고 있는 놈은 없었다.

특급 신도는 거의 다 쥐어팬 다음에 찾아봤으니 확실했다.

그러면 그 이상이라는 것인데...

물론 여우에게도 물어봤었지만, 여우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는 이름이 나와 스칼밖에 없다고 했었다.

스칼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간부 중 한 명이라고 들었다.

그렇다고 여우에게 찾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건 불안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우가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막내­!"

고민을 하며 머리를 두드리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흰 가면을 쓰고 있는 여우가 보였다.

누가 봐도 매끈하고 흰 다리 덕분에 나는 단번에 여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에이미도 놀랐는지 내 뒤로 숨어서 내 후드를 끌어당겼다.

"여기 있었네! 찾고 있었어­"

흰 가면에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여우가 웃고 있을 거라 확신했다.

"저를요? 왜요?"

나는 살짝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여우가 내게 다가와 내가 거리를 벌린 게 무색해졌다.

여우의 몸에서 복숭아 향이 물씬 풍겨왔다.

"내일 저녁 8시까지 어디 잘 숨어 있다가 우리 집으로 와­ 여기서 벗어날 계획이 있으니까."

내 귀에 여우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잠깐이지만 내 귀가 녹아서 흐물흐물해진 것 같았다.

여우의 말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여우를 믿을 수 있을까.

이미 여우는 나를 납치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여우는 이 미친 처녀교의 간부이기도 했다.

나는 여우를 아직 완벽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눈을 찡그리며 여우를 살폈지만, 가면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어 파악이 어려웠다.

"알았지?"

여우의 부드러운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내가 여우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내게는 여기를 탈출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옆에는 전담 처녀?"

여우가 에이미에게 고개를 돌렸다.

"예."

"흐응­ 얘한테 막내 냄새가 나는데? 맛있는 냄새­"

여우가 마치 동물처럼 킁킁거리며 에이미를 살폈다.

에이미는 그런 여우가 무서운지 내 후드를 조금 더 세게 잡았다.

하읏­

한참이나 킁킁거리던 여우가 에이미의 치마를 들고 음부 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 행동이 너무 순식간이라 나와 에이미 둘 다 반응하지 못했다.

여우의 손이 마치 서랍 속에서 뭔가를 찾는 것처럼 거침없이 움직였다.

아흑­

에이미의 입에서 들뜬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역시 여기 잔뜩 뿌려뒀구나!"

다시 꺼낸 여우의 손에는 내 잼이 잔뜩 묻어 있었다.

여우가 가면을 살짝 들어 손가락을 넣었다.

가면에서 나온 손가락은 이미 깨끗해져 있었다.

"역시 맛있어! 그럼 내일 8시 관문에서 봐! 아! 이건 선물이야."

여우가 내게 작은 단검 하나를 건네주고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인사한 뒤 사라졌다.

나는 단검을 품속에 챙겼다.

"누...누구야 저 사람!"

당황한 표정의 에이미가 내게 물었다.

"그냥 저런 사람이야. 야 근데 어떻게 하냐? 더 돌아다녀도 소용없을 것 같은데."

무안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시 찾자. 내일은 지금보다 사람이 많을 테니까."

에이미가 붉어진 얼굴로 오묘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우리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에밀라를 어디서 찾아야 하지­

머릿속이 자꾸만 복잡해졌다.

그냥 여우에게 부탁할 거 그랬나.

그래도 내일은 출전 날이니까 다 데리고 나왔겠지.

그럼 찾을 수도 있어.

나는 침대에 앉아서 어지러운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나체 상태로 목줄을 차고 있는 에이미가 보였다.

이미 에이미의 다리 사이에서는 뚝뚝 흐르고 있었다.

쟤는 시발 또 왜 저래.

설마 아까 여우의 손에 흥분한 거야?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

문득 에이미의 머릿속에 에밀라가 남아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붉은 얼굴의 에이미가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따먹어줘­"

에이미의 목소리에는 부끄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나는 이미 그런 에이미에게 뛰어들고 있었다.

그래 뒤지기 전에 교미 정도는 괜찮잖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찾으면 되니까.

아흑!!!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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