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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91화 (91/233)

〈 91화 〉 책임지는 남자 에이든.

* * *

결국, 나는 에이미와 밤새 정신없이 몸을 섞었다.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는 교미를 제외한 다른 생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쾅쾅쾅!

"점심 식사 시간이에요! 에이든 님!"

다음 날 재클린의 목소리에 일어났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애미 시발 좆됐네.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 위에 있는 에이미를 옆으로 밀었다.

아직도 목줄을 차고 나체로 뒹구는 에이미를 잠깐 감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에이미에게 이불을 덮어서 대충 가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혹시 모르잖아.

대충 갑옷도 위에 입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

"아핫! 에이든 님 일어나셨군요! 어젯밤에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재클린이 음식이 잔뜩 담긴 그릇을 내게 내밀었다.

이 좆같은 숙소는 방음이 전혀 안 된다.

물론 나도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 고맙다."

재클린이 힐끗 침대에 누워있는 에이미를 훔쳐봤다.

어차피 중요 부위는 가렸으니까 괜찮았다.

"점심 드시고 바로 집합이에요! 이제 출전 준비를 한다고 했습니다!"

재클린이 들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집합? 어떤?"

"각 조의 역할 배분이랑 인원수 확인이겠죠? 저도 잘은 모르지만!"

생각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시발 교미 적당히 할걸.

"집합이라면 전 인원 다 집합인가?"

"아니요. 특급 신도 이상부터 집합입니다. 오늘은. 나머지 신도들은 출전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재클린이 손을 빙글 돌리며 설명했다.

"알았다."

방문을 닫고 그릇들을 식탁으로 옮겼다.

"일어나 시발 우리 좆됐어!"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는 에이미를 흔들어 깨웠다.

"으으음... 뭐야?"

에이미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는 말 없이 시계를 가리켰다.

"시발! 내가 적당히 하고 끝내라고 했잖아!"

시간을 확인한 에이미가 대뜸 내게 욕을 박았다.

"아니 지도 앙앙거리면서 더 해달라고했으면서! 무슨 내 탓만 하냐!"

내 말처럼 어제는 나보다 에이미가 더 내게 달려들었다.

"...됐고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잠깐의 침묵을 한 에이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왔다.

그렇게 우리는 묘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그래도 특급 신도 이상부터 집합이라니까 거기서 뒤져보면 찾을 수도 있어.

오히려 어제보다 더 찾기 쉬울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오늘 8시 전까지 찾기만 하면 되니까.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포크로 음식을 끄적이고 있는데 에이미가 내게 소시지를 찍은 포크를 내밀었다.

고개를 들자 복잡한 표정이 뒤섞인 에이미가 보였다.

"...뭐."

에이미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되물었다.

"그냥 좀 먹어."

에이미가 포크를 내 입에 들이밀었다.

뜬금없는 에이미의 행동에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끼며 소시지를 받아먹었다.

"...만약 에밀라를 못 찾으면­"

에이미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듣기 힘들 정도로 목소리가 작았다.

"...그냥 우리끼리라도 도망치자. 굳이 같이 죽을 필요는 없으니까."

에이미의 목소리에는 듣기 힘들 정도로 물기가 묻어 있었다.

그 물기 젖은 목소리가 거슬렸다.

나는 약속을 웬만하면 지키는 사람이야.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놈이 아닐 거라고.

아마?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에밀라는 꼭 찾을 거니까. 내가 약속했잖아."

말은 했지만, 입안에 있는 소시지가 텁텁하게 느껴졌다.

그냥 알았다고 할 걸 그랬나.

"하지만­ 만약에 못 찾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에이미가 작게 말을 덧붙였다.

그 말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기분을 나쁘게 했다.

에이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눈에는 잔뜩 눈물이 고이고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에이미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 에이미의 얼굴이 나를 무겁게 했다.

아니 쟤가 괜찮다잖아.

근데 왜 내가 거절하는 거야.

나는 에밀라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 정말 이상하게 된 거 같아.

원래 이런 성격 아니잖아.

어제 교미를 너무 많이 했나?

[박았으면 책임을 지는 게 진정한 교미왕이지.]

[약속은 생각보다 중하다네 소년.]

닥쳐 너네는 좀.

"시발 찾을 거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꼭 찾을 테니까 그런 띠꺼운 표정 짓지 마."

내 입에서 거친 말이 나왔다.

"...알았어. 믿을게."

에이미가 눈물 젖은 눈으로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억지로 다시 입에 소시지를 쑤셔 넣었다.

텁텁해 시발.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억지로 씹었다.

존나 맛없네! 거 시발.

"그래도 혹시 못 찾으면..."

에이미가 다시 중얼거렸다.

"거 시발! 좆같은 소리 하지 말라니까!"

일부러 포크를 큰 소리가 나도록 내려놨다.

"푸하핫 알았어 알았다고!"

에이미가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소시지 존나 맛없어.

이상하게 부드러워진 에이미의 태도는 전보다 내게 더 큰 책임감을 안겼다.

마치 속에 돌이라도 들이찬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애써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재클린과 집합을 갔지만 역시나 소득이 없었다.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특급 신도들도 잡아서 물어봤지만 에밀라는 커녕 애초에 인간 처녀를 가지고 있는 놈들조차 없었다.

초조함에 아무나 잡고 계속 물었지만, 에밀라라는 이름을 아는 놈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주교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향했다.

"너는 특급 신도가 아닌가. 여기는 주교들이 모이는 곳이다. 절로 가도록."

언젠가 처녀막 학회 때 봤던 그 사내가 내 앞길을 막았다.

살짝 부리부리한 눈빛 그리고 옆구리에 찬 검은색 칼.

사내가 내게 차갑게 말했다.

"그 제가 사정이 있어서 주교님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는데 어떻게 안 되나요?"

나는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사내에게 물었다.

"흥­ 꺼져라. 특급 신도인 네 놈이 올 곳이 아니다."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검 손잡이를 매만졌다.

미친 새끼 바로 검 휘두르려고 하네.

"그럼 혹시 주교님은 전담 처녀 이름이 무언가요?"

나는 사내와 거리를 살짝 벌리며 물었다.

"꺼지라고 했다."

사내가 비릿하게 웃으며 검을 살짝 뽑았다.

나는 냉큼 뒤돌아서 다시 재클린에게 돌아갔다.

굳이 여기서 사내와 싸울 필요는 없었다.

사내가 나보다 세기도 했고.

쓰레기 같은 놈­

뒤에서 사내가 하는 말이 들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저녁 7시에 출전한다고 했으니 그 전에 정문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는 특급 신도 D조입니다 D조!"

재클린은 내게 몇 번이나 말하고 돌아갔다.

그 이후에도 한참이나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역시 에밀라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여우의 도움이라도 구하기 위해 여우의 집으로 향했지만 여우도 집 안에 없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출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향했다.

이미 내 온몸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느라 땀범벅이었다.

더 이상 내게 남은 시간이 없었다.

나는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치 양다리에 철이라도 묶은 것처럼 무거웠다.

방 안에 들어가자 눈을 감고 앉아있는 에이미가 보였다.

문 여는 소리에 에이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에이미의 입술은 깨물었는지 죄다 터져있었고 두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에이미는 내게 찾았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힘없이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아직 포기 안 했다고 고집스럽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 미안하다."

무거운 입을 겨우 움직여 약속을 어긴 자가 해야 하는 말을 꺼냈다.

"아니야. 너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내가 고집을 부린 거기도 하고 나도 너랑 할 때 좋았어. 책임이라든지 약속이라든지 다 내가 고집 때문에 한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에이미가 애써 웃으며 나를 부드럽게 안아줬다.

따뜻한 에이미의 체온이 느껴졌다.

오히려 그 힘 없는 말과 따뜻한 체온이 나를 더 무겁게 했다.

차라리 처음처럼 악을 쓰며 욕했으면 오히려 내 마음이 가벼울 것 같았다.

그럼 그냥 미안 약속 못 지켰네! 세상일이 다 그런거니까!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넘어갈 텐데.

하지만 지금의 에이미는 세상을 포기한 눈빛으로 그저 나를 안아줄 뿐이었다.

우리는 조용히 침대에 앉아 여우가 말한 시간을 기다렸다.

마침내 8시가 가까워졌고 우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여우가 진짜 나를 도망치게 도와줄 것인지도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잘 지내고 있을 거야 에밀라는 씩씩한 언니거든."

에이미가 힘차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에이미가 나를 다시 한번 가볍게 안아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에이미의 목에 목줄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에이든 님!! 여기 계셨군요!"

복도의 저 끝에서 재클린이 뛰어왔다.

애미 시발.

너가 왜 여기 있어.

너 전쟁 나가야지.

일박삼처 한다며 시발.

"후우­ 역시 에이든 님! 교미하느라 시간을 까먹으신 거죠?! 제가 데리러 왔습니다! 이미 다들 출발했지만, 지금이라도 부지런하게 따라가면 될 겁니다!"

재클린이 뛰어왔는지 헉헉거리며 내게 말했다.

재클린의 옆에는 약간 나이가 있어 보이는 평범한 여자가 목줄에 매여 있었다.

이 새끼는 끝까지 귀찮게 하네.

나는 내 허리에 매여있는 검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어차피 지금 아무도 없다는 데 이 새끼를 여기서 죽일까.

하지만 녀석과 꽤 오래 다녀서 괜히 검을 들기 찝찝했다.

"나는 여우님이 특별히 지시한 게 있어서 그쪽으로 먼저 가봐야 한다. 먼저 가라."

그래 죽이기에는 찝찝했다.

나는 검 손잡이에서 손을 떼며 재클린에게 말했다.

"아하! 여우님이라니! 역시 그렇군요...! 그럼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재클린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여우님 숙소로 갈 건데."

뒤에서 에이미가 내 등을 콕 찔렀다.

"그럼 중간까지만 같이 가시죠!"

히익!

재클린이 목줄을 당기며 말했다.

그래 중간까지면 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재클린이 앞장섰다.

"전쟁이라니 정말 기대되지 않습니까? 이런 처녀를 더욱 많이 구할 수 있다니! 하하하!"

재클린이 목줄을 잡아당겨 여자를 당긴 다음 엉덩이를 주물렀다.

여자는 잠깐 놀랐지만 이내 재클린의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그렇네. 기대되는 군."

에이미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굳이 여기서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나는 에이미의 손을 살짝 잡아서 진정시켰다.

에이미가 내게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밖에는 진짜 미친놈들이 신나서 뛰쳐나갔는지 우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동굴 안에 지은 도시에 아무도 없으니 유적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침내 우리는 중간 지점까지 무리 없이 도착했다.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혹시 여우님의 생식기 색을 알게 되면 제게 꼭 알려주십쇼!"

재클린이 히죽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알았다. 이따 보자."

다시는 볼 일 없겠지만.

그렇게 돌아서려고 할 때, 에이미의 움직임이 멈췄다.

"너네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에이미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에서 익숙한 띠꺼운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아까 나를 막았던 사내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내도 목줄을 끌고 있었는데 그 목줄의 끝에는 조금은 어리게 생긴 금발 머리의 여자가 끌려오고 있었다.

여자의 눈은 마치 죽은 자의 눈처럼 생기가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다.

여자는 옷을 하나도 입지 않고 있었는데 몸에는 흉터가 잔뜩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여자는 왼팔이 없었다.

에이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에이미는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설마 시발 아니지?

여자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에이미와 전혀 닮지 않았다.

에이미가 시원하게 생겼다면 여자는 청순하게 생겼다.

마치 생기 없는 하얀 꽃처럼.

언니라며.

아니지...?

"아하핫! 개리 주교님이시군요!"

재클린이 웃으며 인사했다.

"그래 재클린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사내가 목줄을 당기자 여자가 힘없이 끌려오다가 쓰러졌다.

"쓸모없는 년."

사내가 그런 여자를 거칠게 찼다.

"에밀라..."

에이미의 입에서 힘겨운 단어가 나왔다.

에이미의 손이 내 손을 꽉 쥐었다.

에이미의 발이 움찔하는 것을 보니 뛰쳐나가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는 듯했다.

여자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제야 사내는 발길질을 멈췄다.

"일어나."

사내가 거칠게 목줄을 끌어 여자를 일으켰다.

"에이미 뒤에 있어."

나는 부들부들 떠는 에이미를 내 뒤로 끌었다.

에이미는 이를 악물며 내 뒤로 왔다.

"빨리 본대로 복귀해라."

인상을 쓰고 나를 쳐다보는 사내를 보며 재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서 약자 레이더가 끊임없이 내게 신호를 보냈다.

덤비면 무조건 내가 진다고.

당장이라도 튀라고.

재클린이 뭐라고 사내에게 말을 건넸지만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사내와의 거리가 다시 한번 재어진다.

이제 네 걸음.

일반적인 방법으로 안 되면 뒤치기라도 해야 한다.

약속했으니까.

우습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약속이란 그런 거라네 소년.]

지는 싸움을 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닌데.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에이미가 에밀라를 데리고 도망갈 시간은 벌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비명을 크게 지르면 여우가 도우러 오지 않을까.

잡생각들을 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기운을 온몸에 순환 시켜 애써 자신감을 부풀렸다.

마치 짐승들이 싸우기 전에 몸을 부풀리는 것처럼.

아마 지겠지? 시발?

항상 지는 걸 알면서도 싸우는 녀석들을 개 병신 같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천천히 검 손잡이로 손을 움직였다.

내가 그런 병신 짓을 하려고 하네.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봐 시발.

땅을 디디고 선 두 다리에 기운이 폭발적으로 움직였다.

병신 에이든 시발.

"좀 더 떨어져 있어. 내가 신호하면 뛰어가서 에밀라 데리고 튀고­"

숨을 끝까지 내쉬고 다시 들이마셨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길지도?

"...응 미안해."

거절하지 않는 에이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애미 시발.

예의상 한 번이라도 거절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졌다.

"뭐냐 너 눈을 왜 그렇게­"

사내가 나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을 때­

사내의 손이 여자의 목줄을 잡느라 멀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검이 충분히 무거워졌다.

아직도 산덩이처럼 남은 망설임을 접고 발에 있는 기운을 터뜨렸다.

개 병신 에이든 뒤지러 간다 시발!

"애미 시발련아!!!!"

순식간에 사내의 앞에 도착한 나는 검을 횡으로 베었다.

제발 한 번에 뒤져주세요!

너 방심했잖아!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목줄 잡고 있잖아!

깡!

내 기대가 무색하게 사내는 검을 뽑아 손쉽게 막았다.

검을 뽑는 사내의 속도는 순간 놓칠 정도로 빨랐다.

이 새끼 강하다 애미 시발!

"쓰레기같이 약한 놈이 주제도 모르고­"

바로 앞에서 눈이 마주친 사내가 비릿하게 웃었다.

애미 시발련.

말하는 꼬라지 보소.

재클린은 돌아가는 상황에 당황해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도와! 재클린 이 병신아!!"

사내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소리쳤다.

"예?!!"

재클린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 목 따는 거 도와주면! 여우 보지색이랑 처녀막 색 알려줄 테니까­!"

순간 사내의 검에 큰 힘이 실리며 약간 밀렸다.

"이 비천한 놈이 뭐라는 거냐!! 감히 여우님을!!!"

사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빨리 병신아!!!"

재클린에게 시선을 주지 못했지만 나는 녀석이 날 도울 거라고 확신했다.

재클린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처녀막에 진심이니까.

"튀어 시발 에이미!!!"

버거운 사내의 검을 겨우 흘리며 다시 한번 소리쳤다.

대답이 없어 고개를 돌리니 이미 에이미와 에밀라는 사라져있었다.

애미 시발.

고맙다고는 하고 가지 시발.

'항상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 여자를! 여자는 다 요괴야 요괴!'

옛날 어린 시절 여자에게 돈을 다 뜯긴 아저씨가 내게 하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조심하기는 했는데 시발.

어떻게 안 박냐고.

나 교미왕인데.

[크하하하! 바람직한 자세다! 자고로 교미왕이라면 그 상대가 마왕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박아야지!]

[마왕은 안되네!!! 절대 안 되네 소년! 마왕은 진짜 아니야!!]

시끄러운 소리들이 오히려 나를 진정시켰다.

"내가 여우 처녀 먹었다 븅신아!!! 존나 쫄깃하더라!!"

나는 검을 다시 고쳐 잡고 소리쳤다.

"이런 미친 버러지 같은 놈이 무슨 같잖은 거짓말을!!!"

분노에 휩싸인 사내의 검이 약간 흔들렸다.

거짓말인 줄 어떻게 알았지?

이럴 때는 적절한 사실을 섞어줘야 했다.

"여우 젖꼭지 분홍색 시발련아!!!"

사내의 눈이 아예 뒤집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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