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93화 (93/233)

〈 93화 〉 어? 이게 되네?

* * *

쿵!짝!

"쪼오올깃! 보!지! 쪼오오오올깃! 여!우! 보!지!"

재클린은 이제는 발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덩실덩실 춤추고 있었다.

병신아 그만하고 주문을 외우라고.

사내의 기세가 갑자기 크게 일변했다.

검을 길게 늘어뜨린 사내에게서 점점 가라앉는 기분이 들며 기세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저 새끼.

나는 눈을 찌푸리며 검을 고쳐 잡았다.

사내에게서 터져 나오던 기운들이 마침내 모여 검으로 향했다.

그리고 검에서 선명할 정도로 기운이 넘실넘실 흘렀다.

미친 시발 저 새끼 검에서 기운을 뽑아냈어.

저거 시발 고수의 최소 조건이라는 그거잖아! 그거!

좆됐다! 좆됐어!

"여우 보지는 존나 쫄깃! 그리고 복숭아 맛!"

여전히 눈치 없는 재클린은 이제 말을 빠르게 하며 배경음악을 깔기 시작했다.

병신아 저거 안 보이냐고 지금 그럴 때냐고 시발.

애미 진짜 끝났다.

검에서 기운을 뽑아내다니.

[무엇이 문젠가 소년­]

무엇이 문제냐니 시발.

저거 안 보이냐고.

검에서 기운 뽑아내서 넘실거리는 거.

저거 그거잖아 검기 시발!

존나 고수들만 쓴다는.

왜 고수가 처녀교에 있냐고 시발.

저건 절대 못 이겨.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나를 덮쳤다.

검을 잡은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기운은 소년도 다루고 있지 않은가­]

기운을 몸 안에서 돌리는 거랑 검으로 꺼내는 거랑 같냐고 시발.

나는 그저 몸 안에서 돌려 조금 빠르게 움직이거나 강하게 때리는 거고.

저렇게 밖으로 꺼내는 건 수준이 다르잖아.

소설에서도 기운을 밖으로 꺼내면 사람들이 환호하며 울부짖던데 시발.

거...검기?! 이러면서.

[둘 다 어차피 같은 기운 아닌가­]

침착한 목소리가 나를 열 받게 했다.

그래 두 기운이 같겠지, 같은데... 시발 밖으로 꺼냈다는 게 다르잖아.

사내의 눈빛이 내 뒤에서 신나게 춤추고 있는 재클린을 향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점점 더 예리하게 갈리고 있었다.

벌써 저 기운이 내 목을 가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진정하게 소년. 기운을 몸 안에서 돌리는 거나 검으로 꺼내는 거나 어차피 똑같은 기운으로 하는 거니까. 소년도 충분히 할 수 있네.]

뭔 개소리야 나도 할 수 있다니 시발.

검기라는 경지가 그냥 검으로 기운을 보내면 뿅! 하고 나오는 거냐고.

사내가 천천히 우리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냥 재클린 던져주고 튈까.

지금 쟤 머릿속에는 재클린밖에 없는 것 같은데.

[소년은 이미 기운을 충분히 잘 다루고 있고­]

목소리가 잔뜩 긴장한 내 머릿속을 안정시켰다.

[소년에게는 이미 내 경험이 있는데­]

검기를 쉽게 말하는 목소리에 점점 더 성질이 났다.

[무엇이 문제인가?]

시발 존나 쉽게 말하네.

너가 검기라는 경지를 모르나 본데.

내가 이렇게 검으로 기운을 보낸다고 기운이 막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고 시발.

만약 그렇게 쉬운 거였다면 왜 검을 잡은 자들의 꿈이 검기겠냐고.

잘 봐­

기운을 이렇게 움직인다고 그렇게 막 되는 게...?

우우웅­

어 시발 되네?!

내 손을 타고 넘어간 기운이 검을 통해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색이 반은 흰색이고 반은 검은색이었는데 합쳐져서 회색으로 변했다.

시발 이게 왜 되지?

나는 자연스럽게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를 보며 당황했다.

존나 쉬운 거였네?

[어렵게 생각하지 말게. 어차피 둘 다 기운으로 하는 거니까 하하하­]

앞에서 검기를 뽑아내고 잔뜩 폼 잡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이거 시발 이길 수 있는 건가?

검을 바로 잡아서 사내를 겨눴다.

"칙칙 여우! 보지! 칙칙! 쫄깃! 보~지!"

"야 시발 그만 노래 부르고 주문이나 외워"

아직도 열심히 노래 부르는 재클린을 말렸다.

"아! 저 아까 마법으로 마나를 다 써서 이제 더 이상 못 씁니다! 아하핫!"

내 말에 재클린이 급격하게 진정하며 대답했다.

조루도 시발 저런 조루가 없었다.

무슨 시발 마법사가 마법을 한 번밖에 못 쓰냐.

욕지기가 치솟았지만, 그와 동시에 달려드는 사내를 막기 위해 뛰었다.

몸이 전보다 가벼웠으며 기운은 무언가가 뚫린 것처럼 막힘 없이 흘렀다.

내 손에 넘실거리는 회색빛의 검기가 내게 자신감을 가져다줬다.

그동안 좆밥으로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가!

나는...

"좆밥이 아니야 이 개새끼야!!"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울분을 뱉어내며 사내의 검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내가 좆밥이 아니라는 것을 내 검에서 피어오르는 검기가 증명했다.

쿠웅­

사내의 검과 내 검이 부딪히자 바닥이 작게 진동하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

사내의 검과 부딪힌 부분의 기운이 살짝 흩어졌다가 다시 뭉쳤다.

사내의 검기가 내 검기보다 밀집도가 좋았다.

사내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가 있는 게 보였다.

띠꺼운 새끼 시발.

사내의 검에 실린 힘이 나를 밀어냈다.

나는 그 힘에 그대로 밀리며 사내에게 검을 다시 휘둘렀다.

쿠웅­

온 힘을 다해서 휘둘렀지만 사내는 가볍게 막으며 검을 기울여 찔러넣었다.

나는 검을 휘두른 손에 힘을 더 넣어 그 검의 경로를 흔들었다.

검이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까와는 다르게 가죽 갑옷이 크게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이거 선물 받은 건데 시발!

"복숭아맛 여우 보지! 상큼하고 달콤한 여우 보지! 쫄깃 보지!"

뒤에서 신명 나는 재클린의 노래가 들렸다.

"이...이런 미친!"

나와 싸우고 있던 사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 새끼 아직도 영향받고 있다!

"재클린 좀 더 신명 나게 해봐!"

"예아!!!"

검을 찔러넣느라 내게 가까워진 사내를 향해 어깨를 밀어 넣었다.

기운이 실린 내 어깨를 맞은 사내가 뒤로 밀렸다.

"아아 신이 만든 보지 중 최고 보지! 여우 보지! 그 맛에 중독된 우리는 죄인!"

사내의 두 눈은 이제 더 이상 날 보고 있지 않았다.

사내가 기운을 터뜨리며 재클린에게 뛰었다.

나는 그런 사내의 등을 향해 검을 베어냈다.

쿵!

"이런!"

사내가 황급히 뒤돌아 검을 막아냈지만, 중심이 흔들린 상태였다.

검이 부딪힌 부분의 기운이 흔들려 이가 나갔지만, 아직 괜찮았다.

기회다 시발.

나는 오른발을 내디디며 힘을 주어 밀어 넣었다.

중심을 잡지 못한 사내가 그대로 넘어질 것처럼 밀렸다.

내 검이 사내의 검을 타고 내려갔고 나는 그대로 검을 찔러 넣었다.

사내의 어깨 부분에 피가 튀었다.

상처가 제법 깊었던 모양인지 피가 정말 시원하게 뿜어져 나왔다.

"애미 시발 꼴좋다! 아프지 개새끼야!"

나는 이죽거리며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뛰었다.

"쪼오~올깃! 보지!"

인상을 찌푸린 사내가 내게 뛰어들려는 순간 재클린의 목소리가 방해했다.

사내가 살벌한 눈빛으로 재클린을 쳐다봤다.

"쫄깃 보지 드셔보실?"

하지만 그런 사내의 눈빛에도 재클린은 쫄지 않았다.

재클린은 외압에 굴하지 않는 진정한 음악가의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녀석이 마법사가 아니라 바드를 선택했으면 꽤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나는 다시 기운을 터뜨리며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재클린에게 뛰려던 사내가 황급히 내 검을 막았다.

"미천한 놈들 다 죽일 거다. 죽여서 뼈 하나까지 갈아서 마물들에게 뿌릴 거다."

사내의 검에서 기운이 넘실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나는 전보다 배는 증가한 듯한 기운에 당황하며 뒤로 빠졌다.

사내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을 보니 무리를 하는 게 분명했다.

이렇게 상대가 무리할 때는 상대해주지 않으면 되니까.

무리하는 사내의 기운이 다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사내와의 거기를 벌렸다.

"개리가 먹고 싶어 하는 여우 보~지! 하지만 이미 에이든 님이 먹은 여우 보지! 호우!"

물론 재클린은 그런 사내의 흉흉한 기세에도 절대 굴하지 않았다.

참으로 우직한 병신이 분명했다.

사내가 재클린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재클린 시발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병신!

나도 황급히 뛰어 재클린 쪽으로 뛰었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재클린의 가슴 부분에 기운이 넘실거리는 사내의 검이 꽂혀 있었다.

"죽어라. 버러지 같은 놈­"

사내의 만족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사내의 빈 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재클린이 목숨을 걸고 만들어준 기회!

사내의 등을 시원하게 가르기 바로 직전에 어느새 뒤를 돈 사내가 내 검을 찍어눌렀다.

사내의 검에 넘실거리는 기운이 내 검에 두른 기운을 밀어내고­

이가 군데군데 나간 내 검을 반 토막으로 잘렸다.

여기서 빠지면 정말 답이 없다.

검이 부서졌지만 나는 오히려 한 발을 더 내디디며 사내에게 붙었다.

"스스로 죽으로 오는 꼴이란 우습군­"

사내가 이죽거리며 검을 내 가슴으로 찔러넣었다.

나는 반 토막 난 검으로 힘껏 사내의 검을 밀어내서 그 경로를 아래쪽으로 바꿨다.

반 토막 난 검이 갈리며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사내 검의 경로를 아래로 바꿀 수 있었다.

시발 존나 아프겠지?

사내의 검이 다가오는 것이 느리게 보였다.

흉하게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며 스스로 배를 사내의 검에 가져다 댔다.

사내의 검은 마치 종이짝처럼 내 가죽 갑옷을 가르고 내 배로 파고들었다.

"끄으으윽!"

비명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배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내 입에서 낮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미친 존나 아프잖아! 이거.

소설 속에서는 잘만 하던데 이런 거.

따라 하지 말라고 아래에 써놓던가 시발.

나는 움직이지 않는 발에 힘을 주어 다시 한발 내디뎠다.

사내의 검이 더 깊숙이 내 배를 파고들었다.

반쪽짜리 검을 놓고 왼손으로는 사내의 검을 잡아 끌어당겼다.

존나 더 아파 시발!

"버러지­"

악착같이 붙는 나를 사내가 비웃음 가득한 눈으로 봤다.

마침내 사내와 가까이 붙었을 때 나는 고통 속에서도 오른손을 움직였다.

"너가 그렇게 좋아하는 여우의 선물이다! 개새끼야­"

나는 내 오른손에 들린 단검을 사내의 목 부분에 힘차게 찔러넣었다.

사내의 눈에 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기서 못 죽이면 내가 뒤진다.

단검을 든 오른손에서 살을 파고드는 끔찍한 감촉이 느껴졌지만, 더욱더 깊게 찔러넣었다.

단검이 손잡이만 보일 정도로 깊게 파고들었다.

그제야 사내가 손을 움직였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사내의 검을 잡고 있던 왼손을 움직여 사내의 목 뒤를 힘껏 끌어당겼다.

끄르륽­

사내에게서 피 끓는 소리가 났다.

"왜 시발 너가 그렇게 좋아하는 여우가 준 선물인데. 싫어? 웃어야지 개새끼야­"

사내에게 시원하게 웃어주고 싶었지만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자꾸만 인상이 찌푸려졌다.

대충 입꼬리를 올려서 사내에게 내가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끄으으윽­

사내가 간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까의 무서운 기세가 사라진 사내는 우스운 모습이었다.

"여우 보지 존나 쫄깃해 개새끼야."

나는 그런 사내의 숨이 멈출 때까지 계속해서 속삭였다.

지옥에 가서도 기억하도록­

여우 보지 쫄깃 보지­

계속 속삭였다.

마침내 사내의 몸에서 힘이 빠지며 아래로 허물어졌다.

나는 내 배에 뚫린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애미 시발 더 아프겠지?

한 번에 빼야 해.

한 번에.

이를 악물고 검을 쭉 뽑아냈다.

"크흐으윽! 존나 아파 시발!"

중간쯤 뽑았을 때 고통을 참지 못하고 멈췄다.

좆됐다!

한 번에 뽑았어야 했는데.

애미 시발.

고통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움직여 다시 잡아서 뽑아냈다.

내 배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왔다.

비릿한 피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뒤로 넘어졌다.

[기운을 상처 쪽으로 돌리게.]

목소리에 따라 기운을 움직이자 피가 점점 멎었다.

하지만 이미 흘린 피가 너무 많아서 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갔다.

"크흡! 이겼습니까!?"

피 웅덩이에서 내게 소리 지르는 재클린이 보였다.

아 맞다 쟤가 있었지.

나는 사내의 검을 지팡이 삼아서 억지로 발을 움직여 재클린에게 다가갔다.

발을 한번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무너질 것처럼 아팠다.

마침내 쓰러져있는 재클린 옆에 도착해 쓰러지듯이 앉았다.

"크흡! 너무 아픕니다!"

재클린이 자신의 가슴에 시원하게 뚫린 구멍을 가리켰다.

구멍이 확실하게 크게 뚫려 있었다.

얘는 못 살겠네.

"맞아 존나 아프더라고­"

나는 그 모습을 찡그리며 쳐다봤다.

"그럼 말씀해주십쇼! 여우 님의..."

재클린의 입에서 숨이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런 재클린의 옆에서 하염없이 설명했다.

여우의 모든 것을 열심히 내가 아는 모든 표현을 동원해서 알려줬다.

마침내 내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재클린이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렇군요­ 여우님의 보지는 복숭아 맛 핑크 보지였군요... 만족스럽습니다­"

재클린의 표정은 정말 만족한 듯했다.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보지에 가장 진심인 최고의 바드였다."

재클린에게 내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재클린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끄덕이는 것 같았다.

움직여야 하는데 도저히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여기에 더 있으면 위험한데­

에이미 시발 안 돌아오나?

뒤도 안 돌아보고 가다니 너무하네.

"재밌는 모습이군."

어디선가 들어본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부터 있었지?

나는 무거운 고개를 움직여 소리가 들려온 쪽을 확인했다.

어느새 내 옆에 큰 덩치의 사내가 서 있었다.

옷을 입지 않아 훤히 드러난 사내의 상체에는 수많은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사내의 존재감을 나를 거칠게 짓눌렀다.

겨우 지혈한 내 배에서 다시 피가 흘러나왔다.

애미 시발 방금 겨우 이겼는데.

이렇게 바로 보스가 나오면 어떻게 하냐.

진짜 좆망했네 이거.

나는 압도적인 절망감에 빠져 사내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지? 신도끼리 서로 죽이다니."

사내의 검은 가면이 나를 쳐다봤다.

사내가 나를 쳐다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마치 온몸이 물에 빠진 것처럼 무거웠다.

"그... 저 새끼가 제국의 첩자였습니다!"

내 필사적인 생존 의지가 입을 움직였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저 멀리 있는 시체를 가리켰다.

말하고 나니 조금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첩자?"

사내의 목소리에 궁금증이 담겼다.

"...예에! 첩자요 첩자! 저 어미 뒤진 게 확실한 새끼가 대뜸 저희에게 칼을 휘둘렀습니다! 저희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저항했고 그 결과 제 동료가... 크흑!"

거기서 약간의 희망을 본 내 주둥이가 더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첩자 빼고는 모든 내용이 진실이라 절절함을 담기 더 편했다.

마지막에는 고통 때문에 눈물이 손쉽게 나와 내 의견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줬다.

이게 진실이야!

내 눈물을 보라고 시발!

"그렇군­ 저 아이의 어미가 뒤진 게 확실하다는 소리인가?"

사내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내게 되물었다.

그건 확실하지 않은데...

아니 아마 확실할 거야!

어미가 뒤지지 않았으면 내게 검을 휘두르지 않았겠지 개새끼!

"예! 확실합니다! 심지어 저 새끼의 어미는 창부일걸요?!"

내 입은 열심히 그가 어미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군."

사내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확실합니다!"

사내의 끄덕임에 희망이 생겼다.

됐다! 살 수 있어!

역시 오크에게 잡혀가도 말만 잘하면 산다더니!

"근데­"

사내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깔렸다.

나는 숨을 죽이며 사내의 말에 집중했다.

"저 아이가 내 조카인데 말이야. 정말 어미가 창부인가?"

가면에 가려진 사내의 얼굴이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애미 시발련.

그런 건 빨리 말해줘야지 십새끼야.

나는 황급하게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사내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내 검에는 어느새 약간이나마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쩡­

사내는 정확하게 손가락 한 개로 내 검을 막았다.

그래도 두 개는 써줘야 나도 자존심이 안 상하지 시발.

내 검은 마치 벽에 막힌 것처럼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어미가 창부인가?"

사내의 목소리에서는 묘한 슬픔이 담겨 있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시발.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기는 해 근데.

"대답하게."

시발.

입조심할걸.

***

"이제 가야 합니다. 더 늦으면 그가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스칼은 초조함을 느끼며 앞에 있는 여우를 설득했다.

벌써 약속 시간은 한참 지났다.

이제 곧 그가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었다.

이미 다른 신도들은 밖으로 빼내 뒀지만, 그가 움직이면 절대 도망갈 수 없다.

여우는 스칼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가면을 두드리고 있었다.

"여우님­!"

쿠웅­!

그때 멀리서 큰 충격음이 들렸다.

"막내?"

여우의 흰 가면이 순식간에 가루로 흩어지며 맨 얼굴이 드러났다.

작게 중얼거린 여우가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칼은 멍하게 여우의 맨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스칼이 봤던 얼굴 중에 제일 아름다웠다.

아니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여우의 얼굴은 신비로웠다.

괜히 신수가 아니구나.

저런 얼굴을 가면에 숨기고 있었다니­

완전 낭비 아니야?

스칼은 충격음이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지금이라도 혼자 도망가야 했지만, 여우의 아름다운 얼굴이 아른거렸다.

스칼은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마법 연초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충격음이 들린 쪽으로 움직였다.

미인박명이라던데­

들이마신 연기를 깊게 내뱉었다.

그 정도면 얼마나 살 수 있으려나.

지금 자신의 판단이 한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칼은 갈 수밖에 없었다.

여우의 얼굴이 목숨을 걸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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