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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99화 (99/233)

〈 99화 〉 정신없는 재회.

* * *

침대 위에 작은 상자가 있었다.

한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상자였는데, 겉모습이 꽤 고급스럽게 생겼다.

그 위에는 수려한 글씨체로 '비싼 거니까 아껴서 피게'라고 적혀 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때 스칼이 줬던 막대가 잔뜩 들어 있었다.

스칼이 떠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선물을 주고 가다니 그래도 염치가 있는 녀석이네.

상자를 안쪽 주머니에 넣고 침대에 누웠다.

적당한 배부름과 오랜만의 평화에 금세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에 잠에서 깼다.

또 드숀 새끼가 와서 칭얼대고 있는 건가?

그 똥꼬 좀 찢어졌다고 며칠이나 칭얼대는 거야.

몇 대 쥐어 패줄 생각으로 눈을 뜨니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무엇을 하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죄다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저 편하게 쳐 자는 것 좀 봐!! 우리가 너 때문에 무슨 고생을 했는데!!"

내가 눈을 뜬 것을 보자 케이트가 대뜸 소리쳤다.

시끄러운 케이트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뭐야 얘네 언제 들어온 거야.

사람들이 내가 누워있는 침대 주위로 감싸듯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내가 처음 본 얼굴들도 있었다.

안드레아 수녀도 왔네?

역시 참된 종교인임에 틀림없었다.

근데 그 옆에 스칼렛 수녀가 있는 것은 조금 의외였다.

나와 눈을 마주친 스칼렛 수녀가 몸을 살짝 움츠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나 혼자 취해서 잠들었었지.

스칼렛 수녀의 옆에는 갈색 머리의 귀엽게 생긴 수녀도 있었다.

그 수녀가 반갑다는 듯이 웃으며 내게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수녀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밝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따라서 손을 흔들어줬다.

"에이든도 힘들었을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쇼."

케이트의 옆에 있는 키아나가 케이트에게 말했지만, 케이트는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내 바로 왼쪽에는 파멸적인 가슴을 뽐내고 있는 비키가 있었다.

비키가 나를 보며 시원하게 웃더니 내 멱살을 잡아끌었다.

"으악?!"

비키에게 끌려가며 다가올 고통을 대비했다.

보자마자 쥐어패려고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고 나 환자야.

나를 끌어올린 비키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거침없이 내 입에 입을 맞추었다.

순간 너무 놀란 나는 비키의 입맞춤에 반응하지 못했다.

짙은 피 냄새가 맡아지며 비키의 혀가 내 입으로 들어왔다.

­붉은색 티팬티... 와우 거의 입지 않은 거나 다름없군.

검의 목소리에 상상이 되며 머리가 어지러웠다.

"야야!!! 미친!!! 너 뭐해!!!"

케이트가 황급히 달려들어 나와 비키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케이트로는 비키의 힘을 풀 수 없었다.

"뭐하냐고!!! 야!! 너네도 구경하지만 말고 좀 말려!!"

낑낑거리며 비키를 말리던 케이트가 소리쳤다.

케이트의 말에 키아나와 조슈아도 붙었지만, 다 같이 힘을 써도 비키를 떼어낼 수 없었다.

비키는 마치 도장을 찍는 것처럼 열심히 혀를 움직였다.

"어...어찌 남녀가 유별한데..."

우리가 입 맞추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본 키아나가 허망한 듯이 중얼거렸다.

"왜 너가 먼저 하냐고!!! 미친 떨어지라고 떨어져!!! 제국의 황녀로서 명한다!!! 떨어져!! 황녀 명령! 황녀 명령!! 이이익!!! 황녀 명령이라고!!"

케이트가 옆에서 길길이 날뛰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인생에서 제일 시끄러운 입맞춤이 지나가고 비키가 만족한 표정으로 떨어졌다.

"또 그렇게 쓸데없이 납치만 돼봐. 그냥 어디 가지도 못하게 가둬둘 테니까."

비키가 내 머리를 우악스럽게 잡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누가 납치되고 싶어서 납치됐냐고 시발.

순간 서러움이 올라왔지만,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상대가 비키였으니까.

내가 강해진 만큼 비키와의 실력 차도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진짜 이 가슴만 무식하게 큰 여자 아니랄까 봐!! 무식한 것 봐!!! 떨어져! 떨어지라고!!"

그런 비키의 옆에 붙은 케이트가 붉어진 얼굴로 소리치면서 비키를 밀었지만 비키는 꿈쩍도 안 했다.

"이따 저녁에 내 방으로 와­ 씻고 있을게."

비키는 주변의 말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저녁에 니 방을 쟤가 왜 가냐고!!! 너 가기만 해!!!"

케이트가 내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사제. 겨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어찌 이런 부부부끄러운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건가?!"

키아나도 비키의 행동에 당황했는지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왜 나한테 그래요.

나는 그냥 당한 거라니까.

하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새끼!! 음흉하게 웃고 있잖아!!!"

아 표정 관리.

입꼬리가 안 내려갔다.

"그럼 이따 봐."

주변에서 난리가 났지만 비키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인사하고 나갔다.

이따 보자니­

비키와의 있었던 뜨거운 날이 생각났다.

금세 내 하체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스칼에게 후기도 들려줘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비키와 시험 좀 해봐야겠는데.

"이따 보기는 뭘 이따 봐!! 너 표정이 왜 그래!! 개 변태 같아! 이 변태야!"

케이트가 내 얼굴을 가리키면서 소리 질렀다.

후­

나는 그런 케이트의 반응에 입꼬리를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간신히 얼굴을 원 상태로 돌릴 수 있었다.

빨리 얘네 내보내고 샤워하러 가야겠어.

"진짜 뭐냐고!! 저 무식한 여자!! 짜증나! 야!! 좋아?! 좋냐고!!!"

케이트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내게 소리 질렀다.

­곰돌이가 그려진 귀여운 팬티군.

얘는 또 왜 난리야.

그래도 나를 구하기 위해 와줬다니까 나는 애써 인상을 풀었다.

"고마워 구하러 와줘서."

내가 참아야지.

이런 애랑 얼굴 붉히며 싸워봤자 내 손해다.

짐짓 점잖은 체를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하! 어이없어! 너 구하러 온 거 아니거든? 그냥 소풍 온 거야 소풍! 그러다가 너 만난 거라고!"

내 말에 얼굴이 더욱 붉어진 케이트가 고개를 흔들며 투덜거렸다.

"아 그래? 그럼 고맙다고 한 거 취소할게. 안 고마워."

아님 말고.

"나는 사제 구하러 온 거야."

옆에 있던 키아나가 황급히 내게 말했다.

"뭐?! 취소?! 지금 취소라고 그랬어?!! 야! 그리고 넌 또 뭐야!! 왜 끼어들어!! 저기 찌그러져 있어!!"

잔뜩 흥분한 케이트가 내 위에 올라타서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황...황녀님!! 보는 눈도 많은데 어찌 그런!!!!"

옆에 있던 조슈아가 내게서 케이트를 떼어 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나 구하러 온 거 아니라며."

머리가 자꾸 흔들려서 어지러웠다.

아니 어쩌라는 거야 시발.

"구하러 온 거 아니지!! 아닌데!! 그래도 왜 말을 그따위로 하냐고!! 빨리 취소 다시 취소해!! 취소 취소하라고!"

나를 노려보는 케이트의 눈에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아니 왜 갑자기 울어.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케이트의 속내에 어이가 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고마워! 고맙다고! 됐냐! 이것 좀 놔! 어지럽다고!"

하도 머리가 흔들려서 초점이 잘 안 잡혔다.

"...정성을 담으란 말이야 정성을!! 그렇게 대충하지 말고!!!"

"황녀님!!!"

"너는 좀 빠져 있어 조슈아!! 황녀 명령이야! 황녀 명령!!"

"아니 고맙다니까 진짜 고마워! 나를 구하러 온 것도 아니고 구한 것도 아니지만 고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가만히 놔두면 정말 내 머리를 뽑을 것 같아서 케이트가 원하는 대로 말했다.

"흥­ 그 고마움 받아줄게."

이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케이트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웃었다.

진짜 정신병자인가 봐 얘.

나는 최대한 정신병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직 하나 남았어!"

케이트가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

뭐가 또 남았다는 거야.

이 정도면 됐잖아.

예상되지 않는 케이트의 행동이 무서웠다.

"황녀 펀치!! 정실 펀치!!"

잠깐 방심하고 있던 사이에 케이트의 주먹이 내 명치에 제대로 박혔다.

심지어 케이트는 확인 사살까지 하려는 듯 두 번이나 주먹질했다.

복부에서 느껴지는 아득한 통증에 몸을 움츠렸다.

그런 내 얼굴을 케이트가 양손으로 잡았다.

그 작은 손에서 느껴지는 힘이 내게 도망가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황녀니이이임! 이게 무슨!! 다 뒤돌아!!!"

입술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게 느껴졌다.

얘가 지금 뭐 하는 거지.

눈을 감고 파르르 떠는 케이트가 자신의 혀를 필사적으로 내게 밀어 넣었다.

케이트의 어색한 혀가 내 입천장을 잠시 긁고 나갔다.

순간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만족한 표정의 케이트가 내게서 떨어졌다.

"...그냥 무식한 여자가 했는데 내가 안 하면 지는 것 같잖아? 그래서 한 거니까! 이상한 생각하지마! 변태야!"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케이트가 문으로 뛰어갔다.

"황녀님 이게 무슨!! 황제님이 아시면 어떻게 하시려고...!"

"멍청한 조슈아 닥쳐!! 닥치라고!! 이거는 그냥 내가 쟤를 벌 준거니까! 닥쳐!! 황녀의 명령이다! 닥쳐라 조슈아!!"

밖으로 뛰쳐나가는 케이트를 따라서 조슈아와 기사들이 나갔다.

그리고 그 뒤에 흰 머리의 소녀가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사라졌다.

쟤는 또 누군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거야.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사제? 이게 무슨?"

당황한 표정의 키아나가 나를 불렀다.

­평범한 흰색 면 팬티구만. 시시하군.

검의 목소리에 키아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뭐야 너는 왜 또 검 손잡이를 잡고 있어.

키아나의 희고 가는 손이 손잡이를 잡은 상태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메론빵 내가 사뒀던 거 같은데.

납치되면서 잃어버린 것 같았다.

메론빵 중독자의 금단 증상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모르겠어요. 요즘 아카데미에서 유행하는 인사법인가 본데요? 보셨잖아요.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쟤네가 한 거. 아카데미 식 인사법인가 봐요."

나는 키아나의 손을 손잡이에서 떼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아카데미식 인사법?"

에이든의 말에 키아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은 아카데미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에이든 밖에 없으니 아카데미식 인사법을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하늘 아래 남녀가 유별한데 저런 해괴망측한 인사법이 유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자신도 에이든과 저렇게 인사를 해야 하는 건가?

얼굴에 열이 확하고 올라왔다.

키아나는 진정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검 손잡이를 매만졌다.

"그런가 봐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요즘 애들이 좀 그렇잖아요? 사저. 그렇죠?"

왜 검 손잡이를 안 놓는 거야 시발.

"사저 주려고 메론빵 사뒀었는데, 납치되면서 잃어버렸나 봐요. 미안해요."

검 손잡이 좀 놔봐.

나도 메론빵 사뒀었는데 잃어버린 거라니까.

"...응 알았어 사제."

잠시 숨을 고르던 키아나가 결국 검 손잡이를 놓았다.

잠깐 나를 보며 고민하면서 입을 움찔거리던 키아나가 얼굴을 붉히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럼 나는 가볼게. 사제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키아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세상이 조금 더 밝아졌다가 키아나가 방에서 나가면서 다시 돌아왔다.

"에이든 님? 어디 아프신 곳은 없어요?"

조용히 있던 안드레아가 내 머리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크흠... 이건...

왜 뭔데.

­아닐세. 크흠.

애매한 검의 태도에 더 궁금해졌다.

"아 네. 다행히 포션이 있어서요. 안드레아 님 고마워요. 저를 위해 여기까지 와주셔서."

단아하게 웃은 안드레아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좀 진정됐다.

역시 정상인은 안드레아밖에 없어.

"에이든 님을 위해서라면 당연한 거니까요. 다행 이에요. 에이든님이 무사하셔서."

안드레아가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친절한 수녀 안드레아.

안드레아와 친분을 쌓은 게 내가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잘한 일 아닐까.

"운이 좋았어요. 왜 납치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안드레아의 손길에 마음이 녹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요. 감히 저의 신님을 납치하다니."

"네? 잘 안 들렸어요."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아니에요. 몸은 정말 괜찮은 거에요?"

"네. 조금 다치기는 했었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상남자인 내게 그 정도의 상처들쯤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저에게 상처를 보여주시겠어요?"

안드레아의 목소리에 이유 모를 열기가 담겨 있었다.

"예? 하지만 진짜 괜찮은데 이깟 상처들쯤이야­"

내 옷의 단추를 잡는 안드레아의 손길에 당황했다.

"혹시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치료를 해야 합니다."

안드레아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런 건가?

그래도 이미 포션으로 다 치료했는데?

하지만 수녀인 안드레아가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른 분들도 있는데­"

멀뚱히 구경하고 있는 스칼렛과 그 옆에 있는 수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에이든님. 이건 치료 행위입니다. 부끄러워하실 게 아니에요."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으며 내 단추를 풀었다.

그런가?

치료 행위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내 그릇된 생각 때문인가?

고민에 빠져있을 때 이미 안드레아는 내 상의를 벗기고 있었다.

두 수녀도 어느새 내게 달라붙어서 안드레아를 돕고 있었다.

와­

이름 모를 수녀가 눈을 빛내면서 내 몸을 구경했다.

아무리 봐도 저건 치료 행위에 대한 반응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상처는 꽤 깊네요. 위험했겠어요."

가슴에 크게 난 상처를 안드레아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안드레아의 뒤로 밝은 빛이 뿌려지며 내 상처에 빛이 감돌았다.

흉하게 난 상처가 그 빛에 점점 사라져갔다.

"무슨...?! 흉터까지 치료한다고?!"

스칼렛이 그 모습에 경악했다.

안드레아는 그런 스칼렛의 반응을 무시하고 손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와­ 저도 안드레아 수석 수녀님처럼 되고 싶어요!"

옆의 수녀가 작게 감탄했다.

"아가사 수녀님도 열심히 기도하시면 됩니다."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으며 치료를 계속했다.

나도 할 수 있어­

스칼렛이 이를 질끈 깨물더니 내 몸을 더욱 열심히 만졌다.

저건 치료가 아니라 그냥 만지는 거 아니야?

"어?! 여기가 부풀었어요!"

아가사라고 불린 수녀가 해맑게 내 바지를 가리켰다.

애미 시발.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미인 세 명이 내 몸을 주물럭거리고 있는데 진정이 될 리 없었다.

"아­ 이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아가사 수녀."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손을 내 바지에 넣었다.

그 손길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순간 내 반응이 늦었다.

"예?! 잠깐만요 아니!!!"

"자연스러운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안드레아가 부드럽게 눌렀다.

물론 안드레아의 손길을 뿌리치고 일어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내게 붙은 세 명이 전부 넘어질 것 같았다.

내 바지 안에 손을 집어넣은 안드레아를 보며 스칼렛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

아무리 수녀라고 해도 용인될 리 없지.

빨리 안드레아 좀 말려봐.

입술을 질끈 깨문 스칼렛이 안드레아를 따라 손을 집어넣었다.

얘는 또 왜 이래.

내 바지 안에서 안드레아와 스칼렛의 손이 다투고 있었다.

마치 서로 잡겠다는 듯이.

두 수녀의 손길에 정신이 점점 아득해져 갔다.

"저도 도울게요! 자연스러운 거니까!"

아가사 수녀가 순박하게 웃으며 작은 손을 집어넣었다.

이제 내 바지 안에는 괴물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뭉툭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상식을 벗어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앗! 너무 안드레아 수석 수녀님만 잡고 있는 거 아니에요?!"

"꼭 도와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만 하게 할 수 없어."

"와 이게 더 커지고 있어요! 원래 남자의 성기는 이렇게 큰 건가요?"

"에이든 님의 것이 특출나게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고환이라고 합니다."

"으­ 쭈글쭈글해! 그래도 만지다 보니까 조금 익숙해졌어요! 모습도 보고 싶은데..."

아가사 수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봤다.

절대 안 돼.

이 순진하게 생긴 수녀가 너무 적극적이었다.

나는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고개를 저었지만, 이미 내 아래는 벗겨져 있었다.

말려야 되는 순간을 놓친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

"미친년들... 또라이 년들... 천박한 년들... 수녀들이 모여서 남자 대딸해주고 있네­ 잘하는 짓이야! 잘하는 짓이라고!! 수녀 망신은 너네가 다 시켜라! 그냥 다 해!!!"

바다신은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숨 쉬듯이 욕을 내뱉고 있었다.

그 옆에는 술의 신이 언젠가 가져다줬던 포도주병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제 다른 신들은 더 이상 바다신과 대지신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바다신의 화신이 대지신의 화신에게 물든 순간부터 둘은 이제 신들 사이에서도 기피하는 대상이 됐다.

대지신은 그런 바다신의 모습을 미안한 듯이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포인트를 보며 대지신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저 수녀들은 자신의 손을 떠났다.

대지신은 아래를 한 번 보고 자신의 포인트를 보고 숨을 내뱉고 다시 아래를 봤다.

그렇게 행동을 반복하며 복잡한 심경을 애써 다스렸다.

대지신의 포인트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었다.

대지신은 눈을 질끈 감으며 쌓인 포인트의 대부분을 다시 자신의 화신에게 투자했다.

제발.

이미 늦었으니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어...

그러니까 우승이라도 해줘.

대지신은 자신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마치 도박에 중독된 인간의 모습같아서 두려웠다.

"저저!! 저걸 왜 나눠서 처먹고 있어!!! 더 이상 못 참겠다!! 못 참아!!!"

대지신이 바다신의 비명소리를 애써 못 들은 척했다.

이기면 어떻게든 전략이라도 우길 수 있을 거야.

제발 이겨줘.

대지신은 덜덜 떨리는 손을 내려서 숨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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