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너무 뻔한 전개.
* * *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크게 웃었나요?"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서아의 고운 눈가에는 눈물까지 그렁그렁했고 바닥에서 구르는 바람에 배가 보일 정도로 옷이 올라가 있었다.
제국민이 공화국 혁명단에 가입한다는 게 그렇게 웃을 일인가.
엄연히 차별 아니야 이것도?
내가 대답하지 않고 찝찝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서아가 헛기침을 하더니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후 그래서 저희 혁명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거죠?"
서아가 짐짓 표정을 굳히며 진지하게 말했지만 발그스름한 볼 때문에 전혀 진중해 보이지 않았다.
"네 뭐. 제국민도 들어갈 수 있다면요."
아직도 서아의 눈가에 남아있는 눈물이 찝찝하기는 했지만, 곱게 대답했다.
"처음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에이든 님은 강하시니까요. 저희 쪽에서는 당연히 환영입니다."
서아가 다소곳하게 미소 지으며 내게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는 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내 실력을 가늠하고 있었다.
딱 봐도 좆밥인 여자인데, 어떻게 눈치챈 거지?
"아 그.. 제 변변치 않은 능력 중 하나입니다. 저는 상대방의 무력 수준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아가 부끄럽다는 듯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런 능력도 있나?
하긴 나도 나보다 강한 사람은 잘 느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무튼! 저희 혁명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뜸 자리에서 일어난 서아가 밝게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그냥 가입이 된다고?
너무 쉬운 가입 방식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거 시발 그냥 이상한 애들 모아둔 거 아니야 또?
"음??"
내가 손을 잡지 않자 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혁명단치고 가입이 너무 허술한 거 아닙니까? 보통 뒷조사를 한다거나"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아! 그것도 제 능력 중 하나입니다! 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대충은 알 수 있어요."
서아가 내 질문에 작게 박수를 치며 다시금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사람의 거짓과 진실을 파악한다니.
처음 들어보는 능력이었다.
마법 같은 건가?
나를 놀리는 건가 싶어 눈을 가늘게 뜨고 서아를 쳐다봤다.
"진... 진짜예요! 어떤 말이든 해보세요!"
내 의심스러운 눈빛에 당황한 서아가 가슴을 쭉 내밀며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큼지막한 서아의 가슴에 잠깐 시선을 뺏겼다.
"진짜요?"
"네네! 뭐든지 말해보세요!"
서아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처음 봤을 때는 뭔가 어른스러운 느낌이었는데, 점점...
"서아 씨 엉덩이는 명품 엉덩이."
잠시 고민하던 나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진실! 아니아니아니!! 잠깐만요! 에이든 님의 말에 담긴 느낌이 진실이라는 것이지 제 엉덩이가 아니! 그 일단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한 데... 엉덩이 이야기는 제가 조금 부끄러워서. 그리고 제 엉덩이가 명품이라는 게 진실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에이든 님이 느끼는 감정이 진실이라는 거예요!"
검지 손가락을 세우며 자신 있게 대답한 서아의 얼굴이 잔뜩 붉어지더니 말이 빨라졌다.
나중에는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서아의 설명에 대충 무슨 능력인지 감이 왔다.
상대방의 말에 담긴 감정을 읽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파악하는 건가.
"서아 씨 가슴은 명품 가슴."
다시 한번 내 추측을 검증하기 위해 입을 뗐다.
"진실. 아악!! 그게 아니라! 아니 그리고 제 가슴은 또 언제! 아니!! 일단 감사합니다! 감사한 데! 제발 제 몸 이야기는 그만 좀 진짜 너무 부끄러워서..."
조용하게 웃으며 대답한 서아가 다시금 언성을 높이며 손을 황급하게 저었다.
그러다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참으로 놀리는 보람이 있는 여자였다.
서아는 아름다운 외모치고 칭찬에 대한 면역이 없는 것 같았다.
발작하는 서아의 반응을 보니 내 추측이 맞는 듯했다.
"아 그럼 제가 아까 아름답다고 한 것도?"
문득 아까 칭찬에 대한 서아의 격한 반응이 이해됐다.
내 모든 말이 진심으로 느껴져서 더욱 크게 와닿은 건가.
"...네 그것도"
아직도 손에 얼굴을 묻고 있는 서아가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파악한다니 참 편한 능력이네.
이 여자는 어디 가서 사기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후
"아무튼...! 이제 이해하셨죠? 저희가 아무나 받는 게 아니에요! 제가 에이든 님의 말에서 진실을 느꼈기 때문에 받아들인 거예요!"
깊게 숨을 내쉰 서아가 얼굴을 들고 내게 자신 있게 말했다.
점잖은 척하지만 아직까지도 붉은 서아의 얼굴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근데 그거는 상대방이 말에 대한 느끼는 감정을 파악하는 거 아닌가?
"음... 근데 만약에 제가 그런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가령 진실이 아니지만 내가 진실로 생각하고 있다든가 하면"
갑자기 생긴 의문을 서아에게 물었다.
"예에?! 혹시 에이든 님 그런 훈련을 받으신 건가요?! 설마 에이든 님 첩자...?!"
내 질문이 서아의 허를 찔렀는지 화들짝 놀란 서아가 자신의 몸을 양팔로 가리며 나를 게슴츠레 쳐다봤다.
원래 이렇게 반응이 다양한 여자인가?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제가 첩자라면 공화국에 쫓기지도 않았겠죠."
"큼큼. 날카로운 지적이에요. 그런 허점도 존재하기는 해요. 그렇다 해도 자신이 완벽하게 진실이라고 믿을 정도가 아니면 옅은 거짓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잠시 목을 가다듬던 서아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더니 다시금 미소 지었다.
순간적으로 지나간 모습에 내가 말한 수법과 비슷하게 당한 적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튼...! 그렇게 호락호락한 조직이 아니랍니다 저희는!"
서아가 다시금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존나 호락호락해 보이는데.
"저희 조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서아가 양손을 뻗고는 나를 보며 밝게 웃었다.
방금 보였던 어두운 모습을 가리기라도 하려는 듯.
"명품 엉덩이"
그 모습에 다시금 입이 간지러워 긁었다.
"아악!! 일단 감사합니다! 감사한데!! 에이든 님 제발!! 그만!"
얼굴이 확하고 붉어진 서아가 소리치며 다시금 얼굴을 손에 묻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허술한 조직이 분명했다.
***
"샤워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붉은 얼굴로 자신의 몸을 가린 서아가 되물었다.
"예. 일단 피도 많이 묻었고 땀도 많이 흘려서 몸을 좀 씻고 싶네요. 될 수 있다면 새 옷도"
슬쩍 내 옷을 들어 냄새를 맡았더니 요상한 냄새가 났다.
아마 이 옷은 다시 못 입을 게 분명했다.
"아... 그렇군요! 아하하! 그럼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다른 분들이랑 아직 안면을 트지 않았으니 제 개인 욕실을 이번만! 특별히! 빌려드릴게요! 어차피 지금은 아무도 안 쓰니까요."
고개를 과장되게 끄덕인 서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아의 큼지막한 가슴이 움직임에 보기 좋게 흔들렸다.
나는 그런 서아를 따라 방에서 나왔다.
방 앞에는 강낭콩이 인상을 잔뜩 구기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딱히 별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서아에게 쫓겨난 것이 강낭콩에게는 제법 큰 충격인 것 같았다.
"이쪽으로 가시죠."
이내 처음 봤던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온 서아가 나를 안내했다.
물론 손으로 가려지지 않는 엉덩이를 가리며 자꾸 나를 돌아보기는 했지만.
"여기에요. 옷은 제가 다른 분을 시켜 가져다드릴게요. 안에 있는 도구는 마음껏 사용하셔도 됩니다. 수건 같은 경우도 안쪽에 구비되어 있으니까요."
살짝 붉어진 얼굴의 서아가 욕실 문을 열며 말했다.
"크흠..."
찝찝한 표정의 강낭콩이 입을 움찔거렸지만, 딱히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전보다 더욱 제대로 교육된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아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그런 서아에게서 묘한 느낌을 받으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개인 욕실이라는 것치고 규모가 꽤 컸다.
심지어 안쪽과 바깥쪽이 분리되어 있었다.
무슨 개인 욕실이 기숙사 샤워실보다 커?
생각보다 사치를 부리는 성격인가.
나는 잔뜩 냄새가 풍기는 옷과 속옷을 벗어 옷늘 넣는 곳에 놓았다.
그 옆에 곱게 접어둔 여자 옷이 보였다.
원래 여기에 여분의 옷을 두는 건가?
아까 서아의 옷과 비슷했지만, 옷에서 짙은 땀냄새가 느껴졌다.
나체가 된 나는 서둘러 더러운 몸을 씻기 위해 문을 열고 탕 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물을 켜고 다니다니 얼마나 낭비가 심한 거야.
그리고 그때
"언니? 이 시간에 씻다니 웬일이야?"
안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리며 여자가 걸어나왔다.
서아와 자매인 듯 똑같이 풍만한 몸매.
머리색은 서아보다는 약간 더 짙은 갈색.
하지만 부드러운 서아의 얼굴과는 다르게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였다.
나를 확인한 여자는 잠시 정신을 놓았는지 입을 헤 벌렸다.
오
여자의 아름다운 나체를 구경하던 나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흔히 로맨스 책에 나오는 남탕으로 착각해 여자의 나체를 보는 전개.
정말 너무도 뻔한 전개임이 틀림없었다.
물론 나는 남탕으로 착각한 것이 아니긴 하지만.
나는 여자의 탐스러운 나체를 맘껏 구경하며 머리를 돌렸다.
내 잘못이 있는가?
아니 나는 서아가 안내해준 대로 와서 씻을 뿐이다.
잘못이 있다면 오히려 나를 안내한 서아 쪽의 잘못이지.
어떻게 보면 나도 나체를 저 여자에게 보이니까.
내가 피해자인 입장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충분히 즐겨도 되지 않을까.
결정을 내린 나는 여자의 완벽한 몸매를 천천히 구경했다.
탐스러운 여자의 나체에 하체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꺄아아아아악!!!"
그런 내 모습을 본 여자가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질렀다.
"아 이건 오해가"
나는 해명을 하기 위해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죽어! 이 쓰레기 같은 남자 새끼들!!!"
여자는 거침없이 욕지기를 뱉으며 내게 달려왔다.
내게 달려오면서 흔들리는 여자의 큼지막한 가슴을 구경하면서 생각했다.
여자는 제법 강했지만, 상급 정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내가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짐승 같은 남자 놈들!!"
여자가 내게 주먹을 뻗으며 소리쳤다.
자세도 좋고
언니를 닮아 튼실한 하체가 바닥을 충분히 지지하고 있었다.
물론 나한테 닿지는 않았지만
"오 분홍색 젖꼭지."
여자의 팔을 부드럽게 흘리며 말했다.
가까이 붙은 여자에게서 비누 향이 났다.
슬쩍 여자에게 몸을 붙이자 여자의 탐스러운 가슴이 내게 부딪혀 뭉개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살결이 느껴져 만족감을 채웠다.
여자가 이를 갈며 내게 이번에는 오른발을 쳐올렸다.
이번에는 흘리지 못해 팔꿈치로 여자의 발을 막았는데, 제법 기운을 실었는지 막은 팔이 얼얼했다.
"오 털도 나지 않은 분홍색이 보기 좋네."
물론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풍경이 내게 보였다.
언니 쪽과 제법 나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미친 저열한 놈!!"
얼마나 입을 질끈 깨물었는지, 여자의 입술 옆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눈동자에는 나를 죽일 것처럼 짙은 악의가 담겨 있었다.
"오해라니까 어이쿠 실수!"
슬쩍 손을 움직여 여자의 가슴을 세게 움켜쥐었다가 뗐다.
머리가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이...이!!!"
이제는 이성이 날아갈 정도로 분노했는지 여자는 말도 잇지 못하고 그저 몸을 움직였다.
물론 세상은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주인공이 아니라면 갑자기 강해지거나 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내게 달려드는 여자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슬쩍슬쩍 손을 움직여 여자의 몸을 주물렀다.
그럴 때마다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험한 욕지기가 재밌었다.
그러니까 누가 대뜸 주먹부터 휘두르래?
내가 저 여자보다 약했으면 머리 깨져서 땅에 뒹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단지 내가 강해서 지금 멀쩡한 것뿐이다.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나한테 지랄인 거지?
다시 생각해보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나는 전보다 더 거침없이 손을 움직이며 여자의 몸을 주물렀다.
"이런 저열한 놈이 왜 여기에!!!"
여자는 나를 죽이는 것을 포기했는지 내게서 떨어지며 몸을 가렸다.
풍만한 여자의 나체에는 이미 내 붉은 손자국이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내 손길에 어쩔 수 없이 흥분을 했는지 얼굴이 붉은 게 묘하게 웃겼다.
아 아쉽네.
손가락이라도 넣어보려고 했는데.
물론, 이미 충분히 여자의 몸을 주물럭거렸지만.
"오해라니까요. 왜 대뜸 주먹부터 휘두릅니까."
여자에게 양손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오해?! 지금 너... 그 그렇게 하고도 오해!?"
여자가 화를 내며 내 하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여자의 분홍색 젖꼭지가 다시 드러났다.
"아 이건 어쩔 수 없잖아요. 나체인 여자랑 뒹굴었는데."
이건 억울하지.
나체로 미인과 엉겨 붙었는데 하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을까.
"뒹굴기는 누가 네 놈이랑 뒹굴었다는 말이냐!!"
내 말에 여자가 대뜸 침까지 튀겨가며 분노했다.
"그쪽이랑 저요."
여기에 다른 여자가 어디 있다고 저런 멍청한 질문을
언니 쪽과 다르게 멍청한 부분이 있는 듯했다.
"내가 언제 짐승 같은 너와!!!!"
여자가 분노하며 다시금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내 다시 손으로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서아와는 다른 의미로 놀리는 맛이 있는 여자였다.
그때 욕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서윤!!! 에이든 님!!! 꺄아아아악!!!!"
당황함이 잔뜩 담긴 얼굴의 서아가 욕실로 뛰어 들어왔다.
욕실에 들어온 서아는 나체로 대치하고 있는 나와 여자를 번갈아 보더니 길게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서아가 붉어진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가렸지만, 그 틈으로 나를 확인하더니 더 길게 비명을 질렀다.
***
"제가 서윤이 생각보다 일찍 복귀한 걸 몰라서 그..그러니까 다시 한번 죄송해요! 에이든 님!!"
내 앞에 서아가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언니가 사과할 게 아니라니까! 이 파렴치한 남자가!!"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여자가 나를 노려보며 그런 서아를 말렸다.
이렇게 둘을 동시에 보니 묘하게 닮았다.
"서윤! 함부로 말하지 마! 내 실수가 맞으니까! 죄송합니다! 에이든 님!"
자신의 어깨를 잡는 여자의 손을 쳐낸 서아가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그런 서아의 손길에 여자가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떨어뜨렸다.
"아니에요. 살다 보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죠."
나는 하체를 대충 가리고 있는 수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잡으며 최대한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제 실수는 나중에 제가 어떻게든 보상하겠습니다!"
전보다 더 깊게 고개를 숙인 서아가 진심으로 사과했다.
사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지, 저런 탐스러운 여자의 맨몸을 봤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굳이 티낼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뭘 받아먹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아닙니다. 정말 괜찮아요."
나는 서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서아가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진심을 듬뿍 담아 말했다.
"아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득
그런 내 행동에 여자의 입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나를 노려보는 여자에게 눈을 찡그려 윙크를 했다.
"제 나체를 본 건 용서해드리겠습니다. 서윤님."
나는 너그럽게 둘을 용서하기로 했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니까.
"이게 무슨 개 같은.."
"서윤!"
욕지기를 내뱉으며 다시금 내게 달려들려는 서윤을 서아가 황급히 말렸다.
"너 정말 왜 그러니!! 에이든 님의 잘못이 아니라 언니의 실수라니까!!"
서아가 어울리지 않게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서윤을 질책했다.
"...아니 저 남자가 내 몸을!!"
서윤이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소리쳤다.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잔뜩 담겨 있었다.
얼마나 서러웠는지 눈에 눈물도 그렁그렁했다.
어우 살벌해.
용서해 준데도 지랄이네.
참으로 인성이 덜 되먹은 여자가 분명했다.
얼굴은 비슷하지만 누나 쪽과 인성은 전혀 다르네.
뭐 그것대로 매력이 있기는 했다.
"서윤!!!"
서아의 입에서 큰 소리가 나자 서윤이 찔끔 놀랐다.
서윤은 화내던 것도 잊고 서아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언제까지 어리광만 부릴 거야! 어?!"
서아는 단단히 화가 난 듯 허리춤에 손까지 올리고 한참이나 서윤을 타박했다.
그것을 앞에서 듣고 있으니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었다.
개차반 성격인 서윤은 전부터 손이 먼저 나가서 사고를 많이 친 듯했다.
하긴 나를 보자마자 온 힘을 다해 주먹부터 휘둘렀으니까.
"언제까지 그렇게 남자를 싫어할 거니!! 다 지나간 일이잖아!!!"
둘에게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잠시 뒤
"미..안하다..."
서윤이 눈에서 독기를 뚝뚝 흘리며 나를 죽일 것처럼 노려봤다.
살벌한 모습이었지만, 그 주체가 미인이라는 점에서 꽤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서윤이 내게 해를 끼칠 정도의 능력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괜찮아요.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죠."
나는 최대한 점잖게 미소를 지으며 그런 서윤의 어깨를 두드렸다.
내 손길이 닿자 서윤이 움찔거리며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조금 더 놀릴까 했지만, 옆에서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서아가 안쓰러웠다.
개차반 동생을 둬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쯧.
"정말 죄송합니다. 에이든 님"
서아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가리지 못한 옷 사이로 서윤과 비슷한 가슴이 보였다.
음 살짝 더 큰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하겠지?
으드득
살벌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서윤이 그런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서윤에게 입꼬리를 한 번 더 올려줬다.
서윤의 터진 입술에서 피가 다시 한번 주르륵 흘렀다.
혁명단 생활이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았다.
몇 번이나 더 사과하는 서아와 서윤을 돌려보내고 다시 욕탕으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욕탕이 얼마나 좋은지 따뜻한 물이 잔뜩 받아져 있는 곳도 있었다.
밖에서 몸을 씻은 나는 탕으로 슬쩍 들어갔다.
따뜻한 탕에 몸을 넣자 잔뜩 쌓인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서윤의 큼지막하고 탄력적인 가슴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럼 서아도 비슷한 느낌의 가슴이려나?
서아가 더 큰 것 같기도 한데 말이야.
자매가 쌍으로 명품 가슴이라니.
참으로 바람직한 유전자였다.
한참을 탕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데 뭔가 미묘하게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탕에 머리를 깊숙이 넣었다가 뺐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뭐 사소한 거니까 기억나지 않겠지.
고개를 흔들어 쓸데없는 생각을 풀고 탕에서 나갔다.
***
드숀은 가슴 깊숙한 곳까지 채운 만족감을 느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옆으로는 나체인 엘프 두 명이 누워있었다.
드숀은 마치 영웅 전기에서나 나올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다는 생각에 입이 벌어졌다.
기절한 엘프의 몸을 슬쩍 만졌지만, 움찔거리는 반응에 서둘러 손을 뗐다.
전에는 에이든을 원망하는 마음이 컸지만, 이제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뭐 어떤 사고를 치든 아카데미에 처벌은 최대가 퇴학일 테니까,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대륙 아카데미가 생각보다 더 살벌해서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아버지한테 혼나기는 하겠지만, 아버지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끽해야 용돈을 줄이는 것밖에는 별다른 처벌이 없을 테니까.
용사 아카데미도 복구 중이라고 했으니까 거기로 복귀하면 되겠지.
엘프 두 명과 동시에 잠자리를 가진 대가로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드숀이 생각했던 엘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지만
입에서는 책에서 읽은 것과 달리 옅은 풀내음 말고 담배 냄새가 났고.
움직임은 마치 창부처럼 농익었고 능숙했다.
그래도 끔찍한 기억을 지울 만큼 만족스러운 첫 경험이었다.
쾅쾅!
그때 방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보다 이르게 때가 온 것 같았다.
하룻밤은 더 엘프들의 품에서 보낼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제 다시 제국으로 돌아갈 시간인가.
거친 소리에 쓰러져있던 엘프 둘이 일어나 두려운 눈으로 드숀을 보며 옷을 챙겨 입었다.
점점 가려지는 아름다운 엘프의 나체를 보며 드숀은 입맛을 다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좀 더 악착같이 할걸.
드숀은 짐짓 점잖게 옷을 고쳐 입으며 똑바로 섰다.
어찌 됐건 여기서 드숀은 대장이었으니까.
쾅!
머리에 베레모를 쓴 사내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사내들은 드숀의 옆에 있는 엘프들을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음?
드숀은 낯선 사내들의 얼굴에 당황했다.
분명 아카데미 인물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본 인상의 사내들이 왔다.
뭔가 이상한데
그런 사내들을 보며 드숀은 무언가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콘레드 드숀 맞나?"
손에 살벌한 무기를 든 사내들이 천천히 드숀에게 다가왔다.
엘프들이 사내들의 흉흉한 기세에 황급히 드숀에게서 떨어졌다.
그 모습에 드숀은 왠지 모르게 섭섭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하루 정을 통한 사이인데 어찌 저렇게 야박하게 비켜선단 말인가
"대답하라우! 드숀 맞나?"
사내들 중 얼굴에 흉터가 잔뜩 있는 사내가 손에 든 검으로 드숀의 목을 겨누며 물었다.
검에 살짝 찔려 난 상처에서 피가 약간 흘렀다.
점잖은 표정을 짓고 있던 드숀은 사내의 살벌한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입을 열 수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흑막의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서 통증을 참으며 드숀은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발뺌해도 소용없다! 콘레드 드숀! 너를 국가 주석 아들 살인죄로 체포한다."
드숀의 양옆에 있던 남자들이 거칠게 드숀을 묶었다.
"예? 제가요?!"
드숀의 입에서 비명처럼 반문이 터졌다.
미친 에이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드숀은 자신이 에이든을 과소평가했다는 걸 깨달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