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너도 혁명하자.
* * *
활활 타오르던 불길은 한참이 지나야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장내가 조금 진정되자 서아가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안수성에 들려 상황을 확인해보겠습니다."
굳은 얼굴의 서아가 농민들을 향해 고개 숙였다.
아마 그냥 넘길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했다.
"아아 감사합네다! 감사합네다!"
"하늘이 존재하기는 했나 봅네다!!"
서아의 말에 농민들이 감격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아니 일단 저희도 확인부터 하는 거라"
생각보다 격한 농민들의 반응에 서아가 당황했다.
"혁명해라!혁명해라!"
그런 농민들의 목소리에 맞춰 이지수가 다시금 양손을 올리며 외쳤다.
농민들을 돌려보내고 다시 대열을 정비했다.
"에이든 님!"
서아가 마차에 오르는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예?"
"저희 마차에 오르시죠! 조금 더 편할 겁니다."
서아가 슬쩍 마차에 오르는 이종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까의 소란을 일으킨 것이 이종진이니까.
서아는 혹시나 새로 들어온 내가 이종진에게 물 들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물론 실상은 다르지만.
"아름다운 서아님 얼굴을 보고 가면 좋죠."
물론 서아의 마차가 이 좁은 마차보다는 더 좋을 테니 승낙했다.
"...아 감사합니다!! 그...그럼 이쪽으로 가시죠."
내 칭찬에 잠깐 멍한 표정이 됐던 서아가 얼굴을 붉히며 돌아섰다.
나는 그런 서아의 명품 엉덩이를 구경하며 따라갔고 내 뒤로 이지수와 천오가 쫄래쫄래 쫓아왔다.
"들어오시면 됩니다!"
엉덩이를 손으로 가리고 마차에 탄 서아가 말했다.
아까 탔던 마차보다는 컸지만, 서아의 마차도 그다지 쾌적하진 않았다.
마차만으로도 혁명단의 재정 상황이 가늠할 수 있었다.
마차 안에는 잔뜩 인상을 구긴 서윤이 앉아 있었다.
서윤과 눈이 마주친 내가 윙크를 하자 서윤이 더러운 것을 봤다는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볼 사이니까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제 동생 서윤입니다."
서윤 옆에 앉은 서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반갑습니다 서윤님."
나는 미소를 머금고 서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퉤 더러운 짐승 새끼"
그런 내 손바닥 위로 서윤이 침을 뱉었다.
"서윤!! 정말 왜 그러는 거야!! 죄송해요! 에이든 님! 얘가 버릇이 없어서!! 서윤 너 진짜!!"
서아가 언성을 높이며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 내 손바닥을 닦았다.
서윤은 그런 서아의 말을 무시하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 모습이 마치 교육을 덜 받은 꼬맹이 같아 보였다.
미인이 내 손바닥에 침을 뱉었다 정말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곧바로 서아가 닦아주었기 때문에 딱히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저 고운 면상에 침을 뱉어주기로 다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제가 별로 환영을 못 받나 봅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을 바지에 비볐다.
"아니요!아니요! 에이든 님이 환영을 못 받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는 에이든 님을 완전 환영합니다!! 어제부터 자꾸만 에이든 님의 진심 어린 말이 떠오르고 아니아니! 이게 아니라!! 얘! 빨리 사과 안 해?!! 정말 이럴 거야?!"
잔뜩 얼굴을 굳힌 서아가 황급히 내 손을 잡고 다시금 서윤을 독촉했지만, 서윤은 무시하며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에서 서아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진짜 애가 어떻게 되려고 내가 어릴 적부터 분명히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는..."
서아가 그런 서윤의 뒤통수에 대고 계속해서 잔소리했다.
나를 대하던 부드러운 태도와는 상반된 모습이 우스웠다.
"에이든 동무 저는 에이든 동무와 함께라 정말 혁명적으로 좋습네다!"
내 옆구리를 슬쩍 찌른 이지수가 시원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그렇게 붙자 내 팔에 뭉개지는 이지수의 가슴 덕분에 기분이 풀렸다.
"나도."
그런 이지수를 보며 작게 웃었다.
옷깃을 당기며 고개를 끄덕이는 천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 14살 때도 그래. 어떻게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너 때문에 내가 앓아누운다 앓아누워!! 지금도 이렇게 에이든 님 앞에서 무례를 범하고 사과도 하지 않으면, 에이든 님에게 이 언니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겠어!!"
그 와중에도 서아는 계속해서 서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던 서윤도 계속되는 서아의 잔소리에 점점 표정이 굳어갔다.
그리고 서아가 서윤의 8살 때의 일을 꺼냈을 때, 서윤이 내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서윤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단어를 씹듯이 뱉어냈다.
"어디서 반말이야!! 똑바로 안 해?! 서윤!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
그런 서윤을 서아가 다시금 독촉했다.
"...미안합니다."
서아의 목소리에 찔끔 놀란 서윤이 다시금 사과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서윤 동생 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최대한 대인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서윤의 허벅지를 슬쩍 쓰다듬었다.
서윤의 얼굴이 다시금 썩어들어갔지만, 애써 욕지기를 참는 듯했다.
그 후로도 서아는 한참이나 고개 숙이며 내게 사과했다.
정신이 없는지 훤히 드러나는 명품 가슴에 아까의 일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서아의 사과를 멈추기 위해 입을 열었다.
"죄송 예? 어떤 거요?"
내게 고개를 숙이던 서아가 되물었다.
"그 안수성 말입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아 일단 가서 상황을 먼저 파악해보고..."
다시금 걱정이 떠오른 듯 서아가 고운 이마를 찌푸렸다.
"원래는 상부에 보고를 올리고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데"
서아가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톡톡 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끝내기에는 꽤 과열된 것 같은데요?"
나는 창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밖에서 걸어가는 혁명단원들은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기세였다.
저들의 불타는 분노를 그렇게 잠재울 수 있을 리 없었다.
"... 그러니까요.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서아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며 말끝을 흐렸다.
"그냥 다 죽이면"
나를 노려보는 서윤이 입을 열었다.
"안 된다니까! 그럼 우리도 그들이랑 똑같아질 뿐이야. 그렇게 되면 우리가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어."
서윤의 말에 서아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보니 둘은 정말 닮았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크흠 본래 지금까지의 혁명들은 모두 피를 흘리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내가 알고 있는 혁명들은 몇 가지 없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피를 흘렸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까지 피를 흘리며 혁명할 이유는 없습니다."
서아가 조금은 딱딱해진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서아님의 방식대로 하면 피를 안 흘리는 건 확실합니까?."
나는 그런 서아를 마주 보며 천천히 운을 떼었다.
서아의 평화로운 정신도 고쳐야 했다.
"예. 저희는 인도적인 절차로."
내게 대답하는 서아의 눈동자가 떨렸다.
본인도 뭔가 느끼는 게 있는 듯했다.
"그럼 그 혁명이 이루어지기까지 방금 봤던 농민들과 같은 이들의 고통과 피는."
나는 내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음을 확신했다.
"피가 아닙니까?."
케이트가 내 에일 버드 튀김을 뺏어 먹었다고 상상하며, 최대한 지을 수 있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살짝 주먹이 떨릴 정도로 진지했다.
내 질문에 서아의 얼굴이 부서질 것처럼 위태롭게 굳었다.
"혁명!"
조용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이지수가 작게 외쳤다.
***
서아는 내 말에 입을 닫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 머릿속이 제법 복잡해진 듯했다.
대충 지껄인 말이었지만, 꽤 효과가 좋았다.
서아의 탐스러운 다리가 불안한지 덜덜 떨렸다.
나는 그사이에 슬쩍슬쩍 서윤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서윤은 눈에서 분노를 뚝뚝 흘리며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저항을 하진 않았다.
정적 속에서 우리는 안수성에 접근했다.
이미 해가 지평선에 슬쩍 고개를 묻고 있을 때였다.
가까이 보이는 회색빛의 성이 왠지 모르게 내 기분을 더럽게 했다.
"신분 확인 하겠습네다."
우리 마차에 다가온 병사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병사의 얼굴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어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성에 들어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검문 담당으로 적절치 않은 인상이었다.
"명혁 상단의 서아입니다."
다시금 정신을 차린 서아가 철로 된 패를 병사에게 내밀었다.
"확인했습네다."
패를 잠시 확인한 병사가 뒤쪽으로 손짓을 해서 길을 열었다.
그렇게 우리는 별다른 문제 없이 안수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안수성 안은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했다.
주변에는 우리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 들렸다.
다들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애써 말을 삼켰다.
거리에는 굳은 표정의 사내들 몇 명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좆같은 기분이 드는 성이었다.
가장 큰 여관 앞에서 마차는 멈췄다.
본래 이런 여관은 나와서 마차를 받아주는 게 기본인데, 여기는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측에서 알아서 빈 곳에 마차들을 옮겼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여관으로 들어가자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의 사내가 맞이했다.
"어서 옵쇼."
사내는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30명 정도 되는데 방 있나요?"
서아는 그런 사내의 반응에도 친절하게 웃으며 물었다.
"예. 방은 넘쳐 납네다."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뒤에서 열쇠들을 꺼내왔다.
"말 같은 경우는 도난당해도 여관에서 책임지지 않습네다."
열쇠를 건네는 사내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정도는 여관에서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야?
점점 사내가 띠꺼워지면서 주먹이 가려웠다.
일단 몇 대 쥐어박을까.
"정말 쓰레기 같은 여관이군."
물론 나보다 더 성질이 더러운 서윤이 먼저 욕지기를 뱉으며 검을 뽑았다.
서윤은 사내의 목에 검을 겨눴지만, 눈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그게 아니라 요즘 안수성에서 말 도난 사건이 굉장히 많습네다. 이미 우리 여관도 털릴 만큼 털려서 어쩔 수가 없습네다."
사내가 다급하게 표정을 풀더니 설명했다.
역시 사람은 검이 목 앞에 오면 친절해진다.
"말 도둑이 많나요? 도대체 성 측에서는 뭘 하고 있길래"
서아가 인상을 쓰며 조용히 읊조렸다.
"쉬이잇!!!"
사내가 서아의 입에서 나온 성 측이라는 단어에 황급히 조용히 시켰다.
"그런 이야기는 여기에서 꺼내지 마십쇼!! 경을 칠일 있습네까! 또 꺼내실 거면 당장이라도 나가십쇼!!"
사내가 검이 목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 절실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혹시나 놀라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당황한 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내에게 사과했다.
"이거 받고 빨리 올라 가십쇼!! 숙박은 방 하나당 10 실버니까 원하는 만큼 열쇠를 가져가시고 지불하시면 됩네다."
사내가 열쇠를 대뜸 카운터 위에 뿌리며 말했다.
말을 마친 사내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 무례한 행동들에 혁명단원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다른 사내놈들이랑 방을 같이 쓰기 싫어서 나는 냉큼 뿌려진 열쇠 중에서 그나마 고급으로 보이는 열쇠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열쇠를 구겨 넣어 숨겼다.
"방은 3인 1실로 하겠습니다. 각자 세 명씩 짝을 지어 가져가시면 됩니다."
정신을 차린 서아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3인 1실이라니.
얼마나 그지 새끼들인 거야 시발.
하지만 이들에게는 익숙한지 각자 세 명씩 모였다.
아.. 사내새끼들이랑 같은 방 쓰기 싫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리니 천오가 멍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같이 쓰자고?"
내 물음에 천오가 작게 끄덕였다.
다른 사내들보다 천오랑 쓰는 게 나을 것 같기는 했다.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기도 하고 냄새도 안 나니까.
얼굴이 이쁘기도 했고.
"저..저도 같이 써도 되겠습네까?! 동무!"
얼굴이 잔뜩 붉어진 이지수도 내게 물었다.
이지수의 큼지막한 가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저희 세 명이 같은 방을 쓰다니 혁명적인 방이 될겁네다!!"
내 대답에 이지수가 방방 뛰며 신나했다.
그에 맞춰서 흔들리는 이지수의 큼지막한 가슴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닌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있던 노노하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복도였는데?
지금은 처음 보는 큰 방 안에 있었다.
닌자의 정신을 살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혹시 닌자가 나타나야 할 상황인가?!
닌자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막중한 책임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이동된 후, 주변이 하품이 나올 정도로 따분한 상황이라면
그동안 두르고 있던 모든 제한을 풀고 난입하여 주변을 몰살해야 한다는.
대대로 내려오는 닌자의 막중한 책임.
노노하는 자세를 낮추며 주변을 확인했다.
거의 엎드리듯이 누웠지만, 가슴 때문에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노노하는 가슴 안에서 술법서를 꺼내며 숨을 멈추었다.
바로 앞에는 마치 비라도 맞은 것처럼 흠뻑 젖은 침대가 있었는데, 한 소녀가 그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소녀는 나체였는데, 노노하는 그 백옥같은 피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분명 가슴은 없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몸이었다.
"에이든이 늦어."
초점이 엇나간 소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닌닌?!"
그와 동시에 무형의 힘이 노노하를 쥐어서 끌어당겼다.
노노하는 소녀의 바로 앞까지 끌려와 공중에 멈추었다.
소녀의 실핏줄이 터지고 초점이 엇나간 눈이 노노하를 응시했다.
"에이든이 늦어."
소녀가 다시 한번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닌닌! 닌닌 닌닌!"
죽음의 공포 속에서 노노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제발 이 소녀가 닌자어를 알고 있길 빌면서.
음절이 이렇게?
그럼 이 뜻은..
노노하의 말을 들은 소녀가 잠시 중얼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닌닌"
소녀의 입에서 나온 완벽한 닌자어에 노노하는 감탄했다.
"닌닌! 닌닌! 닌닌. 닌닌!"
노노하는 다급히 에이든에 관한 모든 일을 소녀에게 전했다.
"아 에이든이 혁명단에... 음음"
소녀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얼마나 잘게 물어뜯었는지 소녀의 손가락에서 터져 나오는 피가 노노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럼 내가 필요하지 않을까?...그래도 에이든이 기다리고 했으니까 응응 기다리면 이뻐해 준다고 그래도 에이든이 보고 싶은데.."
소녀가 빠르게 중얼거리며 손톱을 더 잘게 깨물었다.
"그래도 에이든에게 이쁨 받고 싶어 기다리면.. 응응 기다리면 기다릴까?... 하지만 숨이 안 쉬어지는데"
노노하는 소녀의 손가락에서 튄 피를 맞으며 그저 소녀의 초점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소녀가 잔뜩 흔들리는 시선을 애써 붙잡아 노노하를 응시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