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궁극 합체 말악마.
* * *
"이..이럴 수는 없어!! 신은 어딨는 겁네까!!"
"덕자야 덕자..."
군중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눈에는 절망과 공포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군중들을 지나쳐 앞으로 걸었다.
"히이이이이잉!!!"
나를 발견한 말들이 거친 투레질을 하며 달려들었다.
타닥타닥타닥
말들이 뛸 때마다 땅이 움푹 파이며 굉음이 들렸다.
그 움직임이 제법 빠르기는 하지만, 위협적인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말의 말발굽을 피하며 좀 더 가까이 붙었다.
꽤 큰 힘이 실렸는지 말발굽을 스치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끔찍한 모습이군.
그러게 말이야.
말발굽을 피하자 말의 빈틈이 훤하게 보였다.
근육이 잔뜩 박혀 있는 말의 옆구리를 보기 좋게 잘라주려 했지만, 말이 돌연 몸을 틀었다.
"사...살려주세요 제발!!!"
그러자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진 여자가 내 앞으로 이동했다.
존나 귀찮게 싸우네.
나는 찔러넣던 검을 회수하며 뒤쪽으로 빠졌다.
저 말악마는 품에 있는 여자를 보호대처럼 사용했다.
품고 있는 여자로 자신의 급소를 보호하며 상대의 정신을 흩트려 놓았다.
"덕자야!!! 제발 덕자를!!!"
그냥 여자도 같이 베어버릴까 했지만, 뒤쪽에서 들리는 군중의 목소리가 거슬렸다.
아무래도 아직 혁명단이랑 같이 다녀야 하니까
거침없이 여자까지 베어버리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쾅
말발굽이 굉음을 내며 내 앞을 내려쳤다. 땅이 패이면서 돌 무리가 튀어 부딪혔다.
기운을 돌려 말의 팔을 깊게 베어냈지만, 금방 상처가 회복되는 것을 보니 자잘한 상처들로는 피해를 주긴 힘들어 보였다.
"꺄아아아악"
말에 안겨있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설마 상처를 여자의 생명력으로 회복하는 건가?
굉장히 귀찮은 상대네 이거 시발.
"에이든 동무!!! 그냥 여자도 베어버립시다!! 악마에게 겁간을 당했으니 저 여자들도 살고 싶지 않을 겁네다!!!"
멀리서 흥분한 이지수가 소리쳤다.
정말 살벌한 말이지만 이지수의 표정은 평온했다.
악마에게 겁간을 당했으니 같이 베어버리라니
"꺄아아악!! 살고 싶어!! 살려주세요!!!"
그와 상반되게 말의 품에 있는 여자가 내게 애원했다.
살고 싶다는데?
"안..안됩네다!! 덕자는!! 제발 살려주십쇼!!"
이지수의 외침에 당황한 사내가 다급히 외쳤다.
"어차피 저 악마에게 겁간을 당했으니 앞으로 당신 같은 건 눈에도 안 들어올겁네다!! 인정하십쇼!!"
"아..아닙니다!! 저는 상관 없습네다!!!"
"저 큼지막한 악마에게 박힌 여자는 이제 당신과 합체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겁네다!! 그래도 괜찮습네까?!"
"괜찮습네다!! 합체가 다는 아니지 않습네까!!"
"에잇! 거징 부렁 하지 마십쇼!! 에이든 동무에게 걸림돌이 되는 비처녀들은 다 혁명시켜도 됩네다!!!"
"비.. 비처녀라뇨?! 그게 무슨!!"
"혁명 시켜 버립시다! 에이든 동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입네다!!"
멀리서 남자와 이지수가 투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기막힌 대화 내용이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어지러운 대화를 무시하고 다시금 움직였다.
귀찮기는 하지만 죽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콰앙
어느새 내 뒤로 다가온 다른 말 악마가 말발굽을 내게 휘둘렀다.
몸을 비틀어 말발굽을 스치듯 피하며 다시금 말악마에게 가까이 붙었다.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트는 여자를 보며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악마라 기본적으로 신성력에 거부감을 느끼는지 몸을 움츠리며 내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렸다.
차마 같은 수컷으로서 할 짓이 못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 너네가 귀찮게 했잖아 먼저.
굳은 결심을 한 나는 빛나는 루나검을 여자의 음부 바로 아래에 찔러넣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자신에게 찔러오는 검을 본 여자가 찢어지게 비명을 지르고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듣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악마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악마와 연결고리가 사라져 떨어지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군중들 쪽으로 집어 던졌다.
"아니! 저렇게 혁명적인 방법이!! 역시 에이든 동무입네다!!"
"덕..덕자!!!"
논쟁을 멈춘 둘이 내가 던진 여자를 받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악마의 무릎을 밟고 다시금 악마와 가까이 붙었다.
큼지막한 눈알에 눈물이 잔뜩 고인 악마를 보며 일말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애써 고개를 흔들었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내 검이 두꺼운 소나무만 한 악마의 목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악마는 베어진 목에서 기분 나쁜 검은 피를 뿌리며 힘없이 천천히 옆으로 무너졌다.
하나를 해치우고 주변을 확인하니, 자신의 중요 부위를 슬쩍 가린 악마들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에는 안고 있는 여자들보다도 짙은 공포가 담겨 있었다.
문득 좆을 조심해야 한다는 옛말이 기억났다.
악마든 인간이든 다 똑같구만.
"걱정하지 마. 그렇게 안 아플 거야. 그리고 그렇게 크면 불편하잖아. 내가 적절한 크기로 만들어줄게."
검에 묻어 있는 검은 피를 땅에 털며 내게서 떨어지는 악마들을 설득했다.
""히이이잉!!""
악마들이 내 제안을 격렬하게 거부했다.
물론 나보다 좆밥인 그들에게 애초부터 선택지는 없었다.
아싸! 포인트!! 우리 사도 최고다!! 저저 흉측한 아이들도 어서 빨리 환전하자!!
얘는 아까부터 왜 이렇게 신난 거야.
다시금 기운을 터뜨리며 악마들을 향해 뛰었다.
""히이이이잉!!!""
뒷걸음질 치던 악마들은 뭔가를 결심했는지 황급히 한곳으로 모였다.
나야 모여 있으면 더 편해서 좋기는 하지만.
""히이이잉! 히이잉!""
모인 악마들이 기이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꾸물거리더니 점점
애미 시발 저 새끼들 뭐 하는 거야.
욕지기가 절로 나올 모습이 펼쳐졌다.
악마들이 팔이나 이런 곳을 서로의 구멍에 집어넣더니 점점 덩치가 커져갔다.
그 흉측한 모습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보통 적이 합체를 하면 중간에 달려들어 막겠지만, 저 합체는 너무나 흉측한 합체라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부디 빨리 합체를 마치고 정상적인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뿌드드드득
악마들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합체했다.
그들에게도 꽤나 고통스러운 과정인지 악마들의 표정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악마들은 아마 내게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듯했다.
"우우욱"
"신이시여!! 끄으으윽"
곳곳에서 역함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구역질했다.
와 시발.
마침내 흉측한 합체가 끝나고
성이 움직이는 것처럼 커다랗고 흉측한 악마가 탄생했다.
머리가 열 개는 달렸고 그에 맞춰서 여자가 각양각색의 자세로 매달려 있었다.
어떤 악마는 합체를 잘못했는지 머리가 다른 악마의 똥꼬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쿠으으으으"
제일 위에 있는 큰 말 머리가 합체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처럼 전과 다른 소리로 울었다.
"에... 에이든 동무!!! 저희도 혁명적인 합체를 해야 저기에 대응할 수 있습네다!!! 어서 빨리 저와 세상을 구하기 위한 혁명적인 합체를!!!"
그 모습에 잔뜩 흥분한 이지수가 다시금 소리치며 자신의 바지를 잡고 뛰쳐나오려고 했다.
그에 맞춰서 이지수의 큼지막한 가슴이 보기 좋게 흔들렸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저 흉측한 악마들의 모습이 이지수에게는 어떤 영감을 준 듯했다.
"으엑!! 천오 동무!! 놓으십쇼!! 어서 빨리 에이든 동무랑 합체해서 저 흉측한 악마에게서 세상을 지켜야 합네다!!!"
내게 달려오려던 이지수의 옷을 천오가 조용하게 잡아 막았다.
이지수가 천오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천오는 느긋한 표정으로 여유롭게 피하며 이지수를 잡았다.
"잘한다! 천오야! 걔 절대 보내지마!!"
천오가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오 동무! 저와 에이든 동무는 지금 세상구원혁명합체를 해야 합네다!! 놓으십쇼!!"
뒤에서 들리는 대화를 무시하고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강함에 취한듯한 악마가 팔과 다리처럼 보이는 것을 움직였다.
""꺄아아아악!""
악마가 움직일 때마다 여자들의 고통에 가득찬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진짜 존나 좆같이 생겼네."
다시금 루나검을 고쳐 잡으며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사도야! 사도야! 저건 포인트를 더 많이 줄 것 같아!! 오늘 완전 대박이야!!
발에 기운을 터뜨려 순식간에 궁극 합체 악마에게 접근했다.
쾅!! 확실히 악마의 합체가 효과가 있었는지, 전보다 속도가 빨랐다.
물론 그렇다고 내게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단 발 쪽에 있는 악마부터.
다른 악마 똥꼬에 얼굴을 파묻은 악마가 내가 접근하자 양팔을 거칠게 휘둘렀다.
얼굴이 똥꼬 속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보이는 거지?
스치듯 피하며 루나검을 휘둘러 그 굵은 팔을 단번에 날리고는 다시금 중요 부위에 검을 찔러넣었다.
"끄아아아아아아!!!"
성을 진동시킬 정도의 고통에 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마 고통을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그렇다면 더 쉽겠는데.
다리 부분의 악마가 힘을 잃자 큰 악마의 자세가 기우뚱하며 무너졌다.
나는 떨어지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뒤쪽으로 집어 던지고 반대편 다리로 향했다.
그렇게 아래부터 차근차근 정리하자 큰 악마는 금세 힘을 잃고 땅으로 쓰러졌다.
완전히 엎어지기 전에 여자들을 빼내야 해서 더 바빠졌다.
"끄아아..."
이제는 힘을 완전히 잃어버린 악마의 비명을 들으며 마지막 여자까지 구할 수 있었다.
"감..감사합니다. 용사님"
내 품에 안긴 마지막 여자가 눈물에 젖은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여자의 감사에 찌르르 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기분은 금세 사라졌지만.
다시금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뒤쪽으로 던졌다.
이제 내 앞에는 자지를 잃어버린 말악마들이 뒤엉켜 쓰러져있었다.
그 세상을 잃은 듯한 악마들의 모습에 묘한 죄책감이 들었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나는 그 녀석들에게 천천히 다가가 한 놈, 한 놈 확인하며 편하게 해줬다.
포인트 너무 맛있어...! 우리 사도 최고다!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본다니까! 헤헤.
그래 운 좋은 줄 알아.
마지막 놈까지 베고 루나검에 묻은 검은 피를 휘둘러 털었다.
살짝 피곤하기는 했지만, 아직 여유가 있었다.
"끄으읍"
"덕..덕자 조금만 힘을 내!!"
흉측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여자들이 자신의 음부에 박힌 악마의 물건을 꺼내고 있었다.
제법 고통스러운 과정인지 여자들의 표정은 다들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남자들의 표정은 다른 의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것은 패배감과 비슷해 보였다.
"고..고생했습네다 에이든 동무!"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이지수가 얼굴을 붉히며 내게 손수건을 건넸다.
손수건을 받아 얼굴에 조금 묻은 검은 피를 닦아냈다.
"그럼 이제 끝난 겁네까? 혁명 동지끼리 같..같이 씻으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지수가 몸을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이지수 옆에 있는 천오가 그 모습에 작게 한숨 쉬었다.
"아니. 아직 큰 게 남았어. 나머지 사람들은 여기 있으라 그래. 혼자 처리할 수 있으니까."
나는 내성 안쪽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을 느끼며 검을 고쳐잡았다.
"에? 저 흉측한 악마보다 더한 놈이..?"
내 말에 입을 살짝 벌린 이지수가 중얼거렸다.
"그래. 갔다 온다."
말을 마치고 다시금 발 쪽에 기운을 터뜨렸다. 빨리 끝내고 씻고 싶었다.
흉측한 악마들의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차라리 나보다 강한 녀석들과 싸우는 게 낫지, 저렇게 더러운 놈들과는 두 번 다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열린 대문을 통과하며 숨을 가다듬었다.
조금만 더 가면 존재감을 뿜어내는 녀석과 마주하니까.
회색빛으로 된 내성의 벽들이 불길한 느낌을 주었고 창문을 죄다 막아놓은 상태라 내성 안은 어두컴컴했다.
루나검에 적당량의 기운을 먹여 주변을 밝히며 천천히 따라 걸었다.
꽤 큰 규모였지만, 다른 생명체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곳곳에 쌓인 먼지가 청소를 한 지 오래됐다는 걸 증명했다.
존재감을 따라 움직이니 이윽고 큰 나무문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나무문은 작게 열려 있었는데 그사이를 통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큰 회담장처럼 되어 있었는데 그 끝에 검은빛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창백한 사내가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밖에서 봤던 말악마들과 비슷하지만, 좀 더 강한 존재감을 뿜는 말이 서 있었다.
말악마는 무언가를 쥐고서 자신의 흉측한 물건에 가져다 대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인간 여자였다.
근데 그 얼굴이 내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끄으으윽"
서윤이 이를 악물며 저항하고 있었지만, 힘을 이기지 못했는지 점점 말악마의 물건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미 옷은 다 뺏겼는지 정말 곧 합체할 것 같았다.
저 새끼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서 뭐 하고 있냐.
깝죽거릴 때부터 알아봤는데, 기어코 사고를 친 듯했다.
어이없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내 웃음소리를 듣고 나를 쳐다본 서윤의 눈동자에 희망이 번쩍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지. 지금 우리 페이르가 드디어 좆집을 구한 순간이니까. 저렇게 단단해 보이는 인간 여자는 드물거든."
의자에 앉은 사내가 꺼림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히이이잉
사내의 말이 맞다는 듯 말이 투레질했다.
"그럴까. 궁금하긴 하네."
나를 노려보는 서윤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 더러운 남자 새끼!!"
서윤의 눈에 들어있던 희망이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했다.
"말을 곱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할 텐데 아니면 악마랑 합체해야 할 거야."
이 순간에도 내게 욕지기를 뱉는 서윤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쓰레기 같은 네 도움이 없어도 끄으으윽!"
서윤이 이를 악물고 저항했지만, 점점 흉측한 악마의 물건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는 사이인가?"
사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는 사이이긴 하지. 근데 저게 다 들어가긴 하나?"
훤히 드러난 서윤의 음부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안 들어갈 거 같은데.
내 손짓에 서윤이 얼굴을 찡그리며 다리를 오므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인간의 몸은 신비해서 말이야. 웬만해서는 다 들어간다네. 그다음이 문제기는 하지만, 어차피 페이르와 한 몸이 되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 끌끌"
사내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하긴 그렇기는 하더라고."
키가 작은 케이트에게도 내 물건을 다 넣을 수 있었으니까.
"자네도 꽤 경험이 있나 보군 끌끌."
사내가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도와"
서윤이 입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응?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나는 그런 서윤을 보며 이죽거렸다.
"도와줘!! 뭐든 다 할게!! 제발!"
얼굴에 간절함을 잔뜩 담은 서윤이 발로 악마의 물건을 밀어내며 소리쳤다.
"음.. 뭐든?"
나는 고민하는 척 턱을 쓸었다.
"흠 주제에 벗어나는 짓을 하지 말게나. 자네는 꽤 마음에 드니까. 그리고 꽤 보기 좋은 모습 아닌가?"
사내가 발악하는 서윤을 가리켰다.
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
"뭐든 다 할게요!! 제발 우리 언니를 봐서라도! 제발 도와주세요!"
서윤의 입에서 한층 간절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문득 떠오른 재밌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으드득
"...주 주인님!! 제발!! 빨리!!!"
잠시 이를 갈던 서윤이 점점 가까이 오는 악마의 물건에 다급히 소리쳤다.
"쓸데없는"
사내가 헛웃음 흘리며 말을 하는 순간
"그러지 뭐."
기운을 터뜨리며 서윤 쪽으로 달려 나갔다.
뒤늦게 눈치챈 사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다른 말악마보다 큼지막했던 목을 베어냈다.
다른 말악마보다 질기기는 했지만, 아직 합체를 못 해서인지 그다지 강하진 않았다.
정말 이지수 말대로 합체를 하면 강해지는 걸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떨어지는 서윤을 받아 들었다.
차르르륵
뒤쪽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느낌에 자세를 낮추며 굴렀다.
다만 서윤을 챙기느라 반응이 약간 늦어 등 쪽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감히 인간이 내 페이르를..."
잔뜩 분노한 사내가 검붉은 채찍을 든 상태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내 품에 안긴 서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올려다봤다.
날카로운 인상의 서윤이 눈을 끔벅 뜨니 제법 귀여웠다.
"너가 아니라 주인님."
나는 그 모습에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미친놈."
서윤이 허탈하게 웃었다.
"미친놈이 아니라 주인님."
서윤의 얼굴에 묻은 피를 손가락으로 닦아줬다.
그런 내 행동에 서윤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응시했다.
"어디 가서 숨어 있어라. 괜히 휘말리지 말고."
그런 서윤의 엉덩이를 슬쩍 쳐주며 밀었다.
서아를 닮아 탐스러운 엉덩이가 만족스러웠다.
차르르륵 캉!!
내 옆으로 스치듯 다가온 채찍을 루나검으로 쳐냈다.
튕긴 채찍이 마치 뱀처럼 움직이며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이 다시금 집중을 일깨웠다.
"가라고 시발!"
아직도 거슬리게 뒤에 서 있는 서윤에게 소리쳤다.
"...알았다고"
서윤이 인상을 찡그리더니 자세를 낮추고 뛰어 금세 사라졌다.
도망치는 속도 하나는 일품이었다.
주인님.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들린 서윤의 목소리에 작게 웃었다.
미인 하녀라니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채웠구만.
"건방진 인간 놈 웃음이 언제까지 갈지 기대되는군."
이제 사내는 사람의 형태를 벗어나서 완전한 악마의 모습을 취한 상태였다.
머리에는 굵은 염소 뿔 두 개가 올라와 있었으며, 얼굴은 뱀처럼 찢어져 있었고.
발은 말의 것처럼 변해 굵었고 끝에는 말발굽까지 달려 있었다.
손에 들린 채찍에서는 검은색 피가 뚝뚝 떨어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나쁘게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제국 수도에서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 어미 개새끼인 녀석의 등급이 뭐라고 했더라.
머리를 긁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너 정도면 악마 중에서 한가락 하냐?"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았다.
"크흐흐 이제야 두려운가? 지옥에서도 강한 편이었지만, 중간계로 오고 나서 많은 인간을 취해 더욱 강해졌지 크하하하!"
악마는 제법 말이 많은 성격인 듯 신나서 설명했다.
그 모습이 못내 우스웠다.
그러니까
그때 그 악마보다 강하거나 비슷한 정도인가.
나에겐 좋은 상대였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했으니까.
깊은 곳부터 신성력을 끌어올리며 기운과 섞었다.
처음에는 완전히 흰 빛을 띠던 기운들이 천천히 다시금 회색빛으로 변해 내 검을 둘러 쌓았다.
그리고 다시금 기운을 다듬어서 얇게 그리고 더 밀도가 높게 만들었다.
일련의 과정은 이미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완성했다.
이윽고 루나검에 화염처럼 일렁이는 얇은 막이 씌워지며 검이 조금은 무거워졌다.
"그 힘은"
악마가 내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부디 네가"
넘치는 힘이 내 몸을 돌며 끝없이 회복시키고 활력을 돋궜다.
그 반년 동안 나는 얼마나 강해졌을까.
다시금 기운을 돌리자 검은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금 무거워지겠지만, 지금은 충분했다.
"그 어미가 개새끼와 교미한 놈보다 강했으면 좋겠군."
내 입꼬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올라갔다.
"이 어미가 음.. 말? 뱀? 염소? 하여튼 잡다한 짐승과 교미한 새끼야."
웃고 있는 나와는 반대로 악마의 얼굴이 하염없이 구겨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