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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36화 (136/233)

〈 136화 〉 분노하는 드숀.

* * *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넣은 것을 빼면 서윤이 소리를 낼 것 같아 놔두고 이불을 끌어와 내 아래와 서윤을 가린 다음, 황급히 그 위에 엉거주춤 엎어졌다.

그러자 그저 약간 볼록한 이불 위에 내가 엎어져 있는 모양새가 됐다.

아까 아래만 벗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읍­"

엎드리면서 깊게 눌러버려 억누르는 듯한 서윤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서윤의 끝까지 닿은 것 같았다.

"참아­ 들키고 싶어?"

서윤의 얼굴이 있을 것 같은 부분에 얼굴을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내 말에 서윤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디 가셨나? 어­ 열려있네?!"

그때 서아가 수줍게 웃으며 들어왔다.

서아의 고운 머리 위에는 내가 준 장식품이 꽂혀 있었다.

"앗..! 에이든 님 계셨네요! 대답이 없으셔서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 해서..! 죄송합니다!"

나를 발견한 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예. 잠시 피곤해서 자고 있었어요."

자꾸만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숨이 거칠어졌다.

서아의 목소리에 서윤이 움찔거리며 나를 압박했다.

거짓­

"..어디 아파요? 안색이 좋지 않아요."

서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다가왔다.

"그.. 그냥 피곤한 거 같습니다. 좀 자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 서아를 황급히 말렸다.

거짓­

"..아­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땀도 나는 거 같은데."

서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내 만류를 무시하고 더욱 성큼 다가왔다.

"아니! 잠깐만..!"

나는 다급히 손을 저으면서 서아를 말렸다.

"얼굴에 열이 있어요. 에이든 님.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하지만 서아는 이내 내 옆에 다가와 내 얼굴에 손을 올렸다.

서아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자 압박이 더 강해졌다.

가만히 좀 있어 봐 시발.

"진짜 괜찮은데­"

"얼굴이 심하게 뜨겁고 동공이 확장된 상태예요... 아마 피곤이 너무 많이 쌓인 상태인 것 같은데­"

내 얼굴 여기저기를 매만지며 뜯어본 서아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잠만 좀 자면 괜찮아질 것 같은­"

제발 그만 좀 꺼져.

지금 피로 제대로 풀고 있다니까.

"그.. 부끄럽지만, 어릴 때부터 서윤이 훈련을 많이 해서 항상 몸이 뭉쳐있었거든요..."

서아가 내 얼굴에서 손을 떼지 않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하­ 그냥 저는 잠만 자면.."

뭐라는 거야.

안 궁금하니까 꺼지라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서윤이 자꾸만 움찔거렸다.

"그런 서윤의 몸을 제가 항상 풀어줬어요. 그러다 보니 제 마사지 실력이 제법 쓸만해 졌거든요. 남녀가 유별하여 좀 낯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에이든 님이니까.."

서아는 더 이상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잔뜩 붉어진 얼굴로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아..아닙니다! 어찌 서아 님에게 제가 그런 짓을­ 정말 괜찮습니다.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진다니까요!"

서아가 하려는 행동을 눈치챈 나는 다급하게 말렸다.

미친 시발 하지마 제발.

거짓­

"... 걱정하지 마세요! 부끄럽지만 에이든 님이니까!"

작게 중얼거린 서아가 결심한 눈빛으로 엎어진 내 위로 대뜸 뛰어 올라와서 앉았다.

"흐윽­"

그에 참지 못한 서윤의 신음이 터졌다.

"으응? 에이든 님 지금 무슨 소리가?"

내 허리춤에 앉은 서아가 내 등을 주물럭거리며 물었다.

"흐음­"

그에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얇게 내어 신음을 흘렸다.

전혀 비슷하지 않았지만, 대충 넘어갈 수 있었다.

"시.. 시원하죠­?"

내 신음에 서아가 당황하며 말을 살짝 더듬더니 더욱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서윤을 매번 마사지해줬다는 서아의 말이 사실인 듯 마사지는 시원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그 시원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허리에서는 서아의 풍만한 엉덩이가 느껴졌고 아래에서는 그 동생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꾹­꾹­꾹­

삐걱­삐걱­삐걱­

"이렇게 계속! 누르다 보면 피로가 다 풀릴 거예요!"

서아가 묘하게 열기를 띤 목소리로 말했다.

피로보다 다른 게 먼저 풀릴 것 같은데.

서아가 움직일 때마다 서윤이 자꾸만 움찔거렸다.

"후­ 후­ 제 마사지 어때요?! 좋아요?"

마사지가 약간 버거운지 서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 존나 좋아요."

그에 나는 숨기지 않고 답했다.

내 대답에 아래서 서윤의 자그마한 숨소리가 들렸다.

"...! 다행이에요. 제가 에이든 님에게 도움이 된다니. 서윤과 달리 전투 능력이 없는 저는 매번 도움이 되지 않았거든요."

서아가 약간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열심히 내 등을 꾹꾹 눌렀다.

물론 그러면 나도 서윤을 꾹꾹 누를 수밖에 없었지만.

"서아 님의 명품 엉덩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제게 큰 힘이 되는데요."

나는 아래의 감각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기 위해 말을 돌렸다.

"..아악! 그건!! 일단 감사합니다..! 저를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한 데!! 많이 부끄러워서­ 그..근데 제 엉덩이를 계속 본 거예요?!"

많이 당황했는지 서아가 꾹꾹이도 멈추고 횡설수설했다.

그 잠깐동안 나는 숨을 돌렸다.

아래에서 서윤이 이불 너머로 내 배 부근을 꼬집었다.

너는 시발 가만히 좀 있어 봐.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쾅­!

"에이든 동무!! 합체할 시간입네..?! 다!!"

대뜸 방문을 열고 들어온 이지수가 나와 서아를 보더니, 말을 더듬었다.

이지수는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지나가면서 봤던 고급 창부의 옷과 비슷한 것을 입고 있었다.

치마의 옆 부분은 엉덩이가 보일 정도로 탁 트였고 가슴 부근은 골이 보일 정도로 파인 붉은 원피스.

그 모습에 절로 하체에 다시금 힘이 들어갔고 서윤이 작게 신음했다.

"서..서아 동무 그렇게 안 봤는데!! 나한테는 합체하지 말라고 하더니 혼자 먼저 합체하려고 그런 겁네까!? 정말 사람이 치사하기 그지없습네다!!"

이지수가 언성을 높이며 내 위에 있는 서아를 손가락질하며 비난했다.

"그리고 방향도 잘못됐습네다!! 제가 책에서 봤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박는 겁네다! 그 방향이 아니라 서아 동무가 옷을 벗고 가랑이를 벌려야­"

이지수의 입이 다시 한번 열리자 정신이 아득해지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무슨 소리예요!! 그냥 마사지입니다! 이건! 합체는 무슨 합체예요!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합체를..! 그리고 저도 그 정도 지식은 있습니다!!"

서아가 황급히 말을 더듬으며 이지수의 말을 잘랐다.

내 등을 누르고 있던 서아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아­ 마사지! 그렇게 시작한다고도 합네다! 부끄러워할 게 아닙네다! 서아 동무도 이제 어엿한 성인아닙네까?! 그렇게 합체를 부끄러워하면 서아 동무는 평생 인기가 없을 겁네다!"

이지수가 다시금 거침없이 말을 뱉으며 다가왔다.

"...그건 이지수 동무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 그리고 남녀 사이의 합체는 당연히 부끄러운 거잖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그렇죠 에이든 님?!"

내게 질문하는 서아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그렇죠. 부끄러운 거죠."

으윽­ 나는 억지로 사정을 참으며 대답했다.

"에이든 님.. 왜 거짓말을­ 서..설마 부끄러운 게 아닌 건가요?!"

아­ 맞다 이 여자 거짓말을 알아볼 수 있지.

"그런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혁명단의 중책을 맡았습네까! 합체 안 하실 거면 비키십쇼!! 저는 이미 전투태세를 끝마치고 왔습네다!"

이지수가 시원하게 웃으며 자신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매끈한 이지수의 하체가 드러났다.

맙소사.

이 새끼 속옷 안 입고 왔어.

그 모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흐읍­

아래에서 다시금 참지 못한 서윤의 신음이 들렸다.

"무..무슨 짓이에요!! 이지수 님!! 어찌 그런 부끄러운 행동을!!! 에이든 님! 눈 감으세요!!"

찢어지는 비명을 지른 서아가 황급히 내 눈을 가렸다.

그러면서 서아가 나를 짓누르자 떨리는 서윤의 몸이 느껴졌다.

"또또! 합체도 안 할 거면서 왜 자꾸 젖을 에이든 님에게 비비는 겁네까!! 일부러 애태우는 여우짓을 하는 겁네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이지수가 서아를 밀어내며 말했다.

"뭐­뭘 비벼요! 제가!! 아무것도 안 비볐거든요! 그리고 왜 올라가요! 내려와요! 내려와!!"

밀려났던 서아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고는 다시금 내 위로 올라오기 위해 힘을 썼고.

둘은 내 허리 위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시작했다.

"합체할 용기도 없는 여자가 무슨 중책을 맡는다고!! 비키십쇼! 제가 오늘 뭔가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네다!! 잘 보십쇼!"

"이익!! 보여주기는 뭘 보여줘요!! 절대 안 돼요!! 밀지 마요! 저 이지수 님의 상사입니다!!"

"보지 앞에 위아래가 어디 있습네까!! 저는 에이든 동무에게 공화국 여자가 최고란 것을 보여드려야 합네다!! 뭐든 다 공화국이 최고라는 것을­!! 에이든 동무! 허리를 돌려 보라우!!"

"그... 그런 것까지 최고일 필요 없잖아요! 그리고 공화국 여자가 최고란 것을 이지수 님이 어떻게 보여준다는 건데요!"

"헹! 저는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보지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최고 아니겠습네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렇게 치면 저도­ 아니아니! 내가 무슨 소리를!! 그래도 안 돼요!!"

"안 할 거면 비키십쇼!! 빨리 에이든 동무와 합체를 해야합네다!!"

나는 내 위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두 여자를 보며 포기했다.

난 이제 모르겠다 진짜.

그냥 움직일 때마다 시기를 맞추어 허리를 움직였다.

아래에서 가끔씩 참지 못한 서윤의 신음이 들렸지만, 둘의 투덕거리는 소리에 묻혔다.

"나와요! 같이 나가요! 우리!! 에이든 님 피곤하다고 하셨어요!! 그렇죠 에이든 님?!"

"제가 책에서 읽었는데, 남자가 피곤할 때는 사정 한번 하고 자는 게 최고라고 했습네다!! 자! 에이든 동무! 제 새 보지에 박으십쇼!! 저 이지수! 준비 됐습네다!"

"무... 무슨 그런 상스러운 말을!!! 에이든 님!! 눈 감아요 어서!!"

서로의 머리채를 잡은 두 사람이 싸우다가 침대 아래로 떨어져 땅바닥을 뒹굴었다.

결국 바닥에서도 한참이나 씨름을 하던 두 여자가 방밖으로 요란하게 나갔다.

"휴­ 나갔다."

그제야 한숨 돌린 나는 이불을 걷어냈다.

이불 아래에는 서윤이 독기가 가득 담겨 있지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병신 새끼. 개새끼. 시발 새끼."

인상을 찌푸린 서윤이 욕지기를 뱉어냈다.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내게 욕을 뱉던 서윤이 시선을 돌렸다.

"왜 나한테 지랄이야."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애초에 난리 피운 건 네 누나잖아.

"...그래도 처음이란 말이야. 개새끼야."

서윤의 물기 섞인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아래를 봤다.

침대에는 붉은 처녀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었다.

"그... 그렇네. 하하­ 축하한다. 이제 너도 어엿한 여자가 된 거야. 이야­ 더 근사해진걸? 축하해!"

당황한 내 입에서 아무 말이 튀어나왔다.

"진짜.. 병신 새끼. 등신 새끼."

그런 나를 노려보며 서윤이 작게 웃었다.

나는 뭐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저 서윤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이 이런 식이라니 조금 미안하네.

처음인지 몰랐지. 어쩐지 유난히 뻑뻑하더니만.

나도 아까 그 두 명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물론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 없던 거로 하고 다시 해."

서윤이 천천히 입을 열어 작게 중얼거렸다.

"응...?"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다.

"귀도 병신이야? 또 말해야 해?"

거칠게 욕지기를 뱉은 서윤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이번에는 좀 더 상냥하게 하라고­ 병신 등신 새끼야."

서윤이 뒤로 드러누우며 탐스러운 허벅지를 벌렸다.

***

"아아­ 이 마차에 타게 됐다니. 결국 혁명단으로서 최후를 맞이하는구만."

투박하게 생긴 사내가 회한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보면 이 마차에 타는 게 혁명단으로서 가장 값진 일 아닌가?"

다른 사내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 마차가 뭔데요!!"

둘의 대화에 불안함을 느낀 드숀이 황급히 물었다.

지금 드숀은 아까 재판을 같이 받았던 사내들과 함께 검은색으로 된 마차에 타고 있었다.

물론 손발이 무거운 쇠로 굳게 잠긴 상태로.

마차는 창이 없어 밖을 확인하지 못했고, 의자도 없어 그들은 그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자네는 정말 모르는 게 많구만 기래."

사내 중 한 명이 드숀을 보며 중얼거렸다.

"당연하죠! 저는 제국민이라니까요! 혁명단 같은 게 아니라!"

드숀이 사내의 말에 다급하게 언성을 높였다.

"크흠­ 제국민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겁네까. 이 마차는 수도의 형장으로 가는 마차인데."

처음 입을 열었던 투박한 사내가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드숀을 봤다.

"형장이요...?!! 제가 왜 형장에 가요!!!"

사내의 말에 드숀이 기겁했다.

"자네 반역죄라고 하지 않았나? 제국민이 공화국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하군."

다른 사내가 드숀을 보며 중얼거렸다.

드숀은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사내들의 진지한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죄수들 사이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다고 달라지지도 않았고.

드숀은 그저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

"제국민이지만 공화국의 정의를 위한 고귀한 희생 정말 감사합네다."

투박하게 생긴 사내가 진지한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다른 사내들도 드숀을 보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 엄숙한 분위기에 드숀은 어리둥절했다.

"그래도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웠으니까­ 최선을 다했네."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도 자네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기래."

"...그래도 미안하지."

"우리의 자식만큼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지. 안 기래?"

고개를 든 사내들은 다시금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내들은 곧 죽을 사람이 아닌 것처럼 공화국과 가족 이야기를 하며 걱정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공포가 아니라 아쉬움만이 느껴졌다.

드숀은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자신들의 목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거야.

"여러분들은 곧 죽을 텐데 무섭지도 않습니까?"

결국 참지 못한 드숀이 의문을 입에 담았다.

잠시 사내들이 드숀을 보며 침묵하더니 이내 큰 소리로 웃었다.

그들은 정말 웃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박장대소를 했다.

드숀은 그들의 웃음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묘하게 기분 나빴다.

"하하하­ 무섭다니. 무서울 게 뭐 있나. 애초에 혁명단에 들어오면서 죽음을 각오하지 않은 이가 어디 있다고."

투박하게 생긴 사내가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다만 대업을 우리 손으로 마치지 못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라."

다른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네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허리를 더 못 놀린 게 아쉽겠네 기래?"

사내 중 한 명이 다른 사내를 보며 놀리듯 입꼬리를 올렸다.

"혁명단에서 만난 인연. 언젠가 둘 중 하나는 이렇게 될 것은 알고 있었습네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즐길 만큼 즐겼습네다. 하하하."

대답하는 사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 멍청한 사내들이 드숀은 정말 답답했다.

곧 목이 떨어질 사람들이 허허­ 하면서 웃고 있다니.

두려움에 손톱을 물어뜯는 드숀이 오히려 비정상처럼 보였다.

"도대체 당신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드숀의 의문 섞인 물음에 사내들이 잠시 침묵했다.

"나 같은 경우는 하나뿐이던 딸이 배고픔에 굶어 죽을 때, 거리에서 본 관리 놈의 두둑한 배를 보며 결심했지.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투박하게 생긴 사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만인의 평등을 외치는 공화국에서 어린아이가 굶어 죽는데 어떤 이는 우리에서 길러진 돼지처럼 뒤룩뒤룩 살찐 게 올바른 일은 아니지 않나?"

떠올리기 고통스러운 과거였던 듯 사내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이쁘장하다는 이유로 관리 놈에게 잡혀갔던 내 어린 동생이 한 달 뒤 끔찍한 시체로 발견됐을 때 결심했지. 심지어 그때 내 동생의 나이는 열 살이었네. 열 살."

다른 사내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개 같은 공화당원 새끼들. 나는 다른 이유는 없었네. 그저 공화국이 잘못됨을 깨달아 혁명단에 들어왔지. 잘못된 게 있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유난히 덩치가 왜소한 사내가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들의 기구한 사연들과 쓰레기 같은 공화국 관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드숀도 점점 화가 치솟았다.

물론 제국에서도 부패한 귀족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황제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태였기 때문에 귀족들도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고 가문이 무너졌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제국과 달리 공화국은 만인의 평등을 외치며 탄생한 국가 아닌가?

공화국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은 익히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거 완전 애미 터진 새끼들이네요."

계속해서 듣던 이야기에 참지 못한 드숀이 욕지기를 뱉었다.

"애미 터진 새끼들...? 참 살벌한 욕을 하는 구만 기래."

드숀의 살벌한 욕지기에 사내들이 당황했다.

"아. 친구가 자주 쓰던 욕이라."

문득 에이든이 떠오른 드숀은 화가 더욱 솟구쳤다.

이 개새끼는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나한테 덮어씌운 거야.

하지만 이내 드숀은 에이든에 향한 분노가 부질없음을 느꼈다.

사내들에게 동화된 드숀은 공화국에 대한 욕지기를 열심히 뱉어냈다.

공화국의 만행을 듣다 보니 화가 나기도 했고 마차 안에서 그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기도 했다.

마침내 한참을 달리던 마차가 멈추었다.

마차가 멈추자 마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들 끝이 왔음을 직감했다.

"나와라! 이 빨갱이 새끼들! 뒤질 시간이다!"

베레모를 깊게 눌러쓴 사내가 마차 문을 열며 소리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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