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 악마의 제안.
* * *
"굳이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사저?"
나는 앞에 보이는 으스스한 성을 가리키며 작게 중얼거렸다.
딱 봐도 악마가 살 것처럼 성의 분위기는 음침했다.
아무리 봐도 아까 그 돼지가 악당인데 말이야.
괜히 함정으로 걸어 들어 가는 거 아니야?
"일단 처녀들이 납치되었다니까. 우리가 확인은 해봐야지. 공화당도 지금 여력이 없는 것 같으니."
키아나가 여유롭게 웃으며 검 손잡이를 매만졌다.
하긴 어차피 키아나가 있는 이상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꾸 땍땍거리는 녀석의 말처럼 포인트를 모아야 하기도 했고.
다만 귀찮을 뿐이었다.
"그럼 사저만 믿고 갑니다 저?"
내 물음에 키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나는 그 여유로운 모습에 안심하며 따라 걸었다.
그냥 따라다니다가 적절한 순간에 악마 목이나 베면 되겠지.
내성 문은 열려 있었다.
키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안쪽으로 들어갔고 나도 따라갔다.
안쪽에는 제법 관리를 한 듯 깔끔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벽에 달린 횃불들에 불이 붙었다.
"끼...끼루루룩!!"
그리고 우리를 맞이하는 괴상한 모습의 생명체가 있었다.
마치 미라처럼 피골이 상접한 검은 놈들이 천장에서 벌레처럼 떨어졌다.
인간이라기에는 너무 끔찍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아까 그 돼지 남자의 말이 맞는 듯했다.
이 성에는 정말 악마들이 존재했다.
녀석들은 키아나를 보자마자 마치 맛있는 음식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었다.
나는 검을 뽑아 나서려고 했지만,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키아나의 손이 움직였다.
어느새 키아나의 손이 검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달려들던 녀석들이 반으로 나누어졌다.
녀석들은 죽는 순간까지 몸이 잘린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몸이 갈라진 후에도 웃고 있었다.
나도 키아나가 검을 뽑는 것까지는 보였는데 베는 것은 못 봤다.
아무래도 키아나가 그동안 나와 대련 할 때 나름 봐준 듯했다.
아마 키아나는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응? 아 도와주려 했구나. 괜찮아 내가 처리할게."
검을 뽑은 나를 본 키아나가 미소 지으며 손을 저었다.
"아 그냥 습관적으로 뽑았어요."
뻘쭘한 표정으로 루나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응. 사제는 편하게 있어."
키아나의 검에는 피가 한 방울도 묻어있지 않았다.
키아나는 마치 산책을 하듯 여유롭게 걸었고 나는 그 뒤를 따라다녔다.
그 뒤로도 괴상한 녀석들이 몇 번이나 나타났지만, 키아나는 여유롭게 처리했다.
물론 녀석들은 내게도 손쉬운 수준이기는 했지만 키아나처럼 깔끔하게 처리할 자신은 없었다.
"그럼 사저 가문의 성도 이렇게 큰가요?"
바닥에 깔린 부드러운 장판에 발을 비비며 물었다.
이런 게 깔려 있으니까 되게 있어 보이네.
끼루루루룩
꿰엑!
달려들던 놈이 반으로 나뉘었다.
"우리 가문이 이것보다는 크지. 쓸데없기는 하지만, 아카데미 운동장만 한 정원도 있어."
키아나가 달려드는 녀석들을 손쉽게 베어내며 대답했다.
아카데미 운동장만 한 정원이 있다니.
도대체 가문이 얼마나 큰 거지.
하긴 가문이 제국의 공작가니까 그럴 만 했다.
"그럼 나중에 사저랑 결혼하면 이렇게 큰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거예요?"
너무 여유로운 상황에 입에서 하품이 나왔다.
"음... 그거는 잘 모르겠네. 나는 가문에서 살 생각이 없어서."
키아나가 손에 들린 검을 한번 털고 검집에 다시 넣었다.
"그건 좀 아쉽네요. 이런 집에서도 한 번 살아봐야 하는데."
"사제가 원한다면 이렇게 큰 성은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어. 다만 그전에 사제가 먼저 날 이겨야 하겠지만."
키아나가 다시금 입꼬리를 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저걸 어떻게 이겨.
그래도 언젠가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천재니까 말이야.
크흡. 조용히 있으려 했더니 도저히 못 참겠군.
그냥 조용히 있어 그럼.
"아흐으으윽."
그때 복도 저 멀리서 여자의 이상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누가 들어도 절정에 이른 여자의 신음이었지만, 경험이 없는 키아나는 모르는 듯했다.
"음..? 부상자가 있나 봐 빨리 가보자."
고개를 갸웃거린 키아나가 걷는 속도를 올렸다.
내가 듣기에 아파서 내는 소리가 아니었지만, 딱히 설명하기도 애매했다.
신음이 나는 방 앞에 선 키아나가 검을 뽑으며 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소중한 시간을 방해 받게 될 여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나도 따라 들어갔다.
"아흑! 누구 하아악 좋아! 세요?! 흐으윽"
방 안에는 나체 상태로 공중에 매달려 손가락으로 열심히 자기 위로를 하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 아래에는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동이가 있었는데 그곳으로 여자의 액이 떨어지고 있었다.
"으음.. 사제? 이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키아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돌아봤다.
그 모습에 나는 키아나가 자위조차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이 나이까지 뭐 하고 살았는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아파 보이지는 않네요."
여자가 나를 보고는 혀를 날름 거리며 손가락을 쫙 벌렸다.
우리가 보고 있음에도 여자는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 일단 사제는 고개를 돌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저기 도우러 왔습니다."
여자의 노골적인 유혹에 얼굴을 붉힌 키아나가 말을 흐렸다.
키아나도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듯했다.
"아흑 도움이라뇨? 하아! 그쪽 말고 저 남성분이 저를 좀 도와주면 좋겠네요 하윽!!"
여자가 액을 찍찍 뿜어내며 나를 유혹했다.
"사..사제 도와달라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거지?"
언제나 올곧았던 키아나의 눈이 방황했다.
"그 일단 이분은 저희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네요. 나가죠."
키아나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끌었다.
내 손에 닿은 키아나가 평소와 다르게 몸을 움츠리며 따라 나왔다.
"하으윽 어디가! 박아달라고! 아흑!"
우리는 여자의 신음을 뒤로하고 방에서 나왔다.
미묘하게 어색한 침묵이 우리 둘을 감쌌다.
"아! 그럼 조금만 더 들어가 볼까?"
얼굴이 잔뜩 붉어진 키아나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며 손을 뺐다.
"그러죠. 혹시 저 여자가 세뇌당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여자의 모습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애써 이유를 붙였다.
"아 세뇌! 그럴 수도 있겠다! 악마 놈들!"
내 말에 키아나가 과장되게 반응하며 큼지막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 어색한 행동에 도리어 내가 민망했지만, 나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문제는 다른 방도 별반 다를 것 없다는 것이지만.
"아학!! 남자다! 박아줘! 미칠 것 같아! 천국이야!"
"하윽 도와주신다구요?! 흐응.. 여기 좀 핥아 보시겠어요?"
"끄윽 뿌슝 빠슝"
뿌슝 빠슝은 뭐야 시발 진짜.
여자들은 공중에 매달려서 자신의 중요 부위를 애무하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양동이가 물을 받고 있었다.
근데 저 애액은 왜 받고 있는 거지?
그냥 바닥을 닦기 귀찮아서 그런 건가.
"그... 사제? 저분들이 자꾸만 사제한테 도와달라고 하는데..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지만, 이제 키아나의 얼굴은 곧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붉었다.
"으음 안 도와줘도 될 것 같은데요.."
여자들은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그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 남자의 부인까지는 가볼까?"
키아나가 말을 더듬으며 몸을 움찔거렸다.
그 색다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작게 웃었다.
내가 웃자 키아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며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전과는 달리 매우 큰 홀에 도착했다.
물론 홀에는 다른 방보다 더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홀에도 여자들이 매달려 있었고 그 밑에서는 똑같이 양동이로 받고 있었다.
문제는 그 수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그 끝에 여자가 남들과 다르게 의자에 앉아있었다.
"반갑습니다."
피부가 눈처럼 흰 여자는 쭉 뻗은 다리를 꼬며 인사했다.
"...드디어."
낮게 읊조린 키아나가 눈을 빛내며 검을 뽑았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키아나에게는 제법 고통이었나보다.
"어머! 어머! 검부터 뽑으시다니 너무 교양 없는 거 아니에요?"
여자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는 중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옷을 입고 있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흔들려 자꾸만 시선이 갔다.
아흑 하윽
주변에서 들리는 여자들의 신음과 액이 떨어지는 소리가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당신이 저 여자들을 저렇게 만든 겁니까?"
키아나의 검에서 타오르는 태양처럼 금빛 기운이 솟구쳤다.
"음... 시작은 제가 한 게 맞기는 하죠. 저는 처녀들의 애액이 필요하니까."
여자가 입을 삐쭉 내밀며 대답했다.
애액?
여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키아나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는 매달려 있는 여자에게서 떨어지는 액체를 가리켰다.
아.
작게 중얼거린 키아나가 다시금 얼굴을 붉히며 검을 고쳐 잡았다. 키아나가 다리를 살짝 오므렸다.
"그게 왜 필요합니까?"
나는 멍해진 키아나를 대신해서 질문했다.
"제가 악마님에게 제물로 바치는 게 처녀의 애액이거든요. 저는 여자들에게 머리가 터질 것처럼 뜨거운 흥분을 주고 여자들은 그 대가로 제게 애액을 주는 것이죠. 사실 애액이란 건 인간에게 아무 쓸모 없잖아요?"
여자는 의외로 순순히 답변했다.
"음 그럼 악마랑 거래하고 있는 건 맞네요?"
그럼 그냥 목을 베어버리면 되겠네.
'우~~ 악마 우~~ 순순히 내 포인트가 되어라 사도! 이쁘게 썰어버려!'
악마 이야기를 하니 땍땍거리는 목소리가 바로 튀어나왔다.
"일단은 그렇죠? 그렇다고 제가 다른 악마 추종자처럼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에요. 저 처녀들은 이제 다들 자진해서 하고 있어요. 생전 여자의 기쁨을 모르던 아이들이 이제야 깨달았는데 아마 저를 죽이시면 오히려 화를 낼걸요? 저도 그 돼지 같은 인간의 쥐좆만한 좆에 지쳐 악마의 종이 됐으니까요. 악마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평생 여자의 기쁨을 몰랐을 거예요."
여자가 팔짱을 끼며 자신만만한 말투로 대답했다.
팔짱 사이로 여자의 가슴이 뭉크러졌다.
쥐좆만한 좆이라니.
문득 돼지 사내를 욕한 게 미안해졌다.
그런 슬픈 사연이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오해했다.
"예. 뭐 그런 건 상관없는데요."
누가 날 싫어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심지어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날 싫어하는 건 상관없었다.
"자..잠깐! 그리고 지금 저를 죽이시면 저 여자들은 평생 저런 상태를 못 벗어나요!"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가자 여자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일단 사제.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시 정신을 차린 키아나가 나를 말렸다.
일이 귀찮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빨리 목부터 땄어야 했는데 주변의 신음과 가슴들 때문에 판단이 느렸다.
어차피 이름도 모르는 여자들이 평생 저 상태로 살아도 나는 아무 상관 없었다.
"꺄우우울! 혁명! 혁명적입네다!! 아흐으윽!"
그때 어디선가 낯익고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애미 시발. 아니지?
나는 황급히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다른 양동이보다 유난히 큰 양동이를 아래에 받치고 매달려 있는 이지수가 있었다.
이지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끊임없이 액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아니 저만큼의 양이 나올 수 있나?
"어?! 혁명! 에이든 동무 잘 있었습네까?! 꺄우울! 저 합체 준비가 된 것 같습네다!!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네다! 지금까지 흥분만 해서 제 처녀는 안전합네다!! 으흐으윽!! 빨리 혁명적인 합체를 합시다! 아악! 혁명!"
이지수가 나를 보며 반갑게 웃었다.
잔뜩 흥분했는지 동공을 풀려 있었고 유난히 큼지막한 가슴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니 이 새끼가 왜 여기 있어.
나는 일단 황급히 이지수를 묶고 있는 줄을 끊었다.
"에이든 동무! 아윽 혁명! 잘 지낸 것 같아서 다행입네다! 흐읍 혁명! 걱정 많이 했습네다!"
떨어진 이지수를 받자 이지수가 몸을 밀착시키며 내 볼을 개처럼 핥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다른 애들은 어쩌고?"
무슨 신음도 혁명이야 이 새끼는.
"으읍 안수성에 있다가 아윽! 혁명! 그것보다 일단 저와 합체부터 하시는 게 어떻습네까?! 머리가 너무 어지럽습네다! 지금 에이든 동무의 거시기가 절실하게 필요합네다!! 끄윽 혁명!"
대답하던 이지수가 대뜸 혀를 내 입안으로 들이밀었다.
잔뜩 흥분한 이지수의 달콤한 숨 냄새에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이내 정신차리고 이지수의 목덜미를 내려쳤다.
내게 뭉개지는 이지수의 가슴이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윽! 혁명...
잠시 발버둥 치던 이지수가 잠잠해졌다.
일단 내 겉옷을 벗어 나체인 이지수를 돌돌 말아 들었다.
"사제? 아는 사람이야?"
여자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키아나가 물었다.
"예. 얘도 혁명단이에요."
이지수는 기절한 상태에서도 혀를 날름거렸다.
나는 황급히 이지수에게서 얼굴을 뗐다.
"그러니까 저를 죽이면 저 여자도 평생 저 상태에서 못 벗어나요! 매일 흥분에 시달려 애액을 뿜어내기만 할걸요?!"
다시 기세등등해진 여자가 소리쳤다.
"구라 같은데 일단 죽여보죠. 뭐 아니면 나중에 안드레아한테 데려가도 되니까."
내가 병신도 아니고 악마의 말을 그대로 믿을 리 없었다.
그리고 안드레아는 성녀니까 어떻게 잘 치료하지 않을까?
'맞아!맞아! 그냥 목을 그어버리자구! 저 악마 시끼! 나쁜 시끼! 포인트 시끼!'
신도 그렇다잖아.
"잠깐! 진짜 안 된다고! 이것 봐봐!"
여자가 황급히 자신의 손을 얼굴에 갖다 댔다.
여자는 엄지를 입에 대고 약지를 이마에 찍었다.
이해할 수 없는 제스쳐였지만, 여자는 최선을 다해 우리에게 보여줬다.
"그게 뭔데 시발."
이해 못 할 여자의 행동에 욕지기가 나왔다.
"우리 어미를 걸겠다! 라는 뜻이야! 진짜로 날 죽이면 저 여자들 못 구한다니까! 저건 약물 중독이랑 비슷해서 성직자가 못 풀어!!"
여자가 다급하게 양손을 저으며 변명했다.
"악마는 본래 어미가 없다고 하던데?"
어미 욕을 박을 때마다 발작하던 악마들이 떠올랐다.
"그건 어떻게..! 아니! 진짜로 나 죽으면 못 푼다고! 자! 그럼 죽여봐! 죽이고 후회나 해라! 이 우둔한 인간 놈들아!"
절절하게 말하던 악마가 돌변해서 대뜸 자신의 목을 키아나의 검에 가져다 댔다.
그에 당황한 키아나가 검을 뒤로 물렀다.
악마의 말을 믿기에는 찝찝했지만, 그렇다고 이지수를 저렇게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만약 악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지수가 계속 달라붙을 텐데 그걸 어떻게 버텨.
야 진짜야?
나는 혹시나 신이 알까 싶어 물었다.
'몰?루. 일단 죽이면 되지 않을까? 당장 사악한 저 악마의 목을 베거라! 나의 사도여!'
진짜 딱밤 마렵네.
"후 진짜 무식한 인간 놈들."
목에서 키아나의 검이 떨어지자 여자가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무엇인가 악마여."
뜻밖의 상황에 표정이 굳은 키아나가 물었다.
세상에 무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대화! 대화를 하자! 너희는 도대체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
여자가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나를 손가락질 했다.
"너 악마잖아. 다른 이유가 왜 필요해."
악마랑 뭔 대화를 해.
"그건 악마 차별이다! 악마라고 다 나쁘지 않아! 악마 차별은 옳지 않다!"
여자가 내 말에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아니 애초에 얘도 네가 납치해서 발정 나게 한 거 아니야? 근데 뭔 악마 차별이래."
나는 악마의 뻔뻔한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그.. 그렇긴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쟤가 매달린 것이다! 지금 저 아이가 뿜어내는 애액이 다른 아이의 다섯 배는 된다니까! 나는 단지 즐거움을 알려줬을 뿐이야!"
내 말에 살짝 당황한 악마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미친 다섯 배래.
참 혁명적인 새끼네 진짜.
슬쩍 이지수가 있었던 곳의 양동이를 확인하니 정말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이건 옳지 않습니다."
키아나가 결심이 섰는지 다시금 굳은 말투로 대답했다.
"당신이 옳은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지금 쟤네들은 좋아하고 있다니까! 쟤들의 신음이 안 들려?"
키아나의 말에 악마가 화를 내며 주변에 매달린 여자들을 가리켰다.
아흐윽
여기가 천국이야 하응
더더! 더! 센 거로 줘!
... 확실히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저건 좀 아니지 않나.
"저들은 그저 악마의 미약에 중독되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들의 정신이 돌아온다면 저런 혐오스러운 행위를 반길 리 없습니다."
키아나가 다시금 검을 여자에게 겨누며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아냐고! 딱 봐도 남자 경험 하나도 없을 것 같이 생긴 게!"
궁지에 몰렸는지 여자가 악에 받쳐서 소리쳤다.
"... 그런 건 남자 경험이 없어도 알 수 있습니다! 저건 옳지 않습니다!"
여자의 말에 키아나가 소스라치게 몸을 움찔거렸다.
"오호 진짜 남자 경험이 없구나! 너?"
그런 키아나의 반응에 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남자 경험이 없는 건 이상한 게 아닙니다! 저기 있는 제 사제도 경험이 없습니다!"
얼굴이 잔뜩 붉어진 키아나가 황급히 나를 가리키며 변명했다.
굳이 악마한테 변명할 것까지는 없는데.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너와 내가 내기를 하는 거야."
여자가 짝하고 박수를 치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었다.
"내기?"
이 악마 새끼가 무슨 장난질을 하려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네가 내 미약을 마시고도 내가 악하다고 생각하면 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모든 여자를 풀어주지. 만약 그렇지 않고 네가 내게 미약을 더 갈구한다면 너네는 그대로 여기서 떠나는 거야. 대신 네 동료라는 그 여자는 풀어줄 게 어때?"
여자가 생글생글 웃으며 손가락으로 키아나를 가리켰다.
나는 굳은 표정의 키아나를 보며 침을 삼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