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59화 (159/233)

〈 159화 〉 기승위의 검귀.

* * *

나는 고삐 대신 이지수의 머리채를 두 갈래로 나눠 잡았다. 잡아당기는 머리채의 방향에 따라 이지수가 움직이는 게 퍽 재밌었다.

이지수는 평소에 하체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나를 업고도 별 무리 없이 뛰어다녔다. 심지어 중심도 잘 잡혀 있어서 등에 올라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정감이 들었다.

우리를 보며 웃으며 환호하는 병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중앙으로 움직였다. 이지수도 관심을 즐기는지 중간중간 멈춰서 손을 흔들어주다가 내가 엉덩이를 쳐야 다시 움직였다.

마침내 우리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상대 장수 앞에 섰다. 우리를 노려보는 상대 장수의 기세가 제법 흉흉했지만, 좆밥이었다.

상대의 말은 이지수보다 다리가 길쭉해서 올려다보는 상황이 됐다. 이지수도 다리가 건강미 넘치게 늘씬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말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이지수가 상대 말에 지지 않겠다는 듯 잔뜩 인상을 쓰며 상대 말을 노려봤다. 상대 말이 투레질을 하며 앞발로 땅을 벅벅 긁자 이지수도 따라서 발을 땅에 비볐다.

"나를 모욕하는 건가! 아무리 제국군이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어찌 신성한 일기토에 그런 해괴망측한 모습으로 나온단 말인가!!“

얼굴이 욹으락붉으락한 상대 장수가 창을 붕붕 휘두르며 언성을 높였다.

"이게 내 말인데. 무슨 개소리인지."

"이히이이이잉!!"

내가 머리채를 잡아당기자 이지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손을 마치 말이 앞발을 든 것처럼 빙빙 돌렸다. 명마 그 자체였다.

"그건 숙녀지! 그게 무슨 말인가! 그리고 어찌 기사가 되어 숙녀를 타고 다닐 수 있나!! 자네는 명예란 것이 없나?!"

"말이라니까. 야! 이지수! 너 말이지?"

"네! 그렇습네다!! 저는 에이든 동무의 충실한 종마입네다!! 이히이이잉!! 다그닥 다그닥!"

"말이라잖아.“

다그닥은 입으로 하지 말라니까.

나는 이지수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그에 이지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을 들은 상대 장수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지며 창을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우스운 모습을 보며 상대 창의 길이를 눈대중으로 쟀다. 기마용인 듯 평소에 봤던 창보다 배는 길고 그 끝에 날린 날도 묵직했다.

같이 찔러 넣어서는 길이로 지고 들어갈 것 같네.

그냥 창까지 베어내는 게 더 효과적일 듯했다.

“본인이 말이라고 하면 그게 말이 되나!! 누가 봐도 숙녀 아닌가! 저 어마어마한 가슴까지!”

“말이 안 될 건 뭔데. 그리고 일기토에 여자를 타고 나오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어? 그리고 너 그거 성희롱이야 성희롱! 이거 완전 악질이네!”

“이히이잉!!”

이지수가 내 말에 동조하듯 거칠게 투레질하며 상대 장수를 노려봤다.

“성희롱이라니…. 그런 의도가 아니라… 하여튼! 일기토하면 당연히 말을 타고 나오는 것인데!”

이지수의 시선에 상대가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황급히 이었다.

“말은 되고 인간은 안 된다니! 너 그거 인간 차별적인 발언이야! 성희롱에 인간 차별까지! 이거 완전 인간말종이네.”

“무슨 그런 궤변을…”

“그리고 말보다 여자를 타면 얼마나 장점이 많은데.”

“무슨 장점 말인가! 도대체 말보다 여자를 탓을 경우에 장점이 어딨는가!”

“자 봐봐. 이렇게 큼지막한 젖도 마음껏 만질 수 있고, 그러다 꼴리면 박을 수도 있다니까.”

“이히이잉­.”

내가 가슴을 주무르자 이지수가 들뜬 신음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본 상대 장수가 당황하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그게 무슨! 그게 성희롱 아닌가! 그리고 말도 박을 수는….”

상대 장수가 어떻게든 말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는지 무리수를 뒀다.

근데 왜 말이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 돌리는 거야.

곳곳에서 기겁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자 장수가 황급히 다시금 창을 빼 들었다.

“됐네! 자네에게 왜 일기토에 말을 타고 나오는지 몸으로 직접 알려주도록 하지!”

장수가 상체를 숙이며 창으로 나를 겨누고 소리쳤다. 말고삐를 장수가 끌어당기자 말이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앞발을 들었다. 그러자 거의 높이가 우리의 세 배는 되었다.

아래에서 보니 그 크기가 제법 위협적이었다.

물론 나는 그보다 큰 악마들도 많이 상대해봤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았다.

"이지수. 우리는 무적의 혁명 듀오다. 내가 너의 위에 탄 이상 우리는 지지 않아. 겁먹지 말고 저 낭만을 모르는 녀석에게 낭만을 알려주자고."

“이히이이잉!! 푸르르르르르!!”

상대의 위협적인 모습에 격려하기 위해 이지수의 목을 탁탁 두드리자 이지수가 상대 말을 따라 거칠게 울면서 투레질했다. 그 소리가 진짜 말과 너무 비슷해 평소에도 연습한 게 아닐까 살짝 의심스러웠다.

“끝까지 장난질을…. 저승에 가게 되면 다시는 장난질도 못 치겠지!! 이랴!!”

상대 장수가 큰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말을 우리 쪽으로 몰았다.

말이 거칠게 땅을 박차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제법 위협적이었지만, 무적 혁명 듀오인 우리의 상대는 아니었다.

"겁먹지 마라. 이지수. 우리는 무적의 혁명 듀오다."

내 말에 이지수가 대답 대신 몸을 좀 더 낮게 숙였다. 큰 말이 우리에게 직선으로 달려오고 있음에도 이지수의 몸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렇지.

중심만 잘 잡아주면 저 좆밥에게 질 가능성은 없다.

마침내 창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상대 장수가 접근했고­

“사이 좋게 죽어라!!!”

상대 장수가 투구 아래로 드러난 입꼬리를 비틀며 창을 일직선으로 찔러 넣었다. 상대는 제법 기마술에 일가견이 있는지 그 일련의 동작들이 매끄럽고 기세마저 흉흉했지만, 그래봤자 상대는 상급 정도였다.

나는 발로 이지수의 허리를 더욱 조이며 검을 뽑아 다가오는 창에 맞받아 휘둘렀다.

어느 때보다 예리한 검은 단번에 상대의 창을 베어내고 그 뒤에 있는 상대 장수까지 반 토막으로 갈라버렸다.

잠시 공중에 뜬 상대 장수의 상체가 철푸덕­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고 상대 장수에게서 튄 피가 나와 이지수를 흠뻑 적셨다. 나는 이지수의 얼굴에 묻은 피를 손바닥으로 대충 문질러 닦았다. 주인을 잃었는지도 모르는 상대 말을 우리를 지나쳐 계속해서 달렸다.

전장에 잠시 가벼운 침묵이 내려앉았고­

와아아아아!!!

이윽고 제국군 측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는 무적의 혁명 듀오다!!!”

나는 그들을 향해서 양손을 흔들어주며 기운을 듬뿍 담아 소리쳤다.

"이히이이이잉!!!"

이지수도 좋은 듯 거칠게 투레질을 했다.

***

“저저 좋다고 손 흔드는 것 봐!! 나 진짜 창피해 죽어버릴 거 같아!”

케이트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 손 사이로 드러난 케이트의 볼은 잘 익은 홍시처럼 붉었다.

“그…. 그래도 이기지 않았나요? 역시 에이든 님은 생각이…. 생각이…. 생각이….”

억지로 표정을 풀며 말하던 안드레아는 고장이라도 난 듯 말을 반복했다.

“무슨 무적의 혁명 듀오야! 듀오는! 그냥 가만히 서 있다가 다가오는 상대 벤 것뿐이잖아! 진짜 병신인 건 알았지만, 진짜 개병신이야! 그리고 쟤는 자기가 진짜 무슨 말인 줄 아나 봐!! 다 큰 여자가 왜 저러는 거야!”

케이트의 거친 욕지기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저건 그저 에이든이 압도적인 검술로 이긴 것이지, 이지수의 등에 타고 나가서 이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에이든은 진짜 듀오라 이겼다고 생각하는 듯 열심히 주변을 보며 손을 흔들며 환호성에 응했다.

심지어 지금은 이지수의 어깨에 올라가 두 발로 서서, 마치 묘기라도 부리듯 양손을 번쩍 들고 전열을 순회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세레모니를 하는 이지수와 에이든이 한시라도 빨리 멍청한 짓을 멈추고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다만, 상대가 늘 기대를 저버리는 에이든이었을 뿐이었다.

“저…. 저거! 안 들어오고 뭐 해!!”

흉한 에이든의 모습이 보기 힘들어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람들이 케이트의 비명에 억지로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자!! 다음 상대 나와라!! 우리 무적의 혁명 듀오가 상대해줄 테니!!”

“이히이이이이이잉!!”

한껏 기고만장해진 에이든이 검으로 상대 진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에 같이 들뜬 이지수도 투레질하며 상대 진영으로 고개를 까닥거렸다.

"저 병신 듀오 좀 들어오라고 해!!"

황급히 케이트가 소리쳤지만, 이미 에이든의 도발에 넘어간 상대 진영에서 전보다 더욱 기세가 흉흉한 기사가 튀어나온 뒤였다.

뛰쳐나온 기사는 곧장 에이든에게 달려들어 그 앞에 멈춰섰다.

기사와 에이든이 서로 뭐라고 투덕거리더니 다시금 말을 탄 기사가 분노하여 고함을 치며 에이든에게 달려들었고 전처럼 반 토막 났다.

굳이 듣지 않아도 에이든의 욕지기에 화를 못 참은 게 분명했다.

"우리 혁명 듀오는 최강이야!!!"

에이든이 세레모니처럼 이지수의 가슴을 거칠게 잡아 쥐어짜며 소리쳤고,

"이히히이이이잉! 아흑­"

이지수의 들뜬 신음이 뒤를 이었다.

"명예도 모르는 제국 놈들!! 신성한 일기토에서 어찌 저런 천박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뭐라고­? 일 검도 받아내지 못한 좆밥들이라 안 들리는데?"

말릴 틈도 없이 에이든의 도발에 넘어간 상대 기사 하나가 더 튀어나왔고, 전처럼 반으로 갈라졌다. 심지어 이지수는 적응이 됐는지 이번에는 옆으로 살짝 움직였다.

그렇게 에이든이 일검에 세 명을 베어 넘김으로 인해서 성을 건 일기토가 허무하게 끝났다.

에이든은 환호하는 병사들에게 손을 여유롭게 흔들어주며 끝까지 이지수의 등에 타고 돌아왔다.

그 모습이 개선 장군과 다를 바 없었다.

“아…. 안돼…. 우리의 혁명이….”

서아의 자그마한 탄식만이 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

“진짜 븅신 짓 좀 그만해! 내가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침묵하는 다른 이들을 대표해 케이트가 언성을 높였다.

"뭐래. 우리는 무적의 혁명 듀오인데. 그렇지?"

"이히이이이잉!"

에이든은 케이트를 가볍게 무시하며 투레질하는 이지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너도 나이가 몇인데 말 흉내를 내면서 수만 명 앞에서 남자를 태우고 다녀?! 제정신이야?!"

케이트가 에이든의 손길에 얼굴이 잔뜩 풀어진 이지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히이이잉­"

"응? 아 다리가 아프다고? 가자. 내가 다리 주물러줄게. 저런 멍청한 소리는 무시해도 돼."

케이트의 말을 무시하고 식탁에서 큼지막한 당근을 든 에이든이 이지수의 등에 올라타서 사라졌다.

"아아악!! 미친 새끼! 븅신 새끼! 멍청이!!"

그 뒤로 케이트가 욕지기를 내뱉으며 식탁에 있는 걸 여기저기로 집어 던졌다.

"멋…. 멋있었어요. 에이든 님. 이랴!"

식당에서 나가는 에이든에게 안드레아가 잔뜩 굳은 얼굴로 자그맣게 속삭였다. 사실 안드레아도 이번 에이든의 기행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에이든 님이니까 다른 생각이 있겠지 하고 애써 넘길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랴!”

에이든이 안드레아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고 이지수의 엉덩이를 짝­ 소리가 나도록 쳤다.

“이히이이이잉!”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지수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며 에이든을 태우고 복도 저 멀리로 빠르게 사라졌다.

***

“이번에는 못 나오게 해뒀지? 망신도 그런 망신이…. 진짜 내가 저번 사건 이후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니까!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는 창피해서 죽을지도 몰라!”

케이트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안드레아에게 물었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확실히 자는 것까지 보고 왔으니까요.”

안드레아가 들뜬 숨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그…. 근데 너 얼굴이 왜 붉어? 무슨 짓하고 온 거야?”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에이든 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사지 잠깐 해주고 왔을 뿐이에요.”

“너 입가에 흐르는 거 뭐야? 그 익숙한….”

“아! 침이에요.”

케이트의 말에 화들짝 놀란 안드레아가 황급히 입가를 문질러 닦았다.

“나를 상대할 자 누구인가!! 나오거라!!”

케이트의 의심은 상대 장수의 외침에 잠시 뒤로 밀렸다.

또 이번에도 에이든이 븅신 짓 하게 둘 수 없었다. 저번 일기토 이후에 ‘검귀는 여자를 타고 다닌다.’라는 진실에 기반한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케이트가 얼마나 용을 썼는지.

물론 결국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저 븅신이 밥을 먹으러 갈 때나 산책을 할 때도 이지수를 타고 다녔으니까.

""기승위의 검귀! 젖소를 탄 검귀!""

병사들이 환호하며 괴상망측한 별명을 연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과 달리 확실히 에이든을 관리해뒀다. 이미 절대 나오지 말라고 에이든에게 주먹 몇 대 쥐어박으면서 단단히 일러두기도 했고 방금까지도 안드레아를 붙여두기도 했으니 저번과 다를 것이다.

안드레아가 가끔 이상하기는 해도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니까 별문제 없….

“끼요오오옷! 무적의 혁명 듀오 출격!!!”

“이히히이이이이잉!”

“저저 미친 새끼들! 왜 저기 있어!! 야! 막았다며!!”

“...그러게요. 왜 저기 있지?”

케이트의 외침에 안드레아가 고개를 돌리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가려진 안드레아의 입가는 보기 좋게 호선으로 휘어져 있었다.

다그닥­다그닥­

“저거 왜 장비까지 장착하고 있는 건데!!”

이지수는 어디서 구했는지 진짜 말처럼 이것저것 잔뜩 장비한 상태였다. 얼굴을 가린 투구부터 입에 물린 마구와 말발굽처럼 된 신발까지. 심지어 뛸 때 발에서 다그닥­다그닥­ 소리까지 났다.

그 흉한 모습에 분노한 상대 장수가 에이든을 향해 달려들었고­.

“무적 혁명 듀오의 우정 베기!”

어김없이 상대 장수의 목이 단칼에 날아갔다.

"무적의 혁명 듀오다! 이거야!!"

“이히이이잉!!”

에이든이 상대 장수의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빙글빙글 돌렸다. 그에 맞춰서 이지수는 상체를 격하게 흔들며 부드럽게 돌았다. 그 현란한 세레모니에 제국군이 환호하며 검귀를 연호했다.

"시발…."

그 흉한 모습에 케이트는 결국 거친 욕을 참지 못하고 뱉어버렸다.

결국, 에이든은 주변에서 말릴 새도 없이 적 장수들을 쓸어 넘겼고 이제는 전장에서 에이든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

“오늘도 고생했어! 적토마!!”

“이히이이잉!”

에이든은 주변에서 자신을 보는 시선들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며 이지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그리고 나서는 이지수의 신발 아래를 털어주는 등, 정말 말을 관리하는 것처럼 극진히 이지수를 돌봤다.

“이익!! 개짓거리 좀 그만하라고 좀!!”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난 케이트는 그 모습에 더는 참지 못하고 튀어 나갔다.

에이든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케이트의 주먹을 피한 다음, 여유롭게 이지수를 끌어당겨 벗어났다.

이지수는 그게 무엇이든 에이든의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더욱 열심히 말 흉내를 냈다.

“이게 진짜!!”

“이히이이잉!”

잠시 분노하는 케이트의 눈치를 보던 이지수가 슬금슬금 진짜 말처럼 머리를 에이든의 가슴에 비볐다.

“그래그래. 오늘도 열심히 일기토 하느라 땀을 흘렸으니 씻어야 하겠지? 가자.”

에이든이 부드럽게 웃었다.

“이히이잉…”

이지수가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금 머리를 비볐다.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둘이 사라지자 남겨진 사람들은 허망하게 문을 쳐다봤다.

“아악!! 쟤 진짜 이상한 거에 꽂혔다니까!! 저딴 게 뭐가 좋다는 거야! 진짜!”

케이트의 분노에 찬 외침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동안 저 흉한 모습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느꼈다.

둘이 사라지자 미묘하게 불편한 분위기가 방을 감쌌다.

***

조용한 방안.

“올가? 조슈아?”

케이트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다. 케이트의 부름에 늘 그렇듯 어디선가 올가가 튀어나왔다.

“잠깐 조금만 더 떨어져 있어 봐. 할 게 있으니까.”

케이트는 괜히 엄한 표정을 지으며 올가에게 손을 휘저었다.

그에 잠시 고민하던 올가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올 때처럼 조용히 사라졌다.

“…올가?”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케이트는 슬쩍 올가를 불렀다. 이내 대답이 없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슬금슬금 치마를 걷어 올렸다.

“…이히이­ 이게 아닌데? 이히이이잉? 이건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걔는 무슨 다리 힘이 그렇게 좋아?”

케이트는 낮에 본 기억을 되새기며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조용히 연습했다.

물론 케이트의 안전이 최우선인 올가는 케이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방을 떠나지 않고 있어서 그 모든 광경을 실시간으로 봐야만 했고, 터지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이히이이잉! 이거야! 나도 할 수 있다고! 진짜 걔는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되게 있는 척한다니까! 이히이이잉! 발은 좀 더 이렇게? 맞나? 흥! 완전 아무것도 아닌데! 있는 척하기는! 멍청이들!”

치마를 걷어 올린 케이트는 발을 우스꽝스럽게 움직이며 열심히 말 흉내를 연습했다.

올가는 웃음을 참기 위해 창끝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찔러 넣어야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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