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62화 (162/233)

〈 162화 〉 하남성의 돼지고기.

* * *

제국군의 대표로 일기토에 나가 치사하게 둘이서 하나를 합공해서 이겼음에도 에이든은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다시금 이지수의 등에 올라타 전열을 돌아다니며 호응을 끌어내고 있었다.

또 거기에 환호하며 열광하는 병사들까지. 케이트는 그들이 단지 이지수의 큼지막한 가슴이 보기 좋게 흔들리는 모습에 반응하는 것뿐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저거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겠어. 바로 다음이 공화국 연합군이랑 공성전일 텐데 저 나사 빠진 상태로 두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도 안 돼.”

케이트가 신나게 검강을 뿜어내며 어깨를 들썩이며 뛰어다니는 에이든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케이트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오늘 에이든이 한 짓은 명예를 크게 저버리는 행동이었다. 다만 제국군 측이 압도적인 무력을 지니고 있어 별다른 반발이 없었지만, 상대측이 결과에 불복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불명예스러운 행동이었다.

만약 여기서 누군가 에이든을 멈추지 않는다면 에이든이 다음에는 어떤 기행을 벌일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동의합니다. 오늘 에이든 님의 행동은 도를 넘었어요.”

에이든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저 미소 지으며 넘어가던 안드레아마저도 인상을 굳히며 대답했다.

“동의합니다! 저… 저는 계속해서 에이든 님에게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했어요!”

서아는 안드레아의 목소리에 담긴 거짓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손을 들고 기운차게 말했다.

그 옆에 있던 서윤은 단지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드레아의 옆에 있는 스칼렛과 아가사는 그저 평온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안드레아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동의하는 듯했다.

“그래. 저 멍청이는 주변에서 말해주지 않으면 깨닫지 못할 정도로 바보니까. 내가 말할 테니 너희는 그저 고개나 끄덕여. 알았어?”

케이트가 자리에 있는 사람들 얼굴을 하나하나 보며 손가락질했고 사람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케이트의 얼굴에 걸렸다.

““와아아아!!!””

밖에서 들리는 환호성이 점점 가까워졌고 이지수의 등에 올라탄 에이든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무적!”

“혁명!”

“듀오라네!”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지!”

이지수와 에이든은 구호라도 만들었는지 괴상망측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잔뜩 신나 있었다.

“뭐야? 여기 분위기가 왜 이래? 내가 이긴 거 못 봤어?”

뒤늦게 천막 안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눈치챈 에이든이 고개를 비스듬히 세우며 물었다.

에이든의 물음에 천막 안의 사람들이 케이트를 응시했고 잔뜩 인상을 쓴 케이트가 에이든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 에이든은 본능적으로 명치 부근을 손으로 가렸다.

“…이 멍청이가! 뭘 잘했다고 노래까지 흥얼거려!! 지금 일기토에서 상대 장수를 이 대 일로 다구리 쳐놓고 기분이 좋아?!”

에이든의 멱살을 잡은 케이트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다구리가 아니라… 기마술의 정점, 극의…”

“정점은 무슨!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멍청한 짓을 수만 명 앞에서 한 거야!”

“그거는 우리 무적 혁명 듀오의…”

“넌 빠져 있어! 어른들 이야기하잖아!”

“왜 애한테 소리를 지르고 그래!”

“애는 무슨 애야! 하는 꼴을 보니 그냥 짐승이구만!”

“짐승이라니! 쟤도 엄연한 말이야! 그리고 이기고 왔는데 이딴 대접이 말이 돼?! 칭찬해주지는 못할망정!”

“제국군은 이미 넘치게 많아! 네가 그렇게 깝죽거리지 않아도 된다니까! 내가 그렇게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굳이 그 위험한 곳에 바득바득 기어나가서 동네 망신을 다 시키냐고!”

“동네 망신이라니! 기마술의 극…”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멍청한 소리 적당히 해!”

“아니 이겼잖아! 이겼는데 왜 지랄이야!”

“누가 너보고 나가서 이겨달래?! 이번에 데리고 온 황실 기사단이 상위 5개 조야! 5개 조! 그중 조장 아무나 내보내도 충분했다고!”

울분을 토해낸 케이트가 에이든의 멱살을 마구 흔들었다. 울컥 짜증이 치솟은 에이든은 케이트에게 주먹을 박아 넣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주변에서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제국군 사이에서 황녀에게 주먹을 박아 넣으면 그다음이 어떻게 될지는 말대가리 이지수도 알 수 있었다.

“멍청이! 바보! 병신! 등신!”

어쩐지 케이트의 욕설에는 진심이 듬뿍 담겨있는 것 같아서 마지막 말이 에이든의 가슴에 박혔다.

“사고 좀 그만 쳐! 그만치라고! 어떻게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냐고!”

쌓였던 울분이 터졌는지 케이트가 더욱 거칠게 에이든의 멱살을 흔들며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

에이든은 자꾸만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냥 눈 딱 감고 매콤 주먹을 먹일까 고민했지만, 옆에서 쳐다보는 황실 기사들의 기세가 제법 날카로워 애써 억눌렀다.

“그만하시죠. 그래도 에이든 님이 승리하고 오셨는데.”

그때, 안드레아가 조용히 케이트의 손을 붙잡아서 말렸다.

“아! 안드레아!”

그에 케이트의 멱살잡이에서 간신히 벗어난 에이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하셨어요. 오늘 경기 정말 멋졌어요. 그런 영특한 생각을 하시다니…”

에이든의 인사에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으며 에이든의 헝클어진 옷을 단정히 고쳐줬다.

안드레아에게 허망하게 밀린 케이트는 현재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비스듬히 세웠다.

‘아… 그래서 아까 거짓이.’

서아는 작게 탄식하며 안드레아가 서아의 생각처럼 마냥 만만한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곳은 생각보다 더 치열했다.

그리고 잠시 뒤 단란하게 이야기하는 안드레아와 에이든의 모습에 케이트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이…이익! 이 망할 것이?!”

이내 현재 상황을 깨달은 케이트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달려들어 안드레아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그렇다고 단 일 초도 참지 않고 달려들어 성녀의 머리채를 잡는 황녀의 모습도 서아의 예상 밖이었다. 흥미로운 전개에 서아는 귀를 쫑긋 세우며 대화에 집중했다.

“으음…”

머리채를 휘어 잡혀 아플 텐데도 안드레아는 작은 신음만을 내며 단아한 미소를 유지했다. 다만, 고운 이마에 잡힌 힘줄이 안드레아의 심기가 불편함을 보여줬다.

“야야! 왜 그래!”

“황녀님!!”

“말려! 말리라고!”

“…으음. 이런 천박한 짓을.”

화들짝 놀란 에이든과 기사들이 황급히 달려들어 케이트를 뜯어말렸다. 기사들은 삼황녀가 아무리 왈가닥이라지만, 성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모두가 기겁하며 황녀와 성녀를 떨어뜨려 놓기 위해 애썼지만, 황녀는 안간힘을 다해서 성녀의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점점 안드레아의 고운 이마가 붉어졌다.

“나 황녀야 황녀!! 감히 내 뒤통수를 쳐?! 건방진 년! 그렇게 정실 자리가 탐나더냐! 황녀 머리채 잡기!!”

“으음… 빨리 말려… 주시죠. 슬슬 아파요.”

결국, 케이트는 안드레아의 하늘색 머리를 한 움큼이나 쥐어뜯고 나서야 떨어졌다. 길길이 날뛰는 케이트가 기사들에게 들려 천막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게 나를 물 먹여?!! 두고 봐 너!! 오늘의 치욕은 잊지 않는다! 퉤!!”

케이트는 나가는 순간까지도 뭐가 그렇게 원통한지 눈에서 불을 뿜어내며 욕지기를 뱉었다.

“괜찮아요?! 진짜 쟤는 갑자기 왜 저런데?”

“예. 별로 안 아팠어요.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봐요.”

“안드레아도 애 성격 다 받아주면 안 돼요. 가끔 따끔하게 혼도 내고 그래야지. 놔두니까 저렇게 개차반이 되는 거잖아요.”

안드레아를 확인하던 에이든은 안드레아의 머리 안에 자그맣게 난 구멍을 보고 터질 뻔한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저 성질 더러운 황녀는 기어코 성녀의 머리를 한 움큼 뽑고 만 것이다.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으며 에이든에게 살짝 기대었다가 일어났다.

‘무서운 여자….’

서아는 안드레아의 여유로운 태도에 몸이 괜히 움츠러들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오늘은 하남성에서 보내겠습네다. 하남성의 돼지고기가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오늘 같은 날은 고기 좀 먹어야 하지 않겠습네까? 저 적토마 이지수! 연료가 필요합네다!”

이지수가 흐르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에이든 님이 승리하신 날이니까, 제가 사겠습니다. 오랜만에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시죠. 성녀 월급이 제법 된답니다?”

안드레아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단아하게 웃었다.

물론 이마 위로 살짝 보이는 땜빵은 다들 모른척하며 넘겼다.

***

우리는 다 같이 하남성에서 유명한 돼지고기 식당을 찾아 나섰다. 나는 케이트와 안드레아를 화해시키기 위해 케이트를 찾았지만, 케이트는 ‘테러범과의 타협은 없다!’라는 뜻 모를 말을 하며 거절했다.

우리는 나를 제외하고는 죄다 여자였기 때문에 어딜 가든 이목을 끌었다. 나는 그 시선을 즐기면서 슬쩍 이지수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물론 그중에는 검귀인 내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병사들도 꽤 있었다.

우리가 찾은 식당은 돼지고기 식당인데도 불구하고 방 형식으로 갖춰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전쟁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정상영업을 했다. 아마 하남성의 주민들 대부분은 별 피해 없이 공성전이 끝날 것을 예상한 듯했다.

일행들이 네모난 식탁 주변으로 둘러앉았다. 내 옆에 앉으려던 이지수는 안드레아와 스칼렛에게 밀려 서아 옆에 앉았다. 안드레아가 여유롭게 직원의 추천을 받아 음식을 시켰다.

“그런데 에이든 님. 어쩌다가 공화국 혁명단에 들어가신 거예요?”

스칼렛이 여유롭게 내 앞에 물잔을 놓으며 물었다.

“그러게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아! 고마워요. 처음에는 되게 사소한 거였는데….”

스칼렛의 질문에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도무지 그 시작이 기억나지 않았다.

“저는 에이든이 정의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어요!”

스칼렛 옆에 앉은 아가사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가사와는 수도에서 술을 마시면서 제법 친해졌다. 아무래도 스칼렛과 안드레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가사의 좋은 붙임성 때문에 금세 말을 편히 할 수 있었다.

“무슨 소리를… 나 용사야. 용사. 세상을 구할 용사라고. 내 가슴을 반으로 가르면 심장에 정의라고 적혀 있을걸?”

아가사의 말에 가슴을 부풀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큽…”

“풉! 아앗! 죄송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같이 웃음을 참기 위해 노력했고 서아는 마시던 물을 작게 뿜었다. 황급히 옷으로 물기를 닦는 서아의 입꼬리가 삐쭉이고 있었다.

“그럼요. 에이든 님이 얼마나 정의로운데요.”

오직 안드레아만이 단아하게 웃으며 내 팔뚝을 쓰다듬었다. 역시 안드레아밖에 없다니까.

“그래도 이렇게 나오니까 예전 생각이 많이 나네요.”

“그러게요. 용사 아카데미 시절에는 안드레아와 가끔 나가서 밥도 먹고 그랬는데, 공화국에 오고 나서는 이런저런 일로 바빠서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둘이 어떻게 만났습네까?”

대화 중에 이지수가 손을 번쩍 들더니 질문했다. 그에 눈치를 보고 있던 서아도 집중했다.

“아. 에이든 님이랑은 처음에 성당에서 만났어요. 제가 성수를 만들고 있을 때였죠.”

“그랬었죠. 그 당시에 저한테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성수를 마시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안드레아의 말에 곰곰이 다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성수를 그렇게 마셨는데 어떻게 효과가 하나도 없네?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어허. 사도여 의심하지 말지어다. 다 신의 계획이니. 야! 거기 물 좀 떠와! 아 포인트 준다니까! 어쭈 지금 인상 쓴 거야? 포인트 받기 싫어?’

이게 무슨 신이야 양아치지. 성수가 효과 없던 이유가 있었네.

직원들이 들어와 식탁 위에 이런저런 음식들을 올려뒀다. 그리고 대망의 큼지막한 돼지고기도 나왔는데, 그 냄새가 너무 좋아 절로 침이 고였다.

“제가 잘라드릴게요.”

포크를 내미는 내 손을 안드레아가 부드럽게 밀면서 고상하게 나이프를 움직였다. 안드레아는 고급스러운 음식에 제법 익숙한지 그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나는 그를 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다음에는 같이 나가서 식사도 했었죠. 물론 제가 술이 약해 혼자 취해서 안드레아를 번거롭게 했지만요. 하하.”

“… 맞아요. 에이든 님이 그렇게 술이 약한지 몰랐어요. 첫 데이트인데, 갑자기 쓰러지셔서 좀 서운했어요. 겨우 옮기기는 했지만. 수녀로서 에이든 님을 업고 다니는 게 꽤 부끄러웠다니까요.”

안드레아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른 돼지고기를 에이든 앞 접시에 올려두며 말했다.

‘왜 과거 이야기에서 거짓이 느껴지는 거지?’

돼지고기를 가져와 입에 넣던 서아는 성녀의 이야기에서 맡아지는 거짓 냄새에 당황했다.

“그러게요. 저는 제가 그렇게 술이 약한지 몰랐어요.”

“저랑 마셨을 때도 취해서 쓰러지셨잖아요. 저도 그때 꽤 당황스러웠어요. 남자와 방에 올라간 게 처음이었는데 에이든 님이 그렇게 쓰러지셔서 혼자 얼마나 뻘쭘했는지… 결국 혼자 몰래 나왔잖아요.”

스칼렛이 에이든의 접시 위에 놓인 고기에 소금을 뿌리며 말했다. 요염하게 올라간 스칼렛의 입술에 에이든이 마른 침을 삼켰다.

빗치 수녀….

“아! 그렇네요. 그러고 보니까 수녀님들과 마실 때마다 취해서 추태를 부렸네요. 수녀님들이 너그러워서 다행이지….”

“저! 그때 다 같이 술 마실 때도 쓰러졌잖아요! 에이든은 술을 못 하는 게 분명해요!”

아가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에이든이 그 혀를 잡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아가사가 고개를 뒤로 빼며 피했다.

주변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서아는 아까부터 수녀들의 이야기에서 짙게 맡아지는 거짓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추악한 거짓 냄새에 돼지고기의 냄새가 모두 가려져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왜 수녀들이 과거 이야기에서 거짓을 말하는 거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당황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돼지고기를 입에 넣었지만, 거짓 냄새 때문에 삼킬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날 제가 실수한 건 없죠?”

“실수라뇨. 취해서 쓰러지시긴 해도 그때는 저희가 셋이라 옮기기 편했어요. 물론 에이든 님을 침대에 눕혀두고 저희끼리 따로 나와서 한잔 더 했지만요.”

“그 후의 술자리가 얼마나 재밌었는데! 에이든이 술을 못해서 참여하지 못한 게 안타까워요!”

그런 서아의 속을 모르고 에이든은 수녀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화를 할수록 거짓 냄새는 심해졌고 결국, 서아가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잠…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결국, 참지 못한 서아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안드레아가 서늘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서아 씨가 오늘 어디 안 좋으신가 보네.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더만. 야! 이지수! 그만 먹고 네가 가 봐!”

“에엑! 다 큰 처자가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가겠습네까! 그리고 저런 멍청할 정도로 큰 엉덩이면 화장실에 한참이나 앉아 있을 텐데, 그동안 고기가 다 식을 게 분명합네다! 오늘 승리의 주역인 저는 이 고기를 먹을 자격이 있습네다!”

에이든의 말에 입에 고기를 잔뜩 넣은 이지수가 고개를 마구 저으며 접시를 당겼다.

“제가 갔다 올게요. 저도 마침 화장실이 가고 싶었어요.”

다시금 일정한 크기로 자른 고기를 에이든의 접시에 올려둔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요. 안드레아.”

“이것 뿌려서 먹어봐요!”

“너무 많이 뿌렸잖아! 아가사!”

“이잇! 제 소스도 좀 드십쇼! 동무!”

아가사가 갈색의 소스를 에이든의 고기에 뿌리며 깔깔 웃었다. 너무 많은 소스에 에이든이 기겁하며 소리쳤고 그 옆에 있던 이지수가 빨간색 소스를 그 위에 덧칠하며 아가사를 노려봤다. 그에 아가사가 팔짱끼며 입꼬리를 삐쭉 올렸다.

그런 소란 속에서 안드레아가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안드레아의 뒷모습을 보던 스칼렛은 안드레아가 조용히 손을 푸는 모습을 보며 묻어뒀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히끅­!”

“스칼렛? 괜찮아요?”

“히끅! 예! 히끅!”

스칼렛은 그 후로 한참이나 딸꾹질을 하며 문 쪽에서 애써 시선을 돌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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