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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64화 (164/233)

〈 164화 〉 예상외의 복병.

* * *

황녀답게 케이트와의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 와중에도 무언가에 심통 났는지 자꾸만 툴툴거리는 케이트 때문에 주먹에 들어가는 힘을 참기 위해 애써야 했지만.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방으로 돌아가는데 내 방문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덜덜 떨고 있는 서아였다.

“서아 씨?”

“…에이든 님!”

나를 발견한 서아가 황급히 뛰어왔다. 방금 샤워를 하고 왔는지 풍기는 비누 냄새와 젖은 머릿결이 간지러운 기분이 들게 했다. 다만, 평소의 서아와는 다르게 얼굴이 굳어 있었다.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굳은 서아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느낌에 괜스레 불안해졌다. 무슨 문제가 있나?

“그… 그냥 에이든 님이 괜찮은지 확인하러 왔어요.”

잠시 입을 오물거리며 고민하던 서아가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저야 당연히 괜찮죠. 돼지고기를 못 먹은 게 아쉽기는 하지만.”

“아… 돼지고기. 으으­.”

내 말에 서아가 돌연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휘청였다. 쓰러질 것 같은 서아를 황급히 잡아 세웠다.

“고마워요….”

서아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평소와 다른 서아의 행동이 자꾸만 나를 불안하게 했다.

“…죄송해요. 에이든 님. 정말 죄송해요.”

나와 눈이 마주친 서아가 울먹거리며 입술을 꾹 닫았다.

뭐야 시발 궁금하게 하고 안 알려주는 건.

“…죄송해요.”

내 눈에 담긴 의문을 느낀 서아가 고개를 푹 숙이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말해줄 수 없다는 건가.

그럼 시발 왜 온 거야. 괜히 찝찝하잖아.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찬 서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아래로 떨리는 서아의 어깨가 내 마음을 약하게 했다.

[안아야 한다.]

[그녀도 그렇다는 군.]

뭐라는 거야. 그녀는 또 뭐야.

시끄러운 말들을 가볍게 넘기고 서아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내 행동에 놀랐는지 서아의 몸이 굳은 게 느껴졌다. 그러다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니 이내 몸에 힘을 풀고 나를 꽉 안았다. 서아의 가슴이 뭉개지는 감촉이 내 마음을 풀어줬다.

“뭔지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몸 따뜻하네. 가슴도 부드럽고. 온종일 안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야.

“…진짜요?”

서아가 내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그 큼지막하고 아름다운 눈망울과 내게 뭉개진 탐스러운 가슴을 보며 그게 뭐든 정말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 뭐 그렇지 않을까요?”

“풋… 뭐예요. 그 어중간한 대답은.”

서아가 작게 웃으며 다시금 얼굴을 내 가슴에 묻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물기와 따뜻한 온도에 불안함이 사라졌다. 그러자 돌연 궁금증이 다시금 올라왔다.

너무 궁금하잖아.

“혹시 서아 씨가 우리 엄마 죽였어요?”

“예에?!! 그게 무슨…?!”

“이게 아닌가? 뭔가 그런 분위기였는데.”

“당연히 아니죠! 그리고 에이든 님과 저는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제가 어떻게 에이든 님 어머니를… 혹시 저 나이 들어 보여요?! 요즘 햇빛을 너무 많이 쐰 건가?! 스티루마산 로션도 열심히…”

내 말에 서아가 펄쩍 뛰면서 빠르게 부인했다. 서아는 황급히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여요?”

서아가 여전히 눈망울에 눈물이 담겨 있는 눈으로 나를 흘겨봤다.

“아니요.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저보다 동생 같아요. 엉덩이도 탱탱하고.”

“…고마워요! 고마운데…엉덩이 이야기는 제발 좀…!!”

서아가 얼굴을 다시금 내 가슴팍에 묻고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 행동이 아이 같아 제법 귀여웠다.

그래도 아직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혹시 혁명단에서 나를 숙청할 생각이에요? 사냥이 끝난 고양이는 잡아먹는다는…? 이 애미 터진 놈들이!!”

“예?! 아뇨! 혁명단에서 에이든 님을 왜요?! …그리고 고양이가 아니라 개 아니에요?”

서아가 전보다 더 화들짝 놀라며 나를 붙잡았다.

그럼 도대체 뭐 때문에 저러는 거지. 서아를 재촉한다고 알려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추론해서 맞출 수도 없을 것 같고. 괜히 궁금증을 남긴 서아가 얄미웠다.

“…에이든 님? 손이 어디에 있는 거예요?”

서아가 더듬거리며 당황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서아 씨 명품 엉덩이 위에요.”

“그…그건 저도 아는데, 왜 만지시는…?”

“감촉도 정말 명품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한데… 왜 갑자기 제 엉덩이를?!”

서아가 몸을 비틀이며 내게서 나오려 했지만, 나는 더욱 강하게 안아서 서아를 못 움직이게 하고 서아의 엉덩이를 마구 주물렀다. 서아가 크게 움찔거렸다.

서아의 엉덩이는 지금까지 만진 엉덩이 중에서도 최고였다. 부드러우면서 탄력적이고 큼지막했다.

“에…에이든 님?!”

“저한테 죄송하다면서요.”

“그렇게는 한데… 이거랑 그거랑 무슨 관계가?”

“사과의 대가예요. 그러면 그냥 말로만 사과하려고 했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죄송하다면서요.”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서아가 터질 것 같은 얼굴을 내 가슴에 다시 묻으며 양손으로 내 옷을 꽉 움켜쥐었다. 그 부끄러워하는 반응과 정반대로 거칠어지는 서아의 숨소리, 그리고 손에서 느껴지는 엉덩이의 감촉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그저 숨을 거칠게 쉬며 내게 안겨있는 서아를 보며 잠깐 고민했다.

이거 이대로 방으로 끌고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야? 서윤이 없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자매를 각각 먹어도 자매 덮밥인가…?

또각또각.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서아가 내게서 다급하게 떨어졌다.

아­ 조금만 더 있었으면 개별 시식이었는데.

아쉬움에 고개를 돌리니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미소지으며 손에는 작은 봉투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빠른 걸음걸이였다.

“아­ 안드레아.”

“에이든 님. 회의 가셨다던데 고생하셨어요. 서아 님도 계셨네요? 이야기 중이셨나 봐요.”

내 인사에 안드레아가 고개를 작게 숙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다 내 옆에 있는 서아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서아 씨가 죄….”

“아뇨!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쳤어요!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서아가 황급히 내 말을 자르고는 사색이 된 얼굴로 도망쳤다. 그 도망가는 모습 뒤로 보이는 명품 엉덩이가 못내 아쉬웠다.

잠시 서아의 엉덩이를 감상하다가 고개를 돌리니 안드레아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내 시선에 안드레아가 금세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서아 님이 무슨 이야기를…?”

평소처럼 웃고 있는 안드레아였지만, 이상하게 눈빛이 서늘했다. 하지만 이내 눈도 부드럽게 호선으로 휘었다.

기분 탓인가…?

“별 이야기 안 하던데요? 그냥 조금 이상하더라고요.”

“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 서아 님이 아까 식사에서도 속이 안 좋다고 먼저 가셨어요. 오늘 상태가 안 좋으신가 봐요.”

안드레아가 슬쩍 서아가 사라진 방향을 흘겨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안드레아는 여기 왜?”

“아! 에이든 님이 혹시나 저녁을 못 드셨을까 싶어서 돼지고기를 좀 포장해왔어요.”

안드레아가 내게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종이봉투에서는 향긋한 고기 냄새가 물씬 풍겨 나왔다.

“역시 안드레아밖에 없어요. 근데 저녁은 케이트랑 먹었는데, 이건 가지고 있다가 내일 아침에 먹을게요.”

나는 종이봉투를 받으며 안드레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상하게 얼굴이 붉어진 안드레아가 작게 웃고는 돌아갔다.

방에 들어가 몸을 씻고 검을 닦은 다음 정비를 하고 나니 조금 출출해져 안드레아가 주고 간 돼지고기를 꺼내 먹었다.

뭐지 이 익숙한 비린 맛은…?

돼지고기의 맛이 아까와 묘하게 달랐다.

그래도 맛은 있었기 때문에 남김없이 모두 먹었다.

‘어?! 신성력 올랐다! 이런 식으로도 오르는구나! 사도야 안드레아한테 조금 더 달라 그래!!’

***

“이 악독한 놈들! 나! 혁명단원 이지수! 고작 이 정도에 굴하지 않는다! 간악한 놈들!! 건방지고 가슴도 작지만, 성격도 더러운 수녀를 풀어줘!”

“저… 저게 뭐라는 거야!!”

스칼렛은 뛰쳐 들어가려는 아가사를 황급히 막았다.

수녀들은 늘 그렇듯 술을 먹여 이지수를 납치해 굴복시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큰 변수들이 있었다.

첫 번째 변수는 이지수의 주량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것이었다. 거의 몇 시간을 먹였지만, 이지수는 멀쩡했다. 오히려 물을 마시던 아가사와 스칼렛이 어지러웠다.

그에 계획을 누군가에게 아가사가 납치당했고 이지수를 그쪽으로 오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아가사는 이지수가 그렇게 행동할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지만, 이지수는 ‘의리!’를 외치며 냉큼 걸려들었다. 방에 들어온 이지수의 뒤통수에 스칼렛이 몽둥이를 먹여 기절시킨 다음 눈을 가리고 의자에 묶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지수의 심지가 그 멍청한 행동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 곧았다. 이지수의 신념은 수녀들의 모진 고문을 겪고 나서도 저렇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를 만큼 쓸데없이 굳건했다.

다른 수녀들은 금세 굴복해서 안드레아의 발을 핥았는데, 이지수는 절대 굴하지 않았다. 그동안 수녀들이 쌓아온 노하우는 이지수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밖에는 어두웠던 밤이 물러가고 해가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었다.

아직도 기운차게 소리 지르는 이지수를 수녀들이 옆방에서 잔뜩 인상 쓴 얼굴로 응시했다.

“저거 어떻게 하죠?”

“…일단은 치료해서 돌려보내죠. 더 늦어지면 의심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보내기에는….”

굳은 얼굴의 안드레아와 스칼렛이 고민하며 논의했다.

수녀들에게 이지수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강적이었다. 이제 곧 아침이 될 테고 그럼 에이든은 자신의 애마를 찾을 텐데, 그때 이지수가 없으면 성이 발칵 뒤집힐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이지수는 하루도 빼지 않고 아침마다 에이든의 방에 달려갔었으니까.

그렇다고 죽인 다음 무마하기도 어려웠다. 하남성 안에는 제국군이 가득 차 있어서 걸릴 위험이 너무 컸다.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고민에 빠진 둘 사이로 아가사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이지수의 말에 아가사의 얼굴은 잔뜩 붉어진 상태였다.

“아가사?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스칼렛이 그런 아가사를 걱정스럽게 보며 물었다.

“일단 이지수는 저도 같이 납치된 입장인 줄 아니까, 제가 몰래 탈출해서 이지수를 찾으러 온 것으로 할게요.”

“그렇게 하기에는 구멍이 너무 많은데.”

“저 멍청이가 그렇게 깊게 생각할 리 없잖아요. 그냥 앞으로도 감시가 계속 붙어있을 것 같다. 일단은 좀 지켜보고 보고하자 이렇게 말할게요.”

안드레아와 스칼렛이 찜찜한 표정으로 아가사를 봤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곧 성에서 아침을 먹어야 할 시간이다. 안드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가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님들 이제 큰일 난 겁네다!! 내 위에 타는 사람이 누군 줄 알아?! 검귀야! 검귀! 내가 말이야! 어제도 검귀랑! 보지 팡팡도 하고! 붕붕이도 하고! 다 했어 임마!!”

이어서 들리는 이지수의 말에 수녀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멍청이는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았다.

같이 납치되었다는 계획을 위해 스칼렛과 안드레아가 아가사의 수녀복의 곳곳을 찢고 먼지를 묻혔다. 그러자 아가사가 정말 어디서 구르다 온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쾅!

“하아­ 하아­ 괜찮아? 일단 빨리 도망치자!”

아가사가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이지수의 눈을 가린 천과 몸을 묶은 줄을 풀었다.

“가기는 어딜 가! 내 이 호로 새끼들을 죄다 그냥 혁명시켜 버릴 테니!!”

손과 발이 자유로워진 이지수가 가슴 속에서 폭탄과 권총을 꺼내며 소리쳤다.

‘저거를 왜 저기에 넣고 다녀!! 애초에 크기가 되는 거야?!’

아가사는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겨우 삼켰다.

“도망가야 해! 아…아까 보니까 상급 이상의 무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어!”

그 흉흉한 기세에 아가사가 황급히 이지수의 손을 밀어 내리며 말했다.

“으음… 상급이라… 전략적 후퇴가 필요하겠군!”

아가사의 말에 이지수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조심히 주변을 살피며 건물에서 뛰쳐나왔다. 아가사와 이지수는 서로를 부축하며 악착같이 뛰었다.

어느 정도 건물과 거리가 떨어진 골목에서 둘은 벽에 기대어 앉았다. 아카데미 학생인 이지수와는 다르게 수녀인 아가사의 체력은 일반인보다도 형편 없어서 더는 뛸 수 없었다.

지금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빨리 가야 합네다! 일어나십쇼! 가서 보고해야 저 간악한 놈들의 목을 다 날릴 것 아닙네까!!”

이지수가 쓰러진 아가사의 멱살을 틀어쥐며 끌어올렸다. 이지수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그게 나는… 신고는… 일단 하지 말자….”

이지수의 거친 말에 아가사는 해야 할 말을 잃고 말끝을 흐렸다.

“근데 아가사 동무 옷이 왜 그렇습네까? 왜 다 찢기고… 헛! 설마!!!”

아가사를 확인하던 이지수가 황급히 안색을 굳히며 아가사의 옷을 들어 올렸다. 그에 아가사는 배에 박힌 에이든 문신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몸을 웅크렸다.

“역시… 그런 끔찍한 일이… 그러면 신고를 하는 게 어려울 수도….”

이지수가 격렬한 아가사의 반응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침음성을 흘렸다. 아가사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하는 듯한 이지수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옷으로 배를 가렸다.

“이… 악랄한 놈들… 수녀를 윤간하고 강간하고 수간까지 하다니!! 이는 수녀인 아가사 동무가 신고하지 못함을 노린 게 분명합네다!!”

이지수가 돌연 주먹을 움켜쥐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아가사가 이지수의 말을 이해하기에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내 이지수의 말을 이해한 아가사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아… 아니 그게….”

“어떻게 신의 딸이라는 수녀를 씹창을 낼 수 있습네까! 심지어 가슴도 없고 빼빼 마르기만 한 애를!!”

“뭐… 뭐라는 거야!! 나 가슴 있어!”

“참으로 악마같이 악독한 녀석임에 분명합네다!! 아가사 동무! 걱정하지 마십쇼! 나 이지수! 아가사 동무의 보지가 씹창이 나서 걸레가 됐다는 사실!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네다!!”

이지수의 우렁찬 목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아봤고 그 시선에 아가사는 진짜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왜 웁네까!! 하긴 비처녀가 됐으니 이제 아가사 동무의 상품성은 곤두박질….”

“닥쳐! 좀 닥쳐!! 제발 닥쳐!”

“저를 욕해도 이해합네다!! 윤간으로 비처녀가 된 아가사는 지금 분노에 몸을 떠는 게 당연한 겁네다!! 아아! 이 야박한 세상에 분노하고 혁명하십쇼!! 그렇다고 찢긴 아가사의 처녀막이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이지수의 큼지막한 목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골목 안을 살폈다.

“뭘 봅네까!! 여기에는 윤간당해 비처녀가 된 수녀가 없으니까 갈 길 가십쇼!!!”

아가사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이 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 아가사의 눈 끝에 굵은 눈망울이 또르르 흘러 땅에 떨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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