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플래그 특공대.
* * *
“하하! 자네가 검귀겠군!”
“보기보다 젊구만! 천재구만! 천재.”
“이거 생각보다 임무가 더욱 쉬워지겠습니다.”
이거 시발 제대로 된 애들 맞아?
심장을 찌르는 검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작전의 구성원들과 만난 내 첫 느낌이었다. 심장을 찌르는 검은 대부분 황실 기사단 상위 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황실 기사들의 분위기가 케이트의 옆에 있을 때와 지금이 너무 달랐다. 분명 밖에서 봤을 때는 잔뜩 무표정한 얼굴에 필요한 말만 하는 녀석들이었는데… 지금은 무슨 순박한 시골 청년들 같았다. 다만, 하나같이 얼굴이 재수 없게 잘생겼다는 점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하하! 굳어 있지 않아도 되네. 이제 우리는 전우 아닌가.”
그중 재수 없게 잘생긴 금발 녀석 하나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나는 삼 조 조장 베하른이라고 하네! 이번 임무 같이 잘해보자고!”
젊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사내는 조장을 맡고 있었다. 풍기는 기세는 최상급.
잘 생기고, 실력 좋고, 직업 좋고, 성격 좋다니….
이 새끼 곧 뒤지겠는데?
“예.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속과는 다르게 얼굴은 방긋 웃으면서 베하른의 손을 맞잡았다. 베하른의 손은 단단하고 굳은살이 잔뜩 박여 있었다.
물론 이제 내 손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래! 일기토에서 봤는데, 정말 호탕한 사내로구만! 명예 적으로는 좀 그렇지만… 하하! 저기 앉게.”
“베하른 님도 과연 제국의 자랑답습니다.”
사실 베하른이 누군지 모르지만, 저 나이에 최상급의 실력이면 당연히 제국의 자랑이겠지.
“하하! 부끄럽구만. 그럼 회의 시작하지.”
내 예상이 맞았던 듯, 베하른이 재수 없게 생긴 턱을 벅벅 긁으며 말했다.
이번 회의는 저번과 다르게 내 생사가 달려 있으니 어떻게든 회의에 집중해서 들었다.
‘심장을 찌르는 검’ 은 요약하자면 김익한 모가지를 빠르게 따기 위한 소수 정예 암살 작전이었다. 빨갱이들로 가득 차 있는 수도에 소수로 침입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나를 포함하여 최상급이 세 명이나 존재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3조와 4조의 조장이 최상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6조 조장은 최상급과 거의 가까운 상급이었다.
현재 공화당에는 최상급이 아무리 많아도 2명이 최대라고 하니 의외로 손쉽게 끝날 수도 있을 듯했다. 그중 한 명은 이전에 내가 만났던 낭만 검사고 나머지 한 명은 여자라는데, 내가 모르는 이였다.
우리가 세 명이니까 대충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 심지어 낭만 검사는 저번에 내가 개 털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진행하면 될 것 같네. 스티루마가 참전했다고는 하지만, 그쪽의 무기는 대량 전투에서나 거슬릴 뿐 최상급의 전사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 다른 작은 왕국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 빨리 끝내고 어서 제국으로 돌아가자고. 공화국 음식은 하나같이 이상한 맛이라 제국 음식이 너무 그립구먼.”
베하른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띠며 책상을 탕탕 두드렸다. 그에 다른 기사들도 따라서 두드렸고 나도 냉큼 따라 했다.
“이런 공화국 하나 처리하는데 지금 한 달 넘게 걸린 것도 꽤 큰 수치입니다. 하하.”
4조 조장이라던 크리톤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혼자 있을 제 약혼자가 걱정됩니다. 그녀의 뛰어난 외모에 꼬이는 파리가 한둘이 아니라서요. 하루빨리 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6조 조장 후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잠깐만… 이 새끼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오 그 유명한 흰색 장미 영애 말인가?”
“예. 저는 이번 전쟁이 끝나면 그녀에게 청혼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반지까지 구해뒀습니다.”
“하하하! 정말 자네는 꼭 살아 돌아가야만 하겠구만. 어차피 상대는 공화국이니 금방 끝낼 수 있을 거야! 식은 케이크를 포크로 먹기보다 쉽겠군!”
그…그만해 시발.
뭐 하는 거야 이 미친놈들이.
“큼! 방심은 금물이네! 황실 기사단의 가장 큰 원칙을 잊은 건가! 자네들?”
다행히도 베하른은 저놈들처럼 머저리가 아닌 듯 굳은 얼굴로 놈들의 대화를 멈췄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청혼할 생각에 너무 들떠 있었나 봅니다.”
그에 둘이 얼굴을 굳히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크흡… 하하하! 농담일세! 상대가 그 공화국인데, 무슨 일이 있겠나! 청혼은 꼭 ‘금색 나비’에서 하게! 거기 분위기가 아주 좋아!”
얼굴을 씰룩거리던 베하른이 웃음을 크게 터뜨리면서 후로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에 다른 녀석들도 베하른을 따라 웃었다.
“저는 이번에 가면 딸 생일인데, 뭘 사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공화국의 수도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을지….”
“그럼 우리가 더 깔끔하게 임무에 성공해야겠군. 혹시나 험한 전투 중에 장난감 가게를 부술 수도 있으니 말이야! 하하하!”
서로가 앞다투어 플래그들을 꽂는 모습에 내 머릿속에는 경고음이 가득 울려 퍼졌다.
이 녀석들의 머릿속에는 위기의식이 전혀 없었다.
이거 시발 좆될 거 같다.
***
“표정이 왜 그렇습네까? 에이든 동무?”
양손에 폭탄을 들고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자신의 몸만 한 배낭을 멘 이지수가 내게 몸을 비비며 물었다.
“예감이 좋지 않아. 야! 시발 폭탄 들고 몸 비비지 말랬지!”
“헤헤 걱정하지 마십쇼! 이거 바로는 안 터집네다!”
이지수가 방긋 웃으며 손에 들린 폭탄을 저글링 하듯이 돌렸다.
뻔뻔한 이지수의 태도에 고개를 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 뒤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제국군이 서 있었고 앞에는 그 어느 성보다 견고해 보이는 검은색 성벽이 늘어서 있었다.
저 높고 단단한 검은 성벽을 뚫어낼 수 있을까? 하다가도 뒤에 있는 제국군을 보며 가능할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산~ 깊은 골~””
제국군이 북을 치면서 일정 리듬을 만들어 꺼림칙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 음이 자꾸만 입에 달라붙는 게 내 기분을 더럽게 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불길한 느낌이 드는 노래였다.
“눈 내린 전선을~”
“시발 따라부르지 마. 괜히 기분 나쁘니까.”
오른손을 흔들며 신나게 따라 부르는 이지수를 황급히 말렸다. 이지수는 입을 오물거리면서 잠깐 중얼거리다 이내 말을 삼켰다.
“야!!”
까칠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다가온 케이트가 삐딱하게 서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옆 있는 예전에 봤던 흰색 여자가 나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에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지나간 일이니 같이 고개를 숙였다.
아닌가? 내가 살짝 넣었으니까 좋은 기억인가.
“조심해! 조심하라고! 시키는 것만 하고! 또 제멋대로 행동해서 멍청이처럼 사고를 키우거나 다치지 말란 말이야!!”
케이트가 내 가슴 부근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언성을 높였다. 그에 대해 짜증이 울컥 솟았지만, 케이트의 눈에 담겨 있는 걱정에 애써 삼켰다.
그냥 가정 교육을 잘못 받은 애니까. 되새기며 억지로 욕을 삼켰다.
“그래. 너도 깝죽거리지 말고 뒤에 숨어 있어.”
“흥. 그렇게 말 안 해도 당연히 뒤에 있을 거야! 나 황녀야 황녀. 여기에서 제일 귀한 목숨이라 이거야!”
내 말에 케이트가 코를 씰룩거리며 턱을 한껏 쳐들었다. 그 모습에 턱에 주먹을 한 대 꽂고 싶었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에이든 님.”
또다시 나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하얀색 갑옷을 두른 놈들의 경호를 받는 안드레아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안드레아.”
“흥. 쟤는 또 왜 여기 왔데. 지 애들이나 신경 쓰지.”
하얀색 갑옷을 두른 놈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며 안드레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케이트는 슬쩍 내 옆에 붙어 안드레아를 노려봤다.
“이번 공성전에서 저는 후방 지원이라 에이든 님과 같이 행동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안드레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케이트를 흘겨보며 내게 말했다.
“아 그렇군요. 괜찮습니다. 베후른인가 뭐시기 말로는 공화국에 좆밥들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크흠.”
“조용히 하세요. 그런가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에이든 님 조심하세요.”
내 욕지기에 옆에 있던 하얀 놈이 헛기침했고 안드레아가 그를 노려보며 한마디 하고는 다시금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저저 가식적인 웃음 좀 봐.”
“…황녀님도 몸조심하세요.”
케이트가 그런 안드레아를 손가락질하며 내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 속삭이는 목소리가 너무 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 들릴 정도였다. 그에 안드레아가 고운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케이트와 안드레아는 서로를 싫어했다. 그 착한 안드레아가 잘못했을 리 없으니 아마 케이트가 지랄했겠지.
“제국군으로서 힘내는 거야! 에이든! 자! 황녀의 응원!”
“어우 시발! 왜 그래? 어색하게.”
“닥쳐 좀!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까치발을 한 케이트가 한껏 거만한 표정으로 안드레아를 응시하며 내 어깨를 두드리다가 내 반발에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아. 에이든 님 제가 축복해드릴게요.”
안드레아가 단아하게 웃으며 내게 성큼 다가왔다. 그에 주변에 있던 하얀 놈들이 움찔하며 앞으로 나섰다가 축복이란 말에 다시 물러섰다. 다가오는 안드레아를 보며 케이트가 내 팔을 당겼으나 나는 억지로 버텼다.
축복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성녀가 해주는 거니까 좋은 거겠지. 지금 잔뜩 플래그를 꼽은 녀석들이랑 공화국의 심장부로 향하는 상태라 뭐든 필요했다.
이내 내 바로 앞까지 온 안드레아가 작게 웃고는 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케이트가 내 팔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내려앉았다. 거침없이 내게 들어오는 안드레아의 부드러운 혀가 느껴졌다.
“이 미친 연놈들이!!! 뭐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멍해진 나를 케이트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깨웠다.
“떨어져! 떨어지라고!!!”
케이트가 이를 악물며 나와 안드레아를 떨어뜨렸다. 내게서 떨어진 안드레아가 케이트를 내려다보며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에 케이트가 얼굴을 터질 것처럼 붉히며 이를 갈았다.
“축복이에요. 다치지 마세요. 에이든 님.”
부드럽게 말한 안드레아가 돌아갔다.
“야! 좋아?! 좋냐고! 이렇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짓을 하니까 좋냐고!”
“아니 축복이라잖아. 축복. 성스러운 거라니까.”
“그 성이 아니겠지!! 도대체 키스로 축복하는 게 어디 있어!!”
“동무! 저도 축복을 해드리겠습네다!! 혁명 키스!!”
케이트가 내 옆에서 내 몸을 자꾸만 쥐어뜯었고 이지수는 내게 입술을 마구 들이댔다. 나는 양쪽을 말리느라 전쟁 시작하기도 전부터 체력이 소모되는 기분이었다.
그 후로 한참이나 주먹으로 나를 두드리던 케이트가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그렇게 케이트와 안드레아가 사라지자 서아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서아는 무슨 잘못한 거라도 있는지 마치 빵을 훔친 사람처럼 주변을 끊임없이 살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온 서아가 내 팔목에 흰색 끈을 꽉 묶어줬다.
“이게 뭐예요?”
“공…공화국의 전통이에요. 이렇게 하면 전장에서 행운이 깃든다는 속설이 있어서요…. 그럼 저는 가볼게요!”
흰색 끈을 묶어준 서아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금 눈치를 보며 빠르게 돌아갔다.
이거 진짜 불안한데….
나는 내 팔뚝에 단단하게 묶은 흰색 끈을 보며 내게도 플래그가 꽂혔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다고 서아가 준 끈을 풀어서 버릴 수도 없었다.
“심장을 찌르는 검 집합!!”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는 고민을 접고 이지수와 함께 이동했다. 그곳에는 저번과 다르게 평소처럼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 진중한 모습에 긴장이 살짝 이지만 풀렸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말을 타고 있었다. 그에 이지수가 상체를 숙였고 나는 냉큼 올라탔다. 주변에서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금세 다시 조용해졌다. 기사와 병사 그리고 직위에 상관없이 모두의 얼굴에 무거운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뿌우우우.
중앙부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고, 먼저 제국군의 병사들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몇만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움직이니 땅이 작게 진동했다. 우리는 그 제일 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지수는 옆의 말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쭉 빼 밀고 늘씬한 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흔들리지 않는 게 이제 제법 말의 태가 났다.
수도의 성벽은 가까이 갈수록 그 단단함이 마치 쇠로 만든 산처럼 더욱 크게 느껴졌다. 마치 뚫을 수 없는 방패에 무모하게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뒤에서 걷는 병사들에 밀려 멈출 수 없어 계속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성벽 위의 공화국군들이 보였다. 다양한 복장의 병사들이 보였는데, 빨간 베레모를 쓴 녀석들이 제일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녀석들이 보였다.
아마 스티루마 녀석들이겠지. 그때 기타 치던 녀석들도 옷 모양이 이상했으니까.
그리고 성벽 사이사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가득 세워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뭔가 꺼림칙했다.
이윽고 우리가 좀 더 가까워지자, 성벽 위에 있는 놈들이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 표정이 마치 사냥감이 스스로 덫에 뛰어 들어가서 조기 퇴근에 행복해하는 사냥꾼 같았다.
“시발!! 저거 뭔가 이상한데요!!!”
나는 황급히 소리 지르며 검을 빼 들었고, 주변의 기사들은 찬란한 금빛의 방패를 들었다.
쾅!쾅!쾅!쾅!
성벽 사이에 있던 검은색 물건들은 불을 뿜어 내면서 뭔가 둔탁한 것을 쏘아냈다. 기운을 집중하자 시간이 느려지면서 날아오는 무언가가 자세히 보였다.
큼지막하고 검은색의 둥그런 물체. 그 아래 흰 펜으로 쓰여 있는 문구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스티루마에서 사랑을 담아 아 방학 숙제 정말 싫다.
스티루마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시발.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가 제국의 방패이니!! 방패 들어!!!”
베하른이 기운 섞인 목소리로 우렁차게 소리치며 자신의 몸집만 한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윽고 방패에서 찬란한 금빛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옆의 기사들의 방패에서 뿜어지는 기운들과 이어졌다. 기사들의 방패를 탄 기운은 마치 금빛 파도처럼 옆으로 뻗어져 나갔고 이윽고 병사들의 방패에도 연결되었다.
그 금빛 파도는 이내 둥그런 반원이 되어 제국군을 감쌌다. 그 모습이 마치 땅에서 일어나는 일출 같았다.
제국의 방패.
상대가 무엇이든 막을 수 있다는 찬란한 태양과도 같은 금빛 방패. 나도 알고 있을 정도로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흉흉한 문구가 적힌 검은색 물체들이 날아와 이내 금빛 파도에 부딪혔고.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귀가 멍해질 정도의 굉음이 퍼지며 금빛 파도가 출렁였다. 걱정과는 다르게 제국의 방패에 대한 소문이 사실인 듯 별다른 피해 없이 막아냈다.
“이히히이이잉!! 폭탄을 쓰다니 비겁한 놈들!! 죄다 혁명을 시켜야 합네다!!”
이지수가 양손에 폭탄을 들고 코에서 김을 뿜어내며 분노를 토해냈다. 분노를 토하는 이지수의 손에 잔뜩 들린 폭탄과 그 배낭에 담긴 폭탄들… 그를 지적할까 했지만, 애써 참고 고개를 돌렸다.
하늘을 가득 가리고 있는 금빛 파도가 내 시선에 들어왔다. 근데 제 자리에서 막는다고는 해도 어떻게 다가갈 생각인 거지?
내 의문은 의외로 손쉽게 풀렸다.
“왼발!!!”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방패를 든 베하른이 전장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외쳤고
““왼발!!””
사람들이 따라 외치며 왼발을 한보 앞으로 움직였다.
쿠웅.
몇만의 병력이 동시에 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평생 잊히지 않을 장관이었다.
“오른발! 왼발! 발 바꿔 갓!!!”
뭐라는 거야 이건 시발.
욕지기를 내뱉는 나와는 다르게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찌 됐건 우리는 그렇게 효율적인 방식으로 천천히 성벽에 접근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