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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83화 (183/233)

〈 183화 〉 뒤처리.

* * *

쭈그려 앉은 내 어깨에 따뜻한 손이 올라왔다. 고개를 돌리니 피곤한 기색이 만연한 키아나가 억지로 미소짓고 있었다.

“용을 일 검에 베어내다니… 사제 정말 강해졌네. …근데 왜 울고 있어?”

“우는 게 아니라 움직이다가 발을 삐어서 그래요. 아파요.”

“아… 그렇구나. 그러면 내가 안아줄까? 아까 보니까 저기 덜 부서진 곳이 있더라고. 거기서 쉴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해줄래요?”

“응. 어차피 나머지는 황실 기사단 쪽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가볍게 대답한 키아나가 검을 집어넣고 슬그머니 나를 안아서 들었다. 키아나는 이미 입고 있던 갑옷이 다 부서져서 얇은 천 옷만이 남은 상태였다.

오랜 전투에 옷에서는 키아나의 땀 냄새와 흙냄새가 뒤섞여 묘한 냄새가 풍겼다.

“…냄새나지?”

“아니요. 향기 나는데요. 사저는 땀에서도 향기가 나네요.”

“킁킁­ 거리지마!”

“알았어요. 가슴 만져도 돼요?”

“…갑자기?”

“만지면 기분이 좀 좋아질 것 같아서요. 사저 가슴은 쫀득 가슴이잖아요.”

“사제는… 안 물어봐도 돼.”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하는 키아나의 모습에 장난기가 동한 나는 키아나의 쫀득 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마구 쥐어짰다.

“흐응… 그 사제….”

“네?”

“아니야. 으흠.”

키아나는 들뜬 숨소리를 억지로 참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키아나에게 안겨서 폐허의 어느 건물에 도착했다.

그 건물은 수도에서 지나가다 봤었던 호텔인데 옆 부분이 날아가기는 했지만, 아직 무너지지는 않았다.

키아나는 호텔이라고 적힌 문 앞에서 잠깐 멈칫거렸다가 이내 굳은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갔다.

키아나는 위층으로 올라가 몇 개의 방을 열어보고 그중 제일 깨끗한 방의 침대에 나를 눕혔다.

“그…그럼 나는 땀이 조금 많이 나서 씻을게.”

잔뜩 긴장한 키아나가 말을 더듬으며 말하고는 화장실로 후다닥 들어갔다.

[드… 드디어 쫀득 처자와… 교미!교미!교미!]

안 어울리니까 무리하지마.

[크흠… 그런가.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거늘.]

“사저!”

화장실 안에서 씻는 소리가 나자 나는 목을 가다듬고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로 키아나를 불렀다. 그에 물소리가 멈추고 문이 빼꼼 열렸다.

“…응?”

그 사이로 키아나가 잔뜩 상기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잔뜩 물기에 젖어있는 밝은 금색 머리에서 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저도 땀이 많이 나서 씻고 싶은데… 발이 안 움직여요.”

“그…그래? 어…어떻게 하지…?!”

내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키아나가 말을 더듬으면서 허둥지둥했다.

“사저가 도와줄래요?”

“아! 그… 그래야겠지? 잠…잠깐만!”

다시 문 사이로 사라진 키아나가 안에서 뭔가 우당탕거리더니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아쉽게도 큼지막한 수건으로 몸을 감싼 상태였다.

키아나는 수건이 풀릴까 봐 조심하며 내게 다가와 부드럽게 안아 들고 내 시선을 애써 피하면서 화장실로 향했다.

마침내 화장실에 도착했고 키아나는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슬그머니 떨어졌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애써 외면하는 키아나를 보면서 나는 대놓고 옷을 벗어 던졌다.

나체가 된 나는 옆에 있는 물을 틀었다.

“씻는 것 좀 도와줄래요?”

“…으응.”

키아나가 주춤거리면서 내게 다가왔다. 억지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게 내 나체를 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했다.

“사제?!”

나는 키아나의 몸을 두르고 있는 수건의 끝을 잡았다. 그에 놀란 키아나가 나를 쳐다보면서 내 손을 움켜쥐었다.

“수건 젖잖아요.”

“그…그렇겠지? 그…그럴 거야! 보통 샤워할 때 수건을 두르고 하지 않으니까! 수건을 두르고 있으면 조금 이상하겠지?”

금방이라도 얼굴이 터질 것 같은 키아나가 말을 더듬거리며 손을 떼었다. 그에 나는 키아나를 감싸고 있는 수건을 풀었다.

탄력적이면서도 신이 빗은 것처럼 완벽한 키아나의 나체가 드러났다.

“씻겨줘요.”

그에 나는 웃으며 쏟아져 내리는 물 사이로 들어갔다.

“…응.”

작게 대답을 한 키아나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내게 다가와서 내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는 애써 내 시선을 외면하는 키아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 손길을 음미했다. 내 중요 부위에서 멈칫거리던 키아나는 눈을 질끈 감더니 손을 움직였다.

나체가 되어 내 몸을 닦는 키아나는 평소의 당당하고 차갑고 완벽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사랑에 빠진 순박한 처녀였다.

그 모습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에 고개를 흔들었다.

“사…사제?!”

“나도 씻겨줄게요. 싫어요?”

“…아니.”

고개를 숙이며 작게 대답하는 키아나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손을 거칠게 움직였다. 키아나의 피부는 굳은살이 잔뜩 박인 손과는 다르게 금방이라도 녹을 것처럼 부드러웠다.

“아흐으… 사제… 왜 거기만… 아흐….”

키아나가 입에서 나오는 들뜬 숨을 억지로 참으며 양손으로 자신의 터질 것처럼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한참을 움직이자 키아나가 더는 참지 못한 신음을 길게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는 그런 키아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에 키아나가 후들거리는 다리로 벽에 기대어 서서 조금은 겁에 질린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사실 내 기분 풀이일 수도 있어요. 그냥 지금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어디에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 거일 수도 있어요.”

내 말에 나를 보는 키아나의 동공이 흔들렸다. 잠시의 머뭇거림이 지나가고 키아나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움직였다.

“…응. 괜찮아 사제니까. 그래서 사제 기분이 풀어지면… 괜찮아.”

방금까지 용에 맞서던 영웅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키아나의 눈에는 두려움이 잔뜩 담겨 있었다.

“왜 그렇게 친절해요. 그냥 싫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 모습에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어쩌면 나는 그냥 지금 뺨이라도 한 대 맞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싫지가 않은걸.”

키아나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가고 키아나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나 사제 좋아해. 이 말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 바보같이.”

그렇게 말하는 키아나의 눈에는 더는 두려움이 담겨 있지 않았다. 안드레아나 케이트가 나를 볼 때 있던 따뜻함이 그곳에 있었다.

“다들 나 같은 머저리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하는지… 시발.”

나는 차오르는 욕지기를 내뱉으면서 키아나를 안았다. 내 품에 안긴 키아나가 바들바들 떨다가 이내 포근하게 나를 마주 안았다.

찬물과 상반된 키아나의 따뜻한 체온이 내 몸을 녹였다.

“저 고장 난 것 같아요.”

“…고치면 돼.”

“머릿속 깊은 곳부터… 아니 어린 시절 마을에서 대장이던 놈한테 머리에 돌을 맞았을 때부터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다들 비슷해.”

“막 머릿속에서 들리던 좆같은 목소리들이 있었는데요. 그것 때문에 정신병 걸린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막상 사라지니까 허전해요… 진짜 병신이 됐나 봐요. 저.”

“…괜찮아. 사제는 괜찮을 거야.”

찬물에서 느껴지는 한기 때문인지 키아나의 몸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 때문인지, 쓸데없는 말들이 입에서 주절주절 나왔다.

평소라면 내 약점이 되기 때문에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내 등을 쓰다듬는 키아나의 부드러운 손길 덕분에 얹혀있던 것이 트림으로 나오는 것처럼 터져 나왔다.

키아나는 그저 내 말에 작게 맞장구치면서 계속해서 나를 쓰다듬어줬다.

***

‘막상 사라지니까 허전해요… 진짜 병신이 됐나 봐요. 저….’

금발 사내는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밝히고 있는 화면을 껐다.

더 오래 보면 자신은 이곳에서 떠나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에 심연처럼 깊은 어둠이 사내를 감쌌다.

물론, 여기서 빛은 무의미했다.

어둠 속에서 옆에 놓인 체스판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쾅쾅.

그때 저 멀리에 있는 문의 쇠창살들이 뜯어지며 문이 열렸다.

‘저럴 거면 왜 굳이 잠가둔 것인지.’

금발 사내는 혀를 차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것을 응시했다.

“하아… 저 안은 너무 답답하다니까.”

검은 머리가 산발된 여자가 나체로 기지개를 켜면서 뛰쳐나왔다. 그에 금발 사내는 습관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가 스스로 들어가 있었잖소.”

“저놈이 그걸 원했다면서. 나는 약속은 중시한다니까. 으갸갸갸갹!”

금발 사내는 나체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몸을 푸는 여자를 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대가 옛 시대의 사람이라지만, 옷은 좀 걸쳐주셨으면 좋겠소. 보기 민망합니다.”

“흐음­ 이제 와서 신사적인 척하기는. 내 가슴 보면서 침 삼키는 거 내가 몰랐을 줄 알았어? 그나저나 화면은 왜 껐어? 이제 한창 재밌어지는데.”

여자가 이죽거리면서 금발 사내의 옆에 있는 빈 의자에 앉았다.

빈자리가 채워지는 그 모습에 금발 사내의 마음이 언짢았지만, 어차피 이제는 겨우 빈자리일 뿐이다.

“저놈의 유일한 볼거리가 교미인데, 중요한 순간에 끄다니.”

“크흠­ 그게 둘의 비밀인 것 같아서 껐소. 지금 소년은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 그의 사저와 마음의 교환을 이루고 있소. 그들의 소중한 순간을 지켜주기 위해서 켜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하오. 그리고 지금 킨다고 그대가 원하는 천박한 교미를 하는 모습이….”

금발 사내는 여자가 화면을 키는 모습에 황급히 막으려 했지만, 차마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외간 여자의 몸을 만질 수 없었다.

‘아학! 사제! 아학!’

‘사저! 사저 보지! 너무 쫄깃해요!’

‘아흑! 사제! 밖에… 밖에! 해야 한대!! 아그극!’

‘싫어요! 시발! 안에다 할거에요!!’

‘아윽! 사…사제! 하고 싶은 대로 해! 오고… 오고고…오고고고곡!!!’

“천박한 교미를 하고 있는데? 캬! 역시 저놈은 교미 하나는 일품이란 말이야. 내 생전에도 저런 놈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카인 그놈은 거시기가 작아서 말이야 쩝.”

여자가 말하는 것처럼 화면 안에서는 짐승처럼 천박하게 교미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금발 사내는 그런 모습에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저 소년은 늘 저런 식이었다.

금발 사내의 예상에 맞춰서 행동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그런 놈.

‘그렇지만 저게 소년답기는 하군.’

늘 교미 화면이 나올 때 하는 것처럼 금발 사내는 눈을 감고 다른 생각을 했다.

가령… 그때 마왕을 향해 검을 휘두를 때 조금만 자세를 바꿨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렇지! 거기서는 좀 더 깊게! 잘한다! 잘해! 캬아! 카인한테 저놈을 보여줬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그런 금발 사내의 집중은 옆에서 환호하며 손뼉 치는 여자의 모습에 깨졌다.

“…그 카인이라던 사내가 그분이오? 당신이 분노하여 신을 죽이게 만든….”

“그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마라.”

금세 정색하며 기세를 뿜어내는 여자의 모습에 금발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그가 맞아! 나는 순애보거든. 몇천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병신.”

여자는 언제 화냈냐는 듯 금세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째, 여기 들어오는 사람 중에 정상인은 단 하나도 없었다.

***

“왜 그러고 있어요?”

내 옆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키아나를 보며 물었다.

“…부끄러워서.”

키아나가 내 질문에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대답했다. 눈 옆에 조그맣게 드러난 부분이 잔뜩 붉어져 있었다.

“아까 그렇게 물고 빨고 다 했는데도요?”

“…그래서 부끄러운 거야. 내가 미쳤지… 어떻게 그런 남사스러운 것들을 사제랑….”

키아나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후회해요?”

“아니. 후회 안 해.”

내 머뭇거리는 질문을 듣자마자 키아나가 두 눈에 인상을 잔뜩 쓰더니 나를 노려봤다.

“…사제는 후회해?”

“아니요. 사저 보지가 얼마나 쫄깃한데요. 사저랑 할 수만 있다면 그 용과도 다시 싸울 수 있어요.”

“사제!”

키아나가 이불 아래로 드러난 새하얀 다리로 내 몸을 가볍게 밀었다.

“으에엑!”

그에 나는 과장되게 뒤로 밀리는 척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푸흣… 뭐야.”

이불 사이로 드러난 키아나의 아름다운 눈이 보기 좋게 호선으로 휘었다.

“내꺼! 내꺼! 뭐야? 여기 주변에서 냄새나는데? 내꺼!”

그때 밖에서 나를 부르는 비키의 화가 잔뜩 담긴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사람이 올 차례인가 봐. 사제는 인기가 많으니까. 눈 감아.”

“네.”

키아나의 말에 나는 눈을 감았고 곧이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나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오….”

탄력 있고 아름다운 키아나의 새하얀 나체가 보였다. 그에 나는 참지 못하고 작게 감탄했다.

“눈 감으라니까! 진짜 사제는….”

몸의 중요 부위를 가리고 나를 노려본 키아나가 주춤거리며 침대 옆에 쪼그려 앉았다.

주섬주섬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나에게 안 보이는 곳에 쭈그려 앉아서 옷을 입는 듯했다.

내 액을 잔뜩 배에 받고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서 옷을 입는 여자가 제국 제일검이라니 기분이 묘했다.

‘이 정도면 나 꽤 성공한 인생일지도.’

잠시 시간이 지나고 들어올 때처럼 가벼운 옷차림이 된 키아나가 평소처럼 여유로운 얼굴로 나를 봤다.

“나 제국 제일검 잘리면 사제가 책임지는 거야.”

키아나가 자신의 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 배는 평소보다 살짝 나와 있었다.

“당연하죠. 사저는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삼시 세끼 고기만 먹여줄 테니까. 물론 요리와 설거지는 사저가 해야 해요.”

“내꺼!! 어디있어! 내꺼!”

“푸흡… 걱정하지마. 나 요리도 잘하고 설거지도 잘하니까. 그럼 나는 가볼게. 다음 사람도 써야 하니까.”

부드럽게 웃은 키아나가 내게 다가와 작게 입 맞추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쓴다고…?’

나는 키아나의 말에서 느껴지는 묘한 어감을 곱씹었다.

***

비키는 머리끝까지 흥분이 잔뜩 오른 상태였다.

방금까지 격렬한 전투를 펼쳐서 이미 음부는 잔뜩 젖어서 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에이든과 교미를 한 게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가니 몸이 애달파서 녹을 지경이었다.

분명히 냄새는 여기 주변에서 나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냥 다 때려 부술까? 에이든은 단단하잖아. 어차피 안 다칠 거야.’

결심을 내린 비키가 주먹에 온 힘을 실어서 내려치려고 할 때­.

“큼큼….”

누군가가 옆에서 헛기침했다.

고개를 돌리니 얼굴이 익숙한 금발 여자였다. 항상 내꺼 주변에 알짱거리는 여자. 인정하기는 싫지만, 쓸데없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얼굴의 여자.

“뭐냐?”

비키는 그 금발 여자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묘하게 거슬렸다. 마치 승자가 패자를 내려다볼 때 보이는 그런 미묘한….

“에이든을 찾고 있죠? 저기 안쪽에 있어요.”

“…네가 내 꺼 위치를 어떻게.”

“그러게요…. 아­ 다리 아파­.”

금발 여자가 작게 대답하더니 어울리지 않게 다리를 손으로 툭툭 주물렀다. 그에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고 있는 금발 여자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가 좀 많이 쓰기는 했지만, 지금 가면 그래도 몇 번은 더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다시금 입꼬리를 올린 금발 여자가 뒤돌아서 사라졌다.

비키는 여자가 돌아서기 전에 손가락으로 가리킨 위치를 노려봤다.

뿌드득­.

비키의 몸에서 근육이 꺼림칙한 소리를 냈다.

***

‘피곤한데 조금 자고 갈까.’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포근한 침대에 얼굴을 묻는 순간, 흉포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아까 생사를 다퉜던 도마뱀의 기운과 매우 흡사해 나는 황급히 옆에 던져뒀던 검을 찾았다.

쾅!

검을 잡기 전 문이 박살 났다.

그리고 들어온 것은 이미 자신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 나체 상태가 된 비키였다. 파멸적으로 큰 가슴이 덜렁거리면서 육감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아래에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물을 질질 흘리며 뻐끔거리는 비키의 음부가 묘하게 두려웠다.

“비…비키? 왜… 그런 표정으로….”

“닥쳐. 어떤 말도 하지 말고 그냥 계속 세우기나 해. 하! 몇 번?! 몇 번?!”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비키의 모습에 당황해서 뒷걸음질로 도망쳤지만, 이내 등에서 차가운 벽의 촉감이 느껴졌다.

“그 년이 말한 게 틀렸다는 걸 증명할 거니까.”

포식자처럼 불길한 미소를 지은 비키가 우악스럽게 내 물건을 움켜쥐었다.

“누…누나?”

내 부름에도 불구하고 비키의 눈에는 이성이 눈곱만큼도 담겨 있지 않았다.

***

“하! 이것 봐 짜니까 되잖아.”

“죽…죽여줘….”

비키가 내 위에서 내려오면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는 어디서 난지 모르는 펜으로 내 몸에 줄을 하나 더 그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내 온몸에는 줄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이십일… 이십이….”

비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내 몸에 새겨진 줄을 세었다.

“봐봐! 몇 번이 아니라 몇십 번이라니까! 멍청한 년! 지가 어설퍼서 더 못한지도 모르고… 푸흣­.”

이내 숫자를 다 센 비키가 코웃음 치며 비웃음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라도 먹어야겠어. 자기도 배고프지?”

“…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나를 비키가 거칠게 잡아서 어깨에 들쳐멨다.

정말 도구처럼 다뤄지는 듯한 기분에 눈물이 찔끔 흘렀다.

[…경외한다 소년. 소년은 이미 영웅이야.]

‘사도! 이것 봐! 용은 포인트를 1도 안 준다니까! 완전 쓰레기야! 쓰레기! 다음부터 저런 도움 안 되는 것들은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고 우리는 악마나 다른 성녀 같은 것들을 처리하자고! 사도의 그 큼지막한 물건으로 다른 성녀를 거칠게 범하면 포인트를 줄까? 나는 줄 거라고 생각해! 아자아자! 연쇄 성녀 강간범! 사도 최고닷!’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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