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86화 (186/233)

〈 186화 〉 어느 고장난 천재 마법사.

* * *

“그러니까 에이든 님과 그 건방진 여자가 결혼식을 올린다고요?”

“…크흠, 그 용을 잡은 영웅과 제 3 황녀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교황은 아침부터 자신을 찾아와 언성을 높이고 있는 안드레아 성녀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다만, 성녀라 그런지 이른 아침에도 안드레아는 청초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건방진 년.”

“예? 성녀님?”

순간적으로 작게 중얼거린 안드레아 성녀의 거친 말을 교황은 애써 못 들은 척했다. 대지신 교에서 성녀가 탄생한 것은 좋았지만,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안드레아의 태도는 점점 모른척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럼 결혼식 주례는 누가 보나요?”

“일…일단 제가 보기로 했습니다만.”

투명한 하늘을 그대로 박아 놓은 듯한 안드레아의 선명한 눈동자가 교황은 무서웠다.

“…그거 제가 할게요. 성녀가 하는 게 의미가 더 클 테니까. 그렇죠?”

“제…제국의 제일 큰 행사가 될 예정이라… 성녀님이 하셔도 괜찮겠습니까? 그게 의미가 더 크기는 하겠지만.”

교황은 이유 모를 한기에 몸을 살짝 떨었다.

“예. 제가 하겠습니다. 큰 행사라면 더더욱 제가 하는 게 맞겠죠. 저는 성녀니까요. 그렇죠?”

“네. 안드레아 성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교황은 말끝을 흐리면서 슬쩍 안드레아의 시선을 피했다.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교단 내에서 용 사냥까지 참여한 성녀 안드레아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그럼 필요한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교황님이 준비해주시겠어요?”

다시 상냥한 얼굴로 돌아온 안드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도대체 주례를 보는데 필요한 게 뭐가 있다는 거지…?’

“예.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당연히 준비해드려야지요.”

이미 몇십 번이나 주례를 봐온 교황은 안드레아의 물음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대지신 교의 보물과도 다름없는 안드레아 성녀니까.

안드레아 성녀를 보고 대지신에 입교한 사도들도 제법 많았다.

“일단… 성녀 복이 새로 필요할 것 같아요. 이건 너무 오래 입었잖아요? 요즘 그 프리수아 쪽이 괜찮다니까 그쪽에서 하나 마련해주세요.”

안드레아가 아직 깨끗한 자신의 옷을 슬쩍 들면서 말했다.

‘프…프리수아?’

교황은 안드레아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경악했다. 프리수아는 대륙에서 제일 유명한 마법 재봉사였다. 예약만으로도 몇 달이나 걸리는. 그래서 부르는 금액도 다른 재봉사와 궤를 달리했다.

이번 결혼식에 황녀가 입을 옷도 프리수아가 제작했다고 하던데….

하지만 그렇다고 못 들어줄 것도 없었다. 자신은 대륙에서 제일 큰 교의 교황이니까. 압력을 넣으면 어떻게든 그때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네. 예약이 가득 차 있긴 하겠지만, 성녀님이 필요하시다면 어떻게든 구해야겠지요.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레이스가 좀 더 많이 달렸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예?”

“레이스요.”

“…네.”

‘성녀 복에 레이스가 무슨 말인가?’

하지만 이내 안드레아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하늘색 눈동자와 마주하고 재빨리 옆에 놓은 종이를 찢어서 안드레아의 조건을 받아 적었다.

“성녀 복은 그 정도면 될 것 같고… 다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말을 잇는 안드레아의 모습에 교황은 황급히 종이를 몇 장 더 뜯어야 했다.

***

“내 꺼야?”

“네네! 비키 누님!”

“내가 오전에 장을 보고 있었는데 말이야.”

“네! 그런데요?”

“거기서 내가 어떤 말을 들었지 뭐야?”

“네! 어떤 말이요?”

비키는 내 배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뭔가 참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올 게 왔구나!’

나는 터지려는 욕지기를 애써 참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웃었다. 다만, 평소와는 달리 비키는 나와 마주 웃지 않았다.

“내 꺼가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

마침내 비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대요?”

“내 꺼야? 나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애써 농담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그… 어쩔 수 없었어요. 케이트가 저랑 결혼하지 않으면 저 어디 모르는 곳의 야만인에게 시집을 보낸다고 해서…. 그간의 정이 있는데 걔를 그런 곳에 보낼 수는 없잖아요?”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최대한 과장되게 표현해서 어떻게든 비키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흐응… 결혼? 뭐 그런 거는 상관없어. 내가 무슨 다른 계집처럼 그런 것들에 얽매이는 게 아니니까. 다만….”

“예?예!”

비키가 권태로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슬쩍 내렸다. 그 손은 내 배를 타고 내려와 내 중요 부위에 도달했다.

“아아악!! 악! 아픕니다! 아파요! 시발!”

“내 건데 내 허락은 받았어야지? 그렇지 않을까?”

“맞아요! 제가 병신이었어요! 악! 놔주세요!”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기분이 나쁘네. 결혼이란 걸 나보다 그 애가 먼저 한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으갸갸갸갸갺!!”

내 물건을 틀어쥐는 비키의 거친 손길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악을 썼지만, 이 미친년은 도대체 얼마나 강해졌는지 내 발버둥을 손쉽게 틀어막았다.

“죄송합니다! 멋대로 결혼한다고 해서 죄송합니다!”

“뭐­ 그 꼬맹이가 야만인에게 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불쌍하기는 하네. 건방지기는 했지만…. 그리고 이미 약속했으니까 어쩔 수도 없고 말이야. 이걸 어떻게 할까?”

“으갸갸갸갹!! 으아아악! 뜯긴다! 뜯겨!”

끔찍한 고통에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이제는 제법 고통에 익숙해 몸이 타오르고 팔 하나 잘리는 것 정도는 비명을 지르며 참을 수 있었지만, 내 중요한 녀석이 잡혀서 쥐어 틀리는 건 도무지 참을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 아니었다.

“그럼 나와 먼저 결혼이라는 거 하면 되겠다. 그러면 용서가 될 거 같아. 걔가 내 꼬봉으로 들어오는 거잖아?”

슬쩍 내 것을 놓고 다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결혼이라는 개념에 대해 비키는 일반인과 다른 생각을 하는 듯했지만, 굳이 그것을 내가 나서서 고칠 필요는 없었다.

“자! 그럼 결혼한다! 하윽!”

기운차게 외치며 내 위에 올라타는 비키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미친년은 도대체 결혼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

나는 한참이나 결혼을 외치며 내 위에서 엉덩방아를 찧던 비키가 사라지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미 내 중요 녀석은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편하게 쉴 수….

까드득­.

무거운 눈을 감으려는데 방구석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 딸꾹!

시발….

고개를 돌리자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펑펑 울고 있는 루나가 보였다.

‘도대체 언제부터 저기 있었던 거야 시발.’

루나는 소리 내지 않기 위해 주먹을 물고 있었는지, 주먹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루나…?”

그 살벌한 모습을 보며 나는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입술을 억지로 움직였다.

“히끅… 까드득­.”

루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들어 나를 응시했다. 그 입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과 기괴한 소리가 피곤함에 절어있던 내 정신을 급하게 깨웠다.

루나는 톡 건들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시시각각 방 안의 온도가 내려갔고, 마시기 위해 받아두었던 물의 표면이 얼었다.

“루나…?”

나는 다시금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그러자 내 입에서 나오는 김을 보며 정신이 더욱 바짝 곤두섰다.

“이…이뻐해 준다고… 이뻐해 준다고… 했잖아…. 그랬었잖아…. 근데 에이든은 또… 나는 참으려고 노력했는데….”

루나는 초점이 사라진 눈빛으로 나를 보며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시…발 저거 눈이 왜 저래.

“그냥 역시 다 없애야 에이든이 나를…. 저번처럼….”

“루나!!”

자꾸만 살벌한 말을 중얼거리는 루나를 보며 나는 황급히 입을 다시 떼었다. 지금은 조금 세게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겠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내 예상이 맞은 듯, 루나가 살짝 돌아온 초점이 담긴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 큰 눈망울에서는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일로와.”

나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멈추고 화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호통을 쳤다. 그에 루나가 찔끔 놀라더니 슬금슬금 내게 기어왔다.

루나가 가까워질수록 내 몸을 옥죄이는 한기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미 최상급을 넘어서 그 이후를 보고 있는 내게 웬만한 추위는 영향을 끼치지 못할 터인데, 지금은 손가락의 이음새가 삐꺽거릴 정도로 얼었다.

“쓰레기들을 다… 치워야… 그래야….”

루나는 나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금세 다시 핀 다음 다시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다시 초점을 흐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 살벌한 모습을 보며 루나가 좋아했던 것을 되짚었다. 루나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자신에게 욕지기를 뱉으며 거칠게 대하는 것.

이내 루나가 가까이 다가오자 뼛속까지 시리는 한기에 내 몸이 천천히 굳었다. 나는 굳은 손을 억지로 기운까지 움직여서 풀며 손을 내밀어 루나의 검은색 단발머리를 틀어쥐었다.

‘시발… 맞겠지? 맞을 거야. 이게 정답이야.’

루나의 머리채를 움켜쥔 내 손이 극한의 공포와 한기에 덜덜 떨렸다.

“으윽… 에이든?”

“이 미친년이.”

머리채를 거칠게 잡자 루나의 초점 없는 눈이 살짝 돌아오면서 기대감이 작게 담긴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아.’

나는 내 냉철하고 침착한 판단에 감탄하며 루나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에이든…. 하윽….”

루나는 힘없이 내게 끌려왔고 나는 그런 루나를 무릎 위에 눕혔다. 내 무릎 위에 누운 루나는 작은 신음을 내며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무릎 위에 루나를 올리자 하반신이 꽁꽁 얼어붙어 감각이 사라졌다.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내 몸을 얼어붙게 하는 루나의 마력에 나는 침음성을 삼키며 다음 행동을 하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루나의 검은색 헤진 로브를 끌어올렸다.

‘미친년 속옷은 왜 안 입은 거야…. 그리고 시발 이 물은 또 뭐야….’

햇빛을 단 한 번도 보지 않은 것처럼 새하얗고 쭉 뻗은 루나의 다리가 보였다. 다만,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살집이 거의 없어서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부러질 것만 같았다.

“하아… 에이든….”

“닥쳐 미친년아.”

“히끕….”

욕지기를 뱉자 분무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물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움직여 조금이지만 살집이 붙어있는 루나의 새하얀 엉덩이를 내려쳤다.

짝­.

“에이든! 나도 사랑해! 히끕!”

“닥쳐.”

시발….

다 큰 여자를 무릎에 눕히고 엉덩이를 내려친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몰려왔지만, 내려칠 때마다 옅어지는 한기에 눈을 질끈 감고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살아남아야 해. 살아야 해. 시발.’

마침내 한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눈을 뜨니 피멍이 잔뜩 든 루나의 새하얀 엉덩이가 보였다. 가뜩이나 살집이 없는 애인데 피멍까지 들어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이지만 가슴이 쓰렸다.

“사랑해사랑해사랑해.”

다만, 이 년은 아무래도 좋은 듯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평소의 루나처럼… 아니 평소의 루나보다 더욱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나… 에이든이 부탁한 것 처리하느라 늦었어! 에이든의 말처럼 스티루마를 아예 없애버렸어! 귀찮게 숨는 쓰레기들이랑 다른 나라로 도망간 쓰레기들을 찾느라 조금 늦었지만… 이제 스티루마 쓰레기들은 다 갈려서 땅에 뿌려졌어. 나 잘했지?”

루나가 방금 뽑은 하얀 솜사탕처럼 해맑게 웃으면서 내게 덜덜 떨리는 하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언제 스티루마 자체를 없애라고 했어! 이 미친년아! 그리고 왜 굳이 다 찾아서 지운….’

그 뻔뻔한 모습에 차오르는 욕지기를 애써 참으며 올렸던 루나의 로브를 내려줬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아…아까 그 빨간 쓰레기랑….”

내 질문에 루나가 더듬거리며 눈알을 빙글 돌렸다. 그러자 다시금 차가워지는 내부 온도에 루나가 모든 것을 봤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왜 이뻐해 주지 않고 그런 빨간 쓰레기랑만….”

다시금 혼잣말하며 초점이 흐려지는 루나의 모습에 나는 황급히 손을 루나의 로브 안에 집어넣었다.

‘시발 비라도 왔나?’

축축하게 젖은 게 약간 거슬렸지만, 손을 다시금 밀어 넣었다.

“에이든에이든에이든?”

루나가 잔뜩 흥분한 상태로 손을 내밀어 나를 끌어안았다. 루나의 들뜬 숨과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잘 참았어. 나는 내 말 잘 듣는 루나가 좋아.”

“으응… 맞아! 나 그냥 그 빨간 쓰레기를 치우고 싶었는데, 에이든의 말이 생각나서 참았어! 막 찢어발기고 하나하나 조각내서 주스로 만들어버린 다음 변기에 내려버리고 싶었는데….”

루나의 입에서 나오는 살벌한 말에 나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응. 잘 참았어. 만약 루나가 난입해서 방해했다면 정말 실망했을 거야. 나는 루나가 그런 모습을 참을 만큼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감동했어.”

혹시나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막기 위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응응응. 나는 다 참을 수 있어. 에이든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죽을 수도 있어! 볼래?!”

“멈춰!!”

루나가 해맑게 웃으며 대뜸 팔목을 들어 다른 손으로 내려치려고 하길래 다급하게 뜯어말렸다.

“…?”

내가 팔목을 잡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나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루나의 손에 담겨있는 마력은 진짜였다.

“나도 루나가 나 사랑하는 거 알아. 나도 말 잘 듣는 루나 사랑하고. 알았지? 그러니까 이런 행동은 안 해도 돼.”

“응응응!”

루나가 다시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 다시 자신의 로브 아래로 밀어 넣었다.

한참이나 마사지를 해주자 루나가 몸을 크게 부르르 떨며 나를 강하게 안았다. 마주 안은 루나의 몸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근데 에이든.”

“응?”

제일 큰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을 때, 내 귀에 속삭이는 루나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왜 나랑은 결혼 안 해?”

“…응?”

“에이든이 다른 쓰레기랑 뒹굴 때마다 내 속이 다 끊어질 것 같고 그런 쓰레기들을 다 짓뭉개고 찢어 죽이고 싶지만, 참을 수 있어. 에이든이니까. 에이든이 약속했으니까. 그리고 에이든이 싫어하니까. 근데 에이든은 분명 나랑 결혼하기로 했는데,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고….”

루나가 내 목을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내 귀에 숨도 쉬지 않고 긴말을 속삭였다. 그러면서 다시금 끌어 오르는 루나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마력에 내 머리가 다시금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근데 시발 내가 언제 결혼한다고 했어.’

억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애초에 이성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루나도 나랑 결혼하자!”

나는 주머니에 넣어 놓고 다녔던 이름도 까먹은 녀석의 약혼반지를 내밀었다. 후 뭐였는데…?

내 말에 루나의 얼굴이 고장 난 듯 표정이 굳었다. 그에 희망을 본 나는 황급히 루나의 얇고 하얀 손가락에 반지를 대충 끼워 넣었다.

“…응. 좋아.”

반지 낀 손을 소중하게 끌어안으면서 루나가 엉엉 울었다. 다만, 그 눈물은 전과 달라서 주변의 온도가 더는 낮아지지 않았다.

루나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에 응어리져 있던 것들이 부서져 밖으로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에는 어느 고장 난 천재 마법사의 회귀할 때 가지고 있었던 산산 조각난 자신감이 담겨있었다.

일생을 천재 소리만 듣던 소녀는 처음 회귀할 때만 해도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천재인 자신이 답안지까지 받은 상태였으니까.

다만, 소녀는 자신이 마법과 달리 사랑에 대해서는 미숙하고 고장 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와의 미래를 위해 문제들을 처리하고 돌아왔을 때, 이미 에이든의 옆에는 처음 보는 여자들이 서 있었으며 그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전회차의 그와 달리 지금의 그는 더는 루나에게만 의지하지 않았다.

겁쟁이였던 소년은 스스로 일어서서 주변의 것들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다.

전 회차에도 에이든의 주변에 여자가 있기는 했지만, 천박하게 몸을 섞는 정도가 다였지 지금처럼 따뜻한 기운을 풍기지는 않았다.

종말을 앞둔 그때의 에이든과 인간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다만, 지금은 달랐다. 여자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에이든에게 사랑을 속삭였고 그것은 몸을 섞는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모습은 소녀가 받은 적 없는 그런 따뜻함이었다.

그에 소녀는 자신을 자책했다.

이미 끝난 이야기를 자신이 억지로 떼를 써서 늘리는 바람에 소중한 이야기를 망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어쩌면 이야기의 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을까… 라는­.

그런 소녀의 생각과 자책을.

손가락에 끼워진 피를 닦지 않아 녹이 슨 반지가.

부드럽게 녹여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 반지에는 루나와 에이든 둘 중 누구와도 상관없는 이니셜이 박혀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것은 자신의 소년이 자신에게 준 소중한 반지였기에.

루나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녹은 마음을 밖으로 쏟아냈다.

에이든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루나의 모습을 보며 이대로 괜찮을까 고민했지만, 이내 걱정을 접었다.

‘몰라­ 시발!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이미 좆된 거 같은데.’

에이든은 그저 여분의 반지를 사둘 것을 다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문제는 커졌고 자신은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허허… 허허….]

‘사도! 기왕 하는 김에 다른 교의 성녀도 납치해서 같이 결혼식을… 사도의 그 커다란 무기를 일단 박으면 아무리 순결한 성녀라도….’

***

덜컹­ 덜컹­

흔들리는 마차 아래에 누군가가 이를 악물고 매달려 있었다.

끈으로 떨어지지 않게 꽁꽁 묶었지만, 그 큼지막한 가슴 때문에 땅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저 검귀의 애마 이지수! 금방 갑네다! 동무! 기다리십쇼! 히이이잉!!”

이지수는 굳은 의지를 다지면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언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소리라니. 자­ 잘 보고 따라 해. 이렇게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왜 이런 걸 연습하고 있냐고!”

“윤희가 알려준 거라니까! 이거 하면 남자가 1초도 못 버틴 데! 빨리! 경쟁력을 키워야지! 부끄러워하지 말고!”

“알았어! 알았다고! 꼬집지 마! 이…이렇게?”

“옳지! 역시 내 동생이야! 그렇게 하고 눈은 이렇게 뜨면서… 서방님! 최고였어요! 이렇게!”

“서…서방님… 못하겠어! 못하겠다고!”

“얘가 정말!!”

“아! 아프다고! 진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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