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90화 (190/233)

〈 190화 〉 교미왕의 시련.

* * *

역사에 남을만한 결혼식은 꽤 많은 잡음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끝이 났다.

애초에 제국 측에서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대륙의 대부분 왕국에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에 그를 본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무를 수도 없었다.

용을 잡은 영웅 에이든은 공식적으로 제국의 삼 황녀, 성녀, 세기의 마법사 등등과 결혼한 것으로 인정됐다. 다들 인상 깊은 미녀들이었지만, 그 수가 많아서 이름 외우기도 힘들었다.

“…후우. 그래서 제국 제일검도 같이 갔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사내는 프라타 황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요. 어차피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후우….”

프라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많은 사람을 모아놓은 결혼식에서 그 난리를 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무리 일부다처제가 용인된다고 해도 그 난리를….’

애초에 제국은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이라 많은 수의 부인을 들이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따로 올리는 것이 예의인데, 어제는 무슨 무료 급식소처럼 다 모아서 일렬로 세워서 반지를 나눠주고 결혼 서약까지 해버렸다.

사고의 한계를 벗어난 상황에 베네딕트는 심마가 와서 쓰러졌고 녹지 않는 왕국으로 급히 이송됐다.

문제는 그 반지 무료 배급소 무리에 제국 제일검도 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인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 가족이 약점이 잡혀 제국 제일검이 다른 나라로 넘어간 사건 이후로 제국 제일검이 가정을 꾸리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에포닌 그 아이는 어쩌자고 거기서….’

문제는 에포닌의 정리였다. 단순히 제국 제일검이 결혼 서약을 한 것이면 그를 취소시키고 다시 복귀시키면 될 일인데…, 에포닌이 나서서 제국 제일검을 에이든의 정부로 선언한 게 문제였다.

제국 제일검에게 결혼은 금지였지만, 정부는 용인됐다. 키아나 전까지 대대로 제국 제일검은 남자였기에 혈기왕성한 그들에게 정부까지 제약을 걸면 반발이 심할 것이므로 용인해줬다.

다만, 이번 제국 제일검이 여자라는 게 문제였다. 남자였으면 정부 몇 두는 것쯤이야 문제 되지 않고 능력의 하나로 보기도 했지만, 여자인 제국 제일검이 스스로 정부를 자처하고 나선 건 이야기가 달랐다.

막말로 제국에서 여자 정부의 이미지는 창부와 별반 다를 거 없었다.

순박한 처녀인 키아나가 에포닌의 말에 넘어가서 스스로 손을 번쩍 들고 만인 앞에서 정부를 자처하는 모습에 프라타는 순간 세상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아니야. 그래도… 필요 인물을 다 묶었으니까.’

프라타는 애써 고개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지웠다. 전과 달리 지금의 제국은 위태로웠다. 입은 피해도 컸고 황실 기사단 상위 조를 잃은 것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위에 나열된 제국의 강자 중 누구든 타 왕국에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런 그들을 혼인 관계로 한 번에 묶었으니, 에이든만 잡으면 나머지는 해결될 것이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망신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나로 묶었잖아. 공화국 측의 인물들도 들어왔고. 다른 건 몰라도 그 진실 판독이 되는 여자는 쓸모 있을 게 분명하니까.’

프라타는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그것 말고도 지금 자신은 해결해야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그래요. 일단 에이든 공이 무엇을 원하든 최대한 맞춰주는 거로 하죠.”

“예. 알겠습니다.”

사내는 다시 침착한 얼굴을 되찾은 프라타를 보며 속으로 안도했다. 길길이 날뛰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상황이었지만, 프라타는 침착했다.

이는 앞으로 제국에 호재로 작용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들이 어디로 갔다고요?”

“황금 모래섬으로 갔다고 합니다. 거기를 아예 통째로 빌렸다고….”

“거기는 고급 관광지로 유명한 곳 아닌가요? 그 아이가 무슨 돈이 있…. 설마?”

“…예. 국고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 이… 이….”

“치료사! 치료사!!”

목덜미를 잡고 쓰러지는 프라타를 보며 사내는 황급히 대기 시켜둔 치료사를 불렀다.

***

“헹! 여기가 얼마나 비싼 곳인지 알아?”

“여기가 그 유명한 황금 모래섬인가요?!”

잔뜩 턱을 치켜든 케이트의 말에 서아가 과장되게 반응했다.

서아는 줄곧 케이트의 옆에 붙어서 케이트의 기분이 풀어지도록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결혼식이 박살 나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던 케이트가 평소처럼 건방진 얼굴로 돌아왔다.

“그렇지! 역시 첩! 네가 뭘 아는구나! 내가 그 황금 모래섬을 통째로 빌렸다. 이거야!!”

“허어억! 황금 모래섬을 통째로요?! 고급 관광지로 유명하잖아요! 한두 푼이 아닐 텐데….”

“멍청하기는!! 첩!! 내가 누구야! 제국의 황녀라 이 말씀이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와아아! 역시 케이트 님은 대단해요!!”

“크흠…. 내가 좀 그렇지?”

단순한 케이트는 서아의 말에 금세 얼굴에 잔뜩 웃음꽃을 피우며 이런저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에 열심히 반응하는 서아와 눈이 마주쳤을 때, 보이지 않게 슬그머니 엄지를 들었다. 그러자 서아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나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마차 밖에는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황금 모래섬이라는 말에 걸맞게 금을 녹여 만든 듯한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푸른 나무와 잔디들이 그 위에서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섬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는 게 사실인 듯 돌아다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에이든 님. 사랑해요.”

“아 안드레아.”

내 옆에 앉은 안드레아가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내밀어 내 손을 마주 잡았다.

안드레아는 결혼식 이후로 줄곧 저 상태였다. 무슨 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가끔 나를 보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에이든 동무! 저 보지가 간지럽습니다! 확인 해주시겠습…. 아악!”

“이 도둑고양이가 어디를 올라타려고!! 그리고 너! 왜 벗고 있는 거야!! 옷이 없어?!”

기회를 보고 있다가 눈을 빛내며 내게 뛰어오르는 이지수의 머리채를 케이트가 냉큼 움켜잡았다.

“원래 태초에는 옷이 없었습네다!! 이것 놓으십쇼!! 혁명 합체해야 합네다!”

“합…합체?! 그거를 왜 여기서 해!! 이 발정 난 도둑고양이!! 옷 좀 입어!!”

“이게 편합네다!! 그리고 이렇게 있으면 에이든 동무가 시선을 준단 말입네다!!”

“뭐어?! 야이 발정 난 새끼야!! 그 잠깐도 못 참아?!”

나를 보며 도끼눈을 뜨는 케이트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아니 누구라도 저렇게 큼지막하고 탐스러운 가슴이 떡하니 있으면 쳐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안드레아?”

“너는 또 왜 그래!! 성녀라며!!”

이지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드레아가 자신의 성녀 복을 거의 찢듯이 벗었다. 그에 햇빛을 보지 않은 것처럼 하얗고 적당히 솟아오른 가슴이 드러났다. 하지만 안드레아는 그걸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드레스의 아랫부분까지 벗고 속옷까지 한 번에 내렸다.

그에 나도 모르게 간 시선에 얼굴이 붉어진 안드레아가 고개를 숙이며 다리를 벌리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중요 부위를 슬쩍 내게 보여줬다.

“야! 눈 감아!! 쟤는 왜 저래!! 야야! 너네 뭐하냐고!! 미쳤나 봐 진짜!!”

안드레아가 신호라도 된 것처럼 곳곳에서 옷을 벗어 던졌다. 서아는 나를 보며 슬그머니 옷을 벗어서 옆에 곱게 접고 서윤의 옷도 억지로 벗겼다.

내 무릎 위에 앉아있던 루나도 손가락을 튕겨서 헤진 로브를 벗었다.

“어차피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거 아닙네까? 우리 모두 본연의 인간으로 돌아갑시다!! 황금 모래섬이 아니라 황금 모래 혁명 나체 섬으로 바꿔보는 겁네다!! 거기 절벽녀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벗으십쇼!”

“그…그게 무슨… 어떻게 공개된 장소에서 그런 남사스러운….”

“에잇!!”

“이거 놓으십쇼!! 하지 마십쇼! 건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꾸 이러면 때립니다!”

“쓸데없이 비싼 척하지 마십쇼! 우리 에이든 동무의 좆집인 주제에!”

“좆…좆집이라니 어떻게 그런 천박한… 그런 게 아니라… 정부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정부나 좆집이나 어차피 암캐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제국 제일 암캐!! 벗으십쇼!!”

“그게 무슨 천박한… 놓…놓으십쇼! 무슨 힘이! 꺄아아악!!”

“아하하!! 지금 제국 제일 암캐가 꺄아아악! 이라고 한 겁네까?! 잘 어울립네다!”

“이…이게 무슨… 사제! 이 여자 좀 말려줘!”

이지수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점점 드러나는 키아나의 탄탄한 몸에 나는 애써 못 들은 척했다. 이지수의 행동에는 무언가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고 키아나는 이내 옷이 다 뜯겨 나체가 됐다.

중요 부위를 애써 손으로 가리고 웅크린 키아나의 모습은 내게 묘한 흥분을 안겨줬다.

“뭣들 하는 거야!! 이 멍청이들이 진짜!! 빨간 년! 너는 또 왜 벗어!!”

“케이트 님 비키 님은 원래부터 저런 상태였어요.”

“진짜 이상한 짓들을…. 야! 너 어디 보냐고!! 이 발정 난 놈이!!”

케이트는 연신 굴러가는 에이든의 눈동자에 욕지기를 뱉었지만, 아무리 욕하고 소리쳐도 에이든의 시선은 좀처럼 케이트를 향하지 않았다. 그에 케이트는 슬슬 불안해졌다.

나체가 된 여자들은 케이트가 보기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각자의 매력을 여실히 뽐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옷이라는 패널티를 가진 자신은 점점 존재감이 사라졌다.

‘…안 돼. 이번에 정실의 자리를 견고히 해야 해.’

케이트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드레스의 이음새를 잡았다. 다만, 방금까지 그렇게 소리 지르던 자신이 스스로 드레스를 벗는다는 생각에 도무지 굳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헤레레렐레! 케이트 동무도 그만 튕기고 본연의 인간으로 돌아가십쇼!!”

“야야! 뭐 하는 거야! 아악! 이게 힘은 왜 이렇게….”

때마침 자신에게 다가온 광견병 걸린 것 같은 여자가 손을 내밀었고 케이트는 못 이기는 척 저항했다.

무슨 기술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지수는 순식간에 케이트의 옷을 찢어버렸다.

불편한 드레스에서 벗어나자 느껴지는 추악한 자유로움에 케이트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마주친 에이든의 눈에 케이트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결혼식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굶었던가.

“그럼 이제 에이든 동무 차례입네다!! 에이든 동무도 속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본연의 인간으로 돌아가는 겁네다!”

나는 잠시 이지수의 말에 고민하다가 무릎 위에 앉은 루나를 옆으로 치우고 슬쩍 옷을 벗었다.

“청… 청소는 제가 할게요!! 서윤!”

“창피하게 다 보는 앞에서 그게 무… 아악!”

서아가 반문하는 서윤의 머리채를 잡더니 내 다리 사이에 처박았다. 그러고는 자신도 옆에 쭈그려 앉아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게 뭐…뭐죠?”

“참으로 욕심 많은 쌍둥이입네다! 그리고 당신은 제국 제일 암캐면서 저것도 모릅네까?!”

“…저는 암…암캐가 아니라 제국 제일검입니다.”

“에잉 언제까지 부정할 생각입네까! 잘 봐두십쇼! 제국 제일 암캐라면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는 겁네다!”

“내… 내가 저런 것을 사제한테…?!”

키아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슬쩍 손가락을 벌려 투명한 금색 눈동자를 빛냈다.

“…에이든에이든에이든. 그렇지만 나는 대장이니까….”

“잘하고 있어 루나.”

“응응응. 나 참을 수 있어. 에이든을 위해서라면 이런 고통쯤이야….”

루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도 내 칭찬에 해맑게 웃었다.

“웩­.”

“아이고! 천오 동무 또 뭘 주워 먹은 겁네까!!”

구석에서 조용히 있어서 잊고 있었던 천오가 늘 그렇듯 뭔가를 입에서 뱉어냈다. 수도에서 나오는 길에 도로에서 뭔가를 주워 먹고 있는 천오를 발견해 겸사겸사 같이 태웠다.

‘근데 쟤는 왜 벗은 거야.’

묘하게 죄의식을 주는 천오의 나체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에이든 님.”

안드레아가 내 손을 잡아당겨 슬그머니 자신의 배에 쓰인 글씨에 가져갔다.

‘도대체 저 글자는 언제 새긴 거야?’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손에서 안드레아의 부드러운 배의 감축이 느껴졌다.

“마음에 들어요. 꼭 제가 안드레아의 주인이 된 것만 같아서.”

“…아! 에이든 님은 제 주인님이 맞아요. 주인님.”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드레아가 내 손을 꾸욱 안으며 속삭였다.

성녀인 안드레아가 스스로 나를 주인이라고 부르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흥분이 차올랐고.

“…아아! 비키세요!! 꺼져요!!”

“읍?! 이게 무슨 패악질….”

내 표정을 본 안드레아가 황급히 서아를 밀치더니 대뜸 얼굴을 처박았다.

‘어떻게 내 표정만 보고… 타이밍을 안 거지?’

이내 입에 잔뜩 머금은 안드레아가 행복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침을 크게 꿀꺽 삼키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야야!! 미친!! 더러워!! 그걸 여기를 보면서!! 저게 무슨 성녀야!!”

얼굴에 잔뜩 물이 묻은 케이트가 길길이 날뛰었다.

그때 마법으로 운용되던 마차가 멈추고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진짜! 더러워!! 퉤퉤퉤!! 후우….”

열린 문으로 케이트가 제일 먼저 내려서 모래사장에 침을 뱉었다. 한참이나 얼굴을 닦던 케이트가 고개를 들었다.

“자! 다들 내려!! 환상의 섬!! 에일 버드의 본고장! 황금 모래섬입니다!!”

이내 다시 신이 난 케이트가 방방 뛰면서 양손을 넓게 펼쳤다.

그에 큼지막한 가슴이 보기 좋게 흔들렸다.

황금처럼 빛나는 모래 사장 위에 지어진 소도시 그게 황금 모래섬이었다.

주변에 마물이나 위협적인 것이 없는지 소도시는 낮은 건물들이 지어져 있을 뿐 울타리나 성은 없었다. 언젠가 시장에서 봤던 에일 버드들만이 삼삼오오 모여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통째로 빌린 거니까! 각자 마음에 드는 건물을 잡고 지내면 되고! 정실인 내가 큰 아량을 베풀 테니까! 한 사람당 에이든은 하루씩 쓰는 거야! 공화국! 너희는! 거기 갈색이랑 꼬맹이랑 같이 하루! 쌍둥이 너네도 같이 하루! 알았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엄한 표정을 지은 케이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들은 케이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응­ 하루면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겠네.”

줄곧 잠만 자던 비키가 기지개를 켜며 마차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이유 모를 한기를 느꼈다.

‘근데 하루씩이라고…?’

나체로 서서 나를 보는 여자들을 둘러봤다.

‘구멍이 아홉 개… 막대기는 한 개…?’

막대기의 수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자! 그럼 일단 내 결혼식이었으니까! 나부터 쓴다!!”

케이트가 번쩍 손을 들고 소리 지르고 달려와서 팔짱을 꼈다. 그런 케이트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는 눈치였다. 그들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원만한 합의를 이루고 있었다.

“왜 그래? 걱정돼? 네가 벌인 일이니까 네가 책임져야지. 다 만족시킬 자신이 있으니까 이렇게 넣은 거 아니야?”

사색이 된 나를 본 케이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사이에 끼웠다. 그 녹을 것 같은 부드러움이 두려웠다.

“어이­ 거기. 너는 나랑 같이 몸 좀 풀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다칠 수도 있으니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서윤아 우리는 요리하자. 서방님에게 그동안 연습한 결실을 보여주는 거야!”

“…알았어. 알았다고. 이게 무슨 멍청한….”

“천오 동무는 저랑 같이 혁명적인 에일 버드 사냥 하겠습네까? 아직 우리 차례는 많이 남… 아앗! 그건 모래입네다! 천오 동무!!”

“웩­.”

채…채워야 할 구멍이 너무 많아.

왁자지껄한 주변의 모습에 나는 처음으로 교미가 두려워졌다.

“빨리 오라고!! 시간 없으니까 최대한 많이 써야 해!!”

[교미왕의 시련이군. 소년 힘내게.]

­ 소년만 즐기지 말고 나도 새끈한 레이 피어 하나 구해서….

내 마음속에는 어느새 시련에 대한 굳은 결의가 생겼다.

이 시련을 이겨내면 나는 진정한 교미왕으로 거듭날 것이다.

“야야!! 여기서 거기에 손가락을… 아흑!! 조금만 참으라고! 그…금방 들어가니까!”

***

멀어지는 둘의 뒷모습을 보면서 루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참았다.

당장이라도 저 건방진 쓰레기를 찢어발기고 싶지만…, 에이든이 싫어하니까.

그러다가 문득, 루나는 저번에 빨간 쓰레기와 뒹구는 걸 지켜봤을 때 에이든이 감동했다고 말한 게 떠올랐다.

‘다른 의미의 고통을 주는…. 에이든의 사랑 방식이야.’

고개를 끄덕인 루나는 결심한 얼굴로 조용히 케이트와 에이든의 뒤를 따랐다.

‘미칠 것처럼 고통스럽겠지만… 에이든에게 내 사랑을 증명하는 거야.’

루나의 얼굴은 어느새 해맑게 웃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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