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 〉 골든 와이브스.
* * *
‘뭐야 시발 소름 끼쳐.’
뭔가 싸늘한 느낌에 팔에 올라온 닭살을 손으로 문지르고 책상에 놓인 서류를 다시 읽었다.
대륙 아카데미에서 조교를 하면 꿀 빨면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완전히 그릇된 생각이었다.
교수인 키아나는 이런저런 일과 행사로 바빴고 혼자 남은 나는 대부분의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강의 계획표와 강의 내용 정리 서류들 그리고 자격 증명서까지. 생전 서류와 친하지 않던 내게는 너무 많은 업무였다.
그렇다고 나보다 더 늦게 퇴근하는 키아나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혼자서 이 서류들을 처리해야 했다. 개강이 가까워질수록 내 퇴근 시간은 늦어졌다. 그래서 산책을 시키지 못한 이지수의 불평이 점점 늘고 있었다.
쾅.
“낭군!”
‘시발 또 왔어.’
케이트는 내 조교 생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시도 때도 없이 사무실로 쳐들어와서는 한참이나 노닥거리다가 돌아가서 내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
그렇다고 쫓아냈다가는 오피스 와이프가 생겼느니 결혼하더니 변했다니 하는 괴상한 소리 들을 늘여 놓기 때문에 그저 들어주는 게 답이었다.
“이거! 눈에 좋데! 책상에 두고 써!”
케이트가 괴상한 눈알 모양으로 생긴 전등을 내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미 내 사무실에는 케이트가 가져다 둔 물건이 한 가득 있었다.
과자는 책상 위에 산처럼 쌓여 있었고 벽지는 마음 편한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저거 칠한다고 케이트가 난리를 친 날에는 아예 퇴근을 못 했다.
그 외에 내 허리를 받치고 있는 쿠션과 손에 착 감기는 명품 만년필까지.
모든 게 다 케이트가 가져온 것들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내게 필요 없는 것들이지만.
“눈에 좋아도 내 정신 건강에는 안 좋을 거 같은데.”
“그냥 써! 눈에 좋데! 흥흥!”
케이트가 씨익 웃더니 슬그머니 다리를 삐쭉 앞으로 내밀었다. 그에 살 색 스타킹을 신은 케이트의 다리가 보였다.
‘어쩌라는 거야.’
삐쭉 발을 내밀고 서서 날 보며 괴상한 표정을 짓는 케이트의 행동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 지랄 맞은 애는 선택을 잘못하면 한참이나 난리를 치니까 신중히 선택해야 했다.
“…찢어도 돼! 많이 사뒀어!”
케이트가 제 딴에는 교태로운 표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보는 사람으로서는 그저 철분이 부족해 보이는 윙크를 하며 중얼거렸다.
“그… 나 처리해야 할 서류가….”
“이게 남자의 로망이래! 사무실에서 스타킹을 찢은 다음 들킬까 봐 걱정되는 교미를 하는 게!”
“좋은데… 진짜 좋은데… 처리해야 할게….”
“좋지?! 역시! 좋을 줄 알았어! 자! 허락한다! 황녀의 스타킹을 찢도록!!”
“안… 안 돼… 내 서류들….”
케이트가 어디서 뭘 봤는지 내 책상 위에 한가득 놓인 서류들을 거칠게 옆으로 밀어 떨어뜨리더니 낑낑거리면서 책상에 올라가서 나를 향해 양다리를 벌렸다.
‘시발 팬티는 또 왜 안 입은 거야….’
결국, 나는 펜을 놓고 케이트의 스타킹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 이러시면 안 돼요! 저는 남편이 있단 말이에요!!”
뜬금없이 나를 밀치는 케이트의 모습에 입 끝까지 욕이 차올랐다.
‘도대체 시발 뭘 보고 온 거야 얘는.’
“안 되는데… 아아 그이가 슬퍼할 텐데….”
이상한 대사를 하며 케이트가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더니 양다리를 더욱 넓게 벌렸다.
“으음… 이게 아닌가? 이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내가 반응이 없자 케이트가 입을 삐쭉 내밀더니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펜으로 찍찍 그었다.
“음… 그다음은… 강간당하는 순박한 마을 처…. 아흑!! 잠깐만! 아직 연기에 몰입이!!”
케이트의 입에서 헛소리가 나오기 전에 나는 황급히 내 것을 밀어 넣었다.
“안 돼요! 당근만 들어갔었던 순결한 내 구멍이!!”
아래 입만 막아서 결국 새어 나온 헛소리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오늘도 야근이었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제출하겠습니다.”
키아나는 사무처에 인사하고 복도로 나왔다. 곧 있으면 개강이라서 한창 바쁜 시기였다.
자신이 조교일 때 스승님은 사무실에 붙어 있지 않아서 매일 어디 가서 낮잠이라도 자고 오는 줄 알았는데, 막상 교수직을 맡아보니 처리해야 할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아마 사제도 내가 놀러 다닌다고 생각하겠지…?’
키아나는 문득 든 생각에 불안해졌다. 자신도 스승처럼 사무실에 거의 들리지 않았으니까, 사제가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그렇다고 자기 입으로 변명하기에도 구차했다. 심지어 지금도 사무처에서 추가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받아왔으니까.
‘…사제가 작성했던 것의 연장선이라 내가 쓸 수도 없고.’
손에 들린 서류 뭉치가 무거웠다. 사제에게 추가로 일을 맡길 생각에 마음이 돌이라도 걸린 듯 불편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때, 건너편에서 무기술 담당 교수인 겔 헤르만이 오고 있었다.
“아 헤르만 씨.”
“어 미인 아가씨네. 그쪽도 서류 받으러 왔나?”
“예. 오늘까지 제출하라는군요.”
“이놈들은 뭘 할 때마다 죄다 오늘까지야. 시타리가 또 성질 내겠구먼. 에잉 쯧.”
“잠깐만요 헤르만 씨.”
툴툴거리며 지나치는 겔 헤르만의 모습에 키아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불렀다.
“응? 왜 그러나? 나는 여자는 시타리로 충분하네.”
“그런 게 아니라….”
겔 헤르만은 털털한 성격이라 키아나는 별 부담 없이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으음…. 그래 나도 겪었던 일이지. 한때는 시타리가 나를 죽이겠다고 곡도를 매일같이 갈던 시기도 있었다니까! 하하! 그래도 자네는 조교가 정부 아닌가?”
“…맞기는 한데 …그게 그런 게….”
겔 헤르만의 거침없는 질문에 키아나는 순간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그 결혼식에 대한 소문은 본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이미 대륙 곳곳에 퍼진 이후였다.
“하하! 그럼 뭐가 고민인가! 시원하게 한 번 빼주면 되지! 그리고 이거는 남자들의 비밀인데 말이야….”
겔 헤르만의 말은 키아나의 범주를 벗어난 전개였지만, 키아나는 일단 자신보다 경험이 많은 자니 경청했다.
“남자들은 책상 밑의 미인에 대한 로망이 있네. 심지어 자네는 대륙에서 제일가는 미인 아닌가? 시타리가 자네를 보고 며칠이나 식음을 전폐하던 게 아직도….”
“…책상 밑의 미인이요?”
키아나는 겔 헤르만의 말을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굴렸지만,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책상 밑의 미인이 로망이라는 거지…?’
“으음. 자네 정말 정부가 맞나? 아는 게 거의 없군.”
“일단은… 맞습니다.”
“이런 걸 설명해줘야 싶지만 말이야….”
겔 헤르만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길게 끈적한 설명을 했다.
그 설명이 너무 적나라해서 키아나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사제와의 관계를 위한 것이니 집중했다.
“…이렇게 하루에 한 번만 해줘도 조교는 자네를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장담하지!”
설명을 마친 겔 헤르만이 호탕하게 웃더니 키아나를 지나쳐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에 잠시 멍하니 있던 키아나는 황급히 사무실 쪽에 고개를 작게 숙였다.
‘…이빨을 세우지 말고, 사탕 먹듯이 혀를 굴리면서, 눈은 상대방과 마주치고, 복종하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 최대한 깊숙이 삼킨다.’
키아나는 방금 들은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몇 번이나 속으로 되새기며 천천히 사무실로 걸었다.
당장 쓰지는 않겠지만, 어떤 지식이든 배워두면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 테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꾸 배가 가려워서 걷는 게 조금 힘들었다.
사무실 문 앞에 선 키아나는 깊게 호흡을 하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똑똑똑.
자신과 사제가 같이 쓰는 사무실에 노크하는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몸에 밴 예의였다.
“네?!”
“나야 사제. 들어갈게.”
조금은 당황한 듯한 에이든의 목소리에 키아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안의 모습에 키아나는 조금 당황했다.
바닥에 잔뜩 뿌려진 서류 뭉치들.
누가 봐도 잔뜩 화가 난 사람이 집어 던진 모양새였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있는 에이든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역시 화가 난 게 분명해…. 나도 그랬었으니까.’
키아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사…사저? 무슨 일이에요? 바쁘지 않아요?”
에이든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혹시 이제 내가 보기도 싫어진 건가?’
키아나는 자꾸만 구겨지는 얼굴을 애써 힘을 주어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잠시 여유가 생겨서 들렸어. 괜찮지?”
들고 온 서류는 등 뒤로 에이든이 보지 못하도록 숨겼다.
“예? 당연하죠! 우리 같이 쓰는 사무실이잖아요. 하하!”
평소였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차라도 줬을 에이든이었지만, 오늘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런 차가운 에이든의 반응에 키아나는 다급해졌다. 상황이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최악으로 치달은 것 같아서.
더 늦으면 에이든이 나가라고 할 것 같아서.
‘뭐…뭐라도 해야 해! 책상 밑의 미인! 책상 밑의 미인!’
“…책상 밑의 미인!!”
“예에?! 사저?!”
속으로 되새기다가 밖으로 나온 키아나의 말에 에이든이 당황했고.
쿵!
책상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아얏! 뭐야 너 어떻게 알았어?! 흥! 그래도 내가 미인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나 보네?”
그리고 책상 아래서 꾸물거리면서 케이트가 기어 나왔다.
“…황녀님?”
“후우 분명히 연습했는데 왜 잘 안 되지? 아으아으… 턱이 빠질 것 같아.”
입 옆에 흐른 침을 닦으며 중얼거리는 케이트의 모습에 키아나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일단 나 지금 가야 하니까. 나머지는 네가 책임지고 끝내 놔. 저거 빼두지 않으면 어디 가서 또 놀릴지 모르니까. 아으아으… 턱 아파. 고생해라.”
케이트가 멍하니 서 있는 키아나의 등을 두드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갔다.
“…그 사저? 하하 그게 케이트가 하도 떼를 써서.”
에이든이 당황하며 바지를 추슬렀다.
키아나는 갑작스러운 다른 책상 밑 미인의 등장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상황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심지어 황녀인 케이트도 그 비법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자신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었다.
“…이빨, 사탕, 눈, 복종, 삼키기.”
키아나는 자신이 들은 말을 되새기며 결심한 얼굴로 천천히 에이든에게 다가갔다.
“그 사저…? 사저?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서류들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키아나는 무릎까지 꿇어가며 책상 안으로 기어들어 왔다.
대륙 제일의 미인이라고 불리는 키아나가 책상 아래에서 쭈그려 앉아 자신의 것을 물고 있는 모습은 잊지 못할 정도로 명관이었다.
‘그래 시발… 퇴근 안 하면 되지.’
에이든은 눈을 감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키아나의 윤기 나는 금색 머리칼을 거칠게 붙잡았다.
***
“후우….”
검술 담당 교수실이라고 적힌 팻말 앞에 선 혜진은 몇 번이나 숨을 가다듬었다.
‘역시 그때 어떻게든 잡았어야 해.’
혜진의 눈은 정확했다.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에이든은 반년 만에 용을 잡은 영웅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는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기회를 봤지만, 자신을 던져 넣지 못한 멍청한 실행력에 동아줄을 놓쳤다.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어… 조교로 왔다고 하니까.’
혜진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골든 와이프스. 거기에 들어가야 해.’
골든 와이프스는 요즘 화류계에서 제일 뜨거운 집단이었다. 용을 잡은 영웅의 역사에 남을만한 결혼식으로 인해 널리 퍼진 비밀스러운 집단.
‘대마법사, 성녀, 제국의 황녀, 제국 제일검.’
그들 하나하나가 화류계를 뒤흔들 인물이었는데, 에이든은 그들 모두를 부인으로 들였다.
그에 화류계에서는 누가 정실인가에 대한 논쟁이 매일같이 오갔고 유명하지 않던 나머지 여자들의 이름도 뜨겁게 거론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에이든의 부인들을 묶어서 ‘골든 와이프스’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집단은 금세 화류계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혜진은 다시 한번 숨을 들이쉬고 가슴을 만져서 모았다.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크기였지만, 황녀에 비하면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혜진에게는 아직 소중히 간직한 처녀가 남아 있었다.
‘남자들의 50가지 로망 – 겔 헤르만.’
혜진은 도서관에서 빌려 몇 번이나 읽은 책을 다시 되새겼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제일 효과적인 것은… 역시 책상 밑의 미인인가?’
혜진이 조사한 바로는 ‘골든 와이프스’ 에는 아직 안경을 쓴 여자가 없었다. 그렇다면 희귀성과 처녀로 경쟁하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
똑.똑.똑.
가장 예의에 부합한 노크를 한 혜진은 침착하게 기다렸다.
“예?!”
어딘가 경박한 목소리가 들렸고.
“혜진입니다.”
“아! 그 혜진… 다음에 오실래요?”
명백한 거절에 혜진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번까지만 해도 자신을 거절하지 않았던 에이든이었다.
‘이미 여자는 많다는 건가…?’
부인의 자리는 물 건너간 듯했다. 정부의 자리도 제국 제일검이 차지하고 있었으니, 남은 건….
‘여…역시 성노예인가?!’
혜진은 나체로 목줄에 매여서 땅에 질질 끌려다니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러다 쓰러지면 에이든이 욕하면서 자신의 음부를 짓밟는….
그 거칠고 천박한 상상에 아랫배가 찌릿찌릿했다.
‘그…근데 엘프가 아니라도 괜찮은가…? 성노예는 엘프인 게 당연한 상식인데….’
하지만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골든 와이프스’가 꼭 필요했다. 그를 위해서라면….
‘어차피 내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그리고 더 늦으면 엘프 성노예까지 갖출지 몰라. 새로운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알을 깨야 하니까. 성노예가 엘프라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어. 꼭 엘프만 성노예를 하란 법은 없잖아.’
결심을 마친 혜진은 천천히 자신의 정장 스커트와 와이셔츠를 벗었다.
복도에서 나체가 되는 것은 얼굴이 뜨거워질 정도로 치욕적이고 그동안 쌓아놓은 작은 명성이 날아갈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주사위를 던질 때였다.
마침내 완전한 나체가 된 혜진은 넥타이를 자신의 목에 둘렀다.
그리고 그 끝을 쭉 당기자 목줄과 비슷한 모양새가 됐다.
준비를 마친 혜진은 심호흡하고 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러자 책상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에이든과 그 옆에 잔뜩 엉망이 된 채 뿌려져 있는 서류들이 보였다.
‘여…역시 타고난 폭군….’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는 걸 깨닫고 혜진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혜…혜진 씨? 이게 무슨… 뭐야?! 왜 그래요!”
당황한 연기를 하는 에이든이었지만, 혜진은 속지 않았다. 에이든은 폭군이 분명했다.
“부디 저를 에이든 님의 성노예로 받아주세요. 어떤 일이든 알몸 산책이든 동상에 방뇨든… 다 하겠습니다. 골든 와이프스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혜진은 책에서 봤던 ‘도게자’ 라는 것을 하고 에이든의 처분을 기다렸다.
“골든 와이프스라니. 그게 뭐예요. 무슨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그 일단 옷 좀 입고….”
쿵.
“사저? 괜찮아요?!”
“으응….”
혜진은 들리는 여자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들었다. 가슴이 잔뜩 풀어헤쳐 진 제국 제일검이 책상 아래에서 나오고 있었다. 분홍색 꼭지가 혜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역…역시 폭군! 제국 제일검을 정부로…. 제국 제일검이 제국 제일 암캐라는 소문이 돌던데… 진실이었어!’
제국 제일검과 눈이 마주친 혜진은 황급히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금색 눈동자에 담긴 요염함에 혜진은 작게 감탄했다. 괜히 제국 제일 암캐가 아니었다.
“손님이… 오신 것 같으니까 일단 나는 가볼게. 사제.”
“그 손님이 아니라…. 오해하지 마세요.”
“응. 나는 괜찮아 사제. 사제가 좋다면.”
대화를 마친 키아나가 아직도 엎드려 있는 혜진에게 고개를 작게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 혜진 씨?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골든 와이프스인가 뭔가는 저와 연관이 없으니 어서 옷 좀…. 저는 처음 듣는 단어에요 진짜로.”
대놓고 자신의 나체를 감상하면서도 입으로는 딴소리하는 폭군의 뻔뻔한 모습에 혜진은 결심을 마치고 천천히 기어서 다가갔다.
“어어…?! 저 오늘 처리해야 할 서류가….”
“경험은 없지만, 책으로 많이 공부했습니다. 책상 밑의 미인을 끝내고 서류 정리까지 제가 할 테니 폭군님은 그저 제 목줄을 잡아 주시면 됩니다.”
기어코 자신의 앞까지 나체로 기어 와서 목에 걸린 넥타이의 끝을 내미는 혜진을 보며 에이든은 헛기침했다.
“…저는 처녀입니다. 심기체로.”
영문 모를 혜진의 말이었지만, 에이든은 서류 정리를 도와준다는 달콤한 말에 넘어갔다.
서류 처리에 미숙한 에이든은 도와줄 사람이 간절히 필요했다.
용사 아카데미 시절부터 부학생회장을 맡았던 혜진이라면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어차피 이미 여자는 좆되게 많으니 하나 더한다고 티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빨아요.”
자신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본색을 드러내는 폭군의 모습에 혜진은 작게 몸을 떨었다.
***
밖으로 나온 키아나는 황급히 케이트의 사무실로 향했다.
‘정실 황녀의 방.’
쿵쿵쿵.
하트가 잔뜩 그려진 팻말 앞에 서서 키아나는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뭐야?! 나 바빠! 손톱 정리 중이란 말이야!”
“골든 와이프스 일입니다. 긴급입니다.”
“뭐?!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궁전처럼 꾸며진 화려한 방이 보였다. 케이트는 그 중앙의 침대에 누워서 메이드들에게 손톱 관리를 받고 있었다.
“…인간 혐오.… 인간 혐오.”
방의 구석에는 정령술 담당 교수인 로티나가 자그마한 책상에 쭈그려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골든 와이프스에 관련된 일이라고?”
침대에서 일어나 고고하게 앉은 케이트가 다 뜯긴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부드럽게 꼬았다.
“예. 대장.”
그에 키아나가 고개를 작게 숙이면서 대답했다.
에이든은 몰랐지만 골든 와이프스는 실존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