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아카데미의 노답 유급생-195화 (195/233)

〈 195화 〉 매도하는 혜진 님.

* * *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물 드시겠습니까?”

나는 가슴골에 물을 잔뜩 담은 혜진을 보며 고민했다. 분명히 처음에는 냉철하고 이지적인 미인이었다.

‘여기서 마시지 않는다고 하면 다음에는 더 기상천외한 걸 들고 오겠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손짓했다. 그러자 혜진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무릎을 굽혀 가슴골을 내 얼굴 앞에 가져다 댔다.

‘존나 미지근해 시발….’

혜진이 매번 저 지랄을 하는 바람에 차가운 물을 마신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점점 더 수위를 높여가는 혜진이었지만, 그녀의 업무 능력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차마 쫓아낼 수 없었다.

또각또각.

혜진이 내가 물을 다 마시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사무실에서 항상 나체인 혜진이었지만, 구두는 항상 신고 있었다.

‘주인님 전용 좆집.’

‘주인님 전용 육변기.’

탐스럽고 옹골찬 혜진의 엉덩이에 적힌 글귀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저런 여자가 아니었는데….’

애써 심란한 마음을 접고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개강이 코앞이라 처리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았다. 어제는 자정을 넘어서 집에 갈 정도였다.

검은 안경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며 서류를 처리하는 혜진의 눈빛은 냉철했지만, 조금만 더 시선을 내리면….

어디서 가져온 지 모를 개 목줄과 모유를 추출할 때 쓴다는 물건까지 달려 있었다.

혜진은 이제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독보적인 천박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매일같이 그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틈만 나면 읽는 책의 표지에 적힌 매도라는 글자가 마음에 걸렸다.

다시 침묵이 찾아왔고 나는 강의 계획표를 작성했다.

‘개새끼들 다 뒤졌다. 시발.’

내 차오르는 분노의 대상을 강의 들을 학생으로 정했다. 최대한 빡빡하고 대련 위주로 강의 계획을 편성했다. 내가 마음껏 쥐어팰 수 있도록.

한참 집중해서 처리하는데 옆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위이잉­ 위이잉­.

그에 고개를 돌린 나는 혜진의 모습에 말을 잃었다.

잔뜩 진동하는 뭔가를 꽂은 혜진이 엉덩이를 내 쪽으로 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서류를 보고 있었다.

‘타고난… 아니 노력형 천박함인가.’

그 모습에 감탄하던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내 물건은 단단해져 있었다.

뽁!

“주인님의 성욕. 변기에 해소하시겠습니까?”

귀신같이 내 상태를 눈치챈 혜진이 꽂아뒀던 것을 뽑으며 정중히 물었다.

‘시발 뽁! 이래 뽁!’

퇴근 시간이 한 시간 늦어졌다.

***

일을 마치고 일어나니 기절한 혜진이 보였다.

내가 교미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교미 뒤에 혜진이 한 시간 정도 기절하는 게 문제였다.

혜진이 한 시간 동안 처리하는 업무량이 내가 다섯 시간 동안 처리한 것과 비슷하니까.

대륙 제일 천박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혜진이었지만, 처녀를 내게 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막상 박으면 금세 울며 매달렸다.

심지어 음부가 다른 여자들보다 약한지 몇 번 박으면 금세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었다.

그 모습이 처음에는 재밌었지만, 혜진이 기절하면 내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되도록 관계를 피하려 애썼다.

물론, 저렇게 뜬금없는 어필에는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쓰러진 혜진을 대충 내버려 두고 다시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책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업무를 보고 있자 혜진이 부스럭거리며 일어났다.

“아흐… 주인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잠시 귀여운 신음을 내던 혜진이 금세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점심시간입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혜진이 부스럭거리며 들고 온 가방을 뒤졌다.

‘아마 서아가 싸준 도시락을 꺼내는 거겠지.’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조금이라도 더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펜을 움직였다.

“식사 준비됐습니다. 드시죠.”

“아. 그래요. 점심부터 먹… 애미 시발!!”

혜진의 말에 시선을 돌린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욕지기를 뱉을 수밖에 없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누운 혜진의 위에 가져온 도시락이 정성껏 세팅되어 있었다. 심지어 전체적인 조화까지 생각했는지, 그 배치 또한 아름다웠다.

‘…시발. 어차피 뭐라 한다고 듣지도 않으니.’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혜진의 음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 앉았다.

“…혜진 씨도 드셔야 하지 않아요?”

“괜찮습니다. 저 같은 성노예는 아랫입으로 먹으면 됩니다.”

“성노예가 아니라 비서라고 제가 번번이….”

“성노예입니다. 매도해주세요.”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나는 젓가락으로 애써 혜진의 나체에 시선을 주지 않으며 고기를 집었다.

“소스는 이쪽에 있습니다.”

“애미 시발! 진짜! 안 따가워요?”

“원래 고통은 성노예 매도의 가장 기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그런 게 적혀 있어요?”

“엘프 성노예를 매도하는 50가지 비법이라는 책입니다.”

“그런 게… 하아­ 아니에요.”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이렇게 된 거지? 아니 처음부터 이상하기는 했다. 용사 아카데미 시절에도 이상한 책을 읽은 뒤에 입원해있던 내게 요상한 손짓을 했었으니까.

‘아마 저 책이 문제겠지….’

혜진은 책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듯했다.

기회를 봐서 책을 불태워야겠다고 다짐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고기를 사타구니에 고여 있는 소스에 찍었다.

‘시발… 소스 줄어들고 있잖아.’

“하아…하아…. 건방진 아랫입이 주인님의 것을 다 먹어버렷….”

거친 혜진의 숨소리는 애써 무시했다.

얼마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더부룩했다. 애초에 미인의 나체에 올려진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똑똑똑.

“잠깐만요!!”

“에이든 님.”

노크 소리에 황급히 대답했지만, 상대는 이미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 에이든 님.”

하얀 성녀복을 곱게 차려입은 안드레아였다.

“이…이건 안드레아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오해에요! 오해!”

“아! 성녀님 오셨군요.”

나는 황급히 누워있는 혜진을 일으켰고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온 혜진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혜진의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갈색 소스에 나는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다.

“그러니까… 에이든 님이… 자위를… 좋아…?”

“네… 아까도….”

“남는 거… 있…?”

“닦아서…. 제 변기 치료….”

“됐…. 다시 쓸 수….”

주변의 대화 소리에 멍해졌던 정신이 점점 돌아왔다.

“으음….”

“아! 에이든 님! 괜찮으세요?”

“…주인님.”

고개를 돌리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 안드레아가 보였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아! 안드레아! 오해에요! 오해! 안드레아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다 이해할 수 있어요.”

“아니 이해가 아니라… 진짜 오해라니까요.”

“에이든 님이 원하신다면 저도 할… 수 있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다 안다는 얼굴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안드레아에게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소용없는 듯했다.

이미 나는 사무실에서 나체의 여자에게 목줄을 채우는 놈이 되어 있었다.

“…그럼 오늘 저녁에 봐요. 일찍 오셔야 해요.”

안드레아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알았어요. 안드레아.”

“들어가세요. 성녀님.”

몸에 기름과 소스가 덕지덕지 묻은 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에 얼굴이 잔뜩 붉어진 혜진이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그… 혜진 씨 옷은 좀 입고 있으면 안 돼요? 아니면 문이라도 잠그던가. 왜 문은 자꾸 열어두는 거예요.”

“매도의 기본은 언제라도 이런 천박한 모습을 다른 이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라고 배웠습니다.”

“도대체 그딴 걸 왜 배우는…. 하아 아닙니다. 다시 업무나 보죠.”

“예. 알겠습니다.”

혜진이 땅에 떨어진 음식을 치우고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혜진은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지만, 나는 도저히 서류에 집중이 안 됐다.

‘지금이야 개강 전이라 내 부인들만 와서 다행이지….’

개강 후에 혹시라도 학생 중 하나가 이런 모습을 봤다가는 대륙 제일 쓰레기로 소문날 게 분명했다.

지금 한창 용을 잡은 용사로 상한가를 치고 있는데 그런 치욕적인 꼬리표가 붙는다면 치명적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혜진의 능력이 너무 뛰어난 게 문제였다.

‘일단 처리해야 할 서류만 최대한 빨리 끝내고….’

결국, 나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

“어디 가십니까?”

“화장실이요. 아악! 오지 마요! 화장실 가서 일 볼 거니까요!”

“여기 변기가 있는데 왜 화장실을 가십니까?”

“저번에 그렇게 떼써서 해줬잖아요! 그때 다 넘쳐서 지린내가 온종일 난 거 기억 안 나요?!”

“이번에는 다릅니다. 이때를 위해서 오늘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아니! 필요 없다고요! 진짜!”

끈덕지게 내게 매달리는 혜진을 떨쳐내기 위해 한참이나 씨름을 했다.

“꺄악!”

내 힘에 밀려 쓰러지는 혜진을 잡아주기 위해 황급히 목줄을 잡은 순간.

문이 덜컥 열렸다.

***

“어떻게 그놈이 용사를…. 말이 안 된다. 거짓이야. 그럴 리가 없어. 그 쓰레기 같은 놈이.”

루크는 에이든이 용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속이 꼬여 밥도 잘 먹지 못했다.

‘분명히 얼마 전만 해도 버러지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던 놈이다.’

루크는 처음 에이든과 만난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학생회장실로 불려와 잔뜩 움츠리고 시선을 내리깔던 놈.

아카데미의 바닥을 깔아주는 벌레 같은 놈들 사이에서도 무시당하던 놈이다.

기억할 가치도 없는 놈이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자신의 유별난 기억 덕분에 간신히 기억나는 놈.

‘그랬던 놈이 용까지 잡았다고? 거짓이다.’

루크는 그렇게 부정하며 더욱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마법을 단련했다.

용사 아카데미 시절에는 최상위에 있었던 루크였지만, 대륙의 모든 인재를 모은 대륙 아카데미에서는 겨우 상위권에 위치하는 수준이었다.

대륙 아카데미에서 다시 만났을 때 강해진 녀석의 모습에 놀랐지만, 용을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천재다. 언젠가 까발려질 그런 거짓은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렇게 루크는 식음까지 전폐하며 가문의 훈련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만족스러운 성취를 이루고 폐관 수련을 끝내고 나온 루크는 대륙을 강타한 소문을 뒤늦게 들었다.

‘용을 잡은 용사 에이든이 성녀, 황녀, 대마법사, 제국 제일검 그리고 등등과 동시에 결혼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에 코웃음조차 안 나왔다.

‘그리고 등등은 또 무엇인가.’

그렇게 소문을 흘렸던 루크는 자신의 가문에서도 결혼식을 다녀왔다는 소리를 듣고 난생처음으로 입으로 피를 토했다.

그날 이후로 루크는 시름시름 앓았다. 그에 가문에서 유명한 의사나 수녀는 다 구해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 병의 이름은 ‘열등감’ 이었기 때문에.

‘그래. 그들 사이에 모종의 계약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그녀들이 그놈과 결혼할 이유가 없으니까.’

아마 쓰레기 같은 녀석이 약 같은 것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협박을 했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묘한 사명감이 루크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악당에게 협박받고 있는 그녀들을 자신이 구해야 한다는 생각.

‘비록 다들 비처녀겠지만…, 어떠한가 어차피 그 외모는 하나같이 처녀 제일을 다투니. 정부로 두면 될 것이다. 어차피 내게는 혜진이 있다.’

그녀들이 구원해 준 자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상상하니 벌써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제야 루크는 병상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루크는 전보다 더욱 훈련량을 늘렸고 매일 같이 근육통과 함께 잠들었다.

자는 시간은 2시간으로 줄였으며 허벅지에 단검을 찔러 넣으며 마법 술식을 외웠다.

그런 루크에게 대륙 아카데미 개강 편지가 날아왔다.

강사진에 떡하니 적혀 있는 키아나와 에이든에 루크는 이를 갈았다. 대륙 제일미로 불리는 키아나가 에이든에게 범해지는 상상이 떠올랐고 루크는 그날 하루를 꼬여진 배를 잡고 뒹굴었다.

‘침착해야 한다. 그녀들을 꼬드겨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놈이면 거미줄처럼 치밀할 것이야. 흥분하면 안 된다. 지금은 놈이 강자고 내가 약자야.’

냉수를 마시며 정신을 차린 루크는 천천히 계획을 세웠다.

사기꾼을 무대에서 끌어 내려 돌팔매질을 맞게 할 그런 완벽한 계획을….

벌써 대륙 제일 미인들이 자신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며칠에 걸쳐 완벽한 계획을 세운 루크는 대륙 아카데미로 향했다.

‘일단은 녀석에게 신뢰감을 주어 측근으로 들어가는 게 먼저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쓸개라도 씹어 버티는 게 사나이니까.’

한 과목의 강사진은 교수와 조교 그리고 선발된 학생 하나로 구성되어 있었다.

녀석은 아마 조교로 꽤 골치를 썩이고 있을 터, 학생회장 출신인 자신이 그를 도와준다고 하면 쉽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결심을 마친 루크는 바로 검술 과목 사무실로 향했다.

문 앞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차마 자존심이 문을 두드려 허락을 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마치 그때와 처지가 바뀐 것 같지 않은가.’

잠시 입술을 질끈 깨물던 루크는 문의 손잡이를 잡아 조용히 돌렸다.

“너의 능력은 인정한다. 용사 아카데미 학생회장 출신인 내가 같은 동창생으로서 너를 도와….”

밤새 준비해 둔 대사를 읊으며 방에 들어가던 루크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지럽혀진 방 안에는 전보다 훨씬 체격이 탄탄해진 에이든이 나체인 혜진의 목줄을 잡고 있었다.

혜진은 목줄에 끌려 숨쉬기조차 어려운 듯했다.

누가 봐도 겁박하는 모습.

루크가 상상했던 것과 일치했다.

다만, 그 대상이 지금은 멀어졌지만, 언젠가 다시 자신의 것이 되리라 생각했던 혜진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것도 이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천박해진 모습으로.

‘에이든 님 전용 개보지.’

‘에이든 님 전용 물컵.’

‘에이든 님 전용 ….’

그리고 혜진의 사타구니에서 흥건히 흐르는 것을 본 순간.

“이 개새끼가!!”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졌고 루크는 재빨리 검을 뽑으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아니다! 애미 시발! 너 잘 만났다!”

자신을 보며 화색을 띠는 모습이 이상했지만, 루크는 자신이 쌓아 올린 노력과 재능을 믿었다.

‘저 여자를 겁박하는 가증스러운 사기꾼을 내 손으로 밝혀내리!’

매일같이 연습한 대로 검이 번개처럼 빠르게 뽑혔고 주문한 마법의 캐스팅도 순식간에 끝났다.

“마검사인 내게 시간을 준 네 실….”

숨을 두 번 쉬기 전에 준비를 끝마친 루크는 호탕하게 웃었지만, 그 웃음은 바로 앞에서 나타난 에이든의 웃는 얼굴에 끊겼다.

“애미 터진 새끼! 매콤 주먹!”

흐릿하게 보이는 주먹이 루크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천박한 시선 돌리세요. 제 몸은 주인님 것입니다.”

“흐윽… 안 봤습니다.”

“질질 짜지 마세요. 용사 지망생이 몇 대 얻어맞았다고 우는 게 말이 됩니까? 눈 돌리세요. 제 몸은 주인님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 적힌 글귀가 안 보이십니까?”

“끄윽…. 갈비뼈가….”

“관심 없어요. 눈 돌리세요.”

알아서 등장한 호구 덕분에 일의 능률이 배는 올라갔다.

에이든은 자신의 매콤 주먹을 쓰다듬으며 의자에 몸을 눕혔다.

‘역시 매콤 주먹이 최고라니까.’

알아서 찾아온 호구 덕분에 앞으로 야근할 일은 없을 듯했다.

“주인님 물 좀 마시겠습니까?”

“…그래요.”

물론 앞으로도 한동안 미지근한 물을 마셔야 했지만.

“끄읍….”

루크는 시선을 돌렸다가 혜진의 양 엉덩이에 그려진 화살표와 천박한 말에 울컥 차오른 눈물을 다시 삼켰다.

‘주인님 전용 좆집.’

‘주인님 전용 육변기.’

그날 루크의 마음속에 여자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았다.

“아흑! 주인님! 아흐으윽! 채식주의자인 내가 주인님의 육고기를 아랫입으로 먹어버렷! 아흑!”

루크는 애써 귀를 막으며 앞에 있는 종이에 집중했다. 늦어지면 반대쪽 갈비뼈도 부순다고 에이든이 엄포했기 때문에.

* * *

0